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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김정일동지께서는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김정은동지와 함께 2.8비날론련합기업소를 현지지도하시고 그길로 승용차에 오르시여 흥남비료련합기업소로 향하시였다.

그이께서는 기분이 좋으시여 차창밖으로 흘러지나는, 너무도 자주 다니시여 정이 든 비날론지구의 거리풍경을 내다보시였다.

간밤에 외무성에서 제2차 제네바조미고위급회담이 열리는것과 관련하여 올린 문건과 또 다른 긴급히 제기된 문건들을 비준해주시였고 여러명의 일군들을 만나 담화하시느라 얼마 쉬지 못한 그이이시였다.

그러나 김정일동지께서는 2.8비날론련합기업소 수평방사공정에서 생산되고있는 눈처럼 하얗고 폭신폭신한 비날론솜, 방직공장에서 천을 짤수 있는 기본비날론솜을 만져보신것으로 하여 쌓인 피로를 싹 잊어버리시였다.

어느덧 승용차들은 흥남비료련합기업소 구내에 들어와 멈춰섰다.

차문을 열고 내리신 김정일동지께서는 마중나온 구면이나 다름없는 기업소일군들의 손을 따뜻이 잡아주시였다. 량손을 허리에 얹으시고 은빛으로 번쩍거리는 수소정제탑들과 합성탑, 응축분리탑들, 산소분리기와 대형탕크들이 밀림처럼 일떠선 기업소구내를 둘러보시는 그이의 안광에 감개무량한 빛이 흘러넘치시였다.

대흥청년영웅광산, 룡양광산,  2.8비날론련합기업소… 어제부터 다니시는 곳마다 그이께서는 눈물없이는 볼수 없는 장쾌한 광경에 가슴이 기쁨으로 마냥 젖어드시였다.

《웅장하구만… 페허나 다름없이 되였던 구내가 세상에 소리치며 자랑할 화학비료산업기지로 되였소. 흥남의 로동계급이 갈탄가스화에 의한 암모니아생산 1계렬공정을 완공하느라 수고를 했습니다.》

그이께서는 구내가 쩌렁 울리게 만족한 어조로 말씀하시였다. 시야에 펼쳐진 위용을 떨치는 거대한 화학비료산지를 보시느라니 저절로 눈물이 나시며 가지가지 회억이 서려오르시였다.

이 몇해사이에 그이께서는 흥남비료련합기업소 가스화대상건설장을 여러차례나 찾으시였다. 눈보라 휘몰아치는 날도 있었고 반팔소매잠바옷잔등이 땀에 푹 젖던 삼복철도 있었으며 무더기비발이 사정없이 뿌려쳐 바지가랭이와 신발을 다 적시던 궂은날도 있었다. 인민들이 지속적으로 당하는 식량고생을 한가슴에 안으시고 화학비료산업을 결정적으로 일떠세우자니 언제 맑은 날, 따뜻한 날을 골라다니실새가 있었던가.

《비료지배인, 기사장동무는 어데 있나?》

김정일동지의 다정한 물으심에 동안이 지나 수행일군들의 뒤쪽에서 약간 주눅든 그러면서도 감격에 목메인 소리가 울리였다.

《여기… 있습니다.》

《기사장동무, 어서 장군님곁으로 가시오.》

도당책임비서옆에 서계시던 김정은동지께서는 주저하는 기사장의 잔등을 떠미시였다.

《비료공장, 화학공장에서야 기사장이 기본이지. 비료기사장, 이리 오라구.》

김정일동지께서는 다가온 기사장을 친근한 눈매로 보시였다.

《가스발생로가 말썽을 부려 철직될번 했다지? 섭섭했겠지만 기사장의 중임이 그렇게 무겁다는걸 인식하면 돼. 기업소일이 잘되면 지배인, 당비서가 칭찬받지만 생산이 안되거나 사고가 나면 기사장이 책임을 지는 경우가 많아. 기업소에서는 기사장이 참모장이 돼서 달리할수 없겠지만 공평한것 같지는 못해. 도당책임비서, 그렇지 않은가?》

장군님, 저희들이 대장동지의 가르침이 계셔 제때에 기사장동무의 처벌문제를 바로잡았습니다. 도당위원회에서는 앞으로 기업관리에서 이 문제를 중시하겠습니다.》

《그래야지. 공장, 기업소에서는 지배인, 당비서, 기사장이 3위1체니만큼 평가나 후과, 책임을 걸머지는것도 같아야 돼.》

김정일동지께서는 신중한 어조로 뇌이시고 다시금 밝은 안색을 지으시였다.

《기사장동무, 지시봉을 들지 마시오. 해설하지 않아도 되오. 동무가 나한테 갈탄가스화에 의한 암모니아생산공정도를 해설하던게 어제같소. 난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있소. 갈탄가스화공정은 크게 세가지공정으로 나눈다고 했지. 가스발생공정과 산소분리공정, 청정공정으로 되여있지. 가스발생공정에서는 원료공급계통에서 보장되는 석탄을 연소시켜 수소와 일산화탄소를 비롯한 가스를 얻어낸다, 그때 기사장동무는 이런 식으로 복잡다단한 비료생산의 매 공정을 간명하게, 알기 쉽게 설명했지. 그날의 암모니아생산공정도가 저렇게 현실로 훌륭히 일떠섰으니 얼마나 기쁩니까. 이번엔 지배인과 기사장동무가 실제 공정을 돌아보면서 설명하라구. 화학공정해설보다도 종전의 해묵은 낡은 시설을 털어버리고 어떻게 저렇게 멋진 반응탑들과 설비를 들여앉혔는지 흥남로동계급의 투쟁을 이야기해주시오.》

김정일동지께서는 흥남땅에서 원철로의 흔적을 송두리채 들어내고 2011년까지 갈탄가스화에 의한 암모니아생산공정건설을 끝내야 한다고 강렬히 호소하시던 일이 다시금 돌이켜지시였다.

당은 흥남의 로동계급을 믿는다, 흥남비료련합기합소 일군들과 로동자, 기술자들은 나와 보조를 맞추어 한사람같이 떨쳐나서자, 함경남도 당위원회에서는 흥남비료의 가스화대상건설을 자기 사업의 총적목표, 중심고리로 정하고 도안의 모든 력량을 총동원, 총집중하여야 한다.… 생산이 멎어 한산한 구내에 궂은비 쏟아지던 그날, 그이께서는 우산 쓸념도 안하시고 갈린 음성으로 흥남땅에 가스화공정건설, 흥남격전의 장엄한 포성을 울리시였다.

장군님, 흥남가스화전투장에서 제일 힘든 일중의 하나가… 기초굴착공사였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격렬했던 공사의 나날을 추억하는 기사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시였다.

한세기동안 땅속 깊은 곳에 굳어질대로 굳어진 콩크리트암반을 까내는 일은 그야말로 《낡은 과거산업과의 전쟁》이였다. 오랜 세월 쌓인 매캐한 류산재먼지가 폭연처럼 흩날리는 속에 남녀로소, 직업과 직급을 가릴수 없는 수천수만의 흥남사람들이 한덩어리로 뭉쳐 과거를 무찌르는 처절한 싸움을 벌리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강성부흥의 그날을 앞당기려고 피와 땀을 바쳐온 흥남인민의 불굴의 정신력을 생각할수록 목이 메여오시였다.

해빛을 받아 번쩍거리며 하늘을 꿰지르고 솟은 은백색의 대형탑들과 탕크들, 설비들이 단순히 콩크리트기초우에가 아니라 흥남인민의 비상한 창조력, 애국의 넋에 받들려있다고 생각되시였다.

《흥남의 애국자들이…》

그이께서는 감동어린 어조로 치하하시였다.

《10년동안에도 건설하기 힘든 가스화공사를 2년반사이에 완공했으니 정말 대단합니다. 도당책임비서동무, 자력갱생의 혁명정신을 발휘하여 우리 당의 주체적인 화학공업건설정책을 관철한 흥남의 애국자들을 축하합니다. 흥남비료련합기업소와 룡성기계련합기업소, 설비조립련합기업소, 락원기계련합기업소… 그리고 또 있지.》

김정일동지께서는 가스화대상건설에 참가한 단위들을 빠짐없이 꼽으시였다.

《함흥산업건설사업소, 화학건설련합기업소, 함흥화학설계연구소 로동자, 기술자들과 전체 건설자, 지원자들에게 나의 인사와 감사를 전달해주시오.》

대형탑들이 쩌렁쩌렁 울리는듯 한 그이의 만족에 넘치신 치하는 둘러선 일군들의 가슴에 젖어들었고 900여일간의 흥남의 격전장에서 당해온 가지가지의 난관과 시련의 고비, 마음속 고충을 해빛에 가뭇 사라지는 안개발처럼 하늘로 날려버리게 하였다.

《도당책임비서, 룡성기계련합기업소 지배인이 왔지?》

그이께서는 윤정기의 뒤켠에 멀찍이 떨어져있는 조창주를 알아보시고 가까이 오라고 손짓하시였다.

《그새 잘있었소? 어째 건강이 그닥 좋아보이지 않는다.》

《에네르기절약형지열설비를 만드느라 잠을 좀 설쳐서 그럽니다. 저는 건강합니다.》

《지배인, 룡성기계에 가면 지열설비를 볼수 있겠소?》

장군님… 출력이 큰 지열설비는 지금 한창 부분품들을 생산하고있습니다. 국가과학원에서랑 많이 도와주었지만… 저희들이 일을 잘못해서 늦어졌습니다.》

《열뽐프도 그렇고, 공기압축기도 전혀 새로운거지? 다른 나라 기술을 빌리지 않고 우리 기술로 지열설비를 만들자니 힘들거요. 이제 가보자구. 룡성기계지배인이 그래서 얼굴이 많이 상했나…》

김정일동지께서는 죄송스러운 낯빛인 조창주의 긴장어린 마음을 눙쳐주시려는듯 미소를 지으시였다.

《지배인, 지열설비를 채 못만들었다고 걱정말라구. 나는 언제든지 룡성기계로동계급을 믿소. 고난의 행군시기에도 무엇을 달라고 손을 내밀지 않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설비를 돌려 당에서 준 과업을 무조건 수행한건 룡성기계로동계급입니다. 내가 이 자리에서 동무를 찾은건 2.8비날론련합기업소와 흥남비료련합기업소에서… 비날론섬유와 화학비료를 쏟아낸 눈부신 성과의 기저에 룡성로동계급의 막중한 힘이 있었다는걸 말하고싶어서입니다. 바로 룡성기계에서 흥남비료생산공정의 심장부인 저 수소정제탑들과 탄산가스흡착탑, 응축분리탑을 멋쟁이로 만들지 않았소. 미국이 우리가 이 흥남비료련합기업소를 현대화하지 못하게… 비료생산에 저해를 주려고 제재의 빗장을 질렀지만 룡성기계로동계급은 조선의 자존심, 조선의 창조본때를 가지고 저 굉장한 반응탑들을 만들어냈소. 얼마나 장하오. 지배인, 수소정제탑에 붙인 저 대형구호를 보시오. 〈당이 결심하면 우리는 한다!〉, 룡성로동계급이 실천으로 보여준 이것이 조선의 정신이고 조선의 창조불길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청정공정을 다 돌아보시고 만족하시여 비료출하장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기시였다. 쌓인 피로로 걷기조차 불편스러우셨지만 비료가 쏟아지는 이 경사로운 날에 자신의 건강때문에 뒤따르는 일군들의 기쁨에 들뜬 마음을 어둡게 할수 없으시였다. 그래서 천천히 걸으시였다.

《도당책임비서, 락원기계련합기업소에서 만든 산소분리기의 원심압축기도 잘 돌고 가스화1계렬대상설비들이 다 잘 돌아가는구만. 이제 비료생산에서 제기되는게 뭐가 있소?》

장군님… 저희들이 공업용수의 질문제에 미처 관심을 돌리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흥남지구 공장, 기업소들의 공업용수… 그래, 침전지문제가 있지.》

그이께서는 몹시 가책스러워하는 윤정기에게 아량의 시선을 보내시였다.

《공업용수의 질이 낮아 비날론이나 비료생산이 지장을 받아서야 안되지. 며칠간 생산을 멈추더라도 침전지감탕을 빨리 퍼내야겠소. 감탕이 6만립방메터나마 된다지?》

《그렇습니다. 수십년동안 침전지보수를 못해서 감탕이 많습니다. 도당위원회에서는 공업용수를 쓰는 흥남지구의 큰 공장, 기업소들에서 긴급히 돌격대를 무어 10월중으로 감탕을 다 퍼내자고 합니다.》

윤정기는 700명이라는 돌격대 인원수까지 말씀드렸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도당책임비서의 결심을 들으시고는 뒤켠에 겸양의 자세로 서계시는 김정은동지께 미소를 건네시였다.

《책임비서, 돌격대인원으로 그 엄청난 감탕을 다 퍼낼수 있을가? 한사람이 하루 0. 5립방메터의 감탕을 퍼낸다 해도 1만명의 로력이 있어야 할거요.》

그이께서는 어제밤 김정은동지께서 올린 문건을 상기하시였다.

장군님, 저는 이번에 흥남지구에 와서 나라의 경제토대를 공고히 하고 인민생활을 향상시키시려는 장군님의 숭고한 뜻을 관철하고있는 우리 로동계급의 창조적일본새를 보면서 많은것을 느꼈습니다.

장군님의 함경남도에 대한 불철주야 강행군현지지도, 부강조국건설령도를 직접 체험하면서 앞으로 군사사업과 군대당정치사업을 장군님식으로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를 다시금 절감하게 되였습니다.

제가 급수분직장 침전지에 가서 실태를 직접 료해하여보았습니다. 침전지를 수십년동안 사용하다보니 중간도류벽이 무너지고 감탕과 모래가 바닥에 절반나마 차있습니다. 불순물때문에 깨끗이 정화된 공업용수를 보장하지 못해 생산제품의 질을 떨구고있습니다.

2.8비날론련합기업소나 흥남비료련합기업소 로동계급이 돌에서 비날론솜을 뽑아내고 석탄을 가스화하여 비료를 생산하느라 하많은 수고를 하였는데 침전지에서 감탕을 퍼내는 방대한 공사는 인민군대가 도와주었으면 합니다.

인민생활과 나라의 경제발전을 위해 하나라도 도움이 되는일을 하여 최고사령관동지군대의 전투적위력을 발휘하겠습니다. 군부대에 침전지에 쌓인 6만여립방메터의 감탕모래를 한주일안에 와닥닥 퍼낼데 대한 믿음의 전투명령을 주십시오. 장군님께서 명령을 주시면 인민군대가 희천의 《단숨에》정신을 함남땅으로 옮겨 또다시 결사관철의 정신으로 흥남지구 공장, 기업소들의 생산에 지장이 없도록 침전지공사를 무조건 제기일에 해제끼겠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대장동지께서 자필로 쓰신, 조국의 부강을 념원하고 인민을 위하는 애국의 마음이 슴배인 글줄의 청청한 울림이 귀전에 쟁쟁하시였다.

《도당책임비서, 침전지공사는 걱정하지 마오.》

그이께서는 나직한 어조로 확언하시였다.

김정은부위원장이 군대를 동원해서 침전지감탕을 퍼내겠다고 했습니다.》

《비료가 쏟아지고있구만! 쏟아져!》

김정일동지께서는 비료출하장조작실의 유리창으로 내다보시며 기쁨에 넘쳐 말씀하시였다.

천정높이에 있는 하조장출구에서 뇨소비료가 폭포마냥 쏟아지고 잇달아 폴리에틸마대에 그득그득 포장되여 벨트콘베아에 실려가 넓은 하조장 한켠에 더미로 쌓이고있었다.

《저게 갈탄가스화1계렬공정에서 쏟아지는 비료란 말이지…》

그이께서는 감개무량하시였다. 우리의 원료와 연료에 의한 비료생산공정건설 결심, 자신의 결단에 의해 생산의 고고성을 터친 비료이고 흥남애국자들이 만들어낸 쌀비료라고 생각하니 눈물이 나서 볼수 없으시였다.

《비료지배인, 기사장, 시운전생산이니 비료가 많지 못하구만. 가스화1계렬공정을 만부하로 돌리라구. 그래서 비료를 자동차와 기차에 가득 실어서 우리 사회주의협동벌에 보내줍시다. 농민들이 비료걱정없이 마음껏 농사를 짓는 그날은 수령님의 평생소원이 풀리고 나의 소원이 풀리는 날입니다.》

비료출하장을 나서신 김정일동지께서는 윤정기를 돌아보시였다.

《앞으로 농촌에서 요구되는 비료를 더 많이 생산하자면 흥남비료가스화2계렬공사를 해야 합니다. 어떻소, 도당책임비서, 비료지배인, 할수 있겠소?》

《있습니다.》

윤정기와 흥남비료련합기업소 지배인은 힘있게 대답올렸다.

《좋소, 기백이 있구만. 그런데 2계렬공사에서도 기본은 고압설비제작이겠는데 룡성기계가 맡아야지? 제기되는 문제가 있는가?》

그이께서는 조창주지배인에게 믿음어린 시선을 던지시였다.

장군님, 우리 룡성로동계급은 가스화1계렬대상설비생산에서 경험을 축적했기때문에 문제될것이 없습니다. 수소정제탑과 대형합성탑을 비롯해서 가스화2계렬대상설비들을 과업만 주시면 무조건 만들어내겠습니다.》

《그래, 걱정할게 없단 말이지. 무엇이든 자체의 힘과 기술로 마음먹은대로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룡성로동계급입니다. 나는 룡성기계로동계급이 있어 언제나 마음이 든든합니다. 룡성기계련합기업소는 영웅적인 기업소입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더 다른 칭찬의 말을 고르지 못하시였다. 현대화, 대고조의 불길속에서 영웅부대로 성장해온 룡성로동계급이 미덥고 대견스럽기만 하시였다.

《지배인, 수소정제탑을 만들 때 용접가스에 질식되면서도 동체안에서 나오지 않던 제관직장의 작업반장이 잘있소?》

《진태범반장동무는 장군님말씀대로 안해를 얻어 행복하게 살고있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 승용차쪽으로 가실 때 윤정기가 말씀올렸다.

장군님, 조창주지배인동무는 자기 며느리한테 차례진 새 살림집을 진태범반장한테 주었습니다.》

《지배인은 고난의 행군시기에 아들을 잃었지?》

《예, 지배인동무의 며느리는 지금껏 단칸짜리 집에서 아들애를 키워왔습니다.》

《남편잃은 설음도 크겠는데… 며느리한테 좋은 집을 줘야지 않겠소?》

《그렇게 하겠습니다.》

《조창주동무가 고난의 행군때 로동자들과 같이 양배추뿌리를 캐먹으며 기계설비를 지켜냈고 매달 생산계획을 수행했다는걸 내 다 압니다. 지배인성품이 그렇게 청렴하니 기업소 로동자, 기술자들이 합심해서 일을 잘하고있는겁니다. 아무리 어려운 중요대상설비과제가 떨어져도 조건에 빙자하거나 뭘 해결해달라고 손을 내밀지 않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멀찌감치 떨어져있는 조창주지배인을 정어린 시선으로 보시였다.

《도당책임비서동무, 그런데… 무리해서 그런지 룡성기계지배인건강상태가 좋지 않아보입니다.》

장군님, 지금은 좀 나은겁니다. 8월 하순경에 흥남비료의 대상설비를 실어낼 때 조창주동무는 심장쇼크가 와서 큰일날번 했습니다.》

《그래서?!》

그이께서는 놀라서 물으시였다.

《협심증이였습니다. 마침 기업소 책임비서동무랑 가까이 있어서 의식을 잃은 지배인동무를 급히 공장병원에 실어가 주사를 놓고 응급치료를 했더니 피여났습니다.》

《큰일날번 했구만. 협심증환자는 제때에 구급치료를 받아야 소생할수 있습니다. 관상동맥부위의 피줄막힘이 20분을 초과하면 경색이 오고 생명이 위험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깊은 우려감에 싸여 말씀하시였다.

《룡성기계 지배인이 협심증이 올 정도면 밤을 패는 사업긴장으로 해서… 피로가 쌓일대로 쌓였댔겠는데 제때에 휴식을 못시켰구만.》

《제가… 잘못했습니다. 장군님께서 2월에 오셨을 때 조창주동무의 심장질환에 대해 걱정하시고 무리하지 않도록 하라고 말씀하셨는데… 제가 흥남비료대상설비제작이 긴박하다고 제관직장에서 침식을 하는 지배인을 말리지 못하였습니다.》

《하기야 윤정기동무도 지배인과 같이 제관작업장에 사무실을 옮겼지.》

김정일동지께서는 어쩔수 없으신듯 고개를 저으시였다.

나라의 전반적경제의 축도이고 중추적역할을 하는 함경남도를 일떠세우기 위해, 함경남도에서 대고조진군의 불길을 지펴올리기 위해 강행군현지지도를 하는 자신의 걸음에 보조를 맞추겠다고 뛰고 또 뛰는 조창주지배인과 같은 일군들을 어찌 만류할수 있겠는가. 그들을 휴식시키고 밤을 패지 않도록 하자면 자신께서부터 밤낮이 따로 없이 야전렬차를 달리고 눈비와 강추위,  무더위를 무릅쓰는 강행군현지지도를 삼가해야 할것이 아닌가. 그러나 조국의 강성부흥, 인민을 잘살게 하는것이 자신의 필생의 좌우명일진대 어떻게 수령님탄생 100돐이 림박한 때에 야전렬차를 타지 않고 안정할수 있겠는가.

근래에 와서 자신의 심장질환이 별다른 징후를 나타내지 않는것이 천만다행으로 생각되시였다. 정초의 강추위때처럼 깊은 밤 렬차집무실에서 어지럼증이 나고 쪽잠도 편안히 못 들게 가슴이 답답하던 증상이 사라져버린듯싶으시였다. 의사들의 노력이 컸을테지만 생명을 무시로 위협하는 그런 증세가 결코 깨끗이 없어지지는 않았을것이다. 몸이 무겁고 걷기 힘들 정도로 다리가 저려나는것만 봐도 정신육체적피로와 스트레스가 위험할 정도로 쌓인것 같다. 휴식이 생명의 불길처럼 요구되지만 자신께서는 그 불길로 몸을 태우면서라도 온 나라에 진군의 불길을 지펴 강성하는 조국의 앞날을 당겨와야 하는것이다.

《도당책임비서, 조창주지배인의 심장병을 어떻게 치료할가?》

김정일동지께서는 승용차에 오르지 못하시고 근심스레 물으시였다.

장군님… 룡성기계 지배인을 이번엔 도당에서 결정적인 조치로 료양소로 보내겠습니다. 비날론과 비료대상설비를 기본적으로 끝냈으니 지배인이 덜 바쁜 몸입니다. 적어도 한달은 안정치료를 하게 하겠습니다.》

《휴식을 시켜야지. 한달정도면 쌓인 스트레스도 좀 풀리겠지. … 그런데 지배인의 거무죽죽한 얼굴을 보니 병세가 대단히 나빠보입니다. 료양소에 보내 치료가 되겠는지…》

 

×

 

이날 저녁, 김정일동지께서는 온몸이 잦아드는듯 힘겨우시였지만 수일동안 진행한 강행군현지지도의 총화를 지어야 하시겠기에 함경남도일군들과 당중앙위원회 책임일군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하시였다.

《내가 함경남도의 사업에 대해 관심을 많이 돌리고있는것은 경공업발전과 인민생활을 향상시키는데서 함경남도가 차지하고있는 몫이 대단히 크기때문입니다.》

자그마한 앞차대에 수첩을 펴놓고 앉으신 그이께서는 일군들을 둘러보시였다.

《함경남도는 경제발전에서 의의가 큰 공장, 기업소들이 많아 나라의 축소판이나 같다고 볼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 몇해동안에 함경남도에 거의 매달 오다싶이 하였습니다.》

그이께서는 함경남도를 전국의 모범이 되게 일떠세우시기 위해 마음을 쓰고 로고를 바쳐오신 나날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르셨지만 성과를 론하는 이 마당에서 지나간 그 모든 일들이 순간에 사라져버리시였다.

《함경남도의 일군들과 로동계급이 일을 정말 잘하고있습니다. 2.8비날론련합기업소와 흥남비료련합기업소가 현대화되여 비날론섬유와 화학비료생산을 정상화할수 있게 되였습니다. 대흥청년영웅광산과 룡양광산을 비롯하여 단천지구가 무진장한 마그네사이트광석으로 제품들을 꽝꽝 생산하여 인민생활향상에 크게 이바지하고있습니다. 눈부신 성과들입니다. 어제 대흥청년영웅광산에서 렬차를 타고오면서 보니 철도역들과 철길주변, 도로주변을 깨끗이 잘 꾸렸습니다. 시, 군 마을들을 선군시대 사회주의선경으로 잘 꾸리고 사는것만 보아도 함경남도사람들이 생활력이 강하고 강성국가건설의 주인다운 일본새를 지녔다고 볼수 있습니다. 함경남도당위원회가 아래단위에 대한 지도사업을 잘하였습니다.》

윤정기는 장군님께서 모든 성과를 오로지 함경남도에 미뤄놓으시고 자신께서 도의 변혁을 위해 바쳐오신 현명한 령도와 불철주야의 로고는 제쳐놓으시는 그 겸허성에 머리가 숙어졌다.

장군님께서 함남도사람들에게 드높은 민족자존의 정신력, 결사관철의 의지를 키워주시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주체비날론과 비료가 쏟아질수 있었겠는가. 조선의 기상을 떨칠 장군님의 담대한 일본새와 열렬한 애국심이 있었기에 대흥과 룡양의 전변이 이룩되였고 동해의 날바다에 단천항이 들어앉아 바다길이 개척되였다.

장군님의 헌신의 자욱에 의해 마련된 북청과 덕성, 함남의 이르는 곳마다 펼쳐진 사과바다, 동해안농사의 전환, 그 모든 성과의 실제적증견자인 윤정기는 이 소박한 모임에서 눈물겨운 진실을 토로하고싶을따름이였다.

《내가 느낀바이지만 함경남도에서 일이 잘되고있는것은…》

김정일동지께서는 말씀하시였다.

《도당위원회가 당정책을 무조건 철저히 집행하기 위한 조직정치사업을 잘했기때문입니다. 도당위원회가 사상을 기본으로 틀어쥐고 대중의 정신력을 폭발시켜나간것이 비결이라고 할수 있습니다. 도당책임비서를 비롯해서 모든 일군들이 현실속에, 대중속에 깊이 들어가 그들과 고락을 같이 해나가니 함경남도의 공장, 기업소들에서 대고조의 불길이 세차게 일어나게 되였습니다. 지난 시기 라남의 봉화, 성강의 봉화를 따라 혁명과 건설에서 혁신을 일으키도록 한것처럼 이제부터는 함경남도에서 타오르는 대고조의 불길, 다시말하여 함경남도사람들의 정신세계와 창조본때인 함남의 불길을 따라 전국이 일떠서도록 하여야 합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환희와 격정에 휩싸여있는 함경남도일군들을 대견스런 눈길로 보시며 힘주어 말씀하시였다.

《돌이켜보면 함경남도사람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고난과 시련속에서도 자기 힘이 제일이고 제정신이 제일이라는 투철한 신념을 가지고 함경남도에서 사회주의를 지켜왔고 강성부흥의 대문을 남먼저 열어제끼려고 분투해왔습니다. 당의 구상을 받들고 제힘으로 세계에 솟구쳐오르려는 강한 민족자존의 정신, 자력갱생의 정신이 분출했기에 대흥과 룡양은 일약 부자광산이 되였고 룡성과 흥남의 로동계급은 선군시대의 거창한 창조물을 일떠세웠습니다. 우리는 함경남도에서 타오른 이 불길이 한개도의 불길만이 아닌 강성국가건설의 불길로, 수령님의 탄생 100돐이 되는 2012년에로 향한 총진군대오를 더 높은 앙양에로 떠미는 불길로, 기치로 되게 하여야 합니다.》

장군님을 우러르며 박수를 치는 윤정기는 흥분으로 가슴이 설레이고 눈굽이 젖어들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강추위와 무더위를 무릅쓰시고 강행군현지지도의 험한 길을 걷고 걸으시며 함경남도에 대고조진군의 불씨를 심어주시고 그 불길이 세차게 타번지도록 자신의 온몸을 태워오신 장군님이시였다. 함남의 불길은 사계절, 온 한해를 쉬임없이 머나먼 하늘길을 가며 만물의 생명과 진화의 원천인 따뜻한 열과 밝은 빛을 주는 태양과도 같으신 장군님의 불길이라고 생각되였다.

윤정기는 이제 혁명과 건설을 승리에로 이끄시는 장군님의 혁명방식, 창조방식인 함남의 불길이 온 나라를 새로운 혁명적대고조로 들끓게 하며 활활 타번질것이라고 생각하니 긍지와 자부심으로 뿌듯해졌다.

《도당책임비서동무, 아무래도 내가 함남의 불길을 창조한 동무들에게 수고했다는 말만 해서는 안될것 같소.》

김정일동지께서는 정어린 미소를 지으시였다.

《함경남도의 일군들과 로력혁신자들, 과학자, 기술자들을 당중앙위원회와 당중앙군사위원회의 명의로 평양에 특별초청하겠습니다.》

그이께서는 해당 일군에게 고개를 돌리시고 과업을 주시였다.

《평양에서 뻐스들을 내려보내여 그 동무들을 데려오시오. 평양고려호텔에 들이고 대우를 잘해주어야겠습니다. 대동강과수종합농장과 현대화된 두단오리목장을 참관시키고 연회도 차려주어야 하겠습니다. 그전에 수령님께서는 장자강발전소건설이 끝났을 때 천막연회를 차리고 혁신자들을 축하해주신적이 있습니다. 함남의 불길창조자들과 함께 식사라도 한끼 나누면 내 마음이 편해질것 같습니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모임이 끝난 뒤에 윤정기를 따로 부르시였다.

《대흥국수집의 〈평양처녀〉들을 빼놓지 말고 데려오시오. 그 동무들이 먼 대흥땅에서 오래간만에 평양의 친정집에 오겠는데… 1백화점에 들려 당과류랑 사가지고 부모형제들과 친척들을 찾아볼수 있게 하시오. 값은 내가 물어주겠습니다.》

장군님… 고맙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윤정기는 그이의 다심한 사랑에 감격하였다.

《책임비서, 서있지만 말구 쏘파에 앉으라구.》

장군님, 밤이 너무 깊어서… 쉬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제 평양으로 가면서 렬차칸에서 자면 되오.》

《저… 오늘 밤만이라도 여기 조용한 숙소에서 편히 주무시고 래일 떠나주십시오.》

《그랬으면… 나도 좋겠소.》

김정일동지께서는 숙소의 창밖에서 들려오는 밤바다의 파도소리와 우거진 소나무숲이 가을바람에 설레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시였다.

《도당책임비서, 내가 함경남도에 올적마다 한 단위라도 더 지도해달라고 욕심을 부리더니 이번에는 어떻게 그러질 않는구만.》

장군님께서… 병색이 짙으시고 걷기도 불편해하시는걸 뵈오면서 저는 가슴이 아팠습니다. 우리 도의 사업때문에 장군님께 매번 너무도 많은 부담을 끼쳐드린것이 죄스럽기만 합니다.》

《허, 그래서 동봉협동농장에 가보잔 말도 못 꺼냈구만. 동봉에서도 가을걷이가 한창일테지. 영옥관리위원장이 잘있는가? 취장염이 도지진 않았소?》

《일없습니다. 동봉관리위원장은 감기 한번 앓은것 같지 않습니다.》

《작황은 어떤가? 봄에 영옥관리위원장이 서해곡창벌 농장들과 경쟁을 하겠다고 했는데…》

그이의 물으심에 윤정기는 한동안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장군님… 올해 동봉협동농장의 예상수확고는… 삼지강이나 미곡, 신암협동농장보다 썩 못할것 같습니다. 영옥동무는 농사를 잘 짓지 못한 자책감에 진종일 우울해서 작업반들에 내려가서도 말도 적고 웃음도 없답니다. 저번때 도당회의실에 온걸 보니 맨 뒤켠구석에 고개를 떨구고 앉아있는게 아니겠습니까.》

《그렇단 말이지…》

김정일동지께서는 나직이 뇌이시였다.

기가 꺾여 동봉벌에서 맥을 놓고있을 관리위원장의 얼굴이 선히 떠오르시였다. 봄철에 그리도 자신심에 넘쳐 풍년작황을 안아오겠다고 장담했었는데 뜻을 이루지 못했다니 괴로움이 여간 크지 않을것이였다.

생각같아서는 이제 당장 동봉에 가서 관리위원장을 만나보고싶으시였지만 밤중이니 어떻게 하겠는가. 밤렬차로 평양에 가서 아침에는 당중앙위원회청사에 나가실 계획이시였지만 일정을 미룰수밖에 없으시였다.

 

×

 

이른아침, 김정일동지께서 타신 승용차는 서리에 축축히 젖은 함흥벌신작로를 달려 동봉협동농장의 강냉이밭 등성이길에 멈춰섰다.

그이께서 진눈까비 섞인 궂은비가 내리던 봄날에 찾아오시여 승용차를 세우고 내리셨던 곳이다.

관리위원장이 심은 살구나무가지에 분홍빛꽃망울이 다롱다롱 맺혔던것이 어제같은데 어느새 봄도 가고 여름도 가고 마가을이 와 살구나무잎새들이 누렇게 물들었다.

찬비가 그칠새없이 내리여 신발에 진흙탕이 달라붙는 질쩍질쩍한 포전길을 걸으시여 비닐박막을 씌운 강냉이영양단지모를 살펴보셨던 둔덕배기밭에는 수확을 앞둔 강냉이숲이 우거졌다.

방금 떠오르는 해빛에 시누런 강냉이잎사귀들에 앉은 하얀 서리가 반짝거렸다. 실한 강냉이대들마다 엇비스듬히 처져 달린 이삭들에는 밤빛수염이 거미줄처럼 엉켜붙고 황금알갱이같은 여문 강냉이이삭들이 오사리를 헤치고 삐주름히 내밀었다. 작황이 그닥 나빠보이지는 않았다.

가없이 높고 푸른 하늘에는 외토리구름송이들이 널려있었다. 잠풍한 날씨였으나 구수한 낟알향기가 섞여 간간이 불어오는 벌바람은 랭기가 실려 산산하였다.

김정일동지께서는 량손을 허리에 짚으시고 벼가 누렇게 익은 앞벌을 바라보시였다.

콩꼬투리가 맺힌 논뚝에는 붉은 기발들이 나붓기고 이른아침부터 벼가을에 여념이 없는 농장원녀인들의 노래소리가 들판에 울려퍼졌다.

염소떼가 흐르는 언덕배기 풀밭사이길로 관리위원장 영옥이가 허둥지둥 달려왔다.

장군님!…》

《잘있었나, 관리위원장?》

그이께서는 관리위원장의 두텁고 아귀센 손을 잡아주시였다. 뙤약볕과 벌바람에 타 흙빛이 된 영옥의 고랑주름이 패인 얼굴에는 반가움과 행복감이 그들먹이 차올랐으나 인츰 어두워졌다.

김정일동지께서는 정어린 시선으로 영옥을 보시였다.

《관리위원장이 봄에 만났을 때보다 얼굴이 더 탔구만. 농사지을래기 수고를 했겠소.》

《영옥동무는 봄내, 여름내 벌에서 살다싶이 했습니다.》

곁에서 윤정기가 말씀드렸다.

《그랬을테지. 내 전에도 말했지만 그전에 수령님께서는 동봉에 오실 때마다 단발머리처녀 작업반장 영옥이가 논벌에서 떠나지 않고 아글타글 애쓰는걸 보구 관리위원장감으로 지목했습니다. 수령님께서 얼굴에 분칠을 모르고 농사일에만 열중하는 처녀작업반장을 내세워주셨기에 동봉이 동해안일대에서는 알곡수확고가 제일 높은 농장으로 되였소.》

김정일동지께서는 고개를 쳐들지 못하고있는 영옥의 어두운 얼굴을 띄여보시며 우정 흥거롭게 말씀하시였다.

어떻게든 죄스러운 마음을 풀어주시려는 그 과찬의 말씀에 영옥은 참고 참아오던 괴로움과 설음이 한꺼번에 터졌다. 영옥의 살갗이 거친 거무스름한 볼언덕으로 두줄기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장군님…》

영옥의 눈물젖은 목소리는 죄책감에 메이고 꺼져들었다.

《제가… 농사를 잘 짓지 못했습니다. … 예상수확고를 판정해보니 지난해보다 정보당 한톤이 떨어집니다. 장군님앞에 면목이… 없습니다. 장군님께서 눈비를 맞으시며… 랭해가 심한데 거름을 많이 내고 지력을 높이면서 농사를 과학적으로 잘 지으라고 하셨는데 저는…》

김정일동지께서는 어깨를 들먹이며 흐느끼는 관리위원장을 어떻게 위로해주셨으면 좋을지 모르시였다.

온 한해를 하루같이 별을 이고 벌에 나가고 별을 지고 농장사무실에 들어왔을 관리위원장, 랭해가 들이닥칠 때는 곡식이 서리맞는것이 안타까와 강냉이짚단으로 불을 피우며 벌에서 밤을 지새웠을 관리위원장, 농사조건이 좋은 서해안 농촌들에 지지 않고 알곡생산을 더 많이 하겠다고 고심참담한 노력을 바쳐오고서도 자책감에 눈물을 흘리는 이 녀성실농군관리위원장이 미덥기만 하시였다.

장군님… 동봉농장의 벼와 강냉이예상수확고는…》

윤정기가 말씀올리였다.

《지난해보다는 떨어지지만 농업성에서 하달한 올해 국가알곡생산계획은 넉근히 수행하는것으로 됩니다.》

《국가계획은 미달하지 않으면 됐구만. 그것도 성과지, 응? 관리위원장, 울지 말라구.》

김정일동지께서는 정담아 말씀을 이으시였다.

《올해 기상조건이 정말 나빴지. 내 여름철에 함남도에 자주 와봤는데 안개가 짙게 껴서 해를 못 보겠더구만. 일조률이 낮고 랭해가 여간심하지 않았던것 같애. 도당책임비서, 그렇지 않은가?》

《그렇습니다, 장군님. 올해 6월초부터 8월 중순까지 동해안일대에 랭해가 례년보다 더 심하게 왔습니다. 가물과 태풍피해도 컸습니다.》

《혹심한 자연재해를 당하면서도 알곡생산계획을 수행했으니 됐소. 오면서 보니 강냉이작황은 괜찮은것 같아. 벼가잘 안됐겠지. 아지를 치고 이삭패는 시기에 랭해를 많이 받았겠으니… 관리위원장, 논벌쪽으로 가면서 이야기하자구.》

그이께서는 눈물을 거두고 얼굴색이 밝아진 영옥을 돌아보시였다.

《내가 봄에 왔을 때 동해안의 협동농장들에서 나쁜 자연기후조건을 극복하고 농사를 잘 짓는 방법을 세가지로 꼽았는데… 관리위원장이 종자선택과 두벌농사와 같은 옳은 경작체계를 세우는데서는 등탈이 없었으리라고 보오. 중요한건 포전의 지력을 높이는건데 관리위원장이 힘들었을테지. 고리형순환생산체계의 효과성을 살려 농장의 부침땅을 비옥하게 만든다는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요. 영옥동무, 말해보라구. 농장축산과 작업반축산, 농장원세대축산을 어떻게 해왔는지… 집짐승마리수를 불구고 거름을 생산하는데서 다른 협동농장들에 일반화해야 할 좋은 경험은 어떤거고 페단은 무엇인가.…》

아침해빛에 서리가 녹아 물기축축한 풀숲에서는 논메뚜기들이 푸릉푸릉 날았다.

뾰족뾰족한 잔가시들이 박힌 여문 도꼬마리씨들이 그이의 바지가랭이에 달라붙었다.

윤정기는 장군님께서 관리위원장에게 차근차근 하시는 말씀을 뒤에서 새겨들으며 걸음을 옮겼다. 대흥청년영웅광산을 현지지도하실 때보다 더 불편해하시는 걸음새로 관리위원장을 데리고 포전길을 걸으시는 장군님을 우러르니 가슴이 미여지게 아팠다. 차거운 눈비가 흩날리던 봄날에 이 동봉땅의 진흙탕포전길을 밟으시며 동해안농사의 본보기농장으로 만들기 위해 다심하게 이끌어주신 장군님이시였다. 비바람에 야전솜옷자락이 다 젖으시던 그날도 장군님께서는 진흙덩이가 묻어나는 신발을 힘들게 옮겨놓으시였다.

윤정기는 영옥관리위원장이 더없이 행복한 녀성으로 생각되였다. 동봉에서 기대하셨던것이 허물어지고 올해농사를 잘 짓지 못했건만 장군님께서 바쁘신 일정을 미루시면서까지 이렇게 찾아오신 그 웅심깊으신 마음을 관리위원장이 다 알것인가. 땅처럼 변함없이 진실한 녀성관리위원장이 손맥을 놓지 않고 올해농사의 우단점을 찾아 다음해농사를 잘 짓도록 신심을 북돋아주시기 위해 장군님께서 이 아침에 피로를 이겨내며 우정 오셨다는것을 어떻게 알수 있으랴.

관리위원장은 그저 어버이장군님을 모신것이 기쁘기만 하고 그지없는 행복감에 붕 떠서인지 장군님을 지체시켜드린다는 생각은 가뭇없이 잊고 지력을 높이는데서 제기되는 애로며 농장자체의 힘으로 건설한 메탄가스화한 살림집까지 자랑하고싶어 보아달라고 천진스레 청을 올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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