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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청사자탈극1)
나오는 탈
사자탈 꼭쇠(또는 꽉쇠) 량반 중 점바치 의원 굴중(상모) 돌리는 사람 소고 든 거사2)(2명) 무동3) 아이(또는 기생)
제1 도청과장
정월대보름날 달밝은 밤이다. 사자탈극 출연자들이 마을사람(관중)과 함께 도청4)에 모인다. 초저녁이다. 도청안에서 장단을 잡고 소리와 춤으로 탈극을 시작한다. 반주를 맡은 《장단 재비》는 피리 4명 퉁소 4명 꽹매기 1명 증(징) 1명 새납 1명 소고 1명 큰북 1명이다. 퉁소, 피리 그리고 피리에 장단을 맞추는 큰북이 주동이 되고 기타 재비들이 장단을 맞추면서 쉼없이 《사자닐리리》곡을 반주한다. 《사자닐리리》곡은 단조로운 애상적색조를 띠고있으나 신명나게 울리는 북소리와 어울려 흥겨운 춤을 자아내는데 알맞는다. 음악이 울려 이윽고 출연자들이 도청마당앞에 나온다. 꼭쇠는 험상궂게 생겼다. 람루한 푸른 두루마기를 걸치고 그우에 각띠를 띠고 방울을 달았다. 머리에는 종이수술을 얹는다. 량반은 수염이 길고 관을 썼으며 도포를 입었다. 손에 부채를 들고 긴 담배대를 문다. 거사는 탈을 쓴 머리에 고깔을 얹었다. 출연자들은 도청마당을 무대로 하여 장단에 맞추어 한마 당 춤을 벌린다. 마을사람들(관중)도 흥이 나면 자유롭게 춤판에 끼여들수 있다. 이 과장은 서막과 같다.
제2 길군악5)과장
출연자들과 마을사람들(관중)은 달이 밝지만(정월대보름 이 아닌 날, 비록 달이 뜨지 않은 때라 하여도 같지만) 여러개의 홰불(또는 등불)을 켜서 선두에 들고 마을을 떠나 행렬을 짓고 길군악에 맞추어 북청읍으로 간다. 기악을 울리고 춤을 추면서 간다. 여러 마을에서 출발한 출연자들과 군중은 북청읍 남병영6) 앞마당에 모여든다.
제3 경연과장
출연자들이 모여들 때까지 먼저 온 집단들이 장내의 분위기를 돋군다. 다 모이면 저마끔 승벽내기로 사자놀이를 벌린다. 퉁소, 해금, 피리의 조화된 사자닐리리에 꽹매기와 큰북이 우렁차게 장단을 맞춘다. 무대에는 웅장하고 흥겨운 분위기가 가득찬다. 마을사람들도 사자가 춤을 추는데 어울려 마음껏 즐긴다.
제4 마을돌이과장
남병영 앞마당에서 승벽내기로 사자놀이를 한 뒤에 마을 단위의 출연자들과 군중은 이어서 각기 호별 방문을 한다. 그리하여 마을돌이가 벌어진다. 앞장선 꼭쇠가 찾아간 집의 어른을 만나 인사한다. 사자를 이끌고 마당안을 신명나게 한바퀴 돈다. 장단은 사자닐리리의 초장인 《마당장단》에서 시작된다. 사자는 마당장단에 맞추어 동작이 느린 《넘놀이춤》을 추기 시작한다. 이윽고 반주는 사자닐리리의 중장인 《닐리리장단》(또는 《승모장단》)으로 넘어간다. 사자는 동작이 한층 빠른 잦은 넉두리춤(또는 《승모춤》)을 춘다. 이 장면에서 용맹한 사자의 기상이 아주 뚜렷이 표현된다. 사자닐리리는 말장인 《건모리장단》(또는 《영풍장단》이든가 《도드라미》)으로 넘어간다. 음률은 한층더 급해지고 북소리는 숨쉴 사이도 없을만큼 격동한다. 사자는 날래고 재빠른 급한 동작인 환희에 넘치는 《건모리춤》을 춘다. 아이 하나가 마당가운데 나온다. 사자가 달려들어 아이를 잡아삼킨다.(남병영 앞뜰에서 놀 때는 관가에서 기생을 내여준다. 사자는 그때 기생도 삼킨다.) 희생자를 삼킨 사자는 곧 체기를 받고 병들어 쓰러진다. 점쟁이가 나타나서 사자가 무슨 병을 앓는지 점을 친다. 한편 꼭쇠가 달려가서 의원을 업고 들어온다. 의원이 긴 막대기침을 사자에게 놓는다. 사자가 소생하여 다시 흥겨운 춤을 춘다. 《건모리춤》이 끝난다.
제5 마감과장
집주인의 요청으로 사자가 《바당문》(부엌문)으로 해서 《조앙간》(부엌)으로 들어간다. 사자가 《조앙》을 향해 세번 절한다. 《조앙》에는 흔히 《성조》(집수호신)를 위하는 단지(쌀과 엽전이 들어있다.)가 있고 《조왕》을 표시한 《베 헌것》을 매여둔다. 사자는 거기서 눈에 띠인 양푼이나 그릇을 입에 물고 밖으로 나온다. 집주인이 사자가 물고나온 그릇에 음식물을 가져다놓고 술과 안주를 차린다. 사자는 한바탕 흥겨운 춤을 춘다. 이것으로 탈극이 끝난다.
〔주 해〕
1) 북청사자탈극;함경도 북청을 본거지로 하는 동해안 북부지방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대표적인 탈극이다. 말 못하는 짐승인 사자의 춤과 놀이를 기본으로 하여 탈극이 구성된데 특징이 있다. 그런 까닭에 대사없는 극의 양상을 띠고있다. 큰짐승을 무대에 내세운 점에서는 《양주소놀이굿》과 서로 비슷한 점이 있으나 《양주소놀이굿》은 말과 노래(등장인물이 한다.)가 많다면 《북청사자탈극》은 대사가 없는것이 다르다. 사자탈이 등장하는 경우는 《봉산탈극》 등 다른 작품에도 있지만 탈극전체가 사자를 기본으로 하여 이루어진 실례는 《북청사자탈극》이 유일하다. 《북청사자탈극》은 설날을 계기로 대보름날 밤 각 고을에서 모인 출연자들이 경연식으로 진행하는것이 특색있다. 명절분위기에 어울리게 밝고 약동적인 사자의 춤과 동작이 공연장소를 흥겹게 만들며 사자를 길들였고 즐거운 공연물로 만든 사람의 힘을 말없이 보여준다. 이것은 이 고장 관중들의 씩씩하고 남성적인 성격에 어울려서 인기가 높다. 이 탈극은 대사가 없는것으로 하여 작품이 글자로 기록되여 고착되지 못하고 오래동안 구성줄거리가 구전되여왔다. 이 책에서는 북청지방의 여러 마을들에서 구전되여온 각종 줄거리들을 모아 죽상리(대벌)의것을 기본으로 하여 하나의 대본형식으로 편집한것을 싣는다. 2) 거사(乞士, 居士);류랑예술인집단인 사당패가운데서 남자성원들을 이르는 말. 3) 무동(舞童);걸립패라는 류랑예술인들의 집단에서 다른 출연자의 어깨우에 올라서서 춤을 추는 아이. 4) 도청(都廳);마을에서 도감(일거리를 맡은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 5) 길군악(∼軍樂);길을 행진하면서 울리는 음악의 한 가지. 6) 남병영(南兵營);북청에 있었던 병마절도사(지방주둔군사령관)가 주둔하는 군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