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굴의 녀투사 한주애동무


   

불굴의 녀투사 한주애동무

 

박  경  옥               

 

혁명가요를 목청껏 부르며 씩씩하게 거리를 행진하는 귀여운 어린이들을 보거나 당을 따라 보다 행복한 래일을 위한 투쟁에 헌신하는 젊은 천리마기수들을 대할 때면 나는 바로 이 땅우에 오늘과 같은 사회주의제도를 가져오기 위하여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를 따라 손에 무장을 들고 원쑤와 용감히 싸우다 희생된 수많은 전우들을 생각하게 된다.

참으로 그들은 우리 혁명의 승리와 조국의 장래번영을 확고히 믿었으며 그 간고한 투쟁의 길을 꿋꿋이 걸어왔다.

지금 내가 이야기하려는 한주애동무도 바로 그처럼 굳은 신념을 품고 오직 혁명의 승리를 위하여 마지막순간까지 굴함없이 원쑤와 싸우다 희생된 투사이다.

한주애동무와 함께 생활한것은 내가 북만에서 유격대의 봉의대(재봉대)에 속하여 공작하던 때였다. 그때 한주애동무는 봉의대를 책임지고있었다.

그는 삼의툰에서 지방공작을 하다가 1935년에 유격대에 들어왔다. 입대한 후에도 그는 혁명임무수행에 모든것을 다 바쳤으며 대원들의 두터운 신망과 존경을 받았었다.

전순희동무가 봉의대에 새로 들어왔을 때였다. 가난한 가정에서 자라난 그는 재봉기를 다루어본 일이 없었다. 그렇지만 한주애동무는 열심히 배우면 곧 손에 익혀진다고 하면서 얼마간 그에게 재봉기 돌리는 법을 가르쳐주고는 서슴없이 자기가 맡아 다루는 재봉기앞에 앉히는것이였다.

그때만 해도 재봉기가 여간 귀한것이 아니여서 구대원들은 자기가 다루는 재봉기를 신대원들에게 선뜻 맡기려 하지 않았다. 그것은 자그마한 부속품이나 바늘 하나 부러져도 새로 구하기가 여간 곤난하지 않았으며 더구나 일감이 밀렸을 때 신대원들에게 기대를 맡겨서는 자기 책임량을 미처 감당해내기가 어려웠기때문이다.

신대원들에게 기대를 맡기고는 맡은 일을 해내지 못할가봐 간혹 주저하는 동무가 있으면 한주애동무는 다음과 같이 말하군 하였다.

《일이 바쁘다고 해서 배우고 가르치는 일을 뒤로 미룰수는 없지 않아요.

우리가 언제 한번이라도 한가하게 배울 시간을 따로 가져본적이 있었어요. 일이 바쁠수록 보다 빨리 보다 적극적으로 가르치며 배워야 해요.》

그는 하루종일 신대원곁에 붙어앉아 열심히 재봉기 다루는 법을 가르쳤으며 그리고도 자기의 책임량을 어김없이 실행하군 했다.

한번은 전순희동무가 밤중에 깨여나보니 한주애동무가 자리에 없었다. 그런데 곁방에서 무엇인가 사르륵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기에 순희동무는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나 그 방으로 들어가보았다.

희미한 등불과 마주앉아 열심히 일을 하고있는 한주애동무의 모습을 보는 순간 전순희동무는 북받치는 마음의 충동을 억제할수 없었다. 그는 한주애동무의 곁으로 다가가서 《내게도 일감을 주세요.》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일에 몰두하고있던 한주애동무는 흠칫 뒤를 돌아보더니 《아니 왜 자지 않고 일어났어요. 념려 말아요. 인제 곧 일이 끝나겠는걸. 그러찮아도 처음 시작한 부대생활에 피곤할텐데…》라고 말하면서 떠밀다싶이 그를 데리고나와 함께 잠자리에 눕는것이였다. 그러나 한참후에 그는 전순희동무가 잠들자 다시 잠자리에서 빠져나와 일을 계속했다.

이처럼 한주애동무의 뜨거운 동지애와 자기 임무수행에 대한 높은 책임성 그리고 어떤 곤난앞에서도 굴하지 않는 그의 품성은 신대원들은 물론 모든 대원들을 크게 감동시켰으며 그들로 하여금 더욱더 분발하여 자기들이 맡은 임무를 끝까지 훌륭히 수행해나갈수 있도록 고무하여주었다.

그후에 나는 한주애동무와 얼마동안 갈라져 활동하다가 1938년 가을에 요하현 석두하자 후방밀영에 와서 다시금 그와 함께 봉의대공작을 계속하게 되였다.

그때 우리 봉의대는 대원들의 겨울옷을 지으라는 긴급한 지시를 받았었다.

한주애동무를 비롯한 우리 봉의대원들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기한전에 동복생산을 끝낼 결의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하였다.

그런데 우리는 얼마 있지 않아 모진 식량난에다가 무서운 추위까지 겹친 겨울을 맞이했다. 게다가 놈들의 《토벌》은 한층 더 우심해졌다. 그러나 우리는 부닥치는 이 모든 난관들을 용감히 뚫고나아가면서 일손을 다그쳤다.

그러던 어느날 우리 밀영은 유격대의 거처를 탐지하기에 피눈이 되여 날뛰던 적들의 불의의 습격을 받게 되였다. 보초소에서 적을 발견했을 때에는 벌써 놈들이 밀영턱밑까지 기여들고있었다. 얼마 안되는 녀대원들은 수백명이나 되는 적들에게 포위될 위험에 처하였다.

그러자 한주애동무는 《빨리 뒤로 빠져서 산릉선으로 오르시오.》라고 우리에게 명령하였다.

우리는 재봉기와 일감들을 둘러메고 빠져나와 뒤산 수림속으로 피해들어갔다.

그도 어린애를 업고(그에게는 봉의대에 들어올 때 데리고온 어린 딸애가 있었다.)재봉기를 안은채 맨 뒤에서 달렸다. 그런데 적들은 벌써 우리가 피하는 방향으로 마구 총질을 하면서 추격하여왔다. 놈들의 고함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렸고 총알들이 우박처럼 우리의 주위에 날아왔다.

사태가 이와 같이 위급하게 되였을 때 한주애동무는 대원들을 구원할 최후의 결심을 품고 적들의 주의를 자기 한몸에 집중시키면서 산속깊이에로 놈들을 유인해 들어갔다.

그러다가 재봉기를 껴안은 팔에 부상을 당하자 한주애동무는 급히 재봉기를 숲속에 숨겨놓고 계속 적들을 끌고갔다.

그는 싸창을 빼여들고 뒤따라오는 몇놈을 쏘아눕혔다. 등에 업은 어린애를 연신 추겨올리며 적과 싸우던 그는 한참후에야 비로소 탄알이 떨어진것을 깨달았다.

그는 마지막 피 한방울이 진할 때까지 원쑤와 싸우기 위하여 커다란 바위우에 올라서서 놈들을 노려보았다.

이미 탄알이 떨어진것을 알아차린 적들은 그를 생포하려고 바위우로 기여오르기 시작했다.

《이놈들아, 돌벼락을 받으라.》한주애동무는 이렇게 웨치며 놈들의 머리우에 바위돌을 굴렸다. 바위턱에 기여오르려던 놈들이 바위를 안은채 벼랑밑으로 굴러떨어졌다. 불의의 돌벼락을 맞고 머뭇거리던 적들은 잠시후 다시 필사적으로 바위턱에 달라붙어 기여오르기 시작하였다.

한주애동무는 이번에는 돌부리를 잡아쥔 적들의 손등을 싸창턱으로 족쳐대였다.

그러나 이리떼처럼 달려드는 수많은 적들을 혼자의 몸으로 막아낼수는 없었다. 앞으로 다가드는 놈들에게만 정신이 쏠렸던 그는 은밀히 바위뒤턱으로 기여올라온 적들에게 그만 체포되고말았다.

이날 우리는 우리의 가장 친근하고 용감한 혁명동지를 비통하게도 원쑤놈들에게 빼앗겼다.

그후 우리는 지방공작원들을 통하여 한주애동무가 원쑤들의 혹독한 고문과 야수적만행에도 굴하지 않고 얼마나 용감하게 싸웠는가를 전해들었을 때 가슴속에서 원쑤에 대한 증오의 불길이 타오름을 금할수 없었다.

놈들은 한주애동무를 감옥에 끌어넣자마자 그에게서 어린애를 떼여냈으며 유격대의 비밀을 알아내려고 혹독한 고문을 들이대였다. 그때마다 그는 정신을 가다듬고 불길이 이는 눈초리로 놈들을 쏘아보았다.

《내가 네놈들에게 잡히기는 했으나 짐승같은 네놈들에게 굴할줄 아느냐. 나의 뒤에는 항일유격대원들이 서있다. 네놈들은 오늘 나를 철창속에 가두었으나 래일에는 항일유격대원들이 네놈들을 복수하고 전멸시킬것이다.》이렇게 웨치면서 그는 꿋꿋이 싸웠다.

야수같은 원쑤놈들은 피투성이가 된 한주애동무의 몸을 불에 달군 쇠꼬챙이로 지지며 《고추가루고문》과 《비행기고문》등을 매일같이 번갈아 들이대였다. 그러나 놈들은 그에게서 한마디의 비밀도 알아낼수 없었다.

한주애동무는 모진 고문에 지쳐 의식을 잏고 감방바닥에 쓰러졌다가도 정신을 가다듬고 다정한 전우들과 함께 보람있게 보낸 부대생활의 잊을수 없는 나날을 회상하였으며 벌써 몇달째 보지 못하는 자기의 귀중하고 사랑스러운 딸애를 그리워하였다.

이런 때에 교활한 놈들은 어리석게도 어린애로써 그를 회유해보려고 어느날 고문실에 한주애동무의 어린애를 데리고 들어왔다.

《어린애가 불쌍하지 않는가. 이 어린것을 생각해서라도 마음을 고쳐먹는것이 어떤가. 단 한마디 말이라도 어서 대답해보아라. 한마디 말에 너와 너의 어린것의 장래가 달려있다.》

이렇게 놈들은 겁에 질려 이미 울음소리마저 쉬여버린 어린것을 앞에 놓고 한주애동무의 마음을 움직여보려고 꾀하였다.

어린것을 보는 순간 한주애동무는 심장이 칼끝에 찔린듯 했다. 놈들에게 시달려온 어린것의 모습에서는 지난날의 그 복스럽던 얼굴도, 또렷한 눈정기도 찾아볼수 없었다.

《이 짐승같은 원쑤놈들아. 철없는 어린애에게 무슨 죄가 있느냐. 바로 네놈들같이 악착스러운 놈들을 이 세상에서 쓸어버리지 않고서는 진정한 행복도 자유도 없다는것을 잘 알고있기때문에 우리 혁명가들은 끝까지 싸운다.》

그는 불같은 증오의 눈초리로 원쑤놈들을 노려보았다.

그러나 놈들은 집요하게 달라붙었다.

《꽃같이 젊은 나이에 알뜰히 살고싶지 않는가? 묻는대로 말해라. 그러면 너를 석방하겠다. 그때엔 새서방도 얻어서…》

헌병대장놈의 이러한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한주애동무는 분노에 찬 주먹으로 그놈의 면상을 후려갈겼다.

강철같은 의지로 놈들을 대항하여 싸우는 한주애동무의 불굴의 투쟁앞에서 놈들은 치를 떨었다.

어떤 수단으로도 그를 굴복시킬수 없음을 알게 된 원쑤놈들은 드디여 1939년 초봄에 한주애동무를 우쑤리강반으로 끌고나갔다. 놈들은 《유격대계집의 최후를 보여준다》고 떠벌이면서 부락주민들까지 강제로 끌어내였고 또다시 어리석게도 이 최후의 순간에 한주애동무의 마음을 흔들어보려고 그의 어린 딸을 데려내왔다.

세찬 강바람에 숨막힐듯 기가 질린 어린것이 놈들에게 끌려 살벌한 들판으로 허둥지둥 걸어나오는 그 광경을 본 군중들은 원쑤놈들에 대한 치솟는 저주와 분노로 하여 두주먹을 움켜쥐며 땅이 무너지라 발을 구르며 격분을 금치 못해하였다.

사형장으로 나가는 어머니를 보고 울어대는 어린애의 째는듯 한 울음소리가 들리자 한주애동무는 가슴을 찔린듯 멈춰서서 뒤를 돌아보았다. 그는 이 마지막 순간, 몸으로라도 사랑하는 자식을 한번 더 그러안아보고싶은 불같은 충동을 이기지 못하여 아이에게로 달려가려 몸부림쳤다.

그러나 원쑤놈들의 총칼이 그의 가슴을 가로막았다. 악독하기 그지없는 인간백정들은 마지막으로 어머니와 딸애가 만나는것마저 허락하지 않았다.

《무적의 황군앞에 빨찌산의 운명도 멀지 않았는데 무엇때문에 어리석게 스스로 죽음의 길을 택하는가. 자, 무엇을 더 생각하는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으니 돌아서기만 하면 그만이다.》

놈들은 이렇게 헛된 소리를 치면서 혹시 무슨 말이라도 나올가 하여 한주애동무의 입을 뚫어지게 지켜보고있었다.

그러나 이 길지 않은 순간에 한주애동무는 《숙자야. 이 악독한 원쑤놈들을 잊지 말아라…》하고 가슴터지게 말하고는 딸에 대한 그 사랑, 그 모든 정열을 원쑤에 대한 증오로 불태우며 다시금 웨쳤다.

《이 귀축같은 놈들아. 유격대원의 마음은 변할줄을 모른다. 혁명가는 비렬하게 혁명을 저버리지 않는다.》

최후로 그는 놈들의 만행에 격분을 참지 못하며 웅성거리는 군중을 향하여 소리높이 웨쳤다.

《동포형제들, 조중인민 여러분. 일제원쑤놈들이 지금은 이 땅우에서 기승을 부리고있지만 놈들이 멸망할 날은 멀지 않았습니다. 혁명은 반드시 승리할것입니다. 나의 뒤에는 나의 원쑤를 백배천배로 갚아줄 수많은 유격대원들이 있습니다.

그러기에 나는 혁명이 승리할 래일을 위하여 떳떳이 죽습니다.

여러분, 원쑤를 잊지 마십시오. 그리고 원쑤를 반대하여 끝까지 용감히 싸우십시오.》

원쑤들은 그의 불굴의 혁명적기개앞에서 질겁했다. 한주애동무는 자기앞에 서있는 원쑤들을 노려보며 혁명을 위해 일생을 값있게 보낸 긍지도 드높이 꿋꿋이 머리를 쳐들고 강반을 향해 걸어나갔다.

우리의 가장 친근한 동지였으며 혁명에 무한히 충실하였던 용감한 빨찌산녀대원-한주애동무는 이렇게 우리의 곁을 떠나갔다.

그는 자기의 목숨이나 개인의 안락보다도 혁명의 리익과 혁명동지와 조직의 운명이 더 귀중하다는것을 무엇보다도 똑똑히 인식하고있었기때문에 그처럼 용감히 원쑤와 싸웠으며 굳은 신념을 안고 떳떳하게 최후를 마치였던것이다.

그는 비록 광명한 오늘을 보지 못한채 희생되였으나 그가 바라마지 않던 새 사회는 오늘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현명한 령도에 의해 이 땅우에 찬란한 꽃을 피우고있다.

나는 행복하고 희망에 찬 오늘에 사는 기쁨을 느낄 때마다 바로 오늘을 위하여 목숨을 바친 수많은 혁명선렬들을 생각하며 그들의 몫까지 담당하여 조국과 인민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해나갈 결의를 다시금 굳게 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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