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비밀

10

 

이튿날 새벽이였다. 손종모는 잠결에 갈증을 느끼자 이불을 걷어차고 벌떡 일어났다.

그는 머리에 붕대를 감은채 아래목에 누운 마누라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더구나 영옥이가 마누라의 머리맡에 쪼그리고 앉아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제 어머니의 얼굴을 내려다보고있는것을 보자 눈이 둥그래졌다.

손종모는 어제 밤 자기가 마누라에게 폭행을 가했다는 생각에 불쑥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는 어제 밤 료리집에서 자기 집까지 어떻게 찾아왔는지 기억이 희미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마누라를 구타해서 부상시킨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워낙 고주망태가 된데다가 화가 돋아서 집에 돌아온 자기가 술김에 만용을 부린것만은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어제 밤 료리값이 초과되여 인질신세라는 창피스러운 모욕까지 당하다가 결국 회중시계를 끌러놓고서야 간신히 놓여나온것이였다.

김치선은 륙군본부 군수국장 안부성이 한사람만 데리고 온것이 아니라 청하지도 않은 개평군, 그것도 자기와는 알지도 못하는자들을 두사람이나 데리고 왔었다. 그래서 암만해도 료리값이 초과될것만 같아 마누라를 료리집에서 돌려보낼 때 뭐든지 저당을 하여 급히 2만~3만환 더 가지고 오라고 부탁했던것이다. 하건만 결국 자기 시계까지 저당잡히고 나오지 않으면 안되게 된걸 생각하면 어제 밤 치솟던 노기가 다시 부풀어오르는것이였다.

그러나 마누라가 붕대로 머리를 동이고 실신상태로 누워있는것을 보자 비록 취중에 한짓이라고는 하지만 후회스럽기 그지없었다.

《아버지! 어머니가 왜 이렇게 부상당하셨는지 아세요?》

영옥은 원망스럽게 아버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 계집애야! 내가 어머니헌테 주정을 허구 대들거든 너는 보구만 섰을게 아니라 에미를 막았어야지.》

아버지는 도리여 영옥이를 꾸짖었다.

영옥은 우습기도 하고 어이가 없기도 하여 눈물이 나올 지경이였다.

《아버지, 그렇게도 정신이 없으세요?》

그는 정색을 하고 어제 밤의 일을 차근차근 들려주었다.

손종모는 비로소 마누라의 부상이 자기의 소행이 아니라 교통사고때문이라는것을 알게 되자 미군놈의 찌프차가 증오스러웠다. 또 부상당한 마누라가 어제 밤 료리집에서 자기 요구에 반발하며 안달아하던것이 새삼스럽게 밉살스럽기도 했다.

자기딴엔 어떻게 해서든지 공장문을 다시 열어 자기네 살림도 유지해나가려고 했던터인데 마누라는 그런것은 생각지도 않고 술값으로 달아나는 돈만 아까와서 반대해나서지 않았던가.

《아버지, 이젠 정말 약주 좀 조금씩 잡수세요. 아버진 매일 술로 교제한다고 하지만 뭐 하나 성공하는것 있어요?》

《건방진 소리말아! 네따위가 뭘 안다구 나서니? 어른 하는 일에…》

손종모는 고함을 꽥 질렀다.

《대체 누구 누구예요?》

영옥이가 파고 물었을 때 손종모는 《그건 알아 뭘 해!》 하고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공연히 또 속으실테니깐 말이죠.》

《얘, 내가 돈이 많아서 남 술사먹이는줄 아니? 그자들을 좀 리용하자는거지.》

《아버지나 리용당하시지 마세요.》

《얘, 이 철딱서니없는 아이야! 이 란장판같은 세상에서 내가 어찌 남만 리용할수 있니? 그놈들을 리용하려니깐 울며 겨자먹기로 나두 그놈들에게 리용당하는거지.》

손종모는 자기의 심경을 몰라주는 영옥이가 밉살스러운듯 성을 불끈 냈다.

어제 밤 료리집에서 불청객으로 따라들어온 덧붙이개평군들이 마치 저들이 주인이기라도 한듯이 제 맘대로 기생과 술과 료리를 주문해서 자기에게 바가지를 씌운 사실을 생각하면 지금도 불쾌감에 화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김치선의 소개로 비로소 알게 된 군수국장 안부성은 처음은 틀을 차리고 빼고 앉아있었으나 술잔이나 들어가자 인차 제 본색을 나타냈다.

그자는 량켠에 자기가 좋아하는 기생들을 끼고 앉아서 손바닥을 쳐가며 《꼬랴 꼬랴 요야삿따》 하고 일본노래를 신이 나게 불렀다.

손종모는 술자리에서 자기 요구를 상대방에게 로골적으로 드러내보이는것이 졸렬한 사교방법인줄 모르지 않았으나 초조한 마음에 안부성의 곁으로 슬그머니 옮겨앉아 그에게 술을 권하며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그래 요즘 군수국일이 얼마나 바쁘십니까?》

《네, 좀 바쁩니다. 북조선빨갱이들은 평화통일을 하자고 떠들지만 우리는 미군지시대로 북벌준비를 해야 하니까… 하하하…》

안부성은 껄껄 웃으며 손종모가 권하는 술잔을 덥석 받아 들이마신다.

그자는 손종모가 술을 내는 목적을 미리 알고있었고 또 손종모가 자기곁으로 접근해온것이 무슨 말을 꺼내기 위해서라는것도 짐작하고있었던것이다.

《에- 손주사, 이야기는 교장선생헌테 잘 들었쇠다. 군수피복으로 전환하면 그야말로 땅짚고 헤염치기지… 그러나 요새 말로 꾹돈이 좀 듭니다. 하하하…》

안부성은 이렇게 제놈편에서 먼저 뚜껑을 열고 대들었다.

《그건 나두 각오하고있쇠다. 허허허…》

손종모는 이렇게 너털웃음을 지으며 안부성의 기분을 맞추어주었다.

《하여간 이 문제는 수일내로 다시 교장선생을 통해 만나서 이야기합시다. 내 힘이 되는대로 알선해드리리다.》

이렇게 선선히 말해주는 안부성에게 수일내로 《꾹돈》을 몇십만환 먼저 던져주면 일은 속히 진행될것만 같이 생각되던 찰나에 뜻밖에 마누라의 부상이라는 큰 걱정거리를 만난 손종모는 다되여가던 일을 그르칠것만 같아 기분이 초조해졌다.

손종모는 실신상태에 빠진 마누라의 얼굴을 들여다보다가 아래도리로 시선을 옮기였다.

중상을 입은 마누라의 다리는 온통 띵띵 부어올라있었다.

《아버지, 암만해두 어머니를 병원에 입원하시게 해야겠어요.》

《…》

손종모는 눈을 감은채 말이 없는 마누라의 얼굴을 한참동안 내려다만 보더니 《여보, 당신 입원해야겠소. 장농열쇠를 날 주. 입원하려면 돈이 있어야 할게 아니야?》 하고 약간 퉁명스런 어조로 말했다.

《난 입원 싫우! 장농속에 뭐가 있다구 열쇠를 달라구 허시우.》

마누라는 힘없는 목소리로 령감을 책망하는듯 했다.

《우선 살구봅시다. 자식들 혼례밑천두 중요하지만 우선 당장 살아야 되지 않겠소? 임자가 이대루 방에 드러누웠으면 어느 천년에 회복이 되여 일어나겠소.》

《입원한들 부러진 뼈가 이어지겠수? 공연히 돈만 처들이구두 병신이 될바엔 숫제 집에서 앓다가 죽거나 병신되는게 낫지.》

마누라는 여전히 자기의 입원문제를 반대해나섰다.

그것은 장농속과 벽장속의 비밀을 끝까지 지키고 보호하려면 자기가 입원해서는 안되겠다는 안타까운 심정에서였다.

그러나 그날 오후 영옥이 어머니는 자동차에 실려 입원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의 상처는 시시각각으로 더 부어오르고 통증이 심해져 도저히 집에서는 치료할수가 없었기때문이였다.

그날 밤 손종모는 영옥이가 병원에 간 사이에 대문을 안으로 잠그고 큰 장농과 벽장자물쇠를 곁쇠질하여 열어제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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