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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상 기1)
김신사혼기의 머리말
번거로운것은 물론 감당하기 어렵거니와 한가한것도 견디기 어렵다. 발을 묶인 말처럼 혼자 방안에 박혀있으면서 눈으로 보는것 없고 귀로 듣는것 없으며 입으로 말하는것이 없고 손과 발을 놀려 일함이 없으면 조급한 사람은 입맛을 잃을것이요 참을성있게 견딘다는 사람도 사흘을 배겨내지 못할것이다. 이런 까닭에 차라리 삼년동안 학질 앓는것을 견디여냈으면 냈지 하루의 심심증을 견디기는 힘든노릇이다. 한가한것이 나에게는 일찍부터 병이였으니 남들도 다 그러한것일가. 신해년(1791년) 6월에 무덥고 장마가 져서 사람들이 그 고통을 감당하지 못하였다. 일을 하자 해도 같이 일할 짝패가 없어 혼자서 억지로 하기가 난감하고 옛글을 읽고 시를 짓자 해도 글할 포재가 못되여 재주가 부치는지라 흥이 나지 않았다. 책을 읽으려니 깜빡 졸게 되고 잠을 자자니 문득 수십마리의 파리가 살눈섭을 핥고 코를 빨아 꿈도 꿀수 없다. 일어나서 밖으로 나가자 해도 장마에 길이 곤죽이 되여 나가지 못하였다. 어쩌지도 못하는 형세가 되고보니 환장하여 미치지 않으면 병이 날 지경이였다. 어린것이 저자거리에서 돌아와 소문을 이야기하는데 심히 새로와 기이하고 성대한 일인지라 나는 가히 나의 심심증을 풀만 하다고 말하고서 일어나 붓을 휘두르며 극작품을 만들었다. 한편 작품을 쓰는 사이에 손이 점점 풀리고 졸음도 점차 가셔지는것이 알려졌다. 그리하여 초고를 하루동안에 쓰고 추고도 하루에 마치고 정서를 하루사이에 하니 사흘동안은 심심증을 풀게 되였다. 이 사흘간은 장마도 잊고 더위도 잊고 파리성화도 몰랐으니 나에게 소득이 많았다. 다행히 이 극작품을 보는이가 계시거든 사실과 혹 맞지 않는 점을 묻지 말며 작품이 무슨 체제로 되였는가도 묻지 말고 또한 모름지기 작자가 어느 누구인지도 묻지 마시라. 다만 심심증을 풀기 위해 리용한다면 역시 반나절의 도움은 되리다. 매화탕치농이 쓰다.
장면별 기본내용:
1. 궁한 선비는 남동에서 남몰래 탄식하고 재주있고 현명하다 2. 로처녀는 북궐에서 소문이 났더라 덕이 있고 슬기롭다 3. 정승들이 서성에서 혼사를 맡아하고 보살펴준 덕택 4. 짝맞는 부부가 동상에서 은혜에 감동하다 복받은 연분
제 1 절2)
△ 김생이 등장한다. 김 생; (독백) 밝고밝은 천하에 집없는 나그네요 태백산속의 머리 기른 중이로다. 저의 성은 김씨요 이름은 희집이라 우리 집안은 경주 김씨의 몰락한 곁다리가문이요. 내가 벼슬은 못하였으나 조상이 벼슬한 위엄이 전하기로 동네의 어른 아이들이 다 나를 보고 수재3)라고 부르오. 그런데 집안살림이 한번 구겨지자 가난하고 궁색해져서 열흘에 아홉끼를 겨우 먹고 십년 가야 한번 갓을 쓰니 이야말로 《안빈락도》4)하는 생활이라. 돌구멍밑바닥5)에 깔려있는 우리 집은 게딱지같이 좁디좁다네. 속담에 가난하면 추하기가 룡천6)병 같다더니 과연 내가 가난때문에 어려서 글을 못 배우고 중년에는 직업이 없어 글하는 선비도 아니요 칼쓰는 무인도 아니며 재주 없고 덕도 없이 어느덧 올해에 스물여덟살이 되였구나. 이때문에 세상에 이른바 장가라는것은 하늘에 오르기보다 더 어려웠다. 인생 서른살이 래일모레가 되도록 아직 도령의 칭호를 면하지 못했으니 남대문을 지은 강림도령과 장안왈자 정도령이란 말인가? 비록 내가 자기 일을 생각해보아도 가련하고 가련하며 가소롭도다.
△ 상화시7) (김생이 노래한다.) 김 생;인간천하 이 세상에 궁하고 또 빈궁하기 그 누가 가장 궁하던가 단간집을 궁궐삼아 리문안의 작은 마을에 외톨 총각이요 붉은 실띠로다 이 달이 어느 달인가 눈앞엔 어른어른 허깨비만 끼는데 초록빛 모래둑엔 새잎이 뾰족하다 흐트러진 달바자는 쨍쨍 울고 종조리새는 삼년 묵은 망아진가 조흐롱거리는듯 지흐롱거리는듯 로도령의 심사가 이거 어디 견디겠나 △ 후8) 김 생;보라제비는 쌍을 지어 서로 날다 동으로 돌아들고 꽃나비는 암수컷이 나풀나풀 날고있네. 문득 복숭아꽃 붉어진것 보느라니 심사가 산란해져서 뒤통수를 긁으며 봄바람을 원망하게 된다. △ 김생이 한탄한다. 휘- 하고 소리없는 긴 한숨을 뽑는다. 김 생;삼신제석9)님이 점지하사 나를 세상에 태여내주실 때 입도 남과 같고 눈도 남과 같고 코도 남과 같게 하여 내 몸에 달린것은 어느것이나 다 가지가지 남과 같아 어느것 반쪽도 남보다 못한데가 있으리오마는 다만 혼인 하나만은 남에게 뒤져서 이제 곧 아흔살을 세쪽낸 하나이고 예순살의 절반이 되도록 이른바 처자식 재미라고는 보지를 못했으니 만고천하에 어찌 이런 신세가 있겠는가. 내가 한낱 량반의 검부러기로 약간이나마 옛 성인과 현인들의 말씀을 들었으니 《남자로 생겨나면 장가들어 안해를 맞기 원한다》고 하였으며 《일처 일첩은 사람마다 다 가진다》고 하였는데 대체 서울바닥 팔만호나 되는 집들에서 량반과 상사람 할것없이 나처럼 나이 서른이 되도록 장가들지 못한 사람이 몇이며 몇사람이나 되겠는가. 하물며 이즈막엔 조혼바람이 일어서 대대로 세력이 드센 대가집안은 제껴놓고라도 려염집 평백성마저 겨우 밥덩이나 먹게 되면 열다섯에 장가들고 열여섯에 안해를 맞아들이기를 아니하는 사람이 없더라. 나는 일찌기 보아왔도다. △ 점강순10) 김 생;(대사 계속) 여러 아이들이 꽃가마요 수놓은 굴레말로 서로 맞고 보내니 아가씨들은 열다섯에 시집가고 도령님네는 열넷에 새서방이 되더라. △ 혼강룡11) 김 생;거기다가 처가에서 위해주고 떠받들어서 신랑의 호사가 정승과 같도다. 보라빛 하늘하늘한 비단관디12)를 걸치고 새하얀 설화말13)을 탔는지라 노란 두리주머니는 수띠에 휘늘어지고 중머리 파란 부채14)는 향기로운 바람을 부쳐내니 원앙새가 짝을 지어 잘새 푸른 물결이 그윽하고 복숭아꽃 일즉 맺어 빨간 속알 요동이라 나같은 사람이야 나이로 말할진댄 그런 새신랑의 곱절이로다. 이런 이야기는 다 남의 집 일이니 내 밸을 타이른들 무슨 소용이 있으리요. 나 같은거야 제 장가들 궁리나 할 판이지. 천번을 생각하고 만번을 궁리한들 무슨 요술을 피워야 새아씨를 하나 데려오게 되리오? 내가 일찌기 들어온 말이 있도다. 옛날에 어떤 로도령 하나가 있었지. 그도 나처럼 궁하고 고달팠는데 미륵15)부처를 섬겼다네. 미륵부처가 그 로도령에게 자비를 베풀어 꿈에 나타나서 물건이 붙게도 하고 물건이 떨어지게도 하는 진언16) 두 글자를 쓴것을 주었다나. 그 로도령이 이 진언을 써서 부자가 되고 이리하여 이웃에 사는 량반집에 장가를 들게 되였더라. 그런데 백성집에서 딸을 시집 보내서 사위를 맞기에 로도령이 그 집 새각씨를 보고 또 진언을 써서 신부를 빼앗아 첩으로 삼았다는것이다. 나 같은것도 그런 진언을 얻는다면 만사를 제쳐놓겠는데 요즈음은 이런 령험한 미륵부처도 없는것일가. 이전에는 로도령의 이런 중매도 많이 섰다고 하던데… 어떤 상사람은 나이가 아주 많아서 중매군을 내세워 통혼17)을 하게 됐다더군. 중매군이 처녀네 집에 가서 《신랑감은 다시 더 말할나위없이 좋수다. 집안은 장량18)이보다 얼싸하고요. 나이는 만 열에 여덟이 흡사하니 정녕 좋은 신랑감이웨다》고 했다나. 그 집 장인될 사람이 이 말을 듣고 대단히 기뻐서 혼인을 딱 정해버렸다. 며칠후에 그 중매군이 다시 와서 하는 말이 《자세히 잘 탐지해보았은즉 신랑감의 나이가 열에 여덟이 아니라 스물에 넷이라 하니 댁에선 나이 많은것을 꺼리지 않소이까?》라는것이였다. 신부집에서야 중매쟁이를 종로거리 종각의 기둥처럼 믿었는데 잔치하러 기러기를 가지고온19) 신랑이 아니 글쎄 여든살 나보이는 상사람이 아니겠나. 장인이 어찌 분하지 않았겠나. 노발대발 독같이 성이 나서 중매쟁이를 보고 해대기를 《너 이 사지를 찢어죽일 새끼야, 란장 맞고 매독으로 뒤여질 년아, 무슨 거짓말로 나를 꾀여 속였느냐》고 욕을 퍼부었다. 그런데 중매쟁이가 깔깔깔 크게 웃고서 《내가 언제 터럭만치나 어긋난 소리를 했으며 반점이라도 틀리게 말했고 털끝만치라도 속였다는거요? 장량이는 집안이 다섯대로 내려오면서 한나라의 재상을 지냈다고 해서 오세상한20)이라지만 내가 지난번에 신랑의 집안이 장량이보다 얼싸하다고 한것은 그의 집안이 다섯대가 아니라 대대로 상한 즉 상사람이라는 말이였소. 나이도 열에 여덟은 열을 여덟곱한것이고 스물에 넷은 스물을 네곱한것이라는 뜻이니 이게 여든이지요? 당신 눈으로 보았지요? 당신이 귀로 들을 땐 귀구멍에다 말뚝을 박았댔소?》라고 했다나. 그래놓으니 장인된 사람이 절통하기는 하지만 혼인을 물릴수 없게 일을 저질러놓은지라 이제 다시 또 어떻게 하리요. 나에게도 이런 중매군이 있어서 나를 극진히 위해준다면 내 터수가 비록 홍문관 교리21)나 한림원 주서22)나 리조좌랑23) 벼슬을 하는 가문에는 미치지 못할망정 어찌 다섯대를 내려오면서 상사람노릇을 하는 상한만이야 못할것이며 나이가 비록 아기신랑은 아니지만 구구팔십일에서 한살이 적은 늙은 상사람에 비교하면사 오히려 생신한 도령님이니 좋은 신랑감이 못된단 말인가. △ 김생이 한탄하여 휘- 소리를 뽑는다. 김 생;그 상사람은 아마 부자인거야. 나 같은것은 돈 한푼 날데 없으니 어느 중매군이 무슨 덕을 볼게 있다고 나를 위하여 힘을 써줄것인가. 끝끝내 이 두억시니가 세금 바칠것을 마련하며 이 도깨비가 나락을 마련하기란 옹기장사 구구로다. 이 일을 장차 어떻게 하리요. 아- △ 금국향24) 김 생;환갑 나이 절반에 머리 허연 첨지가 되도록 나 혼자 좋은 배필 못 만났네. 안해 얻을 신수 어찌 이리 흉하던고 심화로 가슴이 타고 장탄식이 붙는 불에 바람까지 분다. △ 분접아25) 김 생;집안을 두루 둘러보니 찬 이불에 뉘와 함께 잠동무 되며 쇠코잠방이를 누가 기워줄것인가 향방없는 상사병에 증세가 위중하구나. 만약 혼인 맡은 달아래 신선옹26)을 만난다면 그가 가지고 인연을 맺어준다는 붉은색 끈을 끊어치우고 멍이 퍼렇게 들도록 치고말리라. 내사 북한산성의 늙은 수좌중27)이 아니던가. 난 장의동의 지사28)령감첨지가 아닌가. 이게 무슨 놈의 팔자인가. 참고 지내기를 여러해동안 거듭했는데 알수 없어라 이제부터도 또 몇해나 고생살이를 하면서 참고 지내야 바야흐로 서양세계를 볼것인가. △ 김생은 휘- 하고 한탄한다. 김 생;어디에서 살고있는지 알지 못하는 공덕29) 큰 아가씨야! 그대가 나의 배필이 될 사람이라면 무슨 연고로 소식마저 아주 없는고. 이거야 사람이 할수 없는노릇이 아닌가. 아! 시름겨워라. 우를 올려다보고 아래를 굽어보고 사방팔방으로 두루 살펴보아도 어디에 병신 팔삭둥이 녀자가 태여난게 있어서 나같은 가난뱅이의 처가 되겠다고 하겠는가. 아니! 사립문밖에 찾아온 사람이 있나보다. 거 누구요? △ 김생이 사립문으로 나간다. 김 생;아이구 동네 임장30)께서 오셨구려. 무슨 일로 저를 찾아왔습니까? 동네 임장;김도령아, 어서 빨리 임자의 성명과 본관31)이랑 나이서껀 적어주게나. 김 생;왜 그러시오? 동네 임장;관가에서 내려온 공문에 이르기를 로도령에게 있으나마나한 물건짝을 그냥 놓아두어야 쓸데가 없으니 일일이 장부에 올린 다음 베여내서 나같이 소주 좋아하는 동네 임장에게 주어 술안주 회감을 하라고 하였다네. 김 생;롱담은 그만두시고요, 장부에 올리는것은 진짜 무슨 까닭이예요. 동네 임장;한성부에서 내려보낸 공문에 말이네. 서울 오부안의 각 동네 로도령들을 장부에 적어서 상태를 보고한 다음 관가에서 그들의 혼사를 도와주어 불일내로 다 혼인을 하게 하라고 하였다네. 그러니 좋고좋지 않은가. 로도령이 장가갈 세월이 됐으니 나에게 좋은 술 한턱을 내지 않으면 안되네. △ 임장이 이름을 올린 장부를 만들어 가지고 나간다. 김 생;허허 참! 요즈음 꿈자리가 아주 좋고 오늘 식전엔 어디선가 까치가 날아와서 나를 향해 깍깍하면서 우는 소리가 《된다》, 《된다》 하는 뜻이더니 과연 오늘에야 좋은 소식을 들었구나. △ 단정호32) 김 생;관가 분부 들으니 꿈을 꾸는듯 하여라. 오늘 아침엔 무슨 바람이 불었는고. 사주단자33)라도 보낸것 같구나. 봄맞은 이내 마음 설레이누나. 나라에서 그렇게 하라고 하였으면 그렇게 아니 할수 있을라구. 올봄에는 나도 정녕코 장가를 들터이니 알지 못해라. 어떤 아가씨가 나의 자랑거리되여 차례져 올것인가! 나라의 처분을 기다리리라. △ 김생이 퇴장한다.
제 2 절
△ 아전들이 무대에 오른다. 아 전;태평천지요 밝은 세월이라 나라엔 군신간에 친밀한 경사가 나고 집들에는 먹고 땔 근심이 없도다. 소인들은 중부와 남부, 동부, 서부 그리고 북부인 오부34)의 서원35)들이로소이다. 달포전에 한성부가 지시하기를 임금님의 뜻을 삼가 받들고 혼인을 돕기 위해 오부아래 방방곡곡36) 마을마다 로도랑과 로처녀를 한사람도 빠짐없이 찾아내여 장부에 올려 보고하라 하옵시기로 소인들마다 즉시에 각 동으로 흩어져가서 동들에 있는 임장들을 데리고 수소문37)한 후에 존위38)량반이 웃부에 문서로 보고하고 부들에서는 올라온 문서를 바로잡아 장부를 만들어서 덧붙인 보고를 한성부 판윤대감39)에게 올려 거기서 도합한 수자를 계산하여 아무개 부, 아무개 방, 아무개 계40)의 제 몇통 제 몇호에 있는 로도령의 성은 아무개요 이름은 아무개며 나이는 몇살인데 본관은 모향이요 로처녀 모씨에 아버지는 아무개요 나이는 얼마며 본관은 모향이라 해서 이미 몇백 몇십명을 임금에게 올려 아뢰인 후에 나라에서 처분하기를 마땅한 곳을 찾아 혼인할것을 재촉하되 호조에서 신랑에게는 매 사람당 베 몇필과 돈 몇냥씩, 처녀에게는 매 인원마다 베 몇필과 돈 몇냥씩을 주어 혼인부조를 하라 하시니 이는 우리 왕조에서 일찌기 없은 성대한 덕을 베푼 일이옵니다. 근래에 우리 나라에는 성대한 덕을 베푼 일이 헤아릴수 없게 많은데 략략하게 대강이라도 말해보리다. 전번의 참혹했던 흉년때 서울안에 깔려있던 허다한 거지들이 죽을 지경이 된것을 만약 나라에서 백성을 사랑하는 은전으로 신창41)의 곡식을 풀어 구제하지 않았더라면 어찌 한 녀자아이인들 살아날수 있었겠습니까. 이것도 큰 덕을 베푼 일이지요. 지난번 북도에 해마다 연거퍼 참담한 흉년이 들었을 때 만일 나라에서 극력 구제하지 않았더라면 북도 백성들이 살아날 길이 없었을것이였으니 이것 또한 큰 덕을 베푼 일입니다. 지난해에 평안도 백성들이 흉년으로 빈손 털고 온 도가 서울로 밀려올 때 한손으로는 개새끼의 목을 끌고 다른 한편으로는 처자를 이끌고서 쥐가 꼬리를 문것처럼 줄지어서 모화관쪽으로 련달아 흘러오는것을 만일 임금이 종각앞에 전좌42)하여 제때에 량식을 내려보낸 그 정성 아니였다면 어느 녀자아이 하나도 살아서 제 고향으로 돌아갈수 있었겠습니까. 이것도 역시 큰 덕을 베푼 일입니다. 작년 류월에 령이 내린 이후 형조43)와 한성부 그리고 지방팔도에서 귀양간 죄인, 도형과 류형44)당한 죄인, 태형, 장형45), 벌금형을 받은 죄인들을 일제히 백방하였으니 이것 또한 큰 덕을 베푼 일이요 병신, 정유, 무술, 기해, 경자, 신축년을 거처 올해에 이르는 십륙년 사이에 전세와 환자미46) 그리고 공포47)를 탕감48)한것이 몇백만냥이나 되는지 모를만큼 많으니 이 역시 큰 덕을 베푼 일이지요. 이런 일 저런 일 큰 덕을 베푼 일이 이만저만하지 않지마는 이번에 로도령과 로처녀의 혼사를 돕는 일이야말로 큰 덕을 베푼 일들중에서도 더더욱 큰 덕을 베푼 일이로다. 벗님네들 생각해보시라. 인간세상 온갖 리별중에 독수공방49)이 가장 서럽소이다. 때는 바야흐로 화창한 봄이라 초목마다 새잎 나고 꽃들이 만발한데 나비는 너울너울 꾀꼬리는 꾀꼴꾀꼴 하는 이 시절에 흥작흥작 하는 심사 부칠 곳 바이 없고 비통함을 주체할수 없는지라 쳐다보고 긴 한숨 내려다보고 긴 한숨 나직이 한숨 쉬다가 긴 한숨도 뽑아서 보는 사람들의 간장을 녹게 만드니 이는 곧 봄기운에 아주 상한 큰 탈이 되였더라. 그러던것이 나라의 덕분으로 로도령은 장가가고 로처녀는 시집가 서울의 큰길우에 신랑행차가 개떼처럼 어지러이 달리는구나. 이 어찌 큰 덕 베푼 일중에서도 으뜸가는 큰 덕 베푼 일이 아니리요. △ 금상화50) △ 아전들 노래한다. 그대는 말하지 마소 부부인연은 하늘이 준것이라 손길 들어 가리키나니 하늘밖에 또 하늘 있어 임금이 바로 그로다 부부의 짝을 무음이 어찌 사람의 힘으로 되리오 혼인을 맺음이 어찌 물흐르듯 쉬우랴 오늘에 시집가고 장가들기는 백성을 자식처럼 사랑하는 나라의 덕분이로다 만약 나라의 처분 아니였던들 그대들 신선과 동갑나이 되여 당백사51)처럼 하얀 머리 다되도록 장가맛을 보기 참으로 어려웠으리 작은 아전;임금의 덕도 덕이지마는 무릇 이 세상에서 혼인을 하등의 하등으로 치른다 해도 돈 백냥나마 잡아먹은들 모자라겠는데 이네들이 호조에서 주는 베 몇필, 돈 몇냥만 가지고야 혼인을 어찌 치르어내겠는가. 아마 볼꼴 없게 됐을거야. 큰 아전;알지도 못하면서 아는것처럼 지껄이는 소리 듣기도 싫다. △ 후 큰 아전;례장함 하나에 세폭짜리 무명 홑이불이로다. 각씨의 붉은 례복치마는 이웃에서 빌리고 기럭아비52)의 람색 례복웃도리는 저자의 가게방에서 세내여 어설프고 총총하게 간략한 례식을 지낼판이지. 비록 헐벗은 두 몸뚱이가 맨땅바닥에 네번씩 절하여도 명색이 혼인이라 한다면 이것이 곧 인간호사이니 그 재미가 어찌 너희의 삼천냥짜리 혼인만 못하다고 하겠는가. 그따위 소리는 걷어치워. 좋던지 궂던지간에 이는 그들 매 사람에게 좋은 일이요. 우리가 웃량반들 시키는대로 받들어 집행하는것과는 아무 상관없는 호사로다. 우리네 직분으로 해야 될 일은 이 서류에서 도령과 처녀가 다 혼인을 했는지 조사하는것이야. 자, 그 문서책을 가져오라구. 나하고 같이 따져보세나. 머리빡에 검은 점을 친것은 혼인했다는 표시구 점을 안 친건 아직 처녀총각으로 떨어져있다는걸세. 여태까지 점치지 않은것이 몇이나 되느냐? △ 작은 아전이 문서책을 훑는다. 작은 아전;모방 모계의 로도령 아무개는 아무달 아무날 아무곳으로 장가갔고 모방 모계의 로처녀 모씨는 아무 달 아무날 모처로 시집가서 거의다 명단에서 메워졌구나. 에게게, 한사람이 남았네. 큰 아전;잘 보라구. 누가 상기도 혼인하지 못하고있노. 작은 아전;남대문밖 리문동에 살고있는 김희집, 나이는 스무여덟, 이 사람이 어디 갔댔길래 아직도 장가들지 못했을가. 우환거리로다 우환거리. 큰 아전;이 사람이 그 많이 뽑는 만과초시에도 락방할 작자53)이군. 경술년 대풍에도 거지노릇할 팔자로세. △ 원앙살54) 큰 아전;지금 포도청의 사내종들인 고도리도 다 새 아기씨를 얻고 가시나들이 모두 아가씨가 되여 다들 신선이나 된것처럼 하늘로 둥둥 올라가는판에 집채도 올라가고 닭새끼도 올라가고 삽살개도 가버려서 온 집안에 신선따라 올라가지 않은것이 없는데 늙은 쥐만 외롭게 땅바닥에 떨어졌으니 가련한 팔자로다. 그대 이름이 비록 희집, 기쁨이 모였다는 뜻이지만 그런게 아니고 애당초 기쁨을 모으지 못했다는 뜻을 가진 미희집일세그려. 아, 생각나네. 이 사람말일세. 달포전에 경기도 광주에 좋은 혼처가 났다길래 판윤대감이 경기감영55)에 통보까지 해서 말이야 일이 거의 엉켜붙게 됐드랬어. 그런데 아니될 팔자는 동지팥죽도 쉬고 동대문을 나서자 닭알에도 뼈가 생기더라고 중간에서 훼방노는 말이 바람을 맞게 할줄이야 누가 알았으리오. 광주집 량반이 갑자기 배를 내밀고 퉁겼으니 감영사또인들 별도리가 있을라구. 이 사람이 분명 그 도령이로다. 작은 아전;나는 한평생 그 혼인에 쐐기치는 말을 하고다니는것을 절통하게 여기오. 그따위 리간시키는 말썽군이야 혼인할 집에 방해놀러 가다가 중도에서 큰물에 호물삭 빠져서 죽을 지경이나 되라지. △ 작은 아전이 허허 하고 탄식한다. 작은 아전;불쌍하다. 아무개 그 사람의 혼인이 이제야 이루어지게 되겠구나. 이게 얼마나 가슴쓰린 일인가. 큰 아전;딴소리는 그만두고 다시 자세히 훑어보세나. △ 작은 아전이 문서책장을 번진다. 작은 아전;아야, 또 한사람이 있구나. 큰 아전;그게 누군가. 작은 아전;새문밖 평동오막살이에서 살고있는 처녀 신씨요. 나이는 스물넷이고 아버지는 유학56) 신덕빈이요. 이 처녀에게 아직 흑점이 찍히지 않았소. 큰 아전;그래 그래. 이 오막살이는 평위동 제일 작은 골목에서 소소하게 음식과 찬거리를 파는 구멍가게요. 처녀는 일각중문57)에 삼간초옥인 이 집에서 살고있다네. 가련한지고 가난이여.
△ 후 큰 아전;겨울달이 아무리 밝다고 한들 눈속에서 차거운 그 달 사람들은 싫어하고 가을꽃이 아무리 아릿다운들 봄이 가고 핀 꽃을 그 누가 곱다 하랴. 한떨기 꽃향기 수심겨워서 사람들을 죽일듯 애타게 함을 묻지 않아도 알리로다. 누에사 늙으면 고치를 틀고 꽃이야 늙어지면 열매를 맺거니와 처녀가 늙으면 무엇을 하랴. 세상에 아주 난감한 일이 세가지 있소다. 형세없이 가난한 무반의 초입사58)와 도량없고 재주없는 선비의 성시초시59)뽑는 시험이요, 가난한 처녀 혼인하는것인데 이 세가지중에서도 가난한 처녀의 혼인이 더욱 어렵지요. 이전에 한 로처녀가 있었다오. 점점 혼사가 긴박해지다가 천만요행으로 혼처가 생겼지요. 신랑집에서 사주단자가 오고 이쪽에서 날받은 단자가 가서 혼인날자가 눈앞에 다가오게 되였습니다. 처녀는 기쁨을 이길수 없었으나 체면이 있는지라 꼭 참으면서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않고 지냈습니다. 하지만 더는 참을길이 없게 되자 뒤간으로 내달아가서 개를 불렀답니다. 처녀는 가만가만 말했습지요. 《개야, 나는 래일모레 시집 간다.》 개가 어찌 그 말을 알아들을수 있겠나요. 거저 하품을 한번 크게 할뿐이였습니다. 처녀가 안타까와서 또 말했습니다. 《개야, 내가 만약 너에게 거짓말을 한다면 난 네 딸년이 될게다.》라고 말입니다. 사람의 심정이 눈앞에 잔치날이 박두했을 때 어찌 지극히 즐거워지지 않겠습니까. 신씨처녀도 언제면 래일모레 시집갈 이 처녀처럼 되겠는지. 여태 혼인 못한 이 신랑들과 처녀들을 오부에선들 어쩔 도리가 있으리요. 제가끔 운이 트이기만 한다면사 혼인할 곳이 절로 생겨 잔치를 하게 되리라. 그러니 우리는 잠시 두고보리라. △ 아전들이 모두 퇴장한다.
제 3 절
△ 서리들이 무대에 올라온다. 서 리;열흘동안 여울목이 막혀 앉아있다가 하루에 풀리여 열여울을 지나도다. 소인들은 호조서리와 선혜청서리로소이다. 나라에서 분부하기를 로도령 김희집과 로처녀 신씨가 끝내 합당한 배필이 없어 지금까지 그냥 있다고 하는데 허다한 로신랑, 로처녀들가운데서 오직 이 두사람만 기은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노라. 나라에서 이네들 두사람에게 은혜를 편벽되히 후하게 주지 않아서가 아니라 이 또한 그들 둘의 팔자탓이도다. 신처녀와 김신랑을 나라처분으로 부부를 삼되 빨리 잔치를 할것이고 혼사에 드는 모든것은 선혜청60)과 호조61)에서 특별히 전례를 벗어나 잘 마련해서 대여주되 전적으로 선혜청 당상62)과 호조판서63)는 친자녀들의 혼인식과 꼭같이 맡아서 착실히 거행하라. 하신 일로 호조당상인 무침교다리 조판서대감은 신랑측 혼사를 맡으시고 선혜청 당상인 큰 절골 리판서대감은 신부쪽 혼사를 맡으시와 신랑신부의 친아버지가 된것처럼 하였으니 두 대감이 혼서64)와 답혼서를 사륙병려문65)체로 지으셨으며 신랑 사주단자가 오가고 혼인날받이가 끝났으니 잔치날자는 이달 열이틀이였다. 날자가 박두하니 두 댁에서 혼수66)마련을 성화같이 다그쳐 조금도 빠짐이 없게 되였다. △ 요해아67) 서 리;몇번이나 기쁜 눈물 신부의 눈에 고였던가 총각의 옷섶 또한 흠뻑 젖었으리라 하늘같은 높은 덕과 바다같은 깊은 은혜로 이 좋은 혼인날을 정했으니 전날에는 옷없고 먹을것 없던 가난뱅이가 후날에 와선 신랑신부 호사로운 사람이 되였도다 원부모님들은 머리밑을 긁지 마시라. 선혜청의 무명과 탁지부68) 엽전으로 돈이 몇냥이나 들고 천이 몇필이나 드는가는 따지지 말고 혼사물품을 남처럼 가장 좋은것으로 갖추라 하시니 이야말로 나라에서 베푸는 큰 덕이로다. 두분 대감이 왕명을 그대로 받들어 실행하는 일처리의 본의를 저희들이 감히 털끝만치라도 어기리이까. 우선 혼인행사 차비나 점검해보세. 신랑이 탈 말이라. 배꽃같은 백설마69)에 청청다래와 은입사 당안장은 별초70) 김모가 지난번 새로 바친것이니 신랑말로 맨 먼저 뽑았고 무늬있는 청사등롱 각 두쌍은 훈련도감71)에서 가져오고 백목 대차일 각 한 뜸은 하나를 어영청72)에서 빌려오고, 또 하나를 금위영73)에서 빌려냈고, 여덟장을 한데 붙인 백문 돗자리 각 한 뜸과 푸른 선을 테두리한 행보석74)은 장흥고75)요 모란병풍은 제용감76), 상건77)도 제용감이요 놋쇠 대촉대 둘은 공조78)요 고족상79)은 선공감80)이요 향고지81)는 사복시82)고 향좌83)는 상의원84), 산 기러기는 경기감영이요, 부용향85)은 내국86)이라 청원향87)과 목홍촉88)과 심홍촉89)과 홍라조90), 만화방석91)과 전안석에 교배석은 각 아문92)과 호조, 선혜청에서 빌려서 내려보낼것이요, 룡두새김 함지게와 옥동자93)는 황물전94)이요 기럭아비가 쓸 주사립95)에 패영96)과 수혜자97)는 군문98)에서 빌려쓰고 다만 신부가 탈 금정교자는 관가에서 빌릴 물건이 못되니 로경다리 박생원이 가지고있는것을 세낸것이로다. △ 오살99) 서 리;배안할 때 미끄러지기 쉽고 말 탈 때 떨어지기 쉬우니라. 홍촉밑에서는 삼가고 다시 조심할지어다. 살아 처음 겪어보는 공작병풍 두른 밤이요 분에 넘치는 부용장막속에서의 첫사랑이라 보고 또 뜯어보아도 끝내 알기 어렵도다. 신부야, 그대 정녕 선녀이냐 귀신이냐? 이 일이 꿈이런가 생시런가. 아차차, 시배100)에 대해 깜박 잊을번 하였구나. 호조와 선혜청과 한성부의 오부에 매인 서리101), 서원, 사령, 통대방이 시배차로 일제히 따라가리라. 이번엔 신랑이 입는 복색을 점검해보리라. 초립102)은 나이 어리지 않으니 가늘디가는 량태칠립103)으로 바꾸기로 하고 은색 모시청도포에 백모시 중치막104)과 백모시 소창의105)에 생면주 한삼106)이며 한포단107) 초록요대108)와 두록대단 두리줌치에 주황당사 나비모양 류소매듭109)이며 백모시 겹바지에 속에 입는 가는 베 홑바지, 가는 백목 새 버선에 백모시 통행전과 초록당사 세조띠며 외올뜨기 망건에 적대모관자110)와 자지당팔사 당줄이며 청서피 륙분111)에 록피무문 당혜를 그쯔하게 다 준비하였으니 무슨 서피바지를 구해바칠 념려가 있으리요. 겹사뿔 오사모112)며 겹깃 자지색사 관대와 일품관의 서각띠에 흑록피 좋은 목화신, 관대 내공에 자지 겹창의며 세층중머리청선113)이니 극진하고 극진하오이다. △ 사살 서 리;가난하면 옷차림도 절로 초라하고 사람이 때벗이 하면 옷 또한 새롭구나. 원래 풍신이 준수한 사람인지라 도포를 입으니 모양이 단정 신묘한 선비요, 관대를 걸치니 복색도 휘황하여 네가 바로 중신114)일다 한입으로 이루 다 말하기 어려우니 장인장모 얼싸 좋아 입이 함박만큼 벌어져서 머리쓰개도 꺼꾸로 하겠는걸. 신랑옷은 이만해두고 이번에는 신부 입을 일습115)을 점검해보자. 흰 모시 깨끼적삼이며 견광주 쌍침요대116), 흰모시 네폭 속저고리에 세세북포 붕어속바지며 진홍추사 겹치마와 엷고 엷은 남방사 홑치마에 청모시 허드레치마며 웃도리 삼작은 초록색, 송화색, 보라색인데 갑사, 숙초, 광월사 등물이니 자지색 삼회장117)이요. 오합무지기118), 삼합무지기며 세백목 버선이며 선질홍안비단당혜119)며 낭자머리120)감으로 륙진다래와 족두리, 은죽절 비녀니 속담에 살아 한번 호사요. 죽어 한번 호사라 하더니 난생처음 호사로다. 어여머리121)와 거두머리, 홍장삼과 금선수, 봉슬안치마와 진주부채는 다 수모122)의 세 낸 물건이더라. △ 삼살 서 리;날새에 깃이 없으면 문채가 나지 않고 신부에 복식 없으면 치장이 안되니라. 나중으로 수놓은 비단휘장과 꽃분이 있어야지. 알겠구나. 가난한 오막살이 삼간집에 붉은 비단 아홉폭 치마가 처음이로다. 마을 할멈네들 오시여도 더 묻지는 마소. 비상한 팔자요. 무한한 나라님 은혜로소이다. 신랑 전안때와 신부 신행123)때 합쳐 쓴 하님124)이 몇쌍이나 되던가 나조차비125) 한쌍이요. 향동자차비 한쌍이고 부용향차비 한쌍에 홍촉차비 한쌍인데 납채126)때 쓴것을 전안때에 다시 쓴다. 신부례때 향하님 한쌍은 남치마에 자지저고리요. 경대하님과 식혜하님이 한짝이 되였으니 다 아해하님인데 삼회장 두록저고리에 홍치마요. 함하님 한쌍은 옥색 회장저고리에 남치마요. 페백하님 한쌍과 몸하님 한쌍은 다같이 초록색 회장저고리에 남치마이고 아해하님 한쌍은 칠보족두리와 초록당저고리에 홍치마요. 도투락댕기 하고 유모와 수모 그리고 방지기127) 등이 입는 장옷과 타는 안장말들은 미리 대령하였구나. 그럼 또 신방에 든것을 점검해보자. 채색한 화조머리병풍에 화문석 등메128)며 방사주초 이불, 수화주 진홍령자129)와 토면주 자지천의130)며 다홍판 꽃보료와 둥근 베개모에 쌍학을 수놓은것은 신랑 베개요. 네모진 베개모에 아홉 봉황새 수놓은것은 신부 베개이더라. 남녀 요강과 남녀 빗고지며 광세포 다섯자짜리 수건감, 비누통과 양치목이며 흑칠에 금분뿌린 혼서함131)이며 금전지132)와 모단보와 분홍면주보로 내외보며 일문보와 자지보 그리고 노란 색칠을 한 농과 책상이며 왜주홍 삼층경대에 룡을 그린 왜화기를 경대에 부쳐두고 악사라 금갑거울133)이며 놋대야, 놋반상이니 신방에 있을것도 이만하면 적지 않더라. △ 이살 서 리;베개 베니 대뜸 내 정수리를 의심하고 이불 덮으니 오히려 베바지 입던 자기가 맞는가 의심되고 밥을 먹노라면 또 내가 굶주리던 일이 의심된다. 모란병풍은 오늘에야 처음 보는것이 어찌 아니며 금갑거울은 과시 평생 들어보지도 못한것이로다. 그대여 알라. 이것이 요지경세계134)이며 혹은 그림속의 신선인줄을. 모든 일차비가 다되였으니 잔치할 일을 소홀히 못하리라. 봉상시의 숙수 몇명을 성화같이 불러와서 준비시키리라. 증편과 인절미, 골무떡, 백설기, 송편, 란면, 산면, 유밀과 홍산자, 중백계, 다식, 량색 잇물에 각색 강정이며 어만두, 어채와 개장, 연계찜, 어회, 육회, 양지머리 수육이요 전육화, 화약누루미, 저육, 백육과 잡탕, 탕평채, 화채에 사과, 능금, 류행, 자도, 생리, 황률, 대조, 참외, 수박이니 이것들을 모조리 숙수에게 도맡겨서 상을 차리게 하리라. 아차, 수파련135)을 안 꽂을수 없지. 이쪽 사도반상 에 두꺼비 상도 같게 하리로다. △ 우136) 서 리;평생 음식이라고는 죽과 누룽지물만 알았더니 이거야말로 보기만 하여도 배가 부르겠구나. 반되박 황률은 신랑의 소매에 넣어주고 석잔 홍사137)는 수모의 술단지에 있도다. 한꺼번에 밥을 많이 자시지 마소. 이런 큰상을 생전에 다시 받기 어려우리라. 이제는 집짓는데 재목과 석재를 다 갖추었으니 빠진것은 거저 상량문138)뿐이라는 말이 있다더니 우리도 부족한것은 아직 날자가 안 찼으니 혼수를 차려놓고 기다리는것이로다. 속담에 이르기를 처녀 늙으면 복찌꺼기라 하더니 과시 그렇구나. 이 처녀가 그전날에 조혼을 하였다면 이런 호사가 차례졌겠나? 이게 다 타고난 팔자에 늦게 시집 가는것이 합쳐져서 받는 복이요. 그리고 또 나라에서 베푸는 큰 덕이 고금무비한탓이니다. 미천한 사내, 미천한 아낙네가 이런 특이한 운수를 만났으니 장하고도 장하도다. △ 수미139) 서 리;간밤에 봄비 오니 백화가 다 피여라 비물은 인간세상 흐뭇이 추겨주어 강물과 못마다 가득히 물이 찼네 군은이 크던가 작던가 헤아려 볼작시면 동해도 술잔만 한 논배미와 같도다
제 4 절
△ 세사람(대, 이, 삼)이 아이를 데리고 무대로 나온다. 셋 ;삼년 가물에 단비를 만나고 천리타향에서 고향사람을 만났도다 첫날밤 신방은 달없는 밤이요 급제한 소년 이름높이 나붙은 때라 이 시는 옛날 사람이 읊은 《사희시》(네가지 기쁨시)웨다. 이 네가지는 다 인생의 마음이 흐뭇한 때이지만 그가운데서도 신방의 첫날밤이 가장 재미있지요. 더구나 로도령이 든 신방이야말로 인간천하의 극락세계로다. 요즈음 들리는 말에 김도령이 나라의 처분으로 장가를 들었다 하니 우리가 그와 서로 친한 사이요. 이 혼인은 다른 혼인과 특별히 다를뿐더러 또한 사백년동안 내려오는 옛 풍속도 있고 하니 불가불 한번 찾아가서 축하도 하고 신랑을 달구어야 하겠다. △ 그들은 신랑네 집으로 온다. 셋 ;김도령- 아차, 김서방 집에 있는가? △ 김희집이 나온다. 량쪽이 서로 축하를 주고받는다. 대 ;임자 일이야말로 신기하고 특이하기 짝이 없는 일이로세. 김 ;이게 다 나라의 은덕이니 고마움에 몸둘바를 모르겠소. 대 ;큰 은덕을 베풀어주셨구만. 옛시에 《복숭아 아름다워라 그 꽃이 만발했도다 그대 시집을 가니 가정이 화목하리라》고 하였으니 그대들의 혼인이야말로 오늘에 큰 덕이 베풀어진 일이로다. 이 ;《머리 땋은 총각 갑자기 관을 썼네》라고 하였는데 오늘의 그대 모양 미꾸라지 룡된 폭이로다. 삼 ;우리가 오늘 태수140)를 뵈옵고 겸하여 환자(보리)를 탔으니 그대는 사백년 고래의 풍속을 알겠느냐? △ 김희집이 웃는다. 대 ;우리 세사람 가운데서 내가 당상141)이노라. 내가 조목을 따져가면서 문초를 하겠으니 너는 묻는대로 똑바로 실토할지어다. 집장사령이 누구뇨 법대로 하라. △ 이가 큰소리로 《예-잇-》 하고 김생의 허리띠를 빼앗아 올가미를 만들어 김생앞에 놓는다. 이 ;어느쪽 발이 너의 미운 발이냐. 속히 미운 발을 이 올가미에 넣어라. △ 김생이 부득이 한쪽 발을 넣는다. 이가 끈에 묶인 발을 들어 발바닥이 우로 향하도록 어깨에 메고 등을 돌려선다. 삼 ;아이야- 다듬이방망이를 가져오너라. △ 아이가 방망이를 가져다준다. 삼이 방망이로 엄포를 놓으면서 김의 발바닥을 가벼이 친다. 삼 ;이것이 장마통의 족쇠로다. 떨어진다- 김 ;아야- 아야-(흥감을 떨며) 내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이런 중한 매를 치오. △ 대가 웃는다. 대 ;네 죄를 네가 정녕 모르느냐? 남들은 다 서있는데 너만 혼자 엎드려서 발을 하늘로 향하고 지냈으니 이것이 죄가 아니냐? 네가 장가가던 전날 신부집에 무엇부터 보냈느냐? 김 ;혼서 쓴 종이와 채단을 보낸것뿐이요. 대 ;그다음은 무엇을 보냈느냐? 김 ;함을 보냈소. 대 ;그 함을 저자에서 사왔느냐 제 집에서 만들었느냐 그리고 어떻게 보냈느냐? 김 ;호조에서 보낸것이요. 기럭아비가 지고 갔소. 대 ;호조에서 마련해보낸것이라면 특별히 잘 만들었겠구나. 로도령의 함이니 무거웠을텐데 지고 간 기럭아비가 땀깨나 흘렸겠다. 그리고 네가 장가갈 때 길가에 구경군들이 있었느냐 없었느냐. 무어라 하더냐? 김 ;남녀로소 많은 사람이 구경했소. 하지만 말하는것은 듣지 못했소. 대 ;간악하도다 간악해. 매우 쳐라! △ 삼이 매를 친다. 김 ;아야- 바로 대겠소. 큰길에서 아이들이 뒤따라 오면서 목소리를 합쳐 욕했소. 《새서방아, 새 아가씨를 얻거든 어제 준 빈자떡 값을 물어달라.》 하고 말이요. 또한 여러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면서 희롱하기를 《아이 부끄럽겠네, 부끄러워. 이 신랑 수염이 저래가지고도 흡사 열댓살 나는것처럼 차리고있으니 우습다 우스워.》라고 하였소. 이밖엔 정말 들은것 없소. △ 대가 웃는다. 대 ;네가 말 타고 처가집에 갔을 때 말대가리142)가 먼저 들어갔느냐 네 머리가 먼저 들어갔느냐? 김 ;말대가리가 먼저 들어갔소. △ 모두가 와-하하 하고 웃는다. 대 ;네가 말에서 내린 뒤로 합궁143)할 때까지 이야기를 죄다 자세히 하여라. 김 ;아이구 내 죽겠네 죽겠어. 제발 그만 하소. 제발 덕분에 그만두어주소. 대 ;네 몸 전체가 나라 덕분이거늘 무슨 렴치로 이 사람들에게 덕분 비락질을 하느냐. 매우 쳐라! △ 삼이 매를 친다. 김 ;아야- 아야- 내가 말 타고 처가집에 가서 전안하고 조금 물리여 두번 절했소. △ 소량주144) △ 김생이 노래한다. 김 생;(노래) 차일 치고 병풍 두른 전안청에서 신부가 허리굽혀 절을 하거늘 나는 재배하여 정성 다하고 머리 숙여 나라님께 인사드렸소 동뢰연145) 잔치에 들어갔을 땐 수모가 신부 도와 두번 절했소 △ 후 김 생;내 오늘에야 그대 모습 자세히 증험하여 알아보련다. 정겹고 정겨운 사랑 누를길 없어 눈길 돌려 바라보니 너무도 황홀하다. 나의 넋 진정할줄 몰라라. 내 이런 행복 누리려고 여태껏 바라고 기다렸던가. 수모가 문득 나보고 신부에게 대답절 하라누나. 안되지 안돼. 나는 서울 사는 신랑, 신부는 네번 절하는줄 알거니 두번 하고 넘기려나 슬쩍 업어넘기지 마오. 그제사 신부가 절을 두번 더하네. 그러면 그럴테지. 내 비로소 두번 절하여 답례한 후 신랑 신부 량켠으로 마주보게 무릎꿇고 앉았더니 수모가 홍실 풀고 합환주 석잔을 마시라고 권하더라. △ 작답지146) 김 생;수모는 권하면서 좋은 말을 하더라. 《첫잔을 드소서, 장수하실 술이요. 이 두번째 잔을 내면 벼슬이 공경대부147)되리다. 자- 이 세번째 드리는 잔을 나누시면 아들 셋을 보게 되오.》 수모여, 만일 그대가 한 이 말 허탄하고 망녕됨이 없다면 내 이 잔을 연거퍼 마시련다. 깨지 않고 오래 오래 취해있으련다. 그런 다음 신방에 와서 상회례148)를 거행했소. 신부는 또 당일신부례149)를 마치였소. 나는 저녁밥을 잘 먹고 잠을 푹 잤소. 제발 빌 빌 비오니 이 다리 좀 푸 푸 풀어주시오. 대 ;네가 첫날밤 합궁한 절차를 언감생심150) 슬쩍 얼버무려 넘길수 있을손가, 속속히 그리고 세세히 아뢰여라. 김 ;그러겠소, 내가 저녁을 먹은 다음 신방으로 들었더니 홍촉은 휘황하고 비단이불은 찬란하고 향 피운 가는 연기 그윽한 가운데 어느덧 신부도 왔소. △ 조소령151) 김 생;아름다운 꽃가지 바람에 한들거림인가 구름 걷은 하늘에 밝은 달이 솟았는가. 하늘의 선녀가 경대를 마주했나 관음보살152)님 신령이 현신153)했나 내가 머리 들고 세세히 살펴보니 그 얼굴 낯설지 않네. 워낙 갑자기 내 신부를 이렇게 맞은탓이로다. 신부의 붉은 치마를 풀어주었소. 그의 록색저고리 벗겨주었소. 은비녀를 뽑아주고서 알몸들로 아주 잘 잤소. 그건 하하하… 대 ;로도령이 치른 그 행사 더 묻지 않아도 알만 하다. 그리고 네 혼인 남다르게 나라에서 베풀어준 혼인이라 그런즉 다른 범상한 처녀도적과는 심히 분간할바 있으므로 이만하고 용서하노라. 하지만 듣자니 네가 이제는 재물많고 쌀도 많아 전날 고양이죽도 없던 생활과는 하늘땅 차이라 한즉 네 속히 술과 안주를 차려서 내오도록 하라. △ 삼이 묶었던 띠를 풀고 신랑의 발을 내려놓는다. 김생이 일어나 앉는다. 김 ;애-애 곤욕을 보았군. 곤욕을 치르었어. 얘- 아이야, 너 술막154)에 가서 소주 몇잔과 좋은 안주를 사오너라. 아 이;술막에 가서 소주 몇잔과 좋은 안주를 사가지고 오리다. △ 아이가 술과 안주를 가져다 내놓는다. 대가 술과 밥을 든다. 이가 밥을 먹고 삼이 밥 먹는다. 여러 사람들이 취하여 일어나 춤을 춘다. 김이 노래를 부른다. △ 천하약155) 김 ;(노래) 오늘 이 소신156)이 술잔을 들고 성심으로 우리 님을 축원하노니 우리 님의 은혜 죽은들 잊으리까 망망한 푸른 바다 깊고 깊듯이 높고높은 하늘의 해 영원하듯이 내 나라 성인이시여 만수무강하소서 얼시구나 좋을시고 △ 태평령157) 김 ;(노래 계속) 원자궁158) 작은 나라님159)도 임금과 일반이라 하늘이 무궁한 복을 내리샤 수복강녕160)을 누리게 하옵소서 네사람 소리 모아 노래드리니 별은 빛나고 바다는 넘실거리네 작은 나라님 천세161)하시라 축원드리니 해가 솟는다 달도 영원하여라 앞날에도 만년태평하리니 봄날의 경치처럼 백성들 즐기리라 절시구나 좋을 좋을시구나 지화자 절시고 정절시구 어와 우리 님의 은덕이여 이내 팔자 좋을시구 좋을 좋을시구나 △ 일동이 무대를 돌면서 뛰여내려간다. (시랑송) 일 ;금물 올린 족첩162)에 수놓은 원앙새 쌍쌍 백마에 얹은 금안장 리문동에 빛나도다 나라에서 내리셨네 비단 삼백자 비단필 오리오리 나라 은혜 맺혔도다 이 ;봄바람도 불지 않던 가난뱅이집 늙어가는 아가위나무에 앉아 꾀꼴새 적막하게 울어예더니 하루밤 찾아온 봄의 님이여 은혜로운 단비를 뿌려주시니 두가지에 푸릇푸릇 물이 올라서 늦게야 복숭아꽃 곱게 피였네 -끝-
〔주 해〕
1) 동상기(東廂記);동상은 남의 새 사위를 이르는 말이고 혼인뒤에 신랑이 신부집에서 마을사람이나 친구들에게 음식대접을 하는 연회를 동상례라고 한다. 결국 《동상기》란 신랑 신부가 결혼한 이야기를 적은 작품이라는 뜻이다. 《동상기》는 리덕무가 신해년(1791) 여름 장마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3일동안에 쓴 극작품이다. 리덕무는 자(딴이름)를 무관(懋官), 호를 아정(雅亭)이라고 하였다. 서자인 그는 재능있고 명성이 자자해서 정조왕이 규장각을 꾸리면서 류득공, 박제가 등 서자출신 학자들과 함께 리덕무를 검서관으로 임명하였다. 하지만 그의 벼슬살이길은 고작해서 적성현감정도로 끝나고말았다. 리덕무는 서울에 사는 로총각과 로처녀가 왕의 지시에 의하여 결혼한데 대한 이야기를 가지고 작품을 쓰라는 통치배들의 강요에 못이겨 《김신부부전》을 쓴 후 시민들이 같은 소재에 대하여 하는 평가에 기초해서 이 《동상기》를 새로 만들었다. 《동상기》는 문체에서 극문학형식에 따르는 문체와 용어들을 활용하고있다. 2) 절(折);연극에서 장과 같은 뜻. 3) 수재(秀才);결혼하지 않은 남자를 존중하여 이르는 말. 4) 안빈락도(安貧樂道);가난하여도 축잡히지 않고 마음 편안하며 도를 지켜 즐겁게 지냄. 5) 돌구멍밑바닥;큰 도시의 성밑. 6) 룡천(龍泉);룡천저(龍泉疽), 사람의 몸에 나는 못된 종기병의 하나. 7) 상화시(賞花時);극의 한 장면을 표시하는 말.(이하 같음) 그러면서 장면의 내용, 시기, 사건 등을 암시함. 여기서는 꽃구경하는 봄시절이라는 뜻. 8) 후(後);장면표시.(뒤에라는 뜻) 9) 삼신제석(三神帝釋);매개 가정에 아이가 태여나는것을 맡은 신령, 점지는 점찍어 지시한다는 뜻. 10) 점강순(點絳脣);대사의 음악적조 또는 음악조의 하나. 11) 혼강룡(混江龍);대사의 조의 한가지. 12) 관디(章服);벼슬아치가 입는 정복. 13) 설화말(雪花馬悤);흰 말의 일종. 14) 중머리부채(僧頭扇);꼭지가 둥근 부채. 15) 미륵(彌勒);미륵보살, 석가모니 다음가는 부처. 16) 진언(眞言);불경속에 있는 주문. 17) 통혼(通婚);혼인하자는 의사를 표시하는것. 18) 장량(張良);옛 중국 한(漢)나라때 사람, 자는 자방.(子房) 19) 기러기 가지고 오다(奠雁);결혼식때 신랑이 신부집에 기러기를 가지고가서 상우에 놓고 절하는것. 20) 오세상한(五世相韓);5대에 걸쳐 한(韓)나라 대신을 지냄. 여기서는 중매군이 이 《상한》과 음이 같은 상한(상사람)이라는 말과 뒤바꾸어 써서 신부쪽을 속인다. 21) 홍문교리(弘文校理);왕실도서관격인 홍문관의 벼슬아치의 하나. 22) 한림원 주서;분향한림(焚香翰林), 예문관의 정9품관. 23) 리조좌랑(吏曹佐郎);리조의 정6품관. 24) 금국향(金菊香);장면표시어, 황국의 향기라는 뜻. 25) 분접아(粉蝶兒);장면표시어, 흰나비라는 뜻. 26) 달아래 신선옹(月下仙翁);혼인을 맺어준다는 신선로인. 전설에 그는 달빛아래서 끈매듭을 지으면서 인연을 맺어준다고 한다. 27) 수좌중(首座憎);우두머리 늙은 중. 28) 지사(知事);의금부, 경연중추부, 성균관 등의 정2 품관. 29) 공덕(功德);좋은 일하여 쌓은 공적과 도를 닦은 덕. 30) 임장(任掌);동네의 일을 맡아보는 사람. 31) 본관(本貫);시조가 태여난 고장, 관향. 32) 단정호(端正好);장면표시어, 단정해서 좋다는 뜻. 33) 사주단자(四柱單子);혼인을 정하고 신랑의 생년, 월, 일, 시 네가지를 적어 신부집에 보내는 글. 34) 오부(五部);당시 한성부(한성의 행정기관)아래에 다섯개의 부(구역과 같음)가 있었다. 35) 서원(書員);잡무를 맡은 관아의 아전의 하나. 36) 방방곡곡(坊坊曲曲);마을과 골짜기, 크고작은 마을. 37) 수소문(搜所聞);소문을 더듬어서 찾거나 알아봄. 38) 존위(尊位);동리나 이웃의 웃어른 또는 그 자리. 39) 판윤대감(判尹大監);한성부 장관. 40) 계(契);서로 돕기 위해 무은 민간조직체. 41) 신창(新倉);새 창고. 42) 전좌(殿座);임금이 문제를 처리하러 나와앉음. 43) 형조(刑曹);법률, 형벌, 소송 등을 맡은 중앙행정관청. 44) 도형, 류형(徒刑, 流刑);도형은 일정한 동안 자유를 구속하고 로동시키는 형, 류형은 귀양보내는 형벌. 45) 태형, 장형(笞刑, 杖刑);태형은 태장으로 볼기 치는 형, 장형은 형장으로 볼기 60∼100대 치는 형. 46) 환자미(還子米);백성에게 관가에서 곡식을 꾸어주고 가을에 리자를 붙여 받아들이는것 또는 그런 곡식. 47) 공포(貢布);공물로 바치는 베나 무명, 공물은 봉건통치배들이 인민들로부터 현물로 수탈하는 지방특산물. 48) 탕감(蕩減);물어야 할것을 전부 면제하는것. 49) 독수공방(獨宿空房);녀인이 외롭게 님없는 빈방을 지키고있다는 뜻. 50) 금상화(錦上花);장면표시어, 비단우에 수까지 놓은 꽃이라는 뜻. 51) 당백사(唐白糸);수입해온 흰 실. 52) 기럭아비(雁夫);신랑의 전안례때 기러기를 안고가는 사람. 53) 만과초시 락방거자(萬科初試 落榜擧子);많은 사람을 뽑는 무과시험의 첫단계 시험에서도 떨어질 응시자. 54) 원앙살(鴛鴦煞);장면표시어, 원앙새가 당하는 불행한 운명이라는 뜻. 55) 경기감영(京畿監營);경기도의 행정장관인 감사가 사무보는 관청. 56) 유학(幼學);벼슬 못한 선비. 57) 일각중문(一角中門);기둥 두대를 세우고 문짝을 단 중대문.(집 안마당으로 들어가는 문) 58) 무반초입사(虎班初入仕);무과급제자가 하는 첫 출근. 59) 성시초시(聖試初試);임금이 보는 앞에서 치는 과거의 첫 시험 합격자를 뽑는 과거. 60) 선혜청(宣惠廳);대동미(공물대신 쌀과 돈으로 거두어들이는 물품) 수탈을 맡아보던 중앙관청. 61) 호조(戶曹);호구, 공물, 조세, 부역 등을 맡아보는 중앙관청. 62) 당상(堂上);정3품의 문관인 통정대부와 무관인 정충장군이상의 고관. 63) 판서(判書);륙조의 각조 장관. 64) 혼서(婚書);청혼서와 허혼서. 65) 사륙병려문(四六倂儷文);4글자와 6글자의 대구로 된 한문글체. 66) 혼수(婚需);혼사에 드는 물품. 67) 요해아(要該兒);장면표시어, 요긴한것을 갖추다라는 뜻. 68) 탁지부(度支部);호조를 달리 이르는 말. 69) 백설마(白雪馬);온몸이 희고 주둥이만 검은 말. 70) 별초(別抄);별초군, 림시로 따로 무은 군대의 하나. 71) 훈련도감(訓練都監);임진조국전쟁후 군대의 군사훈련을 실시하던 기관, 5영의 하나. 72) 어영청(御營廳);국왕의 호위를 맡은 5개 군영의 하나. 73) 금위영(禁衛營);수도를 호위하는 군영. 74) 행보석(行步席);행사때 마당에 까는 긴 돗자리. 75) 장흥고(長興庫);돗자리, 종이 등을 맡아보는 관청. 76) 제용감(濟用監);궁중과 관료의 옷가지와 비단을 임금의 명의로 내려보내는 일과 염색 및 직조하는 일을 관리하던 중앙관청. 77) 상건(牀巾);례식용의 다리가 긴 상의 아래도리를 가리우는 천. 78) 공조(工曹);토목건축, 관청수공업, 도량형기, 산림, 하천, 도로 등을 관리하는 중앙관청. 79) 고족상(高足床);례식용음식을 차리는 다리가 긴 상. 80) 선공감(繕工監);관청의 토목건축과 보수를 맡은 중앙급관청. 81) 향고지;향을 꽂아놓는 기구. 82) 사복시(司僕寺);궁중에서 쓰는 말, 수레, 목장의 관리를 맡은 관청. 83) 향좌(香坐);향그릇을 놓을 자리기구. 84) 상의원(尙衣院);왕실의 옷, 일용사치품, 치레거리를 제작, 공급, 관리하는 중앙급관청. 85) 부용향(芙蓉香);향의 일종, 향꽂이에 초모양으로 꽂아서 족두리하님이 신부앞으로 걸어가면서 피운다. 86) 내국(內局);내의원, 왕궁안에서 필요한 의약품을 맡은 관청을 가리키는 말로도 쓴다. 87) 청원향(淸遠香);향의 한가지, 취선향이라고도 한다. 88) 목홍촉(木紅燭);목홍같이 붉은색 초. 89) 심홍촉(心紅燭);심홍색 초. 90) 홍라조;갈대를 묶고 기름을 쳐서 다홍색종이로 싼 결혼식용조명기구. 91) 만화방석(萬花方席);여러 떨기의 꽃송이무늬를 놓은 방석. 92) 아문(衙門);높은 급의 관청을 통털어 이르는 말. 93) 옥동자;결혼식때 쓰는 례식용품의 하나. 94) 황물전;상품가게의 하나. 95) 주사립(朱紗笠);붉은색 사(비단)로 둘러싼 갓. 96) 패영(貝纓);수정이나 호박, 산호 등으로 꾸민 갓끈. 97) 수혜자(水鞋子);관복입은 무관이 비가 올 때 신는 장화. 98) 군문(軍門);군사일을 맡은 관청. 99) 오살(五煞);다섯번째 단락의 곡조 또는 그 대목. 100) 시배(侍陪);몸가까이 따라다니며 시중드는 하인. 101) 서리(書吏);수도의 각 관청에 소속된 아전의 하나. 102) 초립(草笠);왕골이나 이영풀따위로 곱게 만든 갓, 흔히 나어린 신랑이 썼다. 103) 량태칠립(∼漆笠);양태가 달린 검은 갓, 양태는 갓의 변두리의 둥글넙적한 부분. 104) 중치막;선비나 량반이 입는 겉옷의 일종. 105) 소창의(小敞衣);중치막밑에 껴입는 무가없는 두루마기의 한가지. 106) 한삼(汗衫);소매끝에 손을 감출수 있게 덧댄 흰 부분. 107) 한포단(漢布緞);외국제비단의 일종. 108) 요대(腰帶);허리에 두르는 방한용띠. 109) 류소(流蘇)매듭;치레거리의 하나. 110) 적대모관자(赤玳瑁貫子);대모(남방 거부기)껍질로 만든 붉은색 관자.(당줄 거는 작은 고리) 111) 륙분(六分);육분, 청서피의 배부분 흰색으로 당혜(신)를 꾸민것을 의미한다. 112) 사모(紗帽);얇은 실로 짠 벼슬아치의 례식용모자의 하나, 혼례때 신랑이 쓰기도 한다. 113) 세층중머리청선(三台僧頭靑扇);중머리부채의 한가지로서 색갈이 푸르다. 114) 중신(重臣);임금가까이 있는 중요한 일을 맡은 신하. 115) 일습(一襲);옷차림 한벌. 116) 쌍침요대(雙針腰帶);안팎을 곱솔로 박은 적삼과 쌍침박이 요대. 117) 삼회장;녀자저고리의 깃, 소매부리, 겨드랑이에 다른 색천을 댄것. 118) 무지기;긴 치마밑에 입는 짧은 통치마, 3층, 5층, 7층으로 입는다. 색을 여러가지로 들여 무지개빛이 나게 한다. 119) 당혜(唐鞋);울이 깊고 코가 작은 가죽신의 하나. 120) 낭자머리;시집가는 녀자의 틀어올리는 큰머리. 121) 어여머리;시집간 녀자가 례장을 차릴 때 머리우에 얹는 큰머리. 122) 수모(手母);잔치때 신부의 치장과 례절거행을 맡아 도와주는 녀자. 123) 신행(新行);여기서는 결혼후 신부가 시집에 처음 가는것. 124) 하님;시중드는 녀자. 125) 차비;여기서는 하님이 어느 일을 맡은것. 나조차비는 신부집에서 새나 갈대를 한자정도 되게 잘라 묶어서 초처럼 불을 켜는 나조대 잡은 심부름군. 126) 납채(納采);신랑집에서 신부집에 혼인을 청하는 의례. 127) 방지기;신부의 방을 거두어주는 사람. 128) 등메;두리에 천을 대고 뒤에 기직을 받친 돗자리. 129) 령자(領子);녀인의 의복류의 하나. 130) 천의(薦衣);나들이 할 때 녀인이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쓰는 긴 쓰개, 또는 시골녀인들이 쓰는 방한구의 한가지.(처네) 131) 혼서함(婚書函);청혼서, 허혼서를 넣은 함. 132) 금전지(金剪紙);금종이를 세모나게 접어 보자기의 네귀에 다는 장식품. 133) 금갑(金匣)거울;도금한 갑에 넣은 거울. 134) 요지경세계;장난거리같은 신기한 세계. 135) 수파련(水波蓮);결혼식용종이련꽃. 136) 우(又);장면표시어, 또라는 뜻. 137) 홍사(紅絲);붉은 실, 결혼식후에 수모가 신부를 대신하여 신랑에게 권하는 술단지를 홍사로 봉해둔다. 138) 상량문(上樑文);쪼구미우에 마루대를 올려놓는 상량식때 읽는 축원하는 글. 139) 수미(收尾);한개 절의 마감짓는 대목. 140) 태수(太守);고을의 원, 여기서 태수를 뵈옵고 환자를 탔다는 대사는 실지로 환자를 탔다는 뜻이 아니다. 그때는 환자타는것을 보리탄다고 했고 환자를 못 갚아서 매맞는것도 보리맞는다고 한 말뜻을 비틀어서 신랑을 《때리며》 기쁘게 즐기기 위한 《매》를 가지고왔다는 뜻이다. 141) 당상(堂上);여기서는 마루우에서 령을 내리는 웃어른이라는 뜻. 142) 말대가리;여기서는 상소리이다. 143) 합궁(合宮);부부사이에 《궁》을 합치는것. 144) 소량주(小梁州);장면표시어, 량주는 악곡명. 145) 동뢰연(同牢宴);결혼 기본례식후에 신랑신부가 술잔을 나누는 잔치. 146) 작답지(鵲踏枝);장면표시어, 기쁜 소식 알리는 까치가 나무가지를 밟는다는 뜻. 147) 공경대부(公卿大夫);삼공(삼정승)과 구경(의정부의 좌우참찬과 판서, 한성부윤), 대부(종4품 이상), 벼슬이 아주 높은 사람들을 통털어 이르는 말. 148) 상회례(相會禮);서로 첫 대면을 하는 례식. 149) 신부례(新婦禮);신부가 처음 시집에 온 때의 례식. 150) 언감생심(焉敢生心);어찌 감히 그런 마음을 먹으랴. 151) 조소령(調笑令);장면표시어, 우스운 노래라는 뜻. 152) 관음보살(觀音菩薩);사람들에게 자비를 베푼다는 관세음보살. 153) 현신(現身);부처가 이러저러한 모양으로 세상에 나타남. 154) 술막(酒幕);술집. 155) 천하약(天下藥);장면표시어, 천하의 좋은 약이라는 뜻. 156) 소신(小臣);신하가 임금에 대하여 자기를 낮추어 이르는 말. 157) 태평령(太平令);장면표시어, 태평노래라는 뜻. 158) 원자궁(元子宮);왕비가 낳은 맏아들이 살고있는 궁전. 159) 작은 나라님;작은 왕 즉 미래의 왕이라는 뜻. 160) 수복강녕(壽福康寧);장수와 행복, 건강과 안녕. 161) 천세(千歲);천년이라는 뜻으로 오래오래라는 의미, 임금은 만세를 부른다면 왕세자는 천세를 부른다. 162) 족첩(簇牒);족자의 한가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