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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죤슨임기의 1968년 당시 백악관 군사기요처 처장이였던 빌 갈리는 이렇게 회상하고있다.

《대통령으로 있는 기간 죤슨은 줄곧 출판보도계를 멀리했다. 텍사스주의 황량한 산간마을출신인 죤슨이 자기 사업에서 아무리 성과를 거두어도 출판보도계는 늘 그를 정치가나 지도자로 묘사하지 않고 시골뜨기로 그려내군 하였다. 그것 역시 시골내기의 성격적약점으로서 체면이 깎이는것을 몹시 싫어한 죤슨은 이것이 창피하고 분했다.

기자들은 젠킨스사건을 대서특필하면서 곁들어 그를 납작하게 만들어놓았는데 이 일로 하여 죤슨은 출판보도계를 증오하게 되였다. 올터 젠킨스로 말하면 죤슨수하의 첫 비서실장이였다. 그보다 더 중요한것은 그가 죤슨의 가까운 친우이며 가장 믿음직한 방조자라는데 있다. 어느날 밤 젠킨스는 워싱톤시내의 한 그리스도교청년회관 위생실에서 풍기를 문란시킨 죄명으로 경찰에 체포되였다.

출판보도계가 젠킨스를 엉망진창이 되게 두들겨팼다. 대통령은 자기가 그토록 불행한 인간의 비극으로 생각하는 이 사건을 기자들이 마치도 명절광고처럼 내붙이며 법석 끓는것을 보고 분해서 어쩔바를 몰랐다. 그는 신문기자란 원래 고약한 사람들이여서 늘 남의 뒤를 캐거나 시비하지 않으면 속이 편안치 않아하는 족속들이라고 비난하였다.

어쨌든 그 젠킨스사건이 일어난 후부터 죤슨은 백악관과 출판보도계가 접촉하는 길목들에 차단봉을 드리웠다. 그중 하나가 백악관의 모든 직원들은 기자들이 제기한 질문에 대답하기 앞서 자기 상급에게 빠짐없이 보고하고 발언방향을 받게 한것이였다. 그리고 죤슨자신은 출판보도계와의 관계에서 이중적인 태도를 취했다.

사무실에서 그는 출입기자들을 웃는 낯으로 대하다가도 그들이 일단 방을 나가면 즉시 표표해져가지고 심보 고약한것들, 무슨 냄새를 맡아보자고 그냥 코를 들이밀거던, 비루먹은 들개같은것들.… 하고 상스럽게 두덜거리며 증오를 표시하군 했다.》

 

워싱톤시내 서쪽변을 흐르는 포터매크강 건너편 둔덕우에 있는 미국방성청사 팬타곤.

오늘 여기서는 국가안보관계자회의가 진행되고있다. 안보관련회의는 대체로 백악관 《링컨의 방》에서 하는것이 통례지만 죤슨이 오늘 회의를 굳이 펜타곤 합동참모본부에서 조직한것은 그럴만 한 리유가 있거니와 밉살스러운 백악관출입기자들의 시야를 벗어나자는 의도도 없지 않아서였다.

한쪽바람벽을 거의 가리울만큼 큰 세계지도앞에 두줄로 말편자처럼 빙 둘러놓은 걸상앞줄에는 국무장관 러스크와 국방장관 맥나마라, 안보담당보좌관 로스토우, 중앙정보국장관 헬름즈와 합동참모본부의장 휠러, 상원외교위원회 위원장 플브라이트, 민주당상원원내총무 맨스필드가 앉고 뒤줄에는 상원군사위원회와 외교위원회성원들이 앉아있었다. 그들은 로스토우를 제외하고는 누구라 할것없이 모두 빈손인데 그것은 비밀보장과 관련하여 필기도구 일체를 지참하지 말라는 백악관의 지시가 있었기때문이였다. 로스토우의 경우는 회의기록을 해야 하기때문에 필기도구가 필요하였다. 심사가 편안치 않을 때면 늘 그러는 버릇으로 죤슨은 량허리를 두주먹으로 꾹 눌러짚은채 권투선수마냥 어깨를 치살구고 회의실창문가에 서있었다. 거기 창가에서는 이즈막에 눈석이가 시작되여 얼음장들이 물결을 타고 유유히 대서양을 향해 떠내려가는 포터매크강의 느슨한 굽이가 일각으로 내려다보였다.

건너편 강안에 렴치없을 정도로 바투 나앉은 고층건물들을 배경으로 저녁해를 받아 거울처럼 번쩍이는 물면을 응시하던 죤슨은 문득 감상에 빠져있을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창문을 등지며 장내의 침묵을 깨뜨렸다.

《왜 말들이 없소? 북조선이 선전포고를 해온것이 명백한 이상 이랬든저랬든 무슨 생각들이 있지 않겠소. 그걸 말해보라는건데 왜 이리 모두 함구무언이요? 다시 말하지만 오늘회의는 언론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으니 의견들을 기탄없이 내시오.》

죤슨이 말하는, 북조선이 해왔다는 《선전포고》로 말하면 다른것이 아니였다. 오늘 새벽 국무성과 중앙정보국안테나가 동시에 포착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내각수상 김일성동지께서 2월 8일 경축연회 연설에서 언명, 미국이 푸에블로호사건의 진상을 계속 날조하면서 보복이나 전쟁을 원한다면 조선은 보복에는 보복으로, 전면전쟁에는 전면전쟁으로 대답할것이다!》라는 쏘련 따쓰통신사의 보도내용이였다. 따쓰통신사의 그 보도가 백악관에 보고된 때로부터 여섯시간이 지난 낮 12시경에야 죤슨은 서울에서 발신한 북조선지도자의 연설전문을 받을수 있었는데 그 연설전문을 읽고는 한동안 가슴이 시려들어 입을 열지 못하였다.

미국의 견지에서 볼 때 《보복》에도 전쟁에도 다 준비되여있다는 북조선지도부의 언명은 그대로 선전포고였다. 부랴부랴 소집된 이 긴급안보관계자회의는 바로 북조선지도부의 그 당돌한 선전포고에 어떻게 대응하겠는가? 보복인가 전쟁인가? 보복이라면 어떤 보복이고 전쟁이라면 전면전인가 국지전인가? 그에 대해 결정까지는 아니라도 대체적인 방향은 세워야 하는것이 이 안보관계자회의의 초과제였다. 그런데 서뿔리 견해를 내놓았다가 여론의 시비에 들가봐선지 저마다 남의 눈치를 보며 입을 봉하고있으니 죤슨으로서는 화가 나지 않을수 없었다.

물론 그도 모두의 말 못하는 심정을 모르지는 않았다. 문제는 상대가 북조선인데 있었다. 북조선이 아닌 어느 나라가 나포억류한 미국함정과 백명가까운 선원들을 돌려보내라는 요구에 보복이든 전쟁이든 다 좋으니 해볼테면 해보자고 대답해왔더라면 (그럴 다른 나라가 없기도 하지만) 미국인의 자존심은 그 도전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즉시 필요한 행동으로 넘어갔을것이다. 그러나 북조선은 성격이 류다른 나라로서 미국과 같은 강대국도 서툴게 접어들었다가는 골이 깨지기 쉬운 작고도 큰 상대였다. 거기에 지금 벼랑끝으로 몰리는 윁남전쟁형세가 또한 입에 빗장을 지르는것이였다. 수도 워싱톤은 물론 각 주의 여러 도시들에서 매일같이 반전시위가 벌어지는 분위기에 군사적대응을 주장하면 호전분자로 몰리기 십상이였다. 그렇다고 대화를 통한 외교적해결을 주장하면 그것은 그것대로 나약하여 국가의 존엄을 손상시켰다고 맹비난 하는것이 미국 정계, 사회계의 이른바 문명이였다.

창가를 떠나 자기 자리인 말편자의 터진 짬에 놓인 자그마한 평상앞에 돌아와앉으며 죤슨은 다시한번 발언을 촉구하였다. 그제야 《대통령각하.》 하고 입을 여는 사람이 있었다. 《푸에블로》호사건이 발생한 직후에 있은 백악관긴급안보협의회때 북조선에 시간표를 제시하되 해당한 시간에 배와 선원들을 내놓지 않으면 전술핵무기를 사용할것을 주장하던 공화당출신 상원의원 스티몬드였다. 그는 상원군사위원회 위원이였다.

《기회가 좋지 않습니까?》

《어떤 기회 말이요?》

밑도 끝도 없이 기회를 론하는 스티몬드의원의 의문스러운 재빛눈을 내려다보며 죤슨은 되물었다.

《보복이나 전쟁을 단행할수 있는 기회 말입니다. 아무리 힘이 막강한 우리 미합중국이고 적국이 렬세한 경우라도 타격을 하자면 유엔이나 다른 그러루한 계기를 리용하여 힘을 사용할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것이 시끄러운 순차입니다. 그런데 이건 아무 품도 들이지 않고 신이 하사한것처럼 좋은 기회가 마련되였으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나는 전쟁까지는 아니더라도 20년이상 지하저장고에 누워 울고있는 핵폭탄의 한을 풀어줄 때가 바로 지금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루한 눈치보기끝에 나온 첫 의견이 수만생명을 순간에 앗아갈수 있는 전술핵무기를 사용하자는 놀라운 주장이라 잠간 모두 얼떠름해있는중에 국방장관 맥나마라가 코등에 흘러내린 백테안경을 밀어올리며 물었다.

《전술핵무기를 사용하는 문제에 대해 말한다면… 그건 상원군사위원회의 견해입니까, 아니면 의원각하개인의…》

《내가 금방 한 말은》 국방장관의 말을 도중에 잘라버리고 스티몬드의원은 제 말을 이어놓았다. 맥나마라의 질문이 불만스러운지 어조가 자못 퉁명스러웠다. 《나 개인의 견해이지만 우리 위원회와 상원에는 그런 견해를 가지고있는 사람이 나 혼자만은 아닌줄로 압니다. 한마디로 많지요.》

《그렇다면 스티몬드씨.》 죤슨은 때를 놓치지 않고 입을 열었다. 《핵폭탄에 흥미를 가지는 의원들이 상원에 그렇게 많다면 행정부가 그 사용을 결심하고 승인을 제의하는 경우 국회의 찬동을 쉽게 받을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핵무기사용을 명령할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지만 그것은 전쟁과 같이 국회의 찬동을 전제로 하고있었다.

《저는 충분히 찬동을 받을수 있다고 보며 대상이 북조선이고보면 행정부로서는 반드시 그 사용을 결심하는것이 옳은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원자폭탄은 히로시마와 나가사끼에서 선을 보인 때로부터 벌써 20년도 넘어서 그 존재와 막강한 위력에 대한 리해가 좀 엷어진감이 없지 않은데 한번 다시 위세를 보여 세계를 각성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예.》

좌중이 가볍게 술렁거렸다. 그 소요속에는 핵무기사용을 규방처녀 선보이자는 소리처럼 쉽게 하는 스티몬드의원의 말에 대한 지지도 있고 어이없어하거나 반대하는 의미도 있었다.

죤슨은 두번째 부류에 속한다고 할가. 솔직한 심정을 말한다면 그는 자기의 임기기간에 지구의 어느 지점에서든 미국제핵무기가 적국을 목표로 사용되는것을 바라지 않았다. 리유는 단순했다. 상대가 누구인가에 따라서는 같은 원자무기의 역공격을 받을수 있고 아닌 경우라도 미국민까지도 포함한 세인의 저주와 규탄을 면할수 없기때문이였다.

죤슨은 원자탄의 《덕》을 입어 력사에 도덕적죄인으로 남고싶지 않았다. 그의 그러한 생각은 선배인 트루맨대통령의 운명에서 얻어진것이였다. 트루맨은 인류사상 핵폭탄을 사용할데 대해 명령한 첫 인물이지만 결코 영웅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영웅은 고사하고 죄없는 민간인 수십만을 살상한 인륜상의 죄인으로 당시는 물론 전쟁이 끝난지 20여년세월이 지난 오늘까지도 세인의 저주와 규탄의 대상으로, 지어 인류사상 가장 큰 범죄를 저지른 랭혈의 전범자로까지 취급되고있었다.

그러나 륜리나 도덕보다 훨씬 더 엄하고 구속력이 센것은 정치군사적 필요라고 할것이다. 다시말하여 정치정세가 그걸 바라고 군사상의 정황이 원자무기를 필요로 하면 대통령은 륜리니 도덕이니 하는 시끄러운 관념에서 벗어나 그 사용을 명령해야 하는것이다. 죤슨이 지금 스티몬드의원의 주장에 흥미를 가지는것은 그러한 필요, 즉 미국의 국익이나 존엄이 손상되는 경우가 도래하면 나도 핵무기사용을 명령할수 있다는 의지를 국회에 미리 알려두자는 목적에서였다.

《스티몬드씨.》 죤슨의 생각을 동강내며 국무장관 러스크가 입을 열었다. 《아시겠지만 북조선에서 핵이 폭발하면 그것은 3차대전으로 번져지고 3차대전은 열핵전쟁으로 되기 쉽습니다. 왜 그런가 할 때 북조선은 가난한 나라여서 핵무기는 물론 로케트조차 없지만 우방국인 쏘련과 중국에는 그것이 있습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쏘련의 경우는 몰라도 북조선과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있는 중국은 절대로 팔짱을 끼고있지 않습니다. 지난 50년대의 조선전쟁이 그 실례고 더욱 중요하기는 열핵전쟁에서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는것이 현대군사리론의 정의입니다. 우리…》

《국무장관각하.》 러스크의 말을 중도에서 꺾으며 이번에는 상원외교위원장 플브라이트가 끼여들었다. 《3차대전이 그렇게 무섭고 핵폭탄 사용이 그토록 조심스러운것이면 숱한 돈을 들여 생산해 저장하고있는 미국의 핵무기는 도대체 무엇에 필요합니까?

내 보기엔 장관각하가 전쟁과 핵폭탄에 대한 리해를 좀 잘못 가지고있는것 같습니다.

새삼스러운 말이지만 현세기에 들어와서만도 지구는 두차례의 세계대전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태평양전쟁은 별도로 하고라도 어느 대전에서 어느 적국도 우리 미국본토에 상용폭탄 한발 던지지 못했습니다. 진주만이나 노르망디, 저 오세안의 과달카날상륙전에서 미군장병들이 흘린 피로 말하면 그건 다른 문제입니다. 전쟁의 산실에서 인류문명을 재창조한 산모의 고통이 피로 물들었을뿐이라고 보면 그들 희생된 장병들의 령혼도 기뻐할것입니다. 나는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로병으로서 그것을 확신합니다.

각하, 말이 좀 길어진것 같은데 몇마디만 더 하면 그렇습니다. 북조선과 같은 불량국가를 다스리는데서 미국은 몽둥이를 고르지 말아야 합니다, 마주앉아 옴니암니하는 외교놀음은 더구나 하지 말아야 하고… 미합중국의 존엄은 리트머스시험종이가 아니지요. 예, 감사합니다.》

사실과 미사려구로 범벅된 플브라이트의 독설에 맞대응할 말을 고르느라고 딘 러스크가 잠간 지체하는 사이에 스티몬드의원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저는 플브라이트위원장의 주장을 전적으로 지지합니다. 지금 일부 론객들은 힘이 만사를 해결하는데서 수단의 전부가 아니라고 하는데 그건 틀리는 론리입니다. 그럼 무엇이 진실로 옳은 정의인가? 그것은 힘이야말로 진정 만사해결의 열쇠라는것입니다. 그 열쇠, 즉 힘의 대표자는 명실공히 핵무기입니다. 20세기 60년대가 저물어가는 이 세상, 이 하늘아래에 전지전능한 존재가 있다면 그건 다름아닌 핵폭탄이라고 말할수 있습니다.

그런즉 대통령각하, 북조선지도부에 핵폭탄이 무엇인지 알게 합시다. 행정부가 사용을 결심하겠다면 상원의 지지는 저와 플브라이트위원장이 책임지고 이끌어낼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스티몬드에 이어 상원의원 로버트 케네디가 발언하였다. 로버트 케네디로 말하면 몇해전 달라스에서 격살된 전 대통령 죤 케네디의 동생이다. 사법장관으로 있다가 전년에 죤슨과의 의견상이로 장관직을 사임한이래 대통령의 대윁남정책에 대한 가장 날카로운 비판자의 한사람으로 되였다. 그는 전주에 민주당 대통령립후보로 출마하겠다는것을 이미 공개하였으며 또 그때문에만도 죤슨의 견해나 정책에 한사코 맞총을 놓는다. 이 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한시간전 포터매크강을 건너올 때만하여도 오늘은 아무 발언도 하지 않을 생각이였는데 지금 죤슨이 스티몬드의원을 꼬드겨 론의를 보복이나 전쟁쪽으로 몰아가는것처럼 의도가 느껴져 본능적인 거부반응으로 입을 벌린것이였다.

《플브라이트위원장이 화식병으로 맥아더사령부의 조리장에서 식칼과 함께 2차대전에 참전한 용사인것은 잘 알지만 씨가 핵무기애호가인줄까지는 미처 몰랐습니다. 북조선을 다루는데서는 몽둥이를 고르지 말라! 그러니 원자탄이든 식칼이든 손에 잡히는대로 마구 쥐여뿌리라는 소린데 알아둘건 씨가 핵무기를 쓰자는 그 북조선에 지금 백명가까운 우리의 해군장병들이 인질로 잡혀있다는것입니다. 미국의 위신이나 존엄같은건 다른 문제로 하고라도 단순히 그들을 찾아오기 위해서만도 보복이나 전쟁을 선택하지 말아야 하며 핵무기는 더욱 써선 안됩니다. 나는 우리가 핵무기를 사용해서 북조선인들이 대량 죽는것을 동정해서가 아니라 억류되여있는 우리 장병들이 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가봐 걱정스럽습니다. 푸에블로호사건과 관련하여서는 문제를 대화로 푸는것이 현명한 방책입니다. 윁남전선도 문제지만 아시아에서 전쟁이 계단식으로 확대되면 미국에 유리할것이 없습니다.》

로버트 케네디가 말은 플브라이트에게 했지만 결국 죤슨이 들으라고 한 소리였다.

죤슨도 그것을 모르지 않았으나 열전을 피하자는 로버트 케네디의 주장이자 감추고있는 자신의 생각이기도 해서 속으로는 미소를 지었다.

《이 자리에서 핵무기사용에 대해서는 더 론의하지 맙시다. 요는 북조선지도부가 보내온 메쎄지(그는 의도적으로 자신이 규정했던 선전포고메쎄지로 격을 낮추었다.)에 어떻게 대응하겠는가 하는것이므로 그 방향에서 론의를 모으도록 합시다.》

죤슨이 말을 끝내듯마듯 해서 민주당 상원원내총무 맨스필드가 입을 열었다.

《케네디의원의 말이 옳습니다. 미군장병들이 북조선에 억류되여있는 한 군사적조치는 현재로선 합당한 선택이 못됩니다. 북조선은 산이 많은 나라라 국민정서도 산악처럼 가파르고 과격합니다. 성급하게 굴지 말아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북조선의 메쎄지에 이렇다할 반응을 하지 않는것도 전술일수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상원외교위원회 위원인 공화당출신의원 문트도 한마디 했다.

《대통령각하, 죽음을 각오한자 하나가 그렇지 않은자 백보다 강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북조선은 지금 죽음을 각오하고…》

문트의원은 말을 계속할수 없었다. 중앙정보국 부국장 알렌 큔이 황황한 표정으로 회의실에 들어와 손에 쥐고있던 수신지를 상급인 헬름즈장관에게 주고 나갔기때문이였다. 헬름즈는 지체없이 수신지를 훑어보고는 그것을 대통령에게 넘겨주었다.

 

[극비]:

중앙정보국장관친전

 

1) 오늘 (조선시간으로 2월 10일) 새벽 4시경 북조선군이 그들이 말하는 《제2방어지대》를 리탈하여 전반적인 기동으로 넘어갔다. 기동방향은 《제1방어선》인 휴전선, 전전선에 걸쳐 수십개사단이 완전전투태세를 갖추고 움직인다. 현재까지는 훈련인것으로 판단되나 훈련치고는 규모가 너무 방대한것이 문제다. 훈련이 곧장 실전으로 이어지지 않겠는가 하는 우려가 있어 유엔군사령부와 한국군에 대응을 권고하였다.

2) 북조선중부 황해북도 곡산지구(위도 38도 44분 59초, 경도 127도 40분 23초)와 중남부 신계지구(위도 38도 21분 20초, 경도 125도 13분 19초), 중동부 강원도 회양지구(위도 38도 42분 57초, 경도 127도 38분 6초)지점에서 각각 미싸일발사대 발견. 제5공군사령부에 의뢰하여 U-2 고공정찰기를 긴급출동시켜 공중촬영한데 의하면 1962년 꾸바에서 발견된 지상 대 해상 및 지상 대 공중미싸일과 류사한것으로 판단됨. 보유량은 알수 없음. 항공정찰필림은 별도로 발송했음.

중앙정보국 AK지국

 

거퍼 두번을 읽어본 죤슨은 세번째로 다시 읽으면서는 누에가 뽕잎을 갉아 입안에 넣듯 전신지를 오른손주먹안에 꼬깃꼬깃 구겨넣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당혹하고 혼란되는 심리를 단속하듯 줌안의 수신지를 꽈악 움켜쥐였다. 힘을 너무 주어 주먹등에 피줄이 돋으면서 우르르 경련하는것이 스스로도 알렸다. 그런 자세로 주먹에 눈길을 떨구며 한숨을 불었다. 한숨이 나오지 않을수 없었다. 보아하니 북조선군은 선손을 쓰고있었다. 미국함대가 문전에 가서 포진하고있는 상황에서 수십개의 사단무력이 휴전선을 향해 대규모의 기동훈련을 단행한다는것은 말만이 아니라 실지로 전쟁을 하겠다는것이였다. 그러한 수뇌부의 의지에 더하여 특히 놀라운것은 미싸일을 공개한 사실이였다. 예상 못한 그 미싸일로 하여 미국의 립장에서는 포함이나 비행대에 의한 보복타격이 보다 신중해지는것은 물론 군사적압박 그자체가 비싼 대가를 요구하는것이였다.

죤슨은 북조선지도자가 왜 미국의 보복이나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단호히 선언했는지 비로소 리해되는것 같았다.

(그런즉이 난항은 또 어떻게 뚫고나가야 하는가?…)

전혀 예견치 못한 이상정황이라 죤슨은 천길벼랑앞에라도 선듯 당장에는 출로가 보이지 않았다. 단지 명백한것은 이 모임을 더 계속할 필요가 없다는것이였다.

《북조선군이 가능하면 남침도 할수 있는 매우 위험하고 도발적인 군사적움직임을 보이고있어서 회의를 여기서 마쳐야겠습니다. 국무장관과 국방장관, 정보국장관, 안보담당보좌관과 휠러대장만 남고 다른분들은 돌아가도 되겠습니다.》

죤슨은 북조선중부의 여러 지점에서 미싸일과 발사대가 발견된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그러지 않아도 혀바닥힘이 센 여러 상원의원들이 있는데서 공개해야 북조선이 언제부터 그런 미싸일을 가지고있는걸 여태 모르다가 인제야 발견했느냐 하는 비난이나 듣기 쉽기때문이였다.

 

싱거운 인상으로 국회의원들이 줄레줄레 일어나가고 실무진만 남자 죤슨은 전신지를 로스토우에게 주어 돌려읽게 하였다. 그리고 전신테프가 네사람을 거쳐 되돌아오자 다시한번 읽어보고나서 강조했다. 이 미싸일정보는 당분간 특급비밀에 붙여 국회와 언론에 절대로 흘리지 말아야겠다고, 만약 비밀이 새는 경우 련방수사국을 붙여 기어이 출처를 밝혀내 책임을 물을것이라고… 그제야 다소 안심이 되여 본론으로 들어갔다.

《그럼 이제는 북조선지도자의 메쎄지에 어떻게 반응하겠는가하는 문제를 론의합시다. 국방장관부터 말해보시오.》

공식명은 달지 않았지만 사실상의 안전보장회의는 이제부터였다. 그런 의미에서 조금전 하다가 북조선의 미싸일충격에 중도반단된 안보관계자회의는 죤슨이 고안해낸, 안보상의 어떤 문제로 국회의 동의가 필요할 때 그것을 용이하게 이끌어내기 위한 사전작업이나 같은 모임이였다. 그러한 사전작업은 일이 나쁘게 번지는 경우 말썽많은 국회를 인질로 삼는데서도 편리하였다.

국방장관 맥나마라는 찌프린 표정으로 고개를 기웃하고 창문쪽만 이윽히 응시하더니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정보가 너무 늦었습니다. 북조선이 미싸일을 가지고있다는걸 이제야 알게 되였으니 어제라도 보복을 단행했더라면 무슨 랑패를 볼번 했습니까?》

그것은 중앙정보국이 일을 잘못하는데 대한 비난이였다. 맥나마라가 그런다고 헬름즈에게도 입이 없지 않았다.

《북조선은 같은 사회주의체제라도 쏘련이나 중국, 동유럽같지 않소. 전군민이 지도자의 두리에 똘똘 뭉쳐있는데다 비밀과 관련해서는 철의 장막이 2중, 3중으로 둘러쳐있어 뚫고들어가기가 여간 어렵지 않소.》

말끝에 헬름즈는 미싸일정보로 말하면 그걸 인제야 입수한것도 중앙정보국이니 가능했지 군사첩보로는 어림도 없다는걸 알아야 한다고 부언하였다.

《흥!…》 맥나마라는 코웃음을 치며 입귀에 쓴웃음을 지었다.

죤슨은 맥나마라에게서 더 들어볼 소리가 없다고 보아 국무장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딘 러스크는 담담한 표정이였다.

《나는 우리가 북조선에 대한 파악이 깊지 못한 상태에서 좀 서둘렀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실은 우리에게 랭정하게 사태를 판단할걸 요구합니다. 메쎄지를 보낸 북조선령도자로 말하면 온 국민이 숭앙하는 영웅이고 모택동은 물론 쓰딸린도 매우 존경하던 전략가입니다.》

아무리 적국이고 공산국가의 령수라도 미국으로서는 이 점을 인정해야 하며 그래야 대책도 선다는것이 러스크의 견해였다.

《그래, 그 점을 인정한다치면 어떤 대책이 서오?》

죤슨의 물음에 딘 러스크는 잠시 동안을 끌고서야 대답했다.

《대통령각하, 대책은… 그건 높낮이가 같은 걸상에 앉아서 문제를 푸는것입니다.》

《?…》

죤슨은 대답이 궁하였다. 러스크의 말은 한마디로 북조선과 협상탁에 동격으로 마주앉아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자는것이였다.

《물론 이런 말을 하는 나자신도 아직은 그런 공정성을 용납해내기 힘듭니다. 하지만 지금 아무리 용납하기 힘들어도 궁극에는 용납하게 될것이며 결과도 거기서 보지 다른데서 보게 되지 않을것입니다.》

박식과 선견지명으로 소문난 딘 러스크의 예측이라 누가 선뜻 반박을 못하는중에 까치다리를 하고 쏘파에 거느즉이 앉아 듣고만 있던 중앙정보국장관 헬름즈가 문득 등받이에서 잔등을 떼며 입을 열었다.

《대통령각하, 우리는 지금 북조선군의 기동연습과 미싸일에 대해서만 론의하고있는데 저는 론점자체가 탈선했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또 웬 소리인가싶어 죤슨은 잠시 어안이 벙벙해서 헬름즈를 여겨보았다. 뒤늦게야 가벼운 시까스름도 섞어물었다.

《그럼 탈선이 아닌 본선의 론점은 뭣이요?》

《각하.》 헬름즈는 까치다리를 풀고 몸을 당기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북조선에 대해 말할 때 우리에게 진짜 위험으로 되는것은 로케트나 군사연습의 규모가 아니라 북조선전역이 갱도화, 요새화되고 국민전체가 무장한것이라고 봐야 합니다.

그러한 잠재적준비에 지금 북조선은 지도부의 의지에 따라 국민전체가 전쟁준비에 돌입하였습니다. 군대는 물론 로농적위대라고는 민간무력이 주야전투훈련을 맹렬히 하고 군수업체들이 만부하들었는가 하면 렬차들에는 고사포를 실은 차량을 달고다닙니다. 한편 그들은 온 나라 아이들에게 공급할 동기용솜옷, 털모자, 솜신생산을 다그치고있는데 이것 역시 전쟁을 예견한 준비로서 북조선지도부가 땅크나 대포생산처럼 중시하는 항목입니다.》

《…》

죤슨이 어안이 벙벙해서 헬름즈의 입만 쳐다보는중에 그가 말을 속하였다.

《그러나 보다 더 결정적인 위험인자는 그들의 체제적통일이라고 봐야 합니다. 무슨 소린가? 북조선에서는 그걸 가리켜 통일단결〉이라고 합니다만 풀이하면 령도자를 중심으로 집권로동당과 전체 국민이 덩어리로 굳게 결합되여있다는 뜻입니다.

북조선인들은 이 단결을 매우 긍지스럽게 여기며 위력면에서는 원자탄을 릉가하는것으로 보고있습니다. 그들 북조선인들이 우리 미국이나 핵폭탄을 두려워하지 않고 감히 도전하는것은 바로 그때문입니다.

대통령각하, 말이 약간 길어졌는데 한마디로 북조선은 아까 누가 말한것처럼 사생결단의 각오로 전쟁을 준비하고있습니다. 그 핵심은 통일단결입니다. 통일단결, 무엇보다도 북조선식의 이 원자폭탄에 대해 숙고하지 않으면 쓴맛을 봐도 크게 볼수 있다는걸 알아야 합니다.》

죤슨은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듣고보니 헬름즈가 서두에 기동연습이나 미싸일론의를 왜 탈선이라고 하며 거만을 부렸는지가 리해되였던것이다. 그는 반박할 말을 찾을수 없었다. 그렇다. 이 헬름즈의 말이 전적으로 옳다. 한줌의 모래는 한줌의 먼지에 불과하다. 하지만 줌안에 드는 돌멩이로는 사람의 머리통도 능히 깨뜨리고 쓸어눕힐수 있다. 흩어진 모래와 한덩어리로 뭉쳐진 돌멩이의 그러한 위력차이이자 단결된 사회주의조선과 억년 가도 그것을 가져볼수 없는 미국정치제도와의 력학적힘의 차이가 아니겠는가!

방안이 지난할만큼 무더웠지만 그것을 의식하자 죤슨은 내복바람으로 한겨울의 새벽바람을 맞는것 같은 으슬기를 느꼈다.

《그렇다면 장관, 장관은 현재에 있어서 어떻게 하는것이 저 북조선의 메쎄지에 대한 가장 적중한 대책이라고 생각하오?》

대통령의 체면이나 위신쯤은 개나 물어가라 하고 죤슨은 발가벗고 나섰다. 그러나 정보자료에서는 부자지만 대책에서는 가난한지 헬름즈는 한참 동안을 흘리고야 입을 열었다.

《그것이 대책일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이 문제로 투표를 한다면 열전쪽에는 표를 던지지 않겠습니다.》

그런즉 헬름즈도 딘 러스크와 같이 문제를 대화로 푸는것이 방법이라는 견해였다.

합동참모본부의장 휠러가 질문을 제기했다.

《두 장관각하의 견해대로 걸상에 앉아 신사적으로 문제를 푸는 방향이면 말입니다, 엔터프라이즈호를 필두로 현재 조선동해에 가있는 우리의 기동무력은 철수해야 합니까?》

《그럴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딘 러스크가 재빨리 응수하였다. 《대화도 배경에 힘이 비껴있어야 승리를 이끌어내기가 쉬운 법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푸에블로호를 찾아오기 전에는 절대로 보복을 탁에서 내려놓지 말아야 합니다.》

그동안 무릎우에 펴놓은 수첩에 부지런히 무엇인가 쓰던 로스토우는 드디여 수첩장을 쭉 찢어 대통령앞에 밀어놓아주었다.

종이장에는 이런 조언이 씌여있었다.

《각하, 현재로선 정치외교적압력이나 신경전으로 그쳐야지 보복이나 전쟁은 선택이 아닙니다. 자존심은 좀 꺾이더라도 현단계에서는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푸는것이 좋을것 같습니다.

북조선지도자의 메쎄지와 관련해서는 맨스필드원내총무의 의견대로 반응을 하지 말고 전망적으로는 국무장관이나 정보국장관의 견해를 수용하는것이 옳을듯 합니다. 북조선이 미싸일까지 가지고있는 상황에서 보복이 역효과를 빚어내기 쉽고 그 영향은 윁남전선에도 나쁘게 미칠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제부터 판문점회담에 의의를 부여하면서 쏘련의 영향력에도 한번 더 기대를 걸어볼 필요가 있다고봅니다. 그것이 최종적으로 실패하는 경우 북조선이 해이된 기회에 보복을 단행해도 결코 늦지 않습니다.》

로스토우의 조언이자 죤슨도 생각하고있던 방책이여서 그는 동의한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거려보였다.

각자 견해도 피력했거니와 이제는 더 론의해봤댔자 뻔한 소리밖에 없을것이라고 보아 죤슨은 론의를 결속하는 의미로 찌뿌등해 앉아있는 맥나마라에게 할말이 있으면 하라고 했다.

《다들 보복을 미루고 혀바닥싸움만 하자는데 저야 무슨 할말이 있겠습니까? 우리 국방성은 국무성과 중앙정보국의 둘러리나 서는걸로 만족하겠습니다.》

그러니 그도 달갑지는 않지만 결국은 대화에 동의한다는 소리였다.

《그럼 당면해서는 이런 방향에서 일들을 해야겠소.》 죤슨은 로스토 우의 제안을 내려다보며 말하였다. 《북조선지도부의 메쎄지와 관련해서는 무시하고 보도계에 일체 언질을 주지 않는것을 원칙으로 하면서 국방성은 북조선군이 배비하고있는 미싸일을 무력화하고 필요한 때에 보복을 단행할수 있는 작전안을 완성하시오.

그리고 국무성에서는 푸에블로호와 선원문제를 판문점회담을 통해 해결하는 방향에서 노력하면서 쏘련지도부에 다시한번 압력을 가해야겠소.

중앙정보국은 북조선지도부가 보내온 메쎄지의 진정성여부를 시급히 탐지하고 암묵속에 펴고있는것으로 보이는 북조선의 대미선전을 파탄시켜야겠소.》

그 지시를 마감으로 모임도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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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 해외 - 학생 - 2021-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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