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일기

4

 

찬수에게는 해가 지고 밤이 오는것이 실로 끔찍할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밤에는 누울수 있고 잠을 잘수 있는 《자유》가 있지만 침구가 없는 찬수에게는 밤이 도리여 괴로웠고 큰 걱정거리였다.
찬수만 그런것이 아니였다. 10여명이 넘는 수감자가운데 이불이나 담요를 제대로 차입받은 사람은 불과 3~4명밖에 되지 않았고 나머지는 거의 맨몸으로 덜덜 떨면서 밤을 새웠다.

그중에서도 감방생활에 아무런 경험이 없는 찬수가 제일 곤난을 당하는것이였다.

《내가 얼른 재판이 되여 곧 나가게만 되면 이 담요를 홍선생에게 주고 가겠지만…》

정돌은 언제나 찬수에게 자기 담요자락을 덮어주며 이런 말을 하군 했다.

그러나 정돌의 2심공판은 언제 열릴는지 까마득하였다.

찬수의 몸은 날이 갈수록 쇠약해갔다. 이제는 쇠기침이 뿌리깊이 박히고말았다.

《가만히 누워보시라우.》

정돌은 대낮에도 찬수가 기침을 심히 하면 자기 담요를 한자락 깔고 한자락은 덮어주며 따뜻이 대해주었다.

취침시간이외에 병으로 누우려 할 때는 담당간수의 특별허가가 필요했다.

《담당님, 환자 하나 눕게 해주십쇼.》

먼저 교섭해나서는것은 차동무였다.

그는 감방장이였다.

《누구야?》

《6315번입니다.》

《망할자식! 감방에 들어와 담박 병나는 자식이 무슨 빨갱이노릇을 하려구 해! 빨갱이가 되려면 독해야 하는거야! 독해야!》

간수녀석은 이렇게 떠벌이면서 누워라, 눕지 말라 아무런 말도 없이 그대로 지나쳐버리였다.

대개 이런 경우에는 누워도 되는것으로 묵인된것이라 할수 있었다.

감방안의 사람들은 찬수의 건강에 대해서 몹시 걱정들을 했다.

《홍선생, 어디 편지로 알릴데 없습니까? 우선 이불이나 담요차입을 받아야겠는데…》

차동무가 자주 걱정하였다.

《그래두 병감으로 옮겨가는게 좀 낫지 않을가?》

한사람이 혼자말로 중얼거렸다.

《힝! 병감? 말두 말어. 병감에 가면 나을 놈도 죽어 나온다우.》

다른 한사람이 반대해나섰다.

사실 병감에서는 거의 날마다 2~3명이, 어떤 때는 5~6명씩 시체가 되여나왔다.

찬수는 병감에 가고싶은 생각은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병을 이겨내야 한다고 이를 앙다물고 마음을 단단히 다졌다.

그러나 그의 쇠약해진 건강은 회복되지 않았고 쇠기침은 날로 더 심해갔다.

찬수는 정돌이의 담요와 차동무의 담요까지 겹쳐서 깔고 서점주인의 이불까지 덮은채 대낮에도 누워있는 날이 많았다.

어느날이였다. 지선생이 면회를 하고 간 뒤 한주일쯤 지났을 때였다.

찬수에게 갑자기 또 누구인가 면회를 신청해온 사람이 있었다.

그는 어지럽고 휘청거리는 몸을 겨우 가누며 간수를 따라 면회대기실로 내려갔다.

한참만에 면회실문을 열고 들어간 찬수는 깜짝 놀랐다.

면회하려고 온 사람은 찬수와는 한번도 면식이 없는 어떤 사나이였다.

《홍찬수선생이십니까?》

그는 찬수가 나타나자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를 청하였다.

머리를 뒤로 넘기고 얼굴이 갸름하였으며 두눈이 총명하게 빛나는 사람이였다.

찬수는 대체 이 청년이 누구인지 얼른 알아낼수가 없었으나 인사를 나누고 마주앉았다.

《나는 변호사 오종호올시다. 나는 또 마리야녀학교의 학부형입니다. 지방에 출장을 갔다와서 사건에 대하여 알게 되였습니다. 파티가 열린 날 밤에 피해를 당한 오영애는 내 5촌조카고 조선희와 백인자도 잘 알고있습니다.》

그는 먼저 이런 말로 자기를 소개하고는 찬수의 얼굴을 자세히 살피였다.

《네, 그렇습니까? 조선희와 백인자는 석방되였습니까?》

찬수에게는 이 문제가 가장 궁금한 문제였다. 그와 동시에 연회가 벌어지던 날 밤 숙직실에서 오영애의 아버지로부터 전화를 받던 생각이 새삼스럽게 머리에 떠올랐다.

오영애가 그날 밤 미군장교놈에게 끌려가 실로 몸서리치는 모욕을 당하고 돌아갔을것을 생각하니 찬수는 갑자기 치가 떨리고 분격이 치솟아 참을수 없었다.

《조선희와 백인자는 지금 구류중에 있습니다. 그러나 수일내로 석방될겝니다.》

《마리야녀학교의 학생들은 지금 별일들 없습니까?》

찬수는 궁금한 표정을 하며 오변호사를 유심히 살피였다.

《글쎄요, 아직 뒤숭숭한 모양입니다. …》

변호사는 구체적으로 말할수 없는 환경이라는듯이 말끝을 흐리더니 자기가 묻고싶은 말로 화제를 돌렸다.

《건강이 매우 좋지 않으시군! 지성근선생에게서 홍선생의 말씀은 잘 들었습니다. 나는 이번 선생의 사건에 변호사의 립장에서, 또 학부형의 립장에서 변론해드리겠습니다. 쉬이 공판이 있을것입니다.》

변호사의 말을 듣자 찬수는 금방 전신에 새 기운이 샘솟아오르는것만 같았다.

《그렇게 쉽게 공판이 열릴수 있겠습니까?》

《네, 념려마십쇼. 반드시 가까운 기일내로 열릴것입니다. 그런데 변론준비관계상 몇가지 홍선생에게 문의할것이 있습니다.》

변호사는 어느덧 자기 양복에서 수첩을 꺼내더니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검사취조서에 보면 홍선생이 미군장교에게 폭행한 반미분자요, 또 동맹휴학을 선동한 불온분자로 되여있습니다. 이 사실에 대해서 시인하십니까?》

홍찬수는 피기없는 얼굴에 쓴웃음을 띠우며 대답했다.

《나는 검사취조당시 검사가 내 말은 완전무시하고 사실을 외곡한 경찰의 조서만을 전적으로 인정하여가지고 범죄를 구성하여 나를 기소한것에 대하여 분격을 참을수 없습니다.》

《좋습니다. 이번 재판에서 그것을 밝힙시다.》

변호사는 적극적으로 찬수편에 서려 하였다.

《자, 그럼 건강에 주의하십쇼. 오늘부터 사식이 차입될겝니다.》

《아니 사식을 누가 차입했나요?》

《그건 나중에 알게 될겁니다.》

변호사는 빙그레 웃음을 띠우며 이것으로 일단 면담을 마치고 일어섰다.

찬수는 변호사와 헤여져 감방으로 돌아왔다.

면회를 나간 사이에 이불과 빵, 사과가 자기앞으로 차입되여들어왔다.

그는 새삼스럽게 자기때문에 뒤에서 애를 쓰며 노력해주는 지선생과 오변호사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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