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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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점심참에 들이닥친 렬차로 화물역은 붐비였다. 대형화물자동차들이 벌써 하차선에 주런이 서있고 초급당비서 엄철수와 책임기사 리운식이 나와있었다. 류진역에서 새해의 첫 운행길을 떠나는 려객렬차를 떠들썩하게 환송한 철도분국 기동예술선동대원들이 이번에는 류진으로 들어오는 화물렬차를 환영하려고 화물역으로 달려와 요란스레 취주악을 불어대고있었다. 왕별을 단 철도분국장과 소좌령장을 단 중년의 녀성화물역장도 나와있었다.

오전 11시 30분 석회석차량을 여라문개 단 화물렬차가 서서히 멎어서자 철도제복차림의 처녀들이 렬차승무원들은 물론 세멘트공장의 수송조원들에게도 꽃목걸이를 걸어주었다. 시퍼렇게 얼어가지고 철도처녀들이 걸어주려는 꽃목걸이를 한사코 손으로 받아쥔 윤권민은 시뿌둥하게 말했다.

《지각생한테두 꽃을 주나? 음?》

그리고는 엄철수와 운식의 손을 차례로 잡았다.

《늦어서 안됐소.》

승무원들을 영접하고난 철도분국장과 화물역장이 다가오자 퉁명스레 내뱉았다.

《당신네 철도는 왜 점점 이 모양이요? 음? 좌우간 2년만에 만나니 반갑구만. 새해를 축하하오. 음―》

철도분국장이 반죽좋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어쩌겠소? 나라사정인데. 그래두 내 관할구역에서는 최선을 다한거요.》

《듣기 싫소. 음? 지방산업이라구 너무 깔보지 말란 말이요. 새해엔 어떻게 하나 만톤공장이 돼야겠는데 이거라구야, 음― 음.》 권민은 분국장의 손을 놓고나서 이번에는 인사를 하는 화물역장에게 왕청같은 증을 냈다.

《동무넨 아직두 가정불화 못 고쳤지? 음?》

녀인의 눈이 커졌다.

《우리가 무슨 가정불화란 말입니까?》

권민은 턱으로 화물자동차를 몰고나온 자기네 공장 운수반장을 가리켰다. 그가 바로 화물역장의 남편이였던것이다.

《무슨 가정불화라는것두 있나? 음? 내외간이 자꾸 쌈하는게 가정불화지. 이리 오라구. 내 좋은걸 가르쳐주지. 음.》

얼토당토않은 생소리에 당황해서 어쩔바를 모르는 녀인의 팔을 권민은 제잡담 끌어당겼다.

《이리 오라는데.》 그리고나서는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녀인의 귀에 대고 중얼거렸다.

《저 사람 성미가 급하지? 내 다 알아. 음. 그래서 동무가 눈물깨나 흘린다는거. 운전사녀석들이라는건 성격이 다들 망태기거던. 음?》

《아닙니다. 지배인아바인 어디서 그런 말을…》

화물역장이 권민에게 잡힌 팔을 뽑으려는데 놓아주질 않았다.

《들으라는데. 내 저 사람 성격 고쳐줄 방도를 생각해냈어. 다음부턴 저 사람을 이런데 보내자는거야. 음. 이놈의 기차에선 소래기쳐두 소용없구 울어두 소용없어. 그런다구 얼어붙은 기차가 가나? 음? 속에서 불 나갈거 활 나갈거 다 나가구 맥이 진해서 축 늘어져야 그담부터 움직이거던. 녀편네 욱박지르기 잘하는 성미급한 녀석들 몽땅 골라서 이렇게 해를 넘기면서 다니는 기차에 서너번만 태워놓으면 성격 싹 고치겠더라구. 음.》 그리고는 너털웃음을 쳤다.

무슨 말을 하겠는가 해서 귀를 강구었던 사람들이 모두 따라웃는데 분국장은 어이없어 입을 쩝쩝 다시고 역장녀인은 밉지 않게 눈을 흘겼다. 껄껄거리며 웃고난 권민은 그제야 자기들가까이에 다가와있는 시당비서를 알아보고 서둘러 인사를 했다.

《화풀이를 별나게 하는구만. 아무튼 웃으니 좋습니다.》

어줍게 웃는 권민과 인사를 나눈 류인석은 철도분국장과도 인사를 나누었다.

《새해에 우리 철도지원을 더 잘해주겠습니다. 지배인동무 말을 나쁘게 새기진 말아주시오.》

《괜찮습니다. 저 령감성미야 잘 알지요. 우린 서로 허물없는 사입니다. 우리 분국도 세멘트신세를 많이 지지 않습니까.》

류인석은 권민을 돌아보았다.

《석회석수송을 공장자체로 하자면 시일이 걸리겠기때문에 명절이지만 자동차사업소를 비상동원시켰습니다. 래일까지 전량 다 수송하고 모레 1월 3일에는 개조한 소성로에 화입을 해야겠습니다.

그동안 책임기사동무가 소성로 화실개조와 석탄수송을 하느라고 수고했소. 그래두 지배인동무가 2년동안 쌓인 로독을 풀게 책임기사동무가 자동차수송을 지휘하시오. 새해엔 건설계획도 간단치 않은데 공장에 짐이 많이 실릴거요.》

권민은 걸걸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걱정마십시오. 시에서 밀어주는데 못할거야 없지요. 석회석수송은 내가 마지막까지 책임져야 합니다. 로독은 무슨 로독. 기차방통에서 잠만은 실컷 잤습니다. 점심밥이나 먹구 일을 시작하겠습니다.》

류인석은 사려깊은 눈으로 권민을 이윽히 마주보다가 고개를 끄덕했다.

《그렇다면 좋습니다.》

초급당비서 엄철수가 사뭇 유쾌한 어조로 소리쳤다.

《계획을 콱 다그치구 아예 공장까지 철도인입선을 쭉 늘입시다. 여기까지 와서 소운반을 하자니 이거야 어디 성이 찹니까?》

권민은 껄껄 웃으며 엄철수의 어깨를 쳤다.

《합시다, 비서동무. 이제 우리가 만톤공장이 되면 그까짓 철도인입선 10리야 문제가 아니지. 음? 물동을 아예 기차루 쭉쭉! 음? 천톤을 하구 만세를 부르던게 엊그제 같은데 그새 공장이 자랐거던! 음.》

어떠냐는듯 책임기사를 돌아보는데 운식은 마지못해 약간 웃음을 짓고는 석회석차량만 생각깊이 바라보았다. 량입귀가 꼭 다물려있었다.

류인석이 권민과 철수를 보며 말했다.

《철도인입선도 있어야 하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쳐다보는 지배인, 초급당비서를 일별하고나서 인석은 운식에게 물었다.

《향숙이가 대학을 졸업할 때 됐지?》

운식은 얼떠름해서 대답했다.

《이번 3월에 졸업입니다.》

《그렇게 되지.》 인석은 고개를 끄덕이고나서 권민과 철수에게 눈길을 돌렸다.

《지배인동무, 비서동무, 책임기사의 결혼식을 상반년계획에 꼭 물리고 집행해야겠습니다.》

운식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건 아직 급하지 않습니다. 천천히…》

엄철수가 그 말을 홱 나꿔챘다.

《천천히가 뭐요? 천천히가. 나이 서른한살이 작소? 총각두 쇠지면 값이 떨어져. 비서동지, 향숙이 졸업증 타자마자 멋들어지게 차리겠습니다.》

인석은 운식을 다정히 바라보았다.

《늙으신 어머니도 생각해야지? 그리고 운호가 발을 구르면서 순서를 기다리겠는데.》

《운호야 아직 어린데.》

인석은 한심하다는듯 허리를 뒤로 젖히며 팔짱을 꼈다.

《동생 나이먹는건 생각 안하는군. 동무네 형제간은 5년터울이라고 했던가? 멋진 제수감이 생긴걸 아오?》

운식은 의아해서 키가 후리후리한 시당비서를 마주보았다.

《동생일엔 영 관심이 없는게군. 운호한테 멋쟁이처녀가 생겼소. 둘이 밤에 같이 다니는것두 봤는데 오늘은 주민들 설쇠는걸 돌아보다가 눈보라가 터졌는데도 경기장이 떠들썩해서 들려보니 운호네가 뽈을 차더구만. 아까 바람이 터졌을 때 말이요. 그래두 중단없이 경기를 하는데 그 처녀가 녀왕처럼 척 앉아서 봐주고있더란 말이요.》

철딱서니없는 자식, 오늘같은 날도 또 무슨 축구놀음인가? 그런 패거리에 휘말려 돌아가는 처녀라는건 또 웬 철없는…

운식의 량입귀가 꼭 다물리는것을 찬찬히 살펴보던 인석은 고개를 저었다.

《그 처년 좋은 처녀요. 그리구 돌아 못가는 공장을 놓구 고민하는 동생을 형이 무관심해서야 안되지. 아무튼 좋은 때요. 고민도 하고 사랑도 하고.》 그리고 돌아서며 권민에게 나직이 말했다.

《지배인동무, 래일은 휴식을 하시오. 쉬면서 풀섬에 나가보시오. 그동안 섬이 일떠섰습니다. 그곳 비서동무한테 얘기했으니 래일 꼭 나가보시오. 힘이 될겁니다.》

인석은 권민의 손을 한번 꽉 잡아주고 떠났다. 그 말에 모두가 가슴이 찌르르해져서 떠나는 시당비서를 말없이 바래우고 권민은 멀리 풀섬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서있었다.…

 

1월 3일 새해 첫 출근을 한 류진바다가양식사업소의 작업반장이상 초급일군모임에서 해심은 이틀동안 생각해오던 안을 제기했다.

《여름모장랭각기를 개조해서 새해에는 미역, 다시마모들을 우리가 키우자는것입니다.》

모두의 눈길이 해심에게 일제히 집중되였다. 서경의 눈에서는 벙긋 하는 빛이 튀였다. 그러나 물음은 없었다. 해심은 그런 지배인을 마주보며 찍어말했다.

《여름모장랭각기의 랭각계통을 단일화하자는것입니다.》

모두가 놀랐다. 찬우는 엉거주춤 일어서기까지 하였다.

《단일화라니? 1차계통만으로 하자는건 아니겠지?》

《그렇게 하자는겁니다.》

찬우는 털썩 주저앉으며 《그건 안돼. 왜 안되는가 하는걸 말해주기까지 했는데. 2차계통이 왜 있어야 하는지 내 말했지?》 하고 잘라버렸다. 모두의 얼굴에 난 또 무슨 뾰족한 수라두 있다구? 하는 맹랑한 기색이 어렸으나 지배인만은 그냥 해심을 지켜보고있었다. 해심은 지배인을 계속 마주보았다.

《현재는 원가를 낮출 방도가 그것밖에는…》

서경이 말을 잘랐다.

《필요성과 효과성은 다 알고있소. 기술적가능성을 말하시오.》

해심은 대답했다.

《먼저 공무반장동지가 1차계통의 가스압축기를 살릴수 있는가 없는가를 말씀하도록 해주십시오. 반장동지에게는 수리안이 있는것으로 알고있습니다.》

해심의 눈길을 따라 모두가 공무반장을 돌아보았다. 머리가 벗어지기 시작한 공무반장은 해심을 올려다보다가 천천히 일어서며 어제 자기를 찾아왔던 해심이에게 했던 말을 되풀이했다.

《살릴수는 있을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뭡니까?》

《몇가지 부속품들은 구입해야 합니다. 전문공장에서 만드는걸 받아와야 하는데 그러자면…》

《그러자면?》

서경은 공무반장의 말끝을 계속 잡아챘다.

《자재공급체계에 물려서는 안됩니다. 공급계획은 국에서 벌써 3년째나 물리지만 어디 됩니까?》

《사오겠습니다. 그래도 안됩니까?》

공무반장은 머리를 저었다.

《전문공장들은 생산이 멎었기때문에 수입해야 하는데 가격이 비싸서…》

《얼맙니까? 수자를 부르시오. 비싸도 사오겠습니다.》

찬우가 참견했다.

《은행에서 말을 안듣습니다. 은행이라는게 자금류통이 곤난하기때문에 현금지출을 힘들어합니다. 무현금행표로는 안되고. 그래서 작년에도 몇번 찾아다니다가 그만두고말았지요.》

정란이가 용수철에서 튕긴것처럼 냉큼 일어섰다.

《현금을 타내오는건 내가 해요. 하겠습니다, 지배인동지. 난 마음만 먹으면 뭐나 다 합니다.》

가벼운 웃음이 흘렀다. 서경도 빙긋 웃고나서 손을 들어 제지시켰다.

《앉소. 마음만 먹으면 뭐나 다 한다는 그 기질은 이제 필요할 때가 있소.》

그리고나서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우리가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 자금사정이 어렵기때문에 국가는 투자의 효과성이 담보되고 회전이 빠른 기업에 우선투자합니다. 시도 마찬가집니다. 우리는 지난해에 벌린 풀섬개척전투로 투자의 효과성이 담보되는 기업소로 인정받고있습니다. 내가 비싸도 사겠다는것은 바로 이래서입니다. 결사의 각오로 떨쳐나서면 어려운 조건에서도 이런 유리한 국면들이 생긴다는것을 우린 알아야 합니다.

자금은 일전도 곯지 않게 전액 보장하겠습니다. 그런 경우 며칠 걸리겠습니까?》

《그건 얼마 안 걸립니다. 한주일쯤…》

서경의 말끝이 다시 날카로와졌다.

《7일이면 7일이고 6일이면 6일이지 한주일쯤은 뭡니까, 쯤은? 아니면 8일이든가. 모든 초급일군들은 저렇게 대략적인 수자보고를 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대략적인 수자는 게으른 사색의 표현입니다. 기술작업이기때문에 무리하게 다궂지 않겠습니다. 열흘동안에 하시오. 할수 있습니까? 좋습니다. 기사동무, 계속하시오.》

해심은 수첩을 펼쳐들었다.

《압축기만 살아나면 다음문제는 관입니다. 현재 1차랭각관은 가스만 흘렀기때문에 삭음이 없었습니다. 의심되는건 용접부위입니다. 의심부위들을 앞뒤 5센치메터씩 잘라내고 다시 용접하면 1차관은 68. 5메터가 됩니다. 1차랭매인 암모니아가스로 탕크의 물을 직접 랭각시킨다면 모장탕크의 바다물을 30도에서부터 10도까지 낮춘다 해도 관은 이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열비김방정식으로 계산한 수치입니다. 그리고 1차랭매로 직접 모장탕크의 바다물을 랭각하는 경우 압축을 얼마나 하는가, 랭각시간을 얼마로 주는가에 따라 탕크안의 물온도를 마음먹은대로 조절할수 있는 좋은 점도 있습니다.》

《문제는 용접이요. 1차관을 모장에 직접 넣을 때 가스가 새지 않는다는 담보를 설명하시오.》

해심이가 대답하기 전에 찬우가 먼저 일어섰다.

《용접문제만은 수자로 말할 궁리 맙시다. 책에 어떻게 나오든간에 사람이 하는 일인데 아무리 용접을 잘해두 그것만은 담보 못합니다. 사람은 수자가 아니라는걸 알아야 하우다.》

찬우가 앉자 이번엔 철국이가 일어섰다.

《저도 3년전에 저러루한 제기를 한적이 있습니다. 해심동무, 심사숙고합시다. 천번중 한번이라도 가스가 새면… 안됩니다.》

해심은 놀랐다. 찬우아바이가 반대하리라는것은 생각했지만 철국이까지 반대할줄은 몰랐던것이다. 공무반장이 앉은 자리에서 무겁게 말했다.

《용접은 사람이 하오. 실수없다는 담보는 없소. 난 자신없습니다.》

해심은 지배인에게 말했다.

《물론 저는 용접을 모릅니다. 그러나 이걸 주장하는건 용접한 다음 가스가 새는가 안 새는가 하는걸 측정할 방도가 있기때문입니다. 용접이 끝난 다음 탕크에 넣고 압축공기를 쏘아주면서 기포가 생기는가 안 생기는가를 보면 알수 있습니다. 기포가 생기면 그 부위만 다시 보강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미세하게 새면 가스가 새도 기포가 안 생길수 있소. 말하자면 육안으로 볼수 없는 기포가 생긴단 말이요.》

공무반장은 여전히 반대했다. 해심은 이번엔 공무반장에게로 돌아섰다.

《그런 경우도 타산했습니다. 그런 때엔 가스를 직접 쏘면서 매 용접부위의 탕크물을 떠다가 분석해보면 됩니다.》

찬우가 또 나섰다.

《너무 고집부리질 말라구. 땜질한 그 자리가 그렇게 든든하다면 뭣때문에 2차랭각방식을 40년동안이나 써오겠나? 숱한 자재, 품을 들이면서. 이건 우리만 그러는게 아니야.》

해심은 반발했다.

《바로 40년전에 나온 방식이기때문에 저는 확신하는겁니다. 과학공학에서 40년은 상상할수 없이 아득한 시간입니다. 지금은 어제가 아니라 아까가 옛날이 되는 시대가 아닙니까. 그동안 용접공학도 결코 잠자고있지 않았을거란 말입니다. 공무반장동지가 정 자신없으면 전문용접기술자들을 데려다 하면 되지 않습니까.》

서경이 흥분하는 해심을 제지시켰다.

《기사동무, 만약의 경우 말이요, 동무말대로 개조해서 시운전도 성공했소. 그런데 실동에 들어가서 가스가 샌다고 봅시다. 모를 몽땅 죽였소. 그때 가서 어디서 얻어오기는 늦었소. 그런 경우를 생각해봤소?》

해심은 말이 막혔다. 상상해보니 뒤잔등이 써늘해졌다.

《그런 경우까지는 생각 못했습니다.》

해심은 고개를 숙였다. 그러니 지배인도 반대한다는것인가?

《생각해봐야 하오. 그런 경우 방도란 없소. 해심동무, 책임문제를 그저 누가 법앞에 나서는것으로 생각하면 안되오. 한개 기업소, 2백명 종업원들의 피타는 노력이 물거품되는 문제요. 이 어려운 때 그런 파국적후과가 초래되면 사람들의 생활에, 마음에 어떤 타격을 주겠는지 생각해보오. 각오가 돼있소?》

해심은 고개를 들며 지배인을 마주보았다. 강단있게 앉아서 끄떡없이 자기를 주시하는 그 눈길에는 어떤 간절한 기대가 담겨져있었다.

해심은 깨달았다. 지배인은 지금 자기의 방안을 지지하고있다는것을. 다만 자기가 각오되여있기를 애타게 바라고있는것이다.

그렇다, 책임. 그것은 사랑이다. 뜨겁게 사랑하는 심장만이 끝까지 책임질수 있는것이다. 서경은 지금 해심의 심장에 고난속에서도 래일을 믿으며 풀섬을 개척한 사람들, 2백명 종업원들에 대한 뜨거운 사랑이 불타고있기를 간절히 바라고있는것이다. 사랑하는 심장만이 무거운 책임을 용감하게 떠맡을수 있기때문에.

해심의 눈앞에는 옥심의 노을처럼 아름다운 미소가 떠올랐다.

(해심이, 뭘 주저해? 그이는 지금 너의 대답을 기다리고있어.)

옥심이가 자기에게 이렇게 말하고있는것만 같았다.

해심은 대답했다.

《각오하겠습니다. 절대로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서경이 다시 물었다.

《랭각기개조를 책임질수 있소?》

해심은 고개를 끄덕했다. 왜 그런지 입을 열면 무엇인가가 터져나올것만 같아 입술을 꼭 깨물었다.

(지배인동지, 믿어주십시오. 저의 심장은 껴떨기나 하던 심장이 아닙니다. 자기의 진원을 가지고 박동치겠습니다. 옥심언니처럼 살고싶어요!)

서경의 눈에 따뜻한 빛이 떠돌기 시작했다. 지배인의 눈이 저렇게도 따뜻하고 부드러울 때가 있다는것을 해심은 처음 알았다.

《비서동지, 어떻습니까? 난 해심동무의 방안이 흥미있습니다. 저 동문 지금 과학의 힘을 믿고있습니다.》

천영도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해심이의 착상이 마음에 듭니다. 그런데 반대의견들이 적지 않은것 같은데?》

《적지 않나마나 반대가 절대다수지요.》

찬우가 언짢은 어조로 퉁겼다. 순간 서경의 눈에서 섬광이 튀였다.

《과학에는 다수가결의 원칙이 절대로 서지 않습니다. 새것은 언제나 소수로 시작되기때문에!》 그리고는 결연히 일어섰다.

《지배인결심을 말하겠습니다. 나는 진해심기사의 랭각기개조안을 지지합니다. 우리한텐 이 길밖에 다른 길이란 없습니다. 기사동무.》

해심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공무반장동무가 압축기를 수리하는 동안 동무는 용접전문가들과 기술협의를 진행하고 해당한 대책안을 제기하시오. 우리 익측에는 강력한 기술집단이 있습니다. 조선소, 배수리공장, 특히 연곡화학련합이 있소. 화학공업은 정밀공업인것만큼 그곳 용접기술자들의 수준은 첨단수준일거요. 알겠소?》

해심은 짤막하게 대답했다.

《알았습니다.》

《다음 양식1반장동무.》

제대군인인 양식1반장이 벌떡 일어서며 허리를 꼿꼿이 폈다.

《여름모장랭각기의 소금물탑과 부식된 소금물관들을 몽땅 해체해서 오늘중으로 고금속사업소에 실어보내시오.》

《알았습니다!》

《그리고 저 모장탕크를 100프로 까내시오. 온도조절을 각각으로 할수 있는 여러개의 탕크들로 개조하겠소.》

서경은 천영을 돌아보았다.

《내 결심은 이상입니다. 다른게 있습니까?》

천영은 찬우에게 물었다.

《의견없습니까? 생산부원동무.》

찬우는 이윽토록 말이 없다가 앉은 자리에서 대답했다.

《된다면 오죽이나 좋겠습니까. 지배인이 된다니까 되겠지요. 저 풀섬처럼. 난 이젠 랭각기처럼 낡아놔서 과학은 잘 모르겠지만 뒤다리를 잡아채진 않겠습니다. 그러나 잔소리는 해야겠수다. 길은 늙은 말일수록 더 잘 안다는데. 그리구…》 찬우는 의자등받이에 몸을 젖히며 공무반장을 돌아보았다.

《자네두 정신차리라구. 원래는 해심이가 아니라 자네가 제기했어야 하는거야. 이번 기회에 낡아빠진 자네두 파철자동차에 한데 처박아보내구 출생증 다시 내게. 번쩍번쩍한걸루.》

모두가 웃고 공무반장은 벗어진 이마까지 벌개져서 아바이를 마뜩지 않게 흘겨보았다. 모임이 끝나자 정란은 지배인방을 나서는 해심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해심아, 마음먹었지? 마음먹었으면 뭐나 다 해야 돼. 나처럼. 알겠니?》

접수실에서 해심이에게 전화가 왔다고 알려주었다. 현숙이였다.

그리운 내 동무. 설날에도 자기 집에 찾아왔던 현숙이였지만 해심은 오늘의 이 일로 이어지는 긴장한 사색전을 하느라고 찾아가지 못했었다.

전화를 걸어온 현숙은 해심이가 방금 랭각기개조를 책임진 이야기를 하자 무척 반가와했다. 그러면서 형타수리공장에 대학을 두개나 졸업한 금속기계기사가 있는데 먼저 그 동무를 찾아가서 기술적가능성을 알아보는것이 어떤가고 하였다. 자기와 함께 가자고.

해심은 쾌히 응했고 지배인방으로 다시 가서 그때까지 천영과 마주앉아 사업토의를 하고있던 서경의 승낙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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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 단동 - 로동 - 2021-12-28
안녕하십니까? 제가 조국에서 이 도서를 열람할때 기억에 의하면 1장이 시작되기전 주인공 남녀가 서로의 사랑을 언약하는 서문이 별도로 존재했던 생각이 듭니다. 그 부분이 루락되였는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관리자 - - 관리자 - 2021-12-30
미래선생의 기억이 정확합니다. 빠진 서문내용을 올렸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열람해주시기 바랍니다.
감 상 글 쓰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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