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련

4

 

찬수는 가슴이 선뜻했다. 영옥이를 석방시키려 불러내고 조선희, 백인자를 고문하려고 끌어내간 다음 자기까지 또 끌어내는 놈들의 수작이 암만해도 심상치 않다고 느껴졌다.

《몇호야 이 자식아!》

간수놈이 고함을 꽥 질렀다.

《여기요!》

간수놈은 열쇠를 들고나와 감방문을 덜컥 열어주며 찬수가 나오자 《이 자식아, 감방번호두 몰라?》 하고 구두발길로 앞정갱이를 사정없이 걷어찼다.

그놈에게 목도로 맞아 머리가 피투성이가 된 찬수는 또 무지한 구두발에 채워 감방에서 나오다가 그만 세멘트바닥에 쓰러져버렸다.

《이 자식아! 못 일어나겠니?》

《…》

찬수는 치솟아오르는 울분을 참으면서 겨우 일어나 쩔뚝거리며 층계로 올라섰다.

찬수가 형사놈을 따라 들어간 취조실과 벽 하나를 사이에 둔 형사실에서는 영옥이가 한쪽귀퉁이에 우두커니 서있었다.

영옥이를 데리고 들어온 형사녀석은 무엇이 그리 좋았던지 싱글벙글 웃어가며 들락날락하더니만 한참만에 영옥이를 제놈 책상앞에 세워놓고 《영옥이는 오늘 밤 석방해줄테니 다음에는 그따위 불온한 행동 말란 말이야 응?》 하고 소리를 꽥 질렀다.

그러나 영옥은 웬 일인지 그 말이 믿어지지 않았다. 아까 낮까지도 고문을 하며 형무소로 보낸다고 을러대던 형사놈이, 홍선생에게서 뭐라구 지시를 받았느냐구 꼬치꼬치 캐묻던 이놈이 갑자기 어떻게 자기를 석방할수 있는것인가? 암만해도 자기를 놀리는 수작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영옥은 아까 옷끈과 빈침을 간수에게서 받고 또 구두까지 신었을 때 혹시 석방이나 아닌가싶기도 했으나 그것은 어리석은 생각이고 자기를 다른 곳으로 끌고 가려는 수작이 분명하다고 느껴졌던것이다.

홍선생의 복직요구진정서를 쓴것은 사실 자기였기때문에 그것이 죄가 된다면 자기는 응당 기소되여 형무소로 넘어갈것이 뻔한 일이나 만일 형사놈의 말대로 오늘 밤 석방이 된다면 얼마나 다행한 일일가싶기도 했다.

그러나 영옥은 어떻게 돼서 이렇게 쉽게 -물론 큰죄가 아닌 이상 며칠뒤에는 석방될줄 알았지만- 돌연 오늘 밤 석방을 한다는것이 약간 의심스럽지 않을수 없었다.

그는 선뜻 이렇게도 생각되였다. 혹시 오늘 홍선생의 체포로 말미암아 자기의 석방이 빨리 결정된것이나 아닌가 하고…

말하자면 형사놈들이 죄를 모두 홍선생에게 뒤집어씌우고 학생들만은 일단 석방하자는것이나 아닌가싶었다.

만일 그렇다면 홍선생이 얼마나 억울한가? 또 자기 혼자만 어찌 석방이 되는것인가? 영옥은 생각할수록 알수 없고 불안스럽기만 했다.

《정말루 석방입니까?》

《그래, 조금만 기다리고있어, 너의 학교 교장선생님이 널 데리러 오신댔어!》

《네? 교장선생님이?》

영옥은 더 이상스러웠다.

《아니 그럼, 나 혼자만 석방이 됩니까?》

《왜 너 혼자 석방되는게 싫으냐?》

형사놈은 또 소리를 꽥 질렀다.

《조선희와 백인자와 홍선생은 왜 석방 안합니까?》

《그건 네가 알 일 아니야! 너나 석방되여나가면 고맙게 여길 일이지 남까지 석방시켜달라구? 힝! 그러지 않아두 네가 손영준이 누이란건 다 안다. 너두 까딱하다간 네 신세 망쳐!》

형사놈은 싱글벙글 웃어가며 영옥을 흘겨본다.

여기저기 나뉘여 앉아서 무엇들을 쓰고있던 형사녀석들이 코웃음을 치며 《아니, 홍찬수까지 석방시켜달래?》, 《너 단단히 반했구나.》, 《얘, 영옥아! 찬수는 처자가 있는자야. 공연히 너 딴 생각말아.》 하고 한마디씩 떠벌이는것이였다.

《그런 실례의 말씀들을 마세요. 그것은 홍선생님에 대한 모욕이고 중상이예요.》

영옥은 제법 강경해진 태도로 암팡지게 쏘아붙였다.

《아니, 너 다시 류치장에 들어가려구 그래?》

담당형사놈이 또 고함을 친다.

《그 말이 무슨 죄가 됩니까?》

영옥은 얼굴을 붉히며 따져물었다.

《다시 집어넣어! 석방시켜준대두 고마운줄 모르구서 종알대구 섰는게 어디 있어?》

한놈이 성을 왈칵 내며 호통을 쳤다.

이때 형사실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열리였다. 외투깃을 올려세우고 모자를 쓴채 들어오는 사나이가 있었다. 영옥은 깜짝 놀랐다. 그것은 바로 교장 김치선이였다.

영옥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가볍게 숙여 인사를 했다.

《아, 영옥이 얼마나 기쁘냐? 너 오늘 밤 석방되게 됐으니…》

김치선은 담당형사에게는 별로 말하지 않고 영옥이를 바라보면서 빙긋이 웃었다.

《아니, 교장선생! 성의가 지극하십니다그려. 석방되는 학생을 데리러까지 오셨으니…》

한 녀석이 말을 던지자 또 한놈이 《그런데 교장선생, 세상에 인심이 그래야 옳습니까? 봅시다. 어디…》 하고 빈정댔다.

영옥은 그게 무슨 의미의 말인지 얼른 그 뜻을 알아차릴수가 없었다.

담당형사놈은 빙그레 웃기만 하면서 《자, 이젠 교장선생께 영옥이를 인도합니다.》 하고는 담배를 피워물었다.

그놈은 담배갑을 양복주머니에 집어넣다가 주머니가 묵직한것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오늘 밤 그놈은 초저녁부터 한시간전까지도 김치선이와 함께 료리집에서 술을 진탕 마시였다.

김치선이가 그놈을 불러내여 술을 산게 아니라 그놈이 김치선이를 불러 술을 사게 한것이였다.

《여보, 교장선생! 결과적으로 말하면 홍찬수때문에 교장선생은 수지가 맞았소. 학생들의 요구대로 홍찬수를 복직시켜줄만두 해… 허허허…》

《음? 그게 무슨 말씀이요?》

《공연히 교장선생 혼자만 수지 맞추지 말구 절반은 내시우. 내요!》

《아니, 뭘?》

《똑똑히 밝혀야만 아시겠소? 교복대잔금 조건말이요!》

《허허허… 그거 벌써 지불한지가 언젠데 그러시우!》

김치선은 형사녀석이 자기의 술을 빼앗아먹어가며 이렇게 위협하는게 은근히 켕기였으나 태연스럽게 《여보, 당신네 부탁을 그만큼 들어줬으면 내 부탁두 들어줘야지 뭘 자꾸만 건넘어짚으려구 그러시우. 하하하…》 하고 깔깔 웃었다.

《내가 교장선생 부탁 안 들어준거 뭐요. 학생들을 잡아가두라구 해서 잡아가두었지, 이제 또 석방시켜달라구 하니 그것도 또 안 들을수 없지. 하하하… 하여간 내 부탁을 하나만 더 들어주시우.》

《뭘? 또 학생입학이요?》

김치선은 정색을 하며 난색을 보이였다.

《글쎄, 그리 난색을 뵈지 마시우. 이건 조건이 커. 적어두 100만환대란 말야, 아시겠소? 하나 슬쩍 집어넣읍시다. 전학서류를 만드는것쯤이야 문제없지 뭐!》

《여보, 난 당신네들이 호언장담하고 입학시켜달라는것 다 입학시켜주었지만 당신네들헌테 쓴술 한잔 얻어먹었으면 성이 술가요, 술가…》

《아니야, 이번건 틀림없어.》

《틀림없다면 고려해보지, 어쨌든간에 오늘 영옥이는 석방시켜주시오. 지금 그 부모가 사경이요, 사경!》

《석방시키는게 무슨 문제요. 문제는 동료간 체면을 봐야지요. 더두말구 잔금조건에서 절반만 내시우.》

《글쎄 나두 다 생각이 있는 사람이요. 자, 술이나 더 듭시다.》

김치선은 아까 형사놈에게 술을 실컷 권하고나서 그놈의 양복주머니에 돈뭉치 한다발을 슬쩍 집어넣어주었던것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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