제 1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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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대통령이 텍사스주에 갔다 돌아올 때 아름다운 녀인 3명을 데려왔다. 그들은 모두 미인콩클에서 1등을 한 녀자들이였다. 대통령은 그들에게 일자리를 주겠다고 약속하고 데려왔다. 그는 곧 국무성에 지령을 떨구어 처녀들을 어느 한 사립서기학교에 보내여 타자와 속기기술을 배우게 하되 비용을 국무성에서 지불하도록 했다. 그들은 졸업후 모두 백악관에서 일했다.
어느날 대통령은 출장가면서 가장 젊고 아름다운 처녀를 〈보조서기〉로 데리고갔다. 첫날밤 대통령이 경호원을 시켜 그 녀자를 찾자 그는 연필과 수첩을 들고 대통령의 침실로 갔다. 그러나 그는 대통령이 자기한테 바라는것이 속기하는것이 아니라는것을 알자 눈물을 뿌리며 침실에서 뛰쳐나왔다.》
이것은 미합중국 36대대통령 린든 베이스 죤슨이 임기중이던 1968년 당시 백악관 사무처에서 일한바 있는 한 행정관의 회고담이다. 같은 시기 백악관에서 근무한 녀서기의 이야기는 좀 더 구체적이고 실감이 있다.
《워싱톤시내에는 죤슨대통령을 만나려고 자주 백악관에 찾아오는 젊은 녀성이 있었다. 대통령의 타원형사무실옆에는 작은 방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죤슨의 〈내실〉이였다. 방안에는 큼직한 쏘파가 있었다. 겉보매 음전해보이는 그 녀성이 찾아올 때마다 옆방의 서기들은 하던 일을 중단하고 귀를 도사려 엿듣군 했다. 그 녀성이 들어가기만 하면 그들 서기들은 안에서 방문을 잠그는 소리를 어김없이 들었다. 그다음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정적의 의미는 다 알수 없었으나 한동안이 지나면 위생실에서 물을 쏟는 소리가 들리고 뒤이어 그 녀성이 상기된 얼굴로 나가군 했다.
그런 일이 이어지던 어느날 호기심 많은 한 녀서기가 경호대의 안면있는 경호원을 통해 알아낸데 의하면 그 녀성의 이름은 카롤린이고 나이는 29살인 미혼녀였다.》
그 묘려한 녀성 카롤린이 오늘 또 대통령을 찾아왔다. 그 녀자가 집무실에 들어선것은 죤슨이 국무장관 러스크와 전화로 윁남전쟁문제를 론의하고있던 때여서 그는 손바닥으로 송화구를 덮으며 눈짓으로 《내실》을 가리켰다. 그리고 그 녀자의 날씬한 다리가 문턱을 넘고 매혹적인 엉뎅이가 문뒤로 사라지는것을 보고서야 송화구에서 손을 떼고 국무장관과의 통화를 계속하였다.
이윽고 통화를 끝낸 죤슨은 송수화기를 놓으려다말고 교환대를 찾아 이제부터 한시간동안 일체 전화를 차단하라는 지시까지 주고서야 《내실》로 들어갔다. 그사이 카롤린은 이미 외투며 수건을 벗어 팔걸이에 걸고 쥐여뿌린듯 금빛이 무수히 반짝거리는 얇다란 붉은색쟈케트에 자색의 미니스카트차림으로 쏘파에 단정히 앉아있었다.
죤슨이 문고리를 걸고 앞에 다가오자 그 녀자는 얼른 일어나 두손으로 죤슨의 목을 휘감으며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교환대에 일러 1시간의 여유를 가진 죤슨으로서는 카롤린의 감정폭발이 너무 빠르게 느껴지는바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유혹의 힘은 강해서 그는 왼팔로 그 녀자의 어깨를, 오른팔로는 허리아래를 감아 들어올리며 입맞춤을 요구했다. 그런데 이 어찌된 일인가. 오늘따라 카롤린은 입술을 주지 않는다. 그때문에 더욱 안달이 난 죤슨이 그 녀자의 얼굴에 단숨을 들씌우며 거듭 시도했으나 카롤린은 이상하게도 얼굴을 이리저리 돌리며 필사적으로 키스를 피했다.
죤슨의 침실 침대머리옆의 작은 탁자우에 놓여있는 전화기가 종을 울려 그를 깨운것이 바로 그때였다.
등을 켜고 시계를 보니 밤 2시, 누가 무슨 일로 걸어온 전화인지는 몰라도 드물게 맛보는 달콤한 꿈을 깬것이 저윽 아쉬웠지만 죤슨은 아쉬움을 털어버리고 모포속에서 팔을 뽑아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걸어온것은 국방장관 맥나마라였다. 맥나마라는 주무시는걸 깨워서 미안하다는 소리를 앞세우더니 송구스러워하는것 같은 조심스러운 어조로 본론을 꺼냈다.
《대통령각하, 상서롭지 못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7함대소속 해군 전자정보수집함 〈푸에블로〉호가… 나포되였습니다.》
《무어?!》 놀라기에 충분한 소식이여서 죤슨은 모포를 밀어제끼며 벌떡 일어나앉았다. 《정확히 말하시오. 〈푸에블로〉호가 언제 어디서 왜 나포되였다는거요?》
대통령의 촉급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맥나마라는 평소의 느린 성미 그대로 조금 지체하고야 입을 열었다.
《아직 더 확인할 여지는 있지만… 토마스 무어제독이 알려온데 의하면 〈푸에블로〉호는 일본시간으로 23일 오후 1시반경에 중부조선의 원산앞바다에서 임무수행중 나포되였다고 합니다.》
토마스 무어는 미해군사령관 겸 해군참모총장이였다.
《중부조선의 원산앞바다면 북조선군에 랍치되였다는 소리가 아니요?》
《북조선군이 아니면 누가 감히 미합중국의 배를 나포하겠습니까? 정말 통탄할 일입니다.》
맥나마라의 어조에서는 세계 제1위의 군사대국인 미국의 막강한 힘으로도 어쩌지 못하는 북조선에 대한 안타까움이 풍기고있었다.
《북조선… 지난해에는 초계정을 수장하더니 또… 그 〈푸에블로〉호가 몇톤급이고 인원은 얼마나 타고있었다오?》
《배는 1000톤급이고 승무원은 83명인가봅니다.》
《아니, 도무지 1000톤짜리 함에 무슨 인원이 그리 많이 타고있었소?》
제2차 세계대전시기 니미쯔
맥나마라는 《푸에블로》호가 수행하는 특수임무와 활동수역 그리고 배에 장비되여있는 최첨단전자설비들을 조작해야 하는 전자정보선의 특성이 그렇게 많은 승무원을 필요로 하는데 대해 설명하였다.
리해되는바는 없지 않았지만 백명가까운 인원이 공산 북조선에 나포됨으로써 미국의 존엄이 그만큼 더 크게 손상된것으로 해서 죤슨은 금시 앙앙불락한 심정이 되였다.
《아무튼 수치요, 수치! 미합중국력사에 승리만을 기록해온 워싱톤이나 루즈벨트대통령이 이 사실을 안다면 무덤을 차고나와 우리들을 꾸짖을것이요! 원자폭탄을 가진 일류 초대국이 조선과 같은 작은 나라에 덜미를 잡혀산다고…》
《각하, 그 말씀을 필요하면 전쟁도 불사한다는 뜻으로 리해해도 되겠습니까?》
맥나마라의 의미심장한 물음에 죤슨은 대답이 서슴어졌다. 서슴어질수밖에 없는것이 전쟁을 불사한다거나 혹은 아니다 하는 한마디 말에 당장 정계와 보도계가 소란스러워지고 윁남전쟁때문에 가뜩이나 복잡한 사회를 더 들추어놓겠기때문이였다. 아직은 정계와 보도계에 언질을 줄 대답은 피하는것이 옳았다.
《그건 안전보장회의결과를 봐야 알겠소. 그러나 현재로서 명백히 말할수 있는건 무슨 수를 써서든 〈푸에블로〉호는 반드시 찾아와야 한다는거요. 그것도 가능한 빨리… 그걸 명심하시오.》
맥나마라와의 통화를 그것으로 끝낸 죤슨은 국가안보담당 보좌관 로스토우를 찾아 《푸에블로》호가 나포된 소식을 알리면서 가능한 빠른 시간안에 국회상하원 군사위원회성원들도 포함한 긴급안보관계자모임을 소집할데 대한 지시를 주고 다시 자리에 누웠다.
잠들수 없었다. 잠은 고사하고 북조선군에 나포된 《푸에블로》호때문에 겪게 될 온갖 시끄러운 일들이 예감되면서 신경이 그냥 곤두서는것이였다. 아무래도 잠자기는 틀렸다는 생각이 들어 그는 일어나 육중한 몸에 잠옷을 걸치고 담배를 피워문채 천천히 침대앞을 오고가며 생각에 잠겼다.
(윁남전쟁만 해도 골치아픈데 저 〈푸에블로〉호문제는 또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가? 빌어먹을 전자첩보선이 혹시 재선의 길에 가로놓인 넘지 못할 장애물로 되는것은 아닐가? …)
올해는 미합중국의 37대대통령선거가 있는 해이다. 죤슨
루즈벨트대통령에 의해 27살때 전국청년국 텍사스주 지도관으로 임명되였던것은 그만두고라도 그는 갓마흔에 상원의원으로 선거되였으며 5년후에는 45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그것도 아주 손쉽게 민주당 원내총무로 취임하였다. 그후 1960년 7월에 있은 민주당 대통령후보지명전에서 케네디에게 패하기는 했지만 케네디의 요청으로 부대통령에 당선되였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1963년 11월 달라스에서 암살된 케네디의 후임으로 대통령으로 승격, 같은해 8월 민주당대회에서 대통령후보로 지명되여 공화당후보 골드워터를 물리치고 당선되여 지금에 이른것이였다.
권력을 위한 음모와 암투의 《천국》인 미국정치무대에서 이처럼 순조롭고 화려한 정치생활경력을 가진 정치인은 찾아보기 힘들다. 남들이 그처럼
가지기 힘든 경력이 자기것이라는 생각은 죤슨으로 하여금 한번만 더 발돋움하면 워싱톤이나 링컨까지는 아니더라도 력대 미국대통령들중 선례를 깨뜨리고 유일하게 4선대통령의 월계관을 써본 프랭클린
루즈벨트 다음에는 갈수 있다는것이 그의 판단이였다. 그가 집무실 벽난로앞에 《대서양헌장》을 손에 든 루즈벨트의 립상을 걸어놓고있는것은 그에
대한 숭배도 있거니와 그 루즈벨트가 늘
허나 이른바 《영웅》이 많은 미국정계에서 재선의 월계관을 따는 길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자그마한 정책적착오가 함정으로 되고 별치 않은 발언상 실수가 엄청난 추문으로 번져 불신임투표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야말로 걸음걸음이 뒤에는 자객이 따르고 앞에서는 복병이 기다리는 위험천만한 길이였다.
그러한 맥락에서 볼 때 이즈막에 죤슨에게는 하나의 큰 고민거리가 있다. 윁남전쟁이 바로 그것이다. 미국의 견지에서 볼 때 윁남전쟁은 《대통령전쟁》이라고 말할만큼 그가 깊이 개입한 전쟁이다. 국회를 무시하면서까지 그가 이 전쟁에 그토록 열성을 보인것은 《승리한 전쟁》을 이끈 치적으로 재선을 용이하게 하려는 숨은 의도가 있기때문이다.
그런데 전쟁형세는 그의 의도를 배반하고 줄곧 나쁘게만 번지더니 최근 더욱 악화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차차 《인질》로 되고있었다. 베트공(남부윁남민족해방전선군)은 농촌과 쟝글에 숨어서 하던 종래의 《토법전투방식》을 버리고 이제는 도시를 포위공격하는 현대전단계에 이르렀다. 사이공이 박격포세례를 일쑤 받는가 하면 미국대사관과 비행장, 미군기지가 공격대상이 되고있는것이 오늘의 윁남전쟁형편이였다.
손실이 커도 이만저만 크지 않았다. 통킹만사건을 기화로 전쟁을 북부에까지 확대한 지난 4년간 지출된 비용이 작년말 현재 4천억딸라를 넘어섰다. 비행기는 2 700여대를 잃었고 미군사상자수는 거의 4만명 계선을 가까이 하고있다. 전선에서의 이러한 손실은 그대로 백악관과 대통령의 무능으로 평가되면서 정계와 사회계의 신랄한 규탄을 불러일으켰다. 백악관에 앉아있는 관리제씨들! 윁남의 쟝글에 미군병사들의 목숨과 딸라를 그만큼 던져넣었으면 만족하지 않는가? 이제는 패전을 인정하고 윁남에서 피묻은 손을 떼라! 미국의 어머니들은 대통령의 전쟁정책을 위해 아들들을 낳아키우지 않았다, 윁남전선에 가있는 내 남편과 아들들을 빨리 집으로 돌아오게 하라!… 이것은 국회연단에서 그리고 수도 워싱톤을 비롯한 온 나라 대도시의 거리들에서 수만군중이 매일같이 시위에 떨쳐나와 웨치는 소리였다.
미해군전자첩보선 《푸에블로》호는 바로 이런 때 주패판의 덧창격으로 북조선에 나포된것이다. 죤슨은 여전히 잠옷바람으로 침대앞을 오고가면서 나포된 전자첩보선이 몰아올 후《폭풍》을 가늠해보았다.
첫 타격은 공화당의 리챠드 닉슨과 로날드 레간이 가해올것이다. 그 두사람은 8월에 있을 공화당전국대회에서 대통령후보로 선출될것을 희망하는
경쟁자들이다. 그들은 미국사회에서 산생되는 모든 불합리와 비행을 백악관의 허점으로 둔갑시키는 묘술을 갖고있다. 그러니 《푸에블로》호사건도
신이 하사한 호기회로 삼고 그 사나운 혀바닥으로 나 죤슨을 아예 걸레짝으로 만들자고들것이다. 두번째로 타격을 가해올것은 같은 민주당출신의
현임부대통령 허버트 험프리였다.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로 있다가 죤슨의 강력한 후원으로 부대통령이 된 그는 다가오는 대통령후보선거에서 승리할것을
목표로 기회마다
세번째 돌은 5년전 달라스에서 암살된 죤 케네디대통령의 동생 로버트 케네디가 던질것이다. 그는 전년에 자기 죤슨과의 의견상이로 사법장관의 직무를 사퇴하고 상원의원으로서 대통령의 대윁남정책의 가장 날카로운 비판자의 한사람으로 되였다. 최근에는 민주당대통령후보선거에 출마할 의향까지 보이면서 바늘끝으로 우벼내듯 백악관의 과실을 낱낱이 파헤치기에 혀를 쉬우지 않고있었다.
그밖에도 하원의원으로서 백악관주인이 되기를 원하는 뉴욕의 유명변호사 죠지 워스터를 비롯하여 돌을 던질 사람은 적지 않았다. 또 거기에 보도계의 온갖 억측과 사회계의 여론까지 더하면 넘어야 할 《시련》의 고개는 록키산줄기처럼 험준할것으로 예상되였다.
하지만 죤슨은 결코 비관만 하지 않고 입가에 회심의 미소를 띄워올렸다.
(그렇다. 형세는 좋지 않지만 역경을 순경으로 만들어야 한다. 윁남전쟁형세는 당장 어떻게 돌려세우지 못한다 해도 나포된 《푸에블로》호는 찾아올수 있으며 꼭 찾아와야 한다. 찾아만 오면 일시 훼손된 수치를 씻는것은 물론 오히려 미국의 막강한 힘과 존위를 세계앞에 시위하게 될것이다. 왜 그뿐이겠는가. 잘하면 그 배로 하여 윁남에서 겪고있는 실패까지도 약화시키게 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