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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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심의 일기)

1996년 9월 3일. 화요일. 개임.

오늘 우리 사업소에서는 총회가 열렸다. 종업원전체가 빠짐없이 참가한 총회의 안건은 풀섬양식장을 복구하자는것이였다.

초급당비서동지가 보고를 했는데 붉은기정신에 대해서 말했고 고난의 행군은 시련을 묵묵히 참고 견디는것이 아니라 용감하게 박차고 일떠나 행복한 미래에로 나아가는 행군이라고 하였다.

위대한 장군님따라 내 나라, 내 조국의 부강을 위해 우리모두 한마음한뜻으로 어깨겯고 나아가자는 보고는 감동적이였다.

지배인동지가 첫 토론을 하였는데 구체적이고 세밀한 작전안이 토론에 제기되여 모두가 기대를 안고 서른다섯살의 젊은 지배인을 바라보았다. 눈빛이 날카롭고 옷차림과 몸가짐이 단정한 사람이다.

지배인동지의 토론이 끝난 다음 청년동맹비서 은향동무가 일어섰다.

《당원동지들, 10년전 저 풀섬수역을 처음으로 개척할 때 저는 열일곱살이였습니다. 우리또래 처녀들이 많았던 청년반의 성원이였고 3년후에는 기업소에서 제일 나이어린 작업반장이 되였습니다.

죄스럽구 부끄럽습니다. 그때 저 풀섬바다가에 첫 양식떼를 띄우던 동무들도 지금 이 자리에 저까지 두명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바다를 가꾸는 길에 처녀시절을 바치겠다던 그들이 그 꿈을 실현하지 못하고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어제 풀섬에 건너갔을 때 저는 차마 발을 들여놓을수가 없었습니다. 희생된 선장동지와 미술가동지가 너같은 도피분자는 못 들어온다고 격노해서 소리치는것만 같고 우리때문에 사랑하는 아버지를 잃은 해심동무가 저를 원망하는것만 같았습니다. 우리의 자욱이란 하나도 남지 않은 저 바다, 흔적도 찾을길 없는 옛 양식장이 못 견디게 저의 가슴을 허비였습니다.

동지들, 어려운 때에 바다를 지키지 못한 저를 처벌해주십시오. 그리고 저에게 풀섬양식장을 다시 맡겨주십시오. 이제 씻지 못하면 저의 죄는 일생의 치욕으로 남을것입니다. 저에게 다시 태여날 기회를 주세요!》

말끝에 터뜨리는 은향동무의 울음앞에서 모두가 얼어붙은듯 말 한마디 없었다. 누구인지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서 살펴보니 로동정량원이 손수건으로 눈굽을 닦고있었다. 총회가 끝난 다음에 안 일이였지만 이제는 두 아이의 어머니가 된 그도 어제날 청년작업반 처녀였고 은향동무다음의 반장, 청년반의 마지막반장이였다고 한다. 그러고보면 은향동무의 절절한 이야기는 참가자들모두의 가슴을 찌르고 각자가 자기의 량심을 심각히 돌이켜보게 한것 같았다.

제대군인 조철국동지가 자리를 차고 일어섰다.

《저도 청년반에 보내주십시오. 심장을 불태워 저 섬에 결사관철의 불길을 지펴올리는 불씨가 되겠습니다.》

결정서가 채택되였다.…

 

그밤 해심은 가슴벅찬 흥분, 사무치게 그리운 아버지와 윤철오빠에 대한 추억으로 마음을 진정할수 없어 사업소로, 풀섬이 멀리 바라보이는 잔교로 나갔다. 그런데 잔교끝에는 두사람이 나란히 앉아있었다. 은향이와 철국이였다. 해심은 그만 당황해졌다. 다행히도 은향과 철국은 자기들의 이야기에 심취되여 그를 보지 못했다.

해심은 살금살금 뒤걸음쳐 돌아서고말았다.

이때 《해심이냐?》 하는 초급당비서 천영의 목소리가 들렸다.

《생각이 많은 모양이구나, 아직 집에 들어가지 않은걸 보니.》

《아닙니다, 집에 들어갔다가 나왔습니다.》

천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음― 아버지생각이 나겠지.》

그리고는 부두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해심은 황황히 천영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그쪽엔 가지 마십시오.》

의아해서 해심을 쳐다보다가 잔교쪽을 살피던 천영은 《오, 그래?》 하고 돌아섰다. 그리고는 《은향이하구 철국이가 서로 좋아하는 모양이지?》 하고 물었다.

해심은 남몰래 피여나는 그들의 사랑을 초급당비서가 알게 된것이 마치 자기때문인듯 당황해졌다. 천영은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끄덕이다가 은근한 어조로 물었다.

《사랑에 대한 말이 났으니 좀 알자. 해심인 대학기간에 친해둔 총각이 있니?》

처녀의 얼굴이 붉어졌다.

《제 나이가 이제 몇살이라구.》

천영은 느슨한 미소를 지었다.

《왜? 처녀나이 스무살 지났으면 련애할만두 하지. 사랑이라는건 나이에 따르지 않는 법이다. 우리 집사람은 열여덟살때 벌써 군대에서 표창휴가받구 온 나한테 반했다던데?》

그 말에 해심은 웃었다.

《비서동지두 롱담을 곧잘하시는군요. 남자들은 제가 먼저 반해서 따라다니구두 항상 녀자가 먼저 자기를 따랐다구 한대요. 그게 아마 남자들의 자존심인게지요?》

천영은 빙그레 웃었다.

《자존심? 아니다. 그건 자랑이다. 남자는 녀자한테서, 녀자는 남자한테서 아무튼 사랑을 받는다는건 자랑스러운 일이다. 난 해심이가 진실한 총각의 사랑을 받는 처녀가 되였으면 한다.》 그리고는 정색해서 말했다.

《경험이라구 할가? 사랑은 가까운데서 찾아야 한다. 사람됨을 독안에 든 된장처럼 찍어서 맛볼수는 없지 않느냐. 생활속에서, 로동속에서, 더 좋기는 고난속에서 사람을 지내봐야 한다. 그러자면 가까운데 있는 사람이여야지?

너희 아버지, 어머니두 다 로동속에서 사랑을 맺었다. 그런 사랑에는 가짜가 없구 변심이 없는거다.》

해심은 깊은 의미가 담긴 천영의 말을 들으며 은향과 철국이 아직까지도 앉아있을 잔교쪽을 슬며시 돌아보았다.

천영은 무거운 눈길로 바다를 이윽히 바라보다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마음이 무겁구나. 구령은 쳤지만 어려운 전투다. 어떻게 이끌어야 할지 생각이 많아진다. 너두 청년반에 들어갔으니 말해봐라. 무엇부터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지.》

《전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이번에 보니 양식에 들어가는 자재와 설비가 굉장하더군요. 자재두 없구 설비들두 다 페품이나 같던데…》

천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모내기철이 다가오는데 미역, 다시마 여름모 길러놓은것두 없다. 조개두 잡아먹을내기만 했지 기르기는 통 하지 않았다. 바줄, 떼, 닻. 자재를 마련하는것두 힘든데 거기에다 모까지 어디 가서 끌어와야지. 당장은 식량이 떨어진 사람들이 문제고.》

둘은 더 말이 없었다.

생각에 잠겨 말없이 걷던 해심이가 물었다.

《준비했다가 래년부터 양식을 잘하면 안됩니까?》

천영의 두눈이 어둠속에서도 번쩍였다.

《아니다. 이번 모내기철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래년봄에 가서 수확을 하구 또 그렇게 돼야 기업소가 살아날수 있다.

지배인동무가 지금 작전을 세우고있는데 너두 오늘 지배인이 토론하는걸 들었지? 사고가 바늘틈도 없이 째였다.》

천영은 해심에게 지배인 김서경에 대해서 많은것을 이야기했다. 류봉무역회사를 조직하여 한두해사이에 빈터에서 회사의 토대를 닦아놓은데 대해서, 명절때마다 류봉무역회사가 번 외화로 시민들의 식량을 좀 풀군 했고 사탕가루를 들여다가 식료공장에서 당과류를 생산하여 주민공급을 한것 등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고나서 결론짓듯 말했다.

《비상한 머리와 정열로 무역거래를 잘해왔다. 실력있는 경제일군이지.》

해심이가 양식사업소로 오기 얼마전 시에서는 바다가양식사업소실태를 두고 심각한 회의가 있었다. 주저앉아도 너무 주저앉은 기업소였다. 사실 지난 겨울 양식사업소에 들여왔던 양식자재들도 류봉무역회사가 번 돈으로 사온것이였다. 그때 그 돈으로
식량을 살것인가, 먹는 기름이나 사탕가루를 사올것인가 론의가 많았는데 사장 김서경이 우겨서 양식자재를 샀던것이다. 번 돈을 씹어먹지 말고 자꾸 굴려야 하는데 우선 판로가 안전하고 수익성이 높은 수산부문에, 그것도 원천을 계속 늘일수 있는 양식부문에 투자하자고 했다. 그렇게 마련된 귀중한 양식자재를 바다에 처박고 얼마 건지지도 못했다. 그러고도 속수무책으로 있었으니 사고보다 엄중한것이 일군들의 패배주의였다.

수출원천확보때문에 양식사업소에 왔다가 이런 실태를 알게 된 서경은 격분해서 시에 제기했다.

시에서는 실태를 구체적으로 료해한데 기초하여 단호한 대책으로 사업소의 무책임한 일군들을 해임하고 무역회사 사장 김서경을 지배인으로 임명하였으며 수산부문에서 사업한 경력이 있는 부부장 김천영을 초급당비서로 파견했던것이다.

《쥔게 없으니 어쩔수 없다는 그 패배주의를 불사르지 않으면 너희 아버지와 윤철이의 희생이 값없이 되고만다. 넌 진영일의 딸이구 우리 기업소에 한명밖에 없는 양식기사다. 3년째나 오겠다는 대상이 없다구 기술일군자리를 비워놓구있은것두 이전 일군들의 실책중의 하나다. 유지하기두 힘든데 기술문제는 후에 보자구? 아니다. 부단히 갱신하지 않으면 우린 전진하지 못하는건 물론이구 유지할수도 없다.》

청년작업반은 래일부터 풀섬에 건너가지만 해심은 한 열흘간 기업소에 떨어져 입직수속을 마저 하면서 양식의 기술적문제들을 파악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양식에서는 구렝이라는 생산부원 오찬우를 해심이에게 붙여주기로 하였다. 지배인 김서경은 초급당비서에게 양식의 현대화란 곧 화학화, 생물화인데 해심이에게 많은것을 기대한다고 말하였다.

해심은 어깨를 내리누르는 압박감을 느끼며 희붓한 재빛바다의 먼 수평선가에 우중충 솟아있는 솔섬뒤에 옹크리고 앉아있는 풀섬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내버려졌던 저 섬. 섬은 지금 개척자들이 대오를 짓고있다는것을 알기나 하는지.…

윤철오빠의 마지막그림이 보고싶었다. 상징적수법을 좋아하는 오빠는 파도그림에 분명 시대를 안고있는 인간을 굴절시키려고 했을것이다. 어떤 파도를 아니, 어떤 인간을 그리려고 했을가? 도대체 무엇이 부족해서 제출했던 작품을 취소하고 다시 바다에 나갔댔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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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 단동 - 로동 - 2021-12-28
안녕하십니까? 제가 조국에서 이 도서를 열람할때 기억에 의하면 1장이 시작되기전 주인공 남녀가 서로의 사랑을 언약하는 서문이 별도로 존재했던 생각이 듭니다. 그 부분이 루락되였는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관리자 - - 관리자 - 2021-12-30
미래선생의 기억이 정확합니다. 빠진 서문내용을 올렸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열람해주시기 바랍니다.
감 상 글 쓰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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