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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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국소장은 군사정전위원회 판문점대표부의 자기 방에서 앞상을 마주하고앉아 오후 3시부터 하게 되는 조미정부간 제10차 담판을 위한 작전안을 최종검토하고있었다.
지금은 점심시간이 거의 끝나가는 12시 45분경, 담판때 적측에 제시할 《푸에블로》호의 범죄자료를 보다 설득력있는것으로 선별하는중에 비서장 한재경이 들어와 식사하러 가자고 하였다. 식사소리에 박준국은 금시 인상부터 찌프리며 고개를 저었다. 근간담판에서 진전이 없는것때문에 신경을 너무 쓴탓인지 위가 말썽을 부려서 점심을 건느기로 작정했던것이다. 신경성이여서 약이 잘 듣지 않는것이 그의 만성위병인데 10여년 앓아본 경험에 의하면 쓰린대로 배속을 비워두는것이 오히려 편안하고 회복도 빨리 되였다.
《그것 참, 아침식사도 안하고 점심까지 건느면 그러다 담판장에 들어가 쓰러지지 않겠습니까?》
불과 한시간반후에 담판이 있는데 수석위원이 식사를 못하겠다고 하니 비서장인 한재경으로서는 걱정이 아닐수 없었다.
《걱정마오. 밥을 두어끼 안 먹었기로서니 아무렴 미국놈앞에서 쓰러지겠소? 내 한 대여섯끼쯤 바람만 먹구두 스미스(적측수석위원)같은건 애들처럼 휘다룰수 있으니 안심하고 가서 빨리 식사나 하오.》
비서장을 그렇게 안심시켜 식당에 보내고 자료선별을 마감한 박준국은 원탁앞에 가 개성특산인 인삼차를 마시고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는 천천히 앞상주변을 돌며 성과없이 끝난 앞서 몇차례의 비공개 담판과정을 상기해보았다.
4차접촉때 합의한대로 5차회담은 첫 조미정부간 담판으로서 2월 10일오후 중립국감독위원회 회의실에서 비공개로 진행되였다.
담판을 적측이 제기해온것만큼 박준국은 첫 발언을 양보하여 미국정부대표에게 할말이 있으면 하라고, 우리는 그다음에 발언하겠다고 하였다. 그런데 턱이 빠르고 우멍눈에 이마가 툭 튀여나온 미국측 대표 스미스의 말이 놀라왔다. 그는 발언문을 펴들더니 헛기침과 함께 대뜸 《태평양함대소속 미국선박 〈푸에블로〉호가 나포되기 전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령해에 들어가지 않았으며 또 이 배의 승무원들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측이 문제할만 한 어떠한 범죄행위도 감행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승무원들의 즉시적인 송환과 당해선박을 반환하는것이 쌍방에 있어 최선의 리익으로 될것》이며 《고백이라든가, 승인이라든가, 징벌이라든가 혹은 사과라든가 등 그러한 문제에 관해서는 상의하지 않을것이라는것이 미국의 진지한 신념이다.》라고 하면서 인도인수의 세부절차를 토의하자고 제기하는것이였다.
박준국은 어이없는것은 물론하고 속에서 욱- 치미는것이 있었지만 담판의 진전을 위해 애써 누르고 하고싶은 말이 있으면 저리 다 하라고 아량을 보였다. 이 아량을 어떻게 리해했는지 스미스는 더욱 《용감》해졌다. 그는 마치도 재판관이 판결문을 읽는것 같은 근엄한 목소리로 발언문을 내리읽었다.
《…세계 모든 나라의 관례와 또한 공해리용에 관한 국제협정문에 의하면 〈푸에블로〉호가 혹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령해에 있었다 하더라도 무력으로 나포해서는 안됩니다. 또 설사 미국배가 모종의 실수로 령해에 조금 들어갔다 하더라도 조선인민군해군함정이 그 배를 공해상으로 안내하는것이 마땅하고 적절한 절차였을것입니다. 그런데 당신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당신들이 꼭 알아야 할것이 한가지 있습니다. 우리 미합중국과 개별적인원들이 자기 의지에 따라 행하는 일체의 활동은 이 세상 모든 지역과 나라의 관할권으로부터 면제권을 향유합니다. 군사적성격을 띤 인원들의 경우는 더욱 그렇습니다. 때문에 당신들이 부당하게 억류하고있는 〈푸에블로〉호와 승무원들은 무조건 즉각 석방, 반환해야 합니다. 그것이 미합중국과 제국가들간에 조약을 초월하여 약속되여있는 현세계의 질서이며 도덕관념입니다.
우리는 그러한 도덕기준과 관례에 따라 〈푸에블로〉호와 승무원들이 미국으로 돌아올 때 당해문제의 모든 사실에 대해 공정한 조사를 진행할것입니다. 만일 그 조사에서 미국식가치관과 존엄이 훼손된 사실이 판명될 때 미합중국은 필요한 책임을 묻는것과 동시에 당신들에게 보상을 요구할것입니다.》
《헛헛헛허…》
박준국은 고개를 젖혀 천정을 올려다보며 호탕하게 웃었다.
스미스의 황당하면서도 오만무례한 강변에 저절로 웃음이 나가는것을 어쩔수 없었던것이다.
궤변을 하느라고 땀이 나는지 손수건으로 이마를 찍으며 스미스도 바보스럽게 헤벌쭉 웃었다. 아마 그로서는 공화국측 담판대표의 시원한 웃음이 자기의 화려하고 빈틈없는 론리에 대한 동감의 표시든가 경탄, 혹은 동양식축하일수 있다고 생각하는지도 몰랐다. 하기야 참새가 어찌 대봉의 뜻을 알며 겨울난 개구리 입이 암만 터졌기로서니 양산도야 부르랴.
이윽고 웃음을 거두고 표정을 수습한 박준국은 미국측 대표가 할말을 다했는지를 확인한데 이어 반박의 포문을 열었다.
《당신은 아직도 무장간첩선 〈푸에블로〉호가 아무런 적대행위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해상〉에서 나포되였다고 하며 이제 와선 선원들이 미국으로 돌아가면 무슨 〈조사〉까지 하겠다고 하는데 그것은 현행범들의 죄행을 은페하기 위해 흑백을 전도하는 황당한 궤변으로서 누구에게도 통할수 없다는것을 알아야 합니다.》
스미스의 구구한 발언을 그렇게 간단히 일축해내뜨린 그는 적측이 국제해양법을 저들의 강도적목적에 악용하고있는 점에 대해서는 이렇게 론박하였다.
《1958년 제네바조약은 해상에서의 항해질서위반행위에 대해 규제한것이며 따라서 정탐을 목적으로 다른 나라 령해에 잠입하여 도발행위를 감행하다가 단속된 무장간첩선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매개 주권국가는 자기의 안전과 방위를 위하여 외국선박, 특히 군함이 령해에 들어오는것을 불허하고 봉쇄할 당당한 권리를 가집니다. 우리 공화국의 해양법도 그 어떤 외국선박과 군함이 사전승인을 받지 않고 신성한 령해에 들어오는것을 엄격히 금지하고있습니다.
법과 질서가 그러한만큼 우리는 이미 당신측에 우리의 령해를 침범하지 말것을 여러차례 경고하였으며 당신측 해군함정들이 우리 나라 령해를 침범할 때마다 엄중히 항의하고 그 후과에 대해 당신측이 전적으로 책임진다는것을 언명하였습니다. 그러나 당신측은 우리의 거듭되는 경고를 무시하고 이번에 또다시 태평양함대소속 무장간첩선을 공화국령해에 잠입시켜 정탐행위와 무장도발행위를 감행케 하였습니다. 우리에게는 그것을 확인할수 있는 인적, 물적증거들이 충분히 있습니다.》
그러므로 미국정부가 무장간첩선 《푸에블로》호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령해에 침입시켜 적대행위를 감행케 한 사실에 대해 인정하고 공식 사죄하며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겠다는걸 담보해야만 선원들을 돌려보내는 문제를 고려할수 있을것이라고 하면서 박준국은 격동된김에 오른손으로 회담탁모서리를 탁! 때렸다. 거기에 놀란듯 스미스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이자가 왜 이러는가? 범죄행위를 인정, 사죄하고 재발방지를 담보해야 선원석방을 고려하겠다는 소리에 놀랐는가?,… 잠시 그렇게 엉거주춤해 서있던 스미스는 비로소 서있을 장소가 아니라는걸 깨달은듯 어색한 동작으로 주저앉으며 휴- 한숨을 길게 내불었다.
앉아서도 대응할 말이 없는지 한동안 침묵을 지키고있던 스미스는 보좌인원들이 앉아있는 뒤쪽에서 쪽지가 어깨를 넘어와서야 입을 열었다.
《공식 사죄하고 재발방지를 담보하라는 당신의 제의에 답변한다면… 당신측이 〈푸에블로〉호와 승무원들을 미국에 돌려보내주면 령해침범사실을 조사해보고 그것이 확인되는 경우 유감의 뜻을 표시할것입니다. 앞으로 어떠한 미국함선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령해를 침범하지 않도록 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해당한 명령을 내리는것을 담보하며 함선과 승무원들을 인도인수할 때 서명해주겠다는것을 약속할수 있습니다.》
할말을 다했다는듯 스미스는 급히 자리를 일더니 휴회도 제의함이 없이 보좌인원들을 이끌고 회의실에서 나가버렸다.
담판이 시작된지 55분이 지난 때의 일이였다.
결국 조미간 첫 정부급담판은 미국측 대표의 일방적인 퇴장으로 그렇게 아무런 결과없이 끝났다.
이후 2월중에 있은 몇차례의 담판에서도 스미스는 그냥 《푸에블로》호와 선원들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령해가 아니라 공해상에 있었다고 생억지를 쓰더니 9차담판에서는 《푸에블로》호의 사명이 정보수집에 있다는것을 인정히는 한편 그 사명이 《정확히 어데서 수행되였으며 배가 나포될 당시 정확히 어느 지점에 있었는가 하는데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한다고 하더니 뜻밖의 엉뚱한 제안을 들고나왔다.
《…이 견해상차이를 공평하게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기 판문점중립국감독위원회 회의실이 장소로서 적합치 않으며 또한 미합중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정부간 협상은 시간과 정력이나 랑비할뿐 소득이 없다고 인정합니다. 그러므로 우리측은 당해문제의 사명을 국제사법재판소 재판장이 지명한 어떤 특정한 개인이나 스위스와 같은 중립적인 나라에 위탁하여 사건조사에서 공정성을 기하고 심리와 판결도 국제법적견지에서 받자는것을 정중히 제의합니다.
우리 미합중국은 국제법과 공정성에 기준한 그 사건조사에서 당신측의 견해가 옳다고 인정되는 조건에서만 사죄할것입니다.》
스미스의 《제안》이란 한마디로 사건처리를 미국의 영향권이 미치는 제3자에게 넘김으로써 저들의 범죄행위를 위조은페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사죄하지 않으려는 음흉한 기도를 드러낸것인데 박준국으로서는 미처 예견하지 못한 문제였다. 그렇다고 대응할 말이 없는것은 아니여서 그는 즉시 반박으로 나아갔다.
《스미스씨.》 박준국은 랭소를 감추지 않았다. 《당신의 주장은 애당초 그 출발부터가 잘못되였으며 전혀 문제로도 삼을수 없는것입니다. 당신들은 무장간첩선을 파견하여 우리를 반대하는 엄중한 적대행위를 감행한것도 모자라 이제는 현장에서 붙잡힌 범죄자들을 제3국에 넘겨 〈공정한 조사〉에 〈판결〉도 받자고 하는데 그건 언어도단입니다.
좋습니다. 당신측이 지금처럼 부당한 태도를 계속 취하는 한 우리는 당신측이 무장간첩선 〈푸에블로〉호 선원들의 운명에 대해 관심이 없고 그들을 책임지지 않으려는것이라고밖에 달리 볼수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부득불 이 비공개담판에 대해 세상에 공개하고 다른 조치에 대해 고려하지 않을수 없다는것을 정식 통고합니다.》
발언을 끝냄과 동시에 박준국은 5차담판때 적측이 그랬던것처럼 단호히 자리를 차고일어나 다른 위원들과 같이 퇴장하였다.
앞서 있은 매 담판이 그러했지만 이날의 담판과정도 그날중으로 외무성을 통해
…《푸에블로》호사건처리를 국제기구나 다른 3국에 넘기자는것은 교활한 술책이며 우리 공화국의 자주권에 대한 무시입니다. 때문에 다음번 회담에서는 적측이 제안한 3자개입문제를 강하게 때려 다시 입을 벌리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강하게 때리면서도 발언론조를 잘 세워 당신들이 체면때문에 그러는것 같은데 사태는 다 명백해진것이다, 그러니 여기에 제3자를 개입시킬 필요도 없거니와 개입시켰다가 범죄사실이 다시한번 폭로되면 당신들의 체면이 서는것이 아니라 더 훼손된다는것을 생각해본 일이 있는가? 3자를 끌어들이는 식으로 해서는 이 문제를 절대로 해결하지 못한다, 간첩은 당신들이 파견하고 나포는 우리가 했는데 조사는 당신들이 하겠다고 하니 이런 언어도단이 어디 있는가, 게다가 이제는 3자의 손에 넘기자고 하는데 미국식공정성이라는것이 이렇게 불편한 모순투성이공정성인가? 하는 식으로 리치적으로 따지고들어 둘러메쳐야 합니다.
적측이 승무원들의 범행을 인정하지 않고 그냥 공해상에 있었다니, 어쩌니 하고 억지를 부리는것은 범죄행위를 립증하는 증거자료를 더 공개하면서 계속 다불러대야 합니다.
그 어떤 허위나 요설도 진실앞에서는 맥을 추지 못하는 법입니다. 때문에 《푸에블로》호 승무원들에게서 나오는 새 범행자료들을 평양에서 묵이지 말고 제때에 판문점에 내보내주어 담판에서 미국놈의 입으로 미국놈을 치게 하여야 합니다.
…
지금 박준국이 최종적으로 검토하고있는 담판작전안과 증빙자료들은 다
오후 3시가 되여 량측대표와 보좌인원들은 입장하여 자기 자리를 차지하고 마주앉았다. 순차상 담판이 우리측의 요구에 의해 시작된것만큼 박준국은 먼저 발언하였다.
《푸에블로》호가 우리의 령해를 침범하지 않았으며 어떠한 정탐행위도 하지 않았다는 적측의 주장에는 록음한 선원들의 자백을 들려주는것으로 대응하였다.
《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령해에 침입하여 정탐행위를 하다가 체포된 미해군 태평양함대소속 〈푸에블로〉호 함장 로이드 마크 부쳐입니다.
나의 군번은 58215401이며 출생지는 미국 아이다호주 포캐텔로이며 나이는 38살입니다.
우리 함선은 미중앙정보국으로부터 쏘련 극동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령해에 대한 정탐임무를 받고 일본 사세보에 파견되였습니다.
…
우리가 쏘련 연해변강을 거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령해에 도착한것은 1968년 1월 15일이였습니다.
우리 함선은 최대의 경계태세를 갖추고 받은 임무에 따라 은밀한 방법으로 청진, 원산을 비롯한 몇개의 지점에서 전파탐지기구와 각종 감시기구를
리용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령해의 수심, 조류, 해온, 염분, 투명도 등을 판정하였으며 레이다망포치상태의 탐지와 항구의 수용능력, 입출항하는
선박들의 수량, 조선인민군해군함정들의 기
소금물에 절은듯 석쉼한 로이드 마크 부쳐의 발언에 이어 행정장교 에드워드 렌즈 머피가 앵앵하는 단조롭고 메마른 목소리로 고백했다.
《…나포될 당시 우리의 위치는 려도로부터 7. 6마일가량 되는 곳 즉 북위 39도 17. 4분, 동경 127도 46. 9분입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연해깊이 들어간것은 모두 함선위치일일기록부에 기록되여있습니다.
나는 행정장교로서 이번에 〈푸에블로〉호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정탐행위를 위하여 귀국의 연해깊이 침입한 모든 항로에 대하여서는 나의 명예를 걸고 담보할수 있습니다.》
그 대목에서 일단 록음기를 멈춰세운 박준국은 이렇게 령해침범사실을 인정하는것이 행정장교 머피만이 아니라고 하면서 록음기를 다시 돌려 승무원들의 공동사죄문의 해당 부분을 공개하였다. 《…우리는 자기가 한 행동에 대하여 누구보다도 잘 알고있습니다. 때문에 〈푸에블로〉호 선원들인 우리만이 이러한 범죄에 대한 가장 유력한 증거를 제공할수 있는 증인으로 됩니다.
우리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정부와 조선인민을 반대하는 침략행위에 참가한 범죄자들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령해를 침범하여 정탐행위를 감행하였다는것을 세계앞에 다시금 공개적으로 인정합니다.》
연구장교 해리스에 의한 공동사죄문랑독이 끝나자 단추를 눌러 록음기를 멈춰세운 박준국은 결론적으로 말했다.
《진실은 이렇소. 만일 당신측이 현행범들의 이 증언마저 인정하지 않고 그냥 부당한 태도를 취한다면 전번담판때 말한바대로 우리는 당신들이 〈푸에블로〉호 선원들의 운명에 대해 관심이 없고 그들을 책임지지 않으려는것으로 알고 부득불 다른 조치에 대해 고려하지 않을수 없소.》
박준국이 말하는 《다른 조치》란 우리 법을 적용하여 범죄자들을 처리하겠으니 그리 알라는 경고였다.
스미스는 미동도 없이 오래동안 앞에 놓여있는 발언원고만 내려다보고있다가 문득 연필을 들어 종이에 무엇인가 써서 뒤쪽의 참모석에 보냈다. 발언문을 요구한 모양 얼마후 쪽지가 되넘어왔다. 그러나 마음에 들지 않는듯 스미스는 이마살을 찌프리더니 쪽지뒤에 다시 뭐라고 휘갈겨써서 되돌려보냈다. 그러기를 한번 더 반복하고야 스미스는 입을 열었는데 역시 까마귀아래턱 떨어질 소리였다.
《당신측은 〈푸에블로〉호 승무원들에 대해 〈다른 조치〉를 취하겠다고 하는데 만일 당신측이 실지로 〈다른 조치〉를 취할 경우 군사적긴장상태는 현재보다 썩 더 격화될것이며 우리 미국으로서는 자제하고있는 보복을 실천으로 옮길수 있다는걸 알아야 합니다. 당신들도 모르지는 않겠지만 우리 미국에는 조선과 같은 작은 나라쯤 100번도 더 초토화할수 있는 핵무기가 비축되여있습니다.》
로골적인 위협이였다. 감정만으로 하는 일이라면 박준국은 《야, 이 덜된 놈아, 개수작을 말라!》고 쏘아붙였겠으나 그럴수는 없어 불이 이는 눈으로 스미스를 쏘아보며 주먹만 부르르 떨었다. 위에 아픔이 느껴지기 시작한것이 그 순간이였다. 위주머니가 텅 비여있는 까닭에 고추가루를 뿌린듯 맵고 쓰린 느낌이던 아픔은 인차 무수한 바늘로 변하여 사면팔방에서 위벽을 찔렀다. 입만 열면 비명이 터져나올것 같아 그는 으드득 어금이를 씹으며 책상밑에서 오른손으로 배가죽을 거머잡아 비틀었다. 이마에 진땀이 뿌질뿌질 돋는다. 그런 상태에서 발언하였다.
《스미스, 당신은 〈보복〉이나 핵무기로 우리를 위협하는 방법으로 승무원문제를 해결해보자는것 같은데 그것은 망상이요. 〈보복〉이나 원자무기가 신경쇠약증에 걸린 사람들에게는 통할지 모르겠지만 조선인민에게는 절대로 통하지 않소. 그러니 명심하시오. 당신들이 이런 론법에 계속 매달린다면 승무원문제도 해결할수 없고 구경은 당신측에 리롭지 못한 결과만을 초래하게 될것이요.》
스미스는 할말이 없는지 노르끼레한 우멍눈으로 이쪽을 쏘아보기만 했다. 박준국의 경우도 달리 할말이 없어 침묵속에 한동안 서로 눈싸움만 하는중에 스미스쪽에서 휴회를 제의하여 담판은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