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비밀

4

 

영옥은 뒤골목을 걸어 종로4가로 빠졌다.

그는 《변호사법률사무소》간판이 붙은 어떤 집앞에서 발길을 멈추었다.

그는 날마다 학교에 갈 때나 올 때나 이 집앞으로 통과하였다.

그는 서슴지 않고 사무실로 쑥 들어갔다.

머리가 센 늙은 변호사가 영옥을 맞아주었다.

영옥은 자기가 류치장에서 놓여나온 뒤 홍선생이 억울한데 대하여 가슴이 아팠고 단 한시나마 그 생각을 잊어버린 때가 없었다.

어떻게 하면 형무소에서 징역을 치르지 않고 놓여나올수 있는가를 신용할만 한 변호사와 의논하고싶었다.

그러나 영옥은 아는 변호사가 없었고 또 아버지에게 그 말을 꺼냈다가는 욕만 먹을것 같았기때문에 감히 말도 못했다.

사실은 어머니에게 변호사를 찾아보자는 말을 꺼내려 했으나 어머니도 공장이 문을 닫은 뒤부터는 성격이 달라져버렸기때문에 자기 속마음으로만 끙끙 앓고있었던것이다.

영옥은 오늘 낯설은 변호사이지만 용기를 내여 혼자서라도 찾아와 속시원하게 자기가 알고싶은 점에 대하여 물어보려 한것이였다.

영옥은 늙은 변호사이였으므로 경험이 풍부하리라고 생각하고 또 흉허물없이 자기 사건의 전말을 대강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럼 홍선생이 벌써 기소됐을가요?》

《글쎄… 경찰에서 송청된지 일주일이 넘으면 대개 기소되는 법이지만…》

《그럼 언제 나오나요?》

《언제 나오냐구? 나오기는 틀렸소. 기소된 뒤엔 재판을 해야 되는 법이니까…》

《그럼 그 재판은 언제 하나요?》

《그야 어디 대중있소? 어떤건 한달이내에두 하구 어떤건 대여섯달 또는 1년, 2년씩 놔두는것두 있으니까…》

《어떤 경우에 그렇나요?》

《그야 변호사에게 그 사건을 위임하면 얼른 재판이 될수 있고 또 중한 죄를 지구두 무죄판결을 받을수도 있는거요.》

변호사는 영옥이가 세상물정을 전혀 모르는 순진한 처녀라고 생각되자 상대해 말할 흥미가 없는 표정이였다.

《그럼 홍선생 같은분은 억울하게 걸려들어갔으니 재판때에 무죄판결을 받을수 있잖아요?》

《힝! 그놈의 재판이 어느때 될줄 알고… 설령 무죄판결이 되면 뭘해! 실컷 5~6개월이나 1년이상 징역살다가 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으면 뭘 하느냐 말이야. 중죄를 지구두 담박 나오는수가 있는 판에…》

늙은 변호사는 서글프게 웃었다.

《그럼 어떻게 했으면 홍선생을 얼른 석방시킬수 있겠어요, 네?》

영옥은 안타깝게 파고들었다.

《그야 재판하기 전에 변호사에게 위임해야지…》

《그럼 좀 선생님이 해주시겠어요?》

《응, 해주지. 그건 내 직업이니까. … 그러나 문제는 비용이란 그말이야.》

변호사는 약간 난색을 보이며 영옥의 표정을 살피였다.

《비용이 얼마면 될가요?》

영옥은 자기가 비용을 마련할 방법도 수단도 없었건만 무의식중 이렇게 물었다.

《그리말구 학생 아버지를 내가 잘 아니 나를 만나게 해주. 내 이 사건을 책임지고 속히 재판하도록 해줄테니…》

영옥은 가슴이 뜨끔하였다. 이 변호사가 아버지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일은 되지도 않고 욕만 먹을것 같았기때문이였다.

《아니예요. 우리 아버지에게는 말씀할 필요없어요.》

《아니, 그럼 학생의 신분으로 어디서 운동비를 수십만환씩이나 마련하겠소? 허허…》

《꼭 얼마면 되겠어요? 말씀해보세요.》

영옥은 안타까운 얼굴로 두눈을 반짝거리며 변호사의 대답을 기다리였다.

《그야 다다익선이라… 많으면 많을수록 속히 무죄로 석방되지.》

《좀 시원하게 말씀해주세요, 네?》

영옥은 거의 애원하듯 말했다.

《아, 운동비낼 자신이 있는가? 그렇게 안타깝게 서둘게…》

변호사는 여전히 영옥이를 철없는 처녀로만 여기고 문제시하지 않는 태도로 말했다.

《념려마세요. 그만한 준비는 됐어요.》

영옥은 장담을 했으나 실상 그것은 거짓말인것이였다. 뿐만아니라 마련할 방법조차 막연하였다. 다만 영옥이가 목표하고있는것은 자기의 결혼밑천으로 어머니가 장속에 깊이깊이 간직해둔 비단옷감들과 모직물들, 금은붙이였다.

이것을 어머니 모르게 처분하면 30만~40만환은 넉넉히 될것만 같았다.

《그래, 준비가 다됐어? 검사, 판사에게 꾹돈을 써야 되는걸 알지?》

《네.》

영옥은 명쾌히 대답하였다.

《그럼 얼마나 됐나?》

《한 30만환은 돼요.》

《30만환?》

변호사는 놀란 표정을 하더니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그것 가지구는 안되겠는걸. 그건 무죄로 석방할수 없는 사건인데… 그까짓것 가지구 돼?》 하고 난색을 보이였다.

《그럼 얼마나 더 있어야 돼요?》

《그게 글쎄… 운동을 안하면 몰라두 기왕에 할바엔 철저히 해야지, 어설피게 적은 돈은 받지두 않으니까… 적어두 그 곱절은 있어야 해. 판사, 검사를 불러내다가 료리집에서 술을 먹여가며 부탁을 해야지, 또 주머니에 적어두 20만~30만환씩은 넣어주어야지, 그러자면 최저로 60만~70만환이 있어야 돼. 또 변호사는 남의 일만 거저 해줄수 있나? 변호사두 거기따라 수수료를 받아야지… 알겠어?》

영옥은 변호사의 말에 자신을 잃고 고개를 수그린채 입을 열지 못했다.

너무도 엄청난 대금이 어디서 나올것인가? 전혀 불가능한노릇이기때문이였다.

변호사는 영옥이가 실망하는 눈치를 보자 역시 너무 호되게 불렀다 생각되였던지 《그러나 내 될수 있는대로 적게 들고 석방되도록 노력할테니까 이 사건은 내게 맡기구 우선 30만환이라두 먼저 가져오라구…》 하고 슬그머니 줄을 잡아당기였다.

《네, 그럼 선생님께 부탁합니다.》

《음, 매사는 불여튼튼이라구 얼른 착수금부터 오늘 가져와야 돼. 그래야 믿고서 오늘부터라두 일에 착수할테니까. 그렇지, 학생?》

《네, 그럼 착수금은 얼마나 가져와야 돼요?》

《그건 적당히 알아서 할 일이야. 그 금액에 따라서 나는 이 사건을 변론할 준비를 하고 공판이 속히 되도록 운동을 할테니까…》

변호사의 말을 듣던 영옥은 얼른 착수금을 가져와야만 이야기가 될것 같았기때문에 불쑥 일어나며 말했다.

《그럼 쉬이 가져오겠어요.》

《음, 되도록 속히 해야지 그렇지 않고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돈이 더 많이 들어야 한단 말야, 알지?》

《네.》

영옥은 변호사사무실을 나오며 곰곰히 생각하였다.

어떻게 해서든지 홍선생을 형무소에서 빨리 구해내오지 않고서는 자기의 불안한 마음이 가라앉지 않을것만 같았다.

(그렇다! 방법은 그것뿐. 어머니 모르게 그 례장옷감들을 빨리 처분하자.)

영옥은 결국 이런 대담한 생각을 하면서 자기 집으로 돌아왔다.

벌써 해가 저물었다. 아버지가 누구인지 손님을 데리고 들어와 안방에서 이야기를 하고있었다.

어머니는 부엌에서 술상을 차려가지고 안방으로 들어간다.

영옥은 건너방으로 들어가 옷을 벗고 헌옷을 갈아입은 다음 얼른 부엌으로 나왔다.

《누가 오셨어요?》

《너희 학교 교장선생님이 오셨다. 들어가 인사를 여쭤라.》

영옥은 머리끝이 쭈삣해지며 불길한 예감이 머리에 떠올랐다.

김치선이가 무엇때문에 자기 집에 나타났을가? 그 장교놈의 명령을 받아 자기를 잡으러 온것이 분명하였다.

영옥은 얼른 어디로 피하는수밖에 없다고 생각되였다.

《교장이 뭣하러 왔나요?》

《내가 아니? 아버지허구 같이 들어오더구나.》

영옥이와 어머니가 소곤거리고있을무렵 갑자기 방에서 《영옥아!》 하고 찾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들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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