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일기

6

 

이윽고 공판이 시작되였다.

먼저 열린것은 찬수와 함께 피고석에 앉은 다른 미결수들에 대한 사실심리였다.

《너, 이 자식아! 너 절도 9범이면 그만 해처먹을 일이지 기어이 열번을 채워야만 되니? 망할자식!》

검사는 호통을 치며 찬수곁에 서있는 절도범을 쏘아보았다.

절도범은 조금도 굽힘없이 배짱 두껍게도 태연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 글쎄 검사나리님! 감옥살이가 좋아서 그짓을 또 하겠습니까? 감옥에서 나온들 뭐 어디 해먹을 일이 있어야죠. 그렇지 않은 사람들두 모두다 실직자가 돼서 헤매는 판인데 나 같은 전과자놈이야 누가 눈으로 거들떠봅니까? 그래 배운게 도적질밖에 없으니 그것을 또 할수 밖에는 별도리 없습죠.》

《이 자식아! 듣기 싫어!》

검사는 고함을 꽥 질렀다.

《물론 검사나리나 판사나리들이 나 같은 놈때문에 골머리를 앓으실걸 모르지 않습니다. 허나 오죽하면 또 빤히 감옥에 들어갈줄 아는짓을 하겠습니까?》

《이 자식아! 형무소에서 나간지 24시간도 못돼서 또 절도질이야?》

검사는 또 화를 왈칵 냈다.

《검사나리! 말씀맙쇼. 형무소에서 나오기는 했지만 어데로 갈데가 있어야죠. 날은 추워지고 배는 고프고… 누구 하나 나를 동정해주는 사람 없고… 그래서 사실은 다시 형무소로 들어갈수밖에 별도리가 없다고 생각했습죠.》

《이 자식아! 그래 다시 징역을 살려고 도적질을 했단 말이냐?》

《네, 검사나리님! 화내지 마십쇼. 그저 나 같은 놈은 묵직하게 몇해동안 지워줍쇼. 이제는 경찰서 류치장이나 형무소문턱을 들랑날랑하기도 싫습니다. 그저 묵직히 지워줍쇼.》

절도범은 느물느물 말했다. 절도범은 기골이 장대하고 눈알도 컸다. 거의 50이 가까운 사나이였다.

《이 자식아! 그런데 왜 하필 도적질을 하려면 이만저만한 곳이 수두룩한데 대담하게도 국회의원 박춘식씨 댁에 들어갔는가?》

《그거야 덤불이 깊어야 범이 나고 물이 깊어야만 고기가 모인다굽쇼. 그런 큰댁에 들어가야만 들고나올 물건도 큼직한게 있습죠. 또 설령 붙들리더래두 념려없이 형무소로 넘어올수 있기때문입죠. …》

《그래, 그 댁이 국회의원 박씨댁인줄 알고 들어갔니?》

《사실은 나 같은 놈이 그런 유명한 나리들의 댁을 알수 있습니까? 그저 그 골목으로 지나다가 배도 고프고 춥고 떨려서 가만히 대문밖을 오락가락하며 동정을 살폈습죠. 그런데 그 집 사랑채에서는 웬 손님들인지 많이 와서 한참 재미나게 노시더군요. 그저 축음기소리, 웃음소리, 노래소리… 그리구 대문이 열렸다닫혔다 하며 사람들이 연방 들랑날랑하더군요. 나는 틈을 노리다가 대문이 열렸을 때 휙 들어갔죠. 뜰앞에는 여러 컬레의 구두들이 나자빠졌더군요. 그중에서 좀 값나갈만 한 놈 두컬레를 집어들었습죠. …》

《이 망할자식아! 하필 왜 미군장교의 구두와 마리야녀학교 교장의 구두를 집어들었느냐 말이다!》

《허 참, 검사나리! 그걸 누가 압니까? 그저 얼핏 봐서 새 구두로 집은것이 바로 그것이였습죠.》

절도범은 여전히 느물거리였다.

찬수는 김치선이가 미군장교들과 어울려 《국회》의원 박춘식의 집에까지 들랑거리고있다는 사실을 이 절도범의 사실심리를 통하여 넉넉히 알수 있었다.

절도범은 검사로부터 3년 구형을 받았고 판사로부터 2년 언도를 받았다.

절도범은 다시 감옥살이를 하게 된것을 도리여 취직이나 한것처럼 생각하는듯 벙긋 웃으며 별로 억울한 표정을 보이지 않았다.

그 다음에 찬수의 공판이 시작되였다.

검사는 절도범을 취급할 때와는 달리 심각한 표정을 띠우고 먼저 찬수를 바라보았다.

찬수는 쇠고랑을 벗고 검사와 마주 향해 피고석에 의젓이 서있었다.

순간 방청석은 씻은듯 고요해졌다.

검사는 문건을 뒤적뒤적하면서 찬수의 경력, 가정환경 등에 대하여 간단한 질문을 하더니 이윽고 얼굴에 피대를 올리며 고함치기 시작했다.

《피고는 어째서 손영옥이에게 그런 친절을 베풀었는가? 그것은 련애감정의 발로가 아니고 무엇인가?》

찬수는 검사의 심문이 심히 불쾌하였으나 저력있는 어조로 입을 열었다.

《나는 손영옥이라고 해서 친절을 베푼것은 아닙니다. 또 그것을 친절이라거나 련애감정이라거나 하는것은 적당치 못한 표현인줄 압니다. 내가 가르치고있는 녀학생들이 깊은 밤 미군장교들에게 강제로 끌려가면서 비명을 올리는 소리를 들었을 때 나는 교육자적량심에서 또 민족적의분에서 그대로 끌려가도록 내버려둘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폭행을 했단 말이지?》

《폭행은 내가 당했습니다. 나는 그날 밤 비명을 지르며 미군차에 안 타려고 발버둥치는 녀학생 하나를 끌어내렸을뿐입니다. 그자는 내게 권총을 세방이나 쏘았습니다.》

《결국 피고는 손영옥이를 구한것이 교육자적량심이니, 민족적의분이니 하지만 그것은 멀쩡한 거짓말이고 오직 손영옥이에 대한 질투의 감정표현이 아니고 무엇인가? 왜 다른 선생들은 가만히 있었는데 류달리 숙직교원인 피고 홍찬수가 뛰여나와서까지 사건을 일으켰는가 말이야?》

검사는 어디까지나 찬수의 인격을 방청객앞에 여지없이 저락시켜놓기 위하여 이렇게 쏘아붙이며 눈을 부릅떴다.

찬수는 이 순간 몹시 불쾌하였다.

《나는 마리야녀학교 교장이하 간부교원들이 그처럼 부패한 사람들이란것을 그날 밤 비로소 알게 되였습니다. 어째서 순진하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조선의 딸들을 술에 만취한 미군장교들에게 창녀로 제공할수 있겠는가? 만일 검사의 따님이 그런 경우를 당했다면 어떻겠는가? 한번 심각히 생각해보시기를 권합니다.》

찬수의 어조는 어느덧 흥분되였다.

《쓸데없는 소리는 말구 묻는 말에나 대답해!》

검사는 이마를 여전히 찌프린채 찬수를 흘겨보았다.

《피고는 언제부터 그렇게 미군에 대해서 반감을 가지고있었는가?》

《그것이 무슨 미군에 대한 반감입니까? 교원으로서의 량심, 동족으로서의 민족적의분-그것입니다.》

《피고는 일찍부터 반미사상을 품고 교묘히 마리야녀학교에 취직함으로써 빨갱이사상을 은근히 학생들에게 전파시킨 사실에 대하여 말해보라!》

《그런 사실은 없습니다.》

《없다구? 동맹휴학을 선동한것은 빨갱이사상의 전파가 아니고 무엇인가?》

검사는 날카롭게 파고들며 따졌다.

《나는 동맹휴학은 모릅니다. 경찰은 나를 고문해서 억지로 조서를 만들었습니다. 면직처분에 대해서 나는 분개했지만 복직을 하기 위해서 동맹휴학을 선동하지는 않았습니다.》

《거짓말말란 말이야! 손영옥이가 뭐라고 말했는지 피고는 모르는가?》

검사는 손가락에 침을 찍어 자기앞에 놓여있는 두툼한 서류를 부리나케 뒤적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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