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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장동지가 관심하는 유령선박은 오늘도 얼씬하지 않습니다. 이것 보십시오. 내가 당직을 설 때 령해선 가까이로 쏘련과 꾸바의 상선들이 네척이나 지나갔습니다. 난 외국상선들이 나타날 때마다 눈에 쌍심지를 켜고 살펴보았는데 소용이 없더군요.》

감시에 지친 부함장이 당직근무를 교대하며 하는 말이였다.

《우린 골동품같은 그 배를 추적하노라 헛수고를 했지요. 상어와 가오리만 밑졌다니까요.》

그가 롱담삼아 이런 푸념을 할만도 했다.

구잠함은 문제의 그 외국선박이 기회를 노리다가 다시 우리 령해에 접근할수 있다고 보고 며칠동안 긴장하게 해상을 감시하고있었다. 하지만 그 선박은 갈 곳으로 가버렸는지 다시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이통에 엄장석은 저으기 멋적어졌다. 부함장이 그 일을 두고 자기의 판단이 옳았다는 식으로 암시하니 더우기나 난처해졌다. 그렇다고 부함장을 나무라거나 추궁할수도 없었다. 그는 흠흠 코소리만 냈다.

박철호는 여전히 함장이 옳다고 보았다.

비정상적인것은 사소해도 각성을 높이고 끝까지 해명해야 한다. 그는 젊은 군관들이 간혹 그러하듯이 소총명을 부리며 신중하지 못하고 경솔하게 처신하는 부함장을 에둘러서 타일러주기로 했다.

《동문 아직 상어나 가오리를 맛보지 못한 모양이구만.》

정치부함장이 자기를 나무란다는걸 예민하게 감촉한 조용순은 발끈했다.

《내가 뭐 그런걸 먹고싶어서 그러는줄 아십니까? 솔직히 말해서 난 그때 내가 정황판단을 옳게 했다는걸 증명해보이고싶어서…》

《허허, 거 공연히 열을 올리지 말고 상어나 가오리를 맛보았는가 그 물음에나 대답하오.》

조용순은 픽 웃더니 뻐기듯이 대답했다.

《난 상어두 가오리두 다 먹어보았습니다. 상어는 회를 치면 별맛이지요.》

《회를 좋아하오?》

《배사람치구 회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까?》

도전적인 부함장의 반문에는 자기도 바다에서 고생이나 재미를 남들만큼 겪어보았으니 그런줄 알라는 의미가 담겨있었다.

《아, 그렇다면 좋소. 상어는 없지만 내 오늘 점심에 염동태로 기막힌 회를 쳐주지.》

배군들에게 있어서 염동태는 비린내가 풍기는 소금덩이에나 비길 흔하디흔하고 하찮은 음식감이다.

《동태라는건 생물로도 회를 치지 않는데 염한걸로 어떻게 회를 친다는겁니까?》

박철호는 진지하게 설명했다.

《염동태의 껍질을 벗기고 가시를 추려낸 다음 회를 친걸 먹어보지 못한 모양이군. 살고기에 탄력이 생겨서 꼭 소고기를 씹는 맛이요. 바다소고기라는 말을 못 들었나?》

조용순은 여전히 달갑지 않은 기색이였다.

《난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요.》

기분이 상해서 뚜해있던 엄장석이 씩 웃으며 끼여들었다.

《부함장이 염동태맛을 아직 모르는걸 보니 햇내기로군.》

조용순은 모욕이라도 당한듯이 얼굴이 벌개졌다.

《이거 정말 별말을 다 듣는군. 햇내기라구요?》

엄장석은 동생의 투정질을 받아주는 형처럼 너그럽게 웃으면서도 못을 박았다.

《그런 말을 듣지 않으려면 염동태를 적어도 열두름은 먹어야 해. 그래야 짠물이 뼈속까지 슴배여들지.》

조용순은 그 말의 뜻을 짐작하면서도 승벽심에 못이겨 계속 엇드레질을 했다.

《짜게 먹는건 건강에 해롭지요.》

엄장석은 벌컥 화를 냈다.

《내 말은 짜게 먹으라는게 아니라 싱겁게 굴지 말라는거요.》

뼈가 박힌 그 소리에 조용순은 턱 굳어졌다.

《동문 해이됐소. 왜 그 선박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가?》

《그거야… 의심스러운게 없잖습니까.》

《어째서 우리 령해에 접근했는가? 난 그 선박을 멈춰세우고 국적과 항해목적을 알아보고싶은걸 겨우 참았소.》

박철호는 함장의 견해에 동감을 표시했다.

《그때 우리가 좀 덤빈것 같습니다.》

《옳소. 전파탐지기로 그 선박을 발견했을 때 얼마간 그냥 지켜볼걸 그랬거던. 그 선박이 우리 령해에 들어와 무엇인가를 하려고 시도할 때 우리가 고속으로 접근하여 현장에서 단속했어야 했소. 정말 아쉽거던.》

부함장은 태연한체 하려고 애쓰며 입귀를 씰룩거렸다. 자기가 옳게 보았다고 계속 고집하고싶지만 그럴수 없어 자제하는게 분명했다.

《부함장동무, 당직을 서느라 피곤할텐데 어서 침실에 내려가 쉬라구.》

박철호가 친절히 그의 등을 떠밀어주는데 무전수가 나타났다.

《긴급무전입니다.》

무전문을 받아쥔 엄장석은 눈이 둥그래졌다.

《갑자기 웬일일가? 우리더러 빨리 고성항에 입항하라는구만.》

지휘소를 나서려던 부함장이 돌아섰다.

《그럼 해상경비근무는 어떻게 합니까?》

《경비함이 우리와 교대하려고 나온다오.》

박철호네 전대는 전연지대에 있는 이곳 군항의 경비함들과 교대로 해상경비근무를 수행한다. 그러니 경비함과의 근무교대는 정상이다. 하지만 구잠함의 경비근무기간이 아직 보름이나 남아있는데 왜 교대하라는건가? 교대하고 자기네 군항에 돌아가는게 아니라 이곳 군항에 입항하라니 그 또한 모를 일이였다.

구잠함은 즉시 고성항으로 배머리를 돌렸다.

항으로 가는 도중 장아대단앞에서 마중나오는 경비함에 근무를 인계했다.

고성항은 온통 눈천지였다. 바다에 미처 쓸어넣지 못한 눈더미가 여기저기 쌓여있었다. 부두벽에 매달아놓은 방현구들에는 허연 얼음이 두껍게 붙었다. 항만에 진 살얼음우엔 흰눈이 깔려있었다.

방파제를 돌아선 구잠함은 날이 선 배머리로 살얼음을 깨뜨리며 미속으로 움직이다가 닻을 떨구고 후진하여 부두에 꽁무니를 맵시나게 붙이였다. 장길준포장의 지휘에 따라 선미작업조는 계류바줄을 늘이고 건늠다리를 놓았다. 계류작업에 정신이 팔렸던 그들은 부두에 나와있는 군관들속에서 뜻밖에도 자기네 전대장을 알아보고 너무도 반가와 환성을 올렸다.

《전대장동지!-》

김철진은 손을 들어 반기며 서둘러 건늠다리에 올라섰다.

《이게 무슨 소리요?》

고개를 빼들고 부두쪽을 바라보던 엄장석은 《아! 정말 우리 전대장동지로구만. 어떻게 여기에 오셨나?》 하면서 부리나케 갑판으로 내려갔다.

박철호도 서둘러 함장의 뒤를 따랐다. 사다리를 내려서서 선미갑판으로 반달음쳐가던 그는 두눈을 크게 뜨며 멈춰섰다. 전대장이 륙군복차림의 대좌와 함께 선미갑판에서 방금 계류작업을 끝낸 해병들과 인사를 나누고있었는데 대좌인즉 최정식부처장이였던것이다. 상대방도 그를 보고 반색을 했다.

엄장석이 규정의 요구대로 차렷구령을 내리려고 하자 전대장은 그만두라는 손짓을 하며 짤막하게 물었다.

《인차 출항할수 있겠소?》

《예.》

《그럼 청수와 연유를 제꺽 보충하고 다시 바다에 나가기요.》

《알았습니다! 그런데 저… 혹시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출항하면 알게 될거요.》

엄장석은 재빨리 지휘소를 차지하고 출항준비신호를 울렸다.

방금 계류작업을 끝내고 언손을 비비며 담배를 피우려던 해병들은 출항준비로 서둘렀다. 갑판장은 자기와 손발이 맞는 형길이와 함께 날쌔게 청수관을 부두에 늘이고 급수관에 련결한 후 발브를 틀었다. 웬일인지 물이 나오지 않았다. 뒤질세라 권중섭도 기관수들과 함께 연유관을 늘이고 부두에 있는 송유관에 련결했는데 연유도 나오지 않았다.

《이거 어떻게 된거야?》

《그러게나 말이요. 이런 일은 처음인걸. …》

그들이 눈이 퀭해져서 고개를 기웃거리는데 급수차와 연유차가 거의 동시에 부르릉거리며 들이닥쳤다. 운전사가 뛰여내리며 소리쳤다.

《친구들! 동파사고가 날수 있기에 급수관과 송유관에서 물과 기름을 다 뽑았네. 차에서 받게나.》

그쪽을 바라보던 김철진은 놀라와하는 박철호에게 여긴 좀 나은편이라고 했다.

《우리 군항은 굉장하오. 방파제안은 다 얼어붙었지. 난 이렇게 무서운 강추위를 처음 겪어보오.》

박철호는 놀라도 이만저만 놀라지 않았다.

그는 겨울에 아무리 기온이 내려가도 자기네 군항의 바다물이 얼어붙는것은 여태 보지 못했던것이다.

《그럼 입출항은 어떻게 합니까?》

《그게 난사지. 이게 70년만에 처음인 강추위라누만. 얼음판에 갇히워서 군함들은 옴짝달싹 못하고있소. 륙상구분대까지 다 달라붙어서 얼음판을 까는데 해종일 역사질을 하여 배길을 겨우 열어놓으면 밤새 또 얼어붙군 하지. 오죽하면 우리도 쇄빙선이 있어야 하겠다는 말이 나왔겠소.》

화제가 이렇게 번져지자 의문이 더 커졌다.

강추위로 비상정황이 조성되였음에도 불구하고 전대장이 군항을 떠나 여기로 온 리유는 무엇인가? 우리 함을 호출하고는 어째서 입항하자마자 바다에 내보내려고 하는가? 총참모부에서 부처장동지까지 내려온걸 보니 정말 심상치 않다. 훈련판정이 또 제기됐는가? 아니면 강추위로 조성된 비상정황을 초월하는 적정이 발생했는가?

박철호는 그걸 알고싶어서 애간장이 탈 지경이였다. 김철진은 등이 달아서 입술을 감빨며 자기와 최정식을 번갈아보는 정치부함장에게 롱조로 물었다.

《동문 왜 초조해하나? 아주머니의 소식이 궁금해서 그러나?》

안해를 감감 잊고있던 박철호는 느닷없이 얼굴을 붉히며 변명하듯 말했다.

《아주머니라니요? 저는 전대장동지랑 무슨 바람이 불어서 여기까지 오셨는지 알고싶어 그럽니다.》

《무슨 바람이 불었느냐구?》

김철진은 곁에 서있는 최정식을 돌아보며 한쪽눈을 끔쩍거리더니 환하게 웃었다.

《좋은 바람이 불었지. 동무를 축하하오!》

이건 또 무슨 소린가?

《엊저녁에 동무의 처가 생남을 했소!》

《예?!》

이거야말로 박철호가 가슴을 조이는 불안과 기대를 안고 그처럼 고대하여마지않던 희소식이였다. 헌데 왜서인지 가슴속에서는 기쁨과 격정이 일지 않았다. 꿈같은 소원이 끝내 이루어지면 그것이 선뜻 믿어지지 않아서 한순간 이처럼 무감정상태에 빠지는것인지… 그는 덤덤한 표정으로 전대장을 마주보기만 했다.

《허! 이 동무가 왜 얼친것처럼 그래? 여보! 아주머니가 떡돌같은 아들을 낳았단 말이요, 해병감을!》

김철진은 싱글벙글하며 재차 큰소리로 알려주었다.

그처럼 어려우리라 예상했던 일이, 안해가 희생까지 각오했던 일이 이렇게 쉽게 성사되다니?

박철호는 큰상을 받은 벙어리처럼 눈만 껌벅거렸다.

《허허! 이 친구 입이 얼어붙었나? 기쁜 소식을 받았으면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한상 차려야지 왜 그 모양이요?》

일순 굳어졌던 박철호는 그제서야 겨우 입이 떨어졌다.

《그… 그게 정말입니까?》

《아무렴 내가 동무에게 그런 거짓말을 하겠나.

아기의 무게가 거의 네키로그람이 나가더라누만. 가뜩이나 타박상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산모가 그런 장수감을 낳자니 힘들수밖에… 그래서 제왕절개수술이라는걸 했다는데… 거 있잖소.》

김철진은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몰라서 갑자르다가 손에 가위를 들고 무엇인가를 썩썩 베는 시늉을 해보였다.

박철호는 저도 모르게 입술을 깨물며 흠칫 눈을 감았다. 배를 가르고 아기를 꺼내는 광경이 상상해보기조차 끔찍했던것이다. 안해가 고통을 겪던 그 시각에 자기는 안해생각을 잊고있었기에 미안하고 죄스러웠다.

곁에 다가와 귀동냥을 하던 형길이가 조심스레 물었다.

《저… 그렇게 하고도 산모가 무사합니까?》

최정식이 고개를 끄덕이였다.

《음, 중앙에서 내려온 유능한 의사가 집도를 해서 위험한 고비를 넘겼다는구만. 수술을 할 때 산모가 피를 많이 흘렸대. 의지가 강하니 견디여낸거지. 전대장동무의 부인이 구잠함의 군관가족들과 함께 꿀이요, 참미역이요, 돼지발쪽이요 좋다는건 다 꾸려가지고 갔다니 걱정할건 없소.》

김철진은 짐짓 눈을 흘겼다.

《헌데 철호동문 왜 아무 말도 없나? 아버지가 됐는데 기쁘지 않은가?》

박철호는 무안을 당하기라도 한듯이 얼굴을 붉히면서도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웃는걸 보니 좋긴 좋은 모양이군.》

《이거 너무 뜻밖이여서…》

《뜻밖이라니, 열달만에 아이낳는줄 몰랐다는건가. 마침 옛 상관도 왔으니 푸짐하게 한상 차리라구.》

박철호는 그제서야 너무도 자연스럽고 마땅한 일, 즉 안해가 해산을 하고 자기는 아버지로 됐다는 사실을 꿈 아닌 현실로 받아들이며 시원스레 응했다.

《예, 잘 대접해드리겠습니다.》

박철호가 갑판장을 찾아서 전대장과 부처장의 식사를 준비시키려고 하는데 갑판장이 장길준포장과 굉장히 큰 물고기를 맞들고 엉금엉금 뒤걸음치면서 선미갑판에 올라왔다.

《이키! 이게 웬거요?》

모두의 놀란 눈길이 어른의 키만 한 그 물고기에 쏠렸다.

주둥이가 비죽이 나오고 억센 턱이 쩍 버그러진 대가리는 옛날 무사들이 쓰던 투구처럼 생겼는데 눈알이 어찌도 큰지 오리알만 했다. 원추형으로 생긴 몸뚱이에 우둘투둘한 철편같은것이 다섯줄로 두드러져서 마치 갑옷을 입은것 같았다.

회청색인 등과 흰 배때기 그리고 꼬리엔 널직하고 기름기가 번지르하게 도는 지느러미가 달려있었다. 과연 볼만 했다.

박철호는 손님대접을 해야 할판에 이런 희귀한 물고기가 생긴게 기뻐서 탄성을 올렸다.

《야! 이거 철갑상어로구만.》

갑판장은 성수가 나서 설명을 했다.

《예, 상어들은 대체로 고기맛이 신통치 않은데 철갑상어는 맛이 아주 좋아서 소문이 났습니다.

이 지느러미로 만든 료리는 국가연회상에나 오른다고 합니다. 눈알과 간은 병치료에 특효인 고가약이여서 산삼이나 록용에 비기는 귀물이지요.》

《그래 이 희한한걸 어디서 났소?》

전대장의 물음에 갑판장은 고기배들이 정박한 수산사업소의 부두를 가리켰다.

《작년 여름 금강내기때 우리가 구원해준 저예망선의 선장아바이가 보내준겁니다. 우리 함이 입항하는걸 보고 철갑상어와 함께 가오리도 전마선에 실어보냈습니다.》

뒤이어 해남이가 가오리를 넣은 마대를 지고 건늠다리를 지나 갑판에 올라왔다. 최정식이 얼른 마대를 받아 내리워주더니 손을 댄김에 아구리를 제끼고 가오리를 한마리 꺼냈다. 솥뚜껑만 한게 꽤 묵직했다.

《어허! 이놈두 볼만 하구만.》

이번엔 모두의 눈길이 가오리에 쏠렸다.

가오리도 등줄기를 따라 대가리에서 꼬리까지 혹 같은것이 우둘투둘 삐여졌다. 기름이 져서 미끈거리는 잔등은 거무죽죽하고 지느러미가 달린 변두리는 불그누르스름했다. 뒤집어보니 배때기는 하얗고 매끈매끈했다.

《이건 꾸둑꾸둑하게 말리웠다가 잘게 찢어서 자반을 만들면 먹을만 하지.》

《언제 말리울 새가 있습니까. 이대로 썰어넣고 토장국물에 끓여서 고추가루를 듬뿍 쳐서 먹으면 별맛입니다.》

저마다 한마디씩 하는데 해산물료리를 만드는데선 지금도 제노라는 최정식이 주장했다.

《상어는 회를 치고 가오리는 숙백을 만들어야 제격이지.》

숙백이란 소리가 귀에 설어서 모두들 그를 쳐다보았다.

《숙백이란 별게 아니요. 내장을 말끔히 빼내고 씻은 가오리를 큼직큼직하게 토막내여 시루에 찌면 되오. 그러면 삭뼈까지 씹히는데 맛이 아주 독특하지.》

귀가 솔깃해있던 갑판장이 씩 웃었다.

《아, 그렇게 가공하는 방법은 우리도 알고있습니다. 거기에 숙백이라는 이름을 붙이니 요란해서 고급료리같군요.》

《그러게 료리란 입맛도 좋고 귀맛도 좋아야 한다는거요.》

배군들치고 료리솜씨는 누구에게나 있다. 더우기 해산물료리는 각별히 잘 만든다. 최정식이도 해병출신이니 동해안의 어물은 거의다 제 손으로 가공하여 맛보았다. 그래서 이런 때 발언권이 있는것이다.

손님대접때문에 은근히 신경을 쓰던 김철진은 흰 이발이 다 드러나게 웃었다.

《아주 좋소! 이런게 있으니까 철호동무가 생남턱을 내겠다고 큰소리를 쳤구만. 그럼 어서 솜씨를 보이라구.》

갑판장은 해병들과 함께 성수가 나서 철갑상어와 가오리마대를 맞들고 취사장으로 갔다.

김철진은 불시에 정색해져서 눈짓으로 함장을 앞세우고 서둘러 지휘소에 올라갔다.

박철호는 이제야 비로소 오래간만에 만난 최정식과 조용히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얻었다.

눈여겨보니 피곤해서 그러는지 대좌의 두눈은 충혈되여있었고 워낙 군살이 없는 두볼이 더 패인것 같았다. 날카롭고 뾰족해진 턱은 칼끝을 련상시켰다. 요즘 정세가 긴장하니 변변히 쉴새가 없는 모양이다.

《대좌동지가 어떻게 여기에… 혹시 적정이 생긴게 아닙니까?》

최정식은 련이어 터져나오는 하품을 급급히 손바닥으로 막더니 피곤이 엉킨 얼굴을 쓸어만졌다.

《그렇소. 동무들이 해상경비근무에 진입한 첫날 정황이 생겼댔지?》

역시 그때문이였구나.

박철호는 바싹 긴장해졌다.

《예, 우리 령해로 접근하는 정체불명의 외국선박을 발견했습니다. 우리가 나타나자 그 선박은 인차 침로를 돌리고 공해로 사라졌습니다. 어쩐지 수상해서 지휘소에 보고하고 감시를 강화했지만 오늘까지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최정식은 신중한 안색으로 말했다.

《난 그 외국선박의 정체를 확인하고 필요한 대책을 세울 임무를 받고왔소. 이왕이면 그 선박을 처음으로 발견하고 보고한 동무네와 함께 정황처리를 하자는거요.》

박철호는 저으기 놀랐다.

《그럼 그 선박이 다른 장소에서도 발견되였단 말입니까?》

《음, 한두번이 아니요. 이제 출항하면 지휘관모임에서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그건 그렇고… 춘희가 무사히 생남을 했으니 경사로군. 동무의 어머니가 몹시 기뻐하겠소. 며느리때문에 노상 마음을 놓지 못하시더니 며느리덕분에 떡돌같은 손자를 안아보게 됐으니 말이요.》

최정식은 총참모부가 중시하는 작전상문제를 놓고 박철호와 개별적으로 더 이야기를 하고싶지 않아서 우정 말머리를 돌렸다.

이때 내의바람에 호각을 입에 물고 선미갑판으로 달려오던 조용순이 부처장을 보고 턱 멈춰서며 얼른 호각을 뽑고 차렷자세를 취했다.

《대좌동지! 안녕하십니까?》

최정식은 체조선수처럼 몸매가 날씬하면서도 탄력이 넘치는 부함장을 반갑게 마주보며 답례했다.

《오래간만이요. 헌데 이 추운 날씨에 군복은 왜 벗었소?》

《격술훈련시간입니다.》

영문을 몰라하는 부처장에게 박철호가 설명을 해주었다.

《우린 새 훈련에 진입하면서 격술훈련을 일과에 포함시켰습니다. 해상경비근무에 나와서는 수영훈련은 하지 않아도 격투훈련은 매일 합니다. 오늘은 정황이 생겼으니 그만두겠습니다.》

최정식은 손목시계를 보았다.

《출항할 때까지는 시간이 있소. 어서 시작하라구. 솜씨가 어떤지 좀 보기요.》

부함장의 구령에 따라 군복을 벗은 해병들이 두줄로 마주섰다. 맞서기훈련이다. 호각신호가 울리자 그들은 별안간 두눈을 부릅뜨고 고함을 치며 서로 치고 막고 둘러메치고 벌떡 일어나 휘둘러차기도 하는데 여기저기서 맹수들이 날뛰고 번개불이 번쩍이는것만 같았다. 최정식은 입이 함지박만 해졌다.

《잘해! 정말 잘하는군! 모두 펄펄 나는구만.》

박철호는 날카로운 눈초리로 해병들의 동작을 지켜보고있는 부함장을 눈짓으로 가리키며 자랑했다.

《이 수준에 끌어올리느라 우리 부함장동무가 얼마나 애를 썼는지 모릅니다.》

《부함장의 아버지가 전쟁때 소문을 낸 정찰영웅이라지?》

《예.》

《역시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요. 저 동문 격술도 잘하지만 전번 전투항해훈련때 보니 함지휘능력도 높더란 말이요.》

격술훈련이 끝나자 최정식은 미더운 눈길로 부함장을 바라보며 알근육이 박힌 그의 어깨를 툭 쳤다.

《좋소! 정황이 발생하면 수색조는 동무가 책임지면 되겠소.》

조용순은 눈이 퀭해졌다.

《수색조라니요?》

최정식은 의미있게 고개를 끄덕이고 지휘소에 올라갔다.

조용순은 무슨 영문인지 알수 없어 두눈을 꺼무럭거렸다.

《정치부함장동지, 수색조라는건 무슨 소리입니까?》

《우리가 해상경비근무에 진입한 첫날 단속하려던 외국선박이 심상치 않소. 우리 령해에 계속 들어오는 모양이요.》

조용순은 흠칫하더니 두눈을 한껏 치떴다.

《뭐라구요? 설마 그럴리야…》

박철호는 부함장이 몹시 당황해하기에 더 말을 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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