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하는 정열

2

 

이튿날 아침이였다. 이날은 일요일인 관계로 영옥은 공장에 출근을 하지 않고 집에서 어머니와 함께 빨래를 하고있었다.

아침때가 조금 지났을 때 쪽대문이 삐드득 열리며 조선희와 백인자가 마당으로 뛰여들어왔다.

《아이유, 이게 웬 일들이냐?》

영옥은 깜짝 놀라며 뛰여나가 선희와 인자의 손을 한꺼번에 붙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얘, 너희들 우리 집이 이렇게 망할줄은 몰랐지?》

영옥이가 두 처녀를 바라보며 한탄조로 물었다.

《너의 집만 그렇니 뭐… 그래, 네가 우리들 집에 두번씩이나 찾아왔다갔단 말 들었다. 우리두 너의 집을 알지 못해 애를 쓰다가 어제 밤에야 알았지 뭐냐.》

선희가 말했다.

《음, 그래. 한선생님 댁에 갔었니?》

《음, 한선생님두 어쩌면 지금 오실게야. 만일 정오까지 너의 집에 안 오시면 우리가 가기루 했어.》

선희는 이렇게 말하고나서 다시 은근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런데 영옥아, 이번 성탄절날 말이야. 마리야녀학교에서 경축음악회를 연대. 음악회끝에 성대한 연회를 또 연다는구나. 또 미군장교들을 수십명 초대해올 모양이란다. 리사회에서 웰톤이란 놈이 지시를 내렸단다.》

선희는 어느덧 흥분되여 어쩔줄을 몰랐다.

《아니, 그게 정말이냐? 안된다. 연회를 또 열게 그대루 둬서 되겠니?》

영옥은 놀란 얼굴에 격분을 참지 못하여 이를 앙다물었다.

《그래서 사실은 말야, 영옥이허구 우리 셋이 한번 의논하러 왔어. 그리구 참 영옥이두 혹시 소식 들었는지… 오영애와 안혜란이가 며칠전에 둘이 다 자살했어.》

백인자가 입을 열었다.

《아니, 그게 사실이야?》

영옥은 더욱 놀라며 재차 물었다.

《글쎄, 오영애나 안혜란이두 그때 연회가 벌어지던 밤에 미군놈들에게 끌려갔다온 후로 학교에두 잘 나가지 않았지. 몸이 더러워진것뿐아니라 생리적변조까지 생겼기때문에 고민끝에 둘이 서로 의논하고 잠자는 약을 사다먹고 자살했대.》

백인자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영옥아, 홍선생님 소식 모르니?》

선희가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알게 뭐야, 너희들두 모르니?》

영옥이가 도리여 반문하였다.

《우리가 알면 네게 물어? 정말 홍선생님생각을 하면 우리가 이대루 있기만 할 때가 아니야.》

조선희가 결심을 한듯 힘찬 어조로 말했다.

《글쎄, 어떻게 해야만 홍선생님의 소식을 알수 있을가? 정말 답답한노릇이야.》

백인자도 안타깝게 말하였다.

《얘, 너희들 잠간만 앉아있어. 나 빨던것 마저 빨고 들어올게.》

영옥은 부리나케 뛰여나와 빨래를 하려 하였다.

《얘, 넌 그만둬라. 오랜만에 너희들이 만났는데 어서 이야기들이나 실컷 하렴. 빨래는 내가 할테니…》

어머니의 말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방문이 열리며 선희와 인자가 팔을 걷고 나왔다.

《어머니, 어서 들어가세요. 우리가 얼른 해드려요.》

선희가 먼저 영옥이 어머니 손에서 빨래거리를 빼앗았다.

《너희들이 이렇게 내 일을 도와주니 고맙다만 나들이옷들을 버릴라. 조심해라.》

어머니는 만족한 웃음을 얼굴에 가득 띠우고 물러났다.

이윽고 그들은 삽시간에 빨래를 다 해치웠다.

정오를 알리는 고동소리가 울렸다. 그러나 약속한 한선생은 오지 않았다.

영옥은 그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곧바로 한숙경선생님 집을 찾아갔다.

한숙경은 집에 있었고 학부형 두사람이 와앉아있었다.

《어서들 오너라. 마침 너희들을 만나러 가려는 판에 이 어머니들이 오셔서 못 갔다.》

한숙경은 세 처녀를 반가이 맞아주었다.

두 아주머니는 세 처녀들을 차례로 자세히 보더니 눈물이 글썽하며 손수건으로 닦기 시작했다.

《얘들아, 이 아주머니들이 바루 오영애와 안혜란의 어머니들이시다. 인사들 해라.》

한숙경이 침통한 어조로 말했다.

그들은 뭐라고 두 아주머니를 위로했으면 좋을지 말문이 열려지지 않아 잠간동안 묵묵히 앉아있을뿐이였다.

《너무 상심들 마세요. 영애와 혜란이 원쑤를 우리가 갚아줄테예요.》

영옥이가 먼저 침착하게 말했다.

《글쎄, 학생들… 영애란 년이 불쌍한 년이지만 어찌 그렇게두 못나게 제 목숨을 제가 끊는단 말이요. 기왕 죽을바엔 원쑤나 갚고 죽어야지.》

영애의 어머니는 분통한듯 말했다.

《부디 학생들, 이런 일이 없도록 학생들두 정신을 바싹 채려야겠수.》

안혜란의 어머니도 한마디 했다.

《념려마세요. 다시는 영애나 혜란이 같은 아이들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어요.》

조선희가 힘차게 말해주었다.

얼마후에 두 아주머니는 물러갔다.

《자, 이제는 우리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해보자.》

한숙경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들은 성탄절 밤 벌어질 마리야녀학교의 연회를 파탄시키기 위한 투쟁방법을 의논하려는것이였다.

《…어쨌든 너희들 셋이 주동이 돼야 한다. 나 같은 사람은 이미 홍선생이나 마찬가지로 면직처분을 당한셈이니깐 표면에는 나설수 없지만 너희들 뒤에서 협조해주마. 학부형들의 힘을 모으는데는 내가 책임지고 나서겠다. 너희들은 셋이 분담하여 그동안 정학처분, 출학처분을 당한 아이들 또 검거되였던 아이들을 한데 묶어 힘을 뭉치는 일을 해야겠다.》

한숙경은 이렇게 세 처녀를 격려해주었다.

《선생님, 어쨌든 이번에는 꼭 승리를 해야겠어요. 희생자는 아주 적게 내고 효과는 커야겠어요. 그런 방법을 써야겠어요.》

영옥은 자기가 이미 어떤 방법을 세워가지고있는듯이 자신있게 말했다.

《암, 희생자는 적게 내고 효과를 올려야지.》

한숙경은 만족스럽게 말했다.

조선희와 백인자도 각각 자기 의견을 말하였다.

그들이 오래동안 지혜를 짜내가며 투쟁방법을 연구하고 계획을 세우는데 인차 해가 저물었다.

그들은 재학생대표들을 몇사람 참가시켜 투쟁위원회를 조직할것을 약속하고 일단 이날 회합을 마치고 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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