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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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각 김정일동지께서는 부총참모장 강선태를 만나시기 위해 민족보위성청사로 가시는 승용차안에서 어제 판문점에서 진행된 군사정전위원회 수석위원들의 제3차 비공개접촉에 대한 보고를 료해하시였다.

《푸에블로》호사건이 발생한이래 판문점에서는 군사정전위원회와 특별공동직일관회의가 각각 한번씩 있었고(적측의 제의로) 이번까지 3차례에 걸친 량측 수석위원들간의 비공개접촉이 있었다. 그 과정에 드러난 미국측의 기도는 저들의 간첩선이 《나포되기 전까지 공해상에 있었다.》는 생억지를 계속 쓰는 한편 어떻게든 체면을 잃지 않으면서 비정부적명분으로 배와 선원들을 찾아가자는것이였다. 그에 반해 우리측은 회담을 통해 적들로부터 다시는 령해를 침범하지 않겠다는 담보가 안받침된 사죄를 받아내는것을 목표로 하면서 회담을 정부적높이로 승격시키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것은 곧 회담과 관련한 수령님의 뜻이기도 하였는데 지금 보시는 쌍방 수석위원들의 세번째 접촉보고내용은 그 의도가 목표에 아주 가깝게 접근했음을 시사하고있었다.

오늘 미국측 수석위원은 《푸에블로》호가 국제련합국군 《유엔군》소속이 아니라 미합중국 태평양함대소속이고 전례가 없는 사건이라고 하면서 자기가 군사정전위원회 수석위원이며 또한 미국해군선박 《푸에블로》호와 승무원들의 석방을 토의할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미국정부를 대표하고있다고 발언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우리측 수석위원은 그가 《푸에블로》호사건을 처리함에 있어서 미국정부를 대표하고있다고 한 점에 류의하면서 그 발언을 미국측이 《푸에블로》호사건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합중국사이에 처리할 현안임을 인정하였으며 당신이 미국정부를 대표하고있는것으로 리해해도 좋은가고 따졌습니다. 미국측 수석위원은 한동안 시간을 끌다가 힘들게나마 자기가 미국정부를 대표해서 판문점에서 사업하고있다는것을 동의한다고 하였습니다. …

이상과 같이 3차접촉정형을 보고드리면서 적측 수석위원이 자기가 미국정부를 대표하고있음을 인정한것만큼 그 인정을 다시 부정할수 없게 4차접촉에서는 정부위임장을 교환하는 문제를 해결하자고 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다 읽고 문건을 표지쪽으로 번져놓으면서 동시에 고개를 저으시였다. 적측 수석위원에게 정부대표임을 인정시킨것은 잘한 일이지만 위임장을 교환하려는 대책안은 마음들지 않으시였다. 하여 그이께서는 민족보위성청사에 도착하여 강선태중장의 방에 들어서시는 길로 책상옆에 선채로 송수화기를 들어 먼저 박성철외무상을 찾으시였다.

《판문점 3차접촉보고를 방금 읽었는데 이젠 박준국동무가 스미스의 코를 거의 꿴것 같습니다.》

《예, 워낙 드센 동무라 되게 다불러대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그 동무들이 다음번 접촉에서 하겠다는 정부위임장교환문제 말입니다. 그건 그만둬야겠습니다. 정부대표임을 인정하는것만도 힘들어하는 미국측 수석위원이 위임장을 교환하자면 이건 또 뭐이 이렇게 무서운거냐? 하고 놀라서 나자빠질수 있습니다. 차라리 발언문을 교환하는 형식으로 나갑시다. 저쪽이 제 입으로 정부대표라고 말한것만큼 회담문본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대표와 미합중국 정부대표라고 기록될게 아니겠습니까. 그러면 상대를 놀래우지 않고도 위임장을 교환한거나 같은 결과를 얻을수 있을것입니다.》

《예, 그게 점잖으면서도 더 효과적인 방법이라 생각됩니다.》

《4차접촉은 언제 하기로 했습니까?》

《래일 오전으로 합의했답니다.》

《그럼 박준국동무더러 래일회의에서 적측에 이렇게 말하라고 하십시오.

당신은 전번회의에서 자신이 미국정부를 대표한다고 하였다. 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정부대표다. 정부대표들이 정식임명되였으니 이제부터 곧바로 《푸에블로》호사건토의에 들어가자.

회의방식을 먼저 토의하자. 회의록을 서로 교환하며 회의참가성원을 늘이자. 회의기록을 정확히 하기 위해 통역을 한명 더 늘이고 기록자도 더 보충하자. 기록하는데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측과 미합중국측으로 하고 보도를 할 때에는 쌍방이 사전에 협의하도록 하자.고 들이대야 합니다. 그리고 담판은 공개로 하지 말고 비공개로 하는 방향에서 내밀어야 합니다. 회의를 비공개로 하는것은 적측이 우리의 요구를 용이하게 접수할수 있는 조건을 지어주자는데 목적이 있지만 우리에게 필요할 때는 공개로도 할수 있게 하자는것입니다.》

《묘안입니다.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그럼 수고하겠습니다. 박준국동무에게 인사를 전해주십시오.》

송수화기를 놓으신 김정일동지께서는 통화중에 눈에 띄여 심상히 당겨쥐신, 전화기에서 조금 떨어져 탁상일력과 나란히 놓여있던 수지곽을 그냥 드신채 강선태와 마주앉으시였다. 맑은 아크릴수지로 정교하게 만들고 안에 빨간 비로도천을 깐 곽안에는 만년필이 들어있었다.

《이 만년필이 어딘가 낯익어보이는데?…》

그이께서는 곽을 열고 만년필을 꺼내시였다. 그러자 강선태가 당장 눈에 흥분을 담았다.

《아니 왜, 생각 안 나십니까? 제가 프룬제로 류학을 떠날 때 기념으로 주신… 그게 그 만년필입니다.》

앞상건너편에 앉은 강선태의 말에 이번에는 정일동지께서 놀라시였다.

《아니, 이게 그때의 그 만년필입니까? 글쎄 어쩐지 눈에 익다 했더니…》

조국해방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8월의 일이였다. 벌써 16년전으로 멀어진 당시를 감회깊이 상기하시며 그이께서는 곽안에서 만년필을 꺼내시였다. 엄지손가락처럼 굵고 뚜껑을 나사식으로 비틀어 뽑게 되여있는 구식만년필이였다.

《그런데 그동안 만년필을 쓴것 같지 않구만, 그냥 새것대로 있는걸 보니. …》

뚜껑을 열어보시니 촉이 전혀 닳지 않았거니와 잉크도 넣어본것 같지 않았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쓰지 않았습니다. 잃어버릴가봐 걱정스럽기도 했구… 하지만 가지고있는것만으로도 쓰는것 이상의 효과를 보았습니다. 제 자랑을 좀 하면 말입니다, 류학기간 제가 매 학기총화때마다 최우등생으로 주석단에 앉을수 있었던건 바로 그 만년필이 늘 저를 학업에로 채찍질해주었기때문입니다.》

《허, 그렇다면 내가 만년필을 준것이 아니라 채찍을 선물했구만. 그것도 자기가 자기를 때리는… 안 그렇습니까?》

그이의 롱담에 강선태도 롱담으로 응수하였다.

《하지만 그 채찍은 저에게 현대군사과학을 더 많이 습득케 하고 저를 중장으로 키워준 고마운 채찍이였습니다.》

《허허, 이제 보니 부총참모장동무가 작전에만 능한줄 알았더니 말재주도 여간 아닌데요? 내가 졌습니다.》

호탕한 웃음속에 그렇게 시원히 말씀하신 김정일동지께서는 화제를 돌려 강선태에게 무슨 일을 하던중인가고 물으시였다.

《적정을 연구하더랬습니다.》

《그래 적정을 연구하니 어떤 결론이 나옵니까?》

금방 총참모부작전실에서 적정을 료해하고 오시는 길이여서 그이께서는 적정에 따르는 강선태의 견해를 알고싶으시였다.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태평양건너 아메리카쪽으로부터 보복의 검은 파도가 밀려오는것 같습니다.》

말씀에 앞서 김정일동지께서는 웃으시였다.

《역시 부총참모장동무는 표현력이 좋습니다. 보복의 검은 파도가 밀려온다!… 아주 그럴듯한 형상적표현입니다. 하지만 겁날것은 없습니다. 아메리카의 검은 파도같은건 우리 조선의 거세찬 붉은 파도로 밀어버리면 됩니다.》

《아니, 붉은 파도 말입니까?》 강선태는 놀라운듯 눈이 커졌다. 《히야, 진짜 멋있는 표현은 그겁니다. 조선의 거세찬 붉은 파도로 아메리카의 검은 파도를 밀어버린다! 얼마나 멋있습니까? 시인들이 알면 한편의 대서사시를 쓰자할 소재고 제목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강선태의 흥분을 미소로 받으시였다.

《사실 전 다가오는 적들의 검은 파도를 느끼면서 속이 무겁고 답답한바가 없지 않았습니다. 그래 그냥 줄담배만 태우던중인데 붉은 파도 말씀을 들으니 금시 힘이 나며 가슴이 다 시원해지는것 같습니다. 붉은 파도, 조선의 거세찬 붉은 파도!…》

강선태는 흥분을 금치 못하며 거듭 외웠다.

《하지만 기뻐하기는 아직 이릅니다. 조선의 붉은 파도는 이제부터 우리가 일으켜야 합니다. 어떻게 일으킬것인가?》

그런 물음과 함께 가지고오신 얍슬한 쟈크가방에서 밤색가죽뚜껑을 씌운 자그마한 수첩을 꺼내 앞에 놓으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심중한 어조로 불과 한시간전에 수령님께 말씀드렸던, 렬세에 있는 방어적성격의 대외선전사업실태와 그것을 공격형으로 바꾸기 위한 대책에 대해 설명하시였다.

《…작전국에서는 적들의 무력기동을 맞받아칠 모종의 파도를 지금 준비하고있습니다. 예측이 맞아떨어진다면 조만간 적들의 옆구리에 단도를 박는것 같은 어떤 충격적인 일이 있을겁니다. 문제는 대외선전전인데 이 전선은 부총참모장동무네와 외무성에서 맡아줘야겠습니다.》

《임무를 주십시오.》

《그럼 쓰시오.》

강선태가 바삐 책상빼람에서 종이와 만년필을 꺼내놓는 사이에 그이께서는 수첩을 펼치시였다.

첫째, 대외선전사업원칙과 방법에 대한 요강작성

      -원칙…

      -방법…

둘째, 대외선전을 전개할 거점나라들을 선정하는 문제

      -아시아주…

      -유럽주…

      -아프리카주…

      -남아메리카주…

셋째, 대상나라들의 출판보도계에 내보낼 선전물로는

      -현재 기록영화촬영소에서 제작중에 있는 기록영화 미제침략군무장간첩선 《푸에블로》호 (침략경위편), (자백편)

      -1월 26일과 2월 5일에 진행한 《푸에블로》호 함장과의 단독 및 국내기자회견내용

      -나포되기 전 《푸에블로》호의 함선위치일일기록부와 항해표, 번역된 일부 작전문건들, 미국첩보기관이 발행한

     《특수정보수집요강》 등 필요한 자료들

넷째, 외무성과의 협동작전에서 나서는 문제

      …

      -기타문제…

 

《…현재로서 가상할수 있는 대외선전사업방향은 대략 이렇습니다. 여기서 문제되는건 대외선전일군들이 가지고나갈 자료가 아직 좀 충분하지 못한것인데 부총참모장동무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최대한 탐구해봅시다.

내가 오면서 생각해본것은 푸에블로호 선원들이 자기 부모, 형제, 친척, 친우, 대통령과 국회의원들, 주지사들과 군부장관급들에게 편지를 쓰게 하면 그것도 좋은 자료로 될것입니다.》

《알겠습니다. 록음자료도 만들고… 곧 조직사업을 하겠습니다.》

강선태는 속필로 글은 글대로 쓰면서 말은 말대로 하였다. 그가 글을 다 쓰기를 기다려 김정일동지께서는 물으시였다.

《그래 어떻습니까? 이러한 방향에서 대외선전전을 적극적으로 벌리면 붉은 파도가 거세게 일것 같지 않습니까?》

《일것 같습니다. 아니, 입니다. 이거야 방법이 우선 룡을 잡자고 창을 비껴들고 바다에 뛰여들어 정통으로 멱을 찌르는 전법인데 왜 붉은 파도가 일지 않겠습니까? 두고보십시오. 이제 하와이앞바다에 조기천의 시 백두산에 있는것처럼 구름을 삼킬듯 길길이 일떠선 조선의 붉은 격파가 밀려갈겁니다.》

자못 흥분한 강선태를 보시는 김정일동지의 마음은 즐거우시였다.

《이제 보니 부총참모장동무는 군인이 아니라 시인이 될걸 그랬습니다. 하는 생각이나 말이 온통 시고 형상이거던. …》

《정말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저야 겨우 검은 파도나 생각했을뿐이고 진짜 시인은 붉은 파도를 일으키시는 김정일동지이십니다.》

《허허, 오늘 시인들이 많이 태여나는군. 그럼 좋습니다. 우리 함께 시인인셈치고 조국수호의 영웅서사시를 써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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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 해외 - 학생 - 2021-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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