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장있는 산골

3

 

웰톤은 박춘식이의 기분이 침울해진 리유를 알아채고 다시 미소를 띠우며 입을 열었다.

《미스터 박! 당신 한미무역사 사장으로 언제까지나 일해야 합니다. 우리 미국인대주주들이 모두 당신 신임합니다. 당신 투자 더하면 더 신임받습니다. 한국산업사, 대한공익사 빨리 정리하시오. 이젠 중소상공업자들 고리대금해갈 사람없습니다.》

웰톤은 은근히 박춘식을 생각하는체 하였다.

박춘식은 웰톤의 태도가 아까보다는 훨씬 부드러워진것을 확신하자 침울했던 기분도 어느덧 조금 풀리기 시작했다.

《그저 웰톤선생 지도대로 해야죠.》

그는 고분고분하게 대답했다.

웰톤은 만족한 표정을 짓고나서 시선을 옮겨 김치선을 바라보았다.

김치선은 웰톤이 박춘식이에게 한참동안 설교를 하고 타이르는것을 곁에 앉아서 보고 듣기가 좀 거북하였으나 누구편을 들어야 좋을지 몰라 그저 잠잠히 앉아있을수밖에 별도리가 없었다.

《미스터 김! 당신 오늘 바쁘지 않습니까? 우리 잠간 학교이야기합시다.》

웰톤은 먼저 이렇게 딱지를 떼였다.

《미스터 김! 당신 학교 학부형들 요새 매우 좋지 않습니다. 당신 왜 학부형들에게 배척받습니까? 당신 수단없습니다. 용기없습니다. 당신 배척하는 학부형들 왜 그대로 둡니까? 반미분자로 몰아 경찰에 구금시키시오.》

웰톤은 김치선을 똑바로 바라보며 정색을 했다.

《네, 그렇잖아두 경찰이 지금 검거에 착수하고있습니다.》

김치선은 웰톤이 무슨 말로 자기를 질책할지 몰라 마음이 위축되고 조마조마해졌다.

《미스터 김! 당신 교장 공로많습니다. 마리야녀학교 한국에서 가장 우수한 학교로 만든것 당신 공로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요즘 마리야녀학교 학생들, 학부형들, 교원들 모두 믿을수 없습니다. 당신 요즘 신문들 읽어봤습니까? 신문들 매우 좋지 못합니다.》

웰톤의 목소리엔 노기가 섞여있었다.

《네, 압니다. 사실 신문때문에 큰 걱정거립니다. 신문에서들 떠들어놓으니깐 모르던 학부형들두 알게 되고 해서 점점 여론이 커집니다.》

김치선은 자기 학교에 말썽이 그치지 않는것이 신문에서 여론을 일으키고있기때문이라고 하면서 신문사에다 책임을 전가하려 하였다.

《미스터 김! 념려마시오. 좋지 못한 신문 페간시킬수 있습니다. 신문기자 얼마든지 구금할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 정신채리시오. 홍찬수공판기사 보았습니까? 방청석에 누구누구 갔습니까? 방청석에 나간 학생들, 학부형들 조사했습니까? 홍찬수 공판받고 갈 때 길가에서 손짓하고 이름부른 학생 누구누구인지 조사했습니까?》

웰톤은 김치선에게 따지고들었다.

하지만 김치선은 이 질문에 무엇이라고 답변할수가 없었다.

그날 공판정에 방청으로 간 학생들로 말하면 동맹휴학사건으로 정학처분을 받았거나 출학을 당한 학생들로서 교복을 입지 않았으며 교원으로는 한숙경이 있다는 말만 들었을뿐이였다. 이외에 누가 공판정에 들어갔는지, 또 길거리에서 찬수의 이름을 부르고 소동을 일으켰다는 학생들은 누구누구인지 조사를 해봤으나 명확한 사실을 알수 없었던것이다.

《뭐, 대단한건 없습니다.》

김치선은 그 사실을 과소평가해버리는편이 자기에게 책임이 돌아오지 않을것만 같이 느껴져 이렇게 얼버무리고말았다.

《아니요, 미스터 김! 당신 이번에 잘못하면 큰일납니다. 학생, 학부형들, 교원들의 사상동태조사표를 리사회와 경찰에 제출했습니까?》

웰톤이 물었다. 이것은 홍찬수의 사건이래 시끄러워진 학교문제를 수습하기 위한 웰톤의 지시였다.

그러나 900여명이나 되는 학생들과 또 그 학부형들에 대한 사상동태를 조사하기란 그렇게 단 시일내에 되는 쉬운 일은 아니였다.

더구나 이 조사는 교장 자기 한사람의 손으로는 될수 없었고 교원전부가 동원되여하고있는 일이였으나 아직 다되지 못했던것이다.

《네, 지금 조사작성중에 있습니다.》

《빨리빨리 보내시오. 마리야녀학교에서 또 사건 벌어지면 다른 녀학교 뒤따라 일어납니다. 그땐 미스터 김! 책임 엄중합니다.》

웰톤은 은근히 위협조로 말을 했다.

《그야 경찰의 힘이 있는데 무슨 사건이 또 일어나겠습니까?》

김치선은 태연스럽게 말했다.

《노오, 요새 사회 매우 맹랑합니다. 경찰의 힘만 믿고 그대로 있지 마시오. 사건이 벌어지면 경찰의 힘으로도 막기 힘듭니다.》

웰톤은 김치선의 얼굴을 유심히 노려보더니 조금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미스터 김! 당신 교장으로 일 잘하면 우리 한미무역사 주주 될수 있습니다. 이번 취체역회의에서 내가 가진 주권 당신에게 얼마간 나누어줄수 있습니다. 학교일 잘해주시오. 사건 안 나게 하시오!》

김치선은 웰톤에게서 그동안 두어차례나 자기 주권을 나누어주겠다고 말하는것을 들었던만큼 한편 그것이 지나가는 말이나 아닌가싶기도 했으나 사실 그에게 잘만 보이면 주권을 나누어받는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므로 은근히 고마운 생각이 없지도 않았다.

《네, 학교일에 대해서 너무 념려마십시오.》

김치선은 고분고분한 태도로 그의 비위를 맞추려 하였다.

《미스터 김! 그리고 당신 학교 학생들 계속 유엔군사령부 장교구락부에 보내시오. 스틸맨대좌 강경히 요구합니다.》

《네.》

김치선은 부득이 대답은 했으나 이 문제만은 몹시 곤난한 문제였다.

그동안 수차에 걸쳐 스틸맨대좌의 요구에 의하여 상급반 학생들을 장교구락부에 《위안공연》이란 명목을 붙여보냈던것인데 연회가 있은 날 밤의 사건과 대동소이하게도 일부 학생들이 장교들의 롱락물이 되여 모욕을 당한 사실이 드러나 학부형들의 항의와 비난이 비발치듯 몰려들었고 결국 자기를 배척하는 운동에까지 이르게 된것이였다.

뿐만아니라 근래에 이르러 수업료, 사친회비, 가사실습비, 참고서대, 운동구비, 음악비 등등… 각종 납부금 수납성적이 아주 좋지 못한 형편에 이르렀고 출석률이 저하되여가는 자기 학교의 처지가 은근히 걱정되였다.

그러나 김치선은 웰톤이 자기를 신임하고 격려해주는 말을 생각하며 용기를 다시 얻었다.

마리야녀학교의 학생들과 학부형들이 자기를 배척하더라도 자기를 신임하는 웰톤이 있지 않는가? 학교리사회의 실권을 쥐고있으며 《정부》 문교부 고문인 웰톤이 아닌가? 자기에게 《한미무역사》의 주권까지 나누어주겠다고 언명한 웰톤이 아닌가? 이 웰톤의 눈밖에만 나지 않는다면 앞으로 만일의 경우가 있다치더라도… 아니 그런 만일의 경우는 없을것이지만… 아무런 념려가 없다고 생각되는것이였다.

김치선은 이런 생각이 들자 웰톤의 눈에 더 들기 위해서라도 그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것을 절감했다.

이때 응접실문을 열고 미라가 들어왔다.

미라는 달린옷우에 하얀 앞치마를 입었다.

미라는 이 응접실에서 벌어진 이야기의 내용을 알지 못하고 웰톤에게 눈웃음을 치면서 맑은 목소리로 《자! 이젠 일어들 나셔서 절 따라오세요!》 하고 말했다.

《미쓰 박! 당신 수고합니다.》

웰톤은 빙그레 웃으며 일어났다.

그들은 미라의 뒤를 따라 식당으로 들어갔다.

호화스러운 식탁우에 료리접시가 널려있었고 양주병과 술잔이 그들을 기다리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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