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장있는 산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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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리고개를 넘어 우이동으로 휘잡아든 좁은 신작로로 두대의 승용차가 꼬리를 물고 달리고있었다.

자동차는 윤기가 도는 미국산 최신형이였다.

벌써 겨울철로 접어들었다고는 하나 우이동 산골짜기 비탈에는 곱게 물든 단풍나무들에 달린 락엽들이 아직도 다 지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었다.

바람조차 없는 따뜻한 날씨여서 유한계층들은 자가용차들을 굴리며 이 우이동부근으로 찾아오군 했다.

두대의 승용차는 오후의 해볕을 받아 눈이 부시도록 차체를 번쩍거리며 단풍나무들이 우북하게 숲을 이룬 골짜기를 향하여 내달렸다.

뒤로는 굵은 소나무로 방풍림을 이룬 높은 산이 솟아있고 좌우쪽으로는 험준한 바위와 야릇한 괴석들이 한데 어울려 병풍처럼 펼쳐져 절벽을 이룬 골짜기에 미색빛뼁끼를 칠한 덩그런 2층양옥 한채가 오뚝 서있었다.

승용차들은 이 양옥집을 향하여 비탈길을 굽이돌아 천천히 올라가고있었다.

비탈길은 새로 깎아 닦은지 얼마 되지 않은것 같았고 사람들이 그리 많이 래왕한것 같지도 않았다.

아직도 길바닥이 잘 고르어져있지 못한것은 물론이고 아직 굳어지지도 않았을뿐아니라 돌멩이들이 많이 깔려있었고 어떤 곳은 울퉁불퉁한 곳도 없지 않았다.

앞차가 갑자기 경적을 빵빵 하고 울리였다.

다 떨어진 누데기를 입은 령감들과 로친들, 젊은 아녀자들이 괭이와 삽, 삼태기를 들고 길을 고르다가 깜짝 놀라며 길 가장자리로 비켜섰다.

거의 10여명이나 되는 촌사람들은 승용차들이 지나간 뒤에야 다시 길을 닦기 시작했다.

《흥, 빌어먹을것! 양코놈을 데리고 오려구 길을 닦게 하다니…》

수염이 허옇게 난 령감 하나가 혼자말로 군소리를 했다.

삼태기에 돌을 담아 치우던 로파 하나가 나섰다.

《아이유, 허리야! 왜놈때보다도 더 심하구나! 이놈의 세상 살아 뭘해. 겨울날 부역은 대체 무슨 놈의 부역이야?》

또 어떤 로파가 한숨을 쉬였다.

《헐수 있소. 이놈의 세상이 얼른 망해야 이런 꼴을 안 당하지! 그래, 제란놈이 국회의원이랍시고 제놈 별장 지을 때두 마을에 부역을 풀어멕이더니만 또 길까지 닦게 해? 그저 아직두 우리가 문서없는 종노릇을 한다니까…》

령감 하나가 구시렁거리며 담배대에 성냥을 그어댄다.

양옥집에서는 피아노소리가 둥당둥당 울려나왔고 또 그 반주에 맞추어 간드러진 노래소리가 은은히 울려나왔다.

《어떤 년이 팔자가 좋아 별장속에서 저렇게 노래만 부른담!》

젊은 녀자 하나가 한탄조로 말했다.

《자, 다들 그만 가자구! 아침부터 점심때가 넘도록 했으면 됐지 뭣때문에 온종일 이짓을 해!》

한 중년녀자가 선동했다.

두대의 승용차는 어느덧 양옥집 정문앞에 이르러 멈추었다.

갑자기 세퍼드가 쇠사슬에 매인채 펄떡펄떡 뛰여오르며 사납게 짖어댄다.

피아노소리와 노래소리가 동시에 뚝 그쳤다.

차에서 사람이 내리기 시작했다.

앞차에서는 《국회》의원 박춘식과 교장 김치선이가 내렸다.

뒤차에서는 망원경을 손에 들고 카메라를 어깨에 멘 미국신사 하나가 내렸다.

그자는 미국인이지만 키가 작고 그대신 몸집이 뚱뚱한것이 박춘식의 체격과 흡사하였다.

《웰톤선생, 어떻습니까? 경치가 매우 좋지요?》

김치선이가 생글생글 웃으며 그자의 옆으로 다가섰다.

《네, 매우 좋습니다. 저 바위 금강산바위같습니다. 나 금강산 매우 사랑합니다. 그러나 금강산 북한공산분자들이 가지고있습니다. 한국사람들 얼른 북한을 쳐부셔야 합니다. 북한을 쳐부셔야만 아름다운 금강산 찾을수 있고 금강산에 훌륭한 별장 많이 지을수 있습니다. 미스터 김! 당신 학교교육 철저히 해야 합니다. …》

웰톤은 이렇게 연설조로 한바탕 떠벌였다.

이 웰톤이란자는 원래 일제시대에 미국선교사로서 조선에 나왔었고 한때 마리야녀학교의 교원으로도 있던자였다.

그자는 지금 리승만《정부》의 문교부 고문인 동시에 마리야녀학교의 리사회의 실권을 잡고있었고 또 박춘식이가 사장으로 있는 《한미무역사》의 대주주로서 《유엔군사령부》 스틸맨대좌와는 서로 친밀한 사이였다.

웰톤은 손에 들었던 망원경을 눈에 대고 사방을 한번 휘둘러보고 나더니 《미스터 박! 당신 별장 매우 좋은 곳입니다. 겨울에도 춥지 않을 곳입니다.》 하며 칭찬하기 시작했다.

《자, 이젠 내부로 좀 들어가보실가요?》

박춘식은 자기의 체구에 맞지 않을만큼 공손하게 말하면서 웰톤을 현관앞으로 안내했다.

몹시 짖어대던 세퍼드도 눈치가 있는터라 가만히 동정만 살피는듯 싶었다.

박춘식은 현관기둥에 달린 초인종을 눌렀다.

이윽고 열대여섯살쯤 되여보이는 하녀가 안으로 잠그었던 현관문을 열어놓는다.

《얘, 아가씨 얼른 나오라구 그래, 손님 오셨다구…》

박춘식은 하녀에게 분부하고나서 웰톤과 김치선을 데리고 응접실로 들어갔다.

호화스러운 자주빛주단을 깐 마루바닥우에 둥그런 응접탁이 놓여있고 그 둘레로 푹신푹신한 안락의자들이 손님을 기다리고있었다.

웰톤이 자리에 덥석 앉자 김치선도 따라앉았다.

이윽고 아까 나왔던 하녀가 담배를 가지고 들어오고 뒤따라 25살 가량 된 육체가 풍만한 류행녀성이 응접실로 썩 들어온다. 그는 박춘식의 딸 미라였다.

계란속껍질빛갈의 보드라운 털을 댄 달린옷을 입은 그의 앞가슴은 볼룩하게 두드러져보였고 갸름한 얼굴에 오뚝한 코날과 쌍까풀진 둥그런 두눈, 새빨갛게 연지를 칠한 입술, 다 영글어 시들었을 때의 옥수수수염과도 같이 염색을 해서 파마를 한 머리털… 모두가 조선녀자라고 하기보다는 미국녀자에 가까왔다.

《오우, 미스 박! 안녕하십니까?》

웰톤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미라를 덥석 끌어안을듯 다가서며 악수를 했다. 그리고는 어깨와 등을 어루만지면서 《미스 박! 오늘 당신 매우 아름답습니다. 여기 앉으시오!》 하고 미라의 손목을 잡아끌어 자기곁에 앉히였다.

미라는 별로 불쾌한 기색도 없이 방긋 웃으며 웰톤의 곁에 앉았다.

그의 탄력있고 풍만해보이는 육체에서는 금방 뿌리고 나온듯 한 강한 향수냄새가 풍겼다.

《미스 박! 당신 그동안 노래공부 많이 했습니까? 나 당신 노래 매우 좋아합니다. 오늘 나 당신 노래 들으러 왔습니다.-》

웰톤은 음침하게 푹 들어간 두눈에 웃음을 띠우며 미라를 단숨에 삼킬듯 뚫어지게 노려보았다.

《아유, 웰톤선생님두…》

방긋이 웃음을 띤 요염한 미라의 두눈은 잠시 웰톤의 음침한 시선과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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