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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선 을 뚫 고
김 충 렬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의 령도밑에 조직전개된 항일무장투쟁의 전행정에서 그 어느 시기, 그 어느 장소를 물론하고 유격대원들이 걸어온 길은 그 하나하나가 헤아릴수 없는 고난을 이겨낸 로정이였다. 우리는 때로 몇명의 전우밖에 남지 않는 어려운 전투도 하였으며 며칠씩 굶어 쓰러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 불리한 환경에서도 오직 혁명의 승리를 굳게 믿고 닥쳐오는 고난을 동요없이 극복해나갔으며 그 길에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 행정에서 우리들은 단련되였고 불패의 대오로 장성하였으며 적을 타승하고 마침내 승리할수 있었던것이다. 1938년 초봄, 요하현 소나허지방에서 활동하고있던 우리 중대는 지휘부의 지시에 따라 보청지방으로 급히 이동하게 되였다. 약 20일후에 우리는 보청현 소태산부근에 이르렀다. 이때 우리는 지고간 식량이 다 떨어져 벌써 사흘째 굶으면서 행군하고있었다. 시장기로 하여 몸은 더 얼어들고 팔다리가 가드라드는것만 같았고 몸에 지닌 모든것이 거치장스러웠다. 한걸음이 천근 무쇠덩어리를 옮겨놓는것 같았으며 어떤 동무들은 행군중에 풀썩 주저앉기도 하였다. 《거의 왔소.》, 《조금만 참으면 되오.》 우리는 서로 고무하면서 어깨를 부축하고 손을 이끌면서 걸었다. 밤중에 소태산부근의 어느 한 부락에 다달은 우리는 간신히 한끼를 요기하고 또다시 길을 떠났다. 우리가 마을을 벗어나 약 5리가량 나왔을 때 벌써 날은 훤히 밝기 시작하였다. 이때 전방 척후로부터 앞에 적이 나타났다는 보고가 들려왔다. 이어 후방 척후로부터도 적이 뒤따른다는 련락이 왔다. (적의 포위속에 들었는가?) 이러한 직감이 우리의 머리를 쳤다. 우리는 앞뒤에 적을 두고있었다. 정황은 긴박하였다. 분대장인 나는 지휘관의 명령대로 대원들을 이끌고 우리앞에 있는 산고지(소태산이라고 한다.) 를 향하여 바삐 내달았다. 산고지 정점에 오른 우리는 적들의 포위선이 겹겹이 둘려져있다는것을 알게 되였다. 적의 병력은 1개 련대이상 되여보였다. 어느덧 산봉우리주위로 적의 포탄이 윙윙 날아들고 기관총탄알이 귀전을 울리며 비발같이 쏟아졌다. 밋밋한 릉선으로 되여있는 소태산에는 지어 몸을 의지할만 한 나무 하나, 가시덤불 하나도 변변한것이 없었다. 이러한 형편에서 수십배나 되는 적과 싸운다는것은 용이한 일이 아니였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한발자국도 물러설 곳이 없었다. 우리는 바위면 바위, 나무가지면 나무가지, 의지할수 있는 모든것을 다 리용하여 적과 싸웠다. 그러나 적들은 포사격의 엄호밑에 점차 포위망을 좁히며 우리에게로 육박해왔다. 손들고 항복하라는 놈들의 고함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우리의 력량을 앝보고 놈들이 조롱하는듯 소리치는 고함소리를 들을 때 우리는 부아가 터져서 견딜수 없었다. 우리는 당장에 쏘고싶은 마음을 꾹 참고 놈들이 더 가까이 오기만 기다리고있었다. 오만하게 덤벼드는 적들이 바로 턱밑에 왔을 때였다. 1정밖에 없는 기관총을 틀어쥔 나는 동무들과 함께 놈들에게 일제사격을 퍼부었다. 놈들은 무더기로 쓰러졌다. 우리의 반격앞에 당황한 놈들은 갈팡질팡하더니 도로 아래로 물러갔다. 우리는 잠시 숨을 돌릴수 있었다. 벌써 몇몇 동무들은 적탄에 부상을 입었다. 이윽고 적들의 포사격이 또다시 시작되였다. 이어 산아래에 있던 놈들이 다시금 굶주린 이리떼마냥 어슬렁어슬렁 기여오르는것이였다. 사방에서 총알과 파편이 사정없이 날고 적이 쏘아대는 포탄으로 하여 산고지는 온통 뒤집혀졌다. 적을 쏘아넘기던 귀중한 전우들이 하나둘 쓰러져갔다. 《조선혁명 만세!》 《조선독립 만세!》 혁명의 한길에서 함께 굶주림과 추위와 싸우며 원쑤들과의 육박전에로, 간고한 행군의 길에로 서슴없이 내닫던 전우들이 장렬한 최후를 마치며 부르는 만세소리를 들을 때 우리의 심장은 터질것만 같았고 원쑤에 대한 증오는 더욱 치솟아올랐다. (이대로 모두 쓰러질수는 없다. 쓰러지는 전우들의 몫까지 싸워야 한다. 원쑤를 족치고 우리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 우리에게는 할 일이 많다. 지휘부에서는 우리를 기다리고있다.) 나는 기관총을 튼튼히 틀어잡고 치솟는 격분을 담아 적들에게 더욱 맹렬히 사격을 했다. 놈들은 또다시 무더기로 쓰러졌다. 그러나 간악한 놈들은 주검을 쌓으면서도 계속 집요하게 기여올라왔다. 이렇게 다급한 때 사격하던 나의 기관총이 그만 뚝 멎었다. 아무리 방아쇠를 당겨도 탄알이 나가지 않았다. 《고장이구나.》나는 저도모르게 소리를 쳤다. 기관총사격이 멎자 적들은 허리를 펴고 산중턱에까지 접근해왔다. 정황은 더욱 위급해졌다. 나는 어떻게 손을 썼으면 좋을지 몰랐다. 이때 나의 곁에서 보총사격을 하고있던 박동무가 머리를 쳐들더니 《충렬동무, 어서 총을 고치오.》하고 벌떡 일어나 왼쪽으로 달려가며 수류탄을 뽑아던지는것이였다. 그는 자기를 로출시켜 적들의 공격을 그곳으로 유인함으로써 그사이에 기관총을 수리하게 하자는것이였다. 나는 재빨리 기관총을 뜯어고치기 시작하였다. 왼쪽산턱에서는 연신 박동무의 웨침소리가 들렸다. 《이놈들아, 유격대가 여기 있다. 죽을테면 올라와보라.》 적들의 주목은 박동무에게로 집중되였다. 그는 작은 바위에 의지하고 올라오는 놈들을 하나하나 제꼈다. 이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흘러 기관총수리도 거의 끝나갈 때였다. 박동무는 그만 적탄에 맞아 중상을 입었다. 그는 쓰러지면서도 《기관총이 어떻게 됐소?》하고 계속 부르짖었다. 전우들을 위험에서 구출하며 오직 혁명승리를 위하여 목숨도 서슴없이 바치는 박동무, 나는 그의 고귀한 혁명정신앞에 머리를 숙였으며 심장을 에이는듯 한 그의 마지막 부르짖음을 들으면서 수리한 경기를 다시 힘있게 틀어잡았다. 울분을 토하듯 무섭게 불을 뿜는 나의 경기앞에서 원쑤들은 푹푹 쓰러져갔다. 적들은 정오경까지 벌써 1개 련대이상의 병력중에서 태반이 넘는 시체를 산턱에 내딩굴리였다. 악독한 적들은 좀처럼 물러서려고 하지 않았다. 이윽고 산아래에 있던 적들은 또다시 발악적으로 달려들었다. 이때 부사수인 리동무가 갑자기 비발같이 쏟아지는 탄우를 뚫고 산중턱으로 기여 내려가는것이였다. 나는 사격을 멈추고 《리동무, 리동무!》하고 다급하게 불렀으나 그는 대답도 없이 한번 뒤를 홱 돌아보고는 앞으로 나가기만 하였다. 그는 우리 진지로부터 약 20m앞에 쓰러진 적들의 시체를 뒤지며 탄알을 거두고있었다. 나는 그제야 기관총탄알이 떨어져가고있다는것을 알았다. 탄알을 보장하기 위하여 탄우속을 뚫고 놈들의 시체를 찾아가는 그의 투지앞에서 나는 새로운 용기를 얻었다. 이런 용감한 전우들이 있는 한 우리가 어찌 저 원쑤들을 격멸하지 못하겠는가. (이놈들아, 우리 유격대의 이 기백을 보라. 네놈들이 아무리 발악하여도 이 투지만은 꺾지 못하리라.) 나는 속으로 이렇게 웨쳤다. 리동무는 탄띠를 걷어쥐고 돌아오려는 순간 허리를 부여안고 그자리에 쓰러졌다. 적탄이 그의 허리를 관통하였던것이다. 나는 바삐 그곳으로 뛰여내려가 그를 그러안았다. 치명상을 입은 그는 숨을 거두는 순간 《충렬동무, 이 탄알을…》하면서 탄띠를 틀어쥔 손을 내 앞으로 내미는것이였다. 탄알을 받아쥔 나의 손은 증오로 하여 떨렸고 눈에서도 불이 이는것 같았다. 《리동무…》목이 메여 나는 더 말을 잇지 못했다. (동지가 그렇게도 바라고 몸바쳐 싸워온 혁명의 승리는 반드시 오고야말것이다. 내 기어코 복수하리라. 원쑤를 모조리 족치고야말테다.) 나의 가슴은 폭풍우마냥 설레였다. 인제 우리 동무들은 얼마 남지 않았다. 나는 다시 기관총을 잡고 복수의 불벼락을 뿜고 또 뿜었다. 어느덧 해는 서산에 뉘엿뉘엿 기울어지고있었다. 《꽝!》하고 나의 곁에서 포탄이 요란하게 터졌다. 그 순간 나의 몸은 흙에 파묻혀버렸다. 숨이 막히고 눈앞이 캄캄해지며 의식이 몽롱해졌다. (인제는 죽는가보다. 동무들은 어떻게 되였을가? 끝내 조국의 광복을 보지 못하는것인가. 사랑하는 조국강산을 짓밟고 부모형제들을 학살하는 저 원쑤들을 그대로 두고 어찌 죽는단말인가.) 순간 나의 머리에 못박힌 한가지 사실이 번개같이 눈앞을 스쳐지나갔다. 그것은 1934년 여름 신홍동전투때의 일이다. 전투는 치렬하게 벌어졌다. 불행하게도 적탄이 부련대장의 복부를 관통해나갔다. 그는 실신상태에 이르러서도 적과 계속 싸우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그는 벌써 뜻대로 몸을 움직일수 없었다. 그는 몇번이나 안깐힘을 다 쓰다가 《충렬이, 나를 적이 오는 방향으로 눕혀주오.》라고 가까스로 말을 하였다. 나는 그가 요구하는대로 자리를 잡아주었다. 그는 간신히 머리를 쳐들더니 싸창을 틀어쥐였다. 그리고 수십발의 탄알을 연거퍼 적들에게 안기고나서 《충렬이 혁명이 끝날 때까지 잘 싸우라구.》하고 숨을 거두었던것이다. 나는 소스라쳐 정신을 가다듬었다. 나의 가슴속에서는 혁명선렬들이 지녔던 혁명정신이 뜨거운 불덩어리가 되여 이글이글 타올랐다. (그렇다. 아직 내가 할 일이 있다. 그들처럼 싸워야 한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몸을 추켜세우면서 또다시 기관총을 틀어쥐고 기여올라오는 놈들을 맞받아 복수의 탄알을 퍼부었다. (목숨이 있는한 싸워야 한다.) 나는 쏘고 또 쏘았다. 시간이 퍽 흘렀다. 점차 적들의 사격이 뜸해졌다. 땅거미가 지기 시작하자 우리는 고지후면으로 옮겨갔다. 그때 고지우로 휙 넘어오는것이 있었다. 우리가 무심결에 엎드렸더니 《쾅》하고 폭음이 터졌다. 그때에야 나는 그것이 수류탄인것을 알았다. 또다시 수류탄이 넘어올것은 뻔하였다. (이대로 있다가는 모든 동무들이 희생될수 있다. 그렇다고 이 자리를 당장 피할수도 없지 않는가. 내 한몸이 죽더라도 동무들의 희생을 덜어야 한다.) 이런 생각이 나의 머리를 두드렸다. 예측했던대로 이윽고 시꺼먼 쇠덩어리가 또다시 날아들었다. 죽느냐사느냐 하는 위기일발의 순간이였다. 나는 결사적으로 적의 수류탄이 땅에 떨어지는 순간 그것을 집어들어 도로 릉선너머로 던졌다. 인제는 그쪽에서 폭음이 울리고 적들의 비명이 터져나왔다. 나는 가슴이 후련함을 느꼈으며 그 순간 매우 통쾌하였다. 그런데 이때 릉선우에 두놈의 적이 나타났다. 나는 놈들에게 재빨리 탄알을 먹여댔다. 그리고 세번째로 나타난 놈을 쏘려고 방아쇠를 당기였으나 총알이 나가지 않았다. 불발이였던것이다. 위급한 이 순간 나는 더 생각할새없이 급히 앞으로 내달리면서 총탁으로 그놈의 면상을 후려갈겼다. 살아남은 7명의 동무가 한자리에 모인것은 캄캄하게 어두웠을 때였다. 우리들은 서로 굳게 그러안았다. 《동무들, 우리는 오늘 귀중한 전우들을 잃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는 실망할수 없습니다. 놈들이 제아무리 발악하여도 우리 유격대의 기개와 투지를 꺽지 못할것입니다. 앞으로 우리가 할 일이 많습니다. 지휘부에서는 우리를 기가리고있습니다. 오늘밤으로 이 포위선을 돌파합시다. 그리하여 전우들의 혁명정신을 이어 놈들에게 천백배로 복수하며 죽음을 줍시다.》 지휘관은 이렇게 우리를 고무하였다. 우리는 전우들을 잃은 비분을 참지 못하여 주먹으로 눈물을 씻었다. 시련과 준엄한 환경에서도 비관과 실망을 모르고 오직 혁명의 승리를 위하여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싸운 전우들의 투지를 이어가자는 결의를 안고 우리는 그 밤으로 부상자들을 부축하고 적의 포위선을 멀리 벗어났다. 이날 우리는 린접부대의 기병대동무들을 만났다. 우리는 그들과 함께 그날밤 적들이 주둔하고있는 소태산부근의 부락을 습격하였다. 이 싸움에서 우리는 희생된 전우들을 생각하면서 서리발어린 보복의 총창을 원쑤들의 가슴팍에 힘껏 들이박았다. 우리는 한놈의 원쑤도 놓치지 않고 몽땅 소탕해버렸다. 나는 지금도 그때의 일을 회상하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실로 우리 조국의 광복과 혁명의 승리를 위하여 얼마나 귀중한 전우들이 성스러운 이 길에서 자기의 모든것을 서슴없이 바쳤던가. 오늘 우리의 행복은 바로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령도하신 항일무장투쟁의 깊은 뿌리에서 움터맺은 귀중한 열매라는것을 나는 더욱더 깊이 느끼게 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