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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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이면 종종 그런것처럼 이날도 조선동해 12-27해구에는 안개가 자욱히 껴서 불과 몇십메터밖의 물체도 가려보기 힘들었다.
그렇게 오전내껏 바다를 덮었던 안개는 11시 20분경부터 걷히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눈을 품은 흐릿한 하늘을 보여주었다.
순찰근무중에 있던 조선인민군 101해군전대 구잠함 35호가 북위 39도 17. 4분, 동경 127도 46. 9분지점에서 정체불명의 선박을 발견한것은 안개가 조금 더 걷힌 11시 40분경이였다.
그때로부터 다시 한시간이 지난 지금 여기 12-27해구에는 해군기지 참모부의 작전방안에 따라 가까운 해상에서 순찰근무수행중이던 경비함과 3척의 어뢰정 그리고 원산에서 출격한 추격기편대가 증강되여 정체불명의 배를 포위하고있었다.
승선지휘관인 전대장의 지시에 따라 신호수가 세번째로 정체불명의 배에 요구하였다.
《〈GER-2〉, 〈GER-2〉, 국적을 밝히라! 빨리 국적을 밝히라!》
그러나 상대방은 이번에도 아군함선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적을 밝히라는 요구에 국적으로 대답하는것이 아니라 기발신호로 《우리는 수로측량선이다. 지금 기관이 고장인데 기관을 고쳐가지고 령해에서 나가겠으니 간섭하지 말라.》는 소리만 되풀이하면서 여전히 《난센식시험》(긴 바줄끝에 시약이 들어있는 유리병을 매달아 바다물에 드리워 수온과 염분을 조사하는 방법)을 하였다. 한편 도주를 꾀하는듯 슬금슬금 배머리를 공해쪽으로 돌렸다.
예상한 그대로였다. 얼마후 공해쪽으로 침로를 잡은 정체불명의 배는 마치 포위속에서 성급히 도망치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는듯 천천히 전진하기 시작하였다. 게다가 배의 신호수는 조롱이 담긴 이런 건방진 대답을 보내왔다.
《그대들의 배려에 감사하다. 우리는 이곳을 떠난다.》
함장과 함께 전대장옆에서 상대방이 보내오는 신호를 읽고있던 정치부함장 박인철은 평소의 침착하던 그답지 않게 주먹을 부르쥐며 격분을 터뜨렸다.
《전대장동지, 저자들이 누굴 놀립니다. 말로 통할 작자들이 아닙니다. 한방 갈겨서 여기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령해라는걸 알게 합시다.》
전대장은 서리찬 눈길을 정체불명의 배에 준채 고개를 저었다. 상대방이 현재로선 《수로측량선》을 표방하고있는만큼 포성을 울리기엔 이르다는것이였다. 그러나 그도 말만으로는 이 오만방자하게 놀아대는 정체불명의 배를 순종시킬수 없다는것을 확신한듯 어뢰정들로 하여금 달아나는 정체불명의 배를 추격하여 앞을 막게 하였다.
그런 상태에서 다시한번 경고하였다.
《〈GER-2〉호, 마감으로 경고한다. 여기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령해다. 어리석은 시도를 버리고 국적을 밝히라. 2분이내로 국적을 밝히지 않으면 발포하겠다!》 위협만이 아니라 실지로 구잠함의 함상포들이 일제히 포신을 내려 정체불명의 배를 조준하고 포탄을 장탄하였다.
정체불명의 선박은 그제서야 더 어쩔수 없음을 깨달은것 같았다. 얼마간 지체한 후 한 선원이 나와 사령탑으로 올라가는것이 포착되였다. 이어 해풍에 펄럭이며 천천히 게양대를 기여오르는것은 놀랍게도 미국 성조기였다.
(미국놈배다!)
국적을 밝히라는 요구에 응하지 않는것으로 보아 《수로측량선》으로 위장한 남조선괴뢰들의 간첩선일수 있다는 예상은 이미부터 하고있던터였다. 했으나 정작 미국배라는것이 판명된 지금 전대장이하 해병들모두는 일순 눈들이 커졌다. 하지만 해병들의 눈에 비꼈던 놀라움은 인차 철천지원쑤 미제에 대한 불타는 증오와 전투적열기로 바뀌였다.
국적을 밝히는것으로 할바를 다했다고 생각하는지 미국배는 멈춰서지 않고 그냥 앞을 막은 어뢰정으로 접근했다. 체통이 큰걸 믿고 충돌하면서라도 공해로 빠지자는 심산이였다.
《안되겠소. 승선해서 완력으로 제압해야겠소!》
전대장의 말이였다.
《승선한다면, 저 미국놈배에 말입니까?》
함장이 조금 뜨아하게 물었다. 그는 처음부터 정체불명의 선박이 《수로측량선》이 아니라 전자정탐선이며 선원들은 해병들이고 배에 무장장비가 있을것이라고 단정한 사람이다. 판단이 그런데다 파악이 전혀 없는 적함에 승선한다는것이 모험처럼 생각되는 모양이였다. 그러나 전대장의 결심은 확고하였다.
《공해로 나가기 전에 멈춰세우자면 다른 방법이 없을것 같소!》
박인철은 함장의 불안이 리해되면서도 전대장의 결심이 마음에 들었다.
《옳습니다. 배에 올라가 결사전을 벌립시다. 저도 결사조에 망라되겠습니다.》
함장도 다른 의견이 없었다. 그리하여 정치부함장 박인철을 조장으로 하는 전투조-결사대가 조직되였다.
함이 전투근무중에 있는만큼 결사대성원들로는 수뢰장 중위 박한길, 공급분조장, 수뢰수가 먼저 선발되고 수뢰분조장 중사 김중옥과 갑판장 고영선, 수뢰수 상등병 김현주는 자원하였다. 그들 일곱명의 결사대원들에게 전투정량분의 총탄과 수류탄이 공급되였다.
탄창에 총탄을 재우고 철갑모와 구명복까지 착용한 결사대원들이 갑판에 정렬하자 전대장이 전투임무를 하달하였다.
첫째, 승무원전원을 제압 체포할것.
둘째, 무장을 장악할것.
셋째, 통신설비를 장악할것.
넷째, 나포한 미국배를 몰고 원산항으로 들어갈것.
전대장이 하달한 전투임무에 따라 박인철이 결사대장으로서 보다 구체적인 전투조직을 하였다.
《동무들! 이제 우리는 함을 떠나 침략자 미국놈들이 있는 배에 올라 결사전을 하게 됩니다. 이 시각 우리들이 잊지 말아야 할것은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은 우리모두는 최고사령관 김일성원수님의 전사들로서 조국의 신성한 령해를 침범한 원쑤들과 싸워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것입니다. 이것만 명심하면 마음이 든든하고 적들과 맞서도 힘이 백배합니다.
그럼 동무들, 맡은바 전투임무를 책임적으로 수행하고 최고사령관동지께 승리의 보고를 올립시다!》
박인철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려 함사로청초급단체위원장인 수뢰수 김현주가 주먹을 힘있게 쳐들며 《조선인민의 철천지원쑤 미제침략자들을 소멸하자!》 하고 고동구호를 웨쳤다. 그에 화답하여 모두가 틀어쥔 억센 주먹을 들먹이며 《소멸하자!》를 합창으로 반복했다.
때마침 결사대원들을 적함에 실어나를 어뢰정이 배전에 다가와붙고 전투원들은 전대장과 함장의 격려를 받으며 어뢰정에 옮겨탔다. 박인철은 왼손으로 어뢰정란간을 짚은채 거수경례를 붙이며 전대장에게 힘있게 보고했다.
《전대장동지, 명령대로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오겠습니다.》
《잘 싸워주오!》
《알았습니다. 어뢰정, 돌격앞으롯!》
날카로운 기관소리와 함께 구잠함에서 리탈한 어뢰정은 인차 미국배를 따라잡았다. 그때쯤 미국배의 선수갑판에서는 연기가 치솟고 선원들의 부산한 움직임속에 종이장이며 지함 같은것들이 바다에 던져지고있었다. 선실에서는 무엇을 두드려부시는 소리까지 들려왔다. 박인철은 그것이 적함에서 나포를 예견하여 기밀문건들을 소각처리하고 기재를 파괴하는것이라고 판단했으며 그때문에 더욱 빨리 접근해줄것을 어뢰정정장에게 재촉하였다.
중위인 정장은 고개를 끄덕이고 어뢰정의 침로를 조금 꺾어 미국배와의 평행을 유지하더니 드디여 기관을 멈추고 타력으로 적함에 다가들었다.
바로 이때, 이제껏 수로측량을 표방하면서 바줄에 병을 매달아 물에 잠그고 끌어올리며 수온과 염분조사흉내를 내던 미국배가 갑자기 기관총사격을 가해왔다. 함장의 판단이 옳았다. 미국배에는 무장장비치고도 중무기가 갖추어져있었는데 언제 끌어내다 설치했는지 배앞뒤에서 두정의 기관총이 아군 어뢰정의 접근을 불허하여 련발로 위협사격을 하는것이였다. 소리로 판단하건대 12. 7미리대구경기관총이였다.
따따따따… 따따따따… 한겨울의 차거운 대기를 찢으며 사납게 울부짖는 기관총소리와 함께 어뢰정앞의 물면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부글부글 끓었다.
박인철은 전투원들에게 사격준비를 명령했다. 자동보총집중사격으로 적함의 기관총수들을 제압할 결심이였다. 한편 어뢰정장의 무선통화기로 구잠함에 있는 전대장에게 정황과 결심을 보고했다. 그러나 전대장에게서는 다른 지시가 왔다. 접전을 피하고 돌아서라, 발포하겠으므로 어뢰정은 적함에서 물러나라는것이였다. 지시대로 접전을 포기하고 물러섰다.
아군 구잠함의 위력한 함상포가 드디여 포문을 열었다.
쿵- 쿵- 쿵-
웅글은 포성에 앞서 회백색의 불줄기가 날아가 이제는 《수로측량선》이기를 그만둔 미제의 무장간첩선에 명중되였다. 포탄이 강철구조물을 찢는 굉음과 함께 마스트에 높이 설치되여있던, 빙글빙글 돌아가며 위세를 부리던 반원형의 커다란 안테나가 아래의 다른 작은 십자형 안테나들을 마사뜨리며 갑판우에 나떨어졌다. 조타실유리창이 부서져나가고 나무개비며 무슨 장치물같은것들이 허공에 휘뿌려지는 속에 적들의 기관총소리가 멎고 아군 구잠함도 포사격을 중지하였다.
《어뢰정, 적함에 접근하라. 적들이 다시 접근을 방해하면 어뢰정고사총으로 답새기고 승선하라!》
전대장의 명령에 따라 어뢰정은 다시 적함의 왼쪽배전으로 접근하여 마침내 선체를 붙이는데 성공하였다. 그때까지 적함에서는 기관총을 비롯하여 아무런 저항이 없는것은 물론 아까 부산스럽던 갑판우에 사람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았다. 고양이 한번 울음소리에 뭇쥐들이 혼비백산하여 다 구멍에 들어가 숨어버린 격이였다.
권총을 뽑아든 박인철의 《승선!》구령에 따라 몸을 날려 적함에 뛰여오른 결사대원들은 배전을 넘어서기 바쁘게 맡은 임무에 따라 통로 이쪽저쪽으로 갈라져 달려갔다.
전투는 수뢰장 박한길이 사령탑에 올라가 미국 성조기를 끌어내려 찢어버리고 공화국기발을 올리는것으로부터 시작되였다.
한편 전투조를 이끌고 적함지휘소에 접근한 박인철은 발로 문짝을 걷어차고 뛰여들며 날카롭게 소리쳤다.
《핸즈 압(손들엇)!》
그러나 아무도 반응하는자가 없었다. 뒤늦게야 가죽잠바차림에 턱이 빠르고 눈이 개구리눈처럼 불뚝 튀여나온 놈이 해도탁밑에 처박혀있는것을 발견하고 덜미를 잡아끌어내였다. 장소가 지휘소인데다 차림새로 보아 함장일수 있다는 짐작이 갔지만 인철은 놈의 눈앞에 권총을 겨눈채 왼손 엄지손가락을 내보이며 함장이 어디 있는가고 물었다. 그러자 개구리눈은 떨리는 손으로 가슴을 짚더니 마주 엄지손가락을 펴보이는것으로 자기가 함장임을 인정하였다.
《배에 선원이 몇이 있는가?》
물음과 함께 인철은 자기의 군모를 가리키고 허공에 의문부호를 그려보였다. 묻는 취지를 잘 모르겠는지 함장놈은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김중옥이 해도탁우에서 뒹구는 연필을 들어 종이우에 코가 장히 큰 미국해병의 상통을 그리고 코앞에 물음표를 붙여놓았다. 놈은 비로소 깨도가 되는지 그냥 후들거리는 손으로 연필을 쥐여 물음표뒤에 《83》이라고 썼다.
(83?!) 인철은 내심 놀랐다. 배에 오르기 전에 어뢰정에서 정황을 판단할 때 선원이 기껏 많아야 40~50명정도 될것이라고 예견했었는데 80명이 넘는다니 놀라지 않을수밖에 없었다. 지금에는 간첩이라고밖에 달리 볼수 없는 놈들이 그토록 많다면 선원체포를 서두르지 않으면 안되였다. 그렇다, 력량을 갈라야 한다! 인철은 수뢰분조장 김중옥과 김현주에게 선원체포임무를 주어 보내고 자신은 함장놈을 앞세운채 고영선이와 함께 연기가 자욱히 서린 오불꼬불한 통로를 따라 무기고로 갔다. 그런데 무기고에서는 처참한 광경이 기다리고있었다. 저격무기가 주런이 서있고 탄약통과 수류탄들도 보이는 무기고앞에는 선원 네놈이 쓰러져 뒹굴고있었다. 한놈은 복부가 파렬되여 내장이 흘러나온 상태에서 이미 숨졌고 다른 세놈은 부상처를 붙안은채 고통에 몸부림치고있었다. 아군 구잠함의 함상포사격이 면바로 적함 무기고를 명중했고 무기를 잡으려던 놈들을 쓰러뜨린것이였다.
(장하다! 동무들…) 총망중에도 인철은 포수들의 사격솜씨에 경탄하였다.
총격전도 예견했던 무기고를 의외로 손쉽게 장악한것은 큰 전과였지만 거기서 지체할수 없어 박인철은 고영선이를 떨구어두고 자신은 다시 함장놈을 앞세우고 지휘소에 올라가 아군 구잠함에 수기신호를 보냈다.
《전투진행정형을 보고한다. 지휘소와 무기고를 장악하고 함장놈을 붙잡았다. 배에 선원이 모두 83명이다. 다른 임무는 수행중. 인원손실은 없다.》
박인철의 조가 그렇게 지휘소와 무기고장악전투를 벌리고있던 시간에 성조기를 끌어내려 찢어버리고 공화국기를 올린 박한길의 조는 차후임무로 통신실장악전투에 돌입하였다.
선미쪽으로 들어가 지휘소밑에 있는 통신실(정보자료종합실)에 접근할 때까지만 해도 한길은 이제 자기들앞에 나타날 적들이 몇명의 무선수들이고 그만한 수자의 무선기일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정작 문을 차고 뛰여들어보니 예측이 틀려도 크게 틀렸다. 마루를 깐 길죽한 네모형의 선실벽을 따라 전자설비들이 꽉 들어차있는것도 뜻밖이였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것은 선실안에 인원이 또한 많은것이였다. 얼핏 짐작에 스무명이 넘으면 넘었지 아래는 아니였다.
중대가리를 하고 손을 버쩍 쳐든자, 큰 키때문에 쳐든 손이 천정에 닿는것이 스스로도 불손하게 생각되는지 엉거주춤 무릎을 굽힌자, 손을 들념도 못하고 레시바를 벗어쥔채 어리둥절하여 서있는자, 자기 가슴을 겨눈 총구가 금시 불을 토할것 같은지 두손바닥을 내저으며 뒤걸음치는자, 등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있는지도 모르고 구원을 청하여 아직도 레시바를 끼고앉아 정신없이 전건만 두드리고있는자… 거개 그런 형국들인데 개중에는 눈에 적의를 담았든가 아니면 이쪽저쪽 눈치를 보면서 손을 들지 않고있는자들도 몇이 보였다. 그런자들을 날카로운 눈초리로 쏘아보면서 박한길은 다시한번 소리쳤다.
《핸즈 압!》
그때껏 손을 들지 않고있던자들이 마지못해 응하며 천천히 팔을 들었다. 바로 그때 구석쪽에 있던, 레스링선수처럼 체격이 좋고 툭 불거진 이마빼기에 칼자리같은것이 보이는 작자가 뒤늦게 손을 드는척 하면서 기재를 부시느라 쥐고있던 날이 시퍼런 군용도끼를 던지려고 시도하였다. 찰나 박영준의 총구를 빠져나간 두발의 총탄이 놈의 중대가리를 스치며 천정모서리에 구멍을 뚫어놓고 합판부스레기를 휘뿌렸다. 놈은 기겁하여 들었던 도끼를 떨구며 풀썩 주저앉아 부들부들 떨었다.
그만하면 통신실은 장악한것이나 같았는데 문제는 놈들에 대한 처리였다. 포승줄을 준비하지 못한것이 못내 후회되였지만 후회나 하고있을 정황이 아니였다. 빨리 무슨 결심을 내려야 했다.
첫 대책으로 그들은 놈들을 바닥에 꿇어앉혔다. 그러나 그것도 안전한 대책은 아니라고 보아 두손을 깍지껴 뒤통수에 붙인채 배를 깔고 바닥에 엎드리게 했다. 세여보니 모두 스물넷이였다. 그 꼴들이 정 우습고 통쾌하기 그지없어 영준은 배앞에 총을 꼬나든채 놈들을 굽어보며 알아듣건말건 한바탕 호통까지 쳤다.
《야, 이 덜된 미국놈들아! 너들이 우리를 어떻게 알고 망탕 기관총을 쏴대? 야, 너 중대가리, 일어나 또 도끼를 던져봐. 명령이 안 그래서 방금은 공포를 쐈지만 이번엔 저리 머리통에 맞구멍을 내줄테다! 알았는가?》
놈들을 꿇어엎은 영준의 기분은 그렇게 흥떠있었지만 조장인 박한길의 마음은 자못 급하고 초조했다. 그동안 정황이 어떻게 변화되고있는지 모르는것이 우선 불안했고 결사대장인 정치부함장과의 련계가 없는것이 안타까왔다.
그는 영준이에게 놈들을 맡기고 자신은 정치부함장을 도와야겠다고 생각하였다. 1대 24라는 력량상차이가 불안을 자아냈지만 임무수행을 위해서는 달리 방법이 없는데다 영준이의 당돌함과 총명에 대한 믿음이 결심을 내리게 했다.
만약 반항을 기도하는 놈이 있거든 즉시 사살하여 다른 놈들의 기를 제때에 꺾어버려야 한다는데 대해 강조한 중위는 믿는다는 의미로 상등병의 어깨를 꽉 쥐였다 놓고 급히 통신실을 나왔다. 그는 선수갑판으로 나가려고 좌현통로를 따라 내달렸다. 그러다 도중에 자동보총을 배에 붙인채 요소들을 수색하며 마주오는 김현주를 만나 무기고와 지휘소를 장악하고 함장놈을 붙잡았으며 배에 선원이 모두 83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였다. 정치부함장 박인철이 그랬듯이 박한길이도 배에 선원놈들이 그토록 많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그런 사정을 헤아려 제때에 체포전투를 조직한 정치부함장의 결단에 감심하였다.
한길은 김현주와 김중옥의 체포조에 합세하였다. 복잡하게 배치된 크고작은 선실과 비좁은 통로, 기계실, 요소들을 수색하는 과정에 개별적으로 혹은 몇명씩 무리로 맞다드는자들의 손을 들리워 일일이 선실에 몰아다넣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체포조로서는 간첩놈들이 그토록 많으리라 예견 못한 까닭에 김중옥은 포승줄대신 적들의 백포를 찢어 해결하였다.
체포조가 그런 전투를 벌리고있을 때 갑판장 고영선과 수뢰수 박영준은 차후임무로 배밑창의 기관실을 점거하였다. 물론 쉽게 이루어진 결과는 아니였다. 처음 그들은 기관실로 내려가는 통로를 찾지 못해 얼마간 지체했다. 그러다가 통로를 찾고 계단을 내려가니 기관실에서는 내복바람의 기계수 세놈이 걸상우에 통졸임과 술병을 벌려놓은채 부들부들 떨고있었다. 총구를 들이대며 손을 들라고 소리쳐서야 술기운에 개개풀린 우멍눈들이 퀭해서 어름어름 일어나는것이였다. 그러나 놈들은 손을 들지 않았다. 재자 소리쳐서야 두놈은 손을 드는데 한놈은 종시 들지 않고 눈에 살기를 담으며 반항할 기미를 보였다. 그러는 놈(기관장이였다.)을 고영선이 총탁으로 턱주가리를 호되게 올리쳐 쓰러뜨리고 벽에 늘어진 통신선을 잡아채서 돼지다리 묶듯 손목과 발목을 든든히 묶어버렸다.
전투는 체포조가 이미 수색한 배의 매 선실과 통로 그리고 비상구며 요소들을 재탕으로 뒤지고 더 걸려드는 놈이 없을 때에야 결속되였다.
박인철은 자신이 직접 체포한 선원수를 확인하였다. 선실에 가둔 놈들은 모두 73명이였다. 거기에 무기고의 사상자들과 기관실에 있는 놈 셋 그리고 지휘소에 잡아둔 함장과 조타수 두놈을 합치니 정확히 여든셋이였다. 박인철은 그제야 수기를 들어 구잠함에 전투보고를 보냈다.
《전투진행정형을 보고한다. 지휘소와 무기고, 통신실, 기관실을 완전히 장악하고 간첩놈들도 전원 체포함. 전투원들은 모두 무사하다.》
《좋다! 간첩선을 끌고 귀대하라.》
《알았다.》
×
배를 발견한 때로부터 2시간만인 오후 1시 45분경에 결속된 그 나포전투의 실상을 보고드리기 위해 총참모장 최광이
두시간동안 진행된 나포전투의 전말과 기타사항을 청취하시는데는 1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아주 좋소. 우리 해병들이 정말 잘 싸웠소. 한개 분대의 인원으로 100명가까운 놈들을 제압하고 배를 나포한것은 승리라도 큰 승리요.》
김일성동지께서는 흥분을 금할수 없으시여 주먹으로 앞상모서리를 퉁- 때려 울리시였다.
《적측에서는 사상자가 넷이나 났지만 우리 해병들은 손가락 하나 다치지 않았습니다.》
최광의 말이였다.
《모두 영웅들이요. 그들 해병들은 우리가 내놓은 일당백의 구호가 옳았다는것을 실전에서 증명하였소!》
김일성동지께서 무엇보다 기쁘신것은 바로 그 점이였다. 그들 용감한 해병들이 앞에 있다면 한명한명 품어안고 일당백용사답게 잘 싸웠다 칭찬하며 볼을 쓸어주고싶으신 심정이시였다.
《그래 그 나포한 배와 포로들은 지금 어떻게 하고있소?》
일단 흥분이 물러가자 그이께서는 실무적인 문제로 화제를 돌리시였다.
《다 원산에 있습니다. 배는 항에 두고 선원들은 거기 부두창고에 가두었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배와 포로들에 대한 처리대책을 문의하시였다. 그러나 총참모부에는 아직 이렇다할 대책이 서있지 않았다. 하기는 그것까지 생각할 시간적여유가 없었을것이다.
《그럼 이렇게 하오.》 당면하여 있을수 있는 여러 경우와 전망까지를 고려해보신데 기초하여
《미국것들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 뗑해서 며칠간은 조용할수 있소. 하지만 인차 사태의 엄중성을 깨닫고 소동을 부릴거요. 무슨 소동을 어떻게 부리는가 하는건 두고볼 일이고 그동안 우리는 우리대로 리득을 챙겨야겠소.
나는 그 간첩선을 원산시민들에게 공개하고 며칠 구경시키자는거요. 우리 해병들이 나포한 미제의 무장간첩선을 인민들에게 실물로 보여주는것은 반미교양에도 좋고 그들에게 승리의 신심을 북돋아주는데도 의의가 있소.》
《해군사령관에게 지시하겠습니다.》
《포로들의 경우는 평양에 호송해 올려와야겠소. 심문해서 범죄사실과 비밀을 빨리 뽑아야 하니까. 포로호송과 관리, 심문 같은건 다 10국에서 할일이니 강선태한테 맡기고 동무는 제일을 하오. 강선태한텐 내가 따로 임무를 주겠소.》
《알았습니다.》
《일이 간단히 끝날것 같지 않소. 이제 죤슨이 야단독장을 치며 해보자고 할거요. 총참모부는 적들의 움직임을 예리하게 살피면서 정세변동에 맞게 필요한 대응책을 세우는데 주력해야 하오.
이런 경우도 예견해야 하오. 미국것들이 죄행에 대한 증거를 인멸하려고 비행대를 동원하여 원산항을 타격할수도 있소. 때문에 간첩선은 라진쪽으로 이동시키고 해상경계와 반항공감시를 강화하면서 원산항을 고사포숲으로 뒤덮어야겠소.》
《알았습니다.》
그이께서는 제기되는 문제가 있으면 말해보라고 하시였다.
《해군사령관의 말이 배에 무슨 문건들이 많답니다. 그걸 해득하기 위해서도 그렇고 당면해서 포로들을 심문하자면 영어를 아는 사람들이 있어야 할것 같습니다.》
《옳소, 영어전문가들이 있어야 할게요. 그 문젠 내가 대책하겠소.》
문가에 나가 총참모장을 바래우고 들어오신 그이께서는 교환수에게 강선태부총참모장과 외무상을 찾되 먼저 나오는 순서로 련결하라고 이르시였다.
먼저 나온 사람은 외무상 박성철이였다. 그에게 미제무장간첩선을 붙잡은 사실을 알려주신 그이께서는 영어에 능한 사람들을 10명가량 선발하여 인민군 10국에 보내줄데 대해 지시하시였다. 그리고 간첩선나포와 관련하여 판문점에 일거리가 생길수 있으므로 수석위원 박준국에게 미리 알려주어 10국과 련계를 가지고 포로들의 자백이 나오는 족족 받아서 연구하게 하라고 이르시였다.
다음차례로 나온 강선태는 10국장답게 해군에서 미제무장간첩선을 나포한 사실을 벌써 알고있었다. 하여 그에게는 포로호송에 항공륙전병들을 동원시키고 포로들을 넣고 심문도 할수 있는 건물을 빨리 준비할 과업을 주시였다.
《…백명가까운 포로들을 건사하기가 헐치 않을거요. 경비대책을 잘 세우고 포로관리에서 엄격한 규률과 질서를 세워 편향이 나타나지 않도록 해야겠소.》
《알았습니다.》
강선태와의 통화를 끝마치고 다시 절단기를 눌러 김정일동지를 찾으신 김일성동지께서는 원산앞바다에서 령해를 침입한 미제무장간첩선을 붙잡은 사실과 포로들을 평양에 호송해 올려오는 문제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기록영화촬영가들을 빨리 원산에 파견하여 배의 내부구조와 문건, 포로들에 이르기까지 일체를 촬영해오는 사업을 조직지휘할데 대하여 말씀하시였다.
《…촬영가들에게 말해주오. 기록영화를 만들 계획을 하라고… 앞으로 대적투쟁을 하재도 그렇고 군인들과 인민들을 교양하기 위해서도 기록영화가 꼭 필요하오.》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