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회별신굿
나오는 탈
제1과장 강신
△ 정월 초순, 산주와 탈군들이 성황당앞에 모인다. 성황신대와 성주신대를 땅에 세운다. 성황신대는 길이 4∼5길, 오색천을 옆에 드리우고 꼭대기에 신령(방울)이 달렸다. 성주신대는 길이 2∼3길, 오색천이 드리웠다. 모두 이제부터 별신행사를 하겠으니 강신2)하라고 빈다. 성황신대가 흔들리고 방울이 운다. 강신했다는 상징이다. 산주와 탈군들이 풍악을 잡히면서 성황신대와 성주신대를 앞에 들고 국신당3), 삼신당4)을 차례로 돈 다음 마을로 들어온다. 미리 정해진 별신굿장소에 와서 성황신대와 성주신대를 세운다. 신령이 또 울린다. 별신굿놀이가 시작된다.
제2과장 주지5)놀이
△ 주지머리를 든 탈군 두사람이 나온다. 온몸을 붉은 천으로 가리운 탈군들은 호랑이도 잡아먹는다는 무서운 귀신인 주지의 머리를 각각 하나씩 들었다. 악귀와 맹수를 내쫓고 별신굿놀이가 무사히 잘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음악에 맞추어 사방으로 휘둘러 다니면서 춤을 춘다. 춤을 출 때 주지머리의 입이 열렸다 닫겼다 하면서 딱 딱 소리를 낸다.
제3과장 삼석놀이
△ 삼석이 나온다. 이 탈은 탈군이 아니라 무당이 토끼처럼 귀가 긴 탈을 쓰고 나온다. 여러가지 춤을 추다가 퇴장한다.
제4과장 파계승놀이
△ 각시가 반주장단에 맞추어 춤을 추면서 나와 춤을 계속 춘다. 중이 나온다. 각시가 춤추는 모습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각시가 소변보는 시늉을 하고서 다시 춤을 춘다. 중이 소변본 곳에 가서 흙을 움켜쥐고 냄새를 맡는다. 그 무슨 야릇한 쾌감을 느낀듯 괴이한 웃음을 짓는다. 각시는 춤추다가 중이 나와서 하는짓을 비로소 보고 놀란다. 그러다가 각시와 중이 춤을 추면서 서로 어울려 빙빙 돌아간다. △ 초란이6)가 등장한다. 각시와 중이 어울려 춤추며 돌아가는것을 보고 놀라면서 벌떡 벌떡 뛴다. 중이 창피하여 각시를 업고 달아난다. 초란이가 뒤쪽을 돌아보고 누군가에게 빨리 오라고 손짓한다. 량반이 거드름을 피우면서 나온다. 초란이가 다가온 량반의 귀에 대고 소곤거린다. 량 반;쯧쯧(괘씸하고 고약하다는 태도이다.) △ 선비가 하인 이매를 데리고 나온다. 그는 중이 달아난쪽을 건너다보고 경멸하는 태도이다. 량 반;어허, 말세이로다. 선 비;에이 고약한 놈. △ 초란이가 이매를 보고 반가와서 껴안고 기뻐한다. 량반이 그것을 보고 부채로 딱 때린다.
제5과장 량반과 선비놀이
△ 부네7)가 춤을 추면서 나온다. 그는 무대에 서있는 초란이, 이매, 량반, 선비를 본다. 량반과 선비 있는데 다가가서 그들을 번갈아보면서 알만 하다는듯 호리는 몸짓을 하며 요염하게 춤춘다. 량반과 선비는 속마음으로 부네가 욕심난다. 그러나 겉으로는 제각기 체면이 있어서 그 욕심을 나타내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서로 다 몸짓과 춤동작으로 질투심을 표현한다. 량 반;(더는 참지 못하고 성을 내면서 선비를 향해) 네가 감히 내앞에서 이런짓을 하느냐? 선 비;그럼 그대는 내앞에서 이래도 되느뇨. 량 반;아니 그럼 지체가 나만 하단 말인가? 선 비;그러면 당신 문벌이 나보다 우이란 말인가? △ 초란이와 이매, 자기 상전의 세도자랑을 몸짓하면서 조소한다. 량 반;암, 낫고 말고. 선 비;뭐가 우이냐. 말해봐. 량 반;난 사대부8) 자손이다. 선 비;뭐, 사대부? 나는 팔대부 자손이야. 량 반;팔대부? 그건 뭐냐? 선 비;팔대부는 사대부의 갑절이지. 량 반;우리 할아버지는 문하시중9)이야. 선 비;뭐? 아- 문하시중, 우리 아버지는 문상시대인데. 량 반;문상시대, 그것은 또 뭐냐? 선 비;문하보다 문상이 높고 시중보다 시대가 더 크단 말이야. 량 반;허허, 참 별꼴 다 보겠네. 선 비;지체가 높으면 아무거나 제일인가. 량 반;그럼 또 뭐가 있느냐? 선 비;첫째, 학식이 있어야지. 나는 사서삼경10)을 다 읽었다. 량 반;뭐, 사서삼경? 나는 팔서륙경을 다 읽었다. 선 비;도대체 팔서륙경이 어디 있어? 대관절 륙경이란 뭐냐? 초 란 이;나도 아는 륙경, 그것도 몰라요? 팔만대장경, 중의 바래경, 봉사의 안경, 약국의 질경, 처녀의 월경, 머슴의 새경11) 이 매;그래그래! 그것 맞다 맞어. 량 반;이것들도 아는 륙경을 소위 선비라는게 모르다니. 선 비;(혀를 끌끌 차고) 우리 피장파장이니 이만하고 부네나 부르면 어때? 량 반;부네야- 부 네;(대답하는 소리) 우-웃 (하고 춤추며 등장) △ 량반과 선비, 부네를 따라 흥겹게 춤춘다. 그러면서 서로 부네를 독차지하려고 애쓴다. △ 백정이 도끼와 소불알을 들고나온다. 백 정;샌님, 알 사이소. 량 반;이놈아, 한창 신나게 노는데 알은 무슨 알? 백 정;알도 모르니꺼? 초 란 이;닭알, 눈알, 새알에 대감통불알? 백 정;맞았어 맞아! 불알. 선 비;이놈, 불알이라니. 백 정;소불알도 모르니까? 량 반;이놈, 상스럽게 소불알이라니 어떤 소리냐, 안 살터이니 썩 물러가거라. 백 정;소불알을 먹으면 양기에 억시기(매우) 좋습니더 좋아. 선 비;뭐? 양기에 좋다! 그럼 내가 사자. 량 반;아니, 이놈이 나보고 먼저 구하라고 했으니 이것은 내 불알이다. △ 량반과 선비가 소불알을 잡고 서로 당긴다. 백 정;아이고 내 불알이 터지니더. △ 할미가 뛰여들어 싸움을 말리고 소불알을 손에 쥔다. 할 미;소불알 하나를 가지고 량반은 《내 불알이다.》 선비도 《내 불알이다》 카고(하고) 백정도 제 불알이라고 하니 대체 누구 불알이요? 륙십평생을 살아도 소불알 가지고 싸우는것은 첨 봤구만. 첨 보았어. △ 모두 퇴장한다.
제6과장 살림살이
△ 할미가 나와서 베틀에 앉아 베를 짠다. 그러면서 살림살이 고달프다는 노래를 부른다. 떡다리가 나와서 로친네(할미)를 보고 떡 다 리;할미는 한평생 베를 짜도 새옷 한번 못 입고, 성황신대에 옷 한번 걸어보지 못하면서12)… 할 미;팔자가 그런걸 어찌겠소. 떡 다 리;성황신대에 옷을 걸어보오. 복이 저절로 들어올겐데. 할 미;그럴 팔자가 안되는걸. 떡다리 같은 핫다리소리13) 마오. 떡 다 리;내가 어제 장에서 사온 청어는 벌써 다 먹었소? 할 미;어제 저녁 내가 아홉마리 당신 한마리, 오늘 아침에 내가 아홉마리 당신 한마리, 두 두름 다 먹었소. 떡 다 리;어허 그렇게 먹으니 이가 다 빠졌지. △ 떡다리가 마을풍경을 노래한다. 모두 퇴장한다.
제7과장 살생놀이14)
△ 백정이 나온다. 그는 도끼로 소를 잡고 가죽을 벗기는 동작을 춤으로 형용한다. 그다음 관중에게 소의 염통과 불알 등을 사라고 한다.
제8과장 환자놀이
△ 전원이 등장하여 한데 어울려 노래하고 춤추며 논다. 별체가 나온다. 그는 환자15)를 갚으라고 웨친다. 전원이 당황해한다. 별체가 갖은 횡포한짓을 다한다.
제9과장 혼례놀이
△ 총각과 각시가 잔치한다. 이때 마을사람들이 례식에 쓸 깔개를 가져다주면 복을 받는다는 풍습대로 관중이 경쟁적으로 자리를 구해다 바친다.
제10과장 신방놀이
△ 총각과 각시가 잔치를 한 결혼 첫날밤이다. 신랑이 잠자고있다. 각시가 궤짝문을 살그머니 연다. 그안에서 각시의 사이서방인 중이 나와서 신랑을 살해한다.
제11과장 거리굿
△ 별신굿놀이의 마감날인 정월대보름날, 마을 앞길거리에 제상을 차려놓고 온갖 잡귀신이 마을에 침범하지 못하도록 춤추면서 굿놀이를 한다.
제12과장 당제놀이
△ 이날 한밤중(삼경때)에 전원이 성황당에 올라가서 성황신대를 바치고 마을이 일년동안 아무 탈없이 편안하기를 축원한다. 그런 다음 국신당, 삼신당에 제를 지낸다. 별신굿놀이가 다 끝났으므로 출연자들은 다 쓰고있던 꽃벙거지를 벗어서 삼신당에 걸어두고 헤여진다.
〔주 해〕
1) 하회별신굿;경상북도 안동에서 멀지 않는 하회마을에서 진행되던 오랜 민속탈극놀이다. 별신굿은 원래 남해안 항구와 어촌들에서 어민들이 어로작업의 안전을 기원해서 진행하는 굿놀이의 한가지였고 또한 무당들이 하는 굿의 일종이였다. 남해안 어촌과 항구들에서 진행한 별신굿은 남녀무당들이 중심이 되여 일정한 장소에 별신장대를 세워놓고 《별신장군》을 불러 잡귀를 쫓는 굿놀이인데 그 끝에 각종 민속놀이를 진행하였다. 그러나 여기서는 대체로 탈놀이가 없은것으로 전해왔다. 이에 비하여 《하회별신굿》은 산주라는 남자무당출신의 주제자가 앞장 서서 성황신대와 성조신대를 세워놓고 비는 행사를 하지만 탈극을 놀 때는 탈배우들이 중심이 되여 노래, 춤, 재담, 무언극적인 행동을 한다. 《하회별신굿》은 해마다 한차례 정월초부터 대보름사이에 진행되며 출연자들은 이 탈극놀이를 신성시하면서 출연 전기간 가정을 떠나 모여서 숙식하며 녀자들과 접촉도 피하였다. 탈은 나무로 만든것이였다. 《하회별신굿》은 과장간 구성으로 볼 때 1∼3과장과 제11∼12과장은 행사의 시초와 마감의 굿놀이라면 제4∼10과장의 7장면은 탈극으로 되여있다. 이와 같이 제목은 《배뱅이굿》처럼 《굿》이라고 달았으며 또 앞뒤 5개 과장에 굿놀이의 성격을 띤 장면이 있으나 《하회별신굿》도 중심내용은 탈극과장들로 이루어지고있다. 《하회별신굿》의 출연자(광대라고 불렀다)들은 소위 신의 계시를 받고 신을 대신한다는 명목으로 불미스러운 사회정치적현상을 어느 정도 폭로하고 봉건지배계급과 그에 추종하는 인물들에 대한 어느 정도의 비난이 묵인되였다. 춤도 전통적으로 전해오는 테두리안에서 즉흥춤을 추었고 대사나 연기도 과장의 기본내용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즉흥적으로 할수 있으며 노래 가사도 그런 식으로 즉흥적인것을 붙여서 할수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일정하게 고착된 작품이 없이 부단히 변화되면서 내용이 다듬어지고 풍부해졌으나 그 반면에 대사가 재담식으로 많아진것, 거의 대사가 없이 무언극적행동이 기본으로 된것 등 과장간의 차이가 크게 나타나게 되였다. 이 책에서는 몇개 이본을 종합대조하고 하나의 완결된 극문학작품으로서가 아니라 대본으로 정리하였다. 2) 강신(降神);미신에서 신을 내리게 하는짓. 3) 국신당(國神堂);나라신을 위하는 신당이라는 뜻. 여기서는 하늘신을 위해둔 건물. 4) 삼신당(三神堂);환인, 환웅, 단군을 위한 집. 5) 주지;어떤 말에는 사자의 방언이라고 한다. 그런데 북청사자탈이나 봉산탈극의 사자탈은 출연자가 사자의 탈과 몸뚱이를 다 뒤집어쓰고 등장하지만 《하회별신굿》에서 주지탈은 출연자가 쓰지 않고 손에 쥐고 나와서 연기한다. 6) 초란이;초라니, 사전에는 나자(나희놀이의 등장인물)의 하나. 기괴한 모양의 녀자탈을 쓰고 우는 붉은 옷. 아래는 누런 옷을 입고 대가 긴 기발을 든다. 소매라고 하였다. 한편 다른 옛 기록에는 광대의 하나라고 한것도 있다. 여기서는 량반의 심부름군으로 나온다. 7) 부네;과부든가 술집에서 술파는 녀자로 해석되고있다. 8) 사대부(士大夫);문벌이 높은 집안의 사람, 벼슬아치를 평민과 구별하여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9) 문하시중(門下侍中);고려때 문하부의 종1품벼슬, 리조초기의 문하부의 우두머리벼슬. 후에 정승이라고 고쳐부름. 10) 사서삼경(四書三經);봉건시기의 7개 유교경전들을 이르는 말. 11) 새경;머슴이 한해동안 일해주고 받는 대가. 12) 성황신대에 옷을 걸다;별신굿이 시작될 때 관중들은 성황신대에 옷을 걸면 복을 받는다고 하면서 앞을 다투어 거는 풍습이 있는데 할미가 너무 가난하여 남들이 하는것처럼 옷을 걸지 못한것을 이르는 말. 13) 핫다리소리;떡자리같은 시시한 소리. 14) 살생놀이;《하회별신굿》에서는 백정을 그렇게 부르기 훨씬 이전시기에 희광이라고 불렀는데 그 시기에는 제7과장에서 소를 잡는 내용이 아니라 사람을 사형하는데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지는것을 두려워하는 내용이였다고 한다. 15) 환자(還子);봉건관청에서 백성들에게 꾸어준 곡식을 가을에 리자를 붙여서 받아들이는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