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함장님, 이걸 보십시오.》

속이 뒤틀린 머피는 건방지게 턱짓으로 탐지기영상판을 가리켰다. 부처는 비위에 거슬렸지만 마수걸이로 큰 고기를 낚으려는 순간에 신경질을 부려서는 안되겠기에 자제하고 탐지기영상판에 눈길을 주었다.

영상판에는 안테나가 빙빙 돌면서 휘뿌리는 전파가 사방으로 날아가다가 무엇인가에 부딪쳐서 반사되여 돌아와 깨알같은 흰점으로 무수히 나타나 아물거렸다. 어떤 점들은 인차 사라져버리고 다른 점들은 사라졌다가 또 나타나군 했다. 탐지기의 감시권안에 들어있는 각종 함선들과 섬들은 물론이고 부표나 그물띄우개를 비롯한 부유물체들, 무리를 지어 날아가는 바다새들, 지어는 파도까지도 아물거리는 점으로 희뜩번뜩 나타나군 해서 뭐가 뭔지 가려보기 어려웠다.

깜박거리는 무수한 점들가운데서 목표를 정확히 식별하려면 높은 기능과 숙련 그리고 천성적으로 밝은 눈이 필요했다.

머피는 건방지게 턱을 추켜들고 조절기를 솜씨있게 돌려 목표지시선을 어느 점에 고착시켰다.

《바로 이겁니다.》

《이거라는건?》

머피는 함장이 그런 질문을 하는게 어이가 없어서 눈을 치뜨며 어깨를 으쓱했다.

《이거라니까요. 북조선해군의 경비함이지요.》

《당신은 무엇을 근거로 그런 장담을 하오?》

《자세히 보십시오. 이 점은 강철선체에 반사된것이여서 특별히 밝습니다. 아까부터 이 점이 령해선과 일정한 간격을 두고 평행으로 움직이고있습니다. 순찰근무를 수행하면서 어로작업중인 고기배들의 안전을 지키고있단 말입니다. 그러니 이제라도 생각을 돌리십시오.

경비함의 코앞에서 북조선의 령해에 들어가는건 총구앞에 대갈통을 들이미는 우둔한짓이지요.》

뭐?! 대갈통?

부처는 버르장머리가 없는 항해장교의 말상을 주먹으로 쳐갈기고싶은걸 겨우 참았다.

머피는 직무상 함장의 대리인이였다. 그는 자기가 부처보다 항해실무가 높고 경험이 많다고 자부하고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처에게 함장자리를 떼운건 자기에게 유력한 후원자, 든든한 배경이 없기때문이였다.

본인의 실력보다 밀어주는 손이 있어서 한자리 따게 된자들이 다 그러하듯이 부처도 《푸에블로》호에 함장으로 임명되여온 초기엔 믿음직한 방조자인 항해장교에게 적지 않게 의존했었다. 그런데 함선에 대한 파악이 생기자 자기 주견대로 나가기 시작했다.

머피는 함장이 야시꼽게 구는 해리슨대위와 짝자꿍을 하고 항해장교인 자기와는 아무런 의논도 없이 북조선령해에 들어갈 중요한 결심을 했으니 자존심이 상해서 도저히 견딜수 없었다. 그래서 함장이 경솔하게도 서뿔리 내린 그 명령을 철회하게 하려고 유력한 근거를 들어 자기의 영향력을 행사하는것이였다.

부처는 망설이다가 내부통화기로 정보실을 찾았다.

《해리슨대위, 주변수역에 해군경비함이 있을수도 있지 않을가?》

해리슨은 무사태평하게 대답했다.

《글쎄요, 우린 아직 그런 냄새를 맡지 못했습니다.》

《탐지기영상판에 심상치 않은 점이 하나 나타나서 그러네. 항해장은 그게 해군경비함이라누만.》

해리슨은 짜장 감탄했다.

《아! 그렇게 선뜻 장담할수 있는 머피대위의 식별능력에 저는 경탄을 금할수 없습니다.》

귀동냥을 하던 머피는 비꼬는 그 수작이 아니꼬와서 건가래를 톺았다.

해리슨은 진지한 어조로 뒤를 이었다.

《함장님, 저를 믿으십시오. 혹시 해군경비함이 날리는 전파를 잡으면 즉시 보고하겠습니다. 그런 일이 없으면 안심해도 됩니다.》

《알겠소.》

부처는 몹시 긴장해서 자기를 지켜보는 항해장과 조타수의 눈빛을 몸으로 느꼈다.

어떻게 할것인가?

함장은 일단 결심을 하고 명령하면 정 부득이한 경우를 내놓고는 철회하지 말아야 한다. 이건 함장의 권위에 관한 문제이기때문이다. 그것도 그렇지만 그는 북조선의 령해에 깊숙이 들어가 《꼬마르》의 존재를 확인하고싶은 충동에 오금이 쑤셔서 견딜수가 없었다. 그래서 미타하고 불안한감이 들었지만 그대로 내밀기로 했다.

《조타수, 현 침로를 계속 유지하라! 항해장은 영상판에 나타난 목표에서 순간도 눈을 떼지 말라! 만약 목표가 우리 함쪽으로 이동하는 기미가 보이면 즉시 알릴것!》

머피는 해리슨의 조언을 받아들이고 자기의 의견은 차요시하는 함장의 처사가 심히 불만스러웠다. 하지만 명령대로 하는수밖에 없었다.

까짓거, 될대로 되라지.

머피가 속으로 두덜거리는데 함장은 조바심이 났던지 기관실에 속도를 최대로 올리라고 했다.

주기관의 동음이 높아졌다. 함은 파도를 쭉쭉 헤가르며 속력을 냈다. 부처는 잠시 궁리하다가 슈마커를 찾았다. 당직근무를 서고나서 장교침실에 들어박혀 사진장난질을 하던 슈마커는 촬영준비를 갖추고 지휘소에 빨리 올라오라는 지시를 받자 재빨리 움직이였다.

부처는 사진기를 앞가슴에 드리우고 나타난 슈마커에게 탐지기의 영상판을 가리켰다.

《항해장은 이 밝은 점이 북조선해군의 경비함이라는거요. 그게 사실이라면 경비함이 우리 함을 단속하려고 여기에 나타날수 있소. 중위는 그 기회를 놓치지 마시오. 될수록이면 전술번호가 나타나게 사진을 찍어야 해.》

슈마커는 자못 난처한 기색이였다.

《이거 날이 저물기 시작해서 빛조절이 잘될것 같지 않습니다.》

부처는 버럭 짜증을 냈다.

《망할! 그러니 탐조등을 비쳐달라는거야?》

《그렇게 해주시면 좋으련만…》

《그런 장난을 치다간 경비함에게 코를 꿰여 끌려가는 신세를 면치 못해!》

어느새 함은 령해선에 가까이 접근했다.

온몸이 그대로 두눈이 되여 탐지기영상판만 지켜보던 머피가 덴겁을 했다.

《이거 야단났군! 빨리 공해쪽으로 배머리를 돌립시다. 경비함이 우릴 추격하고있소!》

부처는 탐지기영상판을 쳐다보았다.

머피가 경비함이라고 주장한 흰점이 《푸에블로》호쪽으로 훨씬 가깝게 다가왔다.

머피는 노기등등해서 소리쳤다.

《내 말이 맞았지? 이건 틀림없이 경비함이야. 속도는 30이 넘소. 이제 15분도 못되여 우리 함을 따라잡을거요.》

더는 머피의 말을 의심할수 없었다.

부처는 어안이 벙벙해진 조타수에게 빨리 침로를 공해로 돌리라고 지시했다. 조타수가 급해맞은김에 손이 굳어져서 꾸물거렸다. 머피는 조타수를 와락 밀쳐버리고 자기가 직접 타를 잡고 솜씨있게 신속히 배머리를 돌렸다.

부처는 내부통화기로 각 초소에 명령했다.

《경비함 출현! 갑판에 나와있는 일체 성원들은 즉시 내부구간에 들어갈것! 해리슨대위는 전파탐색을 일시 중지하고 특수분견대를 무장시킬것! 갑판으로 나오는 통로에 대기하고있다가 정황이 발생하면 나의 명령에 따라 전투에 진입할것!》

해리슨이 긴장해서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기관총은 어떻게 하라는가?》

《기관총수 두명을 좌지에 내보낼것! 사복을 입고 상갑판에 나와서 좌지곁에 서있다가 나의 명령에 따라 사격할것!》

항해모를 쓰고 검은 가죽잠바를 입은 두명의 분견대원이 사다리를 타고 선수와 선미상갑판에 올라가 기관총좌지를 차지하고 사격준비를 갖추었다.

지휘소밖에 나가서 쌍안경으로 뒤쪽을 감시하던 슈마커가 겁에 질린 소리를 했다.

《함장님, 드… 드디여 나타났습니다.》

부처는 지휘소문을 열고 뒤쪽으로 고개를 빼들었다.

저녁 어스름속에서 군함 한척이 하얀 물보라를 날리며 달려오고있었다.

가만, 우리 함은 다행히도 령해선을 넘지 않았지.

이런 생각을 하자 부처는 안심되였고 배포가 유해졌다.

그래, 우리 함은 현재 공해상에 있으니 경비함이 함부로 단속하지 못할것이다. 우린 가능한대로 볼장을 보자.

《중위, 호랑이를 만난 개새끼처럼 덜덜 떨지 말고 어서 사진을 찍으라구.》

《예, 그런데 이거 날이 저물어서…》

슈마커는 덤벼치며 가죽케스의 뚜껑을 열고 사진기를 꺼냈다. 중풍을 만난 놈처럼 손을 부들부들 떨던 그는 사진기를 떨굴번 했다. 그는 욕을 먹을가봐 두려운 눈길로 함장을 쳐다보고나서 촬영자세를 취했다.

그사이에 해군함선은 《푸에블로》호의 뒤에 50메터이내로 접근하면서 충돌위험을 막으려는지 속도를 떨구었다. 어두워서 형체가 뚜렷하지 못했지만 사령탑에 켠 항해등과 현등의 불빛은 또렷했다. 그 빛에 선수갑판에 설치한 방사폭뢰발사기가 부처가 보는 쌍안경의 렌즈안에 들어왔다.

《아하!》

부처는 저도 모르게 탄성을 올렸다.

《저건 경비함이 아니라 구잠함이군. 중위, 사진을 찍었나?》

방금전에 샤타를 누른 슈마커는 미타한 수작을 했다.

《찍긴 찍었는데 사진이 제대로 나올것 같지 않습니다. 이제라도 탐조등을 켜주지 않겠습니까?》

《죽고싶어 몸살이 났나? 빨리 지휘소에 들어가자.》

그들은 얼른 지휘소에 들어갔다. 부처는 뒤창에 붙어서서 자기 함의 꽁무니를 문 구잠함을 긴장하게 지켜보았다.

구잠함은 50메터까지 접근하더니 탐조등을 켜고 《푸에블로》호를 잠간 살펴보고나서 인차 탐조등을 꼈다. 그리고는 《푸에블로》호의 주위를 한바퀴 빙 돌았다. 이때 부처는 구잠함의 구조물들과 장비한 무기들을 비교적 자세히 살펴볼수 있었다.

《머피대위, 구잠함이 있다는건 잠수함도 있다는 소리가 아닌가. 이왕이면 잠수함을 발견해야 할텐데. …》

부처가 욕심을 부리는데 머피가 소리쳤다.

《저놈이 우리앞을 막아섭니다.》

아닌게아니라 구잠함은 《푸에블로》호의 앞을 가로막았다.

대관절 어쩌자는건가? 공해상에서 외국선박을 단속하겠다는건가? 이건 국제적으로 공인된 해양법에 대한 란폭한 위반이다. 나는 절대로 단속에 응하지 않을테다. 항의할테다!

부처는 용기를 가다듬노라 이를 악물고 내심 부르짖었다.

구잠함은 탐조등으로 다시한번 《푸에블로》호를 비춰보고나서 령해쪽으로 천천히 사라졌다.

몹시 긴장해서 말뚝처럼 굳어졌던 머피와 슈마커, 조타수는 그제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였다.

부처는 그 겁쟁이들을 사납게 흘겨보고나서 슈마커에게 엄하게 요구했다.

《중위, 방금전에 나타났던 해군함정의 특징을 말해보라.》

《저… 날씬하게 생긴 철선인데 배수량은 4백내지 5백톤이고… 방사폭뢰발사기와 포무기를 장비한것 같은데…》

《구체적으로 말해!》

슈마커는 앞가슴에 데룽거리는 사진기를 두손으로 공연히 만지작거리며 얼버무렸다.

《고사포도 있고 고사총도 있는것 같은데… 거 날이 어두워놔서…》

《네놈은 사진기로 계집들의 낯짝이나 허벅다리는 잘 들여다보더구나. 북조선의 해군함정을 보려니 속이 떨렸겠지?》

쌍욕을 먹은 슈마커는 당장 볼이 부어서 두덜거렸다.

《내가 뭐 겁쟁인줄 아십니까? 어두워서 사진을 제대로 찍을수 없었다니까요.》

《그따위 구실 못할 사진기는 줴버리고 종이와 연필을 가져와! 어서!》

부처는 슈마커가 해도실에 들어가 가지고나온 종이에 방금전에 본 구잠함을 속사했다.

선수갑판에 5관식 방사폭뢰발사기 4문과 자동포 1문, 상갑판에 4신고사총 1문, 선미갑판에 자동포 1문과 폭뢰투하기, 사령탑엔 탐조등과 무선안테나들, 마스트엔 살창식반사체를 단 탐지기안테나가 장비되여있다.

주둥이를 비죽이 내밀고 비웃는 기색으로 함장의 그림그리는 모습을 바라보던 머피의 두눈이 놀라움에 둥그래졌다. 그는 거칠고 거만하고 신경질적인 함장에게 이런 예술적재능이 있는줄 몰랐던것이다. 슈마커도 고개를 끄덕이며 미술가로서의 함장의 실력을 인정했다.

《함장님의 관찰력은 대단합니다. 정말이지 타고난 미술적재능입니다. 부럽습니다.》

부처는 흐뭇했다. 그럴수록 겉으로는 표현을 삼가하고 훈시조로 말했다.

《나는 미술가의 관찰력이 아니라 군사가의 안목으로 적함을 주시했던거요.》

머피와 슈마커는 저도 모르게 자세를 바로했다.

《이게 바로 쏘련과 공산국가들의 해군이 몇년전부터 사용하고있는 신형구잠함이요. 속도는 35이상이고 레이다의 감시능력은…》

부처가 해군제독의 권고로 함이 요꼬스까항에 머물러있을 때 집중적으로 습득한 적군에 대한 예비지식을 적절한 이 기회에 뽐내보려는데 내부통화기에서 해리슨의 목소리가 성가시게 울렸다.

《함장님! 함장님!》

《왜 그래?》

《어떻게 됐습니까?》

령리하고 교활한 해리슨은 위험이 일단 사라졌다는것을 알아차리고 짜장 결사의 각오를 한 강경한 자세로 나왔다.

《어서 명령을 내리십시오. 나는 특수분견대를 이끌고 놈들을 치러 나가겠습니다. 본때를 보여줍시다!》

부처는 아쉬운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유감이지만 우린 그 기회를 놓쳤소. 분견대는 전파탐색을 계속하시오.》

《여기서는 정확한 탐색이 불가능합니다. 빨리 령해에 들어갑시다. 범을 잡으려면 범의 굴에 들어가야지요.》

부처도 절호의 이 기회를 놓치고싶지 않았다.

위험이 일단 사라졌으니 다시한번 모험을 해보고싶었다. 함장의 속생각을 알아차린 머피는 단호하게 나왔다.

《함장님, 해리슨대위의 충동질에 넘어가면 안됩니다. 그자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공을 세워보려고 헤덤벼치고있습니다.》

부처는 우유부단해졌다.

《구잠함은 우리를 우연히 따라온게 아닙니다. 지금 구잠함은 멀찍이 물러서서 전파탐지기로 우리 함을 계속 감시하고있을겁니다. 우린 공해로 썩 나가서 울라지보스또크쪽으로 북상해야 합니다. 며칠동안은 이 수역에 얼씬하지 말아야지요.》

부처는 움푹 패인 두눈을 지그시 감고 턱을 들며 입술을 삐죽이 내밀었다. 그가 신중한 생각에 잠길 때 짓는 표정이였다. 잠시 침묵하던 그는 입을 열었다.

《우리 함의 기본작전대상은 북조선령해요. 해리슨대위의 분견대가 령해선근처에서 아주 흥미있는 전파를 잡았소. 우린 위험을 무릅쓰고 그 전파를 날린 대상물의 실체를…》

부처는 머피의 얼굴에 비웃음이 스치는것을 보고 말꼬리를 흐렸다.

《대위, 당신은 어째서 자기의 상관을 비웃는가? 왜 상관의 말을 명심해서 듣지 않아?》

부처가 눈을 부라리자 머피도 시퍼래서 맞섰다.

《난 함장님이 더부살이를 하는 작자들의 장단에 춤을 추지 말기를 바랍니다!》

《뭐가 어째?!》

언쟁이 격화되자 꿔온 보리짝처럼 서있던 슈마커가 황황히 말리려 들었다.

《이거 진정들 하십시오.》

머피는 슈마커를 밀쳐버리고 함장에게 진작 하고싶었던 말을 씨원하게 뱉아놓았다.

《함의 안전항해가 기본입니다! 그 무슨 전파를 잡는다느니, 시료를 뜬다느니 하는 부잡스런짓은 그자들이 능력껏 하라지요. 나는 항해장이기때문에 안전항해에 조금이라도 지장을 주는 일을 허용할수 없습니다.》

머피가 잔뜩 화가 나서 씨근덕거리는걸 보니 여차하면 결투를 하자고 권총이라도 뽑아들 자세였다.

부처는 자기의 대리인과 더 티각태각하고싶지 않아서 언성을 낮추며 머피를 납득시키려 했다.

《나도 그자들이 곱다는건 아니야. 그러나 작전수행여부는 그자들에게 달려있거던. 우린 모험을 해서라도 그들을 도와야 해. 태평양을 힘들게 건너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갈수야 없지 않나.》

머피의 립장은 강경했다.

《어쨌든 당장은 이 수역에서 사라져야 합니다.》

슈마커가 눈치를 보며 참견했다.

《함장님, 여기 일은 후에 하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오이야 꺼꾸로 먹어도 제 맛인걸요.》

부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였다. 《푸에블로》호는 령해선에서 10마일정도 동쪽으로 나간 다음 울라지보스또크쪽으로 배머리를 돌렸다.

 

공해상으로 사라지는 정체불명의 외국선박을 탐지기영상판으로 지켜보던 엄장석은 맹랑한 기색으로 입을 다셨다. 곁에 있던 부함장도 퍽 아쉬워했다.

《거 공연히 상어와 가오리만 밑졌습니다. 우리가 아무 말도 없이 급작스레 도망치듯 했으니 선장아바인 섭섭해할겁니다.》

《음, 미안하게 됐소.》

《선장아바인 지금도 우릴 기다릴텐데요.》

부함장의 표정과 목소리에는 이제라도 저예망선이 물고기를 잡는 곳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의향이 비껴있었다.

엄장석은 여태 말이 없는 정치부함장을 돌아보았다. 그의 생각은 어떤지 알고싶었던것이다. 박철호는 신중한 기색으로 자료집을 번져보고있었다.

자료집에는 지금 문제시되고있는 정체불명의 외국선박과 비슷하게 생긴 배가 없었다. 얼핏 보기엔 지난 세기의 상선들처럼 고티가 나고 텁텁했다. 그러나 마스트와 상갑판에는 각이한 형태의 안테나들이 수십개나 설치되여있었다. 겉보기와는 달리 내부에 현대적인 장비를 갖추고있는게 분명했다.

《무슨 생각을 하오?》

함장의 물음에 박철호는 고개를 들었다.

《그 외국선박이 별나게 생겼길래…》

《나도 그런 배는 처음 보오. 여느 상선이 아니라 해양관측선어나 전파감시선같더군.》

《지휘소에 보고해야 하지 않을가요?》

밤이 깊어갈수록 불빛들이 더 환해져서 도시의 불야경을 방불케 하는 어장을 바라보던 부함장이 끼여들며 달갑지 않은 어조로 물었다.

《공해에서 항해하는 외국선박까지 보고한단 말입니까?》

《물론 공해에서 항해하는 외국선박들은 우리가 감시하거나 단속할 대상이 아니지. 하지만 그 선박은 우리 령해로 접근하다가 우리 함이 나타나자 침로를 돌렸으니 수상하단 말이요.》

《거야 뭐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겠지요. 날바다우에서 침로를 바로잡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부함장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아무런 통행표식이 없는 망망한 바다에서는 해풍에 밀리우거나 항해기구에 생긴 사소한 편차에 의해서도 배가 왕청같은 곳으로 가는 경우가 생기군 한다. 조타수나 함장이 졸거나 허튼 생각을 하는 경우에도 그러하다. 때문에 배들은 편차되는 침로를 부단히 수정하면서 항해해야 한다.

하지만 엄장석은 정치부함장의 의견을 존중했다.

해상경비근무를 수행할 때는 사소한 현상도 전쟁관점에서 예리하게 대해야 했다. 그는 전파탐지초소에 령해와 린접한 공해상에 대한 감시를 계속하라고 지시했다. 자정이 지나도록 감시했지만 일단 사라진 정체불명의 외국선박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부함장이 씁쓸히 웃으며 말했다.

《보십시오. 우린 공연한데 신경을 쓰면서 상어와 가오리만 밑졌다니까요.》

결과가 그러하니 엄장석은 할말이 없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무전문을 작성하여 상급지휘소에 보고했다.

 

오늘 17시 30분경, 공해상에서 우리 령해에 접근하는 정체불명의 선박을 전파탐지기로 포착하고 즉시 추적하여 육안으로 확인함.

배수량은 대략 1천톤급, 속도는 12, 낡은 상선처럼 보인다. 그러나 상갑판과 조타실, 두개의 마스트에는 각종 안테나들이 설치되여있음. 우리 함이 나타나자 황급히 동북쪽으로 배머리를 돌린 외국선박은 탐지기감시거리밖으로 사라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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