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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꾜교외에 있는 미공군기지에서 떠올라 공중급유를 받으며 태평양을 횡단하는 수송기안에 죤슨제독이 침울한 기색으로 앉아있었다.

맥아더가 언제인가 그러했듯이 도꾜에 틀고앉아서 대양건너 워싱톤에 대고 삿대질을 해보려던 죤슨은 워싱톤의 긴급호출을 받고 급히 비행기에 오르지 않으면 안되였다. 워싱톤에 가면 《푸에블로》호가 나포된 책임을 현지사령관인 자기가 지게 될건 뻔했다. 자칫하면 모가지가 떨어질 아슬아슬한 판이다.

일이 왜 이렇게 되였을가?

그는 아무리 곱씹어 생각해보아도 이번에 발생한 사건이 리해되지 않았다.

북조선해군이 어떻게 감히 미국함선을 나포할수 있단 말인가? 그들은 후과가 두렵지도 않다는건가? 그렇다면 믿는데가 있다는건데가만, 혹시 쏘련이 추동질을 한게 아닐가? 그렇다면 이 사건은 쉽게 해결할수 있을텐데… 이랬든저랬든 우리 함선이 나포되였으니 이건 미국력사에 여태 있어보지 못한 망신이고 수치다. 그러니 누구든지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한다.

어쩌면 좋아? 빌어먹을…

수송기는 고도를 낮추더니 워싱톤교외의 군용비행장에 착륙하였다.

죤슨제독은 무거운 숨을 내쉬고나서 안전띠를 풀고 일어나 비행기밖으로 나갔다.

사다리를 내려선 그는 무춤 굳어졌다. 코끼리처럼 몸집이 우람지고 유들유들한 두볼이 축 처진 군수산업체의 거물인 《엘레훤트》가 마중나왔기때문이였다. 그가 바로 《푸에블로》호를 전자정탐선으로 개조하여 넘겨준 인물이고 더우기는 부처함장의 장인이기에 죤슨제독은 몹시 난처하고 거북하기 그지없었다. 그래서 고개를 짓수그리고 못 본척 지나치려는데 상대방은 두팔을 쩍 벌리며 다가와 그를 포옹해주었다.

《해군제독각하! 원로에 수고했습니다. 이번에 거사를 치른걸 축하합니다.》

초상집에 와서 꽃다발을 받은 격이라 죤슨제독은 아연해졌다.

《아니, 이건 도대체 무슨 말씀이신지?…》

《엘레훤트》는 희색이 만면했다.

《각하께서 드디여 우리가 그처럼 고대하여온 제2차 조선전쟁을 일으킬 명분을 세웠다 그 말입니다.》

하긴 전쟁이 터지면 요즘 가뜩이나 불경기에 허덕이고있는 군수산업은 황금소나기를 맞게 된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자는 포로된 자기 사위의 운명은 안중에도 없다는건가? 그렇다면 나로서는 다행이로군.

죤슨이 안도의 숨을 내쉬는데 몇걸음 떨어진 곳에서 이쪽을 주시하던 녀인이 재빨리 다가왔다.

미모의 녀인인데 두눈을 부릅뜨고 달려드니 속이 섬찍해서 죤슨은 황황히 뒤걸음을 쳤다. 녀인은 다짜고짜 새된 소리로 따지고들었다.

《당신은 내 남편을 어디에 두고왔어요? 그이가 아직 살아있는가요? 왜 대답을 못해요?》

죤슨은 아닌보살했다.

《가만, 부인은 누구이기에 생면부지인 나에게 행패질을 합니까?》

《난 당신이 죽음의 길로 떠밀어보낸 푸에블로호 함장의 안해예요.》

죤슨제독은 이거 잘못 걸려들었구나 하고 생각하면서 도움을 청하는 눈길로 군수산업체의 거물을 돌아보았다. 《엘레훤트》는 징그럽게 웃으며 군턱이 진 고개를 끄덕거렸다.

《옳소, 이 애는 내 딸이요.》

로즈는 두눈에 증오의 불을 켜단채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그래 당신은 두 아이의 아버지인 내 남편의 생명을 책임질수 있어요? 80명이 넘는 승무원들의 안전을 담보할수 있냐 말이예요.》

죤슨은 감언리설로 이 자리를 모면하기로 했다.

《부인, 안심하십시오. 그들을 찾아오기 위해 우리는 최선을 다할것입니다. 그래서 내가 이 먼길을 온게 아닙니까.》

로즈는 선뜻 믿으려 하지 않았다.

《어디 두고보자요. 만일 당신이 거짓말을 했다는게 증명되는 경우 천벌을 받게 될거예요. 난 두고두고 당신을 저주하겠어요.》

해군제독에게 성난 암범처럼 달려드는 로즈를 아버지가 억지로 떼여냈다.

《그만해라. 이건 아낙네들이 행패질을 하거나 울고불고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야. 국가적립장에 서야지.》

로즈는 야멸차게 부르짖었다.

《그따위 소리는 듣기도 싫어요!》

죤슨은 이 틈을 타서 얼른 승용차에 올랐다.

부처의 장인도 딸을 밀쳐버리고 뒤따라 승용차안에 뛰여들며 차문을 쾅 닫았다.

《자! 가자구!》

승용차는 비행장구내를 벗어나 백악관을 향하여 질주했다.

부처의 장인은 축 처진 두볼을 실룩거리며 지껄여댔다.

푸에블로호가 나포됐다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에 백악관과 펜타곤이 지진을 만난듯이 흔들리고있소. 야당은 그것이 미국의 힘에 대한 믿음을 파괴했다고 행정부를 비난하고 국방성은 그 배가 나포되기 전에 해상 및 공중지원을 주지 않음으로써 전술적인 실책을 저질렀다고 해군작전부장을 공격하고있소. 해군대장은 현지사령관인 당신에게 책임이 있다는거요. 그래서 당신을 불렀을거요.》

그러한 책임추궁을 이미 각오한 죤슨은 쓰거운 기색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당신이 억울하게 그 책임을 질수야 없잖소. 그러니 책임문제를 놓고 서로 밀고 물고뜯는 그 마당에서 당신은 처신을 바로해야 하오. 부질없는 책임회피는 그만두고 당장 전쟁을 하자고 강경히 주장하시오.》

죤슨은 고개를 끄덕이였다.

《조언을 주어서 고맙습니다. 그런데 대통령각하의 립장은 어떠합니까?》

《대통령이야 전쟁을 하자는거지. 그런데 내 딸년을 비롯해서 푸에블로호 승무원들의 가족친척들이 백악관에 몰려와 야단을 치니 난처해진 모양이요. 질질 끄는 윁남전쟁때문에 일어나고있는 반전운동이 이를 계기로 확대될가봐 우려하고있을거요.》

그는 버럭 언성을 높이며 분통을 터뜨렸다.

《글쎄 체통이 큰 우리 미국이 조그마한 나라에 군함을 뺏기우고 가만있을수 있소? 이런 억울하고 수치스러운 일은 미국력사에 있어본적이 없소. 이거 생각할수록 속에서 불이 일어 견딜수가 없단 말이야! 원자탄을 떨구어서라도 북조선을 보복해야 해! 재더미로 만들어야 해!》

죤슨은 조심스레 물었다.

《사위가 죽어도 좋다는거요?》

상대방은 입을 다셨다.

《좋기야 뭐… 하지만 어쩌는 수가 없잖소. 까놓고 말해서 돈만 있으면 남편이 없어도 그런대로 살아가는거지. 사실 그게 더 편하거던. 하여간 이럴 때 우유부단하면 우리 미국의 체면이 손상되고 그러면 우린 약차하게 손해를 보게 된단 말이요. 그러니 이런 사정, 저런 사정 볼거없이 눈 꾹 감고 전쟁을 하기요. 이걸 주장하라는거요. 그러면 섭섭치 않게 해주겠소.》

승용차가 백악관정문앞에 멈춰섰다.

죤슨은 자기의 옷자락을 붙잡으며 무슨 말인가 더 하려는 《엘레훤트》를 뿌리치고 도망치듯 차에서 내렸다.

력대 대통령들의 초상화들이 주런이 붙어있는 홀을 지나 집무실에 들어가니 정책작성의 거물들이 다 모여와 불안하고 초조한 기색으로 자기를 기다리고있었다. 세계를 움직이는 막강한 힘을 가진 그들의 눈길이 일시에 자기에게 쏠리는 순간 죤슨제독은 주눅이 들거나 당황해하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흡족했다. 그는 미국과 세계가 이처럼 조선동해에 관심하기를 바랐고 자기의 발언권을 당당히 행사하기를 내심 바랐던것이다.

피고로 몰리우던 해군대장 헤롤드 쥐 보우윈은 죤슨제독이 나타나자 제꺽 검사로 둔갑하여 공격을 개시했다.

《죤슨제독, 당신은 핑그루트작전의 제안자인 동시에 집행자인데 푸에블로호가 나포될 때 어째서 엄호지원을 하지 않았는가? 왜 그 꼴이 되도록 내버려두었어? 혹시 그 시간에 일본계집을 껴안고 침대에 누워있은건 아니요?》

죤슨은 침착하게 장내를 둘러보고나서 자신을 변호하기 시작했다.

《각하, 솔직히 말씀드리면 나는 북조선해군이 미국함선을 감히 건드릴수 없을거라고 생각했댔습니다. 그런데… 하, 이거 정말 상상도 할수 없는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 벌어져서… 그만 미처 손을 쓰지 못했습니다.》

해군대장은 격분해서 치를 떨며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댔다.

《망할것! 푸에블로호는 어째서 저항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나포됐는가? 왜 원산항으로 순순히 따라갔는가? 극비문건들과 최신정탐기재들까지 고스란히 빼앗겼으니 이거야 통탄할노릇이 아닌가. 전쟁도 아닌 때에 미국함선이 나포되다니? 이건 미국력사에 있어보지 못한 변이고 수치야! 당신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해!》

죤슨제독은 조금도 주눅이 들지 않고 침착하게 항변했다.

《각하! 핑그루트작전은 해군작전부장의 비준을 받은것입니다. 결국 푸에블로호는 내가 아니라 미해군과 미국이 세계의 주인이 되기 위한 전략수행에 기여하려고 파견한것입니다. 우리의 전자정찰함선들이 어떠한 역할을 하고있는지 그래 각하가 모른다는겁니까?》

해군대장은 말문이 막혔던지 얼굴을 찡그리며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거렸다.

《음, 그건 당신의 말이 틀리지 않소.》

죤슨제독은 거만한 눈초리로 장내를 둘러보며 언성을 높였다.

《방금전에 해군대장각하가 통탄한바 그대로 푸에블로호의 나포는 미국력사에 있어본적이 없는 수치입니다. 우리는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가를 따지기에 앞서 미국에 감히 도전한 북조선을 무쇠주먹으로 징별할 용단을 내려야 합니다.》

장내가 웅성거렸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국방장관은 대뜸 오만상을 찡그렸다.

《여보, 우린 지금 윁남의 쟝글속에서 발을 뽑지 못해 역사질인데 조선에다가 또 전쟁판을 벌려놓을 기력이 있나. 조선으로 말한다면 우리가 력사상 처음으로 이기지 못한 전쟁을 이미 해본 나라야. 정전협정에 도장을 찍은 클라크가 징징 울던게 어제같은데 끔찍하지도 않아? 이제 또 북조선과 싸우면 승산이 있을것 같애?》

정보국장이 얼른 한마디 했다.

《승산이 있는가 없는가에 대해서는 론의해봐야지요.》

죤슨제독은 자기에게 책임추궁을 하던 모임의 방향이 달라진것을 내심 다행스레 여기면서 침방울을 튕기며 전쟁의 필요성을 력설했다.

그는 북조선이 《푸에블로》호가 자기네 령해를 침범했기때문에 나포했다고 하는데 그 장소는 려도로부터 7. 6mile(마일)인즉 미국령해법에 의하면 엄연히 공해상이라는데 주의를 집중시켰다.

《이번에 우리가 북조선을 호되게 달구어서 사죄를 받아내지 못하면 많은 나라들이 북조선처럼 12마일령해권을 주장하게 될겁니다. 우리와 서방의 활동범위가 그만치 줄어든다는것을 의미합니다.

이건 경제적인 측면에서 놓고봐도 약차한 손해입니다. 때문에…》

《가만!》

여태 입을 꾹 다물고 해군제독을 지켜보기만 하던 대통령이 손바닥으로 집무탁을 탁 치며 물었다.

《지금 푸에블로호가 어디에 있소?》

《그거야 북조선에…》

대통령의 눈빛이 사납게 번뜩이였다.

《북조선 어디에 있는가?》

죤슨제독은 이마에 촉촉히 내밴 진땀을 훔쳤다.

《저… 김책항이 아니면 청진항에 은페시킨것 같은데…》

《승무원들은?》

《글쎄… 모릅니다.》

《수치요!》

대통령은 자리를 차고일어나며 격분을 토했다.

《80명이 넘는다는 그들이 변변히 반항도 못해보고 몽땅 손을 들었다니 기가 막히오. 그들이 북조선해군과 용감히 싸우다가 전사했더라면 우린 벌써 선전포고를 했을거요. 그런데 바로 인질로 된 그들때문에 나는 용단을 내리지 못하고있소.》

대통령은 험악하게 얼굴을 찡그리며 채머리를 흔들었다.

《정말 유감스럽소. 태평양전쟁시기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싸우다가 사랑하는 함선과 함께 수장되는걸 응당한거로 여기던 우리 해군장병들이 오늘은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무장장비가 발전하고 생활조건이 좋아질수록 더 살고싶어서 비겁해진다는건가?

하나하나 퇴겨가며 엄선했다는자들이 이 모양이니 해군의 실태를 가히 알만 하오.》

해군대장이 볼부은 소리를 했다.

《각하, 그건 뭐해군만 그런게 아니지요.》

《됐소, 뻔드름한 그런 소린 그만두기요.

어쨌든 그들을 데려오려면 부득불 북조선과 대화를 해야 하는데 그러한 외교통로가 없으니 난사요. 3국을 내세워 대화를 성사시킬수 있겠지만 그렇게 하는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우리가 인정하는것으로 되니 참 골치거리요.》

죤슨제독은 여전히 차렷자세를 취한 상태로 완강히 주장했다.

《대통령각하, 절대로 그렇게 하면 안됩니다!》

대통령은 손바닥으로 피곤이 엉킨 얼굴을 쓸어만지고나서 지친듯 한 어조로 물었다.

《그럼 어쩐다? 무슨 뾰족한 수라도 있소? 그걸 알고싶어서 당신을 불렀소. 책임문제는 후에 론하기요.》

죤슨제독은 어깨를 쭉 펴고 장내를 다시금 둘러보았다.

나라의 운명을 결정지을 책임적인 발언을 하게 된 그는 만족감과 희열에 가슴이 부풀어올랐다.

하지만 그 심정을 내색하지 않으려고 애쓰며 론리정연하게 말했다.

《이 사건엔 틀림없이 쏘련이 관여했을겁니다. 로씨야놈들이 우리 미국에 뿌리깊은 원한과 복수심을 품고있는 북조선을 부추겨 이런 도발을 한게 분명합니다. 북조선은 혼자서 미국과의 전면전쟁을 각오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런 엄청난 도전을 할수 없습니다.》

모두들 동감인듯 알릴듯말듯 고개를 끄덕이였다.

《우리는 지난 까리브해위기때처럼 크레믈리에 압력을 가해야 합니다. 크레믈리가 양보하면 이 사건은 우리가 바라는것 이상으로 순조롭게 해결될것이며 미국의 위신은 더 높아지게 될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얼마나 좋으랴. 화가 복으로 되는셈이다. 그러면 나는 케네디나 루즈벨트보다 더 인기있는 대통령으로 력사에 남을것이다.

이렇게 생각한 죤슨대통령은 자기와 성이 같은 해군제독에게 친절히 고개를 끄덕여보이며 거룩하게 일어났다.

《우리는 푸에블로호를 끌어오기 위한 줄당기기에 국력을 다 기울이고 우방국들의 힘도 합쳐야 하겠소. 국무성은 쏘련에 외교적인 압력을 가하는 동시에 유엔안보리사회에 북조선을 제소하시오. 국방성은 정세를 더 긴장시켜 전쟁접경에 이르게 하여 북조선을 숨가쁘게 압박하시오.》

모두들 쭈그러들었던 가슴을 펴며 긴숨을 내쉬였다.

대통령은 죤슨제독을 바라보더니 문득 생각난듯 말을 이었다.

《덜레스는 전쟁접경에서 균형이 이루어진다고 했소. 미국의 외교는 이에 기초하고있소. 나는 이것을 다시 상기시켜준 죤슨제독에게 사의를 표하오.》

피고석에 앉을번 했던 죤슨제독은 사건해결의 묘안을 내놓아 목마르게 바라던대로 정책작성의 거두들앞에서 자기의 실력을 인정받을수 있게 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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