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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5일 밤.

함은 청진앞바다에 들어감. 전파도청과 시료채취를 하고 쏘련의 뽀씨에뜨만으로 북상함.

 

1월 16일.

다시 청진앞바다에 들어감.

 

1월 17일.

청진앞바다에서 각이한 파장의 레이다신호를 30회가량 포착하고 해안에 설치한 공중 및 해상감시레이다기지 2개를 발견함.

당일 밤 9시경.

어랑단과 무수단사이의 수역에서 특별히 출력이 강한 전파를 포착함. 발신기지를 정확히 확인하려고 함은 해안이 바라보이는 곳까지 접근함. 해안의 야산에 초항공경계전파탐지기가 있다고 예측함.

 

1월 19일.

《마스》작전수역에 들어감.

 

슈마커중위가 제출한 항해 및 감시일지를 흥심없이 번져보던 부처는 고약한 냄새라도 맡은듯이 불시에 오만상을 찡그리며 손때가 반질반질하게 오른 뚜껑을 탁! 소리나게 덮었다.

급기야 혈압이 오르면서 앞골이 뗑해지고 뒤목이 뻣뻣해진다. 한바탕 기침을 터뜨리니 목구멍이 찢겨진듯 아프고 삽시에 전신이 나른해졌다.

갑자기 왜 이럴가? 지독스레 추운 날씨탓인가? 빌어먹을… 그놈의 감기가 애를 먹이는군.

부처는 짜증을 내며 자꾸만 줄줄 흘러내리는 코물을 손수건으로 훔쳤다. 삐죽한 코끝이 고추처럼 빨개졌다. 그는 초조하고 착잡한 심경에서 헤여날수가 없는게 안타까왔다.

《풀루트》와 《비너스》로 명명한 작전수역에서의 활동은 큰 소득이 없었지만 그런대로 무사히 진행되였다. 《마스》작전수역에서는 모험을 해서라도 실적을 올려야 했다. 한것은 이 수역에 해군제독이 각별히 관심하는 마양도와 원산이 포함되여있기때문이다.

임무를 줄 때 재삼 강조하던 해군제독의 말이 항시 그의 귀전에서 떠나지 않았다, 북조선해군의 잠수함이나 미싸일정을 발견하고 사진을 찍어오면 당신은 누구나 부러워하는 존재로 떠받들리우게 될거라던 유혹적인 그 말이. …

우리도 빨리 해상미싸일을 개발해야 한다고, 그에 필요한 자금을 내라고 국방성과 국회에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력설하던 장인의 모습도 그는 잊을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 위력한 주패장을 그는 아직 손에 쥐지 못한 상태였다.

지휘소밖에서 우들우들 떨면서도 근기있게 공중감시를 하던 슈마커중위가 갑자기 활기를 띠며 소리쳤다.

《함장님! 또 나타났습니다! 저건 분명 우리 위성입니다.》

부처는 달아오른 골머리를 식힐겸 지휘소밖으로 나갔다.

칼바람이 사나운 독수리처럼 이마와 코, 볼따귀를 사정없이 물어뜯었다. 몰아치는 해풍이 어찌도 세찬지 숨이 턱턱 막혔다. 부처는 으스스 몸서리를 치면서 가죽장갑을 낀 손으로 란간을 꽉 붙잡고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다.

원형지붕처럼 지구를 덮은 컴컴한 밤하늘은 얼음투구를 방불케 했다. 혹심한 추위에 별들도 오돌오돌 떠는듯싶다. 시작도 끝도 없다는 무변광대한 우주는 보면 볼수록 황홀한 신비감과 함께 전신을 오싹하게 해주는 두려움을 준다. 대단해보이던 자신의 존재가 바다가 백사장의 모래알이나 줄줄이 밀려오고 부서지는 파도의 물거품인양 작고 하찮게 여겨진다. 그러한 모래알 하나가 더 있은들 어쩌며 없은들 어쩌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주에 비기면 모래알같은 인간은 그 무슨 명예나 돈, 성공따위에 현혹되여 자기를 혹사하고 괴롭히면서 그래도 행여나 하고 아득바득하고있다.

이랬든저랬든 호의호식하며 죽는 날까지 잘살아보자는건데 그게 어처구니 없다. 인류력사 수백만년에 비기면 순간에 불과한 몇십년을 잘살면 어쩌고 못산들 어쩐다는건가, 살기가 그다지나 고달프고 귀찮으면 스스로 삶을 포기하면 될게 아닌가.

생에 대한 허무감과 절망에 잠겨 바닥없이 꺼져내리던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부처는 와뜰 놀랐다.

죽다니?! 죽으면 모든게 끝장이다. 내가 없는 이 세상이 무슨 필요가 있는가. 눈을 감으려고 할게 아니라 눈을 부릅뜨고 살자. 남부럽지 않게 잘 살아보자. 그래서 어쩔수 없이 이런 고생도 달게 하는거다.

부처가 이렇게 마음을 다잡는데 슈마커는 위성을 가리키며 자기의 유식을 뽐냈다.

《함장님, 지금 저기서는 북조선을 촬영하고있을겁니다. 위성의 식별능력이 얼마나 높은지 저 높은 곳에서도 함장님과 나를 얼마든지 가려볼수 있다고 합니다.》

부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귀를 기울이였다.

《항공우주국에서는 위성의 능력을 높이기 위해 돈을 물쓰듯 하고있지요. 몇년후에는 위성의 물체식별능력이 지금보다 더 높아진다니, 그렇게 되면 개와 고양이를 갈라볼수 있지요.》

부처는 저으기 놀랐다.

《그게 사실이라면 몇년후에는 정찰위성들이 지구상의 정보를 거의 다 수집할수 있겠구만.》

《예.》

《그럼 우린 필요없게 되겠군.》

《시료채취같은건 위성에서 할수 없으니 우리가 해야지요. 촬영이나 전파도청은 정찰위성이 다 하게 됩니다. 결국 지구는 벌거벗은거나 다름이 없게 됩니다. 자기의 모든것을 다 드러내보여야 할테니까요. 그때에 가면 해리슨대위네 패거리들은 실업자로 굴러떨어지게 되지요.》

슈마커는 실업자가 된 해리슨의 가긍한 처지를 상상만 해보아도 깨고소한지 키득키득 웃었다.

부처는 슈마커의 말을 매우 신중히 받아들였다.

정찰위성들의 식별능력이 높아지면 질수록 《푸에블로》호와 같은 정찰함선들의 가치는 떨어지게 된다. 자기로서는 이번 항해가 크게 성공할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기회로 될수 있었다. 이런 기회에 거사를 못하면 후회해도 소용이 없게 된다. 해리슨이만 실업자로 굴러떨어지고 부처는 무사하리라는 담보가 없다. 군복을 벗으면 누가 거저 먹여주지 않는다.

문득 장인과 안해가 생각났다.

하기야 그들에게 매달려살수도 있겠지. 자존심이 상하는건 그런대로 참을수 있겠지만 더 가혹한 처지에 놓일수도 있다. 빈털터리가 되여 집구석에 박혀 화술이나 퍼마시는 남편을 안해가 곱게 볼리 만무다. 자식들도 나를 시끄러운 존재로 여기게 될것이다. 그러면 나는…

부처는 진저리를 치며 결연히 고개를 추켜들었다. 움푹 들어간 눈확에서 파란빛이 뿜어나왔다.

나는 대아메리카의 해군장교다. 특수임무를 수행하고있는 함선의 함장이다. 그런데 이따위 저조하고 지저분한 생각에 잠기다니 될말인가? 내 심정이 이럴진대 다른 장교들과 사병들의 심정도 마찬가지일것이다.

이거 무슨 대책이 없을가?

부처는 생각에 잠긴채 지휘소에서 내려갔다.

상갑판을 돌아보는데 기관총좌지앞에서 누군가 자세를 바로하며 거수경례를 했다. 취사병 시몬이였다. 다가가서 유심히 살펴보니 기관총엔 탄띠가 물려져있어 방아쇠만 당기면 총성이 울릴판이였다. 기특한 생각이 들었다.

《음, 괜찮아. 부친의 원쑤를 갚고싶다고 했지?》

《예, 전 그런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않겠습니다.》

《그래야지, 난 당신을 주시하고있소. 그릇이나 가시기는 아까운 존재야.》

시몬은 황송하여 어쩔바를 몰라했다.

《기대에 꼭 보답하겠습니다.》

부처는 취사병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함장실에 내려갔다. 그는 《자유의 녀신》상을 함통안에 넣어서 들고 지휘소에 올라갔다.

《중위! 장교들을 다 부르라!》

슈마커는 이상한 광채가 번뜩이는 함장의 두눈을 두려운듯 쳐다보고나서 얼른 전송관에 대고 소리쳤다.

《장교들은 지휘소에 모일것!》

장교들이 나타났다. 그들 한명한명을 잡아먹을듯이 쏘아보던 부처는 신경질적으로 으르렁거렸다.

《함이 마스작전수역에 들어온지 하루가 지났소. 그런데 모두 공밥만 처먹고있소. 신통하게 걷어쥔게 없단 말이야.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있어?》

머피는 피곤한 기색으로 맞갖지 않은듯 얼굴을 찡그렸다. 레이시는 권태감을 느낀 씁시근한 표정으로 하품을 했다. 해리슨은 눈만 깜박거리고…

우린 할바를 다하고있으니 공연히 안달복달하며 시끄럽게 굴지 말라는 태도다. 함선이라는 좁은 울타리안에 갇히워서 뼈속까지 찔러대는 강추위와 파도에 부대끼며 노상 신경을 바싹 도사려야 하는 당직근무수행으로 날과 날을 보내다나니 이젠 모두들 지칠대로 지쳤다. 적막감과 고적감에 진저리가 나서 이젠 빨리 본국에 돌아가고싶은 갈망뿐이였다. 이런 저조한 심리상태를 분발시켜야 했다.

부처는 함통에서 조각상을 꺼내여 지휘탁에 놓았다.

귀찮고 시끄러워하는 기색으로 그것을 쳐다보던 장교들의 두눈이 둥그렇게 커졌다.

아니, 저게 뭔가? 우리 미국의 상징인 《자유의 녀신》상이 아닌가?

서둘러 몸가짐을 바로하는 그들의 얼굴에 경건한 기색이 떠올랐다. 마치 성당에 들어와 주님을 우러러보는 신도들 같았다. 부처는 설교탁에 나선 신부의 심정이 되여 자못 거룩하고 엄엄하게 입을 열었다.

《나는 요즘 당신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지 알고있소. 나 역시 땅냄새를 맡고싶고 안해와 두 아들이 못 견디게 보고싶소. 그러나 우린 남편이나 아버지이기에 앞서 미국의 세계제패전략수행의 선두에 선 용사들임을 잊지 맙시다. 우리에 대한 정부와 군부의 기대는 실로 크며 우리의 책임은 매우 무겁소. 그런데 우린 그 기대에 보답할만 한 큼직한걸 아직은 손에 쥐지 못했소. 어떻게 해야 하겠소?》

해리슨이 안경알을 번뜩이며 자못 비장한 어조로 대답했다.

《함장님, 죽기를 각오하고 모험을 해야 합니다. 우리가 작전수역에 처음 들어선 날 마수걸이로 큼직한걸 손에 쥘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비겁하게 행동한건 실로 후회막심한 일입니다.》

슈마커도 대의명분에 들떠서 맞장구를 쳤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평소엔 소죽은 귀신같던 레이시도 활기를 띠며 적극적으로 나왔다.

《함장님, 우리를 믿고 용단을 내리십시오.》

입을 꾹 다물고있던 머피는 함장과 눈길이 마주치자 미간을 찡그리며 헛기침을 했다.

부처는 드디여 용단을 내렸다.

《나는 오늘부터 북조선령해에 더 깊숙이 함을 들이밀겠소. 특수분견대는 잠수함이나 미싸일정의 전파를 기어이 잡으라. 머피대위는 감시조를 증강하라. 주야간 육안감시로 군함은 물론 어선이든 상선이든 한척도 놓치지 말고 포착하고 보고하라!》

이튿날 함은 마양도앞바다로 들어갔다.

북조선의 주요항구도시의 하나인 신포시를 배경으로 마양도의 자태가 한눈에 안겨왔다. 함이 울라지보스또크앞바다에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사이에 성어기는 지나갔는지 굴지의 어장인 마양도수역이 예상외로 조용해졌다. 령해선을 따라 경비함 한척이 순찰근무를 수행하고 섬근처에서 고기배가 몇척 그물을 끌고있었다. 공해에선 다른 나라의 무역짐배들이 서너척 항해하는중이다.

해리슨대위와 해양연구사들의 요청에 따라 부처는 경비함을 주시하다가 그것이 멀리로 사라진 틈을 타서 령해선을 넘어섰다. 3마일가량 들어가 함을 멈춰세웠다. 그리고는 해양연구사들이 일하는 선미갑판에 내려갔다.

해리와 더크는 맵짠 추위속에서 우들우들 떨며 해양자료를 측정하고 시료를 뜨고있었다.

부처는 아껴피우는 려송연을 꺼내물고 라이터로 불을 달았다. 려송연을 몇모금 맛나게 피우고나서 그들에게 말을 건넸다.

《수고들 하누만. 당신들은 저 섬을 왜 마양도라고 부르는지 아오?》

해리가 마지못해 고개를 들었다.

그는 코끝에 매달려 금시 얼어붙으려는 코물을 오리발처럼 발그레하게 언 손등으로 훔쳤다.

《옛날에 저 섬에서 말을 길렀다더군요.》

《지금은 저기에 뭐가 있소?》

《글쎄요.》

《잠수함기지가 있을수 있소.》

해리의 눈이 둥그래졌다. 건방지기 짝이 없고 빈정대기를 좋아하는 함장이 곁에 온걸 시끄럽게 여기며 쳐다보지도 않고있던 더크도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해군첩보부에서 그렇게 보는데 우린 확실한 자료를 손에 쥐여야 하오. 당신들이 그런 자료를 제공하면 난 즉시 오백딸라를 지불하겠소.》

피곤이 덧쌓여서인지 때가 낀듯 뿌옇던 해리와 더크의 눈동자가 불을 켠듯이 번쩍거렸다.

오백딸라가 큰돈은 아니였다. 그러나 트럼프놀이에서 떼운 돈을 보충하려고 검은빵을 씹으며 비용을 절약하는 지금 형편에서는 환영할만 한 액수였다.

《그게 정말입니까?》

더크의 목소리는 긴장과 흥분으로 가늘게 떨렸다.

《난 일구이언하지 않소.》

부처는 자신이 은행가나 자선가처럼 여겨져서 매우 흡족했다. 함장실에 들어간 그는 추워서 속을 덥히려고 위스키를 한잔 마셨다. 배속에서 불이 붙은듯 즉시 몸이 훈훈해진다. 초조감과 착잡함으로 팽팽해졌던 신경이 느슨해졌다.

그는 가족사진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여보, 난 결정적인 시각에 임무수행에 대한 장교들의 책임감과 적극성을 불러일으키려고 당신을 모델로 빚은 자유의 녀신상을 지휘탁에 세워놓고 연설을 했소. 그랬더니 즉효가 있구만. 대담성을 발휘하고 열성을 부리는게 알리거던. 두명의 해양연구사에게는 실적을 내는 즉시 상금을 주겠다고 했지. 마다하지 않더군.》

그는 안주도 없이 거퍼 두잔을 더 마셨다.

취기가 와짝 오르면서 두눈이 거불거불해졌다.

《아, 몹시 피곤하구만. 당신이 그립소.》

그는 옷을 입은채로 고무인형을 그러안으며 침대에 벌렁 드러누웠다.

즉시 요란하게 코를 골았다. 피곤이 겹쌓일대로 겹쌓이고 신경이 팽팽해져서 더는 견디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던것이다. 정신없이 곯아떨어졌던 그는 누군가 자기를 찾는 소리에 후닥닥 일어나며 가림천을 밀어제꼈다.

문지방에 더크가 서있었다.

《함장님! 잠수함을 포착했습니다.》

귀가 번쩍 열리는 희소식이다.

《정말인가?》

《예, 우리가 바다물속에서 소리속도를 판정하는데 갑자기 강한 반사신호가 들어옵니다. 분명 잠수함입니다.》

부처는 너무 기뻐 머리가 핑 도는것 같았다.

《어디에 있소?》

《마양도쪽으로 한마일정도 떨어진 수중에 있습니다.》

《어서 나가보기요.》

부처는 연구사를 따라 헤덤벼치며 선미갑판에 나갔다.

날씨가 어찌도 추운지 선미갑판은 얼음판으로 변했다. 하지만 흥분으로 몸이 와짝 달아오른 그는 맵짠 추위도 느끼지 못했다. 거기엔 바다물속에서의 소리속도를 판정하는 음향발진기가 설치되여있었다. 해리가 자기가 끼고있던 레시바를 벗어 함장에게 주었다.

부처는 레시바를 끼고 숨을 죽이며 귀를 강구었다. 바람소리인지 파도소리인지 소란한 잡음이 울리는 속에 징- 징- 하는 음향이 약하지만 독특하게 들려왔다.

《음, 묘한 소리가 나는군. 이게 잠수함이라는거야?》

《예, 그게 바로 금속물체에 반사된 음향입니다.》

해리도 확신있게 장담했다.

《함장님, 우린 잠수함을 가려내는데 이골이 났지요. 우리 말을 믿으십시오. 만약 잠수함이 아닌것으로 판명되면 내가 스스로 연추를 목에 걸고 바다물속에 뛰여들겠습니다.》

부처는 번쩍 고개를 들고 지휘소에 대고 소리쳤다.

《슈마커중위!》

지휘소문이 열리더니 머피가 길죽한 상판을 내밀었다.

《그는 방금전에 나에게 당직근무를 인계하고 장교침실에…》

부처는 머피의 말을 채 듣지도 않고 장교침실로 달려갔다.

슈마커는 접이식침대우에 두다리를 쩍 벌리고 앉아서 트럼프장처럼 주런이 놓은 사진들을 들여다보며 흥얼거리고있었다. 함장이 뛰여드는 통에 와뜰 놀란 그는 얼결에 두손으로 사진들을 가리웠다. 미처 가리우지 못한 사진들가운데는 부처가 언젠가 본 활짝 벗어제낀 《하와이의 녀왕》도 있었다.

《빌어먹을… 넌 무슨 속이 편해서 라체사진이나 들여다보며 흥타령을 불러? 여기가 하와이나 일본인줄 알아?》

부처는 다짜고짜 쌍욕을 퍼부었다.

슈마커는 눈이 올롱해서 제법 대꾸질을 했다.

《난 지금 근무휴식중입니다. 이 시간에 내가 무슨 일을 하든 상관할게 있습니까?》

부처는 눈에 불이 확 일었다. 군복을 입고도 계집질할 생각만 하는 이놈의 난봉군을 주먹으로 들이치고싶은걸 겨우 참았다.

《방금 잠수함을 발견했어.》

《예?!》

슈마커는 가뜩이나 큰 눈이 왕사발만 해지더니 후다닥 뛰쳐일어났다.

《그게 정말입니까?》

《빨리 촬영준비를 해가지고 나와!》

《예, 예.》

이 얼마나 학수고대하던 절호의 기회인가.

슈마커는 사진기에 새 필림을 끼우고 함장의 뒤를 따랐다. 고분고분해진 꼬락서니가 애완용개를 련상시켰다. 갑판에 나선 부처는 슈마커에게 마양도쪽을 가리켰다.

《중위, 저쪽으로 두키로메터정도 떨어진 수중에 잠수함이 있소. 촬영위치를 잘 선택하고 감시하다가 잠수함이 부상하면 즉시 사진을 찍으라.》

《예, 헌데 너무 멉니다. 5백메터이내에 접근해야 사진을 제대로 찍을수 있습니다.》

부처는 재빨리 지휘소에 올라가 항해당직근무중인 머피에게 마양도쪽으로 천오백메터 더 들어가라고 지시했다. 머피는 맞갖지 않은 눈찌로 함장을 피뜩 쳐다보고나서 해도실에 들어갔다. 해도상에서 함의 현위치를 판정한 그는 단호히 언명했다.

《나는 함장님의 지시를 집행할수 없습니다.》

부처는 분통이 터지려는걸 가까스로 눌렀다.

《리유는?》                

《이제 천메터를 더 들어가면 령해선을 넘게 됩니다. 대낮에 어떻게 위험천만한 그런 모험을 할수 있습니까?》

《잠수함이 나타났단 말이야.》

부처는 머피가 깜짝 놀라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머피는 별로 반응이 없었다. 그 비적극적인 태도가 부처의 분노를 폭발시켰다.

《야! 당장 령해에 들어가라! 그래야 잠수함이 부상할 때 촬영을 제대로 할수 있어.》

머피는 어이가 없어 쓰겁게 웃었다.

《잠수함이 부상하겠는지 안하겠는지 어떻게 알고 그런 모험을 하자는겁니까?》

《기지에 다 왔으니까 부상한단 말이야!》

《잠수함이 떠오르면 더 야단이지요. 자기네 령해에 들어온 외국선박을 그냥 둘것 같습니까?》

그제서야 부처는 항해장교의 말이 옳다는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자기의 지시, 자기의 주장을 철회할수 없었다. 당장 벼락을 맞는 한이 있어도 함장의 권위를 세워야 했다.

《그래 너는 감히 내 명령을 거역한다는건가? 나는 여기서 미합중국과 미해군을 대표하는 함장이야!

내 명령에 불복하면 어떻게 되는지 몰라?》

머피는 전률했다. 함장의 부릅뜬 눈과 거친 언성에서 살기가 풍겼던것이다. 무분별한자는 미치광이나 다를바 없다. 위험하다.

《함장님의 결심이 그렇다면야…》

어쩔수없이 굽어들던 머피는 언뜻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 미타한 기색으로 고개를 기웃거렸다.

《헌데… 잠수함이 있다는건 확실합니까?》

《내 말이 믿어지지 않아? 그럼 대위가 직접 해양연구사들한테 가서 확인해보라.》

머피는 자못 신중한 기색으로 선미갑판에 내려갔다. 선미갑판은 얼음판이였다. 현측의 란간에까지 얼음이 두껍게 달라붙었다. 얼음판에 측정설비를 차려놓고 역사질을 하고있는 해양연구사들에게 머피는 수고한다는 소리도 없이 신경질적으로 물었다.

《잠수함이 도대체 어디에 있다는거야?》

더크는 제가 끼고있던 레시바를 얼른 벗어주었다.

머피는 레시바를 대충 한쪽귀에 대보고나서 흥! 하고 요란하게 코김을 내불었다.

《무슨 소린지 듣고도 모르겠군.》

더크는 랭소를 머금으며 넌지시 비꼬았다.

《둔재들의 귀엔 소음으로 들리겠지요.》

머피는 벌컥 화를 냈다.

《여보! 난 구잠함의 음탐수로 2년이나 복무했어.》

더크는 어마지두 놀랐다.

그도 그럴것이 그게 사실이라면 항해장에게 특별히 발달된 음향감각이 있다는걸 의미했다. 더크가 움츠러들자 머피는 더 기가 나서 우겨댔다.

《내 귀엔 금속물체의 반사신호가 전혀 들리지 않아. 잠수함은 그림자도 없어!》

《분명 있다는데두 그러누만.》

둘이 옥신각신하는데 시료를 뜨던 해리가 머피의 손에서 레시바를 나꿔채더니 머리에 썼다.

《쉿! 조용해! 입을 다물라구.》

해리는 숨을 죽이고 긴장하게 귀를 기울이다가 서둘러 레시바를 벗어 머피에게 주었다.

《들어보오. 방금전에 잠수함이 움직이기 시작했소.》

머피는 레시바를 끼고 귀를 강구었다. 소음속에서 수중항해를 하는 잠수함의 추진기소리가 분명 들렸다. 기쁘기는 고사하고 가슴이 섬찍했다. 잠수함을 추적하다가 봉변을 당할가봐 두려웠다.

머피는 레시바를 벗어 해리에게 던져주었다.

존경하는 연구사선생, 혹시 꿈을 꾸는게 아니요? 이건 고래나 곱등어가 헤염치는 소리야.》

《무슨 소릴 하는거요? 분명 잠수함이요. 지금 마양도쪽으로 가고있소. 더크, 자네가 들어보게.》

레시바를 넘겨받은 더크가 고개를 끄덕이였다.

《옳소. 그런데 추진기소리가 점점 약해지는구만. 이젠 거의나 들리지 않소. 가… 가만… 아! 놓쳤소. 다 잡았던걸 놓치고말았소.》

머피는 더크의 절망적인 목소리를 내심 깨고소하게 들으며 지휘소에 올라갔다.

선미갑판을 내려다보며 항해장을 초조히 기다리던 부처는 성급히 물었다.

《그래 어때?》

머피는 두팔을 쩍 벌리며 어깨를 으쓱했다.

《사복쟁이들을 믿으면 랑패를 봅니다. 내가 레시바를 껴보니 잠수함으로 추측할만 한 음파신호는 전혀 들리지 않더군요. 그래서 따지고드니 저것들은 잠수함이 분명 있었다느니, 방금 마양도쪽으로 사라졌다느니 하고 알쏭달쏭한 수작을 합니다.》

부처의 얼굴이 험상궂게 이그러졌다. 머피는 함장의 약을 더 바싹 올려주었다.

《상금을 받으려고 저것들이 꾸며낸거지요. 함장님을 우습게 알고 놀아댄다니까요. 더러워서…》

부처는 눈에서 불이 확 일었다. 그는 선미갑판으로 달려내려갔다. 결김에 발을 잘못 디디여 얼음판에 미끄러졌다. 날쌔게 상체를 비틀었으니 다행이지 하마트면 머리가 깨질번 했다. 더욱 악에 치받친 그는 자기를 부축하려는 더크와 해리의 손을 뿌리치고 차마 입에 담을수 없는 쌍욕을 퍼부었다. 그게 얼마나 모욕적인것인지 두 연구사는 가뜩이나 추위에 초췌해진 얼굴이 해쓱하게 질렸다.

더크가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함… 함장님, 그… 그건 오해입니다. 잠수함은 분명 있었습니다.》

해리는 추위에 얼어서 꼬부라든 손가락으로 음향측정기구를 가리켰다.

《이건 과학입니다. 항해장교가 거짓말을 한겁니다.》

이거야 어느 놈의 말을 믿어야 할지 갈피를 잡을수가 있나.

애가 타고 속이 뒤번져져서 부처는 미칠 지경이였다. 혈압이 급기야 올라 뒤목이 장작개비처럼 뻣뻣해지고 관자노리가 금시 터져나갈듯 펄떡거렸다.

함장이 금시 무슨 일을 칠 기세라 두 연구사는 급기야 수그러들며 발라맞추는 수밖에 없었다.

《죄송합니다. 우리가 잠수함을 다시 찾아내겠습니다.》

《우릴 믿으십시오.》

부처는 주먹을 흔들며 위협했다.

《그래, 다시 날 속이면 그냥 두지 않겠소.》

그는 다른 화풀이대상을 찾아 정보실에 달려갔다.

분견대원들은 레시바를 끼고 기재앞에 바싹 붙어앉아서 바람소리라도 놓칠세라 귀를 강구고있었다. 분별을 잃은 함장이 매눈을 부릅뜨고 노기등등해서 뛰여들자 정숙하고 긴장된 분위기가 탁 깨졌다.

《야! 해리슨대위는 왜 보이지 않아? 장교침실에 처박혀서 낮잠을 자나? 당장 데려오라!》

분견대원들은 흠칫 놀라며 몰상식한 추태를 부리는 함장을 질시와 경멸의 눈초리로 흘겨보았다.

《대위님은 변신실에 있습니다.》

조장이 변신실을 가리켰다.

함선규정에 의하면 모든 초소들은 수밀문을 두드리고 들어오라는 허락을 받아야 했다. 그래야 기재사고를 막을수 있기에 함장도 례외로 될수 없었다. 분별을 잃은 부처는 변신실의 수밀문손잡이를 우악스레 잡아당겼다. 문이 열리지 않았다.

그는 주먹으로 쾅쾅 문을 두드렸다.

부랴부랴 걸쇠를 벗기는 소리가 나더니 문이 열렸다.

《이거 소동을 피우는게 웬 놈이야?》

문을 열며 약이 올라 소리친 해리슨은 문앞에 장승처럼 떡 뻗치고서있는 함장을 보자 턱 굳어졌다. 부처는 해리슨을 한손으로 우악스레 밀어제끼고 변신실안에 쑥 들어갔다. 비좁은 방에서 머리를 맞대고 무선암호해득에 여념이 없던 해몬드와 치따는 아연해졌다. 몰상식하고 파격적인 함장의 행동이 리해되지 않았던것이다.

《대위! 소득이 있어? 소득이 있는가?》

함장이 험악한 기상으로 펄펄 뛰며 다그어대기에 해리슨은 얼쳐서 안경테만 매만졌다.

《식충이들! 술도깨비들! 잔뜩 처먹고 마시고는 바퀴새끼들처럼 이 구석에 들여박혀서 도대체 뭘하고있어?》

뒤미처 자신을 수습한 해리슨은 정보실로 통하는 수밀문을 꼭 닫았다.

《함장님, 우린 임무수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있습니다. 밤잠도 제대로 자지 못해 신경쇠약에 걸릴 지경입니다.》

아닌게아니라 해리슨의 챕챕한 쥐눈은 피곤이 몰려서 토끼눈알처럼 새빨갰다. 해몬드와 치따도 마찬가지였다.

《우는소리 작작해! 그렇다면 결과가 있어야 할게 아닌가. 있으면 어서 내놓으란 말이야!》

함장이 발광적으로 소래기를 치면 칠수록 해리슨은 침착하게 응대했다.

《우린 중요한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어느 부대에 신형중땅크가 새로 배비되였습니다. 또한 엊그제부터 해안방어를 위한 쌍방훈련이 진행되고있습니다. 날로 긴장해지고있는 정세에 대처한것이라고 합니다.

지금 남쪽에서는 서울정권을 반대하는 무장유격대가 활동범위를 계속 넓히고있는데…》

부처는 해리슨의 말허리를 분질렀다.

《닥쳐! 나에겐 북조선해군의 정보가 필요해!

잠수함과 미싸일정이 몇척이며 기지는 어디인가? 이런 정보를 내놓으란 말이야!》

해리슨은 부아가 나서 한쪽옆에 엉거주춤 서있는 해몬드와 치따를 흘겨보며 신경질을 부렸다.

《젠장! 너희들은 왜 말뚝처럼 서있어? 하던 일을 계속해!》

시에미역정에 개배때기를 차는 격이였다.

숨을 죽이고 눈치를 보던 두 사병은 다시 암호해득에 달라붙었다.

부처는 여전히 노기등등해서 따지고들었다.

《당신들은 뭘했어? 해양연구사들은 방금전에 수중항해중인 잠수함을 발견했댔어. 그런데 왜 너희들은 그런 낌새도 채지 못하는가? 사복쟁이들보다도 못하단 말이야.》

해리슨은 잔뜩 볼이 부어서 대꾸했다.

《우린 이미 통신결속소에서 항해중인 잠수함들에 보내는 전파를 여러번 잡아서 함장님에게 보고했는데요.》

《그게 잠수함에 보내는건지 경비함에 보내는건지 어떻게 안다는거야?》

《암호를 해득해보면…》

《흥! 난 너희들의 말을 도무지 믿을수가 없어.》

해리슨은 전신을 태우는 모욕감에 얼굴이 구운 가재처럼 빨개졌다.

령리하고 삽삽하던 그 얼굴이 사냥개처럼 사나와졌다. 그는 함장에게 개처럼 막 짖어대고싶은걸 겨우 참았다. 일단 바다에 나오면 절대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함장과 맞서야 리로울게 쥐뿔도 없기때문이였다.

그는 방금전에 암호해득을 한 종이장을 그 무슨 위력한 증거물처럼 내밀었다.

《그렇다면 이 자료도 믿지 못하겠는가요?》

자신만만한 그 태도, 그 목소리에 부처는 좀 누그러들었다.

《그게 뭔가?》

《원산군항에서 함대사령부에 보내는 전파들을 잡아 해득한겁니다. 요즘 기온이 너무 낮아서 항만이 얼어붙었다고 합니다. 모두 떨쳐나 얼음을 까는데 낮에 까놓은 얼음이 밤새 다시 얼어붙고…》

무슨 고양이뿔같은 정보를 잡았나부다 하고 귀가 솔깃해졌던 부처는 기온이 어떻소, 얼음이 어떻소 하는 수작에 벌레씹은 우거지상이 되였다.

《그따위도 정보야?》

해리슨의 챕챕한 두눈과 얄팍한 입술에 비웃음이 스쳤다. 그것은 함장의 무능에 대한 경멸이였고 자신에 대한 우월감이였다. 그는 선생이 학생을 가르쳐주듯이 말했다.

《함장님은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셔야 합니다. 하늘이 우리를 도와주고있습니다.》

《이거 도대체 무슨 소릴 하자는거야?》

《추위할아버지가 군함들을 꽁꽁 묶어놓았지요. 그러니 우리 함은 마음을 푹 놓고 원산앞바다에 들어갈수 있습니다.》

부처는 내심 탄성을 올렸다.

아! 움푹 패인 눈확안에서 노란 눈동자가 노다지를 본듯이 번쩍거렸다. 미칠듯 한 신경질은 환희의 격정으로 바뀌여졌다. 심장이 높뛰고 온몸의 근육이 푸들푸들 떨렸다. 말없이 정보실에서 뛰쳐나간 그는 헐금씨금 서둘러 지휘소에 올라갔다.

머피는 성이 나서 무슨 일을 칠듯이 뛰쳐내려갔던 함장이 보물이나 찾은듯이 득의만면해서 나타나자 어안이 벙벙해졌다.

《대위, 절호의 기회요. 원산군항이 얼어붙었소.

빨리 거기로 가기요. 어서!》

머피는 이마살을 찌프리며 길죽한 턱을 손으로 매만졌다. 부처는 조급해서 재촉했다.

《뭘 옴니암니 재고있소? 이건 하느님이 우리에게 준 기회야.》

머피는 픽 웃었다.

《하느님이 아니라 해리슨이란 놈이 제공한 정보겠지요?》

《물론이요.》

머피는 손으로 턱을 쥔채 고개를 기웃거렸다.

《난 예감이 좋지 않습니다. 우리 함이 집요한 감시를 받고있는듯 한감이 듭니다. 우린 그새 북조선령해에 여덟번이나 들어갔댔지요. 그들이 눈을 감고있었겠습니까? 해안에 있는 레이다기지는 우리가 발견한것만 해도 세개나 됩니다.》

그것은 반박할수 없는 사실이였다.

북조선해군이 우리 함을 보지 못했을리 만무다.

그런데 왜 오늘까지 우리 함을 단속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을가? 그들이 우정 눈을 감고있는가? 아니면 하느님이 보살펴준 덕에 우리의 운수가 좋았는가?

죤슨해군제독이 주먹을 흔들며 하던 말이 귀전에 되살아났다.

《북조선해군이 당신들의 머리칼 한오리만 건드려도 나는 이 무쇠주먹으로 북조선을 무자비하게 답새겨서 미국의 힘이 어떤것인가를 톡톡히 알게 해주겠소.》

부처는 북받치는 희열에 못이겨 부지중 몸을 떨었다.

이것은 《자유의 녀신》상을 세우고 막강한 힘으로 세계에 미국식자유를 전파하고있는 나라의 해군제독만이 할수 있는 호언장담이였다.

그렇다! 바로 그거다! 북조선해군은 분명 우리 함이 두려워 못 본척 하고있을것이다. 그들은 우리 함을 잘못 건드리면 입게될 파국적인 후과를 두려워하고있다.

부처는 껄껄 웃었다.

《이봐 대위, 당신 말이 틀리지 않소. 북조선해군은 우리 함을 주시하고있을수도 있소. 그러나 행동은 삼가하고있소. 무엇때문이겠소?》

머피는 떨리는 소리로 대답했다.

《난 그게 께름직하단 말입니다.》

부처는 배심이 든든해서 매부리코를 추켜들었다.

《그건 께름직해할게 아니라 흡족하게 여겨야 마땅한 일이요.》

머피는 어정쩡해졌다.

《무슨 말씀인지?》

《그들은 눈뜬 장님처럼 우리를 못 본척 할수밖에 없소. 우리를 감히 건드리면 사태가 복잡하게 번져진다는걸 알고있기때문이요. 전쟁이 터질수도 있소. 그런즉 전쟁을 각오하지 않고서는 우리 함을 절대로 건드리지 못해!》

부처의 모습은 거만하거나 오만하다기보다 위엄에 넘쳐 자못 거룩해보였다. 그 모습은 불안에 싸여있던 머피를 대뜸 안정시켜주었다.

우리는 누구도 서뿔리 건드릴수 없다.

이렇게 생각하니 방금전까지 숨도 바로 쉬지 못하고 전전긍긍한 자신이 과연 어리석게 여겨졌다. 아울러 지금껏 자기보다 못하다고 여겨온 함장이 크게 돋보였다. 역시 함장이 함장이였다.

《함장님을 이제야 알게 되여 죄송합니다. 제 힘껏 받들겠습니다.》

진심과 존경이 어린 목소리였다.

부처는 흡족했다.

함장을 제 눈아래로 보면서 같잖은 우월감을 가지고 코코에 왼새끼를 꼬던 건방진 놈이 이제야 수그러든것이다.

《대위, 우리 함은 사흘내에 임무를 수행하고 요꼬스까에 돌아가야 해. 그런데 아직 국회와 펜타콘에 내댈 주패장을 쥐지 못했어. 그걸 쥐지 못하면 아무리 고생을 해도 바위돌에 갔다온 개신세야. 그런데두 제목숨을 먼저 생각하면서 안전항해를 운운하겠는가?》

머피는 진심으로 사죄했다.

《죄송합니다.》

《지나친 조심성은 허울을 쓴 비겁성이야. 보물섬이 그저 눈앞에 나탄난대? 그건 용감한자들의 눈에만 보이는거야. 아메리카대륙을 발견하고 필사적으로 타고앉은 선조들의 개척정신을 생각해보라! 우린 그들처럼 세계제패를 위해 우선 조선반도를 북쪽까지 다 거머쥐자는거야. 한세기전에 셔먼호가 해내지 못한걸 우리가 해내자는거야!》

웅변가로 변한 함장을 머피는 황홀하게 바라보았다. 저절로 허리가 굽신거렸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함장님처럼 국가적인 견지에서 크게 보지 못해서 부끄럽습니다.》

부처는 조타기곁에 있는 조각상을 가리켰다.

《대위, 그러게 두렵거나 힘들 때마다 이 자유의 녀신상을 보라. 그러면 힘과 용기가 솟는단 말이다.》

조각상을 바라보는 머피의 얼굴에 경건한 빛이 떠올랐다.

부처는 전송관에 대고 위엄있게 소리쳤다.

《모두 들으라! 자유의 녀신이 우리를 지켜보며 마지막기회를 주었다. 용기를 내여 대담하고 결정적인 행동으로 작전을 결속하자! 장교들은 즉시 지휘소에 모일것!》

부처는 조타수를 밀어제끼고 자기가 직접 타를 잡고 원산만으로 항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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