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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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차가 례성강다리를 건너 배천땅에 들어서자 김일성동지께서는 보시던 통신자료를 내려놓고 오른쪽차창곁으로 옮겨앉으시였다. 차창밖으로는 엊그제 내려 채 녹지 않은 눈이 흙밥홈타기며 뚝밑에 희끗희끗 보이는 논벌이 흘러가고있었다. 팔굽을 창턱에 놓으신 그이께서는 눈뿌리가 모자라게 펼쳐진 무연한 벌판을 감개어린 눈길로 바라보시였다.
여기 배천에서부터 서해곡창 연백벌이 시작된다. 오전에 돌아보신 개풍군의 풍덕벌과 이곳 연백벌은 지난 조국해방전쟁시기 리승만통치로부터 해방한 지역이다. 그때 리승만이 이 연백벌을 잃고 한절반 얼혼이 빠져 《유엔군》사령관 클라크에게 달려가 《연백을, 우리 연백을 찾아주오!》 하고 애걸복걸하자 클라크는 연백이 그의 아들 이름인줄 알고 《각하, 쏘도전쟁때 쓰딸린은 포로된 아들과 파울류스원수를 바꾸자는 히틀러의 제의에 자기는 상위와 원수를 바꾸지 않는다며 응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각하도 이 전쟁에 아들 하나쯤은 바쳐야 국민들앞에 떳떳하지 않을가요?》라고 했다는 웃지 못할 희극도 남겼거니와 연백벌은 그만큼 적아 어느쪽에든 쟁취하지 않으면 안되는 전략적요지였다.
배천군소재지가 가까와오자 거름을 박아 실은 뜨락또르와 소달구지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길 좌우로 멀리 혹은 가까이에서 흙깔이작업을 하는
농장원들의 모습도 더 자주 보였다. 제법 통이 크게 레루를 놓고 둔덕을 헐어 토운차로 실어내는가 하면 삭도를 리용하는 작업장들도 있었다. 아직은
땅이 얼어붙어 흙깔이나 거름내기밖에는 할수 없는 농한기이지만 그 단순한 일모습을 통해서만도
지난 1월 당중앙위원회와 내각책임일군협의회에서 론의한바도 있지만 올해중으로 7개년계획의 기본목표들을 점령하는것은
배천읍을 그냥 통과한 승용차는 한동안 더 달려 연백벌치고도 노란 자위라고 할수 있는 연안땅에 들어섰다. 연안군의 논벌들에서도 거름내기와 흙깔이가 한창이였다. 배천군과 다르다면 논벌에 활기가 더 넘치고 부분적이기는 해도 랭상모판에 방풍장을 둘러치는 모습이 보이는것이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연안읍을 시오리가량 앞둔 다리목에 이르러 다리웃쪽 멀지 않은 곳에서 개바닥을 파서 논판에 져올리는 농장원들이 보이자 차를 세우게 하고 부관에게 이르시였다, 저기서 흙깔이작업을 하는 농장원들이 한개 분조성원들 같으니 가서 분조장을 데려오라고.
짐작이 맞아서 부관이 데려온 분조장은 쉰줄에 들어선 보통키에 몸이 다부지고 이목구비가 널직널직하게 박힌 전형적인 황해도농민이였다.
《분조원이 모두 몇명이요?》
송구스러워 몸둘바를 모르는 분조장의 손에 담배를 쥐여주고 자신께서도 피우시며 김일성동지께서는 물으시였다.
《머리수룬 열아홉이지만 실지루 일하는건 열대여섯정도밖엔 안됩니다.》
후두가 나쁜지 목소리가 꽤 석쉼한 분조장의 대답이였다.
《열아홉중에 일하는 사람이 열대여섯이면 나머지 인원들은 어디 가 무얼하오?》
《가는데가 많습니다. 저수지동 막는데두 가구 군에 써클하러두 가구 길닦기에두 동원되구… 탄캐러 가는 때두 있습니다.》
《봄에, 농번기에두 그런 로력동원이 있소?》
《그적엔 좀 적지만 그래두 한둘은 노상 떠있습니다.》
《다른 분조들의 형편도 그렇소?》
《조금 많고 적은 차이는 있지만 대체룬…》
김일성동지께서는 가볍게 고개를 저으시였다. 로력을 이렇게 람용하는것이 이곳 협동농장에만 한한 일이겠는가? 도 아니, 온 나라 모든 협동농장 분조들의 로력실태가 이렇지 않겠는가?… 그럴수도 있다는 결론에 이르러 그이께서는 시급히 문제를 세우고 바로잡아야 할 필요를 느끼시였다. 2월 중순으로 예견되여있는 전국농업일군대회에서 꼭 이 문제를 론의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며 그이께서는 화제를 돌리시였다.
《작년에 분조가 국가계획을 몇프로나 수행했소?》
《104프로를 했습니다.》
그이께서는 농사를 아주 잘했다고, 축하한다고 하시면서 말씀을 이으시였다.
《…그러나 지난해의 성과에 만족해서는 안되오. 동무네도 4차당대회문헌을 학습해서 알겠지만 7개년계획의 목표는 600만톤이요. 600만톤의 알곡만 생산하면 우리는 남부럽지 않게 잘살수 있소. 그러나 600만톤도 결코 최종목표는 아니요. 당의 의도는 앞으로 800만톤도 넘어 천만톤까지 생산하자는것이요. 천만톤의 쌀을 가지면 미국놈들이 달려들어도 무서울것이 없고 조국통일도 앞당길수 있소. 동무들이 농사를 잘 짓는것이 그처럼 중요하오.》
《수령님말씀을 명심하구 농사를 더 잘하도록 하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지난해 농사에서 놓쳤다거나 아쉽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오? 이러저러한것들이 걸리지 않았더라면 소출을 좀더 낼수도 있었는데 하는 점들이 말이요.》
분조장은 잠시 생각해보더니 그런 점들이 없지 않았노라고 하였다.
《…랭상모를 더 못한것이 아쉽고 이삭비료를 좀 늦게 준데서두 한단보에 한두섬씩은 손핼 봤다구 생각합니다.》
수송이 걸려서 지난해에 황해남도가 이삭비료를 제때에 주지 못한건 그이께서도 아시는 문제였다.
《무엇이 걸려서 랭상모를 많이 못했소?》
《비닐박막이 푼푼치 못한데다 활창대서껀 두루 좀 모자라더라니…》
《박막은 올봄에 더 보장해주자고 하오. 헌데 박막이 더 있다 해도 작년에도 모자란 활창대는 어떻게 해결하겠소?》
《…》
분조장은 대답을 못하고 손만 주물렀다. 무슨 방책이 없는 모양이였다.
《활창대, 활창대가 걸렸구만. 하긴 가까이에 산이 없으니 활창대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겠지.》
분조장은 그제야 대답이 떠올랐는지 얼굴을 들었다.
《수령님, 일없습니다. 올봄엔 갈짚으루 묶어서라두 활창대를 만들어보겠습니다.》
《옳소, 그것도 방법이요. 뭐이 없다고 손접고 나앉지 말고 그렇게 뚫고나갈 생각을 해야 하오. 분조원들과 상론도…》
그이께서는 말씀을 이을수 없으시였다. 다리건너 연안읍쪽에서 먼지 타래를 끌며 달려온 두대의 승용차가 다리우에 올라와 멈춰서기 바쁘게 튀여나오듯 사람이 급히 내렸는데 뜻밖에도 황해남도당 책임비서와 부총참모장 강선태였다.
(부총참모장이 웬일인가?!)
도당책임비서의 경우는 련락을 받았을수 있겠지만 강선태가 연안땅에 나타나리라고는 전혀 예상 못하신바였다.
반달음으로 앞에 온 그들 두사람의 인사부터 받으시고 농사이야기를 좀 더 하고싶었는데 못하게 됐다고, 올해농사를 잘하면 가을에 꼭 다시 오겠다는 약속과 함께 분조장을 보내신 그이께서는 부총참모장을 향해 돌아서시였다.
강선태는 선뜻 입을 열지 못하고 서슴었다. 아마 군사상의 문제를 론의해야 하는 자리에 도당책임비서가 있는것이 불편한 모양이였다. 김일성동지께서 일없다고, 그래야 미국이 정세를 긴장시키는 문제겠는데 도당책임비서가 들어 나쁠것이 없다고 하시여서야 강선태는 입을 열었다.
강선태는 김정일동지께서 직접 보고드리라고 해서 왔다고 전제하면서 이렇게 뒤를 이었다.
《…미국놈들이 드디여 군사적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정찰자료에 의하면 미대통령 죤슨이 그제(2월 2일) 오전 국회에서 〈푸에블로〉호문제를 가지고 15분짜리 연설을 했습니다. 연설취지는 미국으로서는 해당한 경로들을 통해 북조선에 공해상에서 억류한 배를 조속히 돌려보내는것이 후환을 생각해서도 좋다는 신호를 보냈고 생각해볼 시간도 충분히 주었다, 그러나 북조선은 미국의 선의를 리해하지 않고 공해상에서의 정상적인 해양연구를 〈령해침범〉으로 묘사하면서 도전적으로 나오고있다, 그러므로 백악관은 물리적힘으로 배와 선원들을 찾으려고 한다, 그 물리적힘이 어떤 방식과 세기로 가해지겠는가 하는것은 시간이 알려줄것이라는것이 골자입니다. 국회는 행정부의 이 선택안을 전적으로 찬성했고…》
국회연설후 죤슨은 백악관에 돌아와 다시 안전보장회의를 열고 합동참모본부가 작성한 군사적 《대응》안을 청취한 다음 명령을 하달했다.
그 명령에 따라 미전략공군소속무력의 40~50프로가 경계태세에 들어가고 미군의 제대가 중지되였는가 하면 비행기 750대에 해당한 비행사들과 1만 4 600명의 예비역이 모집되고있었다.
《…한편 무력기동이 시작되였습니다. 일본 오끼나와에 기지를 두고있던 2개 비행대대가 남조선 오산과 군산에 이동하였습니다. 이 2개 비행대대는 36대의 전투폭격기를 가지고있습니다. 그와 함께 윁남전선으로 가던 핵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호를 조선해역으로 돌렸습니다. 거기에 미해군 7함대소속 함선 4척이 추가배비되고 별도로 20여척의 함선으로 무어진 72기동함대라는걸 새로 편성했습니다.
남조선에 있는 미군과 괴뢰군에는 〈비상대기령〉이 내리고 휴가와 외출을 일체 금하고있습니다.》
오른손으로 허리를 짚으신 김일성동지께서는 강선태와 그로부터 두세걸음 떨어져 서있는 도당책임비서앞을 천천히 가고오시며 사색에 잠기시였다. 미국이 무장간첩선과 숱한 인원들을 나포당하고 가만히 있지 않으리라는건 예견하신바여서 별로 놀랍지 않으셨지만 군사적움직임이 의외로 큰데는 심중해지지 않을수 없으시였다. 그런즉 죤슨은 무엇을 추구하여 이런 요란한 움직임을 보이는가? 단순히 위협공갈을 목적한것인가? 아니면 진짜로 전쟁을 해보자는 심산인가? 윁남전쟁에 발목이 잡혀있는 형편에서 우리와 또 전쟁을 할만 한 의지나 배짱이 죤슨에게 과연 있겠는가? 아니라면 왜 전군에 제대중지령을 내리고 예비역까지 모집하겠는가?…
많은 물음을 제기하고 풀이해보시였지만 아직은 납득할만 한 판단을 도출해낼수 없으시였다. 단지 명백한것은 미국대통령 죤슨이 멍텅구리가 아닌 이상 종개 한마리를 잡자고 강물을 푸는것 같은 어리석은짓을 하지 않을것이며 하다못해 행베리라도 잡자고 목적했음에 틀림없다는것이였다. 그 《행베리》는 우리의 어느 도시가 될수도 있고 비행장이 아니면 동해나 서해안의 어느 항만일수도 있었다.
김일성동지께서는 래일까지로 계획하시였던 황해남도 농촌부문 사업에 대한 현지지도를 단념하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생각하시였다. 농사가 아무리 중요해도 나라의 안전을 지키는 일보다 더 중하고 절박할수는 없었다.
《여기 가까이에 어느 군부대가 주둔하고있소?》
이번 현지지도길에 전선서부의 전연지대 군인들의 생활형편을 료해하는것도 예견하신바 있는
《해안포부대가 있습니다.》 강선태의 대답에 도당책임비서가 불안한 어조로 《거긴 바로 코앞에 교동도가 있어서…》 하고는 더 말을 못했다.
《교동도가 코앞이면 뭐라오? 우리 군인들이 지켜서있는데야… 갑시다.》
강선태의 차가 앞서고 김일성동지께서는 차에 도당책임비서를 태우고 함께 가시며 도전반의 영농준비실태를 료해하시였다. 책임비서는 농사에 밝은 사람이라 종자와 비료확보로부터 거름반출과 흙깔이 그리고 농기계수리정비며 가마니짜기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으로 보고드리였다. 그러다가 그이께서 연백벌협동농장들에서 랭상모판활창대를 어떻게 해결하는가고 물으셔서야 말이 서슴어졌다.
《사실 여기 연안, 배천에선 랭상모판활창대를 준비하기가 조련치 않습니다.
농장마다 작업반별로 로력을 뽑아가지고 겨우내 산이 있는 봉천군이나 지어 황해북도에까지 넘어가서 마련해놓고 뜨락또르로 실어나릅니다.》
《그러자니 농장원들이 얼마나 부담스럽겠소, 농사일만 해도 헐치 않은데.… 아까 만나본 그 분조장은 작년에 활창대가 모자라서 랭상모를 더 못하고 그만큼 낟알도 놓쳤다고 하오. 그러니 활창대를 나무꼬챙이로만 알지 말고 중요한 영농자재항목에 넣고 관심을 돌려야겠소.》
《알겠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승용차행렬은 목적지에 도착하여 해변가에 홀로 우뚝 솟은 산뒤에 자리잡은 병영마당에 들어가 멈춰섰다. 구분대장인 애젊은 상위가 병영이 쩌렁쩌렁 울리게 《차렷!》구령과 함께 영접보고를 한데 이어 50대의 키가 크고 용모가 번듯한 상좌가 달려와 거수경례를 붙이였다. 연안, 배천지구의 해안방어를 담당한 해안포련대 련대장이였는데 마침 구분대에 훈련지도차로 내려와있은것이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그들 두 지휘관에게 군인들의 생활형편을 보고싶어 왔다고 하시며 먼저 병실과 교양실에 들어가보시였다. 그만하면 병실이 덥고 군인들의 정신상태의 반영이라고 볼수 있는 정돈도 깨끗이 잘되여있었으며 교양실벽과 책장에는 사회주의건설성과를 보여주는 사진자료들과 계급교양자료들이 적지 않게 비치되여있었다.
군인들을 혁명의식으로 무장시키고 계급적각성을 높여주는데서 나서는 원칙적문제들을 강조하시면서 교양실을 나오신
아직은 맹물만 설설 끓는 가마뚜껑을 손수 열어보시고 검식함도 살펴보신 그이께서는 저녁에 해먹일 찬감가지수며 국거리로 준비한 미역이 참미역인지 쇠미역인지에 대해 알아보신 뒤 일일창고를 열게 하고 들여다보시였다. 벽을 따라 빙 둘러선 아구리를 동인 크고작은 독과 단지들, 구석에 쌓아올린 싸리로 엮은 염명태상자, 맞은편으로 천정까지 여러단 올려맨 나무당반우에는 칸칸이 무우오가리며 말린미역이며 고사리마대며 말린 까막조개살이며 그물에 넣은 마늘이며 하는것들이 무둑무둑 쌓여있었다. 한마디로 살림살이가 매우 깐지고 포실하였다. 보이지 않는것은 돼지고기였다.
《그건 바깥창고에 듭니다, 얼궈야 하기때문에.…》
구분대장의 대답이였다.
《얼궈야 해서 바깥에 둔다?… 가보기요.》
바깥창고는 일일창고 뒤켠에 덧붙여지은, 말이 창고지 허리를 굽히고야 들어갈수 있는 김치독과 염장탕크가 있는 저장움이였다. 움천정의 서까래에 두어마리분이 될상싶은 각을 떠 쇠줄에 꿴 돼지고기덩이들이 데룽데룽 매달려있었다.
《겨울철에는 저렇게 한지에서 얼군다치고 여름에는 어떻게 하오?》
《여름에는 잡으면 단꺼번에 다 먹어치웁니다.》
《단번에 다 먹어치운다?- 편제인원보다 키로가 썩 많이 나가는, 한 백키로나 그 이상 나가는 돼지를 접수해오면 어떻게 하오?》
《그래도 단번에 먹어야지… 랭동시설이 없으니 별수 없습니다.》
《그렇게 돼지고기를 단번에 많이 먹이면 설사하는 군인들이 있지 않겠소?》
《더러 있습니다.》
《더러가 아니라 많을거요.》 김일성동지께서는 고개를 저으시였다.
《그건 안되겠소. 가뜩이나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에 설사까지 하고나면 군인들의 건강이 뭐가 되겠소. 전투준비와 훈련에도 지장이 있을게 아니요.》
그이께서는 이 문제를 꼭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시였다.
《이젠 포진지에 나가보자구.》
병영뒤쪽으로 지그자그를 그리며 포진지로 올라가는 길은 위장으로 잔디를 입혀서 맨땅이 거의 보이지 않고 주단을 밟는 느낌이였다. 길좌우에는 소나무와 참나무, 개암나무들이 성글게 서있는 사이로 일명 족제비싸리라고도 하는 왜싸리가 무성하였다. 곧지 못한 참나무나 솔을 조롱하듯 길길이 미출하게 자라오른 그 왜싸리를 보시는 순간 김일성동지께서는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 걸음을 멈추시였다.
《저 왜싸리가 저절로 자란거요, 아니면 심었소?》
《위장을 하느라고 심은겁니다.》
구분대장이 대답하였다.
《심어서 몇년 자라면 저만큼 크오?》
《한 사오년이면 저만해집니다.》
《아주 빨리 자라는구만.》
그이께서는 걸음을 옮기시며 구분대장으로부터 왜싸리를 번식시키고 심어 키우는 방법을 들으시였다. 한마디로 번식이 힘들지 않았다. 6월달쯤 되면 줄기나 가지끝에 보라색꽃이 피면서 씨가 여러알 든 꼬투리가 달리는데 가을에 그 꼬투리를 따서 잘 건사했다가 봄에 나가 온실이나 랭상모판 같은데서 싹을 틔워 심고 가랑잎을 덮어주면 당해에 한뼘나마 큰다는것이였다.
김일성동지께서는 구분대장을 《왜싸리박사》라고 칭찬하시며 도당책임비서에게 물으시였다.
《어떻소, 생각되는 점이 없소?》
도당책임비서는 얼굴이 불그레해지면서 있다고, 이제부터 공지에 왜싸리를 심는 운동을 벌려 활창대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결의하였다.
×
산중턱에 굴을 뚫고 영구갱도화한 포진지에서는 화력복무훈련이 한창이였다. 해안포는 구경이 크며 따라서 페쇄기나 제퇴기, 포다리를 비롯한 장치들 역시 크고 육중하다. 그런 대구경포를 포장의 구령과 기발신호에 따라 갱도에 끌어들였다가 다시 좌지에 내다 전개하고 사격제원을 웨치며 《발사!》 하고는 또다시 같은 동작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숙련하는것이 화력복무훈련이다.
포가 갱도에서 좌지로 나올 때와 포탄을 장탄할 때 그리고 《발사!》 직전에는 초급선동원들이 《조선인민의 철천지원쑤 미제침략자들을 소멸하자!》 혹은 《간악한 원쑤들을 바다깊이 처박자!》, 《남녘땅형제들의 피맺힌 원한을 풀어주자!》 하고 고동구호를 웨친다. 구호소리가 갱도안에 메아리치며 심장을 끓이고 팔뚝들에 힘을 보태주는듯 포수들의 눈길은 더더욱 번쩍거리고 동작들에 날파람이 인다. 해풍에 타 구리빛으로 검붉어진 얼굴들에 땀이 비오듯 한다.
포병들의 그런 맹렬한 훈련모습을 한동안 보아주신 김일성동지께서는 이윽고 지휘감시소에 올라가 련대장으로부터 부대의 연혁과 방어임무에 대한 보고를 받으신 다음 포대경으로 해상을 료해하시였다. 도당책임비서의 말그대로 적들이 도사리고있는 교동도가 코앞에 있었다. 썰물때라 꺼멓게 드러난 간석지로 이어지다싶이 한 교동도뒤쪽으로는 력사의 풍운을 많이 겪은 강화도가 상공에 희뿌연 운무를 떠인채 일각으로 보였다.
포대경앞에서는 물러나셨지만 그이께서는 여전히 교동도며 강화도쪽에 시선을 주고계시였다. 이렇게 육안으로도 바라볼수 있는, 남풍에 연을 띄우면 그 상공에까지도 갈수 있는 수역과 섬이 오도가도 못하는 남의 바다, 남의 땅처럼 되였다는것이 정녕 믿어지지 않으시였다. 그것도 벌써 20여년세월 서로 원쑤치부하며 피까지 흘려가면서… 외세에 의해 강요된 분렬의 아픔을 넘어 통일에로의 의지를 새삼스레 벼리게 되시는 시각이였다.
해가 벌써 수평선을 가까이하고있었다. 이제는 가실 때가 되여 지휘감시소를 나와 병영으로 내려오신
전사들과 같이 2층침대의 탈의판에 앉으신 그이께서는 빙 둘러섰거나 바닥에 앉기도 한 전사들을 자애넘친 눈길로 둘러보시며 그들 포병들이 전투정치훈련과 부대살림 그리고 진지위장을 매우 잘한데 대해 높이 평가하신데 이어 이렇게 말씀하시였다.
《…그렇다고 동무들은 지금의 수준에 만족해서는 안되오. 부대살림도 더 풍족하게 해야 할뿐아니라 훈련강령을 질적으로 수행하여 군사기능과 기술을 더 련마하고 체력도 부단히 단련해야 하오. 특히 동무들은 포사격의 명중률을 높이는데 깊이 관심해야 하오. 포탄 한발에 적함 하나씩 마사야 일당백으로 준비된 훌륭한 포병이라고 할수 있소. 나는 동무들이 꼭 그런 훌륭한 포병이 되리라고 믿겠소.
그리고 동무들은 조금도 해이되지 말고 높은 혁명적경각성과 전투적긴장성을 견지해야 하오.
동무들도 알겠지만 지난달 동해에서 용감한 우리 해병들이 조국의 신성한 령해에 들어와 정탐활동을 하던 미국의 간첩배를 하나 붙잡았소.》
그이께서는 《푸에블로》호의 나포경위며 사건이 발생한 이후 미국지배층이 벌리고있는 허위선전과 위협공갈, 그것이 통하지 않자 지금 또 어떤 군사적움직임을 보이고있는가 하는데 대해 차근차근 말씀하시였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동무들도 대체로 짐작이 가겠지만 한마디로 정세는 전쟁접경에로 줄달음치고있소. 정세를 돌려세울수 있는 방법이 한가지 있다면 그건 우리가 붙잡은 간첩선을 미국에 돌려주는것인데 동무들은 어떻게 생각하오?
배를 돌려주고 전쟁을 피하는것이 좋겠는가, 아니면 전쟁을 하더라도 민족의 존엄과 나라의 자주권을 지키는것이 옳겠는가?》
물음과 함께 그이께서는 누가 대답해보라는 뜻으로 좌중을 둘러보시였다. 잠시 침묵이 흐르던중에 한 중사가 가슴을 쭉 펴고 포장 아무개라고 하더니 힘있는 어조로 말씀올렸다.
《최고사령관동지, 미국놈배가 우리 바다에 들어와 간첩행위를 하는걸 붙잡았는데 무엇때문에 순순히 돌려주겠습니까? 제발 잘못했다고 빌면 몰라도…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이께서는 견해를 당당하게 주장하는 중사를 대견한 눈길로 바라보며 다시 물으시였다.
《배를 돌려주지 않으면 전쟁을 해야 하는데 전쟁은 이기면 좋고 지면 다시 해보는 동네씨름이 아니요. 말그대로 나라와 민족의 운명을 걸고 네가 죽느냐, 내가 사느냐 하는 판가리싸움이요. 문제가 이렇게 심각하게 서는데도 배를 돌려주지 말잔 말이요?》
《그래도 잘못을 빌기 전엔 배를 돌려주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견해의 확고성을 시험해보시는 의미에서 이리저리 저울추를 덧놓아 보셨지만 중사의
주장은 흔들림이 없었다.
《동무가 말해보오. 동무도 미국이 빌기 전엔 간첩선을 돌려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오?》
얼굴이 붉게 상기된 상등병은 몸을 꼿꼿이 펴며 큰소리로 대답올렸다.
《옛, 상등병 최충일 대답하겠습니다. 미국놈들은 제발 잘못했다고 우리한테 빌어야 합니다. 빌지도 않으면서 배를 돌려 안 준다고 전쟁을 일으키면 싸우겠습니다. 최고사령관동지, 여기 바다는 념려마십시오. 경호함이면 경호함, 〈엔터프라이즈〉면 〈엔터프라이즈〉… 오는 족족 모조리 수장해버리겠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저만치 탈의판에 앉아있던 하사가 격동된 심정을 누르지 못하겠는지 스스로 벌떡 일어나 《조준수 박금령!》 하더니 주먹을 부르쥔채 불같은 말을 토해놓았다.
《최고사령관동지, 만일 배를 돌려주지 않는다고 미제가 전쟁의 불을 지른다면 방어가 아니라 공격명령을 내려주십시오. 우리들은 최고사령관동지의 명령을 심장에 새기고 철천지원쑤 미제를 남해에 처넣고 놈들의 군화발밑에서 신음하는 남녘동포들을 해방할것입니다.》
그이께서는 전사들의 각오정도가 매우 높은데 대견함을 금치 못하시며 탈의판에서 일어나시였다. 사랑스러운 전사들과 좀더 같이 있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싶으셨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다.
《동무들이 다 옳게 말했소. 미국이 강박한다고 간첩선을 순순히 돌려줄순 없소. 우리는 어차피 미제와 한번은 싸워야 하오. 그러니 배를 돌려주지 않는다고 놈들이 감히 전쟁의 불을 지르면 우리는 방어가 아니라 총공격을 해서 조국통일의 력사적위업을 이룩해야 하오. 나는 그 성전에서 동무들 해안포병들이 모두 위훈을 세워 영웅들이 되기를 바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