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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 미해군사령관인 프랑크 에이 죤슨소장은 초대형핵항공모함《엔터프라이즈》호를 사세보에 기항시켜 연유와 물자를 보충한 다음 전쟁이 날로 격렬해지는 남부윁남에 파견하기 위한 준비로 분망한 나날을 보내면서도 요꼬스까항에 머무르면서 작전준비를 하고있는 전자정찰함선에 대해서도 잊지 않고 관심하고있었다.

사실 그의 주되는 관심사는 남부윁남이 아니라 북조선이였고 《엔터프라이즈》호가 아니라 《푸에블로》호였다.

세계제패전략의 중심을 유럽에 둔 미국은 점차 근동과 중동에로, 동남아시아와 동아시아에로 눈길을 돌리고있었다. 장차 동아시아가 사회주의진영과 자본주의세력간의 첨예한 대결로 하여 전략중심으로 될건 뻔한것이지만 죤슨은 그렇게 되기를 기다리고있을수 없었다. 될수록 그것을 앞당겨야 했다. 그래야 미국이 세계제패의 관건적인 지역과 수역을 적절한 시기에 차지할수 있고 여기서 주역을 담당할 주일 미해군의 지위가 부상될수 있었다. 그러면 자신의 몸값도 절로 올라가게 된다.

그런즉 태평양전쟁과 조선전쟁시기에 맥아더가 그러했듯이 자기도 도꾜의 일류급호텔에 틀고앉아 대양건너에 있는 본국에 대고 큰소리를 탕탕 쳐보자는것이 죤슨제독의 속심이였다.

《푸에블로》호에 대한 기대가 큰만치 작전준비에 만전을 기하도록 요구성을 높이였다.

함장을 자기가 직접 선발한것도 그때문이다.

《푸에블로》호의 소수리와 전자기재교정작업을 맡은 일본인기술자들은 성탄절 전날까지 일을 책임적으로 끝내고 돌아갔다고 한다. 그런데 기미세야에 있는 해군안전단에 가서 집중훈련을 하는 특수분견대가 과정안대로 한달을 다 채우고야 돌아오다나니 《푸에블로》호는 새해에 들어가서도 나흘이 지나서야 닻을 올리고 요꼬스까항을 떠났다. 사세보항까지 오노라면 사나흘이 걸린다.

기다리기에 지친 죤슨은 쾌속정을 타고 마중나갔다.

20마일정도 항해하니 마주오는 《푸에블로》호의 모습이 나타났다.

투박하고 고리타분한 생김새도 그래 느릿느릿 무사태평하게 움직이는걸 봐도 그것이 해군전자정찰선이라고는 상상도 할수 없었다.

정찰에서는 위장이 중요한데 《푸에블로》호는 그 점에서 합격이였다. 역시 《엘레훤트》는 자금을 적게 쓰면서도 가치있는 함선들과 해군장비를 척척 만들어내는 재간둥이이고 수단가였다.

하기야 쇄빙선으로 40년이상이나 써먹어 파철이 된걸 주물러 신형구축함으로 변모시키는 요술사니 그럴수밖에… 신형구축함에 제 별명을 뻐젓이 달아놓는걸 보면 그가 능청스럽고 명예욕과 야심도 이만저만이 아님을 알수 있었다.

죤슨은 《푸에블로》호에 올라가 수리나 교정작업을 했거나 새로 설치한 기재들을 다 살펴보고 집중훈련을 받은 특수분견대원들도 만나보았다.

그는 대단히 만족했다.

《음, 아주 좋소. 일반적으로 함선은 해당 나라의 령토의 한부분이나 같은데 〈푸에블로〉호는 미국의 과학기술과 지성을 대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요. 장교들은 말할것도 없고 사병들도 대학졸업생이나 중퇴생들이니 기술수준과 기능이 매우 높고 육체적준비도 나무랄데가 없구만. 그런데…》

죤슨은 말꼬리를 끌면서 툭 불거져나온 눈으로 함장의 얼굴을 유심히 여겨보았다.

자신만만해야 할 함장의 안색이 심상치 않았던것이다. 불안해하는것 같기도 하고 초조해하는것 같기도 하고… 망설이며 눈치를 보는게 뭔가 제기할 문제라도 있는 모양이다.

죤슨은 려송연을 꺼내 부스러뜨려 파이프에 재우면서 말을 이었다.

《그런데 말이요, 이 멋진 령지의 주인인 당신의 안색은 마음에 들지 않소. 무슨 고민거리라도 있는게 아니요?》

아닌게아니라 부처는 해군제독에게서 안전담보를 받는 문제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있었다.

그런 요청을 하는게 자존심이 상하고 비굴해보였기때문이다. 괜히 목적을 달성하기는 고사하고 해군제독의 눈밖에 날수 있었다. 그러나 안전담보는 받아야 했다. 그것이 다름아닌 생사에 관한것이기때문이다. 명예나 직위, 황금도 살아있을 때 필요한거지 죽은 다음에는 소용이 없다.

《각하, 작전수행에 진입해야 할 시각이 다가오니 80명이 넘는 승무원들의 운명을 책임진 함장으로서 나는 우려하지 않을수 없는 문제가 있기에…》

《서론이 길구만.》

제독은 이처럼 단마디로 불만을 표시했다.

《죄송합니다.》

《요점을 말해!》

《저… 저는 안전담보를 받고싶습니다.》

죤슨제독은 미간을 찡그리며 어깨를 으쓱하더니 다시 시창에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 말이 나올줄 예상하고있은 모양이다.

부처는 속이 한줌만 해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해군제독을 지켜보았다.

죤슨은 태연히 파이프를 빨면서 바다경치를 감상했다. 퍼그나 시간이 흘렀다. 그는 별안간 활기를 띠며 파이프로 시창을 툭툭 두드렸다.

《함장, 당신의 눈엔 저게 보이지 않소?》

부처는 시창으로 눈길을 돌렸다.

아니, 이게 뭔가?!

시야를 꽉 채우며 안겨오는것은 초대형핵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호였다.

그것은 함선이라기보다 요새화된 움직이는 섬이였다. 길고 널직한 갑판우에 렬을 지어 정렬한 함재기들이 해빛을 반사하며 은빛기체를 눈부시게 반짝거렸다.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항공모함의 량쪽과 뒤에서 세척의 원양구축함이 호위하고있다.

모름지기 수중에서는 잠수함이 따라가고있을것이다.

대아메리카의 위세를 떨치며 저 멀리 바라보이는 사세보항을 향하여 항해하는 저것이 바로 필요한 때마다 분쟁지역의 연해에 들어가 상대방을 공포에 몰아넣군 하는 항공모함기동분함대였다.

저렇게 한번 기동할 때마다 호위하는 함선들이 태워버리는 배기름을 가지고는 대형화력발전소를 만가동시킬수 있다.

소비하는게 어디 배기름뿐인가. 수천명에 달하는 승무원들이 먹는 빵과 통졸임은 둘째치고 마시는 물만 해도 매일 만리터가 넘는다. 대양에 돈을 줄줄 흘리며 다니는 기동분함대다. 미국처럼 부자의 나라가 아니고서는 항공모함을 만들수도 없거니와 누가 공짜로 준대도 관리운영할수가 없다.

죤슨제독은 의미심장하게 물었다.

《감상이 어떻소?》

부처는 가슴이 뻐근해지는감을 느끼며 탄복하여마지않았다.

《정말 요란합니다. 미국의 막강한 힘이 페부로 절감됩니다.》

죤슨제독은 득의만면해서 고개를 끄덕이였다.

《옳소, 미국이자 항공모함이고 항공모함이자 미국이요. 그런데 당신은 뭐가 두려워서 그래? 도대체 뭐가 안심치 않아서 안전담보를 받겠다는건가?》

부처는 멋적었지만 내친김이라 구차하게 변명을 했다.

《두려워서 그러는건 아닙니다. 그저 이왕이면 그렇게 하는게 좋겠기에… 까놓고 말해서 나는 우리 함이 수행하게 될 작전이 어디까지나 당당하고 합법적이길 바랍니다.》

죤슨제독은 다시금 엄해진 눈초리로 부처를 못마땅하게 흘겨보았다.

부처는 가까스로 용기를 짜내여 자기의 립장을 견지했다.

《각하, 이건 뭐 저만이 아니라 연구장교 해리슨대위를 비롯한 전체 승무원들의 한결같은 심정입니다.》

《빌어먹을…》

죤슨은 벌레라도 씹은듯이 상골을 찡그리며 마지못해 응했다.

《나는 해군제독의 권한으로 〈푸에블로〉호가 작전상 필요에 따라 북조선해안 3마일까지 접근해도 된다는걸 담보하오.》

부처는 내심 안도의 숨을 내쉬였다.

《감사합니다.》

죤슨제독은 왼손바닥으로 부얼부얼한 얼굴을 문질렀다. 그리고는 툭 삐여져나온 사나운 두눈을 두릿두릿 굴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했다.

《신중하고 민첩하게 행동하라구. 될수록이면 시끄러운 일이 생기지 않게 처신하란 말이야. 만약 단속을 당하는 경우엔 함이 미국령해법에 따라 지금 공해상에서 해양관측을 하는중이라고 주장하라.》

《알았습니다.》

《그래도 〈푸에블로〉호를 억류하려고 시도하는 경우에는 윁남전쟁에 참가하게 된 저 항공모함을 즉시 조선동해에 급파하겠소.》

부처는 대뜸 얼굴이 밝아졌다. 오그라들었던 가슴이 쭉 펴이고 팔다리에 기운이 뻗쳤다. 그의 모습은 바다수리답게 용맹에 넘쳤다.

《그뿐이 아니요. 나는 당신들의 안전을 위해 전쟁도 치를 각오를 하고있소.》

그것은 사실이였다.

죤슨은 만약의 경우에 백악관과 펜타곤의 승인을 받고 일본과 남조선에 주둔하고있는 미군이 전투태세를 갖추며 여기에 남조선괴뢰군과 일본자위대도 합세할 안을 짜놓고있었다.

죤슨제독은 불끈 틀어쥔 주먹을 함장의 코앞에 대고 흔들었다.

《북조선해군이 당신들의 머리칼 한오리만 건드려도 나는 이 무쇠주먹으로 북조선을 무자비하게 답새겨서 미국의 힘이 어떤것인가를 톡톡히 알게 해주겠소.》

이렇듯 막강한 권력을 행사할수 있는 해군제독을 부처는 부러움에 찬 황홀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물론 북조선은 만만치 않소. 그러나 사태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는걸 바라지는 않을거요.》

부처는 방금전까지 불안에 잠겨 전전긍긍한 자신이 과연 어리석기 짝이 없어보였다.

나는 미합중국의 해군장교이며 백악관과 펜타곤의 전략작성에 기여할 중대임무를 수행하는 특수함선의 함장이다. 다시말해서 국가가 안전을 담보해주는 인물이다. 누가 감히 나를 건드릴수 있단 말인가.

죤슨이 손을 내밀자 지금껏 한쪽옆에 말없이 서있던 부관이 둥그런 봉처럼 생긴 해도통을 넘겨주었다. 죤슨은 그것을 받아들고 지휘소 뒤쪽에 있는 해도실에 들어갔다. 부처는 부관의 눈짓을 받고서야 해군제독의 뒤를 따랐다.

죤슨은 통에서 말아넣은 해도를 꺼내여 해도탁에 펼치고 네귀에 닻문양이 부각된 누름돌들을 하나씩 놓았다. 보매 그는 이런 일을 무척 신성시하고 즐기는것 같았다. 해도에는 조선동해와 울라지보스또크앞바다를 포괄하는 넓은 수역에 분홍색선이 또렷이 그어져있었다.

죤슨은 자세를 바로하고 엄숙히 말했다.

《나는 당신에게 백악관과 펜타곤이 크게 기대하는 〈핑크루트〉작전에 대한 구체적인 임무를 주겠소.》

부처는 작전에 《핑크루트》라는 명칭을 단것이 의미심장하면서도 야릇하게 느껴졌다.

이건 분명 공산권을, 즉 적색구역을 표시한것인데 왜 붉은색이 아니라 분홍색으로 했을가? 죤슨은 손에 쥔 파이프로 해도를 가리켰다.

《필요상 작전수역을 〈마스〉, 〈비너스〉, 〈풀루트〉로 나누었소. 내 이미 말했지만 작전의 총적임무는 북조선과 쏘련의 원동지역에 대한 전자적, 시각적, 해양학적자료들을 될수록 많이 수집하는것이요.

보다싶이 해군정보부가 작성한 이 해도에는 우리가 현재 알고있는 북조선해군과 쏘련태평양함대의 주요군항들과 통신결속소, 전파탐지소, 군함건조 및 수리기지들이 표시되여있소. 이것을 재확인하고 규모와 능력을 보다 구체적으로 확증하시오.

기본은 북조선해군이 보유하고있는 잠수함들과 미싸일정들의 실체를 확인하는거요. 내가 국회에 내댈수 있는 주패장을 쥐여달란 말이야.》

죤슨은 연기가 몰몰 피여오르는 반질반질한 파이프로 《마스》구역에 기입된 깨알같은 수자들을 가리켰다.

《이게 잠수함들의 전술번호요.》

부처는 어마지두 놀랐다.

《최근 한국의 정보계통에서 넘겨받은 자료인데 당신들이 이번에 그 실체를 꼭 확인해야 하겠소. 당신이 잠수함과 미싸일정을 발견하고 촬영해오면 누구나 부러워하는 존재로 떠받들리우게 될거요.》

그런거야 뭐 어려울게 있나.

부처는 머리가 핑 돌았다. 성공의 그날을 그려보니 가슴이 막 울렁거리고 숨조차 가빠났다. 이런 절호의 기회가 오기를 얼마나 고대했던가.

《믿어주십시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죤슨은 모를 박아 강조했다.

《이것은 우리 군수복합체의 활력을 증진시키고 국민소득을 높이는 일이기도 하오.》

부처의 눈앞에는 해상미싸일전의 서막이 올랐다고 쾌재를 부르며 축배를 들던 장인의 희색만면한 모습이 떠올랐다. 그곁에서 꽃처럼 활짝 웃던 사랑하는 안해의 우아한 모습도… 그것은 자기처럼 죽음을 무릅쓰고 고생을 하는자들의 대가로 피여나는 웃음이고 꽃이였다.

죤슨은 해도우에 자그마한 도면을 한장 덧놓았다.

《이건 우리 위성들의 선회로를 표시한거요. 조선동해의 어느 위치, 어느 시간에 위성들이 육안으로 보이는가를 정확히 장악하오. 이건 위성촬영의 정확도를 보장하기 위한 중요한 사업이요. 말이 났으니 말이지 앞으로 위성촬영의 정확도가 조금만 더 높아지면 당신들이 생사를 걸고 모험하는 일이 없어지게 될거요.》

죤슨은 그외에도 몇가지를 더 강조하고나서 작전수행기간 정 부득이한 경우를 내놓고는 절대로 전파를 날리지 말라고 했다.

《당신이 우려하는 만약의 사태가 발생하는 경우에만 즉시 무전을 날리시오.》

《알았습니다.》

함은 어느새 사세보항을 가까이 하고있었다.

《재삼 강조하는데 수집한 모든 자료들은 문서화하고 촬영한 사진필림은 현상하지 말고 그대로 보관했다가 요꼬스까항으로 돌아와서 당신이 직접 나에게 제출하시오.

함장, 용기를 내시오. 하느님이 도와주실거요.》

죤슨제독은 설교를 마친 목사처럼 툭 불거진 두눈을 지그시 감으며 경건하고 자못 엄숙한 기색으로 부처에게 십자를 그어주었다.

부처는 벅찬 환희에 몸을 떨었다.

자기에게 커다란 명예와 막대한 재부를 안겨줄 《보물섬》으로 출항하기에 앞서 거룩하고 자비하신 하느님의 축복을 받는듯 한 심정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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