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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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철외무상이 키가 그리 크지 않고 체격이 다부진데 비해 엔. 게. 쑤다리꼬브대사는 키가 거의 2메터에 가까운 로씨야인치고도 흔치 않은 장신의 사나이였다.

그들 두사람과 인사를 나누고 타원을 그린 접견용원탁에 자리잡고 앉으신 김일성동지께서는 미소어린 눈길로 건너편에 앉은 쑤다리꼬브대사를 일별하며 운을 떼시였다.

《그간 쏘련동지들이 여러번 각서를 보내왔다는 보고를 받았지만 바쁜 일이 많이 제기되여서 오늘에야 시간을 냈는데… 미안합니다.》

서기가 로어에 능한 사람이여서 외무상옆에 앉아 담담한 어조로 통역을 하였다.

김일성동지의 사업이 분망하신줄을 알면서도 모스크바에서 독촉이 와서 좀 무리하게 각서를 냈습니다. 량해해주십시오.》

쑤다리꼬브는 성격상 말이 많은 축이 아니지만 솔직한데가 있는 사람이여서 자기네 지도부의 초조감을 애써 감추려 하지 않았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건 호상 리해하자고 하시면서 문제는 모스크바의 독촉이라 하겠는데 무슨 급한 일이여서 그렇게 독촉인가고 물으시였다.

좀전에 정일동지께서도 말씀하신바가 있거니와 사실 수령님께서는 쏘련지도부가 대사를 독촉하는 까닭을 짐작하시고도 남음이 있으시였지만 례의상 물음으로 덮으시였다.

쑤다리꼬브는 잠시 동안을 흘리고야 입을 열었다.

《이렇게 묻는것이 실례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만… 김일성동지께서는 푸에블로호와 그 선원들을 어떻게 처리하려고 하십니까?》

대사의 단도직입적인 물음은 사실 실례였다. 례절에 맞으려면 바로 그것때문에 이 면담을 요구한 쏘련지도부의 견해부터 밝히고 우리의 처리책을 문의하는것이였다. 그런데… 수령님께서는 이 담화에서 상대방으로 하여금 무슨 요술을 피우거나 자기 목적만 추구하려고 시도하지 않도록 미리 주의를 환기시켜야 할 필요를 느끼시였다.

《나는 먼저 쏘련공산당 중앙위원회가 푸에블로호사건과 관련하여 앞으로의 사태발전을 어떻게 예견하고있는지를 알고싶습니다.》

대사는 실수를 깨달은듯 눈을 내리깐채 입을 꾹 다물고 한동안 침묵을 지키더니 이윽고 가는 한숨도 섞어 힘들게 입을 열었다.

《현재 미국안에는 푸에블로호사건과 관련하여 원자무기까지 사용할것을 주장하는 극보수적인 매파가 있습니다, 정계에서 상당한 영향력도 가지고있는.… 게다가 린든 죤슨은 모험을 할수 있는 대통령입니다. 그가 미중앙정보국으로 하여금 통킹만사건을 조작케 하여 윁남전쟁을 북부에까지 확대하고 현재 대통령재선을 목표하고있는것은 김일성동지께서도 잘 아시리라 봅니다.

우리 지도부가 특히 우려하는것은 바로 이 점입니다.》

그러므로 쏘련의 권고를 따라 미국에 양보하고 전쟁을 피하는것이 어느모로 보나 옳다는것이 대사의 말뒤에 감추어져있는 본심의 말이였다. 그것은 곧 쏘련공산당지도부, 정확히 말하면 브레쥬네브총비서든가 꼬씌긴내각수상의 견해고 립장이라고 보아도 틀리지 않을것이였다.

《쏘련공산당 중앙위원회의 립장이 그렇다면》수령님께서는 불쾌감을 누르시며 근엄한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우리는 수긍할수 없습니다. 대사동무는 아직 다 모를수 있는데 지금 미국은 옹근 하나의 전쟁을 치를만 한 해공군력을 기동하여 동해안의 울릉도계선까지 와서 우리를 압박하고있습니다. 우리 군대의 작전일군들은 미국의 기동함대가 수일내로 원산앞바다에 나올것으로 보고있습니다.

그렇게 남의 대문앞에까지 와서 나포한 간첩선을 돌려주지 않으면 보복으로 우리의 어느 항구도시나 비행장을 폭격하고 그래도 안되면 전쟁을 일으키겠다는것입니다. 이것이 정신이 온전한 사람들이 하는 사고방식입니까? 광인도 이처럼 혼란된 사고와 강도적행위를 할수 없을것입니다.》

《…》

《우리의 립장에 대해 말한다면 그렇습니다. 우리는 미국인들이 우리를 위협하는 한 절대로 그 위협에 굴복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들이 우리 나라 령해를 침범한데 대해 사죄할 대신 오히려 우리더러 사과하고 간첩선을 내놓으라니 우리가 숙맥이 아닌 이상 어떻게 그런 강도적인 요구에 응하겠습니까?

작은 나라라고 큰 나라에 머리숙여 살 까닭이 없으며 우리에게는 우리대로의 존엄이 있습니다. 우리는 나라의 존엄을 생명이상으로 중히 여깁니다. 따라서 누가 감히 우리의 자주권과 존엄을 해치려든다면 우리는 민족의 마지막 한사람이 남을 때까지 싸워서라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며 또 반드시 그렇게 할것입니다.》

쑤다리꼬브대사의 유럽인치고 확이 그리 깊지 않은 갈색눈에 일순 실망같은것이 그림자처럼 지나갔다. 아마 조선지도부를 설득하여 간첩선을 미국에 돌려주도록 하라는 모스크바의 지령을 관철할수 없음을 명백히 깨달은데서 오는 실망일것이다.

김일성동지의 짐작이 옳으시였다. 쑤다리꼬브는 지금 실망감을 느껴도 크게 느끼고있었다. 정부의 신임을 체현하고 일국에 파견된 대사로서 본국의 지령을 수행하지 못한다는것은 그것이 외교관으로서 지도부의 신임을 잃는것이기 전에 심각한 외교상의 실패로 되기때문이였다. 그는 자신을 이런 곤경에 몰아넣은 미국인들, 구체적으로는 대통령 죤슨과 주쏘 미국대사 톰프슨을 원망하였다.

진실을 밝힌다면 오늘의 이 접견에 썩 앞서 지난 1월 26일 늦은저녁 쏘련외무성청사에서는 외무성1부상 꾸즈네쪼브와 모스크바주재 미국대사 톰프슨사이의 면담이 있었다. 면담은 미국대통령 죤슨을 대변한 국무장관 러스크의 긴급지시에 따라 톰프슨의 요구로 이루어진것이였다. 톰프슨은 《푸에블로》호가 조선동해의 공해상에서 정상적인 근무수행중 조선인민군 해군에 억류당하였다고 뻔한 사실을 외곡하면서 배와 선원들을 빨리 돌려보내도록 쏘련이 북조선에 영향력을 행사하여줄것을 미국정부의 이름으로 청탁하였다. 쏘련공산당 중앙위원회 총비서 브레쥬네브가 김일성동지께 전화를 걸어온것은 그에 기인되였다. 그러나 일이 뜻대로 되지 않으므로 톰프슨은 이번에는 외무상 그로믜꼬와의 면담을 요구하여 쏘련내각수상인 꼬씌긴에게 보내는 죤슨대통령의 편지를 넘겨주면서 쏘련이 북조선에 압력을 가해줄것을 다시금 강경하게 요구(요청이 아니라)하였다. 그로믜꼬는 림시방편으로 좋은 결과를 기다리라는 식으로 톰프슨을 얼려놓은데 이어 주조 쑤다리꼬브대사를 모스크바에 불러 미행정부와 합의된 쏘련의 립장을 공화국정부에 전달할 임무를 맡겼다. 오늘의 이 접견석상은 그래서 마련된것인데 나라의 존엄과 자주권을 지켜 추호도 양보치 않으시려는 김일성동지의 결심과 의지를 알게 된 쑤다리꼬브로서는 실망이 커도 이만저만 크지 않을수 없는것이였다.

《그렇다면 말입니다.》 쑤다리꼬브의 다소 의기소침해진 말이였다. 《장차로 <푸에블로>호 선원들은 어떻게 처리하실 작정이십니까?》

《그건 미국인들의 처사에 달려있습니다. 죤슨행정부가 성실한 립장에서 자기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죄한다면 우리도 선의를 보이겠지만 지금처럼 무력을 동원하여 위협하는 방법에 매달린다면 그들은 우리에게서 아량을 기대하지 말아야 합니다.

털어놓고 말하면 우리는 전쟁을 바라지 않습니다. 사회주의건설을 다그치자고 해도 그래, 인민생활을 향상시키자고 해도 그래 지금 우리에게는 평화적환경이 물이나 공기처럼 귀중합니다. 그렇다고 우리는 존엄과 자주권을 희생시키는 대가로, 구걸로 평화를 얻고싶지는 않습니다.》

《…》

《만일 미국이 그들이 떠드는것처럼 우리 나라의 어떤 대상이든 폭격만 한다면 우리는 <푸에블로>호 선원들을 다 처리해버리고 존엄과 자주권을 지키는 싸움에 용약 떨쳐나설것입니다. 우리에게는 다른 선택이 없습니다. 일단 전쟁이 붙으면 미국의 코대를 꺾어놓고 조국을 통일하자는것이 우리의 의지고 결심입니다!》

말씀과 함께 수령님께서는 자, 이것이 당신의 물음에 대한 우리의 대답이요 하는 의미로 쑤다리꼬브의 얼굴을 곧바로 건너다보시였다. 대사는 그이의 안광에서 발산되는 아침해살같기도 하고 서리빛같기도 한 강렬한 번쩍임을 받아내기 힘든듯 고개를 기웃한채 이윽토록 침묵을 쫓더니 드디여 감심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김일성동지의 뜻을 잘 알겠습니다. 그대로 모스크바에 통보하겠습니다.》

 

×

 

쑤다리꼬브대사를 바래우고 집무실로 들어오신 김일성동지께서는 집무탁옆에 서신채로 송수화기를 들어 김일제1부수상을 찾으시였다. 김일은 선교편직공장 지배인실에서 전화를 받았다. 은률광산에 나갔다가 황해제철소를 거쳐 오던 길에 아이들에게 입힐 솜옷생산이 어떻게 되고있는지 료해하기 위해 들렸다는것이였다.

《그래 그건 어떻게 진척되고있소, 아이들 옷 말이요?》

《여태 주인이 똑똑치 않아서 말공부만 하다가 요새야 계획이 서고 발동도 걸렸는가본데 이제부터는 굴러갈것 같습니다. 생산지도를 틀어쥐고 내밀만 한 적임자도 나타났고 해서

김일의 대답이였다.

《아이들에게 올해중으로 솜옷을 해입히자면 생산을 책임질 사람이 피복물계에도 밝아야 하지만 이악하고 내밀성이 있어야 하오. 그런 사람이 있는것 같소?》

《있습니다. 전에 경공업부부장을 하던 김신복동무가 엊그제 피복종합공장 지배인으로 임명됐습니다.》

김신복이 최근에 어떤 곡절을 겪으며 마음고생을 했는지를 모르는 모양 김일은 심상하게 말하였다.

《신복이를 거기 배치했구만. 잘됐소, 지배인이 김신복이면 적임자라고 할수 있소. 하더라도 내각에서 자주 관심하며 도와주도록 하오. 내가 전번 협의회때도 말했지만 아이들에게 솜옷을 해입히는 문제는 전쟁준비치고도 땅크나 대포생산과 맞먹는 아주 중요한 항목이요. 김신복이에게 그 점을 똑똑히 인식시키오.》

《알겠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화제를 바꾸어 김정일동지께서 포착하고 제기해오신, 정세와 관련하여 평양시내에서 발로되고있는 편향을 알려주시면서 지방과 경제사업부문에서도 그런 편향이 나타날수 있으므로 미리 대책할데 대하여 말씀하시였다. 그런데 김일의 대답이 의외였다. 황해제철소에 나가 알게 된 사실인데 벌써 황해북도안의 일부 농촌들에서 전쟁이 당장 일어난다고 하면서 집짐승과 지어 역축까지 잡아먹은 사건이 발생했는가 하면 책임일군들이 소개지를 꾸리는데만 신경을 쓰며 생산에 관심을 돌리지 않는 현상이 경향적으로 나타나고있다는것이였다.

《…편향자료를 장악하라는 지시를 사무국에 주었는데 한번 그 문제를 안건으로 회의를 열고 단단히 경종을 울려야 할것 같습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김일의 제의에 선선히 동감을 표시하신데 이어 사흘후로 박두한 2월8일경축연회 연설자가 누구인지를 문의하시였다.

《민족보위상동무가 하는걸로 알고있습니다.》

《그 경축연회연설을 아무래도 내가 해야 할것 같소.》

수령님께서는 그래야 할 까닭, 즉 방금 쏘련대사를 접견하면서 론의된 내용들을 요약하여 설명하시였다. 그리고 대사와의 담화과정에 《보복》열에 들뜬 미행정부의 머리를 식혀주고 대국으로서의 체면도 없이 미국에 아부하는 쏘련지도부를 각성시키자면 아무래도 조선사람의 심장과 배짱을 알게 하는것밖엔 약이 없겠다고 생각하신바에 대해 말씀하시였다.

《…그래 나는 이번 2월 8일을 계기로 전번 정치위원회에서 선택한 우리의 원칙적립장을 세상에 공개할 결심인데… 어떻소, 서쪽이나 북쪽사람들의 토질병엔 그게 처방이 아닐가?》

《옳습니다, 수령님, 아주 명처방입니다. 조선사람의 심장과 배짱이 얼마나 센가를 알면 미국은 오금이 저릴게고 쏘련사람들 경우엔 부끄러운바가 없지 않을것입니다.》

김일은 벌써 《장훈》을 치시려는 김일성동지의 의도와 그 결과를 충분히 예상한것 같았다.

《그럼 그렇게 하는걸로 봅시다.》

송수화기를 놓은 김일성동지께서는 책임부관을 불러 총정치국에 가서 민족보위상이 하기로 되여있던 경축연회연설을 취소하고 연설문을 가져오라고 이르신 후 다시 집무에 착수하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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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 해외 - 학생 - 2021-01-20
위대한 수령을 대대로 모시여 세상에서 제일 강하고 또 그 존엄도 제일 빛나는 나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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