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장

 

4

 

 

공장의 개건공사를 두고 열린 협의회는 밤늦게까지 계속되고있었다. 심중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의견들을 모아가면서 하나하나 착실하게 결론지어가는 만수를 국림은 생각깊이 바라보며 앉아있었다. 역시 안만수는 실력있고 능력있는 책임기사였다. 저런 사람이 지난 몇해동안 주눅이 들어 도무지 자기 견해와 주장이란 전혀 없는 사람으로 살아왔단 말인가. 새롭게 태여난 사람? 아니다. 지금의 저 모습이 바로 기술자 안만수본래의 모습이다. 잃어버렸던 본태를 다시찾은 사람.

《비서동무, 이런걸 생각해본적이 있소?》

안만수의 문제를 놓고 국림과 마주앉아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눌 때 류인석이 한 말이다.

《지금 우리가 하는 사람과의 사업은 이전과 다른 특성이 있소. 우리 당은 지난 시기 낡은 사회에서 살아온 사람들을 혁명적으로 개조하는데 많은 품을 들여왔소. 그러나 지금 우리 혁명의 주력을 이루는 사람들은 다 로동당의 품속에서 나서자란 세대요. 안만수동무만 봐도 전후 천리마대고조시대에 태여나 사회주의제도에서 공부하고 로동생활을 시작했으며 일하면서 배우는 고등교육체계에서 현장기사로, 한 공장의 책임기사로 자라난 기술자요. 사회주의인간이지. 그런 사람들이 일시적인 시련과 이러저러한 곡절로 자기의 본태를 잃고있거던.

우리 수령, 우리 당, 우리 제도가 낳아 품들여 안아키우면서 심어준 사회주의인간의 본태. 흐려지지 말아야 하오. 또 일시 흐려졌다고 해도 되찾고 더 완성해가도록 이끌어주어야 하오. 이게 바로 오늘의 당사업, 사람과의 사업이요. 안겨자란 고마운 품에 대한 감사의 정, 보답의 마음. 3세, 4세의 가슴속에 본성처럼 간직되여있소. 그걸 볼줄 알고 더 발양시킬줄 알고 하나로 묶어세울줄 아는게 당일군이고 그렇게 하는것이 당사업이요.》

공장의 전망에 대한 안만수의 견해를 놓고 시당위원회는 현지에서 확대회의를 열었다. 지방공업관리국의 일군들도 여기에 참가했다.

자기가 제기한 문제가 이렇듯 어마어마하게 판이 커지는 바람에 속이 한줌만 해서 앉아있던 안만수는 회의를 지도하는 시당비서가 이 회의는 줄기찬 발전의 길을 걸어온 우리 지방공업의 현실을 웅변적으로 말해주는 의미깊은 회의로 된다고 하자 고개를 번쩍 들었다. 시련에 처한 한개 공장을 살릴 출로나 모색하는 피동적인 회의가 아니라 우리 당이 부강조국건설을 위하여 수십년간 쌓아올린 공적을 다시한번 새겨보는 뜻깊은 계기이며 지난 기간의 성과에 토대하여 새로운 발전의 길을 열어놓는 회의, 경제사업에서 주도권을 확고히 틀어쥐기 위한 회의라는 시당일군의 말은 회의참가자들의 가슴을 뜨겁게 달구어주었다. 모두가 두눈을 슴벅거리며 앉아있는 만수를 바라보았다.

공장의 새로운 생산지표를 무엇으로 할것인가에 이르자 만수는 서슴없이 일어서 자기의 속궁리를 내놓았다. 공장의 현존생산토대와 기술능력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나서 만수는 금속공장이 없는 시의 실정에서 공장을 건설강재공장으로 전환시킬 방안을 내놓았다. 그 방안이 근 한달동안 해당 단위의 심중한 심의를 거쳐 오늘은 이렇게 개건공사를 위한 실천협의단계에 이르게 된것이다.

새로운 생산공정에 대한 책임기사의 설명이 끝나자 국림은 생각에서 깨여나 협의회에 참가한 설계사업소 산업설계실장 현숙이를 돌아보았다. 이제부터는 현숙이 차례이다.

생산공정도를 골똘히 들여다보던 처녀의 두눈이 드디여 반짝하고 빛을 뿜었다.

《두달동안 설계전투를 벌려 4월 중순에는 시공에 들어갈수 있게 하겠습니다.》

만수가 미심쩍게 쳐다보았다.

《그렇게 빨리 될수 있을가?》

그러자 국림은 불만스럽게 말했다.

《그게 빠른거요? 무슨 설계를 그렇게…》

말을 채 맺지 못하고 국림은 입을 다물었다. 성미가 만만치 않아보이는 저 처녀가 설계사업의 공정들을 자동보총련발사격 들이대듯 쏘아댈지도 모르기때문이였다. 그렇게만 된다면 한탄창 다 풀어내칠 때까지 고스란히 들어주기만 해야 할것이다. 만약 한방이라도 대응사격을 했다가는 새 탄창까지 갈아끼우며 줄기차게 쏘아댈지 어떻게 알겠는가. 운호녀석이 어디서 저런 야무진 처녀를 끌어냈는지.

그런데 처녀가 뜻밖에도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그럼 당겨보지요. 절 포함해서 부분설계원, 사도공들까지 하루 스무시간이상 전투를 하자고 호소하겠습니다.》

국림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스무시간! 그것도 한두사람이 아니라 모두가! 설계라는것이 그렇게 복잡하고 힘들단 말인가?

만수가 머리를 끄덕끄덕하며 짜증이 날 정도로 말이 없다가 뜨직뜨직 입을 열었다.

《좋기는 공사를 하는 동안 한쪽에선 생산을 했으면 좋겠는데, 량이 많지 않아두. 운호가 래일부터라두 지금 있는 저주파유도로하구 연신기를 맡아서…》

큰 일감이 차례지기를 기다리며 잔뜩 흥분되여있던 운호가 볼이 부었다.

《그렇게 한톤, 두톤, 찔끔찔끔 생산해선 뭘합니까? 지을거 다 짓구 갖출거 다 갖추었다가 단번에 꽝꽝 생산합시다. 난 공사장에 나가겠습니다.

비서동지, 청년돌격대를 조직합시다. 그리구 현숙동무, 설계가 되는 족족 넘겨달란 말이요. 하루 스무시간이 아니라 스물다섯시간두 우린 자신있소.》

일을 해도 쪼물짝하게 하는것을 싫어하는 그 배짱이 기특해서 국림이 흡족해있는데 만수가 고개를 저었다.

《지금실정에선 공장을 돌리구부터 봐야지. 삼삼은 구보다 이오 십이 더 크다구 차비 삼년 보내지 말구 부지런히 생산해야지. 공사가 끝나자마자 생산이 제 궤도에 들어가자구 해두 생산경험과 기능이 미리 마련돼야 되구. 처음 해보는 일이 교과서처럼 될수는 없는거구.》 그러면서 현숙이를 쳐다보았다.

《그런 경우에 설비들을 차려놓는 위치문젠데 다 건설한 다음에 제자리루 가야 되기때문에 우선 림시 생산시설공사부터 총공사일정에 예견했으면 좋겠는데. 아무튼 공장이라는건 생산인데…》

뜨직뜨직하는 책임기사의 생각이 빨랑거리는 운호보다 더 넓고 깊다는 생각에 현숙은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뿔송아지, 까불긴!

생산공정도를 곰곰히 들여다보던 현숙은 드디여 고개를 쳐들었다.

《그런 두벌공사는 필요없을것 같습니다. 주강공정과 압연공정을 먼저 들여앉히고 생산을 시작하세요. 그우에 건물을 씌우면 되니까요. 말하자면 설비조립을 먼저 하고 생산을 하면서 거기에 건물을 씌우자는겁니다.》

만수는 꿈쩍 놀랐다. 세상에 공장건설을 그렇게도? 건물을 지어놓고 그안에 설비들을 들여다가 조립하는 법인데.

현숙은 자신있게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타산하고 건축설계와 공정설계를 잘하면 되지 않겠나요.》

국림은 속으로 혀를 찼다. 맵시쟁이처녀. 눈빛이 깔끔하고 도고하기란 이를데 없는 저 처녀의 어디서 이런 엉뚱한것이? 밤거리에서 운호와 함께 있는 저 처녀를 승용차안에서 내다보며 시당비서가 하던 말이 생각났다.

《쟁쟁한 처녀설계가요.》

국림은 만수를 쳐다보았다.

《어떻소? 책임기사동무, 그렇다면 설비조립과 생산은 개건공사일정에 관계없이 할수 있다는게 아니요?》

만수도 입을 다물지 못하고 멍하니 현숙이를 건너다보다가 운호를 돌아보았다.

《그렇게만 된다면 지금 설비들을 뜯어옮기지 않아두 생산에 들어갈수 있겠는데.》

운호가 손가락을 딱! 소리가 나게 튕겼다.

《합시다! 래일중으로 당장 첫 제품을 뽑아냅시다. 오늘 밤부터 준비하겠습니다. 류진건설강재공장은 착공하기 전에 조업부터 한다? 멋있습니다.

현숙동무, 동문 규정이구 반칙이구 없구만. 축구라면 이건 완전한 옵싸이드요!》

현숙은 신이 나서 떠드는 총각에게 깔끔한 눈길을 던졌다.

《오이를 어디서부터 먹어야 된다는 법이 따루 있나요? 바루 먹든 까꾸루 먹든 먹구싶은대루 먹으면 되는거지요.》

모두가 즐겁게 웃는데 운호는 오이라는 말에 그제야 생각났는지 주머니에서 빨간 사과 한알을 꺼내서 내밀었다.

《이건 오늘 공사협의에 동무가 온다는 말을 듣구 특별히 구한거요. 그런데 이 사과 한알을 고르자구 내가 시내 장마당 세개를 다 훑었다는건 비밀이요. 우리 〈애인〉들이 알면 질투하거던. 그럼 난 못 견뎌.》

방안에 사과향기가 짙게 풍겼다. 현숙은 사람들이 있는데서 흰소리를 치며 꺼리낌없이 내미는 그 사과를 무랍없이 받아 냄새를 맡다가 톡 쏘아주었다.

《고맙군요, 눈물나게. 한데 깜찍한 나이에 벌써 애인이 있었군요? 그런걸 난 또 이담에 동무가 크면 살아줄가 했지요?》

왁자하게 폭소가 터졌다. 국림은 책상까지 두드리며 웃어댔다.

《통꼴이야, 통꼴!》

만수까지도 어줍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그런 말은 왜 해가지구…》

래일부터 설계전투를 현장에서 벌리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공장정문을 나서던 현숙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새여나와 주머니안의 사과를 꺼내들었다.

리운호, 장난꾸러기같이 재미있고 순진한 총각. 어쩌면 요 사과는 이다지도 빨갛고 생생하담!

《넌 사랑하게 될거야.》하던 해심이의 말이 떠올랐다. 사랑, 사랑? 요 빨간 사과를? 현숙은 혼자서 까르르 웃었다.

그때 뒤에서 자전거가 급하게 달려오다가 삑 소리를 내며 서더니 운호가 뛰여내렸다.

《집에까지 모셔다주겠소.》

현숙은 사과를 제깍 주머니에 넣고나서 새침하게 머리를 저었다.

《애인이나 모시구 가시지요.》

《헹, 그건 롱담이요. 사실은 나한텐 아직 애인이 없소. 난 순결한 총각이거던.》

현숙은 코웃음을 쳤다.

《흥, 현숙인 멀어두 제발루 가요.》

《헹, 성격두.》

현숙은 그 자리에 멈춰서며 야무지게 쏘아붙였다.

《성격이 왜요? 휘발유성격이라는거지요? 옥탄가 높은.》

운호는 벌씬 웃었다.

《그 말 아직두 잊지 않았소? 그건 그때 내가 동무를 모르구 한 말이요. 동문 멋있는 성격이요. 대담하거던. 용감하구.》

《흥, 아첨!》

현숙은 다시 걸음을 내짚었다.

《아니요, 이건 진심이요. 난 풀섬에 갔을 때 동무가 콩크리트잔교를 설계하던 이야길 들으면서 감탄했소. 아까두 기존관념에 구애되지 않는 동무를 보면서 얼마나 감동됐는지 아오? 그건 천성이 아니요. 하나라두 좋은것이라면 무조건 해야 한다는 헌신과 열정이 동무한텐 체질화되였기때문에 그렇소.》

현숙은 머리를 돌려 운호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그러는 현숙이를 마주보는 운호의 깨끗하고 순진한 눈에서 거짓이란 조금도 찾을수 없었다.

(흥, 송아지눈.)

운호는 씩 웃었다. 발전자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어슴푸레한 자전거조명등빛이 길을 비쳤다.

《난 사실 부끄러웠소. 나한텐 현숙동무같은 그런 열정과 헌신이 없었거던. 뭔가 큰걸 해놓겠다는 욕망과 공상밖에 없었소. 만약 현숙동무라면 나처럼 3년동안이나 일감이 차례지길 앉아기다리면서 허송세월하지 않았을거요.》

솔직하고 깨끗한 총각의 진정이 처녀의 가슴속에 조용히 들어앉기 시작했다. 둘이가 다 한동안 말없이 걷기만 했다.

한참만에 운호가 현숙이를 장난기가 가득 어린 눈으로 찬찬히 뜯어보며 말했다.

《아까 협의회때 내가 뭘 생각했는지 아오?》

현숙의 눈빛이 다시 깔끔해졌다.

《흥, 다 털어놓지 않은 생각이 또 있었군요? 말해봐요, 무슨 나쁜 생각을 했나.》

《나쁜 생각이라니? 난 좋은 생각만 하군 해.》

《그럼 그 좋은 생각 어디 말해봐요.》

운호는 장난꾸러기웃음을 쌕 지었다.

《난 동무가 세상에서 제일 곱다구 생각했소.》

현숙은 그자리에 딱 멈춰서서 운호를 쏘아보았다. 그러나 운호는 처녀의 매서운 눈총에 조금도 개의치 않고 자못 신이 나서 말했다.

《정말이요. 그 하얀 목수건도 동무한텐 정말 잘 어울려. 까만 외투에 하얀색이 딱 대조되면서도 멋있게 어울린단 말이요. 동문 첫인상엔 얼음물속의 차돌처럼 랭랭하구 딱딱한것 같지만 지내볼수록 따뜻하구 상냥한 마음씨가 드러나거던. 암만 랭기를 풍기는것 같애두 동문 두눈귀가 아래루 약간 휘여내려서…》

《그만하지 못하겠어요?》 어처구니가 없었다.

《부끄럽지 않아요? 회의장에 앉아서 처녀얼굴에나 정신팔구.》

운호는 지지 않고 대꾸했다.

《어쨌단 말이요? 난 내가 본 사람들을 다 묘사해보군 하오. 성격의 본질이 딱 나타나는 초상과 언행의 특징을 찾아쥐자면 관찰을 세밀히 해야 하거던.》

《흥, 동무가 무슨 작가나 된다구? 기껏해서 동요, 동시나 쓰면서.》

그 말에 이번에는 운호가 떡 멈춰섰다.

《동요, 동시가 어쨌단 말이요? 아동문학은 이 세상을 아이들의 마음처럼 순결하구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가장 깨끗하구 꿈많은 문학이요. 한심하구만, 알지두 못하면서. 난 그렇게 깨끗하구 꿈많은 소년으로 영원히 남아있구싶소.

헹, 자길 아름답게 묘사해주자구 하는데.》

사뭇 분한듯 언성을 높이는것이 우스워 현숙은 미소를 머금었다.

《그렇게 고우면 어쩔테예요? 현숙이한테 반하기라두 했나요?》

운호는 장난기짙은 웃음이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현숙의 까부러든 두 눈귀를 재미있게 마주보았다.

《솔직히 말하건대 반했소.》

《홀딱?》

《홀딱!》

둘의 즐거운 웃음이 밤거리로 깔깔 굴러갔다. 한참 걷다가 현숙은 주머니에서 그 사과를 꺼내들어 코끝에 살며시 대고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향긋한 사과냄새가 페부에 스며들었다. 현숙은 운호를 살짝 곁눈질해보았다.

《내가 지은 시를 들어볼래요?》

운호는 눈이 휘둥그래졌다.

《동무도 시를 쓰오?》

《그럼요. 누가 말했지요? 시를 짓지 않는 청년은?》

운호는 더 놀랍게 처녀를 쳐다보았다.

《야만이라고 했소.》

현숙은 흡족하게 웃었다.

《알고있었군요. 그럼 현숙이가 야만인줄 알았나요?》

《아 아니, 그런건 아니지만.》

《그럼 어디 들어봐요. 제목은 음― 〈나〉예요, 〈나!〉

 

나는

발뒤축만 슬쩍 들면

아무나 손쉽게 딸수 있는

키낮은 가지의 열매가 아니다

 

나는

소소리높은 나무

제일 웃가지에 조용히 열린 열매

 

나를 손에 넣고싶거든

높고높은 꼭대기로 올라와봐라

열백번 떨어져도 변심을 말고―

 

어때요? 아동시인선생.》

운호는 한동안 말을 다 못하고 섰다가 침을 꿀꺽 삼켰다.

《멋있소! 리현숙이 성격이 딱 살아나오.》

《그래 올라와볼 자신이 있는가요?》

운호는 씽긋 웃으며 머리를 저었다.

《아니, 난 오르지 않겠소. 밑에서 누구도 따가지 못하게 딱 지켜서서 오래오래 쳐다만 볼테요. 열매란 익으면 땅에 떨어지는 법이거던!》

《흥, 동무한테 떨어질줄 아나요?》

《누가 나한테 떨어진댔소? 땅에 떨어진댔지. 키워준 대지에 말이요.》 그러다가 운호는 멈춰섰다.

《현숙동무, 이젠 거리에 들어섰는데 여기서 그만 헤여지지 않겠소? 난 사실 동물 제꺽 바래주구 다시 돌아서려댔소.》

현숙은 의아해졌다.

《미안하오. 성내지 마오. 난 공장에 돌아가야 하오. 오늘 밤에…》

현숙은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말했다.

《래일부터 새 지표생산에 들어가자는거겠지요?》

《그렇소. 아까 책임기사동지랑은 래일 아침부터 하자구 하면서 동무를 데려다주구 그냥 집으로 가라구 했는데 아니요, 자기들이 남아서 오늘 밤을 새울거요.

우리 책임기사동진 좋은 사람이요. 공장의 첫 책임기사였던 우리 아버지가 사망할 때 자기가 입당보증을 한 책임기사동지의 손을 잡고 부탁하셨다오. 우리 나라 기계공업의 발전속도를 놓고볼 때 머지않아 공장의 사명은 끝난다구 말이요. 그러면서 공장의 더 훌륭한 래일을 부탁한다구 하셨는데 아버지다음으로 책임기사가 된 만수아저씨는 그 부탁을 잊지 않고있었소. 그러면서두 이미 10년전에 했어야 할 일을 자기때문에 이제야 한다구 며칠전엔 날 붙잡구 울기까지 했소.》

현숙은 머리를 돌려 어딘가 먼곳을 쳐다보며 말했다.

《알겠어요, 그럼 어서 가봐요.》

운호는 선듯 떠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현숙이가 묻는듯 한 눈길로 다시 보자 그는 그지없이 미안한 기색을 지었다.

《정말 안됐소. 집에까지 바래다줘야 하는건데.》

처녀는 흔연하게 웃었다.

《별말을 다하는군요. 현숙이가 제집두 못 찾아가는 어린애같은가요?》

그러자 운호는 벌쭉 웃었다.

《미안해서 그러오. 그럼 잘 가오. 래일 많지는 못해두 첫 환강이 타래쳐나오는걸 꼭 보여줄테요!》

자전거를 삑 돌리며 떠나려는 운호를 현숙이가 불러세웠다.

《운호동무, 잠간.》 현숙은 그때까지 손에 쥐고있던 사과를 내밀었다.

《밤을 새울수도 있는데 이걸 가지구 가요.》

운호는 펄쩍 뛰였다.

《세상에 줬던걸 도루 받는게 어디 있소?》

멋진 동작으로 자전거에 홱 올라타서는 바람처럼 쌩쌩 내달려 멀어지는 그 모습을 따뜻이 바래우고난 현숙은 사과를 두손으로 감싸쥐며 그 향기를 마음껏 들이켰다.

그밤 설계사업소 산업설계실 창문에서는 새날이 푸름푸름 밝아올 때까지 불빛이 흘러나왔다. 고요한 설계실안에는 사과향기가 그윽히 차있었다.

 이전페지  차례  다음페지 
되돌이 목록

미래 - 단동 - 로동 - 2021-12-28
안녕하십니까? 제가 조국에서 이 도서를 열람할때 기억에 의하면 1장이 시작되기전 주인공 남녀가 서로의 사랑을 언약하는 서문이 별도로 존재했던 생각이 듭니다. 그 부분이 루락되였는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관리자 - - 관리자 - 2021-12-30
미래선생의 기억이 정확합니다. 빠진 서문내용을 올렸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열람해주시기 바랍니다.
감 상 글 쓰 기

홈페지봉사에 관한 문의를 하려면 여기를 눌러주십시오
Copyright © 2003 - 2022 《조선륙일오편집사》 All Rights Reserved
辽ICP备15008236号-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