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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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서 떠난 검은색승용차 한대가 련못동로타리를 빠져 순안쪽으로 나가고있었다. 포장도로가 고르지 않아 들출 때마다 해빛에 번쩍거리는 이 승용차로 말하면 기계공업상의 직무차다. 하지만 지금 운전사 옆 앞좌석에는 차주인이 아니라 한승우부상이 앉아있는데 그는 출장차로 쏘련과 뽈스까에 갔다가 귀국하는 상을 마중하러 비행장으로 가는 길이였다.
거의 한달만에 조국으로 돌아오는 상이였다. 상이 그렇게 오래 외국에 나가있은것은 출장지가 두개 나라인것도 있지만 귀국을 앞두고 모스크바에서 담낭이 말썽을 부려 수술까지 받느라고 지체되였기때문이다.
모스크바-평양간 정기려객기는 승용차가 항공역에 도착하여 40분나마 기다린 11시 50분에야 동음을 앞세우고 먼 서북쪽하늘가에 자태를 보이더니 드디여 착륙하였다.
비행장은 활기를 띠였다. 승강대차가 뒤걸음으로 비행기출입문밑에 접근하여 멈춰서자 승객들이 내리기 시작했다. 모두 외국출장자들이라 차림새와 몸가짐이 점잖고 세련되여보였다. 외국인들도 적지 않았다. 상은 마감손님으로, 그것도 안내원의 부축을 받으면서 지팽이까지 짚은 모습으로 출입구에 나타났다. 아직도 수술부위가 켕기는지 왼손으로 배허벅을 누른채 힘들게 승강대를 내려왔다.
《원, 펄펄 뛰는 상동무를 바래웠는데 지팽이를 짚고 돌아오시다니요.》
수술후과로 피기를 싹 잃은 상의 해쓱한 얼굴을 대하고보니 한승우는 어이없기도 해서 인사를 한다는게 그렇게 시까스르고말았다.
《망할놈의 열주머니가 제 집에선 얌전해있다가 남의 나라에 가서 그런 망종을 부릴줄 어찌 알았겠소. 하필이면…》
《그래두 수술결과가 좋으니 다행입니다. 우린 상동무가 아직 몇주일 더 있어야 올줄 알았습니다.》
한승우의 말에 상은 지팽이를 왼손에 옮겨쥐며 말했다.
《손님은 뒤꼭지가 고와야 한다는데 남의 나라에 가서 그리 오래 있으면 어떡하오, 빨리 와서 일을 해야지.》
그러는 사이에 출장을 같이 갔던 대외경제부일군이 수고스럽게 상의 트렁크며 멜가방을 찾아다주어서 짐칸에 싣자 차는 떠났다.
《
《건강하십니다. 그간 우리 성 사업과 관련해서 교시를 두번이나 주셨습니다.》
《그래? 그 참 반가운 소식이구만.》
《지난 26일에는 탄광, 광산들에서 쓸 자외선등과 인민군대 구분대들에 적합한 랭동설비시제품을 만들데 대한 과업을 주시였고 엊그제는 친히 부르시여서 가니 어뢰정을 국산자재로 만드는 문제를 연구해볼데 대한 과업을 주시였습니다.》
《아니, 어뢰정을 국산자재로 만든단 말이요?》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문제여선지 상은 사뭇 놀라는 기색이였다.
《
김일성동지의 뜻을 마음속에 깊이 새기는듯 상은 깊은 생각속에 여러번 고개를 끄덕이더니 감심한 어조로 말하였다.
《
《〈DU-13〉이 튀다니요. 계약 말입니까?》
한승우는 신경이 벌떡 일어서는 느낌이였다.
《…》
상은 입이 써서 말이 안 나가는지 생콩씹은 인상으로 고개만 끄덕거렸다.
《아니, 그 사람들이 왜 그런답니까? 제편에서 계약을 요구해 항목까지 찍어보내구선… 그걸 상기시켰습니까?》
《상기시키기만 했겠소? 눈을 흘기며 책상을 두드리기까지 했지만 아예 절벽이요.》
상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한즉 그 사람들이 계약을 물리는 리유는 뭡니까?》
《글쎄 그걸 잘 모르겠더란 말이요. 화를 내며 따지고드니 대방이 하는 말인즉 손가락을 세워 천정을 가리키며 거기의 의도가 그렇기때문에 자기로서도 별수 없다는거요.》
《그 〈우〉라는건 지도부라는 소립니까?》
그렇다는 의미로 상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을 이었다.
《이미 계약된 량중에서 미납된것은 상반년중에 넣어주겠다오. 그러나 하반년부터는 새 가격으로 그것도 꼭 파운드나 딸라로만 받겠다는데 그 〈새 가격〉이란게 어떤겐지 아오? 딸라로 환산해서 톤당 1 400을 내라오.》
《아니, 그거야 자본주의시장가격보다도 비싸지 않습니까?》
《톤당으로 380을 더 붙인셈이지.》
《허참!…》 한승우는 어이없어 말이 다 나가지 않았다.
《DU-13》으로 말하면 군수공업, 특히는 전투함선을 건조하는데서 반드시 필요하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아직 생산하지 못하는 특수합금이였다. 그래 이제껏 아연과 마그네샤크링카를 대치물자로 주는 조건으로 쏘련에서 들여다썼는데 쏘련사람들이 갑자기 무슨 심술이 났는지 파운드나 딸라로, 그것도 자본주의시장가격보다 비싸게 받겠다니 기막히지 않을수 없었다.
《그런걸 난 반대루 생각했습니다. 내부의 정치정세로 보아 뽈스까에서는 계약이 좀 난항을 겪겠지만 쏘련에서는 순조로울거라고…》
한승우는 최근 론의되는 뽈스까의 정치정세에 대해 물었다.
《말이 아니요. 중요도시들에서 대학생들의 시위가 그치지 않는데다 일부 공장, 기업소들에 조직된 소위 로동자위원회가 그들을 지지하는것이 문제요.
대사관동무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니 지난주에 와르샤와종합대학이 문을 닫았고 최근에는 사교들이 개혁과정을 촉진한다면서 조정자로 당국과의 교섭에 나섰다는지… 한마디로 혼란상태요.》
그러는 동안에 시내에 들어와 모란봉을 넘어선 승용차는 옥류교를 건너 성청사에 도착하여 한승우를 내려놓고 상은 그냥 태운채 되짚어 옥류교를 건너갔다. 내각에 가서 출장보고를 해야 했기때문이였다.
당위원회에 들려 상의 도착소식을 알린 뒤 사무실에 들어선 한승우는 일감들을 펴놓고 전화기에 매달려 성산하 몇개 공장, 기업소의 생산실태며 걸린 문제를 알아보았다. 그러나 일이 더 손에 잡히지 않아 재털이를 당겨다놓고 담배만 태우며 생각에 잠겼다. 무엇보다 마음을 번거롭게 하며 시름을 자아내는것은 《DU-13》계약이 튄 사실이였다.
그는 쏘련사람들을 리해할수 없었다. 하반년도계약을 조정갱신하자면서 항목까지 찍어 의뢰해온것은 다름아닌 쏘련측이였다. 그런데 이제와서 대치물자대신 딸라가 아니면 파운드로만 결재하자고 하면서 그것도 자본주의시장가격보다 더 비싼 값을 부르니 이는 거래를 하자는 립장이 아니라 대방을 골탕먹이려고 작정했거나 거래를 파탄시키자는것이라고밖에는 달리 볼수 없는것이였다.
(왜? 무엇때문에 쏘련사람들이 갑자기 이렇게 나오는가? 딸라나 파운드로만 꼭 받겠다는건… 경제발전과 관련하여 외화가 절실히 필요해선가? 그럴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 두 나라는 린방으로서 우호협조 및 호상원조에 관한 조약까지 맺은, 제국주의반동들이 침략을 꾀한다면 한전호에서 함께 싸워야 할 사회주의적동지관계에 있다. 몇푼의 외화보다 백배로 중요한것은 바로 이것이며 쏘련은 무엇보다도 이 점을 중시해야 할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지금 돈을 앞에 놓고있다. 동지적 관계같은건 개나 물어가라 하고 자본주의시장의 투기군들보다 더 가혹한 값을 부르고있다. 왜 이러는가? 도대체 그들이 바라는것이 무엇인가? 혹시 아직도 우리를 쎄브에 얽어매려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그쪽으로 유도해보자는 술책의 하나인가?…)
한승우는 상상이 미치는 한 많은 물음을 제기하고 풀이해보았다. 했으나 종시 이렇다할 대답을 찾을수 없었는데 그것은 점심시간이 지나 상이 돌아와서야 해명되였다.
상은 그와 성당비서가 있는 자리에서 김일 내각제1부수상한테서 들은 소리라면서 이런 말을 했다.
《…같은 사회주의나라간 문제라서 공개하지 않아 그렇지 지금 〈푸에블로〉호사건을 계기로 우리와 쏘련과의 관계가 아주 팽팽해졌다는구만. 〈푸에블로〉호사건과 관련한 쏘련사람들의 립장은 배와 선원들을 미국에 돌려주고 있을수 있는 〈보복〉과 전쟁을 피하라는것인데 아마 백악관으로부터 그런 청탁을 받았다는것 같소.
그걸 우리한테 납득시키느라고 브레쥬네브가
《그러니 쏘련사람들이 이번에 외화를 운운하며 계약을 파기하다싶이 한건 〈푸에블로〉호를 미국에 돌려주라는 〈권고〉를 듣지 않는데 대한 제재이고 압력이다, 그겁니까?》
선뜻 믿어넘기기에는 너무도 심각하고 가슴떨리는 일이여서 한승우는 어망결에 물었다. 상은 고개부터 끄덕였다.
《김일제1부수상은 그렇게 보고있소. 쏘련사람들이 우리와 체결한 우호협조 및 호상원조에 관한 조약은 순수 방위적인것이기때문에 조선에서 전쟁이 일어나더라도 〈원조〉를 하지 않겠다는 소리를 내놓고 한다니까 더 말해 무엇하겠소.》
《?!…》
한승우는 보이지 않는 드센 손바닥에 귀쌈을 호되게 얻어맞은 기분이였다. 아니, 그보다는 든든히 믿고 의지하던 마음속의 어떤 버팀목이 갑자기 뚝 부러지면서 졸지에 의지점을 잃고 허망 진창에 나동그라진 느낌이라고 하는것이 더 정확할것이다. 그럴만큼 《푸에블로》호사건과 관련하여 쏘련지도부가 취하고있는 립장이나 행태가 그에게 주는 충격은 큰것이였다.
(어쩌면 쏘련사람들이 그럴수 있는가. 우리와 맺은 우호협조조약이 순수 방위적인것이기에 조선에서 전쟁이 일어나도 원조를 하지 않겠다는 소리를 내놓고 하다니… 그래 그들에게는 미국의 체면을 봐주는것만이 중하고 사회주의형제국가들간의 친선과 의리는 중요치 않다는 말인가? 어찌하여 쏘련지도부는 미국의 허장성세앞에서 그리도 쉽게 사회주의적신념도 존엄도 다 꺾고 정치적무기력자처럼 벌벌 기며 허둥거리는것인가? 그 광대무변한 령토며 레닌의 이름과 함께 자랑높은 혁명력사, 유구한 문화와 풍부한 사회주의건설경험, 퍼내고퍼내도 마르지 않을 자원, 막강한 군사력… 도대체 무엇이 없고 어디가 허약하여 미국앞에서 그토록 자세를 낮추고 비굴하게 처신한단 말인가?…)
쏘련지도부가 의연 수정주의로선을 추구하면서 미국에 추파를 던지고있는줄은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하지만 우호협조조약까지 맺은 같은
사회주의나라이고 린방인 조선의 존엄과 자주권을 침해하면서까지 미국에 아부할수 있다고 생각해보지 못한 한승우로서는 정말이지 쏘련지도부의 립장에
분노를 금할수 없었다. 그리고 그처럼 신의없고 비겁하고 리기적인 무기력한 나라를 모든 면에서 강국이라고 여기며 지금껏 기대를 품고있은
(그래, 나는 이제껏 쏘련을 의지처럼 여기며 믿어온바가 없지 않다. 경제와 과학기술발전은 물론 모든 령역에서 희망으로, 모범으로 삼고 따라배워야 할 선진국이라는 견해를 가지고있었다.
그뿐이 아니다. 전쟁이 일어나도 그들이 한전호에서 함께 싸워줄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지어 나는 우리의 이웃에 쏘련이라는 대국이 있는걸 다행스럽게 여기며 그들과는 뭘 좀 손해를 보더라도 절대로 관계를 나쁘게 가지지 않는게 옳다는 생각까지 했더랬으니 나야말로 진정 얼마나 정치적으로 암둔하고 쓸개빠진 인간인가!…) 그는 지난 정초 모스크바에 출장갔다가 귀국하는 날 아침 정창환대사가 하던 말이 생각이 났다.
《…내 부상동무보단 이 나라를 좀 더 아는 립장에서 진심으로 권고하는데 다른건 몰라도 군사면에서만은 절대 기대를 가지지 마시오. 나는 지난 조국해방전쟁때 락동강까지 갔다가 그들이 우리가 요구하는 무기를 제때에 보내주지 않아서 전략적인 일시적후퇴를 하던 생각을 하면 지금도 속에서 피가 떨어집니다.》
그때 한승우는 정창환의 말이 일리는 있지만 그가 배타심에 가까운 편견으로 쏘련을 잘못 평가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제 와서 그는 정창환이 진실로 옳았음을 인정하지 않을수 없었다. 나포한 간첩선을 미국에 돌려주지 않는다고 경제거래를 비틀며 압력을 가해오는 사람들과 한전호에서 싸울수 없으며 그들을 믿어야 얻을것이 없다는것은 너무도 자명한 리치였다.
(아, 내 머리속에 당의 사상과 배치되는 그런 위험한 환상이 자리잡다니. 도대체 나는 쏘련의 무엇을 보고 무엇에 현혹되여 그렇게 넋을 잃고 숭상하였던가!…)
부끄러웠다. 아니, 가슴이 떨렸다. 조금 더 탈선했으면 본의는 아니더라도 아주 엄중한 사상적과오를 범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