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여진 꿈

4

 

웰톤을 태운 차는 그길로 곧바로 스틸맨의 숙사를 향하여 달리였다.

그는 사건이 발생된 날 아침이 채 밝아오기 전에 스틸맨을 찾아갔었다.

그러나 스틸맨은 자기 숙사에 없었다.

스틸맨이 조종한 깽단에 의하여 창고물품이 도난당한 사실은 경비원이 제시한 증거물이 여실히 증명해주었던것이다.

스틸맨과 웰톤의 사이가 벌어지기 시작한것은 박춘식이나 미라가 생각하는것처럼 다만 미라에 대한 치정관계에서 온 단순한 질투때문만이 아니였다.

스틸맨은 웰톤이 실권을 잡고있는 《한미무역사》에 대하여 일찍부터 야심을 품고 탈취하려 하였다.

웰톤을 본국으로 소환시키고 그 자리를 자기가 차지하려는 야망을 가지고있는것을 웰톤은 물론 박춘식이도 어느 정도 짐작하고있었다.

그러나 웰톤은 스틸맨의 세력만 못지 않았다.

뉴욕거리의 독점자본가의 하나인 죤이 경영하는 세계무역회사는 2차대전종결이후 미군이 강점한 남조선, 일본, 남부윁남 등을 비롯하여 세계 각처에 대리점, 지점 등을 설치하고 잉여상품판매시장을 획득하는데 급급하였다.

웰톤이 실권을 쥔 《한미무역사》는 바로 뉴욕에 본점을 둔 이 세계무역회사의 지점이였으나 그 외모로 볼 때는 《한국》재벌도 주를 가지고있어서 독립된 회사처럼 보이였다.

웰톤은 죤의 주권을 가지고 박춘식의 우에 앉아 무역사의 패권을 쥔자였다.

스틸맨은 죤의 회사 동양과장과 친한것을 기회삼아 웰톤을 본점으로 소환시키려고 한때 모략을 꾸미였으나 《한미무역사》를 통하여 남조선에 미국잉여물자의 판매시장을 확장하는데 웰톤의 공로가 컸기때문에 그의 모략은 뜻을 이루지 못하였던것이였다.

스틸맨은 웰톤에게 타격을 주는 가장 가까운 길은 무역상품창고를 습격해서 거액의 물품을 탈취하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하였다.

그자는 원래 뉴욕 뒤골목에서 《어깨》로 이름을 날리던자로서 그의 직속부대 병사들은 반수이상이 깽으로 조직되여있었다.

웰톤은 스틸맨의 이러한 경력과 소행을 모르지 않았다.

서울시내 각 무역상사 창고에서 미군들의 절도, 강도사건이 빈번히 일어나고 늘 도난사건이 그치지 않는것을 미루어보아 웰톤도 늘 불안한 마음이 없지 않았다.

그는 만일의 경우 자기 회사 창고가 스틸맨이 조종하는 깽에게 습격을 당할 념려가 없지도 않았으므로 경비망을 강화하는 한편 얼마전 중역회의에서 사규 일부를 추가로 통과하는데까지 이르렀던것이였다.

그것이 곧 《한미무역사》 사규중 《사장의 권한과 의무》조항에 제21조를 추가하여 《… 재고상품이 파손, 부패, 분실, 도난, 화재 등을 당했을 때 그 책임은 현역사장이 져야 하며 그 손해액은 사장이 변상하되 자기 주금에서 교체할수도 있다. …》라고 덧붙인것이였다.

박춘식이가 사장인 이 회사의 내규에 이처럼 미국인주주의 권리와 리익을 옹호하기 위하여 한조목이 더 추가통과되였을 때 박춘식은 까딱하다가는 바가지를 쓰고 넘어지고말것 같은 불안과 걱정이 없지도 않았으나 미국인들의 비위를 상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입을 열고 반대 한마디 하지 못했던것이였다.

웰톤은 이번 도난사건의 책임을 박춘식에게 돌리고 그 피해액을 박춘식이가 불입한 주금에서 보상하기로 되였으므로 미국인들의 주권에는 하등 영향이 미치지 않을뿐아니라 그 결과에 있어서 오히려 그의 재산을 박탈하는데 좋은 기회가 되였다고 생각하였다.

스틸맨은 웰톤을 쓰러뜨리기 위하여 감행한짓이였으나 결국 꺼꾸러지게 된 놈은 웰톤이 아니라 박춘식이라는것을 알게 되였을 때 한편 폭소가 치밀어오르기도 했다.

더구나 《한국》경찰은 미국사람을 취체할 권한이 없고 또 그 도난피해가 미국인에게 있는것이 아닌 이상 미군당국이 구태여 수사에 관여하지 않을것을 알았고 만일 웰톤이 미군수사기관에 의뢰한다 하더라도 자기의 직권으로 넉넉히 묵살시켜버릴수 있는 스틸맨이였다.

웰톤을 태운 차가 어느덧 스틸맨의 숙사앞에서 멎었다.

웰톤은 태연스런 태도로 그와의 면회를 청했다.

《오오- 미스터 웰톤, 어서 들어오시오.》

스틸맨은 류달리 반가운 기색으로 웰톤을 맞이했다.

《미스터 스틸맨, 당신 얼굴 매우 좋습니다. 하나님 복 당신 혼자 받은것 같습니다. 하하하…》

웰톤은 스틸맨과 악수를 하며 의미심장하게 껄껄 웃었다.

그들은 응접실의 둥근 탁자를 가운데 두고 마주앉아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잠간동안 무거운 침묵에 잠기였다.

《미스터 스틸맨, 어제 아침 나 당신 찾아왔다간것 압니까? 당신 매우 수고했습니다. 우리 회사 위해 큰 공로 세웠습니다. 하하하…》

웰톤은 먼저 웃어제끼며 능글맞게 스틸맨에게 빈정거렸다.

《미스터 웰톤, 당신 요즘 년말관계로 매우 피곤합니까? 피곤하면 정신이상 생깁니다. 당신 내게 한 말 당신 정신이상 같습니다. 당신 빨리 병원에 입원하시오. 하하하…》

스틸맨은 웰톤을 위하는체 하며 슬그머니 야유로써 반박하였다.

《미스터 스틸맨, 나 정신병자 아닙니다. 안심하시오. 당신 부하 우리 회사 위해 일하다가 현장에서 중요한 수첩 떨어뜨리고 갔습니다. 나 오늘 그 수첩 당신에게 돌려주려 왔습니다. …》

웰톤은 정색을 하며 양복 속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여 응접탁자우에 놓았다.

이 순간 스틸맨의 얼굴에는 약간 당황한 빛이 떠돌았으나 어느덧 깜짝 놀라는듯 하며 《오오- 그 수첩 내 직속부대 병사것입니다. 그 수첩 얼마전에 땐스홀(무도장)에서 잃어버린 수첩입니다.》 하며 손을 뻗쳐 그 수첩을 집으려 하였다.

그러나 웰톤은 재빨리 수첩을 다시 자기 양복주머니속에 집어넣어버리고는 《미스터 스틸맨, 당신 이 수첩 가질 권리 없습니다. 하하하…》 하고 싸늘하게 웃어댔다. 그리고는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미스터 스틸맨, 당신 이번 한 일 한국사람 다 알고있습니다. 그러나 나 당신 위해 부인했습니다. 당신 만일 내 요구 듣지 않으면 신문기자들에게 폭로하겠습니다.》

웰톤은 정색을 하며 스틸맨을 위협하였다.

《당신 나 위협마시오. 당신 조금도 손해없습니다. 한국상인들이 손해 많이 입었습니다. 당신 박춘식의 주권 당신 맘대루 탈취할수 있게 됐습니다. 내게 아무 요구마시오.》

스틸맨은 싱글벙글 웃으면서 배짱을 부리였다.

《노, 노오- 당신 공로 컸지만은 3억환 혼자 먹지 못합니다. 2억환 내게 내시오.》

웰톤은 눈을 오긋이 뜨고 스틸맨을 쏘아보며 로골적으로 강요해나섰다.

《무슨 말입니까? 나 당신에게 2억환 줄 아무 리유없습니다. 당신 박춘식의 돈 3억환 감쪽같이 먹게 된거 감사히 생각하시오. 당신 맘 매우 컴컴합니다.》

스틸맨은 웰톤의 요구를 보기 좋게 일축했다.

《… 좋습니다. 당신 나종에 후회마시오. 기자들에게 폭로하고 본국에 고소하겠습니다.》

웰톤은 성을 왈칵 내며 벌떡 일어섰다.

《미스터 웰톤, 당신 욕심 너무 많습니다. 당신 기자들에게 폭로하고 본국에 고소해야 당신에게 리속없습니다. 박춘식의 주권 먹지 못합니다. 하하하…》

스틸맨은 웰톤의 등을 탁 쳐서 의자에 절퍽 주저앉히였다. 그리고는 다시 말을 계속했다.

《미스터 웰톤, 당신 1억환 받으시오. 당신 가만히 앉아서 4억환 생겼습니다. 당신 내게 감사하시오. 하하하…》

《노, 노오- 당신 욕심 많습니다. 몇시간 운반료금 그렇게 비쌀수 없습니다.》

웰톤은 다시 태도가 강경해지며 벌떡 일어났다.

스틸맨은 그를 다시 주저앉히려고 하지 않았다.

웰톤은 뚜벅뚜벅 응접실을 나가버렸다. 그러나 현관을 채 나서기도 전에 다시 돌아왔다.

《미스터 스틸맨, 당신 후회마시오. 당신 욕심 너무 많습니다.》

웰톤은 두눈을 오긋하게 뜨고 스틸맨을 노려보며 을러멨다.

《미스터 웰톤, 당신 나보다 더 욕심많습니다. 더 무서운 깽입니다. 당신 기어이 절반씩 나누어야 시원하겠습니까? 하하하… 이번 사건 결국 당신과 나 공모한 결과로 되였습니다. 하하하…》

스틸맨은 악마와 같이 한바탕 웃어대더니 양복주머니에서 행표책을 꺼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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