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일기

7

 

검사는 도끼눈을 부릅뜨고 찬수를 흘겨보며 《손영옥이는 동맹휴학을 선동한 사람은 홍찬수라고 명명백백하게 말했어! 어찌 피고는 이 손영옥이의 진술에 대해서 부인하려고 하는가?》 하고 암팡지게 질책하였다.

이 순간 한쪽귀퉁이에 끼워앉아 고개를 숙이고있던 영옥은 갑자기 울화와 분격이 치솟아 견딜수 없었다.

(그게 무슨 거짓말이예요? 내가 언제 그런 말을 진술했다고 그래요?)

영옥은 담박 벌떡 일어나 반박하고싶었으나 그렇게 되면 오늘 공판이 홍선생에게 도리여 불리할것 같은 생각이 들어 꾹 참을수밖에 없었다.

찬수는 찬수대로 검사의 말이 어처구니가 없어 《범죄를 구성시키기 위하여 고문을 해서 강압적으로 조작한 경찰조서만을 전적으로 신용한다면 공판정에서의 사실심리는 한낱 형식적인것에 불과하지 않습니까? 나는 경찰이 손영옥이를 너무도 가혹하게 고문한데서 그런 사실이 아닌 말이 강요되였거나 그렇지 않으면 경찰이 임의로 만든 조서라고 볼수밖에 없습니다.》 하고 힘주어 말했다.

찬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검사는 또 악을 쓰며 고함쳤다.

《피고는 대한민국 경찰의 위신을 저락시키려 하는가?》

《나는 다만 사실을 말한것뿐입니다.》

찬수는 태연스럽게 말했다.

《피고는 피고의 입으로 경찰에서 뭐라고 말했는가? 동맹휴학에 대한 책임은 피고가 지겠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그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복직을 원하는 순진하고 사랑스러운 내 누이들과도 같은 녀학생들이 체포되여 고문을 당하는것을 보고 차라리 내가 혼자 책임을 지고라도 학생들은 모두다 석방시키고싶었기때문입니다.》

이때 방청석에서는 수군수군 웅성거리는 소리들이 들리였다.

찬수의 숭고한 교육자적량심에 학부형들이 모두 감탄하는 소리였다.

《피고는 마리야녀학교 재직당시 학생들에게 미술리론을 가르칠 때 리알리즘론을 가르쳤다는데 대체 미술에서 리알리즘이란것은 무엇을 말하는것인가? 즉 그것은 쏘시알리즘을 말하는것이 아닌가?》

검사는 빈정대는 어조로 물었다.

찬수는 무식한 검사와 말하기가 괴로운듯 《나는 이 공판정에서 사건과 관계없는 미술리론강의를 하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하고 은근히 그 질문을 일축해버렸다.

결국 찬수에게서 한대 얻어맞은 검사는 좀 무색해지더니 포악스럽게 《뭣이 어째?》 하고 호통을 쳤다.

그리고는 다시 또 질문을 계속했다.

《피고는 고향에 처자가 있는 기혼자란 말이 있는데 자기의 제자인 손영옥이에 대하여 련애감정을 가졌다는것은 교육자로서 죄악이라고 인정되지 않는가?》

《그런 허무맹랑한 중상적이고 모욕적인 심문은 마십쇼. 나는 기혼자도 아니고 또 손영옥이와 련애하는 사이도 아닙니다. 다만 그를 가르친것뿐이고 또 그를 앞으로 지도해주어야 할 의욕을 느낀것뿐이였습니다.》

《그러나 세상일은 모르는거야. 피고는 앞으로 혹시 손영옥이와 결혼할 그런 계획은 없는가?》

검사의 목소리는 좀 부드러워졌으나 얼굴에는 비웃음이 넘치고있었다.

《련애니, 결혼이니 하는것은 일방적인 계획이나 희망으로써는 성립이 안됩니다. 나는 그런 어리석은 계획은 하지 않습니다.》

《피고는 손영옥의 오래비인 손영준이를 몇번이나 만났으며 그와는 어떠한 이야기를 했는가?》

《만난 일도 없거니와 또 알지도 못합니다.》

《피고는 경력으로 보아 당당한 미술가인데 어찌 한국미술가협회에 가입하지 않았는가?》

《나는 자신을 당당한 미술가라고 남에게 자랑하거나 자처하고싶지 않습니다.》

《그건 거짓말! 대한민국의 미술가노릇이 싫단 말이지, 응?》

검사는 제법 강경하게 으르렁대였다.

《…》

찬수는 그 질문에 구구하게 변명하기가 싫어 얼굴에 쓴웃음을 띠우며 입을 다물어버렸다.

이윽고 검사는 찬수에게 3년 징역을 구형했다.

계속해서 오변호사의 변론이 시작되였다.

《에- 나는 피고의 변호인으로서 말하기 전에 먼저 마리야녀학교 학부형의 한사람으로서 한마디 소감을 말하려 합니다.-》

오변호사의 변론이 처음 이렇게 시작되자 방청석은 더욱 긴장되였고 숨소리도 들리지 않을만큼 고요해졌다.

《오늘 이 사건을 방청하러 오신 많은 방청객들가운데는 마리야녀학교의 학부형을 비롯하여 직원들도 많이 오신듯 합니다. 나는 파티의 밤 내 조카딸이 미군장교에게 끌려가 모욕을 당한 사실을 먼저 말하여둡니다. 나는 미군장교들을 파티에 초대해다 대접했다는 그 학교당국이 녀학생들을 창녀나 기생처럼 꾸며가지고 술취한 미군장교가 끌어가도록 조직해준 그 부패하고 교활한 교육정책에 대하여 학부형의 립장에서 먼저 분격하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나는 이날 밤 피고 홍찬수가 영옥이를 미군장교의 차에서 끌어내린 사실은 교육자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다고 말하고싶습니다.

피고는 미군장교에게 폭행한것도 아니고 다만 위기일발의 순간 손영옥을 구해준것뿐이며 동맹휴학선동자로 지목되였으나 그 증거는 전혀 없을뿐아니라 사리에 도무지 맞지 않습니다. 동맹휴학의 조건은 주로 피고 홍찬수의 복직문제로 되여있습니다. 에- 한국내에서 요즘 벌어지는 동맹휴학의 원인들인 징병반대, 학원모리화반대, 무자격교원배척 등등… 그와는 성질이 다른 동맹휴학에 대해서 탄압을 가하는것은 그다지 현명한 처사라고는 말할수 없습니다. 피고 홍찬수는 면직처분을 당한 그 학교에 다시 복직하려고 배후에서 자기가 동맹휴학을 선동할 그런 인물은 아닙니다. 피고 홍찬수는 예술가입니다. 예술가의 감정에는 그런 야비한 책략이 있을수 없습니다. 나는 피고 홍찬수가 소년시절부터 역경에서 성장했으며 미술가가 되려고 그동안 남달리 재능을 련마하기 위해 노력해온 이야기를 이 자리에 방청오신 그의 은사 지성근선생을 통해서 잘 알게 되였습니다. 피고 홍찬수는 학교재직당시 비록 기간은 짧았지만 학생들에게 존경을 받았고 또 학부형들에게서도 신임을 받았던 인물입니다. 그것은 그가 체포된 이후 학부형들속에서 일어난 소요와 또 사회일반여론이 그것을 잘 증명해주는것입니다. 지금 홍찬수의 무죄석방을 요구하는 학부형들의 기세는 날로 맹렬해가고있을뿐아니라 각 신문지상에서 이 사실에 대하여 계속 보도되고있지 않습니까?》

오변호사는 잠간 변론을 중지하고는 자기앞에 있는 문건가운데서 두루말이로 말은 종이뭉치를 꺼내여 펼치였다. 두루말이는 쭉 펼쳐지며 한끝이 책상끝에 닿았다.

《자, 보십쇼. 이것은 피고 홍찬수를 무죄로 석방하라고 학부형들이 검찰청장각하에게 제출한 진정서의 부본입니다.

이 진정서를 통해 보더래도 피고 홍찬수가 학생들의 교육에 열성을 다했으며 학부형들에게서 존경과 신임을 받아온것이 증명되는것입니다. 피고 홍찬수는 파티사건이나 또 동맹휴학사건이나간에 범죄로서 구성될 조건이 성립되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나는 피고 홍찬수에 대해서 무죄판결을 주장하는바입니다. …》

오변호사의 변론이 끝나자 판결언도는 일주일후에 한다는 공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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