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의 정황속에서

 

 

불의의 정황속에서

                                                      

태  병  렬                           

 

남패자회의에서 제시하신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방침에 따라 내가 속한 제3방면군이 북만일대에서 활동하고있을 때의 일이다.

1939년 10월, 우리는 놈들의 《토벌》기도를 파탄시키고 겨울나이용식량, 피복을 해결하기 위하여 액목현성진공전투를 계획하고 밀영을 떠났다.

빽빽한 수림을 헤가르며 행군을 다그쳐서 우리가 액목현성에서 수십리 떨어진 어느 한 숲속에 당도한것은 한낮이 지나서였다.

우리가 자리잡은 산아래에는 100여호가 잘되는 큰 부락이 있었다.

그런데 포대는 눈에 잘 뜨이지 않았고 마을을 둘러싼 토성도 군데군데 무너져있는것으로 보아 놈들의 경계가 그리 심하지 않을것 같았다.

적후로 파견된 동무들이 부락의 한 농민을 통하여 수집한 자료에 의하면 부락에는 위만경찰 3놈밖에는 없으며 놈들은 이곳에서 밤낮 인민들의 재물을 략탈하면서 안일과 부화방탕으로 세월을 보내고있다는것이였다.

지휘부에서는 이 부락에 있는 경찰놈들의 무장을 해제하고 식량을 해결하기로 계획하였다.

지휘부의 전투계획에 따라 리용운련대장의 인솔하에 기관총분대는 먼저 부락으로 들어가 경찰놈들을 소멸하기로 하였다.

나도 이때 련대장과 함께 행동하게 되였다.

《3놈밖에 없으니 문제없소. 우리가 침착하게 행동한다면 총 한방 쏘지 않고 능히 식량도 마련할수 있소.》

련대장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면서 싸창과 예비로 가지고다니던 권총에 탄알을 재워넣는것이였다.

나도 그의 말에 신심이 생겨 떠날 차비를 서둘렀다.

그리하여 9시경에 전부대는 행동을 개시하여 마을어귀에 도착했다.

밤은 몹시 캄캄하였다.

우리는 은밀히 토성을 넘었다. 련대장과 나는 경찰놈들이 있는 집으로 접근하고 기관총분대는 만일을 생각하여 일정한 지점에서 우리를 엄호하기로 하였다.

토성에서 얼마 들어가지 않아서 류달리 눈에 뜨이는 집 한채가 있었다.

경찰놈들이 있는 집이라고 우리는 단정했다.

뜨락에 쌓여있는 나무무지에 몸을 숨기고 숨소리를 죽여가면서 동정을 살폈으나 아무런 기미도 없었다.

나는 련대장의 명령만을 기다리고있었다.

그런데 련대장은 권총을 빼들고 단신으로 부엌문앞으로 다가갔다.

나에게 명령을 주기보다 자신이 직접 위험을 무릅쓰고 적의 동태를 살피려고 나가는 그에게서 나는 대원들을 아끼는 뜨거운 마음을 감득할수 있었다.

나는 련대장의 신변이 걱정되여 몇걸음 떨어져서 그의 뒤를 따랐다.

그는 문고리를 잡고 조심스럽게 당기였다. 문이 소리없이 열렸다. 부엌안은 캄캄했다.

그는 부엌안에 한발을 들여놓으면서 나에게 손짓을 했다. 나도 재빨리 부엌안에 들어섰다.

방으로 통하는 문짬으로는 가는 불빛이 새여나오고있었다.

우리 두 사람은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였다. 이따금씩 나직한 말소리가 토막토막 들려왔다.

당장 요정을 내고싶은 생각이 울컥 치밀어올랐다.

련대장은 벽에 붙어서라고 나에게 암시하고나서 방안으로 통하는 문짝을 잡아제낀 다음 한발을 방안에 들여놓으면서 《뻬뚱!(꼼짝 말라)》하고 벼락치듯 소리를 질렀다.

그런데 뜻밖에도 방안에는 참말로 놀라운 광경이 벌어졌다.

방안에는 담배연기가 자욱하였다.

복도를 사이에 둔 캉(온돌)에는 탁상이 놓여있었고 량쪽캉에는 위만군장교들이 꽉 들어앉아있었다. 얼른 보아서 30명은 착실히 되는것 같았다.

작전지도가 놓여있는 탁상두리에 일본지도관 넷이 앉아있었고 그중 한놈이 색연필을 들고있는것으로 보아 놈들은 작전에 몰두하고있었다는것을 알수 있었다.

분명 3놈이 있을것으로 알고있은 이 방안에 30여명이나 들어차있는 이 뜻밖의 정황으로 하여 나는 순간 몹시 당황하였다.

뒤에 서있는 나의 심장이 방망이질을 할진대 놈들로 가득 들어찬 방안에 한발을 들여놓은 련대장의 심정은 오죽했으랴.

2 대 30!

너무도 엄청난 력량대비였다. 물러서기에는 이미 때가 늦었고 그렇다고 맞서자니 힘에 겨운 위기일발의 순간이였다.

이때 우리의 머리를 스치는 생각은 한두가지가 아니였다.

낮에는 부락에 군대가 없었는데 이자들은 어두울무렵에 은밀히 기여든 《토벌대》가 틀림없었다. 놈들은 소위 《작전의 은밀성》을 보장한다고 하면서 이런짓을 가끔 하군 하는것을 우리는 알고있었다.

장교가 30여명이나 되는것으로 보아 적지 않은 병력이라는것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았다. 그런즉 이 장교무리들을 어떻게 처리하는가에 따라서 부대의 앞으로의 행동에 미칠 영향이 결정될것은 뻔한 일이였다.

둘이 죽고사는 문제가 아니였다.

부대의 전투임무수행과 관련되는 무거운 과제가 우리의 어깨에 지워진것이다.

(후퇴는 죽음이다. 오직 맞받아나가는 길만이 남아있다. 결정적인 행동으로 놈들을 족쳐야 한다.

철천지원쑤인 이놈들을 우리의 손에서 한놈도 놓칠수 없다.)

이것은 극히 짧은 순간에 번개치듯 우리의 머리속을 스쳐가는 생각들이였다. 오직 이 결의와 각오가 있음으로 하여 우리는 불의의 정황속에서도 침착하고 결정적인 행동을 할수 있었다.

《뻬뚱》 하는 소리에 놈들은 마른벼락을 만난것처럼 어리둥절해서 어쩔바를 몰라했다.

이때였다.

문가에 앉았던 일본지도관 한놈이 뭐라고 돼지멱따는 소리를 꽥 치더니 벌떡 일어서면서 련대장이 내민 권총의 총신을 잡았다.

련대장은 방아쇠를 당겼다. 그런데 총알이 나가지 않았다. 불발이였다.

이 순간 나는 어떻게 행동했으면 좋을지 몰랐다.

좁은 문을 그가 가로막아 서있기때문에 서뿔리 총을 쏠수도 없었다.

악을 쓰는 일본지도관놈의 가쁜 숨소리가 들려왔다.

《비키시오.》하고 나는 소리쳤다.

이 소리를 들은 련대장은 반사적으로 한쪽 캉에 뛰여오르며 권총을 나꾸어챘다.

그놈은 어찌나 권총을 세게 틀어잡았던지 권총을 나꾸어채는 바람에 중심을 잃고 앞으로 엎어질듯 비청거렸다.

《땅!》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나는 그놈의 골통을 갈겼다. 그놈의 이마빼기에서 피줄기가 솟구치더니 푹 하고 앞으로 거꾸러졌다.

이렇게 되자 또 한놈이 뭐라고 소리를 치더니 불쑥 일어서며 덤벼들었다.

이번에는 련대장이 그놈을 쏘아눕혔다.

이때 나는 재빨리 맞은켠 캉에 뛰여올라섰다.

다음순간 연거퍼 일어서는 두놈을 량쪽에서 쓸어눕혔다.

어쩔줄을 모르고 떨고있던 위만군장교들속에서는 저마끔 책상아래에 머리를 처박는 놈, 뛸구멍을 찾는 놈으로 하여 복대기기 시작했다.

우리는 놈들이 머리를 추겨드는 족족 쏘아넘겼다. 놈들이 덤벼들지 못하도록 벽에 의지하여 맹사격을 하였다.

그런데 나에게는 총알이 떨어졌다.

순간 놈들은 내가 의지해 서있는 벽쪽으로 몰켜들고있었다.

재빨리 나는 련대장에게 왼쪽손을 내밀었다.

이를 눈치챈 련대장은 자기 괴춤에서 예비권총을 빼내여 나에게 던져주는것이였다.

이것을 받아쥔 나는 다시 놈들을 쓸어눕히기 시작하였다.

《벽에 걸린 권총을 지켜라.》하고 련대장이 소리쳤다.

돌아다보니 나의 뒤벽에는 놈들의 권총이 주런이 걸려있었다.

놈들은 옷걸개에 권총을 걸어놓고 마음 편히 앉아있다가 불의의 봉변을 당했던것이다.

나는 놈들의 권총을 한손에 한자루 더 걷어쥐였다. 그리고 놈들로 하여금 벽에 걸린 권총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경계하면서 문으로 빠져나가려고 움쩍하는 놈이면 쏘고 또 쏘았다.

이리하여 더는 빠져나갈 길을 찾지 못한 놈들은 이젠 지도관놈들도 없어졌으니 항복하겠다고 하면서 제발 목숨만 살려달라고 손을 들고 애걸하였다.

이러는 사이에 엄호조로 파견된 경기관총분대가 도착하였다.

우리는 불과 몇분사이에 불의에 조성된 정황에서 일본지도관 4놈과 위만군장교 10여명을 살상하고 남은 놈들을 몽땅 생포하였다.

그런데 마을은 괴이하게도 조용했다.

자기들의 지휘부가 몽땅 녹아나는데도 적병사들은 겁에 질려 총 한방 쏘지 않았고 머리를 내밀지도 않았다.

이때 우리의 주력은 마을안에 들어오고있었다.

우리는 포로한 장교들을 앞장세워 부락에 있던 적 100여명의 무장을 몽땅 해제하였다.

포로된 위만군 한 장교는 이렇게 비명을 올렸다.

《당신들은 정말 신출귀몰한 전법을 쓰고있습니다.

어제까지도 대사하근처에 있다는 소문을 듣고 지금 〈토벌〉하러 가는 길이였는데… 참 여기에 이렇게 나타날줄이야 꿈엔들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놈들은 이날 밤 장교회의를 소집하고 《토벌》작전을 다시 검토하던 중이였다.

이때 놈들은 자기들의 은밀성과 힘을 과신한 나머지 정문보초 한놈을 세웠을뿐 장교놈들이 회의하는 집에는 보초한놈도 세우지 않았던것이다.

우리가 놈들에게서 빼앗은 작전지도는 놈들의 《토벌》기도를 격파함에 적지 않은 도움으로 되였다.

많은 식량과 피복도 해결되였다.

이 불의의 습격전투는 놈들의 《토벌》계획을 사전에 파탄시켰을뿐만아니라 그후 액목현성전투의 승리를 보장하는 서막으로 되였다.

항일무장투쟁의 나날 이처럼 우리들은 그 어떤 정황속에서도 침착하고 대담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하신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가르치심을 명심하고 싸웠기때문에 전투마다에서 승리할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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