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피복공장

3

 

그자는 심심하면 주야를 가리지 않고 불쑥 집안에 뛰여들군 하는 동대문경찰서 사찰계 형사 강태근이였다.

영옥이 오빠 영준이를 잡기 위하여 어떤 때는 서너명과 떼를 지어 새벽에 담장을 뛰여넘어 안방을 습격해들어왔었고 또 어떤 때는 안방에 처박혀 2~3일이나 살다싶이 했던 사나이다.

그러나 영준이는 그런것을 미리 알았던지 맹휴사건이 일어나자 일체 집에 들어오지 않았던것이다.

그자는 결국 실패하고 물러갔으나 툭하면 혼자서 또 여러명과 불시에 달려들 때가 많았다.

그자는 아무런 말도 없이 마치 자기네 집에라도 들어오는듯이 구두를 벗고 선뜻 마루로 올라서더니 대뜸 안방문을 드르렁 열고 방안을 휙 둘러보았다.

《아이유, 깜짝이야. 난 누군가 했구려, 어서 들어오시우!》

영옥이 어머니는 태연스럽게 대해주었다.

그러나 그자는 들어갈 생각은 하지 않고 퉁명스런 목소리로 《저, 반침문 좀 여시우.》 하고 영옥이 어머니를 뚫어지게 쏘아보는것이였다.

《아니 글쎄, 반침안에 숨겨뒀을가봐 늘 그러시우?》

그자는 열적은듯이 반침안을 힐끗 살피다가 안방문을 닫고는 건너방쪽으로 옮겨가더니 드르렁 하고 방문을 열어제끼는것이였다.

이 건너방은 원래 영준의 방이였다. 그러나 지금은 영옥이가 쓰고있었다.

그자는 책상우에 꽂힌 영옥이의 책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교과서밖에는 별다른 책이 없는것을 보더니 문을 슬며시 닫고 마루우 안락의자에 비스듬히 기대여앉았다.

여전히 삐딱하게 제껴쓴 중절모를 벗을 생각도 않고 가죽잠바주머니에서 양담배갑을 꺼내여 담배를 뽑아물고 《론슨》(미국제라이터)을 켜서 불을 붙이였다.

그자는 잠간동안 말없이 담배만 피우면서 엉거주춤하고 멀찌기 서있는 영옥이를 흘겨보더니 《영준이가 언제 들어왔어?》 하고 엉뚱한 수작으로 건너짚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우리 오빠가 집에 들어왔다구요?》

영옥은 갑자기 기가 막히였다.

아무리 건너짚길 잘하는 그자들이지만 아무런 사실도 증거도 없는것을 가지고 생트집을 걸려고 달려드는데는 불쾌한 감정뿐아니라 분격을 참을수 없었다.

《공연스레 시치미를 따지 말아. 아는 사실을 왜 속이려구 그래.》

그자는 마치 무슨 증거라도 잡은듯이 을러대는것이였다.

안방에서 영옥이 어머니가 나왔다.

《글쎄 딱두 허시우. 무슨 사실을 안다구 하십니까? 벌써 7~8개월이 지나도록 어디 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전혀 모르는 판인데 아예 그런 말씀은 마시우.》

영옥이 어머니가 점잖게 말했다.

《아니 아주머니 왜 이러십니까? 흥… 그래 영준이가 지금까지 서울에 있다는 사실을 모른단 말입니까? 하하하…》

그자는 한바탕 깔깔 웃었다.

《아니, 영준이가 서울에 있다구요? 귀신이나 도깨비가 아닌데 서울에 있어요? 아예 그런 말은 마시우. 당신네들이 줄줄이 늘어서고 샅샅이 뒤지는 서울바닥에 그애가 숨어있을듯싶습니까?》

영옥이 어머니는 어느덧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내가 그럼 터무니없는 소리를 하러 왔단 말이요? 아직도 서울에 숨어서 집안과 련락을 하며 갖은 못된짓을 다하고 돌아다니니까 우리가 그런거지. 차라리 시골로라도 휙 도망을 갔다면야 뭣하러 우리가 댁에 자꾸 찾아오겠소. 아, 댁 아니면 술값 생길데가 없어서 찾아오겠소?》

그자는 그럴듯하게 리유를 붙여서 자기가 불시에 찾아든 행동에 대하여 변명 비슷하게 말했다.

《그럼 서울에서 그애가 무슨 못된짓을 하고있습니까? 어디 좀 속시원하게 알고나 지냅시다그려.》

영옥이 어머니는 서글픈 웃음을 띠우며 그자를 바라보았다.

《그걸 내가 이야기 안하면 모른단 말요? 요즈음 학교안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모두다 영준이가 뒤에 숨어앉아서 선동했단 말이요!》

영옥이 어머니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영준이가 서울에 있다는 그자의 말이 전적으로 믿어지지는 않으나 그러나 혹시 그자의 말대로 서울에 숨어서 그런 일들을 하고있는지도 알수 없었기때문이였다.

그러나 그는 아들을 옹호해나서지 않을수 없었다.

《뭣이라구요? 영준이가 숨어서 선동을 해요? 천만에… 내 아들 영준이는 그런 큰 인물이 못됩니다. 공연히 죄를 덮어씌우지 마시오.》

영옥이 어머니의 목소리는 떨리였고 흥분되였다.

《글쎄 그렇게 큰 인물이 아니면야 우리도 좋겠시다. 그까짓 시시한것들이야 일일이 누가 잡으러 다닙니까?》

그자는 잠간 말을 끊더니 다시 이어 《댁의 아들은 걸리기만 하면 15년은 문제없이 먹게 될게요.》 하고 위협적인 언사를 쓰면서 영옥모녀의 표정을 유심히 살피였다.

모녀의 표정이 불안과 공포속에 잠긴 눈치를 본 그자는 빙긋이 웃으면서 다시 말을 꺼냈다.

《그러나 아주머니, 너무 근심은 마십쇼.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구… 다 방법이야 얼마든지 있으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영옥이 어머니는 그자의 이 말이 무엇을 암시한 말인지 모를리 없었다.

《정말 무사하게만 해주신다면 그 은혜야 후하게 갚지요.》

영옥이 어머니는 자기도 뜻하지 않았건만 어느새 애원비슷한 목소리로 변해버렸던것이다.

《결국 로골적으로 말하자면… 돈을 더 좀 쓰셔야 돼요. 나 하나만이 형사가 아니니깐… 하하하…》

그자는 이 말을 하기 위해서 여태까지 횡설수설 떠벌이며 위협공갈을 늘어놓은것이였다.

영옥이 어머니는 그동안 이자에게 《꾹돈》을 두번밖에는 더 주지 못했던것이다.

두번에 걸쳐 10만여환의 《꾹돈》을 쓴것은 공장경영이 파탄에 직면한 영옥이네 가정으로서는 힘에 벅찬 큰 지출이였다.

그러나 영옥이 어머니는 그 《꾹돈》의 시효도 이제는 다 사라지고 다시 더 쓰지 않으면 안된다는것을 모르지 않았다.

만일 이자의 말대로 혹시 서울에 영준이가 숨어서 돌아다니다가 이자들에게 발견되였을 때의 경우를 상상해본 영옥이 어머니는 새삼스럽게 몸서리가 쳐지며 불안속에 잠기게 되였다.

사랑하는 아들이 경찰의 손에 체포되지 않게 하기 위한 어머니의 안타까운 심정을 그자는 교묘하게 노리고 접어든것이였다.

《사실 우리 경찰이 몰라서 못 잡는게 아니외다. 다 그 가정이나 부모를 봐서두 고려하게 되는겁니다.》

그자는 이 순간 아주 선량한 인간처럼 어조가 부드러워졌다.

그자의 이러한 태도는 영옥이 어머니로부터 자진해서 주는 《꾹돈》을 받아가기 위한 비굴한 표현인것이였다.

영옥이 어머니는 얼른 방으로 들어가 장문을 열고 옷속에 깊이 넣어두었던 돈 만환뭉치 하나를 들고나와 그자의 잠바주머니속에 넣어주었다.

《좀더 사례를 해야 할텐데 아시다싶이 금년들어 공장운영이 극도로 곤경에 빠지게 됩니다구려. 약소하지만 우선 담배값이나 하시구려. 그리구 부디 영준이를 거리에서 혹시 보시드래두 좀 눈감아주시구려. 제발… 내 그 은혜는 두고두고 갚으리다.》

영옥이 어머니는 애끓는 어조로 간청하며 그자의 표정을 유심히 살피였다.

그자는 그까짓 만환쯤은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듯 별로 탐탁하게 생각지 않는 태도를 보이더니 담배를 빨다가 벌떡 일어나며 《바깥어른 들어오시거든 래일 아침 사찰계로 좀 와달라구 말해주십쇼.》 하고는 휙 나가버렸다.

정신을 잃고 멍하니 서있기만 하는 어머니의 불안에 찬 얼굴을 바라보던 영옥은 갑자기 어머니가 불쌍한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 추운데 방으로 들어가세요.》

《오냐, 네 오래비가 정말 서울에 숨어있을가? 하여튼 아무데라도 몸이나 성하게 잘 있기만 했으면…》

어머니는 어느 틈에 옷고름으로 눈물을 씻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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