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에 대한 회상

 

 

총에 대한 회상

                                                      

박  성  철                         

 

나는 우리 인민군군인들이 메고다니는 훌륭한 무기들을 바라볼 때마다 만약 항일무장투쟁시기에 우리에게 저런 총이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군 한다.

오늘 우리 군인들은 무한히 행복하다. 그들은 군대에 입대하면 그 즉시로 우리가 만든 새 총을 받게 된다.

그러나 항일무장투쟁시기에는 총을 받는다는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였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지만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조직지휘하신 항일유격대에 입대한 후 나는 얼마간은 무장을 가지지 못하였다. 그러다가 처음으로 받은 무기가 작탄이였다.

그후 1934년 7월 어느날, 조도언동무를 비롯한 여러 동무들이 연길현 연집강 채령부락 자위단을 습격하여 21자루의 총을 빼앗아왔다.

그 총은 인차 각 중대에 분배되였다.

그때 내가 속했던 중대에도 딱히 기억되지 않으나 2~3자루의 총이 차례졌다.

그 총은 모두 새것이였기때문에 관례대로 제일 사격을 잘하고 전투경험이 많은 대원들이 낡은 총을 먼저 바꾼 다음 차차 내리돌림으로 총을 물려주다나니 나에게도 두방짜리 양포가 차례졌다.

작탄을 차고 다닐 때에 나는 그 양포를 보면서 저것을 한번 메봤으면 하고 못내 부러워하였었는데 바로 그 총이 나에게 차례지게 된것이였다.

그 양포를 가지고다니던 동무는 나에게 그것을 인계해주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동무는 아직 모르겠지만 이 총은 너무 낡은것이여서 한쪽을 쓰지 못하오. 나머지 한쪽도 격발기 용수철의 힘이 약해서 격침을 서너번 반복하여 떨궈야 되고 그래도 안나가면 불을 달아야 하오. 이것은 이 총의 비밀이요. 동무만 알고 그 누구에게도 말해서는 안되오. 다음 사람에게 인계하는 경우에도 비밀을 꼭 엄수하도록 일러주어야 하오. 적들이 우리 비밀을 모르는 한 이 총은 더 위력이 있는것이요.

이 총은 비록 낡았으나 우리 동지들이 생명을 걸고 지주집을 습격하여 빼앗아온것이요. 혁명동지들의 고귀한 피가 스며있는 이 총을 소중히 다룰것을 부탁하오.》

나는 그 비밀을 지키며 소중히 다룰것을 엄숙하게 맹세하였다.

양포는 38식보총에 비하면 갑절 무거운것 같았다. 이 총은 화약을 재워 오래두면 녹이 쓸어 잘 터지지 않으므로 정상적으로 화약을 교체해서 말려야만 하였다.

나는 화약에 습기가 차지 않도록 품에 안고 다녔으며 비가 온 다음에는 해볕에 쬐여 말리군 하였다. 내가 노력해서 할수 있는 일이라면 어떤 일이든 다 하리라고 결심하였다.

보름에 한번씩 쏴보아야 한다기에 총을 받아서 보름이 지난 후 나는 지정된 장소에서 이미 화약을 다져넣었던것으로 쏴보았다.

유감스럽게도 총알이 나가지 않았다.

나는 이때 안타까운 심정을 누구에게도 말할수 없었다. 《비밀》도 준수해야 했지만 내 총의 약점을 내자신이 말할수는 없었던것이다.

그렇다고 나는 실망하지 않았다.

고장난 총이지만 나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더욱 열심히 닦았으며 수림속 한지에서 잘 때에는 격발기가 달린 부분을 저고리속에 껴안고 잤다.

한편 나는 사격술을 련마하는데 모든 정력을 다하였다.

어느날 우리 유격근거지에 적 《토벌대》놈들이 기여들어왔다.

정성껏 다루던 내 무기로 원쑤들을 쏘아눕힐 때가 온것이 더없이 기뻤으며 한놈도 살려서 보내지 않으리라고 나는 단단히 결심했다.

적은 거의 200m거리에까지 접근하였다. 동무들은 일제히 사격을 개시하였다. 나도 기여오르는 놈들을 겨누고 격침을 제껴놓은 다음 담배불로 화약에 불을 달았다. 그런 다음 뒤로 불이 나올가봐 방아쇠를 인차 떨구었다.

잠시후 씩 하더니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발사되였다. 화약연기가 뽀얗게 일어나고 귀는 멍멍하였다. 진한 화약연기때문에 내가 겨누고 쏜 놈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분간할수 없었다.

나는 이렇게 또 한방을 갈겼다.

그런 다음 소대장동무를 보고 탄알이 한방밖에 안남았는데 마저 쏘라는가고 물었다. 소대장동무는 탄알을 아끼라고 하였다.

그러니 다른 동무들은 맹사격을 퍼부어 적을 통쾌하게 쓸어눕히지만 나는 치솟는 증오심으로 적들을 노려보고있을수밖에 없었다.

나에게 더 좋은 총과 탄알이 있다면 더 많은 적을 잡을것이 아닌가.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이였다.

그후 우리 유격대는 연길현 로두구시가를 습격하여 일제경찰 수십명과 친일주구들을 처단하고 놈들의 무기를 빼앗았다.

이 성시습격전에서 승리한 우리 유격대원들은 어느정도 무기를 갖추게 되였을뿐만아니라 승리의 신심을 가지고 계속 천보산에 있는 적들을 습격하게 되였다.

천보산전투후 나는 《영다갈》이란 신식장총을 가지게 되였는데 그때의 기쁨이란 이루 헤아릴수 없이 컸다. 당장이라도 수백명의 적을 무찌를것 같은 힘과 신심이 솟구쳐올랐다.

그런데 이 총에 맞는 탄알이 없었다. 그것은 영국제총이기때문에 탄알을 구하기 힘들었던것이다.

허나 낡은 양포에 비하면 얼마나 훌륭한 총인지 모른다.

어떤 방법을 써서든지 이 총을 사용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나는 다른 총의 탄알을 사용할수 있도록 그 총을 자기 힘으로 개조할것을 결심했다.

우선 《영다갈》의 구조와 작용을 구체적으로 연구하는 과정에 다른 총의 탄알로 사격할수 없는 리유를 밝혀냈다.

1,3식보총(중국제)탄알은 직경이 너무 커서 《영다갈》의 구경에 맞지 않았다. 38식보총탄알은 들어가기는 하나 약통실에서 탄피를 물어내지 못하여 퇴탄이 제대로 되지 않을뿐더러 격침이 짧아서 뢰관을 힘껏 때리지 못하는것이였다.

가장 손쉽게 구할수 있는 왜놈들의 38식보총탄알을 가지고 쏠수 있게만 된다면 총은 다 고친셈이다.

그런데 이것은 불가능한 일로만 여겨졌다.

그러나 조금도 락심하지 않고 계속 그것을 고칠 방도를 생각했다.

나는 소대장동무에게 《격침을 약간만 늘구면 38식탄알을 가지고도 쓸수 있을것 같은데 그렇게 고쳐도 일없겠습니까?》라고 문의하였다.

《우리 자신의 힘으로 고칠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소. 나도 동무 총때문에 별궁리를 다해보았소. 그런데 참, 동무는 본래 금광에서 일했다지. 38식탄알을 사용하게 되는 날에는 새 총을 하나 더 얻는셈이요. 우리 재간껏 고쳐봅시다.》

나는 소대장동무의 말에서 고무를 받았다.

당시 무기수리소는 삼도만에 있었고 우리가 있는 곳에는 근거지농민들이 농기구를 벼리느라고 차려놓은 자그마한 야장간이 있었다. 야장도구라고는 집게와 망치 그리고 낡은 풀무뿐이였다.

나는 야장간 아바이에게 가서 찾아온 사연을 이야기한 다음 격침을 내보였다. 그는 격침을 만져보면서 고개를 기웃기웃하였다.

《나두 자신이 없수다. 이건 강쇠가 돼놔서 잘못 두드리면 부러지기가 일쑨데…》

야장간 아바이는 나에게 격침을 돌려주면서 총을 아예 못쓰게 만들지 말고 그냥 가지고있으라고 하였다.

그러나 나는 《그래두 좀 어떻게 딴 방법으로 할수는 없을가요?》라고 딱한 사정을 또 한번 이야기하였다.

그랬더니 야장간 아바이는 그 무엇을 생각한듯 격침을 또 만지작거리더니 잠시후 정 그렇다면 대담하게 한번 늘궈보자고 하였다.

처음 그는 격침을 불에 넣고 시뻘겋게 달군 다음 땅에 놓고 식혔다. 강기를 뽑아내는것이였다. 그 다음 다시 달궈서 조심히 두드린 후 또 한번 달궈서 이번에는 찬물에 쑥 집어넣었다.

그것은 격발기의 강도를 높이자는것이였다. 그동안 나는 땀을 흘리며 풀무질을 하였다.

격침을 물에서 꺼내보니 예상대로 좀 늘어났다. 그대신 두드린 자리가 꺼멓게 색이 죽었었다.

나는 그것을 오래동안 닦아서 반짝반짝하게 만든 다음 격발기에 맞춰가지고는 야장간 아바이에게 인사를 하기가 바쁘게 달음박질쳐 돌아왔다.

세상에 부러운것이 총이였던만큼 이 총에 38식보총탄알을 재워 그것이 발사만 되면 나는 그자리에서 춤이라도 출것만 같았다.

나는 소대장동무한테로 달려갔다. 그리고 기쁨을 억제하지 못한채 가쁜숨을 몰아쉬며 소대장동무에게 총을 내보였다.

《총을 고쳤습니다, 소대장동무.》

《그래, 어떻게 고쳤소?》

소대장동무도 무척 반가와하면서 총을 받아쥔 다음 희색이 만면한 내 얼굴부터 한참이나 바라보는것이였다.

내가 총고생을 얼마나 하였는지를 그도 잘 알고있었다. 때문에 나의 기쁨이자 소대장동무의 기쁨이기도 하였던것이다.

변변한 총을 못가졌던 나의 마음이 안타까왔던것은 물론이였지만 자기 대원에게 총알이 없는 총을 메워주고 대오의 뒤를 따라다니게 한 지휘관의 마음인들 얼마나 아팠겠는가.

《박동무가 고심끝에 묘한 수를 냈구만, 어디 좀 늘어났나.》

소대장동무는 격발기를 한번 떨궈본 다음 38식보총탄알로 쏘기는 할것 같은데 퇴탄이 문제라고 하였다. 그러나 나는 우선 쏘기만 해도 큰 성공이라고 생각하면서 마음이 조마조마해졌다.

소대장동무는 38식보총탄알을 재운 다음 허공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땅!》하고 야무진 총성이 울렸다.

나는 너무도 기쁜 나머지 눈물이 핑그르르 도는것을 느꼈다.

얼마나 바라던 총성이냐.

건넌산 수림에 메아리치는 이 총성은 마음속에 오래도록 여운을 끌며 나를 흥분시켰다.

《됐소, 성철동무. 인제는 동무 소원대로 왜놈들을 실컷 쏴눕히게 됐소, 자 탄알을 받소.》

소대장동무는 그자리에서 나에게 38식보총탄알 10발을 내주었다.

퇴탄이 제대로 되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적을 맞받아 언제든지 명중탄을 퍼부을수 있는 총을 가지게 되였을 때 나는 어찌도 가슴이 높뛰였던지 모른다.

(혁명을 위하여 원쑤의 가슴팍에 언제나 명중탄을 안기리라.)

이렇게 나는 속으로 다짐하였다.

그 결의, 그 흥분을 지금도 나는 가슴속에 느끼는것만 같다.

간고했던 항일무장투쟁의 초시기에 무장을 위하여 생명을 서슴없이 바친 혁명동지들의 이야기에 비하면 나의 이 이야기는 매우 평범한 사실에 불과하다.

오늘 우리 당의 믿음직한 무장력인 인민군장병들과 로농적위대원들의 름름한 모습과 훌륭한 무장을 보면서 나는 입대초기 한자루의 총때문에 안타깝던 일이 어제일처럼 회상된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령도밑에 우리 항일유격대는 항일무장투쟁초기에 빈손과 도창무기로 적들의 무장을 빼앗아 무장한 자력갱생의 혁명정신, 그 불굴의 투쟁정신으로 강적 일제를 때려부셨는데 오늘에야 저 훌륭한 무장으로 전인민이 무장하였으니 그 어떤 강적이 달려든다 한들 어찌 우리 힘으로 격멸할수 없겠는가 하는 신심을 나는 더욱 굳게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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