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한편 《푸에블로》호는 이틀동안 순간도 쉬임없이 항해하여 드디여 북위 39도선을 넘어섰다.

《마스》로 명명한 1작전수역에 들어선것이다.

통천앞바다의 알섬이 멀리에 작은 점으로 바라보였다. 이제 몇시간만 더 내달려 압룡단을 돌아서면 주요작전대상의 하나인 원산앞바다에 이르게 된다. 북으로 올라갈수록 파도가 세차고 기온이 떨어져서 몹시 추웠다. 항해모를 쓰지 않고 갑판에 나서면 정수리가 시리고 귀쪽이 떨어져나갈 지경이였다.

배전을 치며 튕겨오른 파도가 갑판에 흩날려 떨어지자마자 얼어붙군 해서 얼음판이 생겨났다.

걸음을 옮기기 말째고 위태로왔다. 승무원들 대다수가 내부구간에 들어박혀 갑판엔 얼씬하지 않았다. 해양연구사들만이 해양자료를 측정하고 수집하노라 갑판을 허옇게 덮은 얼음판우에서 엉기적거리며 역사질을 했다.

북조선령해에서는 이 무서운 혹한속에서도 수많은 고기배들이 떨쳐나와 물고기잡이로 흥성거렸다.

부처는 쌍안경으로 령해선너머에 있는 고기배들을 한척한척 주의깊이 살피였다.

뜨랄선도 있고 저예망선도 있고 가공선과 운반선들도 있었다. 어선들의 연통에는 람홍색공화국기가 큼직하게 그려져있었다. 마스트마다 풍어기가 해풍을 안고 춤을 춘다.

함이 남쪽수역을 통과할 때와는 판이 다른 풍경이여서 부처의 관심을 끌었다.

남쪽수역은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어선들이 가끔 눈에 띄우는데 작고 초라했다. 어쩌다 괜찮게 생긴 어선이 나타나서 자세히 살펴보면 영낙없이 일본어선이였다. 성능이 좋은 일본의 고기배들이 남조선연해에까지 깊숙이 들어와 제멋대로 쏘다니며 물고기를 잡고있었다. 남조선어선들은 일본어선들이 저희들의 어장에 들어와 물고기를 퍼가는걸 구경이나 하는 꼴이였다.

북쪽수역에서는 일본어선들의 그림자도 찾아볼수 없었다. 쏘련이나 중국의 고기배도 없었다. 바다를 뒤덮은 수많은 고기배들이 다 공화국기를 날린다.

그 광경이 부처에게 은근히 위압감을 주었다. 그것만 보아도 북조선해군의 해상경비가 틈이 없다는것을 알수 있기때문이였다.

《함장님, 측정위치에 거의다 왔습니다.》

내부통화기에서 더크의 목소리가 울렸다. 부처는 해도를 보았다. 함은 해양조사를 하려고 연구사들과 합의한 위치에 접근하고있었다. 연구사들이 그걸 매번 어떻게 알아맞히군 하는지 신기한 생각이 들었다.

지내보니 그들은 딸라에 대한 욕구로 해서인지 여간 근면하고 책임성이 높지 않았다. 약속된 위치에서의 측정작업이 끝나면 수집한 자료들을 종합하고나서 트럼프놀이를 했다. 인테리랍시고 자존심이 높아서 사병들과는 상대도 하지 않았지만 함장의 명령에는 군말없이 복종했다. 사복을 입었지만 그들도 군인이였던것이다.

부처는 함의 기동을 멈추게 하고 담배를 피워물고 연구사들이 일하는 선미갑판에 내려갔다.

추위가 혹심한 속에서도 두 연구사는 바다물의 온도를 재고 수심을 측정하고 시료를 뜨는 일에 전념하고있었다.

《수고하누만.》

언 손으로 가까스로 해온측정기를 조작하던 해리가 고개를 들었다.

《수고랄게 없습니다. 우리 일이란 워낙 이렇게 구접스럽지요.》

《검은빵을 씹으면서 험한 일을 하기가 조련치 않겠소. 검은빵을 먹지 않으면 안될 무슨 사연이라도 있는게 아니요?》

해리는 저들의 딱한 처지를 솔직히 터놓았다.

까리브해에 가서 돈을 적지 않게 벌었는데 일확천금을 하려고 도박판에 끼웠다가 약차한 손해를 봤다는것이였다.

《뭐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검은방을 씹어야 할 막다른 처지에까지 굴러떨어진건 아니랍니다.

실수를 교훈으로 삼고 식사를 할 때마다 돌이켜보며 분발하자는거지요.》

《그런즉 의도적인 자기 학대로구만. 그건 그렇고… 해양조사를 해보니 어떻소?》

해리는 약간 주저하다가 솔직히 대답했다.

《수질이 매우 좋습니다. 일본이나 남조선의 근해가 시궁창이라면 여긴 맑은 샘에 비겨야 하겠습니다.》

쭈그리고앉아서 시료를 뜨던 더크도 활기를 띠며 뒤를 달았다.

《나는 대서양과 인도양에 있는 나라들의 앞바다에도 가보았는데 여기처럼 바다물이 맑고 깨끗한 곳은 처음 봅니다. 바다물의 온도도 물고기들이 사는데 알맞습니다. 그래서 고기떼가 다투어 밀려드는거겠지요.》

부처는 매부리코를 손으로 문지르며 흠흠 코소리를 냈다. 불만스러울 때 하는 행동이였다.

《내가 알고싶은건 당신들이 시료를 떠서 무슨 냄새를 맡았는가 하는거요.》

해리는 고기배들이 한벌 깔린 령해쪽을 가리켰다.

《함장님이 바라는 냄새를 맡으려면 저쪽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야 합니다.》

그런즉 범을 잡으려면 굴안에 들어가야 한다는 소리였다. 어쩐다?!

부처가 망설이는데 해리슨대위가 갑판에 나왔다.

해리슨은 엉치에 못이 배기도록 정보실의 도청기앞에 붙어있다나니 오금이 쑤셨던 모양이다. 그는 흉하게 입을 쩍 벌리고 하품을 크게 하며 기지개를 켜고나서 현측에 바싹 다가가 바다에 오줌을 쏴갈겼다.

으스스 몸을 떨며 바지를 춰올리고 혁띠고리를 채운 그는 해양연구사들이 일하는쪽으로 어슬렁어슬렁 다가오다가 함장을 발견하자 뜻밖인지 무춤 멈춰섰다.

부처는 행여나 해서 기대를 가지고 물었다.

《대위, 소득이 있소?》

해리슨은 맹랑한듯 입을 쩝쩝 다셨다.

《전파들을 잡아 분석해보니 거의다 물고기잡이와 관련된것입니다. 전파에서 물고기비린내가 풍길 지경이지요.》

《지금 무슨 물고기가 잡히나?》

《명태지요. 해마다 이무렵이면 조선동해의 연안에 명태떼가 쓸어들군 합니다. 어제는 수산사업소들에서 도합 명태를 1만톤이상이나 잡았다는 보도가 방금전에 나왔습니다.》

부처는 어마지두 놀랐다.

북조선에서는 쌀과 부식물값이 매우 눅다고 한 오까모도 겐지의 말을 믿지 않을수 없게 되였다. 그때 겐지는 북조선에서 쌀 한키로그람의 값이 전차값보다도 눅다고 했었다. 부처는 이왕 말이 난김에 그것도 확인해보고싶었다.

《대위, 북조선의 농사형편은 어떻소?》

《자급자족하는데 작년에도 대풍을 이루었지요. 그걸 경축해서 농업대회를 한다고 요즘 그 준비로 법석 끓고있습니다.》

《농업대회라는건 뭐요?》

처음 듣는 소리라 호기심이 동했는지 해리와 더크도 일손을 멈추고 해리슨을 쳐다보았다.

《농사를 잘 지은 열성농민들을 평양에 초청해서 축하해주는 행사라고 합니다. 북조선은 대다수가 산지여서 농경지가 제한되여있지요. 그러나 십년전에 농업협동화를 한 덕으로 먹을 걱정을 모른다고 합니다.》

부처는 두 연구사의 얼굴에 어린 호기심이 부러움과 시샘으로 바뀌는것을 놓치지 않고 보았다.

하기야 먹을 걱정이 없이 사는건 누구나 바라는바이다. 요는 리상적인 그 나라가 유감천만하게도 손꼽히는 반미국가라는데 있었다. 항시적인 전쟁위협을 받으면서도 자그마한 나라가 주접이 들지 않고 자체의 힘과 노력으로 아담하고 화목하고 안정된 자기식의 보금자리를 꾸렸다는 그자체가 미국의 세계제패실현에 대한 도전이였다.

이렇게 생각하니 부처는 심술이 나고 악이 치받쳤다.

《북조선은 자존심과 생활력이 강한것 같소.》

더크가 공감한 기색으로 동료에게 이렇게 하는 말이 가뜩이나 심사가 꼬인 부처의 비위를 더욱 거슬렸다.

《여보! 그건 생활력이 강한게 아니라 그들이 독종이라는걸 말해주는거요.》

함장이 벌컥 화를 내기에 두 연구사와 해리슨은 그만 어리둥절해졌다. 그가 왜 갑작스레 발작적으로 격노해서 절치부심을 하는지 모를 일이였다.

《유태인보다 더한 아주 위험한 족속이란 말이요. 우리 미국에 대한 그들의 적개심과 복수심은 차마 입에 담을수가 없을 정도요. 우린 북조선의 영향력이 더 커지기 전에 짓뭉개버려야 해!》

부처는 열이 올라서 발까지 굴렀다.

이때 누군가 수밀문을 열어제끼고 갑판에 뛰쳐나왔다. 미해군안전단에서 도청실력이 손꼽힌다는 치따였다. 그는 범잡은 포수처럼 의기양양해서 법석 고아댔다.

《함장님! 연구장교님! 잡았습니다. 내가 잡았다니까요.》

왕청같은 소리에 부처와 두 연구사는 어리둥절해졌다. 그러나 해리슨은 두눈을 번쩍이며 의미있게 물었다.

《그거! 그거야?》

《예, 방향성초단파인데 피뜩 나타났다가는 인차 사라지군 합니다. 딱히 장담할수는 없지만…》

해리슨이 다그어댔다.

《그래서 어쨌다는거야? 빨리 말해!》

《내 생각엔 <꼬마르>가 장비한 탐지기의 전파인것 같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야?!

귀에 익은 《꼬마르》라는 말이 나오자 부처는 흥분이 지나쳐서 제정신이 아니였다. 그는 평소의 침착성을 졸지에 잃고 치따에게 다우쳐 물었다.

《야! <꼬마르>라면 미싸일정이지? 싸이드만에서 <코끼리>를 물어죽인 <모기>가 분명하지?》

치따는 힐끔힐끔 눈치를 보며 어물어물 대답했다.

《예, 중동전쟁에서 소문을 낸 그 미싸일정의 계렬에 속한것일겁니다.》

부처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것은 전률이 아니라 희열이였다. 가슴이 막 두근거렸다.

그러니 여기서 가까운 원산항에 미싸일정들이 있단 말이지. 오호라! 이거야말로 마수걸이로 횡재를 한셈이다. 오! 하느님! 《자유의 녀신》이여!

《연구장교!》

대답이 없었다.

해리슨은 벌써 정보실에 달려간다. 부처는 헤덤벼치며 해리슨의 뒤를 따랐다. 피냄새를 맡은 야수처럼 씨근덕거리는 그의 두눈은 이상한 광채로 번뜩거렸다.

정보실의 분위기는 늘쌍 그러하듯이 정숙하고 긴장했다. 신호등들이 깜박이고 수신기들에서 울려나오는 전파음이 가득찼다. 여긴 문자그대로 전파의 세계였다.

제일로 성능이 높은 무선도청기앞에서 레시바를 낀 해몬드가 영상판을 주시하며 잔뜩 귀를 강구고있었다. 해리슨은 그의 뒤에 바싹 붙어서서 숨을 죽이고 영상판을 지켜보았다. 부처는 해리슨의 곁에 다가가 허리를 약간 굽히고 영상판을 바라보았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손거울만 한 영상판에서는 무수한 전파들이 저마다 자기의 파장을 그리며 무질서하게 희번뜩거렸다.

어느새 부처의 곁에 바싹 다가든 치따가 불쑥 손짓을 했다.

《저거! 저겁니다!》

《어느거라구?》

《아! 벌써 사라졌습니다.》

치따가 법석 고아대도 해몬드는 진지하고 침착한 기색으로 그냥 입을 꾹 다물고있었다.

부처는 속이 달아서 손가락으로 해몬드의 잔등을 쿡쿡 찔렀다.

《넌 어째서 입을 다물고있어? 어서 말해. 방금전에 피뜩 나타났다가 사라진게 <꼬마르> 의 전파가 분명하지?》

강박이 어린 질문이였다.

해몬드는 피곤이 잔뜩 엉킨 해쓱한 얼굴을 두손으로 비비고나서 레시바를 벗었다.

《글쎄… 비슷하긴 한데…》

부처는 속이 달아서 해리슨의 옆구리를 찔렀다.

《대위, 당신의 생각은 어떻소?》

해리슨은 혀끝으로 입술을 핥으며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하는수없이 대답했다.

《함장님, 전파가 약해서 딱히 알수 없습니다. 령해에 들어갑시다. 5마일정도만 들어가도 보다 센 전파를 잡을수 있습니다.》

부처는 잠시 망설이였다.

작전에 진입하자마자 범의 굴안에 들어가는 모험을 해야 하는가? 사나흘은 령해선근처에서 자료수집을 하며 북조선해군의 해상경비정형을 충분히 료해하고나서 령해에 들어가야 안전할텐데…

해리슨은 등이 달아서 독촉했다.

《함장님, 이건 쉽지 않은 기회입니다. 대상이 <꼬마르>니까요. 이 기회를 놓치면 후회가 막심할겁니다.》

그렇다! 이번 작전에서 기본은 북조선해군이 보유하고있을거라고 추정하는 잠수함과 미싸일정의 존재를 확인하는것이다. 우리 해군이 백악관과 국회에 내댈 주패장은 바로 이거라고 해군제독이 모박아 강조했지. 그러니 모험도 해야 한다.

부처는 꿈틀거리는 야심을 안고 지휘소에 달려올라갔다. 그는 항해당직인 머피대위에게 의기양양해서 명령했다.

《키 좌로! 40도 변침하고 속도를 높일것!》

머피는 흠칫 놀랐다.

《령해에 들어가자는겁니까? 시기상조가 아닐가요?》

부처는 눈을 부라리며 으르릉거렸다.

《명령대로 하라!》

함은 즉시 좌측으로 배머리를 돌렸다. 마침 날이 저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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