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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봉팔로인의 최후
김 룡 연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령도하신 항일무장투쟁시기에 우리와 손을 잡고 일제와 용감히 싸운 인민들을 회상할 때마다 나는 장백현 주경동의 조국광복회 회원들을 잊을수 없다. 그중에서도 지봉팔로인에 대한 회상은 날이 갈수록 그에 대한 존경의 정을 더욱 새롭게 한다. 1937년 여름. 나는 부상당한 몇명의 우리 동무들과 같이 주경동에서 병을 치료하면서 지방공작원들의 사업을 도와주고있었다. 어느날, 우리가 지봉팔로인의 집에서 사업을 토의하고있을 때였다. 한낮이 기울었을 때 지봉팔로인의 딸이 망을 보다가 우리에게로 급히 달려왔다. 《큰길로 지나가던 이상한 놈들이 저 밭머리로 들어와요.》 우리들은 급히 밖으로 나갔다. 밀정들을 앞세운 일제헌병놈들이 벌써 500~600m 지점에까지 접근하고있었다. 《모두들 흩어져서 산으로 오르시오.》 이렇게 모였던 사람들을 피하게 하고 그뒤로 우리들도 급히 산에 올랐다. 이때 나는 아직 건강이 회복되지 않은 때이므로 산중턱까지 오르다가 더 뛰지 못하고 커다란 진대나무밑에 몸을 숨겼다. 잠시후 마을에서는 총소리와 돼지멱따는듯 한 놈들의 고함소리가 한동안 계속되더니 더는 들리지 않았다. 나는 급히 진대나무밑에서 기여나와 마을을 내려다보았다. 마을은 검붉은 연기로 뒤덮여있었다. 놈들은 마을인민들을 닥치는대로 체포학살하였고 집집마다에 불을 질렀다. 놈들이 달아난 후 마을사람들을 한사람한사람 찾아 만나던 우리는 지봉팔로인이 놈들에게 체포되여 무참히 학살되였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우리가 산으로 뛰여오를 때에 로인은 다시 돌아서서 자기 집 마당앞에 있는 남새밭으로 들어갔던것이다. 이때 자기 딸이 빨리 산으로 오르라고 손을 끌며 발을 동동 굴렀으나 로인은 응하지 않았다. 《피하긴 내가 어디로 피한단 말이냐? 저놈들이 우리 집에 왔다가 나까지 없는줄 알면 인차 산으로 오를건 뻔한데… 그러면 가뜩이나 몸들이 성치 않은 유격대원들이 어떻게 되겠니. 나는 늙어서 모른다고만 하면 된다. 너나 어서 가라. 어서…》 이것이 지봉팔로인이 자기 딸에게 한 마지막말이였다. 그다음 로인이 밭머리에서 풀을 뽑고있을 때 그곳으로 달려든 놈들은 온통 집안을 수색하더니 다짜고짜로 로인을 끌어내여 잔인한 고문을 시작하였다. 기골이 장대하고 참나무통과 같이 꿋꿋한 로인이였으나 놈들의 야수적인 고문에 의하여 얼마후에는 수족을 가누지 못하고 땅바닥에 쓰러져 피를 토한 후 정신을 잃었다. 그러다가도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면 로인의 두눈에서는 원쑤에 대한 증오의 불길이 타번졌다. 《이놈아. 유격대가 어디 숨어있는가? 말하지 않으면 당장 죽여버릴테다.》 《나는 모른다.》적들이 아무리 위협하여도 지로인은 놈들의 물음에 매번 꼭같은 한가지 대답만을 하였을뿐이였다. 놈들은 반주검이 되여 쓰러져있는 지봉팔로인을 함부로 짓밟고 때릴수는 있었으나 그의 심장속 깊이 간직되여있는 혁명의 비밀을 도저히 알아낼수는 없었다. 이리하여 놈들은 고문의 방법으로써는 어쩔수 없다고 생각했던지 이번에는 로인을 회유하기 시작하였다. 《령감, 잘 생각해보라. 앞길이 구만리같은 자식들을 생각해서라두… 령감이 묻는 말만 대면 많은 상금을 타서 호강스럽게 살게 될게 아닌가.》 이 말을 들은 지로인은 몸을 부쩍 일으켰다. 원쑤들에 대한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오른 그는 억센 주먹을 힘있게 거머쥐고 놈들의 앞으로 다가갔다. 질겁한 놈들은 그의 가슴에 총부리를 들여대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지봉팔로인은 오히려 태연스럽게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놈들을 똑바로 쏘아보았다. 악에 받친 원쑤들은 또다시 미친개처럼 달려들어 그를 치고 또 쳤다. 지로인은 이를 악물고 놈들의 고문을 참아내였다. 로인이 끝끝내 굴복하지 않으리라는것을 알게 된 놈들은 인민들을 위협하면서 강제로 끌어내였다. 그리고 그들이 보는데서 지로인을 죽여버리려고 땅을 팠다. 로인은 강제로 끌려온 군중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군중들속에는 낯익은 얼굴들이 그를 마주보았다. 서로 마주친 눈길들에서는 수백수천마디의 말보다도 더 뜨겁게 굳센 뜻이 오고갔다. (죽어도 《개》들에게 굴복은 안한다.) 놈들이 로인을 구뎅이에 밀어넣었을 때도 로인은 군중들을 다시한번 돌아보았다. 조국의 해방을 위해, 착취와 압박이 없는 새 사회를 위해 싸우는 우리 유격대를 성심으로 도와온 그들, 비밀을 함께 지켜온 사람들이였다. 죽음을 앞둔 순간 미더운 이 사람들을 바라보는 로인의 얼굴에는 강의한 투지와 고매한 혁명적기개가 넘치고있었다. 놈들은 그에게 총구를 겨누었다. 그러면서도 초조와 절망에 빠진것은 놈들이였다. 그것은 놈들이 비록 그를 죽일수는 있었으나 그렇게도 갖은 발악을 다하며 알아내려던 비밀은 영원히 로인에게서 알아낼 길이 없었기때문이였다. 이 순간 로인은 놈들의 단말마적발악을 물리치며 큰 목소리로 군중들을 향해 웨쳤다. 《여러분! 나는 다 아오. 이놈들의 죄악을… 이놈들은 우리 조국을… 우리 사람들을 영원히 노예로 만들려는거요. 그러나 안되오. 김일성장군님께서는 우리에게 분명히 말씀하시였소. 원쑤들을 물리치는 그날, 천대와 압박받던 우리는 나라의 주인이 되고 땅의 주인이 된다고 하시였소. 여러분…》 여기까지 로인이 말하였을 때 당황한 놈들은 로인의 입을 막으려고 발광하였다. 그러나 놈들은 이미 군중들의 심장과 련결되여 함께 호흡하는 그의 말을 막아낼수는 없었다. 놈들의 총 한방이 그의 어깨를 꿰뚫었을 때에 그는 목소리를 더 높였고 주위의 군중들은 놈들을 쏘아보며 웅성거렸다. 이러한 속에서 로인의 목소리가 거세게 울렸다. 《여러분. 우리에게는 왜놈들을 쳐부실 김일성장군님의 유격대가 있소. 굴하지 마오. 우리는 꼭 이기오. 이기오.…》 질겁한 놈들이 쏘는 탄알은 연거퍼 그의 몸에 박혔다. 6발의 적탄을 맞았을 때에도 그의 웨침소리는 멎지 않았다. 이 이야기를 들은 나는 그 어떤 말도 못하고 못박힌듯 서있었을뿐이였다. 눈앞에는 가지가지의 일들이 떠올랐다. 그중에서도 더욱 뚜렷이 나의 가슴에 안겨오는것은 보전보전투후 위대한 수령님께서 지로인을 만나주셨을 때의 일이였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부대를 친솔하시고 지봉팔로인의 집에 오셨을 때 마을사람들이 앞을 다투어 모여들었다. 이때 로인의 집마당에서 유격대원들과 잠시 휴식을 하시던 그이께서 인민들에게 조선은 죽지 않고 살아있다, 조선은 반드시 해방될것이다, 천대받던 로동자, 농민들은 나라의 주인이 된다고 하신 한마디한마디의 말씀은 그대로 인민들에게 가슴의 피를 끓게 하였고 새힘과 희망을 지니게 하였다. 《장군님, 한가지 말씀드리고싶은게 있습니다.》라고 하면서 로인이 그이의 앞으로 나섰다. 《한평생 소작살이로, 머슴군으로 지내왔고 늘그막에 일군 부대밭마저 이제는 또다시 지주놈에게 빼앗긴 이런 늙은이도 나라가 해방된 그땐 떳떳이 제땅을 가져볼수 있습니까?》 지봉팔로인의 이 말을 들으신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로인의 손을 잡으시며 《로인님 같은 훌륭한 농민이 땅을 가지지 못하시면 누가 우리 땅의 주인이 되겠습니까. 꼭 그렇게 됩니다.》라고 말씀하시였다. 마을을 떠나실 때에 그이께서는 로인을 다시 만나시고 로인의 손을 잡으시며 당부하시였다. 《우리 대원들이 병을 고치자면 로인님께도 많은 괴로움을 끼치게 될것 같습니다. 저는 로인님을 믿고 그들을 여기에 두고 떠납니다.》 그후 지로인은 마을사람들에게 그이의 말씀을 몇번이나 되뇌이며 감격에 넘쳐 어쩔줄 몰라하였다. 나는 그날 로인의 무덤앞에서 친아버지를 생각하는 바로 그러한 마음으로 머리를 숙였다. 《저는 오늘의 이 원한을 가슴에 깊이 품고 조국해방을 위해 끝까지 용감하게 싸우겠습니다.》 나는 지금도 이 마음으로 지봉팔로인을 회상하며 원쑤격멸의 굳은 결의를 다진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