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은 또다시

3

 

미군장교 스틸맨은 옆구리에 무엇인지 모를 상자 하나를 끼고 김치선의 뒤를 따라 뜰로 성큼 올라서더니 어느 틈에 부엌에 있는 영옥이를 발견하고 싱글벙글 웃으면서 《오오! 미쓰 손!》 하고 부엌쪽으로 걸어왔다. 그리고는 전날 교장실에서 하던대로 제딴에는 반갑다는듯이 별안간 영옥이에게로 다가가 손목을 덥석 쥐고 끌고 나오는것이였다.

영옥이는 몸서리를 치며 얼른 그놈의 손목을 뿌리치려 했다. 그러나 놈은 좀처럼 영옥이를 놓지 않고 마루우에까지 끌고 갔다.

마루에 올라서서야 겨우 그놈의 손목을 뿌리치고 자리를 피할수 있었으나 눈치를 챈 김치선은 자기가 무슨 주인이나 된듯이 주제넘게 의자를 내놓으며 영옥이더러 앉으라고 권했다.

영옥이는 엉거주춤하고 서서 피할 틈만 노리고있었다.

《영옥이, 여기 앉아! 그래 그동안 고생이 심하지? 어머니 간병을 할라, 아버님 시중을 들라… 학교는 결석해두 관계없어. 졸업장 안 주지는 않을테니깐…》

김치선은 눈웃음을 치며 영옥의 비위를 어루만지려 했다.

영옥은 이자들의 방문이 심상치 않았기때문에 얼른 자리를 피할 생각에만 골몰하다가 그만 휙 부엌으로 내려오고말았다.

그는 미음을 데워가지고 어머니에게 가야 할 시간이 되였기때문에 허둥지둥 주전자에 미음을 담기 시작했다.

《영옥아!》

김치선이가 부르는 소리였다.

영옥은 못 들은체 하고 바가지소리만 요란스럽게 내였다.

《영옥아!》

이번에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였다.

영옥은 어쩔수없이 대답을 했다.

《네.》

《영옥아! 잠간 이리 올라왔다 가거라.》

또 아버지의 목소리였다.

영옥은 어두운 얼굴로 마루에 올라섰다.

《영옥아! 대좌님이 네게 선물 가져오셨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인사하며 받아둬라.》

김치선이가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장교놈은 깊이 푹 들어간 그 흉물스러운 노랑눈에 음침한 웃음을 띠우며 제놈이 가지고 온 종이로 싼 상자를 영옥이에게 내밀면서 《미쓰 손! 당신 매우 어머니사랑 많습니다. 어머니병 나을것입니다. 미쓰 손! 나 당신 매우 사랑하고 좋아합니다. 이 선물 미쓰 손 주려구 미국서 사왔습니다. …》 하고 영옥의 손에 들려주려 하였다.

영옥은 순간 정신이 아찔해졌다. 그리고 얼굴이 화끈해올랐다.

짐승같은 흉물인 장교놈에게 자기가 여지없이 모욕을 당하는것만 같았기때문이였다.

영옥은 선뜻 한걸음 뒤로 물러서며 장교놈이 내미는 상자를 받지 않고 암팡지게 입을 열었다.

《나는 이런 물건 받을 필요없어요. 무엇때문에 이분이 내게 선물합니까? 교장선생님! 이분때문에 우리 학교가 얼마나 소란해졌습니까? 홍선생님이 지금 감옥에서 고생하고계신걸 생각하면 이런 물건을 어떻게 받겠어요? 교장선생님! 선생님도 생각해보세요. 홍선생님은 정말 억울하기 짝이 없어요. 홍선생님은 이분에게 폭행한 일 조금도 없어요. 오히려 홍선생님이 이분의 권총에 죽을번 했어요!》

영옥은 흥분된 어조로 말했다.

장교놈은 이마살을 찡그리고 화를 내면서 《미쓰 손! 그런 생각 재미없습니다. 당신 홍선생 생각하면 안됩니다. 홍선생 우리 미국 반대하는 사람입니다. 만일 미쓰 손이 그런 좋지 못한 생각하면 또 경찰에 구금시키겠습니다. 경찰에서 고문당해봤습니까? 이번에 구금되면 전기고문 매우 훌륭한것 있습니다. 금방 죽을수 있는 훌륭한 고문입니다. 미쓰 손! 정신채리시오.》 하고 영옥이를 은근히 위협하였다.

《영옥아! 너 그리말구 장교님이 주신 선물을 기분좋게 받아야지, 안 받는 법이 어디 있니? 그건 실례라도 큰 실례다. 오늘 장교구락부에 너의 반 학생들두 여러명이 초대되여가서 음악무도회를 하고 선물들을 받아가지고 돌아왔다. 너두 어머니가 퇴원하시면 매주일 장교구락부에 초대되여가기로 내정되여있어. 좀 좋으냐? 다른 학생들은 가구싶어두 못 간다. 재능이 있어서 미국 류학갈 희망이 보이는 학생 아니면 초대되지 못해.》

김치선이가 영옥이를 타일렀다.

《…》

영옥은 고개를 수그리고 듣고있다가 부엌으로 휙 내려와버렸다.

그는 미국류학을 시켜주마 하면 귀가 솔깃할줄 알고 감언리설을 늘어놓는 김치선의 수작에 몹시 구역질이 났다.

영옥이가 휙 나와버리고난 뒤에 장교놈은 매우 불쾌한 표정으로 《미스터 김! 손영옥 매우 좋지 못한 학생입니다. 당신 이 학생 좋지 못한것 책임지시오! 래일 경찰에 말해서 구금시키시오! 만일 미스터 김이 하지 않으면 내가 구금하겠습니다. 우리 갑시다. 내 마음 매우 불쾌합니다.》 하고 노발대발하며 위협하면서 벌떡 일어섰다.

《뭐 그렇게 하실것까지야 없구… 내게 맡기시오. 손영옥이의 성질은 내가 잘 아니까…》

김치선은 당황해서 어쩔줄을 몰랐다.

《안됩니다. 미스터 김! 당신 앞으로 이대로 나가다간 마리야녀학교 교장 못합니다. 문교 고문 웰톤씨 당신 좋아하지 않습니다. 요새 마리야녀학교 왜 학부형들이 떠들어대게 합니까? 당신 교장자격 부족합니다. 경찰에 왜 구금시키지 않습니까?》

장교놈은 김치선을 한바탕 꾸짖었다.

손종모는 영옥이를 구금하겠다고까지 하는 장교놈의 말을 듣고 그대로 잠잠히 있을수 없었다.

《에- 장교님! 미안합니다. 내 딸년이 원래 성질이 좀 괴팍합니다. 부모에게도 곧장 대항해나서는 판이니까요. 모처럼 오셨는데 대단히 미안합니다.》

손종모는 이렇게 말하며 장교놈의 눈치를 떠보았다.

《미스터 손! 당신 가정교육 좋지 못합니다. 손영옥이 저렇게 미국 반대하는것 당신 책임있습니다. 손영옥 미국 반대하지 않으면 좋은 일 많이많이 있습니다. 당신 공장 잘되게 할수 있습니다. 그러나 손영옥이 미국 반대하면 당신 공장 잘못되게 됩니다. 당신 공장 군수국 지정공장으로 다시하게 되더래도 손영옥 미국 반대하면 국방부 군수국에 명령해서 공장운영권 취소할수 있습니다. 당신 정신채리시오. 영옥이 저렇게 나를 반대하고 내 위신 저하시키면 오늘 밤 당장 내가 구금할수 있습니다. 어서 영옥이 불러앉히시오. …》영옥은 장교놈의 이런 위협적인 언사가 튀여나오자 얼른 미음주전자를 싸들고 가만히 틈을 노리다가 어둠을 타고 휙 나와 대문밖으로 달음질쳤다.

그는 마치 무슨 지옥속에서 빠져나온것 같았다.

영옥은 혹시 장교놈이나 김치선이가 자기뒤를 쫓아 뛰여나오지나 않나 하여 은근히 겁이 나기도 했다.

초생달은 벌써 다 사라지고 골목은 몹시 어둡기만 했다.

병원을 향하여 허둥지둥 달려간 영옥은 복도를 걸으면서 겨우 안심이 되였다.

그러나 영옥은 병원에까지 그자들이 따라와 자기를 끌고 가지나 않을가 몹시 불안스러웠다.

어머니에게 미음을 대접하던 그는 갑자기 병원마당에 들이닥치는 자동차소리에 놀라 얼른 창밖을 내다봤다.

《앗!》

영옥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며 전신이 떨리기 시작했다.

김치선이와 장교놈이 자동차에서 내려 현관쪽으로 걸어들어오고있었기때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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