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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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임기사를 불러오라고 사람을 띄웠는데 생뚱같이 판매부원이 들어왔다. 윤권민은 눈살을 찌프렸다.

《책임기사를 찾아오라구 했는데 동무한테 갔나?》

판매부원은 얼떠름해졌다가 히죽 웃었다.

《아닙니다. 전 제일때문에.》

그때 문이 열리며 운식이 들어섰다.

《찾았습니까? 지배인동지.》

권민은 그제야 찌프렸던 눈살을 펴며 턱짓으로 의자를 가리켰다.

《음, 거기 좀 앉소. 그리구 무슨 일이요? 판매, 음?》

《도시설계사업소에서 세멘트 다섯톤을 긴급신청해왔습니다.》

《도시설계에서? 갑자기 세멘트는 왜 그런다오? 음?》

《사업소건물대보수를 추가계획으로 물었답니다.》

철수가 끼워들었다.

《그 사람들 요즘 별난 방법으로 돈을 번다던데 집두 번듯하게 꾸리구싶은게지?》

《그러게 말입니다. 한데 거기 인수원이 슬쩍 귀띔하는데 이제 시에서 도시설계와 산업설계를 합칠수 있답니다. 말하자면 잘사는 도시설계가 가난한 산업설계를 먹어치운다는지.》

권민은 손을 홱 내저었다.

《듣기 싫소. 그건 그거구, 그런데 그렇게 줄게 있소? 음?》

이번엔 운식이쪽을 돌아보는데 그 눈길엔 뭔가 언짢은 기색이 어려있었다.

《이달 생산량은 바다가양식에 주고나면 세톤가량밖에 남지 않습니다, 판매과에서두 알고있겠는데?》

운식의 말에 판매부원은 고개를 끄떡했다.

《그래서 지배인동지를 찾아온겁니다.》

《나한텐 왜 온단 말이요? 이 공장에 지배인뽄트가 따로 있는가? 음?》

퉁명스럽게 말하는 지배인에게 판매부원은 허리를 굽히며 다가들었다.

《이자 거기 실장이라는 사람한테서 전화가 왔는데 현금으로 지불하겠으니 비싼 가격으로라두 전량 다 당겨줄수 없는가…》

권민은 어처구니없어 천정을 쳐다보았다.

《허헛 참, 음? 그 사람이 바로 설계를 팔아먹는걸 궁리해냈다는 사람이지? 뭐, 우리하구두 흥정을 하자는거라오? 음?》

판매부원은 초급당비서와 책임기사를 흘끔 둘러보고나서 지배인에게 한걸음 더 다가들었다.

《그렇게 되면 공장으로서는 리득인데 바다가양식에 가는 몫을 좀 조절해서…》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성미가 칼칼한 초급당비서 엄철수가 책상을 치며 소리쳤다.

《여, 동무! 풀섬에선 지금 양식사업소가 결사전을 하고있소. 동문 그 섬이 어떤 섬인지 모르는가? 안돼! 절대루! 양식에 가는 세멘트를 한그람도 다쳤다간 용서없을줄 아오. 가오!》

판매부원은 뜨끔했다. 판매일군의 금리적인 타산이 앞서다나니 그만 그 풀섬에 얽혀있는 지배인의 마음속금선을 아프게 건드린것이다.

판매부원이 목을 움츠러뜨리고 죄송스러운 기색으로 나가자 권민은 추연한 안색으로 맞은편벽에 걸린 아들 윤철이의 그림을 더듬었다. 자식두, 이렇게 때없이 가슴을 허비군 하다니…

지배인의 아파나는 그 추억을 덮어버리려는듯 엄철수가 서둘러 화제를 돌려 운식에게 물었다.

《책임기사동무, 지배인동지가 내놓은 소성로화실개조안을 다 봤소?》

《네, 다 봤습니다.》

《그래 어떻소?》

권민은 그제야 아들의 그림에서 눈길을 떼며 운식을 쳐다보았다.

《착상이 아주 대담하구 과학적입니다. 빈틈없습니다. 열효률을 지금보다 5프로정도 더 높일수 있을것 같습니다.》

침착하게 이야기하는 운식의 말에 철수는 반색했다.

《5프로나? 좋구만! 지배인동진 한 서너프로 더 높아질거라구 하더니 5프로라.》

그러나 권민은 뭔가 언짢은것이 채 풀리지 않은 기색이였다. 운식은 권민을 똑바로 바라보며 또박또박 계속했다.

《중요한건 크링카소성에서 고열탄비중을 더 낮출수 있게 된것입니다. 전국적의의를 가지는 발명이 될수도 있습니다.》

《난 전국적의의를 가지는 발명을 하자는게 아니네. 공장의 생산을 높이는게 당면목표야, 음. 난 어떻게 하나 명년도엔 우리 공장을 만톤공장으로 만들자는거지, 음.》

운식은 더 말이 없이 앉아서 책상만 내려다보았다. 철수가 재우쳐물었다.

《그렇게 좋은 발명이라면서 왜 도입계획을 세워보라는데 한달이 되도록 끼구만 있소? 글쎄 실천과정을 따져보면 지배인동지가 더러 놓친것두 있겠지. 그럼 책임기사가 보충하면 되지 않소.

뭐가 미타해서 그러오? 말하오, 일없소. 내나 동무가 우리 지배인동지를 모르오?》

운식은 한동안 입을 꼭 다물고있었다. 그렇게 량입귀가 새침한 처녀처럼 꼭 다물릴 때면 무엇인가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것이 있다는것을 권민도 철수도 너무나 잘 안다. 지배인, 당비서뿐이 아니다. 현장로동자들도 생산지휘를 하는 책임기사가 입을 꼭 다물고 말없이 어느 한곳만 뚫어지게 지켜볼 때면 그 눈길이 가닿는 곳에 자기들이 잘못한 그 무엇인가가 있다는것을 알고 다시 돌아보군 했다. 지금도 역시 그렇게 꼭 다물리는 운식의 입귀를 보자 철수는 저도 모르게 긴장해졌고 권민은 눈길을 돌려 덤덤히 창밖만 내다보았다.

《계획은 다 세워놓았습니다. 이제라도 하면 됩니다. 작업일정도 다 세웠고.》

철수는 놀라며 권민을 쳐다보았다. 권민도 사실이냐는듯 창밖을 내다보던 눈길을 운식에게 돌렸다.

《정말이요?》

《그렇습니다.》

철수는 벌떡 일어서며 운식의 어깨를 툭 쳤다.

《그러면 그렇겠지. 우리 책임기사가 누구라구. 그런걸 지배인동지두 참.

아무래두 책임기사가 무슨 의견이 있는것 같은데 속을 주지 않는다구 나한테 푸념하는게 아니겠소. 공장의 쌍기둥이 마음맞지 않아서야 되겠소? 내 그래 빙빙 에돌것없이 한자리에 모여앉아 툭 털어놓구 말해보자구 했던거요.

보십시오, 지배인동지. 늙으면 노여움이 많아진다더니 벌써 늙는게 아닙니까?》

권민도 눈을 끔뻑끔뻑하다가 말했다.

《쌍기둥이라, 좋구만, 음. 아니지. 우리 공장에선 비서동무가 큰 기둥이요, 음? 음.》

권민과 철수가 마주보며 껄껄 웃는데 마지못해 약간한 웃음을 짓던 운식이 조용히 일어섰다.

《문제는 수지타산이 서지 않는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공장을 계속 돌릴수는 없지 않습니까. 지출 대 수입이 맞지 않습니다. 생산을 늘일수록 공장의 기업손실이 같이 커지고있습니다.》

《그거야 누가 모르나? 음, 그래서 시가 예산투자로 그 손실을 메꿔주고있지 않나, 음.》

철수도 별걸 가지고 그런다는 식으로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개조해서 세멘트를 그만큼 더 생산하면 리득이지 뭐요.》

운식은 고집스럽게 머리를 저었다.

《시도 손해입니다. 들어가는 자금과 로력에 비해볼 때 나오는것이 너무 적지 않습니까?》

권민은 눈살을 찌프렸다.

《그럼 어쩌자는거요? 음?》 그러다가 인상을 고쳐지으며 타이르는듯 한 어조로 말했다.

《책임기사 말은 알만 해. 요즘에 와서 세멘트생산 그자체를 놓고볼 때 점점 수지가 맞지 않는건 사실이지, 음. 그러나 우리가 한 공장만 보겠는가? 아니지. 그 세멘트를 가지구 일궈세우는것들을 봐야지, 음?

멀리 볼것두 없소. 우리 세멘트를 가지구 저 풀섬에 큰 양식기지가 일어서구있소. 이제 거기서 얼마나 큰 리익이 국가에 들어가겠나, 음? 이렇게 넓게 생각해야지. 이래서 사회주의경제가 좋다는거야. 내냐 너냐가 아니라 우리거던! 음.》

철수가 긍정했다.

《옳습니다, 지배인동지.

책임기사동무, 시야를 넓게 가지구 멀리 앞을 보오. 우리 책임기사가 기술도 밝고 경영도 밝은데 그게 좀 약한것 같애. 우린 한 공장만 볼게 아니라 시안의 전반적경제, 나아가서는 국가경제전반을 볼줄 알아야 하오. 리해되오?》

운식의 입귀는 꼭 다물려있었다.

지금까지 바로 그랬다. 생산을 많이 하면 그것이 곧 성과였고 더 생산하면 그만큼 평가를 받았다. 기업수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것은 관리국이, 나아가서는 국가가 한쪽에서 생기는 기업손실을 다른쪽에서 얻는 리익으로 메꾸어주며 전반적인 균형을 조절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생각해야 한다. 개별적기업소들의 경영수지총합이 시안의 전반적경제, 나아가서 국가경제의 수지가 아니겠는가.

아직은 이들에게 그것을 납득시킬수 없다. 납득시킨다 하더라도 여기에 따르는 대응책이 없다. 운식은 고집스럽게 입을 꼭 다물고있다가나서 내키지 않는 기색으로 고개를 끄덕했다.

《알았습니다. 그럼 다음달에 합시다. 한주일 아니, 닷새정도 로를 세우면 됩니다.》

철수는 책임기사의 말에 마음이 놓여 권민을 돌아보았다.

《됐습니다. 지배인동지, 이젠 마음놓고 떠나십시오. 이거 나이많은 지배인동지가 늘 먼길에 고생이 많으니 안됐습니다.》

권민은 헌헌하게 웃었다.

《석회석과 석탄을 물어오는건 내가 가야 하오. 공장의 생명선인데 응당 지배인이 맡아야지. 내가 자릴 뜨면 노상 비서동무가 고생하군 했는데 이젠 든든한 책임기사가 있으니 집안일은 내 마음을 놓소, 음.

이제 늘그막에 년로보장 받으면 자재심부름이나 그냥 하게 해주오. 초급당에 미리 제기한다니, 음? 허허허, 내야 이제 이 공장을 떠나서 무슨 락이 있겠나, 음―》

쓸쓸하게 울리는 그 마지막 말이 서창가를 물들이는 저녁노을과 함께 철수와 운식의 가슴을 아프게 파고들었다. 그들은 권민의 희여진 귀밑머리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사랑하는 외아들을 잃은 다음부터 한결 더 희여진 그 머리카락들을…

원료수송대를 이끌고 석회석광산으로 떠나는 지배인을 바래우고난 운식은 어쩐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여느때보다 일찌기 집으로 향했다. 류진천가를 따라 벽계동쪽으로 올라가면서 가구공장, 식료공장, 제지공장과 일용품공장 같은 중소규모지방산업공장들이 촘촘히 들어앉은 이 공장지구에 세멘트공장이 올방자를 틀듯 틀지게 들어앉아 여봐라는듯이 연기를 기운차게 뿜어올리고있었다.

8년전 기계대학을 졸업한 운식이 지방공업관리국 기술과에 배치되여왔을 때 이 공장지구에 나오기만 하면 어느 공장에서나 반갑게 끌어가군 하였다. 어떤 설비이든 막힘없이 걸린 고리들을 풀어주군 하는 쟁쟁한 기술자였던것이다.

관리국 기사장은 운식이가 공장촌에 가면 마치 교예무대에 나오는 명랑한 취사원같다고 말하군 했다. 취사원옷을 입은 교예사가 길다란 탁의 앞뒤를 뛰여다니며 접시들을 뱅글뱅글 돌리듯 첫 공장에서부터 마지막공장까지 부지런히 달려다니며 멎어서는 기계마다 돌려놓군 한다는 뜻이였다. 운식도 그 비유가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더 열심히 뛰여다녔다.

그런데 그것을 비판한 사람이 있었다. 관리국에 지도사업을 내려왔던 당시 시당 부부장 류인석이였다.

《관리국은 지도단위요. 어버이수령님께서 창조하신 우리 식의 지도는 우가 아래를 도와주는 지도요. 대신하는것, 이건 도와주는것이 아니요. 관리국 기술과는 산하공장들의 기술사업을 대신하는것이 아니라 계발시키고 배워주고 편향들을 바로잡아주면서 제발로 걸어갈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오.》

사색적인 이 당일군은 그후 다른 곳으로 조동되여갔다가 시당비서로 임명되여 류진에 다시 왔을 때에도 운식을 잊지 않고 그의 사업에 깊은 관심을 돌렸다. 그동안 운식은 생산과로 옮겨졌다가 계획과 책임부원이 되였다. 조용히 앉아서 맵시있게 일을 해치우군 했다. 우리 경제가 일시적인 시련을 겪기 시작하는 때여서 지방산업공장들도 생산에서 파동이 생기고 협동생산고리들이 튀여나가군 했다. 그런 속에서도 운식은 침착하게 계획균형을 맞추고 대책을 강구하군 하였다.

그러다가 지난해에 문득 세멘트공장 책임기사로 임명되였다. 너무나도 생각지 않았던 조동이였다. 관리국 기사장감이라고 현직기사장까지도 내놓고 말했고 경제형편이 어려워지니 혹시 제일 일이 안되는 어느 공장에 지배인으로 갈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시적으로 제일 힘차게 돌아가는 공장의 책임기사로 임명된것이다.

그때 류인석비서는 운식을 자기 차에 태우고 함께 세멘트공장으로 갔다.

《생산이 제일 잘되는 공장이라는걸 알구있겠지? 앞으로 경제형편은 더 어려워질거요. 우리 지방공업이 이 시련속에서 쓰러지지 말자면 기둥이 되고 주추가 될 단위들을 지금부터 든든히 보강해놔야 하오.

세멘트공장, 자력갱생하는 류진시 지방공업의 상징이요. 그곳 책임기사로 동무를 보내자고 우리가 해당 부서에 제기했소, 오늘보다 더 준엄할 래일을 돌파하기 위해서.》

달리는 차안에서 시당비서가 운식에게 한 말이였다.…

묵묵히 걸음을 옮기는 운식의 발길에 락엽이 밟혔다.

(락엽?)

그는 걸음을 멈추고 길옆의 은백양나무를 올려다보았다. 잎사귀가 한쪽은 푸르고 뒤쪽은 흰 은백양나무. 여름철에는 푸른 잎새들을 떨치고 자기의 억센 활력을 자랑하던 그 나무에 어느덧 잎지는 계절이 다가왔다. 시들어가는 잎새들이 마지막기운을 짜내여 푸르름을 떨치려고 하나 계절의 힘은 어쩔수 없는 모양인지 바람이 불 때마다 와스스 떨며 마른 잎사귀들을 떨구고있었다. 퍼그나 성기여진 잎새들사이로 세멘트공장의 연기 내뿜는 소성로굴뚝이 보였다. 운식에게는 그 연기가 어쩐지 락엽계절을 애써 부정하며 안깐힘을 쓰고있는 은백양나무처럼 안겨왔다.

으스스한 가을바람이 느껴져 저도 모르게 오싹해졌다. 작열하는 태양의 화끈한 열기, 시원한 소나기속에 왕성한 정열의 계절이던 여름이 어느덧 가고 어깨를 옹송그리게 하는 추위의 계절이 닥쳐오고있음을 깨닫게 하는 서늘한 가을바람이 옷깃을 파고드는 순간 운식에게는 《오늘보다 더 준엄할 래일》을 각오하던 시당비서의 근엄한 얼굴이 안겨왔다.

석회석광산이 없고 탄광도 없는 류진시에 서있는 세멘트공장. 모든것이 치차처럼 잘 맞물려돌아가던 시기에도 석회석과 석탄을 끌어들이는 일은 용의치 않았는데 나라의 경제형편이 어려워지니 원료와 연료를 끌어들이는 일은 갈수록 어려운 전투로 되였다. 그래서 지배인이 직접 화물자동차에서, 화차방통에서 날과 날을 보내며 간고하게 공장의 생산을 보장하고있다. 앞으로는 더 어려워질것이다. 그런데 오늘보다 더 준엄할 래일을 내다보며 당조직이 기대를 걸고있는 자기에게는 한해가 지나도록 이렇다할 대책이 없지 않는가. 이게 터지면 이걸 틀어막고 저쪽에 구멍이 뚫리면 거기에 달려가고. 아무리 기발한 기술적착상이라고 해도 이런 땜때기식으로는 언제가도 피동에서 벗어날수 없다. 주도권을 틀어쥘 결정적방도가 이렇게도 없단 말인가? 이렇게도.

공장에 이제 석회석보유량은 한달분밖에 안된다. 철도수송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조건에서 만약 오늘 떠난 원료수송대가 제때에 도착 못하면 소성로를 세워야 한다. 오늘이 10월 13일. 그러니 11월 13일에 공장굴뚝의 연기가 멎는가, 멎지 않는가 하는것은 그 수송대에 달려있다.

《책임기사동지.》

나직한 부름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자기앞에 뽈분쇄기운전공인 향숙이가 서있었다. 눈길이 마주치자 처녀는 다소곳이 고개를 수그렸다.

《아, 향숙이요? 대학에 가는 길이요?》

《아닙니다. 밤교대 나가는 길입니다.》

《아참, 그렇지. 졸업론문기간이지.》

운식은 그제야 생각나 머리를 끄덕였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조심스러운 그 물음에 운식은 대답을 못하고 무겁게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가 털어버리듯 고개를 흔들며 멈춰섰다.

《무슨 생각이든 나야겠는데 아무 생각도 나질 않아 이러구있잖소.》

향숙은 그 말에 생긋 웃으며 고개를 들어 마주보았다. 그러다가 운식의 따뜻한 눈길과 마주치자 다시 수집게 고개를 숙였다.

《향숙이가 뭘 좀 튕겨주지 않겠나? 뽈미르치차 뒤집을 때처럼 말이요.》

수수한 잠바차림에 어디건 표나는데가 없이 수수하게 생긴 처녀는 가볍게 미소를 지을뿐 더 대답이 없었다.

사랑하는 처녀. 운식은 아무리 뜯어보아도 딱히 어디라고 안겨오는데는 없으나 어쨌든 볼수록 정이 가는 향숙을 이윽히 마주보다가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

《교대시간이 돼오는구만. 어서 가보오. 내 있다 공장에 다시 나가지. 그동안 다른데 정신팔다나니 졸업론문을 한번 더 봐준다는게. 공장에 나가서 토론해봅시다.》

향숙은 고개를 수그린채 발끝만 내려다보다가 조심스레 사양했다.

《바쁘실텐데 천천히 보셔두 일없습니다.》

운식은 다소곳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멀어져가는 처녀의 뒤모습을 미소를 지으며 이윽히 지켜보았다. 사랑의 약속을 나누고서도 언제나 마주설 때면 선생님앞에 선 학생처럼 운식을 어렵게 대하는 처녀.

그가 공장에 책임기사로 임명되여왔던 지난해였다. 공장에 오자마자 무엇인가 해놓고싶은 의욕에 넘쳐있던 그는 뽈분쇄기의 전동장치를 치차식으로가 아니라 피대식으로 개조할 방안을 내놓았다. 진동과 소음이 덜한 피대식전동장치는 이 분야에서 앞선 기술이였다. 지배인이 원료수송대를 이끌고 석회석광산으로 떠난 때여서 그 기술개조안을 초급당비서와 토의하게 되였다.

《선진기술이라, 좋지! 로동자들하구는 토론해봤소?》

《공정기사동무들하고 토론했습니다.》

《아니, 현장로동자들하구 말이요.》

운식은 순간 얼떠름해졌다. 공정을 맡아보는 기사들이 좋다고 한것인데 기대운전공들과 또 토론할 필요가?…

《아니요. 그래두 기계주인들하구 토론해봐야지. 가기요.》

현장의 기대공들은 아직 피대식전동장치에 대한 표상조차 없었다. 그래서 운식은 그들에게 피대식의 원리로부터 시작하여 그것이 어째서 좋은가를 한참 설명해주어야 했다. 머리를 끄덕이기도 하고 아직 기술적내용들이 채 리해되지 않아 기웃거리기도 하는 기대공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운식의 량입귀가 꼭 다물려졌다. 공연한 시간랑비.

그런데 기름때가 연하게 남아있는 색날은 작업복차림에 빨간 머리수건을 쓴 처녀가 조심스럽게 일어서더니 그 개조안을 반대하는것이였다. 아연해서 쳐다보는 신임책임기사에게 처녀는 차곡차곡 그루를 박아가며 그 불합리성을 지적했다.

《피대식이 치차식보다 우월한건 사실이지만 어쨌든 때가 되면 피대를 교체해야 되지 않습니까. 치차는 이젠 우리 공무반도 깎아냅니다. 하지만 피대는… 사와야겠지요?》

《그러나 피대의 수명은 치차보다 더 길기때문에 한번 장비하면…》

서둘러 반박하던 운식은 여기서 갑자기 말문이 막혀버렸다.

오늘보다 더 준엄할 래일!

시당비서의 근엄한 얼굴이 떠올랐다. 만약 교체해야 할 그때에 가서 피대를 사오지 못할 처지에 빠진다면? 차라리 남에게서 사오는 피대를 한번 교체하는것보다 자체로 깎아낼수 있는 치차를 몇번 더 교체하는것이 지금실정에서는 더 낫다는 생각이 그제야 머리를 쳤던것이다.

그렇다, 아무리 앞선 기술이라고 해도 실정을 보아가면서 받아들이는것이 천백번 옳은 일이다.

《잘사는 옆집에서 찰떡을 쳐먹는다구 우리도 쌀독을 다 털어서 떡을 칠수야 없지. 기름떡 한끼 잘 먹는다구 천리길을 가내겠소?》 초급당비서의 결론이였다.

운식이 제기한 새 기술도입안은 이렇게 취소되였다. 알고보니 향숙이라는 그 처녀기대공은 공장대학학생이라고 했다.

그 일이 있은 후 향숙은 운식을 미안하고 송구스럽게 대하군 했다. 공장대학의 한학급에 편입한 운호가 책임기사의 동생이라는것을 알고는 운호까지도 어렵게 대한다는것이다. 운식이도 현실과 동떨어진 기술개조안을 서둘러 내놓았던 실책을 두고두고 후회하며 향숙이를 대하기가 어색해졌다.

몇달후 뽈분쇄기의 전동치차교체가 제기되였을 때였다. 작업공정을 검토하려고 현장에 나온 운식에게 향숙이가 조심스레 내비쳤다.

《저, 책임기사동지, 다음부턴 치차들을 돌려맞출수도 있게 설계를 다시 해서 깎으면 안되겠습니까?》

운식은 의아하게 향숙을 쳐다보았다. 처녀는 마치 잘못이라도 저지른것처럼 고개를 숙였다.

《그건 무슨 말입니까?》

향숙은 고개를 들었다가 차마 마주보지는 못하고 다시 숙이며 대답했다.

《치차가 계속 한방향으로만 돌았기때문에 이발들이 한쪽면만 닳아먹지 않습니까. 만약 반대로 돌려맞추면 이발의 반대쪽면은 닳아먹지 않아서 새거나 다름없겠는데.》

운식은 무엇인가 번쩍하는듯 한 느낌이 들었다. 너무나도 단순하고 명백한 리치가 아닌가. 그런 경우 치차의 수명은 두배? 아니, 그건 산수적합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여러가지 조건들을 타산한다 해도 1. 3배이상은 될것이 아닌가.

운식의 량입귀가 꼭 다물려지고 눈길은 뽈분쇄기에서 떨어질줄 몰랐다. 로동자들이 수군수군하며 긴장하게 책임기사를 주시하고 향숙은 조마조마하여 손에 탈아쥔 머리수건만 힘껏 비틀며 서있었다.

치차를 돌려맞춘다? 일리가 있다. 그러자면 치차의 설계를 다시하고 전동기부터 시작하여 회전축도 개조해야 한다. 그러나 한번 해볼만 한 일이다. 운식은 감탄이 어린 눈으로 향숙을 돌아보았다.

《옳습니다. 동무가 아주 중요한걸 튕겨주었습니다. 설계와 가공이 좀 복잡할수 있는데 해봅시다. 아니, 꼭 합시다.》

그러자 고개를 쳐드는 처녀의 두눈에 생기가 반짝했다.

《될것 같습니까?》

《되지 않구요, 꼭 됩니다. 이건 발명입니다.》

작업반로동자들속에서 환성이 일어났다.

《향숙이가 괜찮은데!》

《책임기사동지같은 수재가 다 감탄하지 않나!》

나이지숙한 작업반장이 운식에게 귀띔했다.

《향숙이가 치차설계두 해본게 있습니다.》

운식은 더욱 놀라며 향숙을 바라보았다.

《그렇습니까? 그럼 그 설계를 좀 봅시다.》

처녀는 기겁하며 반장의 등뒤에 숨었다.

《어마나, 그건 아직. 전 그저 생각만 해봤습니다. 반장아바인 그건 왜… 책임기사동지 수준에서 보면 웃음거리가 돼요.》

로동자들이 왁작 웃으며 떠들었다.

《보여주라, 뭘 그래?》

《우리 향숙인 공장대학 지금까지 최우등만 했습니다.》

《땅땅 굳은 5점입니다.》

《향숙이, 보여주라. 길구짧은거야 대봐야지 아나?》

《책임기사동지가 이번엔 반할수도 있어!》

법석 떠들며 자기네 작업반처녀를 내세우는데 신바람이 난 속에서 익살스러운 목소리까지 튀여나와 괜히 처녀얼굴을 손목에 바싹 탈아감은 그 머리수건처럼 빨갛게 만들었다. 덩달아 얼굴이 붉어지던 운식에게 그 순간 무엇인가 섬광처럼 번뜩이는것이 있었다. 고개를 홱 돌려 분쇄기를 뚫어지게 쳐다보던 운식이 잘라버리듯 날카롭게 말했다.

《치차를 돌려맞출 필요가 없습니다.》

갑자기 돌변하는 책임기사의 태도에 모두가 의아해졌다. 자기에게 쏠리는 사람들의 눈길을 하나하나 일별하고나서 운식은 싱긋 웃으며 향숙이에게 말했다.

《치차를 돌려맞출것이 아니라 분쇄기를 통채로 역회전시킵시다. 그러면 돌려맞춘거나 같습니다. 그게 더 빠르고 효과적입니다.》

반장이 무릎을 치고 향숙은 찬탄의 눈길로 운식을 쳐다보았다.

《책임기사가 책임기사야. 수가 더 높지 않나.》 로동자들이 또다시 떠들어댔다.

그후 20여일간에 걸친 긴장한 전투끝에 드디여 우람찬 분쇄기가 역회전을 하면서 크링카를 분쇄해낼 때 일시에 박수와 함성이 터져올랐다.

성미가 과격한 엄철수는 《이게 바루 발견이구 혁신이구 창조요. 충정이구 애국이요!》 하고 소리치고도 직성이 풀리지 않았는지 숱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앞에서 운식이와 향숙이의 손목을 하나씩 덥석 잡아 쳐들고는 《공장의 보배들이며 천상배필!》이라고 선포해버렸다. 와― 하는 웃음과 함께 소나기 쏟아지듯 박수소리가 터지는데 아귀센 초급당비서의 손에서 뽑을래야 뽑을수 없이 손목들을 꽉 틀어잡힌 그들은 꼼짝 못하고 마주서서 그 박수소나기를 고스란히 맞고말았다.…

무거운 상념끝에 찾아온 즐거운 추억에 사로잡혀 저 혼자 빙그레 웃으며 집앞에 이른 운식은 삽짝문을 열기 전에 노을이 아름답게 타고있는 저녁하늘을 피끗 올려다보았다. 땅우에는 어느덧 저녁어스름이 깃들었지만 서녘하늘에는 저녁노을이 사위여지지 않았다. 향숙이가 작업장에서 늘 머리에 쓰군 하는 빨간 카프론수건처럼 저녁노을은 우중충한 서산우에서 그렇게 빨갛게 그리고 고요히 타오르고있었다. 정열적이면서도 운식의 앞에서는 언제나 수집어 몸둘바를 몰라하는 향숙이처럼.

《오늘은 다들 어떻게 된거냐? 일찌기들 퇴근하니.》

마당에 풍로를 내다놓고 빵을 굽고있던 어머니가 맏아들을 반겨맞았다. 운식은 늘 그러던것처럼 대답대신 조용히 웃음을 지어보이며 방안에 들어갔다.

웃방 침대우에 운호가 옷도 갈아입지 않은채로 벌렁 드러누워 천정만 멀뚱멀뚱 올려다보다가 형이 들어오자 일어나려고 약간 머리를 들었다. 그러다가 시답지 않은지 도로 누워버렸다.

《설비조립이 다 끝났니?》

대답이 없는 동생을 돌아보는 형의 입귀가 꼭 다물려졌다. 그것을 본 운호는 《그까짓건 엊그제까지 다 해버렸어요.》 하고 혀아래소리로 대답해버렸다. 운식의 미간이 쪼프러지고 눈길이 더욱 아니꼬와졌다.

《그럼 오늘은 대학에 갈게지.》

《헹, 향숙이가 말 안하던가요? 우리 학년은 졸업론문기간이거던요.》

운식은 쓰겁게 입을 다셨다.

《그럼 너두 론문을 써야지. 오늘두 뽈 찼니?》

《아니요―》

별로 심드렁해서 묻는 말에 시답지 않게 대답하는 동생을 내려다보다가 운식은 옷을 벗어 걸며 시까스르듯 한마디 던졌다.

《이젠 축구도 싫증난 모양이구나. 요샌 롱구가 추세라는데 그쪽으로나 한번 돌아보지?》

《헹, 하두 할 일이 없으니 그런거라두 하면서 뛰여다닌거지.》 헹헹거리며 천정만 올려다보던 운호가 무슨 생각이 났는지 벌떡 일어나앉았다.

《형, 나두 형네 공장에 들어갈가? 공무반 같은데 받아주면 한번 멋들어지게 해보겠는데.》

운식은 의아해졌다. 그리고 운호의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너 공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구나.》

운호는 다시 벌렁 자빠져버렸다.

《일은 무슨 일, 아무 일두 없는 공장인데.》

어머니가 김이 문문 나는 빵들을 자개박이다반에 무둑히 담아가지고 방에 들어왔다. 달큰하고 구수한 냄새가 온 방안에 퍼졌다.

운호는 눈을 반짝이며 훌쩍 일어나서 빵다반이 놓인 방바닥에 내려앉았다. 노란색이 나는 빵을 닁큼 집어서 한입 베여물다가야 생각났는지 서둘러 다른 손으로 하나 집어서 《응.》 하고 형에게 내밀었다.

운식은 어이없이 웃으며 자기에게 내민 동생의 손을 어머니쪽으로 돌렸다.

《어머니도 하나 드십시오.》

어머니 정녀는 사랑스럽고 대견한 눈길로 막내와 맏이를 번갈아보다가 운호의 손을 다시 형에게 가볍게 밀었다.

《나야 맛보는것만두 벌써 배가 부르다. 어서들 먹어라.》

입에 물었던 빵을 다 씹어삼킨 운호가 두덜거렸다.

《자, 누구든 빨리 받으라요. 내 팔이 기중기팔이야? 빙빙 돌리긴.》

운식은 자기앞에 돌아온 동생의 팔을 툭 쳐버리고 다반에 담긴 빵을 하나 집어들었다. 운호는 싫으면 그만두라는듯 빙빙 돌아가던 《기중기팔》을 접어서 그끝에 《물려있던》 빵도 제 입에 넣고말았다.

《그저 뭐니뭐니 해두 우리 엄마가 만드는 빵이 제일이야.

참, 어머니! 나대신 우리 공장에 입직하지 않겠어요? 우리 공장 이젠 편의관리소 빵공장 비슷해가.》

그 말에 날카롭게 반응한것은 운식이였다. 그는 빵을 씹다말고 동생을 똑바로 지켜보다가 따지기 시작했다.

《너 정말 공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구나.》

운호는 시무룩해지며 대답이 없이 씹던 빵을 다 삼키고나서 다시 빵그릇에 손을 가져갔다. 빵집은 손이 우로 올라가기 전에 형의 손에 딱 잡혔다. 대답을 재촉하는 형의 말없는 눈길을 힐끗 쳐다본 운호는 쥐였던 빵을 놓고나서 침대우에 힝 올라가앉았다. 정녀는 눈빛이 날카로와지는 맏이를 가볍게 말리며 운호에게 물었다.

《운호야, 무슨 일이 있었니? 형이 물어보는데 왜 대답 못하니?》

운호가 《일은 무슨 일이 있겠어요? 그저 그렇다는거지.》 하고 벌렁 드러눕는 바람에 운식이가 팩했다.

《일어나! 버릇데기 없이. 일어나앉아서 똑바루 말해, 뭐야?》

사내형제에게서 형이란 동생에게 어떤 때에는 아버지보다도 더 무서운 존재이기도 하다. 더우기 유복자로 태여나 자라난 운호에게 운식은 더없이 다정한 형이면서도 아버지맞잡이로 엄격한 형이였다. 마지못해 몸을 일으키며 운호는 볼이 부어 중얼거렸다.

《공장에다 국수기계, 가루기계 같은것들을 차려놓겠대요. 시내까지 거리가 먼 공장마을 아주머니들 우리 공장에 와서 국수, 떡따위들 해가게 한다나요.》

《그게 어쨌단 말이냐?》

이번에는 운호가 격해서 소리쳤다.

《우리 공장은 기계공장이지 식료공장이 아니란 말이예요!》

방안에 갑자기 침묵이 깃들었다. 벽에 걸린 전자시계의 초침이 돌아가는 소리가 이상할 정도로 채칵채칵 높아졌다. 운호는 답답한듯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방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며 다시 빵그릇에 달라붙었다. 방금전까지 맛나게 먹던 빵을 이번에는 화가 나서 먹어대기 시작했다. 치밀어오르는 분을 빵으로 누르려는지 마구 씹어서는 꿀떡꿀떡 넘기는것을 보며 어머니가 《얹히겠다.》 하고 움쭉 일어나 부엌으로 내려갔다.

동생의 빵삼키는 소리를 세여듣는지 아무 말없이 운호의 먹어대는 모습만 지켜보던 운식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책상에 마주앉았다. 그리고는 창밖을 생각깊은 눈길로 내다보았다.

어머니가 떠들여온 물을 꿀꺽꿀꺽 마신 운호가 다시 빵을 집어서 입에 가져가는데 형이 나직한 어조로 물었다.

《공장사람들은 뭐라던? 좋대?》

《그 사람들이야 생각이 있나요? 그 〈부업소좌〉가, 초급당비서 말이예요, 이래서 좋구 저래서 좋구 하니까 덩달아 좋아서 흥이 났는데.》

정녀는 그러는 막내아들을 가볍게 핀잔했다.

《너 정말 버릇없구나. 당비서동지보구 그게 무슨 말본새냐?》

《헹, 부업과 본업을 삭갈린가봐. 래년엔 뭐 부업지농사두 다각화하겠다나? 돼지두 기르구 염소두 길러서 수입을 굉장히 늘인다는거야. 〈부업이 없이 부대살림이 기름질수 없지.〉 이러면서.》

《만수아저씬 뭐라던?》

제 말을 중둥무이해치우는 형의 물음에 운호는 어처구니없어 올려다보았다.

《만만수요?》

그 말에 홱 돌아앉으며 노려보는 형의 서늘한 눈길과 마주치자 운호는 게면쩍게 웃었다.

《그 아저씨두 그닥 내키진 않는것 같은데 그래두 기계같은건 잘 만들어요. 〈이런거라두 해야지 어쩌겠소. 공장을 그냥 세워두기보다는 낫지.〉 이러면서.》

운식은 다 알만 하다는듯 그제야 방바닥에 내려앉으면서 빵을 집어들었다.

《그 아저씨 말이 옳다. 지금 당장은 그 공장을 돌리는게 급선무다. 아무걸 해서든.》

운호는 억이 막혀 형과 어머니를 번갈아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입에 가져가려던 빵을 어머니의 손에 척 올려놔주고 다시 침대우에 걸터앉았다.

《기계공장은 기계공장답게 돌아가야 돼요!》

운식은 동생의 항변에 더 대답이 없이 빵을 씹기 시작했다. 그쯤되면 가정의 화제에 형이 더 끼여들지 않고 자기 사색의 세계에 빠져들고만다는것을 잘 알고있는 운호는 입만 다시다가 어머니를 돌아보았다. 정녀는 조용히 웃으며 운호가 쥐여준 그 빵을 다시 내밀었다. 그걸 받아쥐며 운호는 두덜거렸다.

《괜히 나만 생열을 냈네. 나 물 좀.》

정녀는 물그릇을 들고 다가앉으며 운호의 머리를 쓸어주었다.

《그 사람들두 다 생각이 있는 법이다. 뿔질하지 말구 시키는대루 일을 잘해라.》

그 말을 들었는지 말았는지 운호는 벌컥벌컥 물만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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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 단동 - 로동 - 2021-12-28
안녕하십니까? 제가 조국에서 이 도서를 열람할때 기억에 의하면 1장이 시작되기전 주인공 남녀가 서로의 사랑을 언약하는 서문이 별도로 존재했던 생각이 듭니다. 그 부분이 루락되였는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관리자 - - 관리자 - 2021-12-30
미래선생의 기억이 정확합니다. 빠진 서문내용을 올렸습니다.
앞으로도 많이 열람해주시기 바랍니다.
감 상 글 쓰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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