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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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동지의 지도밑에 내각회의실에서 진행된 성, 중앙기관 부책임자이상급일군들의 회의는 저녁 8시가 넘어서 끝났다. 당면한 전쟁준비에서 나타나고있는 일련의 편향들을 바로잡고 경제사업을 보다 활성시키기 위한 대책을 토론한 모임이였다.

상이 외국에 출장가고 없는 관계로 혼자 두몫으로 회의에 참가한 한승우는 사람들속에 섭쓸려 마당에 나오자 타고온 승용차를 찾아 성에 돌려보내고 자신은 퇴근하려고 걸어서 옥류교쪽으로 올라갔다. 이제 성에 들어가 일손을 잡기에는 반지빠른 시간이기도 하거니와 혼자 걸으며 회의에서 하신 수령님의 교시와 자신이 받은 비판의 의미를 되새겨보고싶었다.

장대재언덕밑을 에돌아 천천히 걸으며 한승우는 무거운 마음으로 회의과정을 더듬어보았다. 오후 4시반경부터 시작된 회의에서 김일 내각제1부수상이 제기한 보고에 의하면 여러 분야에서 나타난 편향들이 적지 않았다.

많은 성, 중앙기관들이 전쟁준비에만 몰두하면서 생산지도를 똑똑히 하지 않은 결과 당면한 2월인민경제계획수행이 중순에 이른 지금 40프로계선에도 이르지 못한 형편이였다. 금속공업성과 경공업성을 비롯하여 생산계획을 특히 많이 미달하고있는 단위들을 보면 책임일군들이 생산지도를 결론권이 없는 아래사람들에게 맡겨놓고 자신들은 소개지만 찾아돌아가면서 산하 공장, 기업소들을 관심하지 않은것이 주되는 편향이였다.

상과 부상들이 그렇게 들떠서 아래단위들을 돌보지 않은 결과 방직 및 제지공업성산하 혜산방직공장에서는 국가계획지표인 방수포생산을 중지하고 공장자의대로 마대직을 수천메터나 짜서 염색했는가 하면 철도성아래 원산철도공장에서는 1 000여명의 로력을 생산에서 떼내여 전호를 파는데 동원시키고 화차수리용목재 수백립방을 전시후방기지를 꾸리는데 류용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상기편향들과 관련하여 김일성동지께서는 문제를 심각하게 세우시였다.

《전쟁준비를 한다고 하면서 생산을 줴버리는것은 승리가 아니라 패배를 준비하는것이나 다름없는 어리석은짓이요. 그래서는 안되오. 전쟁준비를 잘하는데서 기본은 생산을 많이 하는것이요. 우리는 군사적준비를 잘해나가는것과 함께 생산을 계속 힘있게 밀고나가야 전쟁에서 이길수 있소.

동무들은 거의다 전쟁을 겪어본 사람들인데 왜 그 단순한 리치를 망각하고있는지 정말 리해되지 않소. 우리는 래일 당장 전쟁이 일어나더라도 오늘 밤까지는 건설하고 생산을 해야 하오, 생산과 건설을. …》

발로된 다른 하나의 엄중한 편향은 일부 성, 중앙기관 및 도급기관들이 전시예비물자를 확보한다고 하면서 상품공급체계를 헝클어뜨리고 인민생활에 지장을 준것이였다. 적지 않은 성들에서 도매소와 상점들을 훑다싶이 하면서 된장, 간장으로부터 소개지에 나가 쓸 천과 신발을 비롯한 생활필수품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이 끌어들였는지 성 정무원들이 몇해를 쓰고도 남을 정도라니 공급체계에 이상이 생기고 인민생활에 불편이 조성되지 않을수 없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노여움을 금할수 없으시였다.

《동무들이 인민생활을 뭘로 만들자고 이런짓들을 하오? 지금 전쟁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인민들은 안중에 없이 만수 북산에 량초쌓듯 한다는 격으로 저마끔 끌어들여 쌓을내기만 하니 전쟁이 일어나면 인민들을 어떻게 건사할 작정이요? 정말 한심하거던.… 인민들을 생각하지 않고 제살궁리부터 하다니… 틀려먹었소.

동무들이 오늘 이 자리에서 똑똑히 알아둘 필요가 있소.

전쟁을 누가 하는가? 전쟁은 군대와 인민이 하오. 전선과 후방에서 피를 흘리고 땀을 흘리며 승리를 가져오는건 다름아닌 그들, 군인들과 인민들이요. 간부들이 아니란 말이요!》

그렇게 나타난 편향의 매 실례들을 다시 하나씩 짚어가며 현상뒤에 감추어진 본질과 성격, 유해함을 분석해나가시던 그이께서는 문득 철도상을 불러세우시였다.

《동무넨 어떻게 된셈이요?》 그이의 말씀이시였다. 《동무야 전쟁때 해방지역에 전권대표로 나가 불비속에서 전시수송을 보장한 사람인데 그 패기는 다 어따 불어먹구 이런 비겁쟁이가 됐소?》

말씀끝에 그이께서는 손으로 앞에 있는 편향자료들을 뚝뚝 두드리시였다.

《…》

철도상은 총이 세서 뻗두룩이 일어선 희슥희슥한 머리를 깊이 숙였을뿐 대답을 올리지 못했다. 하기는 할말이 있을수 없었다.

내각에서 발표한 소개단위중에는 철도성이 포함되여있지 않았다. 그러나 철도성일군들은 다른 성들이 소개지로 나간다면 자기들도 평양을 떠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평양에는 종합사령실이나 련락소 같은것만 있으면 된다고 보았다. 그래서 자기들도 소개지를 가져야 하겠으므로 승인해달라고 내각에 여러번 제기했는데 토론해보자, 토론해보자 하면서 종시 결론을 주지 않더니 오늘 그것을 문제로 삼은것이였다.

《철도성은 전쟁이 일어나면 전시수송을 조직하고 지휘해야 하오. 그것도 바로 여기 평양에서 말이요. 군수물자와 식량이 저절로 전선에 실려나갈수 없고 전시생산을 위해서도 수송조직과 지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거야 어느 쪼꼬만 산간역 전철원도 알수 있는 문제가 아니요?》

《…》

《소개되지 않는건 동무네만이 아니요. 최고사령부는 물론이고 당중앙위원회와 내각도 다 평양에 남아있소. 그런데 동무들은 뭐 사령실이나 련락소 같은것만 남겨두고 소개지에 가있겠다?…

옳지 않소. 동무네 철도성의 소행은 전쟁공포증의 발로라고밖엔 달리 볼수 없소.》

고개를 깊이 숙인채 일언반구 못하는 철도상을 앉히신 그이께서는 앞에 펼쳐져있는 편향자료에 다시 눈길을 떨구시였다. 그리고 얼마후 자료철을 조금 밀어놓으시며 화학공업상과 기계공업상을 함께 찾으시였다. 보고에 결함이 두 항목(전시물자를 거의 3년분이나 확보한것과 청사정문에 바리케드를 쌓은 문제)이나 올라있기에 비판을 피할수 없으리라 예견하고있던차라 한승우는 화학공업상이 일어나기를 기다려 슬며시 따라 일어섰다.

《동무넨 이게 또 뭐요?》 자료에서 눈길을 떼며 수령님께서는 어이없는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아주 멋있구만. 빠리콤뮨용사들처럼 청사앞에 바리케드를 쌓아놓고 누굴 상적해서 싸우자는거요? 바리케드에 뭐 총안까지 있다며?》

《…》

《…》

《말해보오. 큰 맘먹고 바리케드를 쌓았을 때에야 그럴만한 어떤 아주 훌륭한 리유가 있었을게 아니겠소?》

같은 결함으로 함께 일어나기는 했지만 한승우는 화학공업상이 말씀을 잘 올려서 이 곤경을 막아주었으면 하는 속생각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 믿었던 도끼에 발등찍힌다는 격으로 갑자르던 끝에 한다는 화학공업상의 대답이 오히려 기계공업성을 더 깊은 궁지에 몰아넣는것이였다.

《사실 저희들로선 무슨 이렇다할 리유같은게 있어서 바리케드를 시작한건 아니였습니다. 굳이 리유라고 한다면… 실은 이웃에서 쌓더라니 덩달아… 전투적인것 같기에…》

말씀을 드리느라니 스스로도 부끄러운 생각이 드는지 화학공업상은 얼굴을 붉히며 말꼬리를 여물구지 못했다. 숲을 스치는 바람소리마냥 여기저기에서 가벼운 웃음이 일었다. 수령님께서도 미소를 금치 못하시였다.

《이웃에서 쌓길래 덩달아 쌓았다? 게다가 전투적인것 같아서… 하니 선코는 결국 기계공업성에서 뗐다는 소린데 그렇다면 한승우동무, 동무가 말해보오. 동무넨 뭘 어쩔 작정으로 그걸 쌓았소?》

《…》

한승우는 이마에 땀발이 서는것을 느꼈다. 대답을 올린다면 방공호를 파기보다 바리케드를 쌓는것이 보다 적극적인 전쟁준비라고 생각했고 또 그것을 통해 성 정무원들이 결사의 각오를 했음을 보여주자는 의도가 없지 않았다는데 대해 솔직히 말씀올릴수 있었지만 어째선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미전에 그들의 바리케드공사를 《한가한 짓거리》, 《어처구니없는 놀음》이라고 일축한, 지금 수령님과 얼마쯤 사이를 두고 앞에 앉아있는 김일제1부수상의 입이 두려웠다.

그의 말 못하는 심정이 리해되시여 수령님께서는 더 따지지 않고 앉으라고 하신 후 잠시 동안을 두었다가 말씀하시였다.

《우리가 평양시를 비롯하여 주민지역들에 대피호를 파라고 하는건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있을수 있는 적비행기의 공습을 피하자는데 목적이 있소. 동무들도 다 겪어본 일이지만 지난 조국해방전쟁시기 비행기가 없는탓에 하늘을 내주고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었소. 그때 온 나라가 다 같은 참변을 겪었지만 평양시와 청진, 신의주, 개천이 제일 큰 재난을 겪었소. 대폭격이 있은 뒤 페허가 된 평양시내를 돌아보면서 기막히던 생각을 하면 나는 지금도 분이 치밀고 이가 갈리오.

물론 전쟁이 다시 일어난다고 해서 그때처럼 적기가 우리 하늘에 마음대로 들어와 폭탄을 떨구며 돌아치지는 못하겠지만 하더라도 하늘이란건 지상과 달라서 대피호는 꼭 준비해두어야 하오.》

김일성동지께서는 목마름을 느끼시여 차반을 당겨 물을 한모금 마시고 말씀을 이으시였다.

《하늘은 그렇다치고 화학공업성과 기계공업성에서는 적지상군이 자기네 청사로 돌입해오는 경우를 예견하고 바리케드전을 준비했는데 이걸 어떻게 보아야겠는가?

비행대라면 몰라도 적지상군이 화학공업성과 기계공업성을 점령하자면 우선 전선을 돌파하고 아군주력을 구축하면서 평양까지 밀고들어와야 하오. 일이 그렇게 번지면 지난 조국해방전쟁시기 평양을 내주고 전략적인 일시적후퇴를 하던 때와 같은 형세가 조성되는데… 만일 그렇다면 하나 묻기요. 우리가 평양에서 적지상군과 바리케드전을 해야 할 처지라면 이제껏 허리띠를 조이며 군대를 강화하고 인민을 무장시키고 나라를 요새화한 의의가 어디 있소? 또 지금 경제건설과 국방건설을 병진시킬데 대한 당의 로선을 관철하느라고 애를 쓰는건 무엇때문이요?》

대답할 인물을 찾으시듯 수령님께서는 이쪽저쪽 장내를 둘러보시다가 말씀을 이으시였다.

《화학공업성과 기계공업성 일군들은 전쟁준비와 관련한 당의 의도를 아주 잘못 리해했고 전쟁관점도 바로서지 않았소. 바리케드를 쌓은것이 그 증명이요. 내가 이렇게 말하면 동무들은 혹시 억울해할수도 있소. 우리는 한목숨을 서슴없이 바칠, 그야말로 결사의 각오를 하면서 바리케드를 쌓았는데 당의 의도를 잘못 리해하고 전쟁관점도 틀렸다니 이건 비판치고 너무 과하지 않은가 하고 말이요.

하지만 그게 아니요. 동무들은 바리케드를 쌓으면서 최후의 결사전을 각오했을수도 있지만 실상 그건 뒤집어놓은 전쟁공포증이지 다른 아무것도 아니요.》

그이께서는 잠시 동안을 두었다가 결론적으로 말씀하시였다.

《동무들은 이걸 알아야 하오. 우리는 필요하면 결사전을 각오할수도 있소. 하지만 결사전보다 더 좋기는 적을 때려부시고 승리할 생각부터 하는것이요. 승리… 전쟁을 준비하면서 승리를 목적해야지 결사전부터 각오하는건 벌써 정신적으로 지고들어가는것이나 같소. 우리가 화학공업성이나 기계공업성의 바리케드를 나쁘다고 하는건 거기서 바로 그런 요소, 다시말하여 패배주의냄새가 나기때문이요.》

김일성동지께서는 다시 차반의 물고뿌를 들어 목을 추기시였다.

《우리가 미제와 싸워이기지 못할 조건이 무어요? 당과 인민이 있고 튼튼한 자위적국방력에 의거하여 제땅에서 싸우는데 왜 이기지 못하겠소.

중요한건 신심과 배짱이요.

김일동무를 비롯해서 여기 더러 아는 동무들도 있겠는데 전쟁때 우리는 최고사령부에서 배구도 치고 지어는 축구경기까지 했소.

그게 언젠고 하니… 그래, 최고사령부가 건지리에 나와 3계단 4차작전을 마감하던 때니까 51년 3월경이구만.

당시로 말하면 맥아더와 트루맨이 전쟁을 확대할 목적으로 장개석을 부추겨 중국본토에서 제2전선형성을 꾀하면서 조선전선에 유생력량과 장비를 대대적으로 증강하던 때였소.

우리는 적들의 그러한 기도를 분쇄하기 위해 어느날 전선사령부 성원들을 불러 작전회의를 가졌는데 회의가 끝나자 누군가 유격대시절처럼 축구경기를 하자는것이였소. 그래서 빨찌산출신들끼리 편을 갈라 경기를 했는데 그때 김일동무는 전선사령부팀에서 방어를 섰고 나는 최사팀공격수로 뛰였더랬소, 16번을 달고.

전쟁은 그렇게 승리를 내다보며 배짱과 신심을 가지고 해야 하오. 그래서 전쟁을 군사력의 대결인 동시에 사상과 정신력의 대결이라고 하는것이요. 그런데 동무들은 싸워보기도 전에 벌써 죽을 결심부터 했거던.이건 전쟁공포증에 뿌리를 둔 패배주의의 발상이라고밖에 달리 볼수 없소.》

수령님의 엄하신 분석에 한승우는 등골이 서늘해오면서 오한이 나는것을 어쩔수 없었다. 오늘회의에서 비판을 받으리라는것은 미리 알고온 그였다. 엊그제 상이 외국으로 떠나기에 앞서 내각에 갔다가 들은 소리라면서 귀띔해준것이 있었다. 수일내로 예견되는 여사모사한 회의에서 이러이러한 문제로 성이 비판받을수 있으므로 요지정도라도 토론을 준비해가지고 참가하는것이 좋을거라고… 그래서 품을 들여 이만하면 괜찮다고 생각될만큼 토론도 준비했었다. 토론을 준비하면서 그는 바리케드를 쌓은 문제보다 전시물자를 필요이상 많이 끌어들인 문제에 자기비판의 주되는 초점을 돌렸다. 바리케드문제와 관련해서는 잘 접수되지 않는바도 있어서 그저 그걸 쌓느라고 생산지도에 낯을 돌리지 못한 결과 룡성기계와 송원기계를 비롯한 몇몇 산하단위들에서 2월분계획을 일부 지표에서 미달할것이 예견된다는 정도로 분석했다.

그러나 정작 회의가 시작되여 김일제1부수상의 보고를 들어보니 자기가 준비한 토론은 토론이 아니였다. 오늘 회의에 수령님께서 참석하시리라 예견 못한것이 우선 토론준비를 적당히 하게 된 점이였달가. 그가 지나친 욕심을 부려 물자를 많이 끌어들여 저축함으로써 기관본위주의와 리기주의를 동시에 범했다고 본 결함의 후과는 보다 심각하게 나라의 상품공급체계를 혼란시키고 인민생활에 지장을 준것으로 분석되였다. 생산지도일면에다 몰아붙인 바리케드문제는 더 엄중하게 전쟁관점이 바로서지 않은 결과로 승격되였는데 수령님께서는 그 점을 더 심각하게 분석하여 《전쟁공포증-패배주의》로 규정하신것이였다.

이제 와서 한승우는 랭정하게 자신을 투시하며 반성해본다. 수령님의 말씀을 받아안고보니 변명할 길이 없다는걸 인정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렇다, 청사정문에 바리케드를 쌓자고 주장할 당시 나의 생각속에는 승리에 대한 신심은 고사하고 개념조차 없었다. 있었다면 정세는 긴장하더라도 전쟁이 쉽게 일어나진 않으리라는 막연한 판단, 그 판단이 맞지 않아 만일 전쟁이 일어난다면 이번 싸움은 지난 조국해방전쟁에 대비가 안되게 가렬처절하고 그만큼 파괴와 희생이 다대할것이라는 예상이였다. 거기에 더 있었다면 미국놈들이 막다른 골목에 몰리면 원자탄사용도 불사할지 모른다는 위구와 불안감이였다고 할가. 아니, 그것만이 아니다. 나의 머리속에는 늘 나라의 지경이 너무 비좁고 종심이 깊지 못한데 대한 한탄과 광활한 령토를 가진 주변대국들에 대한 부러움이 있으면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 그 이웃나라들, 특히는 쏘련이 어떻게 도와주는가 하는데 따라 전쟁형세가 크게 좌우된다고 생각한바가 없지 않았다. 따라서 린방인 쏘련과는 어깨를 낮추고 거래상 좀 손해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로 관계를 나쁘게 가져서는 안된다는것이 내놓고 말 못하던 나의 주장이였다.

딴의 그러한 주장과 생각들이 체험은 없이 상식으로만 아는 전쟁의 가혹성과 합쳐져 나를 패배주의-전쟁공포증의 비장한 결과인 바리케드전에로 떠민것이였다. 바리케드만이 아니다. 인민생활은 안중에도 없이 예비물자를 3년분이나 끌어들여 비축한것도 다 패배의식과 전쟁공포증에서 출발한것이라고 봐야 한다. 그래, 그것이다. 달리는 설명할 길이 없다!)

한승우는 자신의 사상적과오를 그렇게 허심히 인정하였다. 그리고 그 모든것을 성당위원회에 보고하고 해당한 처분을 받을 결심도 하면서 천천히 아빠트계단을 올라 집에 들어섰다.

《내래 혼자 집 지키는줄은 어찌 알구 이리 일찍 들어오셨소?》

이쪽의 무거운 마음은 모르고 문간에 나와 가방을 받으며 하는 안해의 말이였다.

《다들 어디 갔게 혼자 집을 지키오?》

신을 벗어 신장에 넣으며 한승우는 심상하게 되물었다. 그런데 안해의 대답이 뜻밖이다.

《성흰 병원수직을 나갔구 수일이는 동무네 집에 숙제하러 갔구 아버님은 동삼아저씨네 댁에 가셨으니 혼자일밖에요.》

《무슨 소리요? 아버지가 동삼아저씨한테 갔으면 왜 여태 안 돌아오셨소? 혹시 어디 로상에서 사고라도 난게 아니요?》

한승우는 가슴이 덜컹하였다. 부친으로 말하면 년세가 일흔을 넘은데다 전쟁때 부상을 여러곳 입은 몸이여서 지팽이를 짚고야 바깥출입을 하는 형편이다. 그런 늙은이가 저녁 9시가 넘도록 집에 들어오지 않았으니 놀라울수밖에 없었다.

《걱정할건 없어요. 아까 7시쯤 돼서 동삼아저씨가 전화를 걸어왔더군요. 아버님을 랠아침 출근길에 태워다드리겠으니 오늘 밤은 거기서 묵는줄 알라구요.》

그들이 말하는 《동삼아저씨》란 부친이 입당보증을 서고 군관학교에도 추천해보낸 부친의 옛 부하였다. 현재는 해군사령부의 책임적인 직무에 있는 장령인데 옛정을 끊지 않고 지금도 기회가 있는대로 가끔 찾아와 인사랑 하고 공급되는 담배보루랑 놓고가는 인정깊은 사람이였다. 한승우보다 나이는 몇살 우지만 아이적부터 그렇게 부르는데 습관되여 여태도 동삼아저씨로 통하는것이였다.

《그런데 아버진 웬일로 그 아저씨한테 간답데?》

방에 들어가 옷걸이앞에서 허드레옷을 갈아입으며 하는 한승우의 말은 스스로도 느낄만큼 퉁명스러웠다. 아무리 옛 부하고 스스럼없는 사이라도 아버지쪽에서 찾아다니며 페를 끼치는것은 잘하는 일이 아니였다.

《영일이때문에 가신것 같애요. 푸에블로호인지 하는걸 붙잡은 부대에 가고싶다는… 보나마나 성희년이 든장질을 했겠지요.》

《원참, 아버지두… 그 문젠 내가 벌써 부탁해두었는데 또 가셨구만.》

《어마, 그래요? 그럼 그랬다구 말을 해야지 혼자 꿍져넣구있음 벙어리속을 누가 안답디까?》

지청구를 하면서도 안해는 동삼아저씨가 부탁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궁금한 모양 물음을 달았다.

《어디 편안한 초소를 찾는것도 아니고 영웅이 되고싶어하는 희망이야 왜 꺾겠느냐며 알겠다더구만.》

《원, 고맙기란…》

안해는 기뻐하면서 부엌으로 나가고 한승우는 발을 씻으러 세면장으로 들어갔다.

저녁식사후 한승우는 담배를 태우며 10시보도를 들었다. 그때쯤 설겆이를 끝낸 안해가 옆에 와앉더니 읽어보라면서 엽서 한장을 내놓았다.

《이건 웬 편진데?》

《어서 읽어보기부터 해요. 당신 딸이 어떤 바람둥이인지 알기나 하고 얘길 해도 합시다.》

이건 또 무슨 소린가싶어 한승우는 불편한 심기가 그대로 발려있는 안해의 두리넙적한 얼굴을 쳐다보다말고 편지를 집어들었다. 겉봉웃쪽에 인민군모표가 위엄있게 찍혀져있는 눈에 선 군사우편엽서였다.

 

성희.

그간 건강하오? 물론 건강하리라고 믿으면서 해병의 전투적인사를 보냅니다. 2월 10일에 친 전보를 더없는 기쁨속에 받아보았음을 우선 알립니다. 배치를 축하합니다. 우리자신들의 앞날이 보다 가까워진데 대한 축복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대단히 기쁩니다.

그새 우리는 전투근무수행차로 보름나마 바다에 나가있다가 오늘에야 귀항했습니다. 그런데 반갑게도 성희의 전보가 기다리고있더구만. 정말 기뻤습니다. 비록 여러날 지나고 또 11자밖에 안되는 전보였지만 나는 그 짧은 전문속에서 100자, 1000자에 담아도 다 담지 못할 성희의 진정에 넘친 따뜻하고 정겨운 마음을 읽었고 그때문에 지금 더없이 행복합니다.

성희, 우리는 인차 또 전투항해를 나갑니다. 성희도 알리라고 보지만 조국은 현재 매우 준엄한 정세하에 있습니다. 지금 여기 원산앞바다 15마일해상에는 소위 떠다니는 미국의 《무쇠주먹》이라고 자처하는 미해군의 초대형핵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호가 와있습니다. 놈들은 뻔뻔스럽게도 함상에 설치한 고성능방송으로 나포된 저들의 간첩선 《푸에블로》호와 선원들을 돌려보내라고 하면서 응하지 않으면 《보복》으로 우리의 어느 해안도시나 비행장을 폭격하여 재더미로 만들겠다고 을러댑니다. 원쑤들의 그러한 행태를 직접 목격하는 우리들로서는 정말이지 가슴에서 분노가 끓고 눈에서는 복수의 불이 일어 참기 힘듭니다.

하지만 적들은 오산하고있습니다. 최고사령관 김일성원수님의 전사들인 영웅적 우리 해병들이 있는 한 적들의 어리석은 기도는 실현되지 못할것이며 조국의 바다는 안녕할것입니다.

내가 세상이 다 아는 문제를 이렇게 새삼스레 쓰는것은 긴장한 정세의 요구에 맞게 성희가 당이 맡겨준 새 초소에서 전투적으로 살며 일하기를 바라기때문이라는것을 리해해주기 바랍니다.

성희, 하고싶은 말은 여기 동해의 물처럼 많지만 이제 곧 전대정치부에 가야 하기에 마감으로 어려운 부탁을 한가지 하려고 합니다.

우리 함에 김현주라는 아주 똑똑하고 성실하고 또 용감하기도 한 상등병동무가 있는데 그는 지난 조국해방전쟁시기 철도정치공작대로 파견되였다가 행방불명된 아버지때문에 고민하고있습니다. 나는 전사의 고민을 보고만 있을수 없어 그의 아버지행방을 찾아주기로 결심했습니다. 아무리 동란속에서 잃어진 행방이라도 불과 18년전 일이고 온 나라를 다 뒤지느라면 연고자가 꼭 나타날것이라는것이 내 생각입니다. 이미 200여장의 편지를 전국의 시, 군당위원회들에 보냈습니다. 이제는 평양에 보낼 차롄데 100여통의 편지를 써놓았지만 수도에 어떤 기관들이 있는지 몰라서 부치지 못하고있습니다.

이쯤 쓰면 성희는 내가 부탁하자는것이 뭐라는것을 알고도 남음이 있으리라고 보는데… 그렇습니다. 수고스러운대로 편지를 보낼 기관명들을 가능한껏 알려주었으면 합니다. 단번에 다 알수는 없겠으니 알게 되는족족 여러번 꺾어서 알려주어도 일없습니다. 단지 편지가 가닿지 못하는 기관이 하나라도 없기를 바랄뿐입니다.

성희.

이제는 더 쓸 자리도 없고 전대정치부에 가야 할 시간도 되여 이만 펜을 놓습니다. 맡은바 치료사업에서 큰 성과가 있기를 바라면서 안녕히…

3월 4일 오후 6시 13분 박인철

 

한승우는 편지를 한번 더 읽고서야 내려놓았다. 얻어진 결론은 안해가 딸을 《바람둥이》라고 지탄한것이 틀리지 않는다는것이였다. 그럴만큼 편지는 분명 서로 신뢰하며 사랑을 고백했을지도 모르는 애인들사이에서만 주고받을수 있는 내용과 감정을 담고있어 그 진모를 의심할나위조차 없었다. 리해되지 않는다면 성격이 안존하고 내성적이여서 착실히 의학공부에만 전념하고있는줄 알았던 딸이 언제 총각과 그것도 천리밖의 해군군관과 이토록 깊이 사귀였는가 하는것이였다. 병원에 배치된 소식을 전보로 알리고 또 총각쪽에서는 그걸 제일처럼 기뻐하며 회답에 스스럼없이 부탁도 하는것을 보면 관계가 깊어도 이만저만 깊지 않은것 같았다.

하기는 리해 안될것도 없었다. 벌써 25살에 잡힌 딸이다. 요새 시대가 발전했으니 그렇지 이전 같으면 혼기를 놓친다고 집안이 떠들며 걱정할 나이이다. 그런즉 생김새도 그만하면 빠지지 않고 의학대학까지 졸업한 처녀에게 애인이 있는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라 하겠다. 문제는 인생경험보다 감정으로만 선택한 그 애인총각이 어떤 사람인가, 당사자들끼리는 감정으로 결합되였다고 해도 인생경험을 쌓은 부모의 립장에서 볼 때 애지중지 키워 대학공부까지 시킨 딸을 선뜻 맡기고 마음놓을수 있는 대상인가 하는것이였다. 그 점이 안심치 않아서 어느 집이나 부모들은 가슴을 조이며 왼심을 몹시 쓰는데 딸들은 부모생각이야 아무렇든 제 마음에만 당기면 너무 쉽게 정을 주어버리는것이다.

하지만 한승우에게는 딸이 결코 순간의 눈먼 감정에 포로되여 행복을 불행과 바꿀 어리석은 아이가 아니라는 믿음이 있었다. 총각의 편지가 그 믿음을 증명해준다고 할가. 글은 곧 그 사람이라는 말도 있듯이 한승우가 보기에 편지를 보낸 당사자인 해군군관이 인물은 어떠한지 몰라도 품성만은 아주 단정할것으로 짐작되였다. 편지에 미사려구로 색칠한 군소리 한마디 없는것이 무엇보다 마음 들었고 긴장한 정세의 요구에 맞게 성희가 전투적으로 살며 일하기 바란다는 충고에서는 애인을 자기 사람으로 받아들인 사나이의 강한 책임성이 느껴졌다. 거기에 온 나라를 다 뒤져서라도 부하전사의 고민을 풀어주려는 그 결심과 노력은 또한 얼마나 장하고 인정스러운가! 솔직한 심정으로 한승우는 감동되는바가 없지 않았다.

《왜 말이 없으시우. 혹시 당신은 그 애가 그런 으슥한짓을 하는데 공모라도 했던게 안예요?》

남편이 편지를 읽고 아무런 감정표현도 없이 덤덤해 앉아있는것이 이상하게 생각되였는지 안해는 수상쩍은 눈길로 쳐다보았다. 그게 재미있어 한승우는 우정 약을 올려주었다.

《으슥한짓은 뭐가 으슥한짓이요. 처녀나이 25살에 반려를 찾았으면 좋은 일이지 뭐이 잘못되기라도 했소?》

예견한대로 안해는 발끈해서 내쏘았다.

《아니, 그럼 그게 잘된 일이예요? 딸년이란게 에미도 모르게 아무 사내한테나 정을 턱턱 주구… 이제 두구보아요. 그년이 앨 낳아 업구서 상을 받는단 소리가 나질 않나.》

《그건 차라리 좋구만 뭘. 아무래두 낳을 아인데 앞당겨낳으면… 우리 기계공업에선 그걸 공정뛰기라고 하는데 그만큼 생산에 소비되는 시간과 자재가 절약되기에 적극 장려하오.》

《맙시사! 그런 실없는 소린 말구 똑똑히 말을 해요. 설마 대학까지 나온 딸을 그 박 뭐이라는 군관한테 주어서 비린내나는 바다가로 보내자는건 아니겠지요?》

안해가 지금 앙앙불락해하는 까닭은 바로 그때문이였다. 그와 관련해서는 한승우의 경우도 속이 알싸한 점이 없지 않았으나 그렇다고 처와 맞장구를 치고싶지는 않아서 이렇게 결론지었다.

《됐소. 우리들 경험을 돌이켜도 그래 사랑문제야 어디 부모들 간섭으로 되구말구하는 문제요? 정으로 통하는게지.

하니 괜히 새살을 떨지 말구 애한테 사연부터 들어보구서 좋다, 긇다 마름질을 해도 하기요.》

《마름질은 무슨 마름질을 한다고 그래요, 싹 베내쳐야지. …》

《답답한 소리… 그렇게 생나무꺾듯 하다가 아이가슴에 한을 남기면 어쩔셈이요? 당신두 당신 부모들이 나같은 놈하구는 짝이 안된다구 해서 울며불며 야단때리던 일 다 잊어버렸소?》

그런 자기 경험이 있거니와 아이가슴에 한을 남긴다는 소리가 입을 단속하는지 안해는 속을 앓으면서도 다른 말은 더 하지 않았다.

 

×

 

딸에게 진상을 토설시킬 기회는 그 저녁으로부터 사흘째 되는 일요일 늦은아침에야 마련되였다. 성희가 병원 일직을 곱배기로 서는 바람에 그렇게 늦어진것이였다.

《박인철이 누구냐?》

정세가 긴장하여 일요일이지만 직장에 나가야 하므로 한승우는 아침 밥상을 물리자 제창 딸을 불러앉히고 판을 펼쳤다. 일전에 온 해군군관의 편지는 아직 감추고있는 상태여서 딸은 약간 놀라는 눈치더니 이내 눈가장자리와 귀뿌리가 딸기빛이 되였다.

《어떤 해군군관이예요.》

눈을 들지 못하고 하는 대답이였다. 안해는 《바람둥이》라고 욕하지만 딸은 사내와 사귈줄만 알고 감출줄은 통 모르는 서툰 련애군이였다.

《어떤 군관인줄은 나도 안다. 내가 모르는건 너와 어떤 관곈가 하는거다.》

《…》

대답을 못하는 대신 딸은 아래입술을 감쳐물었다. 귀뿌리와 눈가장자리의 붉은 기운이 차차 스러지는걸 보니 당황한 순간은 지나가고 속으로 이 《중대비밀》이 어디서 어떻게 탄로났을가를 추측해보며 적당한 대답을 고르는 눈치였다.

한승우는 대답을 다궂지 않았다. 네가 진상을 말짱 털어놓기 전에는 빠져나가지 못하리라는걸 스스로 알게 하자는것이였다. 그러나 안해에게는 그럴만큼 작작한 여유가 없었다.

《야, 입이 얼어붙었니? 여사모사해서 알게 되였다고 하면 될걸 뭐이 힘들어서 꿀먹은 버버리시늉이냐? 감출 생각은 아예 말구 어서 이실직고를 해!》

《당신은 좀 가만있소. 이제 말을 하지 않으리. 뭐이 급해 그러오?》

한숭우는 안해에게 눈을 흘겨보였다. 그런 뒤에도 한참이 지나도록 딸의 입에서 대답이 나오지 않으므로 한승우는 방법을 달리해서 한계단 뛰여넘었다.

《그 박인철이를 언제부터 알게 되였니?》

달리한 방법이 은을 내였다.

《이젠… 두해… 넘었어요.》

마른 나무에서 물을 짜내듯 힘들게 내놓는 대답이였다.

한승우는 서로 알게 된 계기를 물으려다가 그만두었다. 딸이 문제의 해군군관을 사랑하는것이 분명한 이상 그 과정을 너무 파고드는것은 아무리 부모된 권리로도 잘하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던것이다.

《알게 된지 두해가 넘었으면 호상 인간적파악을 할만큼 했을거라고 보는데 너는 그가 너를 진정으로 사랑한다고 생각하니?》

《그 동문… 좋은 사람이예요. 전 아버지나 어머니도 그 동물 좋아하리라고 생각해요.》

한승우는 딸의 말이 틀리지 않을것이라고 생각했다. 편지를 통해 느낀 해군군관의 됨됨이가 바로 그러하였던것이다.

《그 사람 나이가 몇이고 체격이랑 생김새는 어떻더냐? 부모들은 어디서 뭘하는 어른들이구 가풍은… 그 사람 사진은 갖구있니?》

안해의 몰방으로 쏘아내치는 물음에 반발하듯 딸은 오히려 봄비마냥 차분히 가라앉은 어조로 대답했다.

《나인 30살이예요. 킨 아버지보담도 크고 아주 튼튼해요. 마음이 정바르고 선량하고… 제 보기엔 인물도 빠지는데 없어요. 고향은 함경북도 명간이란덴데 부모님들은 농민이구요.》

《사진은? 그것부터 보자.》

《그건, 없어요.》

《사진이 없다니?》 안해의 가뜩이나 큰 눈이 황소눈처럼 커졌다.

《친한지 두해가 넘었다면서 여태 사진 한장도 못 달랬니? 너 정말… 야, 그 박 뭐인지 하는 사람 총각이 옳긴 옳니? 너 혹시 홀애비나 아애비한테 반해 돌아가는게 아니냐? 바람난 바보계집애처럼…》

《됐소. 여보, 뭘 그딴 소리하며 그러오? 그까짓 사진이 뭐라구… 중요한건 사진이 아니라 사람됨됨이고 리상의 공통점이요.》

안해의 도가 넘친 흥분을 그렇게 눌러놓은 한승우는 딸더러는 어머니를 리해하라고, 다 네가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서 하는 소리니 들어두면 약이 되지 나쁠게 없다면서 적당히 중재도 하며 탈선된 론의를 제자리에 들여세웠다.

《…네 말대로 사람이 그렇게 선하고 올곧고 또 좋은 체격에 인물도 빠진데 없다면 할아버지도 포함해서 나나 어머니가 굳이 반대할 까닭은 없을거라고 생각한다. 한가지 문제라면 너의 앞으로의 거취라고 할수 있는데 만일 그 해군군관과 결혼하는 경우에 말이다, 너는 여기 수도를 떠나 먼 동해기슭 어딘가에 가서 살게 될터인데 이에 대해 생각해봤니?

그뿐만도 아니다. 남편이 제대되면 남편의 고향인 함북 명간이란데 가서 살게 될수 있다는것도 예견해야 한다.》

한승우는 서둘지 않고 주근주근 생활적으로 따지고들었다. 그런데 성희가 입을 열기 전에 안해가 먼저 판을 가르고 나섰다.

《그건 안된다! 너는 바람따라 배가듯이 그렇게 어느 비린내나는 바다가나 함북땅에 가서 살수 있을지 몰라도 난 못살겠다. 암만 딸자식이기로 왜 하필이면 부모곁을 떠나 천리밖에 가서 산단 말이냐? 보고싶을 때 보지두 못하는데 가서… 으-응?

왜 그걸 생각 못하니, 이 답답한것아!》

그 소리에 딸이 발끈했다.

《아니 엄마, 정말 답답한건 엄마예요. 엄마말대로 하면 난 마음드는 사람한테 시집도 가지 말고 노상 엄마곁을 맴돌며 어린애처럼 살아야 한다는거예요? 그럴바엔 왜 나를 딸로 낳았나요, 아들로 낳을게지.… 됐어요, 난 이젠 그 동무와 떨어져살수 없는 몸이예요. 우린… 우린…이미…》

격해올라선지 성희는 갑자기 토막말을 흘리더니 그나마 뒤말은 삼켜버렸다.

《?!…》

《?!…》

안해는 물론 한승우조차 딸이 삼켜버린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몰라 어리둥절해있는중에 전실에서 인기척이 나더니 뜻밖에도 부친이 들어왔다.

《웬일이냐? 목소리들이 심상치 않은것 같아 들어왔다.》

한승우가 조금 드텨앉고 안해가 일어나 내준 자리에 앉으며 하는 부친의 말이였다. 바깥출입은 지팽이도움을 받지만 보고 듣고 생각하는 일체에 있어서는 아직 별로 불편을 느끼지 않는 부친이였다. 대답에 앞서 한승우는 속으로 걱정되는바가 없지 않았다. 부친으로 말하면 성희를 여간 사랑하지 않는다. 두벌자식은 다 곱다지만 부친의 손녀에 대한 애정은 류별나게 깊어 온 동네가 다 아는 정도였다. 그런 할아버지와 손녀관계라 성희가 먼 동해안의 해군군관과 인연을 맺은 사실을 알게 되면 몹시 섭섭해하실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던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공연한 걱정이였다. 흔연한 표정으로 사연을 듣고난 부친은 오히려 기뻐하였다.

《해군군관을 맘에 두었단 말이지. 그것 참 좋구나. 아주 잘했다. 사내치고 진짜 사내는 해군에 있어. 영일이도 해병, 성희 신랑도 해병. 우리 집안에 해병풍년이 들었구나!

아주 좋다. 난 무조건 찬성이다.》

집안에서 절대권을 행사하는 부친의 의사라 안해는 뻐꾹소리를 못하고 한승우로서는 이미 반대할 까닭이 없다고 생각하고있던터라 일은 뜻밖에 수나롭게 결착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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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 해외 - 학생 - 2021-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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