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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러미의 밀림에서
안 정 숙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 령도하신 항일무장투쟁시기에 있은 일이다. 1937년 12월말부터 이듬해 6월까지 나는 방정현 따라러미부근의 깊은 산속밀영에서 재봉대일을 하였다. 그곳은 어디로 가나 짙은 그늘이 드리운 밀림속이였는데 골짜기의 여러곳에는 큰 병실들이며 식당, 재봉소며 훈련장들이 있었다. 우리 재봉대원들은 자그마한 귀틀집안에 3대의 재봉기를 놓고 부대의 여름옷을 만들기 시작했다. 적의 《토벌》도 뜸하고 식량이며 옷감 등이 부족하지 않아 조건은 꽤 좋았으나 그대신 일은 대단히 바빴다. 재단과 누비는 작업은 물론 염색까지 해야만 되였는데 게다가 염료는 자체로 마련해야 했다. 그런데 몇몇이서 200여벌의 군복을 만들자니 눈코뜰새가 없었다. 처음 며칠은 밤이면 쉬기도 했으나 일이 자리나지 않아 그후부터는 광솔불을 켜고 밤낮으로 일했다. 우리들속에는 지동무라는 19살나는 처녀대원이 있었다. 그는 재봉에 솜씨가 능했고 어떤 일이나 맡기면 어깨를 들이밀고 일했다. 누가 쉬자는 말을 하지 않으면 종일토록 재봉기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어느날 나는 부대정치부주임인 허형식동지로부터 지동무를 잘 지도하여 공산당에 입당시킬 준비를 하라는 과업을 받았다. 《부대는 조직적으로나 사상적으로 아직 매우 미약하오. 게다가 당원의 수는 다섯손가락안에 꼽힐 정도요. 이런 실정에서 당원보다 귀중한것은 없소.》라고 그는 나에게 말하였다. 녀성대원들중에는 당원이 나혼자뿐이였다. 당원의 대렬을 확대하고 당조직을 강화하는것만이 부대의 전투력을 높이는 길이였다. 나는 지동무를 당원으로 준비시키는 임무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았다. 그는 비록 근면했으나 아직 계급적각성은 높지 못했다. 그러나 살길이 막혀 가난속에서 몸부림치며 살아온 농민의 딸인 그에게는 교양만 잘 주면 열렬하고 견실한 일군으로, 나아가서는 혁명을 위해 목숨까지도 바칠 투사로 될수 있는 바탕이 있었다. 이러한 사정을 알고있는 나는 그를 방조하여 기어코 입당시킬 각오를 했다. 지동무는 기분이 좋을 때면 일에 몸을 잠그다가도 누구에게서 비판을 받거나 언짢은 일이 생길 때면 시무룩해지며 의기소침해지는 경향이 있었다. (그렇다면 내가 그를 친동생같이 대해주었던가? 나자신의 모범으로 그를 이끌며 결함에 대해서는 애써 따뜻한 말로 설복하는것이 응당한 일이 아닌가.) 이런것을 생각한 나는 그에 대해서 깊은 사랑을 가지고 보살펴주어야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나는 지동무가 일찌기 자리에 누울 때면 그가 하던 일감을 맡아 도와주었다. 휴식시간이면 그에게 재단하는 방법이며 단추구멍을 곱게 만드는 방법, 같은 실로 든든하게 재봉하는 방법 등을 차근차근 배워주었다. 그가 피곤해할 때면 몰래 그의 옷을 빨아주었고 신도 기워주군 하였다. 한번은 내가 그의 신을 깁다가 벽에 기대앉은채 그만 잠들었다. 그러다가 얼결에 깨여나보니 나의 무릎에 지동무가 엎드려 조용히 흐느끼고있었다. 나는 뜻밖의 일에 놀랐다. 《무슨 일이 생겼니? 혹시 아픈데라도 있어?》하고 나는 그를 부축해 일으키며 물었다. 그러나 그는 상기된 얼굴을 숙인채 한동안 아무 말없다가 이윽고 《제가 잘못했어요.…》하고 다음말을 잇지 못했다. 《지동무, 전번에 내가 좀 지나쳤어. 동무의 결함이 내일 같아서 내키는대로 말한것이니 나쁘게 생각지 말아.》 내가 이렇게 말하자 그는 더욱 깊이 머리를 숙였다. 이런 일이 있은 후부터 지동무는 나를 더 가까이 하기 시작했다. 나는 우리가 이처럼 간고한 투쟁을 하는 목적에 대하여, 앞으로 우리가 건설할 사회에 대하여 이야기해주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생각해봐. 동무들은 우리가 지은옷을 입고 원쑤를 박살내고있거든. 그러니 우리가 짓는 옷 한벌한벌이 바로 혁명에 바치는 귀중한것이야. 혁명가에게 애정이 없다면 동지애도 없을것이며 원쑤를 증오할수도 없고 또 싸워이길수도 없어. 중요한것은 개인의 사랑보다 조직에 대한 사랑이야. 그런데 글쎄 개인문제로 해서 큰 사업을 망치면 어떻게 하나. 혁명가는 조직생활과 혁명투쟁속에서 행복을 찾을줄 알아야 해.》 그는 어느덧 얼굴을 붉히며 물기어린 눈을 들더니 나의 손을 꼭 쥐고 말했다. 《잘못했어요. 안동무의 말을 들으니 가슴이 후련해요. 난 이제껏 멋몰랐어요.》 차츰 지동무는 모든 문제를 나와 의논했다. 그는 짬이 있으면 학습장을 가지고 나의 곁에서 떨어질줄 몰랐다. 의문나는것을 잔뜩 적어가지고 와서는 묻고 나의 해설을 열성껏 듣고는 학습장에 적어넣는것이였다. 특히 미래에 다가올 사회주의에 대한 그의 동경심은 매우 컸다. 그리하여 그는 매우 부러운 심정으로 혁명가들에 대하여 몇마디 비치기도 하였다. 그럴 때면 나는 혁명의 조직자이며 선봉대인 당에 대하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혁명가들의 리상에 대하여 이야기하여주었다. 그러면 그는 꿈인양 황홀한 심정에 잠겨 나의 팔을 그러안기도 했다. 날이 갈수록 일은 더욱 바빠졌다. 밤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서 눈에 피발이 섰다. 부대지휘부에서는 위대한 수령님의 작전적방침에 따라 먼 해륜방면에로의 원정을 앞두고 재봉대가 일을 더욱 빨리 끝낼것을 요구했다. 우리의 작업은 더욱 긴장했다. 졸음을 쫓느라고 하루에도 열번이고 스무번이고 눈을 찬물로 씻으면서 일에 밤낮을 가리지 않았다. 그중에도 지동무의 열성은 대단했다. 그는 곁눈질 한번 안했고 졸지도 않았다. 그의 모든 정열과 정신은 군복을 짓는데 깡그리 쏠려있었다. 《지동무, 좀 쉬라구.》하고 내가 말하면 그는 생긋이 웃으며 말했다. 《난 일없어요. 난 이틀이구 사흘이구 안자겠다고 맘먹으면 그냥 견딜수 있어요.》 어느날 새벽이였다. 모두 잠시 잠들고있었다. 그런데 그때도 지동무만은 계속 재봉기앞에 옹송그리고 앉아 일에 열중하고있었다. 그런데 이따금 그는 일손을 멈추고 깊은 생각에 잠기는것이였다. (무슨 고민이 있을가?) 내가 그의 곁에 다가앉았을 때 그는 무엇인가 흥분한듯한 눈으로 나를 한동안 바라보더니 조용히 묻는것이였다. 《나같은 녀자도 당원이 될수 있어요?》 뜻밖의 물음이였으나 그것은 마치 기다리던 그 무엇이 풀리는듯 나를 기쁘게 했다. 나는 기쁨에 높이 뛰는 심장을 진정하면서 《될수 있구말구.》하고 대답했다. 나는 곁에서 자는 동무들이 곤한 잠에서 깨날세라 지동무를 데리고 산으로 올라갔다. 《당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려고 싸우는 조직이야요. 당을 진심으로 받들고 당과 혁명을 위해 목숨바쳐 싸우는 사람이면 누구나 당원이 될수 있어요. 지동무 같은 녀성도 될수 있어요.》 나의 말을 듣고난 지동무는 너무나 기뻐서 나무그루를 얼싸안고 뱅글뱅글 돌아가다가 나를 와락 그러안고 추켜드는것이였다. 《난 당원이 되겠어요. 꼭요. 오직 당만이 압박받는 인민들을 혁명승리에로 이끌수 있다는걸 난 똑똑히 알았어요. 온몸을 당에 바치여 대중의 앞장에 서서 싸우겠어요. 왜놈들을 격멸하고 찾을 인민의 해방, 사회주의, 자유, 남자들과 함께 나라일을 론할 녀성들. 생각할수록 나의 심장은 막 타는것 같아요.》 이렇게 부르짖는 그의 얼굴은 떠오르는 아침해살에 비쳐 어느때보다도 사랑스럽고 아름다왔다. 이때로부터 지동무의 생활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그의 일솜씨엔 날개라도 돋친듯 했다. 그의 재봉기에선 단추구멍 하나도 탓할데 없는 알뜰한 군복들이 연방 흘러나왔다. 피발이 선 눈이며 땀이 질줄 모르는 얼굴, 귀뿌리까지 붉어진 그의 모습은 그가 얼마나 높은 정열을 가지고 일하고있는가를 말해주었다. 그의 건강을 념려해서 우리는 그를 억지로 의자에서 안아 내리우지 않으면 안되였다. 그럴 때면 그는 의례히 말하는것이였다. 《쉬면 어떻게 해요? 부대의 원정이 늦어지면 혁명에 그만큼 지장이 생기는건 어떻게 하구요.》 이것은 그의 가슴속에서 혁명사상의 꽃이 피고있음을 말해주는것이였다. 그는 이미 혁명을 자기의 일로 확신하고 거기에 생활을 깡그리 바치고있는것이다. 그는 자신이 그처럼 일하면서도 틈을 내여 곁동무들의 일까지 방조했다. 혹시 다른 동무들이 지은 군복에 약간의 흠이라도 생기면 그는 그것을 먼저 고쳐놓고야 자기의 일을 계속했다. 그의 말없는 행동에 대하여 누구나 감탄하여 마지않았다. 지동무의 정력은 실로 놀랄만 하였다. 한번은 그가 의자에서 일어나다가 현기증으로 쓰러진 일이 있었다. 그보다도 우리가 더 놀란것은 의식을 잃다싶이 한 그가 짓다만 군복을 가슴에 안은채 습관적으로 두발로 재봉기의 발판을 더듬어 찾는것이였다. 우리가 그를 안아다가 자리에 눕혀놓았을 때 그는 혼자소리처럼 말했다. 《괜찮아요. 내가 해이돼서 그런거예요.》 이 말을 듣는 나의 가슴속에서는 뜨거운것이 치밀어올랐다. 그후 우리는 기한을 훨씬 단축하여 사업을 총화했다. 모두가 일을 잘했다. 그중에서도 지동무는 다른 동무들보다 3배의 일을 해냈다. 지동무는 온 부대에서 《정열덩어리》로, 가장 우수한 대원의 한사람으로 공인되였다. 내가 이 사실을 부대지휘부에 보고했을 때 지휘관들은 매우 기뻐했다. 원정준비도 거의 끝나갈무렵인 어느날 나는 입당을 심의하는 당회의에 지동무를 데리고갔다. 지동무는 회의에 참가한 전원의 찬동으로 영예롭게 당에 입당하였다. 당원들은 요란한 박수갈채로 지동무를 환영했다. 자리에서 일어선 지동무는 감격에 넘쳐 어쩔바를 몰라했다. 당원들은 그의 손을 굳게 쥐여주었다. 지동무는 무엇인지 말하려 했으나 감격을 표현할 말마디를 찾지 못하더니 곁에 선 나에게 와락 안겨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는 당원들을 향해 말하는것이였다. 《당은 나의 생명입니다. 나는 당을 위해 모든 힘을 바치겠어요. 당이 요구하는 일이라면 생명도 바쳐 끝까지 싸워이기겠습니다.》 나의 감격은 그의 감격에 못지 않았다. 기쁨의 눈물이 나의 얼굴을 적셨다. 또 한사람의 당원을, 피와 살까지도 아낌없이 나눌수 있는 동지를 얻었다는것, 대중의 앞장에 서서 혁명의 최후승리까지 함께 나갈수 있는 전우를 얻었다는 생각으로 하여 나는 그를 굳게 껴안았다. 그후 나어린 당원 지동무는 가렬한 전투와 형언할수 없는 고난의 행군에서, 부대안의 사상의지적통일을 강화하는 투쟁에서 당원으로서의 임무를 훌륭히 수행했다. 나는 위대한 수령님의 혁명사상이 어떻게 보통사람을 영웅으로 만들며 그 사상을 대중이 파악할 때 얼마나 위대한 힘을 낳는가를 깊이깊이 느꼈다. 그렇다. 이 세상에서 혁명가들의 전진을 막을 힘은 없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