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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대후 첫 전투총화
한 태 룡
1936년 9월 어느날, 경애하는 수령 김일성동지의 친솔밑에 우리 조선인민혁명군 부대는 장백현 부후물골부근 깊은 수림지대에 이르러 숙영준비를 마친 다음 용천리전투에 대한 총화를 하게 되였다. 이날 총화에는 나와 함께 입대한 몇명의 신입대원들도 참가했었다. 용천리전투는 사령관동지께서 친히 지휘하시였고 또 그 전투총화도 그이의 지도밑에서 진행된것만큼 구대원들과 특히 우리 신입대원들은 무한한 감격에 휩싸여있었다. 입대후 전투도 처음이였지만 총화모임도 처음이여서 나는 총화를 어떻게 짓는것인지 궁금했다. 나는 혼자 생각으로 통쾌한 섬멸전에 대하여 총화짓는것이니 총화모임은 누구는 원쑤 몇놈을 족쳤고 누구는 어떻게 잘 싸웠다는 이야기들로 꽃필것이며 잘 싸운 동무들은 사령관동지의 치하의 말씀도 들을것이라고만 생각하고있었다. 그러나 총화회의는 처음부터 내가 예측한바와는 달랐다. 동무들은 전투중에 있은 결함들을 가지고 심각한 비판들을 하는것이였다. 《저는 탄알 세발로 적 두놈밖에 잡지 못했습니다. 귀중한 한알을 랑비했습니다.…》 한 구대원은 한알의 총탄을 허실한데 대하여 이렇게 자신을 뉘우치고있었다. 나는 한동안 이 사실을 어떻게 리해했으면 좋을지 몰랐다. (원쑤와 맞서서 사생결단하고 싸우는 복새통에 총알 한알이 빗나가는것쯤이야 흔히 있을수 있는 일이 아닌가. 세알로 두놈을 잡았다면 큰소리치고 자랑할만도 한데 도리여 얼굴을 붉히고있지 않는가.) 《…동무는 아직도 그 하나하나의 총알에 전우들의 피가 스며있다는것을 잘 모르는것 같습니다. 아직도 원쑤를 미워하는 마음이 약하고 사격술을 높이는데 적게 힘을 들인 까닭이라고 생각합니다.》 행군중의 나의 곁에서 친절하게 총쏘는 법을 가르쳐주던 구대원이 이렇게 그를 준절히 비판하였다. 한알의 총탄을 허실한 사실을 놓고 한동안 심각한 토론들이 전개되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모닥불을 뒤집어쓰기라도 한것처럼 얼굴이 화끈 달아오름을 느꼈다. (한알이 그러할진대 세발이나 허실한 나는 어떠한가.) 생각이 이에 미친 나의 눈앞에는 그때의 전투정경이 선히 떠올랐다. 사령관동지의 전투지휘에 따라 내가 속한 2소대는 우측 고지를 차지했다. 행군중에 부닥친 불의의 조우전이였지만 모두들 사기충천했다. 나도 그토록 마음속에 흠모하던 사령관동지의 지휘밑에 전투를 한다고 생각하니 비록 처음 당하는 일일지라도 마음이 든든했다. 어느사이에 누런 군복을 입은 적들이 총질을 하면서 고지로 기여오르고있었다. 나는 전투마당에서 놈들의 총소리를 듣는것이 처음이였기때문에 얼마간 당황하기도 했다. 그러나 점차 익숙해지면서 호기심도 생겨났다. 그래서 나는 놈들의 몰골을 직접 구경하고싶은 마음에서 머리를 들어보기도 하였다. 이때마다 소대장동무는 《동무, 정신있소.》하면서 나의 머리를 눌렀다. 사령부에서 울린 한방의 신호총성에 뒤이어 고지에서는 일제사격이 시작되였다. 나도 얼결에 방아쇠를 당겼다. 《땅!》하고 요란한 총소리는 분명 울렸는데 총알이 어데로 날아갔는지 알수 없었다. 곁에서 난 총성에 놀래여 눈을 감고 방아쇠를 당겼던것이다. 나는 어깨가 몹시 아파나서 만져보기까지 했다. 다시 총을 잡았으나 방아쇠를 당기기가 두려워졌다. 그러는 사이에 놈들은 시체를 넘어 한걸음한걸음 집요하게 달려들고있었다. 그중 나의 앞으로 오르는 놈이 제일 앞섰다. 나는 그놈이 총을 쏠줄 모르는 나를 얕보고 덤벼드는것 같아서 화가 치밀어올랐다. 나는 이를 옥물고 그놈을 향하여 연거퍼 두방을 쏘았다. 이번에도 방아쇠를 당길적마다 눈을 감군했다. 어찌나 어깨가 아파나는지 이제는 정말 더는 총을 쏠것 같지 않았다. 순간 나에게는 《총에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낡은 총일수록 더 구르기때문에 어깨가 아프다.》고 하던 경기관총사수의 말이 떠올랐다. 그러고보니 내가 쥔 총이 갑자기 다른 동지들것보다 퍽 낡은것 같아 보였다. 나는 한놈을 쏘아눕히고 그놈의 총을 바꾸어멜 생각이 부쩍났다. 이번에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눈을 똑바로 뜬채 방아쇠를 당겼다. 그런데 총알이 나가지 않았다. 불발이였다. 다음것도 역시 불발이였다. 탄알이 더는 없었다. 이날 분배받은 다섯알을 다 쏘았던것이다. 나는 이때 속이 달아올라서 곁에 있는 소대장동무에게 총알을 더 줄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소대장동무는 눈이 둥그래지면서 《아니, 단번에 그렇게 쏘는 법이 어데 있소. 나는 아직 두발밖에 못쐈는데…》하고 놀라는것이였다. 그러면서 좌우간 사령부가 있는데로 올라가보라고 하였다. 나는 총을 메고 그리로 갔다. 사령관동지께서는 나의 전투전말을 자세히 들으시고 웃으시기만 하셨다. 나는 동지들이 전투총화를 하면서 하는 토론과 그때 일을 돌이켜보면서 자신이 저지른 일이 너무나 크게만 생각되였다. (좀 더 있다가 입대하라는 권고도 막무가내로 우기고 아득바득 기를 쓰고 따라왔는데 첫 전투에서 이토록 엄중한 과오를 범했으니 어찌 용서받을수 있겠는가.…) 나의 머리속에는 여러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심지어 도로 집으로 내려가라면 어찌나 하는 위구까지 생겼다. 이때 2소대장동무가 일어섰다. (이제 소대장은 나의 잘못을 낱낱이 털어놓겠지. 그러면 동무들은 비웃을게고 그리고 사령관동지께서도 이 일을 잘 알고계시니 사령부에서는 무슨 대책을 세우겠지.) 이런 생각이 들자 나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싶은 심정이였다. 《사실 저는 신입대원인 태룡동무를 일상적으로 보살펴주지 못했습니다. 그가 오늘 탄알을 세발이나 랑비한것은 전적으로 저의 잘못에 달린것입니다.》 소대장동무는 긴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속에는 자신을 심히 뉘우치는 기색이 확연히 들여다보였다. (뭐? 내가 총알 세알을 랑비한 책임이 소대장동무에게 있다고?) 나는 소대장동무가 나를 비판할 대신 내가 잘못한것까지 자기 잘못으로 돌리는데 놀라지 않을수 없었다. 입대한지 며칠 되지 않은 나에게는 이때 적지 않은 의문들이 가슴에 맺히였다. 이 동무들은 대체 어떤 사람들이길래 자기를 내세우기는커녕 남의 잘못까지 자기의 책임으로 돌리는것인가에 대해서와 평상시에는 그렇게 허물없이 지내면서도 동무의 사소한 잘못에 대해서는 왜 그렇게까지 준절하게 일깨워주는가에 대해서 그 까닭을 인차 알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종시 마음의 갈피를 잡을수 없어 머리를 수그린채 애꿎은 총끈만 만지작거리고있었다. 이윽하여 사령관동지께서 말씀하셨다. 그이께서는 오늘 한알의 총탄을 허실한 사실을 놓고 호상비판한것은 옳은 일이라고 하시면서 이를 교훈삼아 앞으로 더 큰 승리를 얻을데 대하여 강조하시였다. 계속하여 사령관동지께서는 소대장동무에게 충분히 훈련도 주지 않은 신입대원을 일선에 배치한것은 아주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하시고나서 나에 대해서 특별히 강조하셨다. 이번에 태룡동무는 아주 잘 싸웠소. 대담하고 용감했소. 입대해서 첫 전투인데도 원쑤에 대한 증오심이 대단하오. 이번에는 비록 세발의 탄알로 한놈의 원쑤도 잡지 못했지만 그러한 기세로 싸운다면 앞으로 한알에 한놈씩, 아니 두놈, 세놈도 잡아내는 명사수가 꼭 될것이요. 사령관동지의 말씀을 듣고나니 한동안 울렁거리기만 하던 나의 가슴은 후련해졌다. 입대한지 열흘 남짓한 한 신입대원에 대해서까지 이토록 각별히 보살펴주시고 앞으로 이끌어주시는 그이, 바로 그이의 손길에서 그리고 사소한 부족점도 묵과하지 않고 제때에 깨우쳐주고 바로잡아주는 동지들속에서 이렇듯 나는 하나하나 배우면서 혁명의 길에서 성장하였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