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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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5일 아침이 밝아왔다.

김정일동지께서 지시하신대로 이날 아침에 배포된 당보에는 《미제는 무장간첩선 〈푸에블로〉호 승무원들이 감행한 범죄행위의 책임을 모면할수 없다.》는 제목의 론평이 발표되였다. 이 론평으로 말하면 김정일동지께서 간저녁 늦도록 손수 교열하여 당보편집국에 넘기신것이였다.

무장간첩선 《푸에블로》호 승무원들은 우리 나라를 반대하는 엄중한 범죄행위를 감행하다가 현장에서 붙잡힌 현행범들인것만큼 마땅히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법에 의하여 처리되여야 한다. 지금 《푸에블로》호 승무원들은 자기들의 범죄사실을 자백하고 사죄하면서 관대히 용서해줄것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정부에 거듭 청원하였다.

미제무장간첩선 승무원들이 감행한 범죄행위는 엄중하다. 그보다 더 큰 책임은 그들에게 우리 나라에 대한 정탐과 적대행위를 감행하도록 명령한 미국당국에 있다.

이런 점을 참작하여 우리는 미국측이 해당한 사죄를 하고 그와 같은 적대행위를 다시 감행하지 않겠다는것을 담보하면 무장간첩선 《푸에블로》호 승무원문제만은 좀 관대하게 처리할수도 있을것이다. 이것은 범죄조직자로서의 회피할수 없는 책임이며 또한 응당 지켜야 할 초보적인 도리이다.

그런데 미제는 엄연한 범죄사실을 뻔뻔스럽게 부인하면서 주권국가의 령해에 침범하여 적대행위를 감행하다가 나포된 무장간첩선과 승무원들을 거저 돌려보내라고만 생억지를 쓰고있다.

그들은 흑백을 완전히 전도하여 마치 우리가 사태를 복잡하게 만들어 긴장상태를 격화시키고있는듯이 떠들고있다. 이것은 미제국주의자들이 타국에 대한 침략을 감행할 때마다 쓰고있는 세상에 드러난 상투적수법이다.

최근에는 승무원들을 돌려받은 후에 그 진상에 대한 《조사》를 하겠다느니, 국제재판소와 같은 그 어떤 국제기구에 《조사》를 맡기자느니 하는 등 황당하기 짝이 없는 여론까지 류포시키고있다.

이 얼마나 파렴치한 주장인가.

미제국주의자들이 위협이나 세계여론을 기만하기 위한 술책이나 희롱으로써 그 무엇을 얻으려고 타산한다면 그것은 망상이다.

만약 미국이 지금과 같은 태도를 버리지 않는다면 우리는 부득불 그들 승무원들에 대하여 다른 조치를 취할수밖에 별도리가 없게 될것이다.

오늘 미제무장간첩선 《푸에블로》호 승무원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있는 책임은 전적으로 미제에게 있으며 이 문제가 앞으로 어떻게 해결되는가 하는것은 그들의 태도여하에 달려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정부의 드팀없는 립장을 담은 이 론평은 조선중앙통신과 중앙방송으로도 세상에 공개되였다.

프랑스통신 에이에프피, 미국통신들인 에이피, 유피아이도 론평의 중요내용을 입수하여 광범히 보도하였다. 에이피통신은 3차, 유피아이는 단신으로 4차에 걸쳐 보도하였으며 다음에는 10분이상의 상세한 보도를 하였다.

서도이췰란드의 자유방송은 《푸에블로》호사건을 통하여 미국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반대하는 엄중한 도발을 감행하였다는것이 드러났다, 이것은 최근에 공개된 승무원들의 자백과 기록영화, 편지들 및 기타 자료들에 의해 확증되였다, 죤슨이 저들의 범죄행위가 더욱더 폭로되는것이 두려워 간첩선승무원들의 공개서한을 비밀에 붙이고있었다는것이 명백해졌다고 폭로하였다.

이딸리아방송도 미제무장간첩선 《푸에블로》호사건이 미제의 계획적인 도발에 의해 발생한 사실임을 상기시키고 이 문제의 해결은 미국이 자기의 범죄행위를 인정, 사죄하며 앞으로 다시는 그와 같은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담보를 줌으로써만 해결될수 있다고 강조하였다.

한건의 론평이 앞서 시작한 진행중의 대외선전과 내용적으로 합쳐지면서 온 세계에 파문을 일으켜나가고있었다.

 

×

 

한편 그날 오후 첫 시간에 김일성동지께서는 예견된 일정대로 면담실에서 쏘련특명전권대사 쑤다리꼬브를 접견하시였다.

접견석상에는 박성철외무상과 함께 통역으로 서기 최송림이 동석하였다.

《요새 환절기여서 류행성감기가 도는데 대사관에 앓는 동지들은 없습니까? 부인들이랑…》

《예. 귀국의 의료일군들이 미리 예방주사를 놓아주어서 모두 건강합니다. 말하자면 김일성동지께서 내놓으신 예방의학정책의 덕을 입는다고 하겠습니다.》

외교무대에서는 이런 꿀발린 말에 경각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그건 내가 내놓았다기보다 우리 당이 내놓은 정책이라고 하는것이 정확합니다.》

그이께서는 미소속에 대사의 말을 가볍게 정정하시였다.

《어쨌든 귀국의 의학정책은 훌륭합니다. 만일 의료정책만으로 공산주의를 건설할수 있다면 조선은 우리 쏘련보다 공산주의사회에 먼저 도달하리라는것이 제 개인적소감입니다.》

이 사람이 어쩌자고 마주앉아 이런 귀간지러운 소리만 자꾸 하는것인가. 이런 때 대화상대방에 나는 바쁜 사람이니 딴소리는 그만두고 할소리나 합시다 하는 뜻을 알리자면 시계를 보면 된다. 하지만 그것은 실례되는 방법이기도 해서 그이께서는 차라리 은(말)을 피하고 금(침묵)을 택하시였다. 그제야 쑤다리꼬브도 다소 들뜬것 같던 기분을 눅잦히며 심중해졌다.

《저는 김일성동지께 두가지 문제를 제안하려고 하는데 물론 두 문제는 다 우리 지도부의 의향입니다.》

쑤다리꼬브는 본론에 앞서 그렇게 뒤부터 꽁꽁 다지였다.

《어서 말씀하시오.》

김일성동지.》 하려고 하는 제안에 무게를 실으며 대사는 정중하게 말씀드리였다. 《우리 브레쥬네브총비서동지는 김일성동지께서 모스크바를 방문해주실것을 희망합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내심 놀라운바가 없지 않으시였다. 쑤다리꼬브대사가 무슨 일로 접견을 요구하겠는가 하는 문제를 여러가지로 추측해보시였지만 이런 요청이 있으리라고는 종시 예견 못하신 그이이시였다.

《그건 감사한 요청인데 내가 모스크바에 가야 할 리유는 무엇입니까?》

〈푸에블로〉호사건의 전망을 토의하자는것으로 저는 알고있습니다.》

〈푸에블로〉호사건의 전망토의라…》

여유있는 어조로 대사의 말을 받아외우신 김일성동지께서는 오른손 손가락으로 영접탁을 가볍게 두드리며 생각에 잠기시였다.

(그렇다면 브레쥬네브의 이 갑작스러운 초청에 어떤 대답을 주어야 하는가?…)

《푸에블로》호사건의 전망과 관련하여서는 시간이 응당한 결론을 내리겠지만 현재로서는 어떻다고 단정하기 힘들었다. 따라서 론의할 여지가 있는것은 사실이고 그런 의미에서는 브레쥬네브의 초청을 수락하고 모스크바를 방문하실 생각도 없지 않으신 그이이시였다. 쏘련지도자들을 만나면 《푸에블로》호사건말고도 론의할 문제가 적지 않았다. 체스꼬슬로벤스꼬를 비롯한 동유럽사회주의나라들 내부의 복잡한 사태, 국제공산주의운동과 사회주의나라 당들사이의 의견상이, 싸우는 윁남을 지원하는 문제. 반제반미투쟁에서 나서는 공동의 전략과 전술수립… 깊이 론의하고 리해를 도모해야 할 중대사들이 참으로 많았다.

하지만 그이께서는 선뜻 결심을 내리게 되지 않으시였다. 큰 산이 진동하여 쥐 한마리라는 말이 있다. 현재 조미관계가 아무리 칼과 칼이 맞선것처럼 첨예하고 지어 3차대전의 발화점이 될수 있다는 불안까지 자아낼 정도로 세상에 널리 알려진 대결상황이기는 하지만 그 출발점에 있는것은 한척의 미국무장간첩선과 선원들이였다. 그런 보잘것 없는 간첩선이 빚어낸 정세의 전망을 론의하기 위해 세상의 눈길을 받으며 외국을 방문한다는것은 그것이 외교상의 문제이기 전에 나라의 존엄에 관한 문제였다. 게다가 공화국창건 20돐을 앞두고 할 일이 산적되여있는 환경인것이다.

《또 어떤 문제가 있습니까?》

그이의 물으심에 대사는 어째선지 열적은 인상을 지으며 좀자르는 눈치더니 힘들게 입을 열었다.

《이건 정확히 말하면 우리 쏘련국방성의 요청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우리 국방과학부문의 전문가들이 귀국에서 나포한 미국간첩선 〈푸에블로〉호의 전자도청장치들을 조사연구할수 있게 허락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우리 국방성에서는 그 배에 설치된 전자정탐기재들이 아직은 쏘련도 도달하지 못한 첨단과학기술의 집산일것으로 보고있습니다.》

땀이 나는지 쑤다리꼬브는 양복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이마를 몇번 눌렀다. 하기는 땀이 날것이다. 지구땅덩이의 륙분의 일을 차지하고 초대국을 표방하고있는 나라의 대사로서 조선과 같은 작은 나라에 뭘 좀 볼수 있게 승인해줍소 하고 머리를 숙이자니 왜 땀이 나지 않으랴. 나라나 사람이 존엄을 잃고보면 이렇게 처량하고 비굴해지기마련인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쏘련국방성의 요청을 두고 잠시 생각에 잠기셨던 김일성동지께서 말씀하시였다. 《모스크바를 방문하도록 초청해주는것은 매우 감사합니다. 그런데 유감이지만 나는 지금 조국을 떠날 형편이 못됩니다. 대사동무도 잘 아는바이지만 문제의 〈푸에블로〉호때문에 현재 우리 나라의 군사정치정세가 의연 긴장합니다. 거기에 우리는 올해에 공화국창건 20돐을 성대히 경축하기로 이미 당정치위원회에서 결정한바도 있어 그야말로 할일이 산같이 쌓여있습니다. 이런 형편에 내가 조국을 떠날수 없다는건 당신도 리해하리라고 봅니다.》

《…》

쑤다리꼬브는 입을 꾹 다문채 얼굴에 실망감을 띄워올렸다.

《쏘련국방과학전문가들이 간첩선을 조사연구하는건 좋도록 합시다. 내가 해당 부문에 얘기해주겠으니 우리 외무성과 련계를 가지고 필요한 인원들을 불러다 조사하면 되겠습니다.》

결국 절반이 승인되고 절반이 거절된셈인데 거절된쪽의 저울추가 더 무거운지 쑤다리꼬브대사의 인상은 밝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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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 해외 - 학생 - 2021-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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