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은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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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밖 향촌동 언덕배기에 있는 조선희의 집에는 조선희와 백인자와 영옥이를 비롯한 여러명의 처녀들이 모여앉아있었다.

그들은 오늘 밤 할 일에 대하여 최종적으로 의논하려는것이다.

벌써 마리야녀학교에서 열릴 음악회시간은 가까와졌건만 그들의 의논은 아직도 끝이 나지 않았다.

방안은 좁고 어두웠다. 그러나 조선희는 방에 불을 켤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불을 켬으로써 자기네 집에 사람이 많이 모였다는것을 이웃사람들에게 알리고싶지 않았기때문이였다.

어둠이 방안에 꽉 들어차기 시작하자 처녀들의 모습은 어렴풋이 보이였고 다만 두눈동자들만 별처럼 반짝거렸다.

조선희, 백인자, 손영옥을 제외한 처녀들은 제2차 동맹휴학에 관련되여 경찰에 잡혀가 고문까지 당하고 여러날씩 구류되여있다가 겨우 석방이 되였지만 학교에서는 불온학생이라고 강압적인 출학처분을 당한 학생들이였다.

그들은 모두 영옥이와 동급생들이였다.

영옥이가 체포되던 제1차 동맹휴학때에는 그저 얼떨김에 휩쓸려나섰다가 취조만 받고 석방되였으나 2차 동맹휴학때에는 주동인물로 활약한 학생들이였다.

1차 동맹휴학사건이후 김치선은 웰톤의 특별지시에 의하여 학부형들의 사상동태 및 가정환경을 또다시 세밀히 조사한바 있었다. 그 결과 많은 학생들이 사상적으로 불온한 가정의 딸들이란것을 알게 되였을 때 그는 의외로 놀랐고 또 당황해지지 않을수 없었다.

사상적으로 불온한 가정이란 손영옥의 가정이 대표적인 실례였다.

가족계렬중에 특히 오빠나 삼촌가운데 징병기피자가 있는가 하면 《국군》에서 탈주한 《도망병》 또는 무직자, 실직자가 있는것은 보통이였다. 6. 28서울해방당시 인민군대에 의용군으로 나간 사람이 있는가 하면 후퇴때 북으로 넘어간 사람들이 적지 않았던것이였다.

김치선은 입학생들을 사정할 당시 학부형들의 재산정도, 사상동태, 직업 및 사회적지위 등을 세밀히 조사했고 또 가족계렬중에 사상적으로 불온한 즉 좌익사상을 가진자가 있지나 않는가 신중히 타진하느라고 했으나 그동안 여러해가 지나는 사이에 학부형들의 경제력과 사상동태와 직업 및 사회적지위가 판이하게 달라져버린것이였다.

입학당시에는 학비와 잡부금을 문제없이 납부하였지만 이제 와서는 제 기한내에 납부하는 학생들의 수가 점점 적어져갔고 또 손영옥이네처럼 집안이 망해서 퇴학을 하거나 납부금을 못 내여 쩔쩔매는 학생이 날로 많아질뿐아니라 학교정책을 반대하며 비난하고나서는 학부형도 늘어난것이였다.

김치선은 자기가 믿었던 학부형들까지도 자기를 반대하는 학부형회에 가담한 사실을 알게 되였을 때 더욱 당황하였었다.

어쨌든 학부형들의 사상동태가 점점 재미없이 되여간다고 느끼고있는 김치선은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를 모르지 않았다.

물론 그는 자기자신이 녀학교 교장으로서뿐만아니라 인간적으로 놓고보더라도 교활하고 파렴치한 성격의 소유자로서 미국인이 실권을 쥐고있는 학교리사회에 비렬하게 아부하여 교장자리를 유지하려고 급급하는데 자기가 배척받는 원인이 있다는것은 전혀 깨닫지 못하는자였다.

다만 그는 학부형들이나 학생들이 최근 수개월동안에 걸쳐 자기와 학교정책을 비난해나서는 리유가 국내외의 정세변동에서 오는것이라고만 해석하려 하였다. 물론 그런 면도 없지 않았다.

미국이 다시 새로운 전쟁을 도발하기 위하여 《유엔군사령부》를 서울로 이동해오고 남조선에 원자무기를 끌어들이며 《국군》을 확장하기는 하지만 절대다수의 인민들이 이러한 새로운 전쟁도발정책을 반대하며 평화적통일을 념원하고있다는것과 또 세계 수십여개이상의 나라 인민들이 전쟁반대, 원자무기사용금지, 군비축소, 평화공존을 부르짖으며 하나같이 미제국주의침략정책을 반대, 폭로규탄하고있다는 사실을 김치선이도 모르지는 않았다.

국제적으로 미제가 날로 고립되여갈뿐만아니라 홍수처럼 밀리는 미국 국내의 실업자들의 시위와 함께 전쟁을 반대하고 세계평화를 갈망하는 미국인민들의 목소리가 날로 커가고있는 현 상태에 비추어보아 반드시 미군은 남조선에서 물러가지 않으면 안된다는것도 이미 상식적으로나마 느껴온것이였다.

그렇다고 해서 눈앞에 상전으로 있는 리사회에 충실하지 않을수 없으며 학생들과 학부형들의 사상동태를 세심히 관찰하며 감시하지 않을수는 없었던것이다.

그래서 그는 자기를 반대하는 학생들과 학부형들을 어떻게 해서라도 박해하고 배제해온것이였다.

오늘 조선희 집에 모인 처녀들은 결국 김치선으로부터 박해와 배제를 당한 처녀들이였다.

어두워진 방안에는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있었다.

이윽고 조선희가 입을 열었다.

《방금 영옥이 말대루 희생은 적게 내고 큰 효과를 거두어야 돼. 오늘 밤 우리가 잘해야만 학원을 더럽히는 연회가 못 열릴것이고 따라서 미군놈들에게 재학생들이 롱락당하지 않을게야! 또 어떤 동무가 말한것처럼 재학생들과의 련락을 취하지 못한것이 유감이지만 그것은 우리가 될수 있는대로 재학생들을 희생시키지 않으려 하기때문이야!》

《나는 의견이 좀 달라. 우리가 오늘 밤 하는 일에 대해서 재학생들은 우리 편에 가담할거야. 그렇기때문에 승리는 우리 편에 있다고 생각해. 만일 승리를 못하더래두 락망할것은 없어. 미군놈들의 학원침입과 녀성롱락에 대한 우리들의 당연한 분노의 시위로 될수 있으니까 말이야. 그것으로 또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키는데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해!》

백인자가 말했다. 이윽고 다시 영옥이가 입을 열었다.

《나는 오늘 반드시 우리가 승리할것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그자들은 만일을 타산하여 경찰을 배치했을것이고 정학, 출학을 당한 학생들과 그들이 주목하고있는 학부형들이 참석했나 조사할것이고 행동을 감시할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우리가 맡은 일을 꼭 그대로만 하면 오늘 밤에 연회는 열리지 못할거야. 나는 어떻게 해서라도 내가 맡은 책임을 다할것임을 이 자리에서 굳게 맹세해요. 뒤일을 잘 처리해줄것을 부탁해요.》

영옥이가 심각한 어조로 말을 맺자 처녀 하나가 뒤따라 입을 열었다.

《지금 영옥이의 말대루 우리는 오늘 밤 비장한 각오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늘 밤 우리가 하는 일은 연회만을 반대하는 일이 아니라 미국놈의 앞잡이 김치선 등 악질분자를 몰아내는 제3차 동맹휴학을 일으키는 도화선이 되여야 할것이예요.》

그들은 이렇게 서로 결의를 굳게 다지고 일어서려 하였다.

이때 갑자기 밖에서 발자국소리가 나며 한숙경선생이 들어왔다.

그는 늦을가봐 몹시 바쁜걸음으로 다우쳐온탓인지 숨을 헐떡거리면서 초조하게 입을 열었다.

《음! 너희들 불두 안 켜구 앉았구나. 두눈들만 반짝반짝, 별빛같구나. 내가 너희들을 먼저 좀 만날려구 이렇게 뛰여왔다. …》

한숙경은 밖에 말이 흘러나가지 않도록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는 곧 이어 《너희들에게 오늘 밤 부탁할것은 어쨌든 용감하게 싸워야 한다는것이다. 용감하게 싸우는 곳에 승리가 있느니라. 만일 실패해도 좋다. 너희들의 배후에는 재학생들이 있고 학부형들이 있고 또 사회가 있다. 나두 오늘 밤 너희들과 함께 투쟁에 참가하겠다!》 하고 고무해주었다.

《아니예요, 선생님은 표가 나서 안돼요. 선생님은 학교에는 나타나지 마세요.》

영옥이가 말했다.

《자, 어서들 가자꾸나. 시간이 늦겠다.》

조선희가 서둘렀다.

그들은 하나둘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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