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일기

2

 

《기상!》

복도를 울리는 거센 목소리가 가까이 들리였다.

10여명이 넘는 감방안의 사람들은 일제히 일어나 움직이기 시작했다.

찬수도 일어나 감방청소에 힘을 보탰다.

창살문턱들과 마루바닥 네 귀퉁이에서 먼지를 털어내고, 걸레질을 하고, 옷들을 우아래 활활 벗어 먼지를 털고, 창살에 매달려 팔굽히기운동을 교대로 하며… 한참동안 감방안은 소란스러웠다.

이윽고 운동이 끝나고 또다시 감방바닥청소가 시작되였다.

저편쪽 복도에서부터 《점검》이 시작되여 《경롓! 번호!》 하는 소리와 《하나, 둘, 셋…》 하고 번호를 부르는 소리가 차츰 가까이 들려온다.

이윽고 찬수의 방에서도 《점검》이 시작되였다.

《경롓! 번호!》

새벽녘에 기침을 한다고 욕설을 퍼붓던 간수놈이 표독스런 상을 하며 점검하기 시작했다.

수감자들은 점검 창구멍을 향하여 두줄로 정렬하여 바로 앉아서 번호를 불렀다.

찬수는 두줄 종대 맨끝에 앉아서 번호를 불렀다. 그의 번호는 《13》이였다.

《점검》이 끝난 뒤에는 뒤미처 오늘 재판에 나갈 미결수들을 데려내가기 시작했다.

어떤 감방에는 두세명도 되였으나 어떤 감방에는 단 한명도 없었다.

《흥! 오늘도 우리 방은 헛다방이로구나!》

간수가 찬수네 감방앞을 그대로 통과하자 나이가 늙수그레한 미결수 하나가 한탄조로 말했다.

《이 자식들이 우리는 그저 이 감방속에다 썩여 죽일 모양이야?》

얼굴이 몹시 여윈 미결수가 화를 내며 말했다.

《아무때 해두 하고야말겠지. 마음을 조급하게 먹지 맙시다. 나는 1년이 넘었지만 초조하게 생각지 않습니다. 감방에서 초조한 생각을 하면 정말 투쟁을 못합니다.》

젊은 청년 하나가 위로하며 나섰다.

그는 감방안 미결수가운데 가장 씩씩해보이고 또 의지가 굳어보이는 청년이였다. 손마디도 굵고 손바닥도 거칠었다. 그는 1년전 어느 철공장에서 파업투쟁을 하다가 검거된 청년이였다.

그를 감방안에서는 《차동무》라고 불렀다.

《그렇지만 화가 나 어디 견디겠소. 사기횡령범은 넘어온지 불과 일주일만에도 제꺽제꺽 공판에 회부되여 무죄석방이니 집행유예니 해서 내보내지 않소.》

늙수그레한 미결수가 의분을 못 참으며 말했다.

그는 손마디가 고운것으로 보아 로동자나 농민은 아닌듯싶었다.

그는 원래 명동거리에서 고서점을 경영하다가 표지없는 불온서적을 팔았다는 혐의를 받고 《빨갱이》로 몰려 기소된 사람이다.

이윽고 복도 저쪽에서 《밥소제》의 발자국소리가 쿵쿵 울려왔다.

《밥이요!》 하고 웨치는 《밥소제》의 고함소리가 들리였다.

갑자기 각 감방마다 딸그락거리는 소리가 일제히 들려왔다.

찬수는 아직 밥그릇을 차입해주는 사람이 없었으므로 《정거장방》에서 사용하던 자기 속옷자락을 뜯어낸 헝겊을 밥그릇대신 펴놓고 밥받을 준비를 했다.

10여개가 넘는 깡통과 양재기들이 앞구멍앞에 진렬되였다.

이윽고 《밥소제》가 밥목판을 들고 구멍앞으로 다가왔다.

찬수는 오늘 밥그릇에 밥을 받아 내려놓는 당번이였다.

그는 밥구멍앞에 서서 《밥소제》가 손바닥으로 달아주는 밀밥덩이를 깡통에 받아서는 마루바닥에 내려놓았다.

《밥소제》는 판결을 받고 복역중에 있는 잡범가운데서 선발하여 임명하는 형무소내의 《영예스러운》 직업이였고 또한 어떤 경우에는 간수보다도 실권을 가지고있는 직업이였다.

그놈은 밥덩이를 다루는것만큼 다른 죄수보다 얼마든지 제 배가 부르도록 다른 죄수의 몫을 횡령해먹을수 있고 또 다른 죄수들의 몫을 귀퉁이마다 부스러뜨려 모아가지고 수감자들의 구두나 샤쯔 혹은 차입물건들을 받고 팔아 처먹는 기회가 많았던것이다.

《밥소제》는 찬수가 제일 마감에 내미는 헝겊수건우에 부스러진 밀밥덩이를 제 분량보다 훨씬 적게 담아주었다.

《여보, 밥소제! 이게 모두 정량이 되오? 깎아먹어두 분수가 있지 이게 뭐요?》

찬수의 몫을 바라보며 차동무가 말했다.

그러나 《밥소제》는 들은체만체 하고 휙 다른 감방으로 옮겨가버렸다.

뒤미처 《국소제》가 왔다. 길다란 무우잎과 줄기가 한두가닥씩 들어있는 소금국물이였다.

찬수는 국받을 그릇이 없었다.

차동무가 자기의 수건에다 밥을 비우고 얼른 깡통을 찬수에게 내주었다.

이렇게 남의 그릇으로 국을 받을 때마다 그는 미안하였다.

국에는 신문지쪼박이나 머리카락도 둥둥 떠있었다. 바닥에는 흙과 돌이 깔려있었다.

놈들은 무우잎과 줄기를 걷어다가 씻지도 않고 그대로 끓여주는것이였다.

신문지쪽이나 머리카락은 거름을 줄 때 말라붙었던것이건만 씻지 않았기때문에 그대로 따라붙어있는것이였다.

그러나 찬수는 더러운줄을 모르고 국을 후르르 소리를 내며 들이마시였다.

불결한 국이지만 그대로 마시지 않으면 목숨을 부지할수 없기때문이였다.

《이 망할자식들이 이걸 국이라고 끓여주어?》

국을 마시다가 우거지가닥에서 발톱찌끼를 발견한 젊은 청년이 저가락을 내던지며 화를 왈칵 낸다.

마침 지나가던 간수놈이 창구멍으로 들여다보며 《아니, 이 자식아! 너는 무슨 불평이 그리 많니? 점심부터 감식이야, 알았니?》 하고 소리를 꽥 지른다.

《담당님, 이걸 봅쇼. 이게 원, 사람 먹으라구 끓여주는겁니까?》

고서점주인이 머리카락과 신문지쪽, 발톱찌끼와 흙찌꺼기들을 간수에게 내보였다.

《망할자식들, 양광스런 소리말아! 너희들은 일류호텔에 들어왔어? 사회에서는 지금 새로 절량농가에, 실직자에 굶주려 신음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다고 그러니? 너희들은 지금 밀밥에 소금국이라도 하루 세끼씩 꼭꼭 먹여주지 않느냐 말야?》

간수놈은 또 포악스럽게 말했다.

감방에 밥을 다 나누어주고 지나가던 《밥소제》놈이 밥통구멍으로 들여다보더니 《아까 누가 날 보고 깎아먹는다구 했소? 속도 모르고 그런 소린 말란 말이요. 다들 네댓달씩 징역을 살았으면 그만한건 알게 아니요. 한목판에 열덩이씩이나 부족되여 나오는것을 가지구 나누어주자니 자연 그렇게 되잖겠소?》 하고 변명 비슷하게, 그러나 퉁명스런 어조로 말하고는 휙 사라져버렸다.

식사가 끝나고난 뒤 한참만에 면회자들을 불러내가기 시작했다.

면회장부를 손에 든 간수가 복도로 다니면서 수감자들의 번호를 불렀다.

수감자들은 서로 귀를 기울이고 자기 번호를 부르기만 기다렸다.

찬수는 자기에게는 면회올 사람이 없으리라고 단정하고있는터에 아무런 기대도 가지지 않았다.

그러나 간수는 《6315번!》 하고 찬수가 갇힌 감방앞을 지나며 소리질렀다.

찬수는 깜짝 놀랐다. 그것은 바로 자기의 수감번호였던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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