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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성림총리는 석탄무지가 얼마 높지 않은 탄광저탄장에서 우릉우릉 소리를 내며 줄줄이 달려나오는 탄차들을 바라보고있었다.

현지료해지도사업을 나온 채성림은 석탄공업상과 금속공업상, 림업상, 전력공업상 그리고 탄광련합기업소 지배인과 기사장을 대동하고 탄광의 여러곳을 돌아보았고 후방경리부문의 정양소와 영양제식당에도 들리였으며 탄부들의 집에도 가보았다.

그의 둘레에 모여서서 운반공들이 탄차를 뒤집어 석탄을 부리우는걸 지켜보고있는 상들의 얼굴에는 어지간히 피로가 실려있었다. 이제 그들은 나머지 일정으로 탄광사무실에 가서 차를 마시고 원기를 돋군 다음 앞상을 편안히 마주하고앉아 협의회에 참가하는것이였다.

채성림은 상들의 낯빛에서 그런 안정심리를 읽었지만 결코 그렇게 유람식에 가깝다할 정도로 어렵지 않게 현지료해지도사업을 마무리할수 없었다. 총리로서 여느때와 같은 판에 박은 공식적인 지도일정을 마치기에는 너무도 책임감이 무겁고 량심이 걸리는것이였다.

바로 어제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올해 석탄생산을 결정적으로 추켜세우기 위한 국가적인 비상대책을 세울데 대해 국방위원회위원장 명령을 내리시였다.

장군님께서는 경제강국건설과 인민생활문제로 해서 강행군현지지도길을 끊임없이 이어가시는데 일군들은 초보적인 석탄문제, 전기문제하나 제대로 풀지 못하고 책상을 마주앉아 무엇을 하고있는지 모르겠다》는것이 인민들의 반영이였다. 그것은 그대로 경제사령부인 내각의 사업에 대한 비판이였다. 석탄생산은 의례히 내각이 자기의 정상적인 경제사업의 한고리로서 풀어나가야 할 문제인데 어느 정도로 걸렸으면 장군님께서 국방위원장의 명령을 떨구셨겠는가.

장군님께서는 우리 나라의 공업구조가 석탄을 기본원료, 연료로 구성되여있다고 루차 강조해오셨는데 내각은 어찌하여 이제껏 일부 단위들에서 석탄을 수출하는것만 신경을 쓰고 현존탄광실태, 석탄생산에 대해서는 응당한 관심을 돌리지 못하였는가.

《상동무들, 난 이대로 협의회를 열수 없다고 봅니다. 우리는 반나절에 걸쳐 두루 탄광을 돌아보았지만 소득은 별반 없습니다. 이렇게 겉발림식으로 탄광실정을 알아가지구는 협의회를 연댔자 그저 문건작성으로 그치고말겁니다. 다들 탄광사무실이 아니라 갱막장에 들어갑시다. 막장에 가보지 않고는 탄광문턱을 넘어섰다고 말할수 없습니다. 막장에서 협의회도 하고 점심은 느지막해서 먹읍시다.》

예견치 않은 총리의 발기에 바빠맞은것은 얼굴에 탄물이 들기라도 한듯 거뭇거뭇한 오십대의 탄광련합기업소 지배인이였다.

그는 당장에 후방부지배인을 불러 로동보호물자들을 일식으로 가져오게 하였다. 막장에 정작 들어간다니 상들은 주저하고 꺼리는 기색이 없지 않았으나 나이많은 《총리아바이》가 그 자리에서 탄부작업복을 입고 장화를 신으니 따라하지 않을수 없었다.

머리에 콩알반사등이 달린 수지안전모를 쓰고 충전지를 매단 혁띠로 작업복허리를 단단히 조이고 목에 흰 타올수건까지 척 걸치니 상들이 하나같이 체격이 그쯘한 탄부같았다. 그들은 갱장이 직접 몰고온 창유리없는 개방식전차칸의 비좁은 걸상에 엉치를 붙이고앉았다.

전차가 머리꼭대기에서 방전불꽃을 벙끗거리며 고르롭지 못한 소철레루우를 달리기 시작했다. 관성단차를 타기라도 한듯 전차가 좌우로 흔들렸으나 갱전차길에 습관된 갱장과 지배인은 아무렇지 않은듯 담담히 앉아있었다.

채성림은 굴벽을 따라 동발목이 늘어선 전차갱의 눅눅한 공기를 페부로 들이마셨다. 막장을 향해 깊이 들어갈수록 공기는 더 습했다. 불시에 갱천정에서 비줄기처럼 물방울이 휘뿌려졌다.

《석수구간입니다.》

지배인이 별치 않게 말했다.

채성림은 전차를 멈추게 하였다. 그는 천정에서 떨어진 석수가 소철레루길옆으로 실도랑을 지으며 흘러내리는것을 보고 물었다.

《지배인동무, 저 물도랑이 어데로 흐르오?》

탄광련합기업소 지배인이 어물거리며 미처 대답을 못하자 갱장이 입을 열었다.

《저쪽에 있는 수직갱에 찹니다.》

채성림은 지배인이 갱막장에 그닥 들어와보지 않았다고 탓하지 않았다. 탄광련합기업소적으로 이런 갱들이 몇십개는 잘될터인데 지배인이 그 숱한 갱들을 손금보듯 알수는 없을것이다.

《수직갱까지는 머오?》

《그닥 멀지 않습니다.》

채성림은 상들을 데리고 갱장이 안내하는대로 전차길에서 가지친 굴로 가보았다.

수직갱에는 물이 거지반 차있었다.

《수직갱의 물을 왜 퍼내지 않소?》

총리의 물음에 갱장은 시틋해서 대답했다.

《양수전동기를 돌릴 전기가 있습니까. 막장에 공기를 보내는 압축기들과 운반탄차에 쓰는 전기도 겨우 보장하는 형편인데…》

《수직갱물이 차넘으면 어떻게 하오?》

《별수 있습니까. 그때는 다른 전기설비를 다 죽이고 양수뽐프를 돌리지요.》

채성림은 눈앞의 실태앞에서 어두운 낯빛인 전력공업상에게 더 말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그는 상들과 같이 다시 전차에 올랐다.

전차는 한동안 더 달려서야 채굴막장을 30메터정도 앞두고 멈춰섰다. 전차길은 여기서 끝났다. 소철레루가 부족되여 채굴막장까지 탄차를 들이대지 못하고있었다. 운반공들은 석탄을 마대에 담아 등짐으로 날라다가 탄차에 쏟았다.

채굴막장의 탄부들은 착암대차와 삽들을 놓고 총리일행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지심깊은 막장에서 불비한 조건을 이겨내며 일하는 착암공, 동발공들이였지만 락관적이였다. 탄부들은 내각의 책임일군들이 막장에까지 들어온데 대해 몹시 놀라와하면서도 탄부차림새인 총리가 나눠주는 담배를 피워물자 인츰 친숙해져 허물없이 속을 터놓았다.

채성림은 탄부들의 조촐한 점심밥곽까지 열어보았다.

그는 갱목이 모자라 위험하지 않을 정도로나 탄벽에 드문드문 버텨놓은 동발목을 보면서 석탄생산을 위해 한몸바쳐 일하는 탄부들의 정신상태에 머리가 숙어졌다. 그는 굴진소대장과 갱장이 제기하는 문제들을 일일이 수첩에 적었다.

탄광에 가장 긴절한 문제는 론할 여지없이 전기보장이였고 다음은 갱목이였다. 동발목이 없으면 굴진을 할수 없고 채탄도 못한다. 갱목이 들어간것만큼 석탄이 나온다. 탄부들의 생명안전을 담보하는것도 갱목이였다. 림업성에서 계획분 갱목을 보장해주지 못하니 탄부들이 수십리 떨어진 먼 림지에 가서 나무들을 베여 날라다 갱목을 보충한다.

조구철판과 소철레루, 쇠바줄, 압연강재 같은 금속자재들은 자체로 어떻게 할수 없으니 선차적으로 보장해주는것이 또한 급선무였다.

그다음은 로력문제였다. 탄광로력은 충분한 수준이 못되는데다가 굴진공과 채탄공같은 채굴막장에서 일하는 직접공로력은 절반정도였다. 직접공들이 로령화되는 실태를 바로잡자면 탄광출신 자녀들과 제대군인들, 중학교와 전문학교, 대학졸업생들을 탄광에 배치해야 하며 탄광사람들을 다른 부문에 돌리지 말아야 했다.

채성림총리는 채굴막장에서 협의회를 열려던 결심을 달리하였다. 탄먼지 떠도는 땅속 깊은 막장에서 내각총리한테 터놓은 탄부들의 사심없는 의견을 어찌 진실로 받아들이지 않을수 있으며 등한히 대할수 있겠는가. 땅속에서 로동보호물자와 우대물자를 원만히 받지 못하면서, 때로는 식량마저 부족한것도 불평하지 않고 수걱수걱 석탄을 캐내고있는 탄부들의 꾸밈없는 호소와 제기를 천금같이 중히 여기고 받아들이고 풀어줄 때만이 석탄생산을 추켜세울수 있으며 국방위원회 위원장 명령을 관철할수 있을것이다.

채성림은 내각청사에 돌아가 이 채굴막장에 들어와보지 못한 련관부문과 단위들을 빠짐없이 참가시킨 협의회에서 석탄생산문제를 토론하고 본격적인 경제조직사업을 해야 하리라고 생각했다. 이 자리에서 하는 협의회는 탄부들을 위해 일군들이 일을 한다는 투의 행세식모임, 실속을 낳지 못하고 일군들의 인기나 올리는 형식주의로 될것같은 위구심이 들었다.

《상동무들, 막장에 들어왔다가 그냥 가겠소? 탄부로동자동무들을 한바탕 돕고갑시다.》

채성림은 날이 넙적한 삽을 쥐고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몰라 우물거리는 일군들에게 소리쳤다.

《착암은 할수 없는거구, 운반공들을 도와 석탄을 탄차에 날라다 실읍시다. 탄광에 소철레루를 보장 못했으니 인력으로 석탄을 나르는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겪어보는것도 나쁘지 않소. 금속공업상동무, 질통을 지구 이리 오오.》

 

×

 

채성림총리는 저녁 느지막해서 시간을 내여 수출가공기업소구내에 자리잡고있는 천연흑연제작소를 찾아갔다.

소문없이 조용히 왔으므로 채성림이 구내길을 한참 걷고있을 때에야 련락을 받은 초급당비서 지광현이 뒤쫓아왔다. 귀밑머리가 희끗이 센 쉰살안팎의 사람이였다.

《나때문에 비서동무가 바삐 왔구만.》

채성림은 몸에 배인 소탈한 어투의 인사말을 건네고 지광현의 나긋한 손을 잡아주었다.

《총리동지, 사전에 알리지도 않고 불시에 오셨습니까. 아무 준비도 못했는데…》

《내각에서 현장료해를 왔는데 준비는 무슨 준빕니까. 형편을 그대로 보여주면 되는거지. 나는 천연흑연제작소를 돌아보러 왔습니다. 소장동무도 만나고.》

《그러시다면 구태여 흑연제작소까지 가실것 없습니다. 당위원회 저의 사무실로 가십시다.》

《그건 왜?》

《조성숙소장동무는 상부의 조치로 며칠전에 해임되였습니다. 흑연제작소는 문을 닫았구… 인차 새 소장이 임명되여오면 제작소정비를 다시 해가지구… 연구사업방향도 달리 정해야 합니다.》

《흑연제작소 소장이 인민대학습당에서부터 린상흑연을 연구한다던 그 녀자가 맞겠지?》

《그렇습니다.》

《해임리유는 뭡니까?》

《이야기하자면 깁니다. 사무실에 가서…》

《비서동무, 난 시간이 많지 못하오. 여기서 들읍시다. 간단히 말해주시오.》

지광현은 물러서지 않는 총리의 담담한 요구에 응할수밖에 없었다.

《사실 해임된 사람에 대해 고운 소리를 해야겠는데… 당조직의 평가야 공정해야 되지 않습니까.》

《그야 그렇지. 당조직의 평정이 아니라도 사람은 그가 누구든 다른 사람을 평할 때는 사실을 가지고 공정하게 말해야 합니다. 헐뜯는것도 나쁘지만 좋게 분칠하는것도 글러먹은 처사지.》

《조성숙동무는 이미전부터 소장자격을 상실했습니다. 사업에서 남자들도 얼굴을 붉힐 정도로 고집이 세구 교만하구 독선적입니다. 당조직의 의견과 상부의 지시같은건 애당초 알기를 우습게 압니다. 그 동무는 흑연연구도 다 제가 하구 제작소간부사업도 다 제가 하구 업무사업, 대외사업도 다 제가 한다고 판을 쳤습니다. 독단과 전횡이 이만저만 아니였습니다. 과학행정사업을 할줄 모르는데다가 성격까지 괴벽해서 흑연제작소사람들과 오손도손 지내지 못하였습니다.》

《됐소. 그쯤합시다. 사람문제는 당위원회가 알아할 일이지. …》

채성림은 못내 유감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부탁했다.

《그럼 기왕 왔던김에 흑연제작소나 돌아보게 해주시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제작소 작업장형편이 말이 아닙니다. 설비들이 락후한데다가 검은 흑연먼지가 차있구… 볼만한것이 없습니다. 총리동지가 가보실 곳이 못됩니다.》

채성림은 불쾌했다.

《이보오 비서동무, 총리가 뭐 특별한 사람이요. 흑연먼지가 나면 흑연제작소사람들은 어떻게 견딘다오? 나라의 경제살림에 도움이 되는 곳이라면 난 쥐구멍같은데라도 들어가보겠소.》

채성림이 앞장에서 성큼성큼 걸으니 지광현은 뒤질세라 잰걸음을 놓았다.

밤색뼁끼칠을 한 천연흑연제작소철문을 열고 들어서자 매캐한 흑연가루냄새가 알싸하니 코를 찔렀다. 작업장은 썰렁하고 사람들이 퇴근해서인지 한산하였다.

《이건 가열로겠지. 불을 껐구만.》

흑연광산에 더러 가본적이 있는 채성림은 볼품없이 만든 용량이 크지 못한 흑연가열로의 시커먼 아구리를 들여다보았다. 불을 끈지 오래되지 않은지 불칸쪽에서 미적지근한 온기가 풍겼다.

그는 성형기비슷해보이는 설비곁에 있는 쇠당반우에서 네모반듯하고 겉면이 매끈한 흑연덩이를 만져보았다.

《이게 린상흑연제품이요?》

채성림의 물음에 지광현이 대답을 못하는데 불시에 웃쪽에서 챙챙한 녀자의 목소리가 날아왔다.

《그건 1차가공시편입니다.》

흑연가열로곁에 붙은 철판사다리로 키가 큰 처녀가 활기있게 내려오더니 채성림을 알아보고 꾸벅 인사를 했다.

《누군가?》

채성림은 눈구석과 코언저리에 검스레하니 흑연먼지가 묻은 처녀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흑연제작소 종업원이 아닙니다.》

지광현이 처녀더러 사라지라고 눈짓하는것 같았으나 보매 처녀는 그럴 생각이 없는듯 버티고섰다.

《종업원이 아니라도 처녀동무가 제작소일을 잘 아는것 같은데… 누군가?》

채성림의 끈질긴 질문에 지광현은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소장동무의 딸입니다.》

《아, 그렇소?! 조성숙소장의 딸이란 말이지. 마침이구만. 이름을 어떻게 부르나?》

《장향미입니다.》

《향미… 그래, 어머니는 집에서 뭘하나?》

《흑연연구를 계속하고있습니다. 어머닌… 흑연가열로가 맘 놓이지 않아 저더러…》

지광현이 이때라고 생각했는지 끼여들었다.

《총리동지, 조성숙소장은 천연흑연점결제합성비밀을 누구한테도 대주지 않았습니다. 이 딸만 알고있습니다. 그것만 봐도 대단히 리기적이구 자본주의사상에 물젖은 녀자라는걸 말해줍니다.》

《비서동지, 우리 어머니가 만든 천연흑연솔이 아직 국제전기제품발명특허권을 받지 못했는데 벌써부터 그 기술이 세상에 알려지게 하면 되겠습니까!》

《거야 구실이지. 조성숙이 아니면 누구도 천연흑연결정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공명심이 본색이지. 그래서 비밀을 지키겠지. 향미, 어머니한테 말해주오. 조선의 과학자는 그럼 못쓴다고 말이요.》

《우리 어머닌 조선을 위해서 천연흑연비밀을 지킬뿐입니다.》

《됐소. 언쟁을 그만하시오.》

채성림은 손을 내저었다. 그는 천연흑연제작소가 안고있는 경제적애로보다도 간과할수 없는 그리고 반드시 풀어야 할 내부적문제들이 깊이 깔려있음을 절감했다.

《향미동무, 이게 1차가공시편덩이면 천연흑연전기솔제품도 만들었소?》

《총리동지, 제작소에서는 점결제연구에 성공한 후 지금까지 천연흑연전기솔을 거의 800개나 만들었습니다. 그걸 평양시주변 농촌양수장들과 화력발전소와 탄광에 나가 전동기와 발전기들에 설치하였습니다.》

《대단하구만. 그래 결과는 어떤가?》

《아직 반영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몇달 잘 돌려봐야 진가를 알수 있습니다.》

《동문 어느 대학을 나왔소?》

《김책공대 전기공학부입니다.》

《어머니가 흑연을 연구하라고 했겠소?》

《예, 저는… 소학교다닐 때부터… 어머니를 도와 쇠절구에 흑연광석을 봏았습니다.》

《외국기술문헌자료도 볼줄 아오?》

《저는 영어, 도이췰란드어, 프랑스어로 된건 쉽게 봅니다.》

《괜찮아. 공부를 많이 했구만. 어머니를 실지로 도와줄수 있었겠소. 난 동무네가 만든 천연흑연솔견본품이 요구되는데 몇개 줄수 있겠소?》

《어머니가 쓰던 사무실에 전기솔견본이 규격별로 있습니다. 새로 만든 흑연염화비닐관도 드리겠습니다.》

《총리동지를 걸음시키지 말구 동무가 뛰여가서 제꺽 가져오라구.》

지광현이 시답잖아 손짓했으나 처녀는 응할념을 않고 저으기 간절한 눈빛으로 채성림을 쳐다보았다.

《내가 직접 골라가지는게 좋다고 생각하는것 같구만. 가자구.》

채성림은 처녀의 뒤를 따라 창고 비슷한 방을 지나서 고작 두어평방남짓할 초라한 사무실에 들어갔다. 말이 사무실이지 책상 하나에다 걸상이 세개이고 서툴게 짠 나무함우에 천연흑연전기솔들과 흑연판대기와 관토막들이 무져있었다.

채성림은 조금후에 처녀가 왜 자기를 이 비좁은 사무실로 안내했는지 짐작했다. 포장지에 흑연전기솔들과 판대기와 직경이 다른 흑연관토막 몇개를 정히 싸고난 처녀는 지광현이 서있는 건넌방쪽을 흘끔 보더니 무언가 망설이고 주저하는 낯빛이였다.

《향미동무, 내게 뭘 더 할 말이 있나?》

채성림이 너그럽게 묻자 불안해하던 처녀의 눈에 금시 눈물이 핑 고였다.

《총리동지… 시간이 없으시겠지요. 흑연제작소의 안타까운 형편을 조용히 말씀드렸으면 좋겠는데…》

채성림은 지광현이 이쪽으로 건너오는것을 보고 지금 이 처녀와 따로 담화를 하기 난처하다는것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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