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화 《청룡황룡도》

2

 

두대의 승용차는 별장앞에서 박춘식과 미군장교 스틸맨을 내려놓았다.

스틸맨은 무엇인가 하얀 종이로 싼 네모진 물건을 들고 내리였다.

박춘식은 스틸맨을 데리고 응접실로 들어왔다.

《자, 자네들은 좀 나가주게. 미국손님이 오셨네.》

박춘식은 찬수와 윤산을 응접실에서 내보냈다. 그리고는 스틸맨에게 앉기를 권했다.

스틸맨은 의자에 앉기 전에 응접실벽에서 아직 완성되지 못한 라체화를 발견하고 만족스런 표정을 하며 《오오, 매우 좋습니다. 매우 가치있는 그림입니다.》 하고 그 움푹 들어간 노랑눈으로 벽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자, 대좌님! 어서 앉으시오!》

박춘식은 스틸맨에게 다시 앉기를 권한 다음 그가 앉기를 기다려 자기도 의자에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초인종을 눌러 하녀를 불렀다.

《아가씨 나오시래라. 손님이 오셨다구.》

하녀는 주인의 분부를 듣고 물러나갔다.

이윽고 미라가 성장을 하고 나타났다.

그는 더 요염하게 얼굴에 화장을 했고 어느 틈에 아침나절에 입었던 살빛달린옷을 벗고 복숭아빛달린옷을 입었다.

《아이유, 대좌님이 오셨어요? 왜 그리 그동안 안 오셨어요?》

미라가 애교를 피우자 스틸맨은 만족한 웃음을 띠우며 《오오- 미쓰 박! 오늘 당신 매우 명랑하고 아름답습니다. 나 오늘 당신 줄 선물 가져왔습니다. 당신 이 선물 무엇인가 알아맞혀보시오!》 하고 음침한 눈으로 미라를 건너다보면서 선물뭉치를 내밀었다.

《아이유… 감사합니다. 어제는 웰톤선생님헌테서 선물을 받았는데 오늘은 대좌님헌테서 받고! … 호호호.》

미라는 스틸맨에게서 선물을 받으며 종알거렸다.

《어제 웰톤씨헌테서 선물받았습니까? 그 선물 어디서 받았습니까?》

스틸맨은 갑자기 정색을 하고 물었다.

미라는 공연히 그 말을 한것 같아 약간 후회되였으나 정색을 하고 따지고드는 스틸맨의 태도가 이상스럽게 생각되였다.

어제 미라는 웰톤의 초대를 받아 《한국호텔》에 가서 점심을 같이 먹은 뒤 돌아오는 길에 백화점에서 웰톤이 사주는 고급화장품 한상자를 선물로 받았던것이였다.

《미쓰 박! 당신 주의하시오. 웰톤씨 매우 좋지 못한 사람입니다. 당신 선물 왜 사주었는지 압니까? 당신 그 사람 유혹에 빠지지 마시오. 나 그 사람하구 요새 말하지 않습니다. 미쓰 박! 주의하시오!》

스틸맨은 심각한 표정을 하며 미라의 얼굴을 뚫어지게 보았다.

얼마전까지도 서로 친하게 지냈다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사이가 나빠졌는지 미라는 매우 괴상스럽게 생각되였다.

스틸맨은 시선을 박춘식이에게로 돌리며 《미스터 박! 당신 이번 한미무역사 사장 매우 위태합니다. 한미무역사 앞으로 잘될 가능성 보이지 않습니다. 이번 주주총회 하면 당신 사장 하지 못합니다. 당신이 가진 웰톤씨 주권 모두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게 됩니다. 이건 비밀입니다. 그러나 당신 안심하시오. 더 좋은 자리 갈수 있습니다.》 하고 말했다.

박춘식은 스틸맨으로부터 돌연 이런 말을 듣자 깜짝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지금까지 자기의 사회적지위, 경제적지반을 튼튼히 해주고있는 《한미무역사》 사장자리가 위태롭다는 경고는 박춘식이에게 실로 청천벽력인것이였다.

전에 웰톤이 말한바와 같이 박춘식은 자기의 고리대금기관인 《한국산업사》나 《대한공익사》가 이제는 한물이 지나 바닥이 보이기 시작한것은 사실이였기때문에 어쨌든 자기는 좋으나궂으나 웰톤에게 충실하게 보이여 《한미무역사》의 사장자리만은 확보하리라고 내심 생각해왔던것이였다.

《한미무역사》의 주주총회를 앞두고 웰톤은 자기에게 주를 더 양도해주어 사장자리를 더 튼튼히 해주겠다고 언명까지 했고 김치선이에게까지 주권을 주기로 어느 정도 내정이 되다싶이 한 오늘에 와서 스틸맨의 돌발적인 발언은 결코 우연한 사실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춘식은 바로 사흘전 웰톤과 스틸맨이 단 둘이 웰톤의 사무실에서 무엇인가 서로 언쟁하는 소리를 지나가다가 잠간동안 들은 일이 생각났다.

그때 웰톤은 스틸맨에게 노발대발하며 《당신 본국에서 깽질하던 버릇마시오. 당신 뭣때문에 또 내 돈 거저 먹으려 합니까? 한미무역사는 당신 집 돈창고 아닙니다.》 하고 고함을 쳤다. 그러자 스틸맨은 《망할자식! 깽은 네가 깽이란 말야! 너 한국에 나올 때 본국서 돈 짊어지구 나왔니? 생각해봐, 이 자식아! 운라 구제품이니, ECA물자니 해서 이럭저럭 협잡해서 어리석은 한국사람들에게 얼마나 비싸게 팔아 처먹었니?》 하며 지지 않겠다고 걸고들었다.

《노오- 당신 여태까지 군수물자 협잡해서 팔아먹은 생각 나지 않습니까?》

《이 자식아! 그건 너하구 나허구 둘이 했지, 이 자식아! 더러운 자식! 그만둬라, 이 자식아! 한미무역사가 생명이 길줄 아니? 한국사람들두 이제는 잘 안 속는다는것을 알아야 해!》

이렇게 두 사나이가 언쟁을 하던것을 엿들었던 박춘식은 그것이 오늘에 이르러 자기에게 이렇게 영향이 미치리라고까지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것이다.

《미스터 박! 웰톤씨 말 믿지 마시오. 웰톤씨 본국에 소환시킬수 있습니다. 한미무역사 해체하고 더 큰 무역회사 만들수 있습니다. 나 대주주 될수 있습니다. 그때 미스터 박 사장시킬수 있습니다. 하하하…》

스틸맨은 한바탕 껄껄 웃었다.

《감사합니다. 어쨌든 내뒤를 대좌님께서 잘 봐주셔야겠습니다.》

박춘식은 고개를 숙이며까지 애원하였다.

《좋습니다. 당신 웰톤씨 말 듣지 마시오. 웰톤씨 이 별장에 놀러 나올 필요없습니다. 이 별장 못 오게 하시오.》

스틸맨은 이렇게 오금을 박으면서 미라에게로 시선을 돌리였다.

《미쓰 박! 당신 이제 웰톤씨헌테 선물 받지 마시오. 그 사람 당신 초대해도 가지 마시오. 그 사람 한국녀자들 많이 망쳤습니다. 당신 주의하시오.》

스틸맨은 미라를 은근히 생각하는체 하면서 위협하였다.

미라는 웃기만 하면서 잠잠하였고 박춘식은 괴로운 표정으로 담배만 피우고있었다.

스틸맨의 말대로 웰톤이 조선녀자들을 많이 망쳤다는것은 박춘식도 모르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런것을 구태여 자기앞에 꺼들어 웰톤을 중상하는 스틸맨 역시 웰톤에게 못지 않은자라는것을 박춘식도 모르지는 않았다.

도리여 스틸맨은 군복을 입고 무기를 가진것을 유일한 힘으로 삼아 자동차를 타고 달리다가도 젊은 녀자와 녀학생들중 반반한것만 눈에 띄우면 차를 세워놓고 강제로 끌어다 태워가는 더 적극적인 행동을 하는자라는것을 박춘식은 잘 알고있었다.

박춘식은 웰톤과 자기 딸 미라와의 사이가 이미 단순치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있는 스틸맨이 오늘 미라에게 로골적으로 접근해오고있는 사실을 목격하자 은근히 복잡한 감정속에서 자못 불안을 느끼지 않을수 없었다.

그것은 자기 딸 미라를 둘러싸고 웰톤과 스틸맨사이에 이미 질투극이 벌어졌다는것과 앞으로 그 피해는 결국 자기에게 미치게 되리라고 생각되였기때문이였다.

그러나 박춘식은 스틸맨의 비위를 거슬려서는 안된다는것을 알고있었다.

그것은 스틸맨이 말한대로 《한미무역사》가 앞으로 변동이 생기게 되고 또 만일 웰톤이 본국으로 소환되여가게 되는 경우를 상상해서라도 침착하게 량다리를 걸치고 살지 않으면 안되기때문이였다.

이윽고 스틸맨은 미라의 안내를 받아 식당으로 들어갔다.

찬수는 복도에서 그림을 그리다가 미라가 미군장교놈을 데리고 종알거리며 식당쪽으로 들어가는 꼴을 발견하자 갑자기 구역질이 날만큼 불쾌해졌다.

그는 얼른 발돋움에서 뛰여내린 다음 붓을 던지고 현관쪽으로 갔다.

찬수는 그 장교놈이 바로 연회가 벌어지던 날 밤 영옥이를 끌고 가려던 놈이란것을 알수는 없었으나 그날 밤의 일이 련상되여 증오감이 불같이 치솟아 견딜수가 없었다.

찬수는 기분을 전환하기 위하여 가방에서 속사첩을 꺼내여들고 현관문을 나와 별장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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