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은 빛난다

7

 

김치선은 학부형들을 내몰고 또다시 바쁜걸음으로 가사교실로 들어갔다.

가사선생 최보배는 오늘 《허드레반》으로 특별히 동원시킨 20여명의 상급생들을 거느리고 시간을 다투어가며 연회에 내놓을 음식들을 만드느라고 여념이 없었다.

음악회가 끝날 때까지는 음식차림이 완성되여야 했기때문이였다.

김치선은 학교설립 60년을 맞으며 진행한 기념연회때나 마찬가지로 학생들이 료리를 만드는 광경을 이리저리 기웃거려보며 생글생글 웃으면서 입을 벌렸다.

《오오, 모두다 료리 잘 만드는 선수들만 선발했구먼! 오늘 료리는 손님들에게 절찬을 받겠는걸…》

김치선은 학생들의 눈치를 살피였으나 그 말에 아무도 흥미를 느끼지 않는지 그저 고개들을 숙이고 못 들은체 하고 제 할 일들만 하고있었다.

김치선은 오늘 연회료리제조에 동원되여 불평을 품고있는 학생들의 비위를 맞추려 하였으나 의외로 그들의 표정이 랭정한데 놀랐다.

그는 약간 무색했지만 다시 말을 이었다.

《우리 학교서 료리명수가 되면 어디 가서나 인정받는 명수로 될수 있지. 우리 학교 학생들이 모두다 이렇게 고급료리를 만들줄 알면 틀림없이 일류가정으로 시집갈수 있어. 너희들 료리명수된것 가사선생님께 감사를 드려야 한다. …》

김치선은 《허드레반》 학생들에게 오늘 동원된것을 만족하게 생각하라는 암시를 던질뿐아니라 최보배에게도 은근히 아첨까지 했다.

《아이유, 선생님두… 너무 비행기 태우지 마세요! 나 같은 뚱보는 비행기타면 무거워 떨어지기 쉽답니다. 호호호…》

최보배는 유들유들한 량볼에 멋적은 웃음을 띠우고 애교를 피우며 롱조로 김치선을 바라보았다.

《원, 최선생두… 30이 넘어서 몸이 불면 부자가 된다는데…》

《아니, 교장선생님은 몸이 안 나서 가난하게 사세요? 호호호…》

최보배와 김치선은 찧고 까불며 웃고 떠들었다.

학생들은 김치선과 최보배가 희롱해롱하는 꼴이 가관이였던지 힐끔힐끔 곁눈질을 해가며 다된 음식은 접시에 담아 소강당으로 나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참, 최선생! 먼저 시식을 좀 합시다. 지금 웰톤선생방에 스틸맨대좌두 와있으니까 얼른 몇가지 잘된 료리로 골라 채려서 들려보내시오.》

김치선은 최보배에게 이런 지시를 하고 다시 복도쪽으로 사라져버렸다.

학생들은 김치선이가 사라지자 이 구석 저 구석에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얘, 샐샐이가 오늘은 아주 제 생일이나 된듯이 더 샐샐거리누나.》

《내버려두려무나. 샐샐거리면 제 일평생 샐샐거릴줄 아니?》

《공연히 료리가 먹구싶으면 그저 좀 달라지, 시식이랍시고 먼저 먹고 또 나중에 같이 먹고… 죽도록 만든 놈은 종일 냄새만 맡긴가?》

《얘들아! 우리두 시식 좀 해보자꾸나. 료리 만드는 놈이 시식 안하구 누가 해?》

학생들은 수군거리며 기름에 튀겨놓은 왕새우료리를 한마리씩 나누어 먹었다.

최보배가 어느새 도끼눈을 해가지고 야단치고 대들었다.

《얘들아! 너희들 먹으라구 료리 만든거냐?》

《원, 선생님두! 우리두 좀 시식해봐야죠.》

어깨가 쩍 벌어지고 키도 남보다 더 큰 학생 하나가 능청스럽게 약을 올렸다.

료리를 날라다 놓은 소강당 한편구석에서도 두세명씩 모여서서 수군거리였다.

《얘들아, 마치 오늘은 우리가 학생이 아니라 료리집 하녀들 같구나!》

《얘, 우리는 그래두 괜찮아. 있다가 기생될 아이들이 걱정이지…》

이런 소리들이 튀여나오는가 하면 숟가락과 포크를 늘어놓으며 《우린 오늘 밤 음악회구경두 못하게 됐구먼. 료리집 껄노릇 하기에…》라고 비쭉거리는 녀학생도 있었다.

그러자 다른 녀학생이 《그까짓 음악회 들으나마나지 뭐. 오늘 저녁 음악회는 찬송가가 많다더라.》 하고 맞장구를 쳤다.

《아니야. 무용두 있구 특별출연두 있대.》

《그까짓것 시시한것 보나마나, 나는 조금 있다가 슬그머니 가버릴테야.》

이때 별안간 최보배가 나타났다.

《아니, 너희들은 참새떼처럼 떼를 지어 여기저기서 무슨 쑥덕공론들이냐? 얼른 일들이나 안하구…》

최보배는 소태먹은 우거지상이 되여 야단쳤다.

여기저기 떼를 지어 수군덕거리던 학생들이 최보배의 고함소리에 놀라 모두다 슬슬 헤여져버렸다.

그들은 다시 주방으로 가서 또 음식을 나르기 시작했다.

최보배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여전히 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수군덕거리였다.

《얘들아! 오늘 우리가 이렇게 애를 써서 온종일 고급료리를 만들어가지구 짐승들 먹으라구 바칠것을 생각하니 마음들이 좋으냐?》

키큰 학생이 불쑥 나서며 말했다.

《그저 그놈의 짐승들 처먹다가 한꺼번에 모두 토사곽란이나 나라.》

어떤 학생 하나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얘들아! 정말이지 오늘 웬 일인지 마음이 이상해지지 않니? 지난번 60주년 연회가 있던 날 밤 생각이 나지 않니?》

한 처녀가 또 말했다.

《힝! 오늘 밤두 연회가 끝나면 그때 그날 밤처럼 짐승들에게 끌려갈게야!》

《그때는 홍선생님이 있어서 영옥이 하나만이라두 구원했지만 오늘 밤은 어떡해? 홍선생님처럼 용감하게 의분을 느끼고 뛰여나와 구해줄 사람이 하나나 있을줄 아니?》

한 학생이 걱정스럽게 말하자 잠시동안 모두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얘들아! 그런데 말야, 홍선생님은 그뒤 어떻게 되고 영옥이는 그뒤 어떻게 됐다니? 누가 아는 사람 없니?》

키큰 녀학생이 불쑥 물었다.

그러나 아무도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들은 어느 틈에 우울한 표정들을 하며 서로 궁금한듯이 얼굴들만 마주 바라보았다.

이윽고 한 학생이 안타까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정말이지 오늘 밤 또 이렇게 연회가 열리는줄 알면 홍선생은 얼마나 기가 막히고 분개하실가?》

《얘들아! 우리 이놈의 연회 못하도록 해버릴가?》

한 학생이 롱담 비슷하게 말했다.

《무슨 재주로?》

《그야 할라면 하지 뭐! 못할게 뭐야?》

《한숙경선생님이라두 면직 안 당했으면 이놈의 연회 반대했을거야. 정말이지 한선생은 이 학교서 청춘을 다 바쳤는데 결국 쫓겨나갔으니 얼마나 분해!》

학생들은 최보배의 눈을 피하여 구석진데서 이러쿵저러쿵 수군거리였다.

이때 갑자기 가사교실에 달린 종이 찌르릉 하고 울었다.

교장실에서 부르는 신호였다.

최보배는 서둘며 학생 두명을 골라잡고 청높은 소리로 말했다.

《너희들 행주치마를 벗고 리사장실에 시식 갖다드려라.》

《난 싫어요.》

《나두 싫어요.》

두 학생은 하나같이 거절하고나섰다.

《왜? 너희들 코가 깨졌니? 무슨 생각으로 못 가겠다는거냐? 그래봐라! 너희들헌테 리속이 있을줄 아니?》

최보배는 성이 나서 고함을 꽥 지르며 위협했다.

두 학생은 풀이 죽어 더 거절하지 못하고 료리그릇을 들고나갔다.

그러다가 앞에 선 학생이 발부리에 채여 넘어지자 료리접시는 산산이 깨여지고 료리들은 복도우에 그대로 쏟아지고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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