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장
6
한해가 저물어가고있다. 해심은 결사의 돌격전으로 풀섬을 개척하던 잊을수 없는 나날의 이야기들을 일기장에 새기고있었다.
《내 가슴속에 잊혀지지 않는 추억으로 영원히 새겨질 이 나날 나는 보통의 나날에는 수십년을 산대도 이루지 못할 성장을 하였다고 자부하게 된다.
그 하많은 이야기들을 사랑하는 나의 일기장아, 너의 페지에 새겨놓고싶다. 물론 그 이야기들을 다는 적지 못하리라는것을 나는 안다.》…
전투에 들어가기 앞서 바다가양식사업소는 전체 종업원들을 네개 소대와 한개 조의 돌격대로 편성하였다. 1소대는 돌가공, 2소대는 축조와 미장, 3소대는 목재가공, 4소대는 자재수송 그리고 후방보장조로.
지배인 서경은 총시공과 1소대를 책임지고 천영은 2소대를 맡았다. 3소대는 공무수리반장, 4소대는 조철국이 책임지고 후방조는 사업소 자재부원 석용하가 맡았다. 전원이 자기 소대 작업에 들어가기 전인 아침과 점심, 작업후인 야간에 돌을 날랐다. 청년작업반은 2소대 3분대가 되여 식당과 목욕탕이 달린 건물을 건설했다.
사업소구내에서 작업하는 3소대와 가정부인들로 조직된 후방조를 제외하고 모두가 섬에서 초막과 비닐풍막을 치고 침식했다. 그대신 3소대는 정전으로 기계톱과 기계대패가 돌지 못하면 맞톱으로 켜고 손대패로 밀어서라도 목재가공을 따라세워야 했고 후방조도 아침엔 섬에 들어와서 돌을 나른 다음 바다에 나가 미역따기, 조개잡이를 하는데 그 일도 헐치 않았다. 그들이 생산한 미역과 조개를 팔아서 전투원들의 식량을 사와야 했다. 생산부원 오찬우는 사업소에 한척밖에 살아있지 않는 2백마력기관선을 끌고 함경남도에 미역, 다시마모들과 씨붙임할 섭조개새끼들을 사러 떠났다.…
…《40일간의 풀섬개척전투는 결사전이였다. 200명 정원가운데서 출근하는 종업원이 130명정도밖에 안되던 사업소에서 열일곱명이 그 40일간을 견디지 못하고 사직서를 냈댔고 우리 청년반도 다섯명이나 줄었댔다. 그 악조건속에서 사람들이 쓰러지기까지 한다는 소문을 듣고 부모들이 건너와서 데려갔던것이다.》…
지배인 서경은 갈 사람은 누구도 붙잡지 않겠으니 가라, 그러나 우리가 잘살 때 다시 오지는 못한다고 불같이 웨쳤다. 돌을 메여나르느라고 어깨와 잔등이 벗겨져서 내의는 물론 작업복에도 피가 말라붙고 함마질, 정질을 하느라고 손바닥에도 피배인 붕대를 감은 지배인은 무섭게 다그어대고 무섭게 일했다. 그는 치밀한 작전가일뿐아니라 무서운 실천가였다. 해심이가 전투지휘의 많은 몫이 초급당비서 천영에게 지워지리라고 생각한것은 모르는 생각이였다. 서경은 결패있는 지휘관, 이신작칙하는 지휘관으로서 전투지휘의 모든 몫을 자기가 지고 억척스레 일했다.
초급당비서 천영은 하루종일 힘들게 일하고나서 야간작업까지 끝나면 전마선을 노저어 깊은 밤길, 새벽길을 많이도 갔다. 나가겠다던 사람들이 그런 초급당비서를 따라 하나, 둘 돌아왔다. 사죄하는 자기 비판도 용서한다는 말도 없었다. 그저 지배인에게 찾아와서 《지배인동지…》 하고 찾으면 그는 그냥 메질을 하면서 《됐소, 가서 하던 일을 계속하오.》 이런 말로 끝냈다. 그러나 청년반에서 나갔던 다섯명의 어린 처녀들이 당비서를 따라 돌아와서 울먹울먹하며 고개를 푹 수그리고섰을 때만은 그들의 머리며 어깨를 한명한명 그 붕대감은 손으로 쓸어주다가 《분대에 가거라.》 하고는 돌아서서 손등으로 눈굽을 닦았다.…
…《우리가 건설전투를 시작한지 한주일째 되던 날 섬에 방송기자가 찾아왔다.》…
《시방송위원회 경제보도부 기잡니다.》
청년반이 속한 2소대의 작업장에 와서 천영에게 자기 소개를 하는 문광의 말에 해심은 깜짝 놀라며 돌아보았다. 그 순간 천영의 어깨너머로 둘의 눈길이 서로 부딪쳤다. 영민해보이는 그 눈길과 마주친 순간 해심은 당황하여 얼른 눈길을 돌려버렸다. 가슴이 막 두근거렸다. 방송기자. 혹시 저 사람이 아닐가? 윤철오빠의 마지막그림을 가져갔다는 친구가. 나이는 윤철이보다 두어살 더 많아보이는데 어째서인지 해심에게는 그가 바로 윤철의 친구일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윤철이가 어떤 파도를 그리려고 했는지 알고있을 유일한 사람. 해심에게는 떠나간 윤철오빠가 자기들의 투쟁을 화폭에 담겠다고 찾아온것만 같은 환각까지 왈칵 덮쳐들었다. 도무지 진정할수 없는 가슴을 누르며 처녀는 기자의 일거일동을 남몰래 주시하였다.
천영이 문광을 지배인한테로 데려갔는데 그는 머리를 끄덕이며 대충 인사를 나누고나서 다시 함마를 휘둘렀다. 시간을 무척 아끼는 지배인이니 충분히 그럴수는 있었겠지만 그것을 보는 해심은 기자가 무안을 당한것만 같아 면구스러웠다. 그런데 문광은 그것을 탓하지 않고 《잡도리가 이만저만 아닙니다. 이 섬에 기업소를 통채로 옮겨오자는게 아닙니까?》 하면서 가방을 벗어놓고 서경의 함마를 잡았다.
《땀 좀 들이십시오. 교대합시다.》
서경은 삭삭하고 어딘가 좀 나긋나긋해보이는 그에게 마지못해 함마를 넘겨주고는 주머니에서 시계를 꺼내 들여다보았다. 한데 예상외로 여무진 함마소리가 서너번 울리더니 바위돌이 쩍 갈라지는것이였다. 문광은 옆에 쌓인 돌무지를 힐끔 돌아보고는 절반 빠개진 돌들을 다시 절반씩 깨놓았다.
《규격이 이만하면 됩니까?》
서경은 놀랍게 쳐다보며 웃었다.
《기자동무 메질솜씨가 보기하군 다르구만!》
그러자 문광은 밝게 웃으며 《보기엔 탐탁치 않았던게지요? 전 수도건설돌격대출신입니다.》 하고 대답했다. 그리고는 아예 웃저고리를 벗어놓고 다시 함마를 휘둘렀다.
그 모습을 이윽히 지켜보던 서경이 롱조로 말했다.
《이거 막돌로 집을 짓는 락후한 건설장에 와서 기자동무 글 쓸 맥을 다 뽑는게 아닙니까?》
《막돌이 어째서요? 우리 선조들은 이런 돌로 성을 쌓고 외적을 막았습니다. 그 성벽들은 수천년동안이나 서있지 않습니까.》
그 말에 서경은 무척 반색했다.
《수천년을 서있다? 좋구만. 자, 우리 좀 쉬고 합시다.》
그렇게도 분과 초를 쪼개며 일을 다그어대던 서경이였지만 기자와 마주앉아 한참이나 이야기를 나누고나서 나중엔 스스럼없이 《일 좀 하면서 얘기를 계속하지 않겠소? 기자동문 이 정대를 좀 잡아주오.》 하고 청하기까지 했다.
문광은 오전 반나절을 그렇게 지배인과 일하고 오후에는 2소대에 와서 청년반과 함께 축조를 하였다. 돌을 요리조리 돌려가며 귀를 맞추어 얼마나 맵시있게 쌓는지. 마치 로력동원나온 사람처럼 부지런히 일만 하면서 이따금 허리를 펴고 풀섬의 전모와 주변바다를 생각깊은 눈으로 바라보군 하였는데 그 눈에도 못 잊을 그 무엇에 대한 추억이 비껴있는것만 같아 해심은 눈시울이 뜨거워났다.
방송기자의 출현은 해심의 가슴 한구석을 아릿한 아픔으로 조여들게 했다. 다시는 만날수 없는 귀중한 모습들에 대한 목메인 그리움과 함께 이 바다에 바친 값높은 넋에 자기도 따라서고있다는 생각이 그 어떤 숭엄하기까지 한 감정을 불러왔다.
야간작업, 막돌나르기작업에도 함께 참가한 기자가 이따금 자기를 유심히 살펴보군 하는것을 해심은 륙감으로 느끼군 했다. 그는 어깨에, 해심은 잔등에 커다란 막돌을 메고 지고 가로등처럼 주런이 꽂아놓은 홰불에 비치여 우쭐우쭐 춤추는 돌투성이길을 나란히 걷게 되였다. 해심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가 무슨 말인가를 걸가봐 두려웠다. 그러다가 그만 발을 헛짚고 비칠거리는 순간 그가 한손으로 뒤잔등에 업은 돌을 받치고있는 처녀의 팔을 붙잡아주었다. 해심은 흠칫했다. 제꺽 몸중심을 바로잡자 그 손이 스르르 풀리며 잡았던 팔을 천천히 놓아주었다. 그러고나서도 마음이 안놓이는지 이번에는 잔등에 지워져있는 돌의 한켠가녁을 잡아주었다.
해심의 목덜미와 잔등으로 식은땀이 선뜩하게 흘러내렸다. 넘어졌더라면, 만약 그랬더라면 이 돌투성이길에서 영낙없이 어디가 멍들든가 찢기든가 했을것이다. 나어린 처녀들이 막돌을 메여나르다가 이렇게 넘어져서 울군 했다. 아픔도 아픔이지만 지치고 힘들고 그 무엇인가에 대한 야속감과 안타까움에서 나오는 울음이였을것이다. 해심은 입을 옥물고 등에 진 돌을 추슬러올리며 조용히 멈춰섰다. 손을 어서 치워주었으면 그리고 어서 지나가주었으면.
마음속의 그 말을 들었는지 그는 묵묵히 곁을 지나 앞으로 걸어갔다. 안도감과 함께 다음 순간 어째서인지 미안한감이 들었다. 너무 차겁게 군것이 아닐가? 오빠의 친구에게, 힘들가봐 부축해주는 그에게―
앞에서 걷는 그의 어깨우에 놓인 커다란 막돌. 저만 한 돌이면 얼마나 무거운지 이제는 해심이 자기도 안다. 이 막돌나르기작업이 돌의 크기에 따르는 무게를 정확히 가늠할줄 알게 해주었다. 어깨에, 잔등에 얼마나 무거운 짐이 얹혀져야 하는지 누구나 가늠할줄 알게 되였고 못견디게 내리누르는 그 무게를 걸으면서 이겨낼줄 알게 되였다. 이 간고한 건설전투가 가르쳐주고있었던것이다.
…《해해, 이게 쌀짐이였음 좋겠네.》
둘이서 맞들어 지워주는 큼직한 돌이 잔등에 얹혀질 때 명남이가 얼굴이 새빨개가지고도 센척 하며 한 말이였다.
《명남아, 조심해.》 은향이가 마음이 안놓여 한마디 하는데 천영은 《옳다, 그게 바루 쌀짐이구 미역짐이구 조개짐이다.》라고 했다.
정대로 바위돌을 들추어내던 서경의 엄격해보이는 눈에는 따뜻한 빛이 떠올랐다.…
어깨우에 무거운 돌을 얹어놓아 활등처럼 약간 휘여든 기자의 미츨한 허리는 마치 탄성강한 용수철인듯 걸음을 옮길 때마다 어깨우의 돌이 움씰움씰 탄력있게 오르내렸다. 여러개의 홰불을 꽂아놓은 막돌무지에 이른 그가 몸을 옆으로 약간 기울이며 어깨에 메였던 돌을 부리웠다. 묵직한 그 돌이 막돌무지의 어느 짬에 들어가박히는지 척커덕 하는 무거운 소리가 들렸다.
돌을 올려놓았던 바른쪽어깨를 왼손으로 가볍게 털면서 그가 돌아섰다. 그리고는 뒤따라오는 처녀가 돌을 부리도록 한옆으로 비켜섰다. 돌무지에 이른 해심은 돌아서서 몸을 뒤로 약간 젖히며 지고온 돌덩이를 떨구었다.
떨꺼덕! 소리가 울리는 순간 피끗 돌아보는 문광의 눈길과 마주쳤다. 자기가 돌을 부리우는 소리를 기다리고있었던것 같았다. 어째서? 또 발을 헛디딜가봐 왼심을 쓴것일가?
돌을 부리운 사람들은 떠났던 자리로 또 돌을 메러 터벅터벅 돌아가고 그옆으로는 돌을 메고 진 사람들이 지척지척 어기며 지나간다. 떨꺽, 떨꺼덕, 철컥, 떡떠구르르… 돌부리우는 소리들이 그 무게와 떨어지는 자리에 따라 각양각색으로 그러나 규칙적으로 들려왔다. 그 소리에 철썩, 처절썩, 쏴― 하고 섬기슭을 때리는 밤파도소리가 한데 섞이우며 이상한 여운을 불러왔다.
철썩거리는 파도소리가 밤에도 잠들줄 모르는 바다의 숨결소리라면 이밤 자기들이 울려가는 막돌부리우는 소리―퍼짐도 울림도 없이 묵직한 돌무지속으로 묵묵히 스며들어가는 그 소리는 고난과 시련속에서도 주저앉지 않고 기어이 일어서려는 인간정신의 파도소리가 아닐가? 윤철오빠의 창작의도를 알고있는 유일한 사람인 저 기자가 바로 그 파도소리를 들으려고 이곳에 찾아온것은 아닌지. 나 또한 그 한파도인 굴함없고 진함없는 인간들의 묵묵하나 강렬한 웨침을 들으려고…
문광은 끝내 해심에게 한마디도 말을 건네지 않았다. 다음날 새벽작업까지 하고서야 그는 서경과 천영의 각근한 바래움을 받으며 떠났다.
이틀후 야간작업에 들어가기 앞서 모두 지휘부초막앞에 모이라는 지시가 내렸다. 천영이 확성기에 련결한 록음기에 테프를 넣었다.
《여기 왔던 기자동무가 우리의 투쟁을 소개한 글을 써서 방송에 냈습니다. 우리한테 그 록음테프를 보내왔는데 다같이 들어봅시다.》
록음기에서는 사업소가 이 풀섬을 어떻게 전변시키려고 하는가 하는 전망계획이 소개되고 돌모으기, 돌가공, 돌축조에 대해서 그리고 혁신자들의 이름까지 구체적으로 소개되였다. 해심의 이름도 나왔다.
설명하듯 차근차근 울려나오는 방송원의 목소리를 들으며 정량원이 옆에 앉은 해심에게 속살거렸다.
《나하구 중학교동창이야.》
자기는 글에 관심이 가있는데 정량원은 방송원을 자랑하려는것 같아 해심은 흥심없이 물어주었다.
《저 방송원이요?》
《아니, 그때 왔던 기자! 저건 그 기자가 쓴거야. 이름은 문광.》
해심은 고개를 끄덕이며 더 바싹 귀를 강구었다.
《…승리의 래일을 간직한 심장들이 시련과 난관을 헤치며 굴함없이 고동치는 소리― 제힘으로, 제손으로!
한달후 우리 마이크는 조국의 섬, 풀섬이 부르는 새 노래― 고난을 이겨낸 승리자들의 노래, 약동하는 청춘의 노래를 청취자여러분에게 들려드릴것입니다.》
방송은 이렇게 끝났다. 그러나 모두 묵묵히 앉아있었다.
이제 한달! 아직은 그 끝이 료원해보이는 힘겨운 전투였다. 그런데 시방송이 수십만시민들에게 공포했으니 물러설수도 돌아설수도 없는 무거운 책임감을 자각하며 사람들은 말없이 일어나 작업장으로, 무거운 막돌을 메러 걸어갔다.…
…《전투 스무하루째 되는 날 섬에 들어와있던 로동정량원이 사직서를 남겨놓고 울면서 떠나가버린 사건이 일어났다. 그는 가정부인이였지만 자기는 후방조가 아니라 청년작업반이 소속된 2소대에서 일하겠다고 자진하여 섬에 들어왔었다. 둘째아이가 돌을 갓 넘겼지만 시어머니에게 떼맡기고 섬에 들어온 그를 지배인동지는 지휘부성원으로 임명하고 일인당 로력공수를 엄격히 계산하며 식량공급과 일과집행을 책임지도록 했다. 일도 걸싸게 잘하고 물 한방울 새나가지 않게 살림살이도 암팡지고 롱담 또한 걸죽하게 해대던 그가 지배인동지를 격노하게 만들줄이야.》…
청년반의 나어린 총각 두명이 너무 힘들어하고 배고파하는것이 애처로와 정란은 닦은 강냉이 몇줌을 주머니에 넣어주며 사람들의 눈이 미치지 않는 저쪽기슭에서 좀 쉬고 오라고 보냈다. 나어린 총각들은 닦은 강냉이를 정신없이 먹어치우고는 바위짬에 배겨서 세시간이나 자다가 해질녘에야 뛰여왔다. 일손 하나만 빠져도 자리가 크게 나는 힘든 일이였지만 누구도 내색하지 않았다. 오죽 힘들었으면 그랬겠는가. 분대장인 은향은 정란에게 따뜻한 눈인사까지 보냈다. 정란은 그들의 로력공수를 제대로 일한것으로 올려놓았다. 그러나 수자에 밝은 자기네 지배인을 속인다는것은 되지도 않을 일이라는것을 그날 저녁에 모두가 똑똑히 알게 되였다.
그날 은향이네 분대는 다른 분대의 지원을 받고서야 하루과제를 끝냈다. 작업이 끝난 다음 개인별 로력점수와 소대별 작업총량을 따져보던 서경은 대뜸 천영을 찾았다.
《3소대가 오늘 작업이 예견했던것보다 30분 늦어 끝났습니다. 무슨 사정이 있은줄 알았는데 사람별로 봐도 로력점수 떨어진것 없고 작업조건도 달라진것 없습니다. 그런데 왜 30분이나 늦었습니까?》
천영은 머리를 기웃하다가 《별다른것이 없었는데? 마지막에 3분대쪽이 좀 처져서 1분대를 보내 마저 끝내긴 했는데 그래두 인차 끝냈지?》 하고 은향을 바라보았다.
《3분대장!》 서경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은향을 찾았다.
《3분대 오후에 앓는 사람이 있었소?》
《없었습니다.》
《그럼 작업조절을 했소? 그 인원에 그 점수인데 왜 시간이 이렇게 차이나오?》
도대체 30분이 어쨌다고 이렇게 신경을 곤두세우는지 누구도 영문을 알수 없어 얼떠름해있는데 서경이 재차 따졌다.
《정량원동무, 계산이 잘못되지 않았소? 3분대의 마지막작업을 1분대가 지원했다는데 왜 그 작업량이 계산되지 않았소? 3분대 오후작업실적에서 1분대의 지원작업실적을 뽑으면 3분대는 오늘 전분대가 제정된 작업시간을 어기고 한시간 더 휴식했든가 아니면 어느 한사람은 오후작업에 빠졌소. 누구요?》
그제야 지배인이 무엇을 따지는가를 알게 된 청년반은 경악할 지경이였다. 지배인의 계산은 무섭게 정확했던것이다. 두명이 세시간가량 작업에 빠졌으니 한사람이 오후작업을 통채로 빠진것과 같지 않은가. 그들자신도 이날작업이 늦어진것은 그 두명이 자리를 비웠기때문이라고는 미처 생각 못했었다. 지배인의 머리속에 개인별 작업량과 작업시간이 이렇게 분으로까지 쪼개서 들어있은줄 누가 알았겠는가.
3분대는 가슴이 얼어들어 그자리에 꼼짝 못하고섰는데 다른 소대, 분대들에서는 영문을 알수 없어 수군수군했다. 천영이 은향과 정량원을 번갈아보다가 타이르듯 부드럽게 말했다.
《어서 대답들 해라, 어떻게 된거냐?》
그래도 서로가 대답을 못했다. 사실대로 말하자니 자기들은 둘째치고 나어린 총각들이 눈물이 쑥 나오게 욕먹을건 뻔한 일이였다. 공기마저 얼어붙은듯 한 침묵속에서 그 총각들이 쭈밋쭈밋 나섰다.
《사실은 우리 둘이 저기서 잠을 자다가…》
그리고는 고개를 푹 떨구었다. 청년반원들은 가슴이 조여들었다.
묵묵히 나어린 총각들을 바라보는 지배인의 눈길이 괴로움과 고통으로 떨리는것을 알아본 해심은 속으로 안도의 숨을 쉬였다. 그도 인간일진대 이 어린 총각들에게 차마 욕을 하거나 처벌을 가하지는 못할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던것이다. 전대오가 나어린 두 총각에게 련민의 눈길을 보냈다. 그러나 그것은 한순간, 지배인의 목소리가 다시 날카로와졌다.
《정량원은 어째서 이 동무들의 로력점수를 사실대로 올리지 않았소? 어째서? 그리고 분대장은 알고있었겠지? 그런데도 정량원이 분대장들과 로력점수 확인할 때 속였소?》
정란이가 결심한듯 고개를 쳐들었다.
《그건 내가 그렇게 했습니다. 가서 쉬고 오라고 보낸것도 나고.》
《뭐요?》
정란은 눈 한번 깜빡 안하고 지배인을 마주보았다. 그러자 서경이 소리쳤다.
《동문 로동정량사업이 뭔지 잊은게 아니요? 무슨 롱간질이요? 돼먹지 않게.》
정란이가 마주 내쏘았다.
《로동정량사업도 사람이 하고 사람을 위해서 합니다.》
그 말에 서경이 격노했다.
《걷어치우오! 어디 쑥대밭에서 해먹던 본때요?》
정란이 또한 간단치 않았다.
《이전엔 쑥대밭이였어도 지금은 아닙니다. 난생처음 이런 고생하는 어린 동무들 도제 몇시간 쉬웠다고 쑥대밭이나요? 그 애들에게 제 로력공수 조금씩 떼서 풍겼다구 나무랄 사람은 여기 없습니다.》
《가만 못있겠냐?》 천영이 팔팔 대드는 정란을 꾹 눌러놓았다.
서경은 암팡지게 머리를 쳐든 정란을 노려보다가 선포해버렸다.
《어떤 결함이든 솔직히 털어놓는다면 생각해볼 여지가 있지만 속이고 감추고 롱간질하는건 절대로 용서할수 없소. 이 시각부터 정량원은 지휘부성원도 아니며 정량원도 아니요. 후방조에 가든가 3분대에 배속되든가 마음대로 하시오. 그리고 오늘 3분대장의 로력공수는 령이요!》
계속해서 진행된 작업총화에서는 필요한 돌이 전량 마련되였으며 1소대의 돌가공과 3소대의 목재가공이 끝났다는것이 선포되였다. 따라서 3소대는 해체하여 절반은 1소대와 함께 잔교공사에, 절반은 2소대에 증강하기로 하였다. 이것은 공사가 가장 어려운 고비를 넘겼다는것, 이제부터는 남은 공정들에 더 많은 로력이 투하되여 전투가 한결 쉽게, 더 빨리 진척되리라는것을 의미하였다. 그러나 청년반원들은 누구도 기뻐하지 못했다. 처벌받은 분대장과 정량원때문이였다.
전투가 시작되여 스무하루만에 처음으로 야간작업이 없던 그밤 지휘부초막에서는 새파랗게 질린 로동정량원 김정란이 지배인에게 사직서를 내밀었다.
《정말이요?》
《난 마음먹으면 그대루 해요.》
서경은 사직서와 입술을 깨물며 서있는 정란을 묵묵히 보다가 마침내 작업복주머니에서 원주필을 꺼내들었다. 그 순간 정란은 홱 돌아서서 초막을 뛰쳐나왔고 은향이가 바다물이 허리를 치는데까지 따라들어가며 붙잡는것을 뿌리치고 혼자서 전마선을 노저으며 뭍으로 떠나버렸다. 노젓는 소리와 정량원의 느껴우는 소리가 밤파도소리에 간간이 섞였다.
찬바다물속에 서서 얼굴을 싸쥐고 어깨를 떨면서 울던 은향은 분연히 바다물을 헤가르며 기슭으로 나와 지휘부초막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몇걸음 못 가서 멈춰섰다. 솜옷도 걸치지 않은 서경이 바로 그앞에 우뚝 서있었던것이다. 그는 모든것을 처음부터 똑똑히 지켜보았고 떠나는 녀인의 설분에 찬 울음소리를 한마디도 빼놓지 않고 다 듣고있었다.
《날 찾아가오?》
은향은 지배인을 원망스럽게 쳐다보다가 울음을 터뜨렸다.
《지배인동진 너무합니다. 정란인 돌잡이어린애를 떼놓구 섬에 나온 애기엄마예요. 그래 어린 동무들을 생각해준게 그렇게두 큰 죄인가요? 그런 사람들을 다 떼버리구 이 풀섬개척은 왜 합니까? 지배인동지두 안해가 있구 아이가 있겠지요?》
그 눈물섞인 호소를 묵묵히 듣고있던 서경은 결연하게 머리를 쳐들었다.
《그만하오. 인정, 미덕의 간판을 가지구 저마다 낯내기하구 속일내기하면 우린 이 기업을 추켜세우지 못해. 난 기업을 책임진 지배인이요. 알겠소? 그게 싫으면 동무도 가오.》 그리고는 홱 돌아서 가버렸다.
분대초막에 늦도록 들어오지 않는 은향과 정란을 찾아 해심이가 섬기슭에 나왔을 때 은향은 그냥 주저앉아 울고있었다. 야속하기 그지없는 지배인. 해심이 역시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