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은 빛난다

5

 

마리야녀학교 정문에는 성탄절을 경축하는 솔문이 서있었다.

오늘 밤 경축음악회가 열릴 대강당앞에는 기념솔나무가 요란스럽게 장식되여있었고 강당안에는 벌써 울긋불긋한 《만국기》가 걸려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나라들의 국기였다.

강당무대우에서는 합창대의 련습이 벌어지고있었다.

소강당은 음악회가 끝난 뒤에 바로 벌어질 연회를 진행할수 있게 꾸려져있고 가사교실에서 료리를 만드는 냄새가 운동장에까지 풍기였다.

본관 정문현관앞에 매달린 큰 시계가 땡땡 5시를 울렸다.

교장실 문밖에는 《회의중》이라는 나무패가 걸려있고 복도에는 별로 학생들의 래왕이 보이지 않았다.

교장 김치선은 오늘 경축음악회와 연회를 앞두고 간부교원들을 자기 방에 불러 긴급회의를 시작했던것이였다.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간부교원들의 얼굴에는 심각한 침묵이 흘렀고 김치선은 여전히 생글생글 교활한 웃음을 띠운채 참가자들의 얼굴을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

《왜 이야기를 안하십니까? 어디 의견들을 좀 말해보시오.》

김치선의 시선은 어느덧 맨끝에 앉은 력사선생의 얼굴로 쏠리였다.

이윽고 력사선생이 무겁게 입을 떼였다.

《에- 나는 오늘 밤 음악회이후에 열릴 연회에 대해서는 솔직히 말해서 좀 의견을 가지고있습니다. 왜 그러냐 하면 아무리 오늘 밤 연회가 성탄절축하연회라고는 하나 우리 학교의 사정으로 봐서 고려하는게 좋지 않을가 합니다. 그동안 우리 학교는 60주년 기념연회사건이후 여러가지 불상사가 생기지 않았습니까?

지금 교장선생님은 아시는지 모르시는지 모르나 학생들과 학부형들은 물론 우리 직원들가운데서도 반대하는분들이 적지 않다는것을 아셔야 할것입니다.》

그는 그때 기념연회사건으로 홍찬수의 면직처분을 취급하는 직원회의가 바로 이 자리에서 열렸을 당시 김치선의 편에 가담하여 거수기노릇을 하던 사람이였다.

김치선은 약간 얼굴빛이 달라지며 《아니, 우리 간부직원회의에서 의견이 통일 안되면 어떡합니까? 오늘 밤의 축하연회는 리사회의 지시라는것을 아시겠지요? 리사회의 지시는 곧 웰톤선생의 지십니다. 웰톤선생의 지시는 곧 문교당국의 지시라는것을 아셔야 합니다. 만일 오늘 밤의 축하연회에 대해서 반대의견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그는 곧 반미분자입니다.》 하고 은근히 위협하여나섰다.

김치선의 말이 떨어지자 뒤미처 교무주임 윤성오가 부르도그같은 상판으로 간부교원들을 휙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도대체 우리 간부직원중에도 틀려먹은 사람이 있습니다. 어떻게 돼서 이 자리에서 진행한 간부회의내용들이 당장 그날로 학생들의 귀에 들어가고 학부형들의 귀에 들어갑니까? 이러다가는 누구를 믿고 회의를 하겠는가 말이요. 연회만 하더래도 이것은 공개하지 말고 우리 간부직원들만 알고있기로 한것이 회의를 하자마자 당장 소문이 퍼지지 않았소? 이렇게 간부직원들의 규률까지도 문란해지고 해이되여가다가는 학교교육을 못합니다.》

잠시 간부직원들은 묵묵히 앉아있었다.

이윽고 력사선생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나는 간부교원의 립장에서 하는 말입니다. 연회에 대해서 의견을 가지고있다고 해서 반미분자로 몰아서는 좀 곤난합니다. 연회사건때문에 또다시 홍찬수 같은 교원이 생겨서는 안될것이고 오영애나 안혜란이 같은 자살자가 생겨서는 안되겠다는것입니다. 나는 어디까지나 학교를 위하는 립장에서 하는 말입니다.》

지금까지 말이 없던 교원 하나가 입을 열었다.

《나도 연회에 대해서는 약간 의견이 있습니다. 문제는 미군들이 와서 술에 취해가지고 돌아가면서 그때처럼 녀학생들만 끌고 안 가면 간단합니다. 그러나 누가 안 그러리라고 장담할수 있겠습니까?》

그도 홍찬수를 면직시키던 회의에서 거수기노릇을 하던 수학선생이였다.

《아니, 해마다 성탄절축하연회를 했는데 금년에는 왜 간부직원회의에서 이런 의견들이 생깁니까? 차라리 이런 의견이 일찍 있었더라면 오늘 음식이나 만들지 말걸… 공연히 학생들을 동원했군요.》

량볼에 번지르르한 개기름이 흐르는 가사선생인 최보배가 입을 비죽거리며 쏘아대였다.

곁에 앉았던 음악교원이 강경한 목소리로 《안됩니다. 오늘 밤 연회는 무조건 해야 합니다. 우리 학교는 바로 성모마리야의 명칭을 지닌 영예스러운 학교입니다. 우리 학교에서 성탄절축하연회를 하지 않는다면 어느 학교에서 합니까?》 하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렇습니다. 지금 음악선생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문제는 기술적으로 하자는 그것입니다. 학부형들에게 자극을 주지 않도록… 얼마든지 할수 있습니다.》

김치선은 다시 생글거리며 말했다.

이때 별안간 교장실문을 두드리며 들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웰톤이였다.

김치선을 비롯하여 간부교원들은 모두 의자에서 일어나 웰톤에게 인사를 했다.

《자, 그럼 회의는 이만합시다.》

김치선은 페회를 선언하고 간부교원들을 자기 방에서 내몰았다.

그는 웰톤에게 의자를 권하고 자기는 그보다 낮은 의자에 앉았다.

《미스터 김! 오늘 밤 음악회준비 다되였습니까?》

《네, 다됐습니다. 아주 성대히 될것 같습니다.》

《오케이! 미스터 김! 오늘 밤 연회에 학생 몇사람이나 참가합니까?》

《예, 지금 예정으로는 약 30명가량입니다.》

《30명? 적습니다. 900여명 학생가운데 30명 적습니다. 50명 참가시키시오! 우리 고문들도 많이 옵니다.》

《네, 그럼 그렇게 하지요.》

《미스터 김! 오늘 밤 연회 성대히 될것 같습니까? 책임지시오!》

《네, 네, 념려마십시오!》

《오케이! 그런데 미스터 김! 당신 정신채리시오. 요즘 학부형들 맹랑합니다. 오늘 밤 경찰 부르시오!》

《네.》

《미스터 김! 지금 직원들 다 있습니까?》

《네, 네.》

《성탄절선물 직원들에게 나누어주었습니까?》

《아니올시다. 웰톤선생의 립회하에서 나누어줄려구 그대루 두었습니다. 그럼, 지금 선생께서 나누어주시도록 하시죠.》

김치선은 간사하게 발라맞추었다.

《오케이! 오케이!》

웰톤은 만족스럽게 징그러운 웃음을 지었다.

김치선은 초인종을 눌러 사동을 부른 다음 서무주임을 불러오라고 했다.

김치선은 서무주임에게 직원들을 모아놓고 성탄절선물증정식을 할테니 준비하라고 말했다.

이윽고 직원실에는 30여명이 넘는 교직원들이 모여앉았다.

웰톤은 배를 내밀고 앞장에서 들어가고 김치선이가 따라들어갔다.

그뒤로 서무계서기들이 30여개의 물건뭉치를 끌어안고 들어갔다.

웰톤과 김치선은 전체 직원회의때에만 나와앉는 자기들의 호화스러운 책상의자에 각각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다.

직원들에게 나누어줄 선물뭉치는 웰톤의 책상우에 쌓이기 시작했다.

교원들가운데는 힐끔힐끔 그것을 옆눈으로 흘겨보며 입을 비죽거리는 사람도 있었고 또 숫제 고개를 유리창밖 운동장으로 돌리고있는 사람도 있었다. 또 어떤 교원들은 눈을 지그시 감고 고개를 숙인채 별로 큰 흥미를 표시하지 않았고 또 어떤 교원들은 책상우에 놓인 종이장에다 락서를 하기도 했다.

이윽고 김치선이가 벌떡 일어나서 말했다.

《에- 여러분! 지금부터 웰톤선생께서 특별히 여러분들에게 성탄절선물을 증정하겠습니다. 아시다싶이 서울시내에 수많은 남녀 중, 고등학교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성탄절선물을 선생님들에게 드리는 학교는 아마 우리 학교이외에는 별로 없을것 같습니다. 이것이 다 웰톤선생과 같은 녀자교육에 대해서 깊은 리해와 열성을 가지신 선생을 리사회의 책임자로 모시고있기때문입니다.

우리는 웰톤선생에게 보답해야 합니다. 그것은 곧 리사회의 지시에 따라 우리가 맡은 교육사업에 정성을 다하는것입니다. 에- 그러면 지금부터 웰톤선생님께서 선물을 전달하겠습니다.》

김치선은 생글생글 웃으며 웰톤에게 눈길을 주었다.

웰톤은 능청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뚱뚱한 몸집을 일으켜세웠다. 그는 선물을 나누어줄 생각은 하지 않고 교직원들을 쭉 한번 둘러보고나서 《여러분! 오늘 성탄절 기쁜 마음으로 축하합시다.》 하고 말머리를 떼더니 계속해서 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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